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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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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월 ??일

'여긴...'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사방이 하얀 방이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한참을 고민한다.

싯딤의 상자도, 사무실의 책상도, 은은히 나던 커피 냄새도, 모든 것이 부재한 상황이다. 분명히 이질적이다.

"큭큭...어서 오시죠, 선생."

여전히 듣기 불쾌한, 그러나 한편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흘러들어온다. 정말 이런 시기에까지는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양복쟁이씨. 지금 이거 망할 꿈이지? 그렇다고 해줘. 그러지 않으면 깨진 대가리를 아예 박...어라?"

놀랍게도 검은 양복의 부서진 머리는 어느새 말끔하게 고쳐진 상태였다. 하긴, 마에스트로는 팔다리가 바뀌고도 잘만 쏘다니니, 깨진 걸 이어붙이는 건 그닥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색채와의 결전 이후의 삶은 좀 재미있으셨습니까? 꽤나 궁금했습니다."

"그 전에 네 박살난 대가리가 언제 봉합되었는지부터 알고 싶은데."

"뭐, 그냥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해두죠. 그럼 제 질문에도 대답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글쎄...재미...있었다고 봐야겠지."

"말끝을 흐리는 것을 보니 꽤나 재미있던 삶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만."

"입 다물어, 머리 아프니까. 이번엔 뭔데."

어차피 꿈이라면 저 허여멀건한 입도 같이 봉합해도 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검은 양복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중요한 정보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아주 중요한 정보를요."

"미리 말하는데 게마트리아는 가입 안 할거야."

"아쉽군요, 딱 말씀드리려는 찰나였는데. 크큭"

'역시 기분 나쁜 녀석...'

"지금 선생님의 증상에 관한 겁니다. 이 정도면 정보력이 꽤 빠르다고 할 수 있겠죠?"

".......?"

검은 양복이 내 증상을 알고 있다. 이건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생각이 머릿속을 점유한다.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시는 건 처음 보는데 말입니다? 그 재미있는 표정을 이번 정보의 댓가 정도로 받아두죠."

"뭐 여튼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호시노ㅡ"

"잠깐."

"...? 말을 끊는 것도 처음 보는데요. 오늘 여러가지로 관측할 부분이 많은 것 같군요. 어디서 카메라라도 구해올 걸 그랬습니다."

오늘따라 저 입이 더 히죽히죽거리는 것 같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얼굴이다. 일단 꿈이 아닐 가능성을 보았으니 평정심을 찾고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한다.

"어른의 카드'에 관한 이야기라면 집어치워. 네가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학생을 돕는데 필요하다면 언제든 써줄테니까."

"역시 그래야 저희의 선생이죠. 크크큭.... 그러나 이번만은 진심입니다. 그 카드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떠한 것이든 될 수 있습니다. 그 댓가로 수명이 깎이는 방식도, 꼭 천편일률적이지는 않죠. 그렇기에 이번의 경우에는ㅡ"

"그 댓가로 정신력이란게 나약해 빠진거겠죠."

바로 그 순간 둘의 대화를 끼어드는 소름끼치는 여성의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순간 속이 메쓰꺼워짐을 느낀다. 원래 방향을 흘긋 쳐다보니 어느덧 검은 양복은 사라진 후다.

"...베아트리체."

"내가 말씀드렸죠. 나의 '어른의 낙원'을 이해해주실 수 있겠냐고요. 그 질문이 내가 아리우스에서, 게마트리아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 추방당하는 결과로 귀결된 걸 보면 반대 의사를 밝히는 방식이 거친 스타일이라고 이해할게요."

'분명, 색채와의 결전 직전에 축출당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다면 이건 정말 꿈인가?'

"근데 그러는 네 꼴도 말이 아니군요? 온갖 고난도 다 이겨낼 것처럼 큰소리치더니, 이게 뭔 꼴인가요? 네 의지가 고작 그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걸 광고라도 하고 다니는 건가요? 한심해서 못봐주겠어요. 그 나약해빠진 의지 때문에 네가 지금 그 모양 그 꼴인거에요."

"닥쳐. 이번엔 나 혼자일지라도, 몇번이라도 널 쓰러뜨릴테니 본래 세상에서 보험은 들어놨을거라 믿는다."

에덴 조약 이후 꽤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베아트리체와, 설령 이곳이 꿈일지라도 결착을 내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 네가요? 약에 의존하지 않으면 이제는 그 어떤 것도 해내지 못하는 네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과호흡에 시달리고, 세상 모든 존재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억지 웃음과 행동으로 그걸 애써 감추려 들고, 심지어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까지도 생각하던 네가? 가당치도 않군요. 당장에라도 너를 찢어죽여야겠지만, 지금 널 기다리는 사람이 하나 더 남아있어서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널 포함해 하나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잘 발버둥쳐보시겠어요? 이미 죽어서 썩어버리면 산 채로 잡아먹는 즐거움이 없을테니까요."

분명 꿈이다. 이제 확실해졌다. 꿈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다. 베아트리체의 소름끼치는 웃음도, 검은 양복의 조언도 전부 꿈이다.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래... 전부 꿈이야. 아침이 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거야.'

"원래대로...라고 하셨습니까."

바로 다음 순간 나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베아트리체가 말한 '나를 포함해 하나'라는 말의 실마리는 금방, 그러나 최악의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나의 목소리와 놀랍도록 똑같은, 그러나 어딘가 기계음이 들리고, 금속소리가 섞인 목소리.

"제 학생들을..... 부탁한다고..... 말씀드렸지요."

".......... 미안.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이유를.....알려주시죠. 어째서였는지....."

"내가 나약해서. 단지 그 뿐이야. 내가 나약해서 학생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상처받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들었어, 그 학생들은...네 세계에서도 있었을텐데... 내 잘못이야."

"........지키지 못할 약속은........"

라는 말과 함께 가면이 툭, 하고 떨어진다.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 않는게 좋았을 지도 모릅니다.........."

얼굴형만 남아있는 모습, 금속제 플레이트가 곳곳에 박혀 마치 기계인간 같은 모습, 핏기가 가신 얼굴의 모습, 산소 마스크와 같은 것이 입에 눌러붙은 모습, 그 때문인지 침묵하고 있어도 입이 닫히지 않는 모습. 눈 한쪽은 안대로 가려진 모습, 다른 한 쪽 눈의 회백색 모습.

"...........때론 희망이, 가장 잔혹한 '악'이....되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또 다른 나의 형체가 무너진다. 바닥 곳곳에 그의 몸을 이루던 요소가 부서진다. 동시에 내 몸의 힘도 빠져나간다. 지금껏 했던 행동을 곱씹는다.

내 병세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약을 먹지 않아 유우카 앞에서 험한 꼴을 보였다. 눈물 짓게 만들었다. 약으로 짓누를 수 있다고 믿어버려 미네를 걱정시켰다. 나의 처지만을 생각했기에 세리나의 상처가 덧나게 만들어버렸다.

'나도....실패해버렸구나... 그렇다면 더 이상....내가 있을 곳도... 이곳에서 살아있을 이유도...'

눈 앞이 하얘진다.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생님!"

~~~

20XX년 XX월 XX+24일, 08:30

선생 치료 시작 24일 째

"선생님! 일어나실 시간이에요!.... 에...? 선생님 괜찮으신거에요...?"

내 판단 중 적어도 꿈이었음을 인지하는 것 하나는 정확했다. 날 깨운 사람은 아로나.

'분명 아침 약 때문에 알람을 설정해놨지...'

"선...생님...?"

"응 괜찮아 아로나. 그저 좀, 안 좋은 꿈을 꿨을 뿐이야."

사실이다. 다만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지금이라도 검은 양복의 얼굴에 펀치를 꽂아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과, 그것이 내 상태를 제일 잔인한 방법으로 대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할 뿐이다.

"그건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오늘 이 슈퍼 아로나가 선생님을 위해 드림캐처를 만들어드리겠어요!"

드림캐처라니, 그 모습이 귀여워 너털웃음을 짓는다. 아로나에게 감사를 전하고 집무실로 간다. 오늘은 토요일. 주말이지만 오전에는 어제 못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아유무에게 빌고 빌어 하루 연기시켜놨지만 뒤에서 린 쨩의 "후....내일 정오 전까집니다. 더 이상은 어려워요."라는 목소리를 듣고 약간의 소름이 돋았달까. 그래도 2시간이면 끝날 분량이었다.

'일단은...뭐라도 집중할 거리가 있는 편이 나을지도.'

아침약을 먹으며 생각한다. 이후의 일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일이었다.

그러나, 손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꿈에서의 기억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기억난다. 결국 모든 것이 내 탓이었다는 생각에 고개를 몇 번이고 떨군다. 어쩌면 베아트리체가, 혹은 다른 세계의 내가 맞았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정말로 나는 이미 실패한 상태에서, 여태 해놓은 것으로 그저 관성처럼 굴러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약을 먹기 시작한 뒤의 부작용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점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가끔은 마치 뇌가 쌀뜨물에 들어간 것 마냥 뿌옇게 변할 때도 있었다. 병원에서는 그런 부분은 으레 있는 일이라며 나를 안심시켰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이미 이런 '상수'들과 싸우는 것도 버겁다고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오늘은 꿈이라는 '변수'까지 나를 옥죄어온다.

결재가 필요한 부분은 결재를 끝내고, 아비도스에서 온 보급 요청 건, 게헨나 선도부와의 합동 순찰 건, 얼마 전 추가된 트리니티 구호기사단과의 의료봉사활동을 모두 결재상신하여 총학생회로 가까스로 송부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 하고도 30분. 예상보다 1시간 반이나 더 걸린 셈이었다. 당번 학생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잠시 하였으나, 그랬다간 이런 추태를 알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다는 사실에 고개를 젓는다.

'...점심은 나가서라도 먹을까.'

라고, 생각한 그였다. 아무래도 혼자 우울하게 먹기보다는 왁자지껄한 시내에서 먹는게 조금 더 낫다는 판단이 들기도 하였기에,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

20XX년 XX월 XX+24일, 12:30

선생 치료 시작 24일 째

라고 말했지만 결국 가는 곳은 아비도스 근처 시바세키 라멘이었다. 항상 느낀다. 무엇인가 맛집을 가려고 해도 1인 요리로 하는 곳은 차를 끌고 가야 할 정도로 접근성이 안 좋거나, 1인용 치고는 가격대가 비싼 편이거나, 아니면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바세키 라멘은, 대책위원회 아이들이 알려준 방식으로 접근하면 거리에 비해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것도, 가격대가 적당한 것도, 맛도, 그리고 무엇보다 마스터 시바와의 친분 덕에 꽤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어서옵, 아니 이게 누구신가! 선생 아니야? 오늘은 어쩐 일로 혼자 다 방문을 한거야? 이거 별일이구만, 일단 앉아, 하하!"

언제나 반겨주는 마스터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항상 시키는 종류의 라멘을 시킨다. 오늘은 특별히 시치미를 곁들여 매콤하게 먹어볼까 하고 생각한다.

가게에는 언제 갖다놓았을지 모를 텔레비전이 벽에 걸려있었다. 마스터의 필체로 '사격 절대 금지, 화풀이는 집에서.'라는 글귀가 A4용지 크기로 인쇄되어 붙어있었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다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는 그 웃음을 10초도 안되어 가시게 하는 정도로는 충분하다 못해 과했다.

[...색채와의 결전 이후 헤일로가 깨지거나 변형된 학생들이 각 학교를 습격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블랙마켓의 헬멧단과 불량배들은 본인들의 소행임을 강력하게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누구인지에 관한 의문은 점점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마.....'

[발키리 공안당국은 이러한 테러현상이 색채의 침공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인지, 최근 급증한 미인가 오토마타와 관련이 있는지 등 여부를 조사중입니다. 오가타 칸나 공안국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최단 시간 내 키보토스인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칸나.....'

[다음 소식입니다. 밀레니엄의 엔지니어부에서 얼마 전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에 폭탄테러를 가한 자폭드론의 잔해를 바탕으로, 해당 개체가 밀레니엄 외곽의 폐허 속 군수공장으로부터 생산된 것임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개체는 색체 침공 당시 거짓된 성소에서 발현한 군수공장 '헤세드'의 생산품과 식별코드와 유사한 코드가 각인되어 있었으며, 구체적인 작동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니야.....'

[이와 관련하여 밀레니엄의 세미나는 '현재 관련 내용을 확인중이며 유언비어의 유포를 삼가달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어서ㅡ]

"자, 항상 먹는걸로 나왔다네 맛있게 먹ㅡ..... 선생...? 괜찮나?"

"아... 네 괜찮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마스터."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시치미를 적당히 뿌려 공복감을 포만감으로 전환하기로 한다. 한 젓가락, 다시 한 젓가락. 또 다시 한 젓가락.

'......어라?'

맛이 없다. 정확히는,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면의 촉감만이, 국물의 식감이, 이것이 고체고 이것이 액체라는 것만을 증명할 뿐이었다. 애써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시치미를 더 친다. 국물이 어느덧 처음의 은은하고 옅은 갈색에서 붉디붉은 색으로 바뀌어버린다. 순간 내 손과, 국물과, 그 속에 비친 내 얼굴, 마치 핏빛처럼 붉은 얼굴을 차례대로 쳐다본다.

'...완전히 망가졌잖아.'

쓴웃음을 짓는다. 이제는 미각까지 나를 돕지 않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배를 채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생각을 하지 않게 강요할수록 그 생각은 더더욱 머릿속에 강렬히 떠오른다고.

'이제는 그냥 죽으라고 응원을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다음 한숨이 이어지려는 순간, 문이 열린다. 손님이라, 비록 외곽이긴 하지만 아비도스 자치구 근처에서 식사를 할 사람들이라면...

"어라? 선생님이다! 오늘은 운이 좋네~"

'이 목소리는...?'

"서, 선생님이 미동도 않아요. 역시 제가 있어서 그런거겠죠?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와버린거겠죠? 이번에야말로 죽을까요? 죽으라면 죽겠습니다죽을게요차라리죽겠습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죄송합ㅡ"

'맙소사'

순간 일이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카, 선생은 지금 한마디도 안하셨어..."

"히익! 그, 그런가요. 어쩌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닐까요, 이건 그냥 나가 죽으라는 무언의 압박 아닐까요? 역시 그런걸지도 몰라요. 역시 하나로는 안되는건가봐요 이번에말로 죽겠습ㅡ"

"자, 잠깐?!!?! 이거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어디선가 본적 있는거 아냐??!! 안 돼 막아ㅡㅡㅡ!"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날 보며 언제나같은 미소를 짓는 무츠키, 초점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한 손에는 기폭장치를 든 채로 다른 한 손에는 크레모아를 자신의 배에 갖다대는 하루카와, 말리는걸 포기했는지 이마를 짚으며 한숨쉬는 카요코. (후일담이지만 지난번에는 자신의 목에 소이탄을 묶었다고 한다. 그 전에는 어디선가 가져온 단두대로 자기 목을 절단하려 했다던가.)점점 패턴이 파멸적으로 다양해지는 하루카의 돌발행동에 눈을 까뒤집은 다급한 아루가 있었다. 4인 4색의, 뒷세계의 무법자를 자처하는 '일단은' 게헨나 소속 동아리의 4인방이었다.

'흥신소 68...'

북적북적한 곳에 뒤섞여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야 물론 가득했지만, 그렇다고 아는 학생을 만난다거나, 심지어 외향적인 학생이 둘이나 포함된 동아리가 한번에 등장하는 것은 상정 외의 상황이었다. 반가움보다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감아돈다.

'일단 빨리 먹고... 오후에 업무가 남아서 복귀해야 한다는 구실로 나가는 걸로 하자.'

그러나 계획은 거기까지. 곧이어 무츠키가 대뜸 옆자리에 앉는다.

"쿠흐흣~ 선생님 옆자리는 내가 가져갈게~"

곧이어 하루카가 무츠키 옆자리에, 내 앞에는 각각 아루와 카요코가 앉는 모양새가 되었다. 어느새 자리는 만석. 벽 쪽 자리에 앉은 나로써는 일이 생겨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차선책이지만, 아이들과 같이 식사를 마치는 것으로 결정한다.

"후후, 선생님? 여기서 홀로 라멘을 먹는 고독한 무법자 같은 모습이 너무 멋져서 들어오지 않을 수가 없었어. 역시, 우리 흥신소의 경영고문 다워."

"그치만 아루 쨩~ 분명 여기 오기 전까지 오늘은 500엔밖에 없으니 급한대로 라멘 먹자고 하지 않았어~? 설마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여야 한다는 하드보일드한 무법자스러운 발상이었던거야?"

"그, 그, 그래! 그런거지! 원래 권모술수란 다 그런거거든...하하, 하하하..."

아루의 식은 땀을 보니 속으로는 (스톱! 스톱! 뒤에 뭘 붙일 필요는 없었잖아아아ㅡㅡㅡ!")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대각선에 앉은 카요코, 들어오고 나서 하루카를 진정시키고 처음으로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건 그렇고 선생, 요즘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거 맞지? 다크서클이 평소보다 더 내려온 것 같은데."

물론, 특히 오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다.

"...물론이지."

"오~? 뭐야 카요코 쨩? 그건 선생님에 대한 걱정일까나? 아니면 애정일까나? 쿠흐흐"

"그, 그런거 아니거든!"

카요코가 가게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동요하는 표정을 지었다.

"과, 과장님께서 선생님께 연심을 가진 건가요? 그런거라면 저는 언제나 으, 응원하겠습니다. 에헤헤... 분명 아루님께서도 응원해주실 거에요!"

"뭐?! 자, 자, 잠깐 카요코! 선생님은 우리 경영고문이라고! 절대 사내연애는 안되는거야! 금지!"

다시 한 번 아루가 눈을 까뒤집는다. 말에 절박함이 느껴지는 걸 보니 140% 진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어째서?

"하핫! 또 뭔가 재미있어졌어! 그치 선생님?"

피식 웃는다. 뭐 이런것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간만에 여유있는 점심을 먹게 되었다.

~~~

난 이때까지도, 오늘 점심을 여기서 먹은 것이 앞으로 이어질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의 서막임은 알지 못했다.

~~~

이번 편은 학생들과 일련의 사건을 겪은 선생의 내부 심리 상태를 서술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유우카, (잠깐이지만) 미네, 그리고 세리나를 거치면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지만, 나의 증상을 누군가는 외적 양태만 보고도 알아챌 수 있다는 두려움. 그러한 강박에 눈이 멀어 학생의 상처를 다시금 부각시켜버린 실수까지.

물론 모든 삶이 다 그렇습니다. 좋다가도 나쁘고, 그러다가도 좋고. 다만 우울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조금 좋아지려 하니 떡락해버리네'로 해석할 여지가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우울장애라는게 그냥 단순한 우울감이 주요 증상이라기보다는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에 극도로 취약해지는' 것이 주요 증상이기 때문입니다.

서술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모든 부분의 시점을 선생의 1인칭 시점으로 고정해봤는데, 생각보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여차저차 나름 잘 완성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이러한 점에서 학생들은 흥신소가 맡았습니다. 선생의 심리상태에 주목하고 싶기도 했고, 4인 4색의, 각각의 특색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면서도, 다른 핫산작이나 창작작에서도 완급조절에 가장 많이 쓰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미련없이 고르기도 했습니다. 작품 전개 상으로는, 게헨나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곳을(특히 아비도스 근처를 떠돌듯 합니다. 시바세키 라면 만세) 떠돈다는 점에서 다음 학교로 토스하기도 쉽다는 점도 이유가 되었습니다.

금요일이네요. 모두 1주일 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현생 이슈로 내일도 오전에는 출근을 해야 하지만, 여러분은 감사히 읽어주시고, 즐겁게 갤질하시다가, 내일과 모레 양일 간은 원없이 쉬시는 1주일의 끝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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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4.12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 - 7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62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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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04.12 22:32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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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2

나
ㅇDC
ㅇㅇ124.04.12

이젠 미각까지 잃어버린 센세...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2

놀랍게도 항우울제 투약, 혹은 단약 시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 중 하납니다.

ㅇDC
ㅇㅇ2124.04.13

저거 한 2주일 감

ㅇDC
ㅇㅇ124.04.13

ㄷㄷ

ㅇDC
ㅇㅇ224.04.12
디시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2
디시콘
ㅇDC
ㅇㅇ324.04.12
디시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2
디시콘
ㅇDC
ㅇㅇ424.04.12

넘모 재밌어요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2

정말고 마워요

ㅇDC
ㅇㅇ524.04.12
디시콘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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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스압) 크게 다친 선생님을 걱정하는 케이 만화 .manhwa
그그리는기러기1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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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주의) 유즈, 선생님의 부탁이니까
Nnanagi_illust865
창작
16
피폐) 선생님께 큰 실수를 한 하루나 만화
장장편못함3209
창작
3
피폐) 3년 후 선생님과 맺어지는 노조미 ♨?1͝5͂͗͠♀♥~完~
MMrLazy4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