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대화는 "쌍따옴표", 선생님의 말은 [대괄호]로 표시됨
Blue Archive: Visitor From Underground #7
심판자의 각성
이것으로 대책위원회 편은 완결입니다.
다음 회차를 거쳐 파반느 편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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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것은, 호시노가 남긴 퇴부・퇴회 신청서와 모두에게 남긴 편지였다.
편지에는 어젯밤 그녀가 말했던, 검은 양복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곳을 떠난다는 것에 더해, 모두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시로코, 노노미, 세리카, 아야네, 선생님. ……그 안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스레 한 장씩 써 내려간 편지 중, 나는 내 앞으로 온 편지를 손에 들었지만, 읽으려던 손이 멈췄다. 하지만 읽든 읽지 않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걸 이해하자 멈춰 있던 손이 편지를 넘기고, 내용을 마주하게 되었다.
"샌즈 군, 미안해. 모처럼 입학해 준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이별이라니."
"하지만 내겐 이 방법밖에 없었어. 모두에게 더 이상 고생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분명 이곳보다도, 다른 학원 쪽이 샌즈 군을 도와줄 사람이 더 많을 거야."
"…그치만, 만약 앞으로도 아비도스에 남아 준다면, 모두를 지켜줄 수 있을까?"
"분명 내가 없어지고 나면,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거야. 거기가 샌즈 군이 나설 차례. 막내 후배에게 무리한 부탁인 건 알지만… 격려해 주거나, 버팀목이 되는 사람만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한번 생각해 줘."
"…그리고, 샌즈 군의 말장난, 아저씨 입장에선 정말 재미있었어."
"………"
…거짓말을 하고 일방적으로 이별을 전하다니, 이건 아니잖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축 늘어진 내 손에서, 힘없이 편지가 떨어졌다.
또 나는, 누군가를 잃는 건가?
또 나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건가?
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가?
"………잠깐, 자리 좀 비울게."
정신을 차려 보니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말과 함께 몸을 일으켜, 발은 교실 문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로 가려고?]
선생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문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시로코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호시노 선배를 찾으러 가려는 거지?"
"……그래."
"…그걸 알고 있다면, 거기서 비켜 주지 않겠어?"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찾으려고?"
아, 아, 그녀의 말이 맞다. 틀린 건 하나도 없어. 하지만 예전 세계에서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고, 초조함에 휩싸인 지금의 나에겐 정상적인 사고 회로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호시노는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잖아…!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건… 맞긴 하지만…"
"그러니까 거기서 비켜 줘.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잃는 건 싫어…!"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순간이었다.
"우와악!?"
폭발음과 함께 충격이 우리를 덮쳤다.
[방금 그건 무슨…!?]
"잠시만요, 지금 위치를 확인 중이에요…!"
아야네가 폭발음의 발생지를 조사한 결과, 특정된 장소는… 아비도스 시가지였다.
"이쪽으로 수백 명에 달하는 PMC 병력이 진격 중입니다! 동시에 시가지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어요!"
…호시노가 이곳을 떠난 걸 알고 병력을 투입한 걸까. 어쨌든, 공격당하고 있다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 방탄조끼를 입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무기를 들고 교실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대책위원회 발견! 이쪽… 아악!?"
바라지 않던 카이저의 병사가 교실로 들이닥쳤다. 사격 직전에 시로코가 공격해 위기는 피했지만… 창밖을 내다보니 이미 무수한 병사들이 학교 부지 안으로 침입하고 있었다.
"정면 현관에서 병력 침입을 확인! 모두, 당장…"
"…자, 잠깐만요!"
"무, 무슨 일인데!?"
"…후문 쪽에서도 침입이 확인됐어요. 우리만으로는 도저히 대응할 수 없는 숫자예요…"
…대응할 수 없다, 인가. 하지만 그건 모두가 같은 행동을 했을 때의 결론. …약한 나라도, 행동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일은 단 하나.
"…그렇다면"
"…샌즈 씨?"
"후문 쪽 놈들은, 나한테 맡겨 줄래?"
내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나 스스로도 제정신이 아닌 말을 하고 있는 건 알고 있다.
"정문 쪽에서 오는 놈들은 너희가 맡아 줘. 나는 최대한 시간을 끌 테니까."
"자, 잠깐만!! 샌즈는 한 발이라도 맞으면…!"
"알고 있어. 하지만 그걸 저 놈들한테 말한들, 생각을 바꿔 줄 리가 없잖아. 승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선택이야."
[…샌즈.]
"예전에 말했잖아, 선생? 난 최약체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생각은 없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날 믿어 줘."
선생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래.' 하고 중얼거리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알겠어. 나는 샌즈의 말을 존중할게.]
[하지만,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말고 우리를 불러.]
"응응☆ 무리는 금물이에요~?"
"…그래, 너희도야?"
이렇게 해서 나는 후문 쪽을, 나머지는 정문 쪽의 적을 맞서게 되었다. 결정이 났다면 멈춰 있을 여유는 없다. 이미 침입한 병사들을, 도중까지 동행한 모두와 함께 쓰러뜨리며 후문으로 향했다.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인원은 고작 몇 명 정도. 쪽수로 밀어붙이면 끝이야."
"그래. 이 정도면 금방 끝나겠지……"
"…응? 발밑에 뭐가 굴러왔는데"
"뭐 하는 거냐. 임무에 집중……읏!?"
"도망쳐, 수류───────!"
들려오는 비명과 폭발음. 수많은 병사들이 폭발에 의해 보기 좋게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시로코에게 받은 수류탄이 바로 쓸모가 있었다.
지금의 폭발로 병사들이 무수히 대기하던 후문이 빈 틈을 놓치지 않고, 뼈를 생성시켜 막아버린다. 거기에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병사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어 줬다.
"덤벼라, 침입자들. 상대는 나다."
"수수께끼의 뼈가 연달어 출현!! 고립당해서… 크악!!"
"젠장, 사격 방향이 매번 달라져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어…!"
"여기 E팀! 예상 이상의 고전 중입니다!"
허둥대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뼈의 엄폐물 뒤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생각해도 교활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놈들과 대등하게 싸울 수 없으니까.
뼈의 벽으로 그룹을 분단시키고, 고립을 유도해 한 사람 한 사람씩 확실히 해치워 나간다.
그래도 뭉치려는 놈들에게는, 수류탄으로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게 내 전법이다.
뼈 자체의 공격력은 제로에 가깝지만, 예전부터 써온 대로 엄폐물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아래에서 튀어나올 때의 힘으로 공중으로 날려 떨어질 때 낙하 대미지도 기대할 수 있다. 이야, 만능이구만?
"……이런, 탄이 다 떨어졌네."
"…그렇다면…"
예비 탄약은 가지고 왔지만, 솔직히 재장전할 시간 따위는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건…
"빌려갈게."
틈을 타, 정신을 잃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병사의 총을 대신 사용한다는 전략. 크기는 내가 가진 기관단총과는 꽤 다르지만, 아비도스의 모두에게 대체적인 총기 사용법은 전수받아 두었다. 약간의 오차 정도야 문제없다.
겨우 학생, 겨우 몇 명 정도의 전력. 자신들의 그런 자만심 때문에 밀려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정문에 있는 부대에 증원을 요청했지만, 저쪽도 화려하게 박살나고 있는 모양이다. …뭐, 애초에…
"뭘 하고 있나!? 어서 지원을……컥!"
"어이쿠, 통화 시간은 거기까지야."
그렇게 쉽게 연락하게 두진 않겠지만.
이렇게 몰려오는 병사들을 히트 앤 어웨이 전법으로 쓰러뜨리니 수십 분이 빠르게 흘렀다. 증원은 끝났고, 남은 적은 보아하니 십여 명 정도. 전세는 이쪽이 우세……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하아… 젠장… 마력이…"
총과 총알은 얼마든지 보충할 수 있어도, 마력은 줄어들기만 한다.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휴식해서 회복할 틈도 어렵다. 언뜻 보기엔 이쪽이 유리해 보여도 실상은 그 정반대.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격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쳐 있다는 증거다!!"
"……쳇, 정답이야."
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정면에선 아직 모두가 싸우고 있는 중이니까. 나 혼자 게으름을 피우는 건 절대 있을 수 없어. 뼈 뒤에 몸을 숨기고 남은 병사들을 계속 쏜다.
"…아, 이런 타이밍에…"
이게 몇 번째 탄약 고갈인지, 이제는 세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새로운 총을 보충하려고 쓰러진 병사 쪽으로 텔레포트한 바로 그 순간.
"크악……!?"
시야가 아래로 확 쏠리면서 쓰러진다.
……뭐, 당연한 결과지. 이 짧은 시간에 수십 번의 텔레포트를 반복했으니 마력 소모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건, 시로코랑 처음 만났을 때와 똑같은 감각.
……마력 고갈의 증거다.
"찾았다!! 저기다!!"
"안 돼… 크윽……"
도망치려 해도, 몸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간신히 움직이는 손끝으로 모래를 긁을 수 밖에 없을 뿐. 다가오는 병사를 팔로 밀쳐낼 힘도 당연히 없고, 정신을 차려니 어느새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설마 혼자서 이렇게까지 저항했을 줄이야…"
"잘도 우리를 농락해 댔겠다…"
"자, 후문을 막고 있는 저 뼈를 치워라. 명령에 순순히 따르기만 한다면 이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봐주겠다."
"……너희들 명령에 따를 것 같아?"
"사양할게, 그런 건."
"…그런가."
"그럼 너는 여기서 끝이다."
일제히 총구가 겨누어지고, 방아쇠에 손가락이 걸린다. 그리고 이어서 총성이────
[세리카, 부탁할게.]
맹령한 총성이 귀청을 찢는다. 하지만 내 몸 어디에도 총상은 없었고, 총성을 내었으리라 생각했던 병사들은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난 소리였는가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아… 아슬아슬하게, 제시간에 도착했네…"
"……세리카?"
등 뒤에 서 있던 건, 선생과 대책위원회의 모두. 아무래도 총성 때문에 듣지 못했는지, 내가 총에 맞기 직전에 달려온 모두가 남은 병사들을 해치워 준 모양이다.
"선생님도 말했잖아? '정말 위험해지면 망설이지 말고 불러'라고…"
"…미안해, 혼자서 해결하려는 버릇이… 나와버렸네/"
"어쨌든, 샌즈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정문 쪽은 어떻게 됐어?"
"응, 이미 정리했어. 샌즈가 후문을 맡아준 덕분에 손쉽게 끝났어."
"그렇구나."
그 말을 듣자, 어깨에서 힘이 쭉 빠진다. 내가 한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 자신의 행동이 보답받았다는 것.
"그럼, 다행이───"
하지만, 내 상태는 이미 한계였다. 동료들의 안부와 학교를 지킬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안심하자…
내 의식은, 깊은 어둠의 바닥으로 떨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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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석양. 내가 의식을 잃었을 땐 아직 오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꽤 오래 잠들어 있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확인한 건 지금 내가 있는 장소. 내가 누워 있던 곳은 침대였고, 주변에도 침대가 여러 개. …그렇군, 보건실인가.
[아, 깨어났구나.]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건 꽃다발을 안고 있는 선생님.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한눈에 마음이 담긴 것임을 알 수 있는 그런 꽃다발이었다. 그걸 내 옆 선반에 내려놓고, 옆 침대에 앉았다.
"…그건?"
[이건… 그래, 우선 샌즈가 자는 동안 있었던 일을 말해줄게]
선생님이 말한 건, 의식을 잃은 나를 보건실로 옮긴 뒤 모두가 폭발음의 발생지인 시가지로 향했다는 것. 거기에선 카이저 이사가 이끄는 군세가 난폭하게 날뛰고 있었다고 한다.
교전이 시작되었을 땐 병력 차이, 거기에 호시노가 부재였던 탓에 고전하고 있었지만, 거기 나타난 건 다름 아닌 흥신소였다고 한다. 참고로 꽃다발은 흥신소가 없는 사정에 가진 돈을 모아서 사주었다고 선생이 들려주었다. 병문안과, 전의 라멘집에서의 오폭에 휘말린 것에 대한 사과…라고 한다.
흥신소가 참전한 후 전황은 뒤바뀌어, 카이저 쪽은 순식간에 퇴각했고, 호시노를 어떻게 구출할지 고민하기 위해 일단 학교로 돌아와 지금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아냐. 샌즈는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어. 만약 그때 네가 후문을 맡지 않았더라면, 학교에서의 전투가 길어지고 시가지 피해도 커졌을 테니까.]
"…헤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화제를 바꿔, 다음 목표는 선생님이 말한 대로 호시노의 구출. 그래서 선생님은 호시노와 깊은 관련이 있고, 어젯밤 그녀와의 대화에서도 언급된 '검은 양복'과 교섭하기로 결정한 듯하다.
"괜찮을까? 그 검은 양복이라는 사람, 당신에게 뭔 말을 할지, 행동을 할지, 전혀 짐작이 안 가는데?]
[그러게. 하지만 그도 나처럼 '어른'이야. 함부로 폭력에 의지하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있어]
"…어른들의 싸움, 이라는 거군"
그래도 역시, 걱정되는 건 변함없다. 낮의 전투에 참가하지 못했던 만큼, 나도 뭔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럼, 난 당신의 호위로 따라갈까?"
[고마운 말이야. 하지만 이건, 네가 말했듯이 '어른의 싸움'. 학생인 널 끌어들일 순 없어]
"이봐, 확실히 신분상으론 학생이긴 해도, 나름 나도 나이 꽤 먹었다고? …몬스터 기준으로는 아직 애송이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도와주게 해줘. 당신이 학생들을 지키듯이, 나도 당신을 지켜야 하잖아?"
나의 말을 듣고 선생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응, 그래. 그럼 너의 호의를 받아들이록 할게, 샌즈.]
"그래. …그럼, 결정됐으니까…"
["슬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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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역에 있는 빌딩을 엘리베이터로 올라간 끝에, 우리는 검은 양복이 있다는 방 앞에 도착하였다. 주변은 검은 양복의 불가해한 존재를 가리키는 듯 형언하기 어려운 기묘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게."
"생명의 위기를 느끼면 바로 방에서 뛰쳐나와 나를 붙잡아. 빌딩 입구로 텔레포트해서 재빨리 도망칠 테니."
[알겠어.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나도 최선을 다할게.]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이쪽을 향해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문을 마주하고는 노크를 한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
...
......
.........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몇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몇 분도 지나지 않았을까.
방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이 나름대로 싸우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몇 분 후. 발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문이 열렸다. 선생님이다.
[다녀왔어, 샌즈.]
"어서 와. …그래서, 뭔가 성과는 있었어?"
[응.]
방 안에 있는 검은 양복이 대화를 들을 가능성을 고려해, 우리는 빌딩을 나와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검은 옷과의 교섭은 수십 분에 걸친 대화 끝에 결렬. 뭐, 원래부터 호시노를 노리고 있다는 녀석이 내는 제안에 대단한 게 있을 리 없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지만.
하지만 어째서인지, 검은 양복은 호시노의 행방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선생님 말로는 '그는 나를 호의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라는 것이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놈이다.
"아비도스 사막의 PMC 기지에 있는 실험실, 인가. 알았다면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네."
[그래.]
"그럼 어서 학교에……"
"……선생. 게마트리아는 당신을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래. 좋을 대로 해.]
"…그리고, 지금 이 방 밖에 있는 해골 분도 말입니다."
[…!?]
"그는 이 세상과는 다른 장소에서 흘러들어온 존재, 그렇지 않습니까?"
[…어떻게 그걸 알고 있지?]
"저희의 정보 수집 기술은 아주 뛰어나서요. 몇 주 전, 당신과 함께 행동하는 모습을 포착한 직후부터 이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언젠가 그는,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분명 샌즈의 의지가 아니야.]
[샌즈는 우리의 소중한 동료야. 모욕은 용서하지 않겠어.]
[………]
"…선생, 왜 멍하니 서 있어?"
[……아, 미안. 잠깐 생각 좀 하고 있었어. 어서 모두에게 알려야겠네.]
"그래. 나를 붙잡아. 학교까지 최단 거리로 '지름길'이야."
[잘 부탁해.]
무언가를 곱씹는 듯한 선생님의 모습이 조금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쓸데없는 추궁은 자제하고, 대책위원회 모두가 기다리는 학교로 선생님과 함께 돌아갔다.
"어서 와, 선생님, 샌즈."
"뭔가, 수확을 얻은 얼굴이네."
밖은 이미 깊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실에는 모두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의 보고를 듣기 위해, 자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다시 한번────"
[호시노를 구하러 가자!!!]
"내가 여기 오는 건 처음이네."
다음 날 아침, 나는 선생과 함께 게헨나 학원을 방문했다. 3대 학원 중 하나라 그런지 학교라기보단 요새 같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왜 이런 곳에 와 있는가 하면 이유는 단순하다. 협력자를 구하러 온 것이다.
상대는 키보토스 전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기업. 아무리 소수 정예인 아비도스라고는 해도, 우리들만으로는 대응이 곤란하기 짝이 없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뭐? 선도부장을 만나고 싶다고?"
게헨나의 병력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도부에 협력을 요청하러 왔는데, 거기 나타난 것은 선도부원 중 한 명인 갈색 피부의 소녀였다. …아, 기억났다. 분명 '이오리'라는 이름이었지.
"게헨나의 선도부장을 그렇게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이쪽 사정을 모른다고는 해도 참 강경한 어조다. 아니면 지난 일로 아직 앙심을 품고 있는 걸까… 어쨌든, 협상을 시도해봐도 그녀는 태도를 바꾸려는 기색이 없다.
"뭐, 혹시 모르지. 내 발이라도 핥으면……"
"……야, 너…"
아무리 그래도 도가 지나치다. 그녀의 제멋대로인 제안에 참을 수 없게 되어 항의하려 한 순간, "히꺄악!?" 하는 이오리의 날카로운 비명이 넓은 교내에 울려 퍼졌다.
…불길한 예감이 스친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며, 그녀의 발밑을 바라보니…
"………진짜, 냐고."
…선생이, 열중해서 이오리의 발을 핥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망설임 없이 핥기로 선택하는 건 이성을 의심케 한다.
"어른으로서의 자존심이라든가, 인간으로서의 망설임 같은 건 없는 거야!?"
"너가 그렇게 말했잖아!?"
"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다 큰 어른이 나이 어린 소녀의 발을 핥는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돌아가고 싶다. 관계자로 취급받기도 싫다.
"어째 즐거워 보이네?"
"…너는."
…소란을 들었는지, 위원장이 직접 나타났다. 그녀가 선생님의 각오에 관심이 있던 것도 잠시, 이오리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아니라 발을 핥고 있는 것이라고 전하자…
"!!!???"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방금 전까지의 위압감은 온데간데없고, 또래 나잇대의 소녀답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래도 되는 건가…?
"봐, 저 사람……"
"선도부원의 발을 핥고 있어……"
"그만!! 이건 구경거리가 아냐!! 돌아가, 돌아가!!"
"지금 이 순간 제일 부끄러운 건, 같이 있는 나라고!!!"
…그 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게헨나와 협력 관계를 맺는 데 성공했다. 뭐… 형태는 어떻든, 학생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교사의 각오가 증명된 덕분일지도… 모른다.
…이오리의 발을 핥고 있던 선생님이 기뻐 보였던 건 착각이였길 바란다.
"응, 준비 완료."
"보급도 충분하고, 간식도 듬뿍 챙겼어요!"
"…소풍이라도 간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우리가 게헨나와 교섭하고 있는 사이, 대책위원회의 모두는 이미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노노미가 들고 있는, 과자가 터질듯이 들어있는 봉지가 신경 쓰이긴 하지만.
"그런 샌즈 씨야말로, 후드티 주머니에 뭔가 들어있죠♪"
"아, 이건 말이지…"
나도 뭐라 할 처지가 아니지, 하고 생각하던 찰나 노노미가 지적해왔다. 나만 감추는 건 안 되지 싶어 주머니에서 꺼낸 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붉은 액체.
"…혹시, 그거…"
"……그래."
"케첩이다."
케첩이 나올 줄은 예상 못 했는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세리카는 질린 듯한 표정이었다.
케첩은 내 최애 음식, 그것도 직접 마실 정도의 진정한 '케첩러'인 나는,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마력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이게 있으면 장기전도 문제없다. 그렇게 말하자 다들 이해해 주었다.
"…자, 마음을 가다듬고…"
[그럼, 출발!]
"네! 호시노 선배 구출 작전…"
"시작입니다!!"
──────────────
"다들 괜찮으세요?"
"응."
"완전 괜찮아!"
"나도 아직 할 수 있어."
가는 길에 몇 번이고 카이저의 병사들과 교전했지만, 선생의 지휘가 있는 우리를 그 정도로 막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호시노가 있다는 PMC 기지 근처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전방에 적을 발견했습니다!!"
"거리는 2km, 곧 마주칩니다! 여러분, 대응 준비를……!"
질리지도 않고 병사들은 계속해서 밀려온다. 다가온다면 격퇴할 뿐, 총을 겨누려던 찰나, 아야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정도의 굉음과 함께, 적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위치에서 이곳에서도 뚜렷이 보일 만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시로코의 말로는 지금 포격은 트리니티의 것 같다고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트리니티에 협력을 요청하러 간 기억은 없다. 애초에 언제, 어디서 트리니티와……
…아니, 있었다. 분명히 있었다. 몇 주 전, 블랙마켓에서 만난, 함께 은행을 턴 그 소녀…
"아, 아우…… 저, 저예요……"
내 예상이 사실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이쪽으로 접근해오는 드론 한 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다, 히후미. 너 덕분에 살았어……"
"아, 아니에요! 저는 히후미가 아니라 '파우스트'예요!"
"아니 그래도 히후…"
"파 우 스 트 예 요 ! !"
"…미안."
…히후미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히후… 아니, 파우스트는 우리를 지원해준 견인식… 유탄포?가 트리니티의 것과 매우 흡사하긴 하지만, 관계는 전혀 없다고 한다.
…언젠가 히후미를 만났을 때를 위해, 뭔가 선물이라도 준비해둬야겠네.
우선은 현재 상황을 정리하자. 적은 방금의 포격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고, 혼란에 빠졌다. 지휘계통이 마비되어 약해진 상태라면… 지금이야말로 공격할 때다.
호시노가 포로로 잡혀 있는 이상,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모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위를 계속 살피며, 뼈로 총알 세례를 막아낸다.
그리고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뼈를 쑥 내밀어, 튕겨 나간 병사를 추격하듯 쏘아 맞춘다. 마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케첩 보급도 잊지 않는다.
도중에 몇 대의 군용 헬기와도 교전했지만, 여기서 활약한 것이 바로 파란 뼈다. 설명도 없이 가만히 있는 게 정답이라곤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갑자기 공중에서 멈춰 선 헬기를 어찌할 바 몰라 발버둥치는 사이, 노노미의 집중 포격을 맞고 산산조각이 났다.
이렇게 끝없이 나타나는 적들을 하나씩 박살내고, 박살내며 나아가… 뭐, 그렇게까지 쉬운 전투는 않았지만, 게헨나 선도부와 파우스트의 지원 덕분에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
"...여기, 학교야?"
모래에 파묻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세리카의 말에 의해,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학교의 정문으로 보이는 벽, 그리고 모래먼지에 덮여 칙칙하지만 시계로 보이는 무언가. 틀림없이 학교다. 모래에 파묻혀 있는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아비도스 고등학교보다 훨씬 큰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호시노가 들려준 아비도스의 사정이었다. 쌓여만 가는 빚과 사막의 모래바람 때문에 수많은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떠나갔다는 이야기. 만약, 한때의 아비도스가 키보토스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학원이었더라면…… 그렇게 하나의 추측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래. 여기가 바로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본관이다.”
비아냥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굳이 뒤돌아볼 필요도 없다. 목소리만으로도 그 정체는 명확했다.
“이 먼 곳까지 잘도 왔구나,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수많은 부대를 이끌고 나타난 것은, 아니나 다를까 카이저의 이사였다. 얼마 전 대책위원회… 정확히는 우리와 흥신소에게 패배한지 얼마나 됐다고, 잘도 왔다.
경계하는 우리를 힐끗 바라보며, 이사는 아비도스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놈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싶진 않았지만, 내 추측대로 아비도스는 과거 키보토스에서 가장 강대한 학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남아 있는 학생들은 물론, 과거의 학생들의 존엄을 짓밟기라도 하듯, 게마트리아가 이곳에 실험 시설을 세운 것도.
“그렇군, 니 말치곤 드물게 도움이 됐어. …그래서, 호시노는 어디에 있지?”
“그 부학생회장이라면, 저쪽 건물에 있다. 어쩌면, 이미 실험이 시작됐을지도 모르겠군.”
이사는 옛 아비도스 학교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있는 무기질적인 건물을 손으로 가리켰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사가 여기에 있다는 건 우리의 호시노 구출 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왔다는 거겠지.
게다가 아까 아야네의 통신에 따르면, 적은 전 병력을 투입해 이쪽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목표는 바로 눈앞인데, 닿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응, 그럼 여긴 나에게──”
희생을 하려 했는지 시로코가 목소리를 내는 순간, 마치 '그렇게는 두지 않겠다'는 듯, 주위에서 폭발이 여러 차례 일어난다.
혹시 양측의 전력이 줄어든 틈을 타서 어부지리를 노리는 제3세력이라도 나타난 건가 싶어 전투 태세에 돌입하지만, 이내 그 원인이 다름 아닌 어느 한 집단의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그럴 리 없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린다. 왜냐하면…
“짜안~! 야호~☆”
“흐, 흥신소 여러분…!?”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이제는 익숙하다고 해도 좋을 평소의 네 명. 흥신소 4인방이었기 때문이다.
“…아. 기운을 차렸구나.”
카요코가 이쪽을 알아차린다.
“아아, 나를 위해 병문안 꽃 사다 준 거 고맙다구. 기뻤어. 혹시 도와주러 온 건가?”
“그래. ……흥, 몰래 뒤에서 지원할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잘 되진 않았네.”
“그렇군…
이 타이밍에 와주었다는 건, 그녀들이 하려는 일이 하나뿐이라는 걸 의미했다. 주변 모두도 그것을 짐작했는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감은 여전히 예리하네, 대책위원회. 우리가 왜 여기 왔는지, 뻔하잖아?”
“여긴 우리에게 맡기고 먼저 가!!”
역시나, 하고 속으로 감탄한다. 내가 원래 있던 세상의 만화에서도 비슷한 전개를 본 기억이 있었는데, 또렷하게 떠올랐다.
“너희한테는 계속 신세만 지네. 나중에 보답할 때는, 실컷 쏴야겠어?”
“네, 이 은혜는 꼭!”
“응, 고마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병사들이 일제히 총구를 겨눈다. 그러나 그것은 흥신소의 손에 의해 쉽게 막혔다. 흥신소가 버텨주는 사이, 우리는 호시노를 구출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호시노 선배의 위치, 확인했습니다!”
“저기예요! 저 벙커의 지하에!”
목표 지점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미터, 또 1미터로 가까워진다, 탈진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케첩을 섭취해가며 사막을 달리는 그때, 놈이 나타났다.
“너희들…”
…슬슬, 뭐랄까 진저리가 난다. 카이저의 이사다. 그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손은 넘치는 분노에 떨리고 있었다. …화내고 싶은 건 이쪽인데 말이지.
“대책위원회…… 너희들은 정말 눈엣가시였다.”
이사는 자기 멋대로, 독선적인 원망을 우리에게 쏟아낸다. 모든 건 자기 손으로 시작해놓고, 마치 우리 쪽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태도는 극도로 불쾌했다.
“그렇게 혼내줬건만, 철저히 괴롭혀줬건만, 매일매일 그 즐거운 얼굴을 하고서!!!”
“너희들 때문에, 내 계획이!! 내 계획이!!!”
“애한테 질투하는 어른 만큼 보기 흉한 것도 없어. 더 이상 화내면 혈압 올라간다?”
“…앗, 로봇이라 피도 없었지?”
“……크윽!! 이놈도 나를 조롱해…!!”
“…나와라, 『골리앗』!!!”
이사의 신호에 따라 나타난 그 병기는, 다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전차보다 거대한 몸체를 지녔음에도 매끄럽게 움직이며 다가오는 모습은, 우리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해도,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소중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카이저와의 결전을 시작한다.
─── ───
“하앗!!”
세리카의 총에서 발사된 탄환이 골리앗의 기체에 직격한다. 그것을 신호로, 노노미의 기관총이 탄막을 쏟아내며 골리앗의 사격을 튕겨내는 동시에 본체에 확실한 대미지를 주고, 시로코의 드론에서 발사된 미사일의 충격으로부터 골리앗은 잠시 후퇴한다.
“………!”
“공격이 옵니다! 샌즈 씨!”
“맡겨둬.”
그럼에도 골리앗은 머뭇거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간다. 역시 저 이사가 최종국면까지 아껴두었던 병기라고 해야 할까.
장비된 수많은 화기에서 다시금 탄막이 쏟아진다. 엄폐물들은 골리앗의 맹공으로 인해 거의 모두 무력화됐지만, 내 뼈로 인해 착탄은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불길한 소리가 났는데… 이거 큰일났네.”
[…금이 갔어.]
그 일격은 강력했다. 지금까지 손상된 적 없던 내 뼈에 금이 가 있었다. 한 발 정도는 확실히 막을 수 있지만, 다음 공격도 버틸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 없다. 만약 파괴된다면 당연히 무방비 상태가 되고, 흩뿌려지는 뼛조각에 숨어 있는 모두가 다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뼈를 계속 꺼내 쓰면 되겠지만, 당연히 내 마력이 무한한 건 아니다. 무턱대고 계속 꺼내면 마력이 고갈되고, 그대로 과녁판이 될 수밖에. 마력을 회복시켜 주는 케첩도 얼마 남지 않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그로부터 수십 분이 지났지만, 전황은 평행선…으로 보였을 뿐, 실은 우리가 불리한 상태였다. 탄약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모두 지쳐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싸웠던 그때의 내 모습과 꼭 닮은 상태다.
한편 카이저 측은 대기업답게 탄약이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장전되는 탄환의 위력이 강해지고 있었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 상대의 심신을 모두 지치게 한 뒤에, 미리 준비해 둔 강력한 병기로 마무리를 짓겠다는 전략이겠지.
"꺄아악…!"
"…! 노노미!!"
골리앗의 공격을 피하려 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다리에 피탄당한 노노미를 뼈로 감싼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추가 사격이 날아왔지만, 간신히 막아낼 수 있었다.
"노노미 선배, 시로코 선배, 세리카 쨩, 샌즈 씨…"
"탄약이… 이제 거의…"
"…응, 이제 슬슬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정말이지… 끈질기기 짝이 없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들은 한계 직전이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 위기를 돌파할 방법은…
"………아니, 하지만 ‘그거’는…"
…있긴 하다. 내가 두려움에 봉인해 둔 그게. 쓰기에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타이밍. …하지만… 하지만…
…여기밖에, 없다.
"……"
각오를 다지고, 발동시키기 위해 왼손을 들어 올린다.
"ㄴ... 너... 그렇게나 날 싫어했니?"
"그...그래도! 난 널 믿어!"
"이 세계는 살아남을거야...!"
"제... 제 팬클럽에 들어오고 싶지 않으신가 보군요…?"
"자네……어째서……
"제발 날 죽이지 말아줘.
"───── 끅, 어…우웩……"
…안 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두려움이 마음을 잠식한다. 손발이 떨리기 시작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어졌다.
「아아, 아아…… 나는……」
오열이 터져 나온다. 시야가 일그러진다. 애초에, 난 무리였던 거다. 누군가를 구하는 일 따위. 결국, 난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
"……!?"
모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와중에도, 나는 안전한 곳에서 그저 웅크린 채 비참하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 다들.
…………아니야, 틀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윽."
떨리는 다리를 다그치며 일어선다. 분명 나는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 소중한 동료도, 친구도…… 가족도.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 과거는 바꿀 수 없는 법이다. 호시노를, 모두를 구할 수 있는가는 앞으로의 이야기.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다.
"………이제는, 누구도 잃지 않겠어"
남은 케첩을 전부 들이킨다. 거의 다 소진된 마력이 다시 온몸을 돌기 시작한다. 일그러졌던 시야가 제자리를 찾고, 지금 쓰러뜨려야 할 위협을 똑바로 응시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있는 힘껏 외치며, 자신을 억누르던 공포를 떨쳐낸다. 언제까지나 지키지 못한 과거에 얽매이지 마. 지금은, 지금 지킬 수 있는 것을 온 힘을 다해 지켜내는 거야.
"───────와라."
내 목소리에 따라 나타난 거대한 용의 두개골. 가스터 박사와 우리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언젠가 벌어질지 모를 지하세계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
…그래, 가스터 블래스터다.
"……"
"…오랜만, 이야."
"갑작스럽게 미안하지만… 너희 힘을 좀 쓸게."
돌아오는 말은 없다. 하지만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적을 소멸시킬 광선을 발사하기 위해 충전을 시작한다.
"모두!! 피해!!"
"지금 목소리는…"
[샌즈…?]
"집중해주세요! 저 거대한 해골 같은 것에서 막대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됐어요!!"
"…저걸로 끝장을 낼 생각인 것 같아."
"모두, 샌즈 씨 말씀대로 피하세요!!"
내 목소리가 닿았는지, 대책위원회의 모두가 블래스터의 사정권에서 벗어난다. …이제 주저없이 쏠 수 있어.
"저게… 뭐야…"
"이사님! 저 떠 있는 물체에서 거대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피해라. 발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을 테니, 빗나간 후의 틈을 노려라"
"알겠습니다."
"…어, 어라…?"
"……어째서, 이동하지 않는 거지!?."
"그, 그게… 꿈쩍도 안 합니다, 골리앗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장 움직여!!"
"아, 아닙니다! 움직이려고는 하고 있어요!! 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어요!!"
"……너희는, 못 도망가."
또 하나 쓰지 않고 있던 능력… 중력 조작으로 저 거대한 녀석을 붙잡는다.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하고 있겠지만, 미동조차 없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당황한 이사 측은 기체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두드려보기도 한다.
"……"
"…그래, 완료됐군."
블래스터가 이쪽을 바라본다. 그것은 곧, 광선의 발사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
…때가 왔다. 지금의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주마.
들어올렸던 왼손을 적이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벌해야 할 존재를 포착한 블래스터가 냉혹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지금까지 모은 힘을 모두 해방하려 한다.
"젠장!! 공격, 공격이다! 저걸 부숴버려!!"
"…불가능합니다!! 레버를 당기고 버튼을 눌러도 뭐 하나 반응이 없습니다!!"
자, 카이저의 이사님. 당신도 나름대로 노력은 했겠지. …하지만 당신은 그 방향을 잘못 잡았어.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했던, 과대망상광Megalovania에게 베풀 자비는 없어.
"너 같은 놈은…"
"지옥에서, 불타 버려야 해."
순간, 내 왼쪽 눈이 인내의 하늘색과 정의의 노란빛으로 빛나며, 일섬의 광선이 방출된다.
폭풍에 의해 지면이 도려내지고,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잔해를 먼 곳으로 날려버린다.
들리는 것은 굉음, 보이는 것은 시야를 가득 메운 눈부신 섬광뿐이다.
──────────────
"…고맙다. 역시 너는 의지가 돼."
역할을 마친 블래스터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골리앗의 잔해와 불에 타 쓰러진 이사의 모습 뿐.
"젠장… 젠장할…!"
땅을 기며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이사장에게 다가간다.
"…인과응보야, 이사님."
"이 비겁한 자식이…! 저런 걸 숨겨두고 있었다니…!"
"그건, 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
패배가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거만한 말투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패배라는 현실을 그의 오만한 자존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걸까.
"기억해 둬라… 언젠가, 이 굴욕을 몇 배로 되갚아주마…!"
"……반성은 없나 보군. 그럼 넌 조금 더…"
다시 중력 조작을 발동해, 이사를 공중에 띄운다. 그는 '놔라!'라고 몇 번이고 떠들어 대지만… 당연히 그럴 생각은 없다.
“끔찍한 시간을 겪게 해 주겠어.”
[샌즈!!]
“대활약이었어요~♪ 착하다 착해, 예요☆”
“잠ㄲ… 뭐, 고마워.”
선생님 일행이 급히 달려온다. 모래먼지로 옷은 더럽혀졌고, 아까까지의 격투로 부상을 입은 이도 있었지만, 일단 전원이 무사함을 확인한다. 다시금 이 세상에 사는 소녀들의 강인함에 놀랐다.
“…저기, 샌즈. 저건 뭐야?”
"저건…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거지.”
세리카가 전봇대에 매달린 이사를 가리킨다. …솔직히 좀 지나쳤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 그녀들을 계속 괴롭히며 제멋대로 살아온 자의 말로라면 어울릴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걸로 방해꾼은 사라졌어. 그렇지?”
[응. 이제 호시노가 있는 그곳으로 가기만 하면 돼.]
“그래! 아직 늦지 않았을 거야!”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호시노의 구출이며, 카이저를 응징하는 것이 아니다. 신음 소리를 내는 이사는 내버려 두고, 호시노가 붙잡혀 있는 곳으로 우리는 달려갔다.
───
“도착했네요…”
[하지만… 으으윽…… 안 열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해 시설 안을 뛰어다니다가, 호시노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실 앞에 도착했지만, 눈앞에 버티고 선 건 열리지 않는 문. 밀어도 당겨도 꿈쩍도 않는다.
“죄송하지만, 샌즈 씨. 아까 그걸 다시 쓴다면…”
“…미안. 사실 이렇게 서 있는 것 만으로도 한계야. 지금의 난 아무것도……”
“……응?”
““아야네(짱)!?””
옆을 보니, 학교에 있었을 터인 아야네가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샬레에서 빌려준 헬기를 타고 온 모양이다. 거기서부터 아야네도 가세해 문을 여는 방법을 이것저것 시도하지만, 전부 실패하고 만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세리카가 '비켜!' 라고 하며 우리를 밀어내고 문 앞으로 나선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났나 했지만, 내가 상상도 못 했던 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걸 보고, 이건 두뇌가 아닌 물리로 밀어붙이겠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이해한다.
“정말!! 답답하잖아!!”
“이얏!!”
인내심이 바닥난 세리카가 문을 힘껏 걷어차자, 문은 ‘쾅’ 소리를 내며 찌그러지고, 걸쇠까지 함께 부서진다. …화재 현장의 괴력*이라는 건 정말 대단하다.
(※역주: 화재 현장의 괴력: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이 평소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일의 관용 표현.)
“호시노 선배!!”
방 한가운데서 구속되어 있는 호시노를 발견한다. 역으로 말하면 그것뿐이다. 걱정하던 실험이 진행된 흔적은 없었다.
이런 음침한 곳에 오래 머물 이유도 없다. 우리는 구속구를 풀고 모두 힘을 합쳐 호시노를 안고 방을 빠져나왔다.
“………”
“이거… 무슨 상태인 거지?”
구출 자체는 성공했지만, 호시노는 멍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교실에 놓여 있던 편지 내용으로 보아, 그녀는 아마 영원한 이별을 각오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구하러 온 이 상황을, 꿈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걸까…”
“응,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어서 깨어나게 해 줘야겠네.]
장기전으로 지친 모두를 대신해 선생님이 시설 입구의 문을 쾅! 하고 힘차게 연다.
……눈부시다. 석양이 쏟아져 들어온다. 오전, 그것도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부터 작전을 시작했다고 생각하면 꽤 오랜 시간 전투를 벌인 셈이다. 밖으로 나와도 여전히 호시노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모두가 동시에 호시노의 이름을 외쳤다.
““““호시노 선배!!!!””””
모두의 목소리가 또렷이들리자, 석양에 비춰진 호시노가 고개를 천천히 든다. 그녀의 눈동자에 ‘거기’에 있는 모두가 뚜렷이 비치며, 생기가 없던 눈에 다시 빛이 돌아온다.
“어, 어라… 어떻게……”
“어째서…… 분명…… 나는……
[호시노.]
그래도 아직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지 호시노는 몇 번인간 눈을 깜빡인다. 몇 초 뒤, 모두가 자신을 구하러 와준 것을 이해한 듯, 표정이 점차 부드러워진다.
“그랬구나…… 모두가, 선생님이……”
“어른이, 아…하하”
서로가 재회를 기뻐하는 그 광경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드디어 누군가를 구할 수 있었고, 누군가의 미래를 지킬 수 있었다.
“…다행이네.”
“아, 찾았다! 샌즈 씨도 이쪽으로 오세요!”
외부인이 감동의 재회를 방해할 수는 없다고 구석에 숨어 있었는데, 아야네가 손을 끌어 모두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헤헤… 샌즈 군도 와줬구나.”
“응. 게다가 샌즈는 이번의 MVP야.”
“맞아요~! 커다란 해골로 카이저를 쾅! 하고 날려버렸거든요☆”
…뭐랄까, 내가 한 일을 말로 설명받으니 괜히 민망하다.
“괜찮을까? 호시노처럼 아비도스를 지켜온 것도 아니고, 세리카랑 아야네처럼 아비도스에서 자란 것도 아닌 내가 이런 중요한 순간에 함께 있어도…”
“무슨 소리야! 입학을 신청한 건 다름 아닌 샌즈잖아!
“그, 그래요! 그렇게 자기를 낮추지 마세요!”
“응응♪ 샌즈 씨는 이미 저희의 소중한 동료예요~!”
“응, 그 말이 맞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녀들이 그렇게 말해주는 이상, 더는 자책하지 말자. 아비도스의 한 학생으로서, 당당해져야지. …고마워, 모두.
“…그럼, 아비도스의 일원으로서 호시노에게 말해 줘야겠네.”
“…어서 와, 라고 말이야.”
“!……어, 어서 와! 선배!”
“호시노 선배, 어서 오세요!”
“응응! 어서 와요!!”
“어서 와, 호시노 선배.”
“…아하하……”
호시노는 어딘가 곤란해하면서도 기쁨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었다.
“……뭔가 다들 기대에 찬 표정인데… 원하는 건, 그 대사?”
“시, 시끄러!! 뜸 들이지 말란 말야!!”
“으헤~…… 귀여운 후배들의 부탁이라면 모른척할 순 없겠네……”
“다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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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샌즈가 가스터 블래스터 소환했을 때 온몸에 전율이 흘러버렸을지두??
Megalovania는 샌즈의 테마곡, 샌즈 눈동자의 인내의 하늘빛과 정의의 노란빛은 언더테일 영혼의 색깔 상징임(여섯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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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와! 샌즈!
와!
샌즈는 각설이마냥 매년 돌아오네
소설 안읽는데 제목에 '샌즈' 보자마자 홀린듯이 눌렀음
와 씨빨쌘쯔
Ao3 번역 쓰레기라 안보고있었는데 존나 고맙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