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10615자
최종편 스포일러
"선생님! 이거 여기다 놔도 되는 거야?"
『고마워』
『거기 부탁해』
"오케이! 맡겨둬!"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내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아리스! 그것도 이쪽으로 가져와!"
"네!, 아리스,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저번에 했던 약속대로, 모모이가 아리스를 데리고 왔다.
미도리는 신작 게임용 컨셉 아트를 그리고 있는데, 마감을 앞두고 살기를 내뿜고 있어서 두고 왔다고 한다.
참고로 유즈는 캐비넷 안에서 미도리를 돕고 있는 듯 하다.
모처럼 아리스도 왔으니 사실은 같이 게임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아리스에게 『심인성 실성증으로......』라고 설명하자, 아리스는 「아리스가 선생님 마음의 피로를 풀어드리겠습니다!」라고 기운차게 말하며, 메이드 용사 모드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모모이는 거기에 휘말려 함께 샬레 집무실 정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귀찮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 취미용 선반을 맡겨보니 피규어 같은 것에 흥미가 생긴건지 장소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정리에 참여하게 됐다.
그 보람도 있어서 순식간에 청소는 끝났다.
답례로 둘에게는 조금 비싼 아이스크림을 선물한다.
『도와줘서 고마워』
"이 정도는 별거 아냐!"
"아리스도 힘냈습니다!"
아리스는 에헴, 하고 가슴을 편다.
그러자 목 주위에 먼지가 묻어 있어서 닦아 주었다.
그걸 본 모모이가 뭔가 번쩍인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리스 잠깐 와봐!"
"네...... 흠흠, 그걸 쓰고, 선생님에게 그걸 말하면 되는 거죠?"
모모이와 작전회의를 마친 아리스가 이쪽으로 걸어왔다.
모모이는 소파 뒤에서 빼꼼 보고 있다.
아리스는 내 앞까지 오더니 눈을 치뜨고는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선생님....... 아까 아리스의 가슴을 만지셨죠.......? 아리스는 상처받았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사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만......."
.......그렇군. 내게서 용돈을 뜯어내려는 작전인가.
확실히 이번 달은 신작 게임이 몇 편 나오기 때문에 돈이 부족하다고 했다.
당연히 가슴은 만지지 않았고 모모이의 손에는 안약이 쥐어져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뭐 이런 건 만져졌다고 느낀 쪽의 의견이 더 강하고......
자 그럼, 어떻게 회피할까...... 하고 생각중이었는데,
『유감이지만』
『모모이의 뒤를 봐』
"뒤라니―― 앗."
"......모~모~이~~~?"
"우왓, 유우카!? 어째서 여기에!?"
모모이의 뒤에는 귀신 같은 형상을 한 유우카가 서 있었다.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동안 유우카에게는 샬레의 대외적인 경리 처리를 맡기고 있었다.
아마 이 시간은 비품 구입에 대한 협의가 있었을 테니, 일찍 끝난 걸 보고하러 온 것 같다.
.......그래서 모모이가 아리스에게 나쁜 일을 가르치는 장면과 마주치게 됐고.
완전히 타이밍이 나빴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정말이지...... 아리스쨩에게 뭘 가르치고 있는 거야!"
"아리스, 도망가자!"
"으으, 선생님....... 아리스는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
"야! 모모이, 기다려!"
◇
세 사람이 우당탕 나간 뒤 오늘 점심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미식연구회의 하루나가 호출했다.
모모톡을 본 아로나가 「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요! 모처럼 피로를 풀고 있는데 위험합니다!」 라고 말렸지만, 가능하면 학생에게는 평등하게 대해주고 싶다.
아로나와 「사건이 터지면 바로 돌아간다」라는 약속을 하고 미식연구회에 가기로 했다.
『안녕』
"선생님, 안녕!"
"어머, 선생님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보군요."
미식연구회 아지트(라고 하루나가 제멋대로 부르는 건물)에 도착하자 4명 모두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선물로 아이스크림을 가져왔어』
"에! 어떤 거!? 맛있는 거야?!"
"준코씨, 맛있는지는 저희가 결정할 일이에요."
4명에게 각각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을 나눠준다.
하루나는 심플한 말차맛.
준코는 스트로베리 크림.
아카리에게는 조금 큰 초코 아이스크림.
이즈미에게는...... 젓갈맛 아이스크림을 골랐는데, 이거 맛있으려나......
모두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주고 함께 먹기 시작한다.
참고로 나는 실수로 좋아하지 않는 걸 골라버렸을 때 바꾸기 쉬운, 무난한 바닐라맛을 선택했다.
"준코! 그쪽 것도 한 입줘!"
"괜찮긴 한데 젓갈이 안 묻은 숟가락으로 줘. 섞이면 이상한 맛이 날 거 같으니까."
"고마워! 준코도 내꺼 먹을래?"
"아니, 입안이 딸기의 단맛으로 가득하니까 오늘은 짠맛은 됐어."
"어머, 준코씨. 새로운 맛을 탐구하는 것도 미식 연구의 일환이랍니다?"
"알았다고...... 음...... 응? 뭐야 이거, 의외로 잘 맞을지도!"
그 후, 준코가 스트로베리와 젓갈의 믹스를 권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다들 취향에 맞을지 조금 불안했지만 좋아해준 것 같아 다행이다.
아이스크림 때문에 입이 시려서 미지근한 차를 한 모금.
조금 진정된 후 하루나가 본론인 점심 식사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그렇고, 선생님. 목은 아프신가요? 만약 아프시다면 이상적인 미식에서 벗어나 버리기 때문에 매운 건 피하고 싶습니다만."
『다친 것도 아니고, 감기도 아니니까 특별히 아프지는 않아』
『괜찮아』
"그럼 이제 다 나은 건가요?"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목소리가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네』
"정말이지, 선생님이 편향된 식생활을 하니까 그런 거야."
"맞아! 선생님은 좀 더 먹어야지!"
『아마 준코와 이즈미보다는 건강한 식생활일 거 같은데......』
"하지만 선생님. 준코씨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카리씨 말 대로예요. 산해경에는 의식동원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医食同源, 병의 치료와 식사는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근원은 같다는 말)
"맛있는 밥을 먹으면 병 같은 것도 날아가 버리겠지!"
"그래서 오늘 점심의 주제는 "건강 요리"로 정해졌습니다."
목이 병든건 아니지만...... 뭐 세세한건 상관없나.
미식연구회에 온 시점에서 살짝 색다른 점심이 될 거라고는 생각했고.
"――그럼 바로 후우카씨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선생님은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다치지 않게 부탁해......』
◇
십여 분 후, 하루나가 후우카를 데리고 돌아왔다.
"――선생님! 중병이라는 게 사실인가요!? .......어라?"
『안녕, 후우카』
"정말이지, 늦어! 배고파!"
"이즈미는 기다리는 동안 치즈 초콜릿 버거 먹었잖아."
"후우카의 밥은 다른 배인걸!"
"어, 으음, 이건......?"
『미안해』
『목소리를 낼 순 없지만, 아픈 건 아니야』
"......대충 이해했어요. 선생님도 고생이시네요."
후우카는 꽤 서둘러 왔는지 땀을 잔뜩 흘리고 있다.
유우카에게 줄 선물용으로 샀던 조금 비싼 아이스크림을 후우카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하아, 식당을 주리에게 맡기고 왔는데 괜찮을까...... 남은건 따뜻하게 데워서 담아두기만 하면 되는데......"
『그건...... 기도할 수 밖에 없겠네』
후우카와 함께 게헨나 모두의 뱃속이 무사하기를 기원하고 있는데 밖에서 분주한 발자국 소리가 났다.
꽤 많은 인원인 거 같고, 점점 발자국 소리가 늘어난다.
......이따금씩, 「이 근처일거야! 찾아!」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음, 이 소리는?』
"그러니까...... 선생님이 중병이라는 말을 듣고 급양부 트럭을 풀스피드로 몰다가...... 살짝 전차를 들이받는 바람에...... 아마 선도부일 거예요."
"뭐!? 뭘 데려오는 거야! 큰일이잖아!"
"역시 후우카씨의 코너링은 훌륭하네요. 급양부를 그만두고 미식연구회 전속 요리사 겸 운전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안 할거고, 도망갈 수단을 확보하려는 거지?"
"그건 유감이군요."
그러는 사이 점점 발소리는 커졌다.
멀리서 이오리의 목소리도 들려오니 게헨나 선도부가 틀림없다.
각오를 다졌는지 하루나는 벌떡 일어나 미식연구회 멤버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우아하게 도망가죠!"
"그렇네요. 후우카씨의 밥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이즈미도 그만 먹고, 자 빨리!"
"기다려~!"
네 사람은 분주하게 아지트에서 도망쳤다.
멀리서 「선생님, 행운을 빌겠습니다!」 「아얏! .......왜 나만 쏘는 거야!?」 라든가 여러가지 들렸지만...... 아마 무사하겠지.
선도부는 도망친 4명을 쫓아간 듯 하다.
아지트 주위가 점점 조용해진다.
"......하아. 선생님, 어쩌죠?"
『뭐랄까, 미안해.』
"아뇨, 선생님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후우카는 쇼핑백에서 식재료를 꺼내 탁자에 늘어놓는다.
돼지고기, 양파, 무, 간장......
"일단...... 정말 아플때를 대비해서 몇 가지 재료를 사왔으니까요."
생강, 파, 배추, 고등어 통조림.......
목감기에 좋을만한 재료들이 자꾸 나온다.
"선생님도 점심 안 드셨죠? 뭐라도 적당히 만들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고마워.』
그 후, 미식연구회 아지트(폐허)에서 후우카와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돌아갈 때 눈치챘지만, 아니나 다를까 급양부 트럭은 총알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거기에, 게헨나 식당에서는 집단 식중독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
게헨나에서 샬레로 돌아가는 길.
평소와 다른 길을 걷다가 우연히 코우사기 공원 근처에 도착했다.
모처럼이니 텐트 쪽까지 둘러보기로 했는데 사키가 혼자서 무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뭐야, 선생님인가. 이상한 발소리가 나서 누군가 했네."
『안녕』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건 미유에게 들었어. 선생님도 이번 기회에 핸드사인을 배워보는 건 어때?"
『하나 정도는 나도 알아.』
스케치북을 발밑에 놓는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벌려 턱에 대고 손가락을 모으면서 아래로 움직였다.
.......어때?
"......선생님, 그건 핸드사인이 아니라 수화라고."
『어라, 아니었어?』
자신만만하게 해버린 뒤라 조금 부끄럽다.
그 후, 몇 가지 간단한 핸드사인을 배웠다.
......하지만, 「섬광탄」 「돌격」 「그 자리에서 대기」 라니, 사용할 기회는 있는 걸까......?
『그건 그렇고, 다른 애들은?』
"아까 사워실을 빌리러 갔는데...... 못 만났어?"
『마침 게헨나 쪽으로 나가있었으니까 말이지』
모처럼이기도 하고, 핸드사인의 답례로 내가 먹을 예정이었던 선물용 아이스크림을 사키에게 건넨다.
......후우카에게 준 것을 더해 선물은 전부 나가 버렸다.
나중에 또 사놔야지.
"......이 아이스크림, 좀 녹지 않았어?"
『게헨나에 가기전에 샀으니까......』
『생각해보니까 돌아가는 길에 살걸 그랬어.』
"뭐, 이건 이거대로 맛있으니까 괜찮지만. 선생님도 한 입 줄까?"
『그건 간접 키스 권유?』
".......선생님에게 물어본 내가 바보지."
사키가 묵묵히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미야코의 텐트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를 옮긴다.
그러자 뒤에서 위장된 토끼장이 나왔다.
"......깡총이는 그런 곳에 있었나. 미야코가 항상 숨기니까 몰랐어."
『......먹으면 안된다?』
"하, 먹을 리가 없잖아! 미야코의 가족이라고! "
......미야코가 「사키와 모에는 사냥감을 노리는 눈빛을 하고 있다」라고 말한 건 아무래도 착각이었던 거 같다.
모에는 아직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모에인가....... 모에라면 할지도 모르겠는걸......
그런 실례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샤워실을 빌리러 갔던 세 사람이 돌아왔다.
『어서 와』
"방금 돌아왔습니다, 선생님. 샤워실은 사용 후 청소해 뒀으니 안심해주세요."
"쿠히히. 유감이었네, 선생님."
"서, 선생님...... 샴푸가 슬슬 다 떨어질 거 같아서, 혹시 괜찮으시다면 리필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같은 걸로 주문해 둘게』
그 후, 다같이 한동안 깡총이를 귀여워해주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깡총이는 미야코→미유→나→사키→모에 순으로 따르는 것 같았다.
.......확실히 모에의 그 눈은, 깡총이를 숨겨 두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모에에게 깡총이용 물을 부탁하는 동안, 몰래 깡총이를 토끼장에 돌려놓고 숨겨두었다.
다 정리하고 샬레로 돌아가기 전.
갑자기 조금 장난이 치고 싶어져서 뒤로 돌아 사키를 향해 섬광탄의 핸드사인을 한다.
사키는 곧바로 반응해 헬멧을 깊숙이 쓰고 시선을 돌리며 무기를 꺼냈다.
"......"
『미안, 거짓말이야』
"......다음에 하면 경고 없이 쏠 거야."
도망치듯 코우사기 공원을 빠져나왔지만 사키의 그 눈은 진심이었다.
모처럼 알려줬지만 핸드사인은 봉인해두자.
◇
그리고 하루가 끝날 무렵.
유우카도 돌아가고 혼자가 된 샬레의 집무실에서 세리나에게 정기 검진을 받는다.
지금까지도 가끔 불시에 진찰을 하러 와서는 생활 습관에 주의를 주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후엔 매일 진찰을 하러 와 주었다.
"――선생님, 뭔가 숨기는 건 없나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고 벌써 몇 번째 진찰.
항상 「나아지고 있네요」라고 하던 세리나에게 그런 말을 듣고 말았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어?』
"처음엔 하루하루 업무 피로가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음의 피로를 풀어도 어느 지점부터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어요."
확실히 지난 1주일 사이에 상당히 몸이 편해진 거 같다.
......다만, 그래도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혹시 뭔가 학생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민이 있고 그게 트리거가 되어 실성증을 일으키는 건 아닐까 해서."
".......저로서는 상담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인형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편해질 수 있답니다. 너무 많이 짊어져서 무너지는 게 제일 나쁜 일이니까요."
어떻게 대답할지 조금 망설이고.
나는 스케치북에 솔직하게 쓰기로 했다.
『......세리나는 예리하구나』
"선생님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요."
세리나는 어딘가 공허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진찰 도구를 정리하며 나에게 말한다.
"......말하는 것만으로도 편해지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혹시 힘든 일이 있으면 누군가와 상의해주세요?"
◇
세리나가 샬레의 집무실을 떠난 뒤, 아로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로나, 미안』
『내일 하루만...... 아니, 저녁부터...... 2시간이면 되니까 싯딤의 상자 전원을 꺼줘.』
"선생님...... 무슨 일이 있었나요.......?"
『미안해, 이유는 말할 수 없어.』
"안돼요! 너무 위험해요!"
『......프라나는 이해해줄 수 있을까?』
"......네, 선생님. 이유도, 추측이지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프라나쨩!?"
"......죄송합니다, 아로나 선배. 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이것은 선생님에게 필요한 일이라 판단합니다."
『아로나, 부탁해』
"......알겠습니다. 프라나쨩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저도 선생님을 믿을게요....... 그 대신, 절대로 다치지 말고 돌아와주세요?"
『약속할게』
◇
그리고 다음날 저녁.
싯딤의 상자를 끈 나는 어느 장소에 와 있었다
『오랜만이네』
나는 목적이었던 인물에게 말을 건다.
.......말을 건다고 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필담이지만.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못해서 미안했어』
『샬레의 일이 바빴거든』
『몸이 망가지는 바람에 때마침 시간이 생겼어』
상대방의 대답은 없지만 내쪽에서 일방적으로 계속 말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궁금할 만한 이야기도 먼저 대답해 둔다.
『오늘은 아로나도 없어. 싯딤의 상자 전원 꺼뒀고』
『......아로나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있으니 말이지』
여전히 상대에게는 반응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말을 계속했다.
『오늘은 선생님으로서 『내(私와타시)』가 아닌 그저 평범한 인간인 「나(僕보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온 거야』
키보토스에 온 뒤 줄곧 봉인해뒀던 걸 품에서 꺼낸다.
......내가 이상으로 삼는 『선생님』의 모습이라면 봉인해야 할 것.
이번에는 특별히 싯딤의 상자를 꺼둔 동안 검은 양복과 몰래 거래해서 비밀리에 준비했다.
그러니까, 내가 이걸 갖고 있는 건 아로나도 모른다.
『너에게 『내(私)』가 아닌 「나(僕)」로서 이야기한다면, 선생님의 체면을 지킬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안경을 벗고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특별히 준비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랜만에 맡는 냄새가 난다.
키보토스에 온 이래로 술과 담배는 한 번도 사지 않았다.
......특히 담배는, 학생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봉인하고 있었다.
간접흡연이라든가, 건강적인 의미도 있지만, 어느쪽인가 하면 아루나 미나 같은 아이들이 「하드보일드해!」 라며 흉내낼 거 같았으니까.
담뱃불을 끄고 주머니의 재떨이에 넣은 뒤 무덤을 향해 말을 건다.
『선생님』으로서의 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인 「나(僕)」의 말로.
"――오랜만이야, 프레나파테스. 천국에선 잘 지내고 있을까?"
□
"키보토스에선 술을 살 수 있는 곳도 적으니까, 모처럼이니 나눠 달라고 했거든. .......이 술, 너도 좋아하지?"
프레나 파테스의 무덤 앞에 술잔을 놓는다.
오전에 붉은겨울까지 가서 나눠받은 비장의 과실주다.
자기 몫도 따르고 술잔을 딱 부딪쳤다.
건배.
――다른 세계에서 학생들을 지킨, 용기있는 그에게.
단숨에 들이키니 가슴 언저리가 타는 듯 뜨거워졌다.
오랜만에 맛보는 감각이다.
"227호 특별반, 너도 알지? 여름인데 눈이 온다니, 반팔을 입고 갔다가 죽는 줄 알았어."
자신의 잔에 두 잔째를 따르고 나머지는 프레나파테스의 무덤에 바쳤다.
이번에는 단숨에 들이키지 않고 홀짝이며 말을 건넨다.
"자 그럼...... 뭐부터 얘기할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많지만...... 너무 많아서 반대로 좁힐 수 없다.
그래서 그가 궁금해 할 것부터 말하기로 했다.
"음, 프라나는――아아, 네 세계의 아로나는 프라나라는 이름을 받았어. 좋은 이름이지?"
"아로나와 둘이서 잘 지내고 있어. 오히려 너무 건강해서 곤란할 정도야...... 뭐 하나 숨기지도 못하겠어."
오늘도 싯딤의 상자를 강제로 꺼서 겨우 숨길 수 있었을 정도다.
"......지금까지, 성묘하러 오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만나는 건 제대로 시로코를 찾은 후에 하려고 생각했었거든."
――시로코.
프레나파테스와 같은 세계의 시로코를 말한다.
그녀는 가끔 샬레에 흔적을 남겨주곤 했다.
약간의 낙서나 아비도스 사막에만 존재하는 식물로.
자는 동안 몰래 샬레에 왔다가 그대로 자는 사이에 나가버리니까 실제로 모습을 본 건 어제를 제외하면 아트라하시스의 방주가 마지막이다.
저쪽 세계의 시로코는 잠입 임무에 능숙한 거 같았고, 샬레에 올 때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수를 쓰니까 영상에도 남아 있지 않다.
"......계속, 너에게 사과하고 싶었어."
"네 소중한 학생을 제대로 찾아주지 못해 미안."
――프레나파테스가 맡긴, 다른 세계에서 온 시로코의 안부를 알지 못한다.
그 죄책감이야 말로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에서, 나는 프레나파테스의 용기와 각오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프레나파테스에게 「학생은 맡겨줘」 라고 약속했다.
――그날부터 내 마음에는 「빨리 시로코를 찾아줘야겠다」라는 강박관념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매일 틈만 나면 시로코의 정보를 수집했다.
목격 정보가 없는지 탐문 하거나 짚이는 곳을 돌아다니며 찾아다녔다.
그럼에도 그녀를 찾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로코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제대로 식사는 하고 있을까.
아프거나 괴로운 일을 떠올리고 있지는 않을까.
.......애초에, 시로코는 무사히 무사히 살아 있는 걸까.
자신이 시로코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 뿐, 사실은 이미......
그렇게 생각하니 손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악몽에 시달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그리고 일주일 전.
......마음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어 버렸다.
◇
"――다들 잘 지내고 있어."
"내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걸 알게 되면, 다들 안색을 바꾸고 날아와...... 가끔 놀러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후의 일이 떠오른다.
모모이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변함없이 대해줬다.
RABBIT 소대는 나를 걱정하고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호시노는 나에게 너무 짊어지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미식연구회는...... 조금 어긋난 방법이었지만, 몸을 걱정해주었다.
세리나는 나의 죄책감을 깨닫고 등을 밀어주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다.
그래서 나(僕)는....... 나(私)는 선생님으로서, 이 웃는 얼굴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시로코의 일도 포기하면 안 된다.
다시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선언하게 해줘."
나는 마음이 약해서,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또 꺾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에게 선언한다.
......다시 일어서기 위한 선언을.
"몇 년이 걸리더라도 나는 네 소중한 학생을 찾겠어. 이 목숨을 걸고 약속할게."
"오늘은 그것만은 전해두고 싶었어."
프레나파테스에게 선언함으로써 마음에 있던 막연한 두려움과 죄책감은 사라지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
분명 다시 평범한 「나(僕)」에서 『선생님』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더 이상 공포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 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프레나파테스에게 자랑하고 싶은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보냈다.
◇
".......자 그럼, 슬슬 『선생님』으로 돌아갈 시간인가."
이제 아로나와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간다.
사실 아직 할 말이 남았지만 분명 아로나도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무릎에 묻은 흙을 털고 일어선다.
"......맞다, 모두에게 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는 건 비밀로 해줘?"
남은 담배는 프레나파테스의 무덤에 올려놓았다.
세계가 다르다고는 해도, 그도 나니까 분명 옛날에는 담배를 피웠겠지...... 라고 생각한다.
안경을 쓰고, 선생님 모드 스위치를 켠다.
『후우...... 그럼, 목소리가 나오게 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한다......』
프레나파테스에 대해서는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를 탄 학생과 나, 그리고 아로나와 프라나밖에 모른다.
진찰해 준 세리나는 물론 RABBIT 소대 멤버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도.
샬레로 돌아갈때까지 어떻게든 변명을 생각해 둬야겠지.
『――아, 그래』
한 가지, 프레나파테스에게 전해주는 걸 잊고 있던 게 있었다.
멈춰서 가던 길을 되돌아간다.
그리고 무덤 앞에 서서 한 가지 더 선언했다.
『―― 다음에 올 때는 네 세계의 시로코도 데려올 테니까.
......절대 울지 말라고?』
소설 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댓글 26
완전 미식이네요
캬
세이아랑 말 잘 통하겠노
속편이 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