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70자
#나기사 #미카 #세이아
원문 アラベスク
────────────────────
어른이 된 하야세 유우카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어른이 된 오마가리 하레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어른이 된 사이바 모모이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어른이 된 아리우스 스쿼드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
경영자 키리후지 나기사의 휴식
엄숙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나지막한 속삭임이 귀를 간지럽혔다.
들려오는 소리는 일에 대한 이야기나 각자의 반려자에게 푸념하는 목소리 등이 섞여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은 그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골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남성이 바텐더와 친근하게 말을 나누고 있었다. 카운터 위에 놓인 네모난 냅킨과 두꺼운 종이로 만든 컵 받침, 알록달록한 칵테일과 그 주위를 수놓은 듯 장식하는 자른 라임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후우..."
무심코 한숨이 새어나왔다. 손에 든 칵테일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의미 없는 장난을 쳤다. 한 주를 마무리하며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찾은 바 라운지.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평소에 혹사시키는 두뇌에 잠시 휴식을 주기 위해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천천히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술을 즐겼다.
생산성은 전혀 없지만 이런 여유로운 시간이 지금 내게는 필요했다.
비록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경영자로서 삶에 고충이 없는 순간은 없었다.
더군다나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 많은 괴물같은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꼬맹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간신히 이번 주도 견뎌냈네요..."
사교와 외교, 일찍이 티파티의 호스트로 불리던 시절부터 맡았던 일이지만 언제까지나 익숙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원래 사무 작업으로 뒤에서 받쳐주는 일이 더 특기였다. 그저 해야 하다 보니 할 수 있게 된 것 뿐이었다.
그래서 일상의 피로를 풀기 위해 이런 곳을 찾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런 회원제의 장소가 아니면 계속해서 말을 거는 절조 없는 남자들 때문에 쉴 틈조차 없었다. 일상을 잊기 위해 찾는 공간에 그런 재미없는 인물은 한 사람도 들여보내고 싶지 않았다.
다소 보상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주에는 특히 미꾸라지처럼 능글맞은 괴물과의 협상을 성공시켰다. 정말 힘든 일주일이었다.
『선생님, 잠깐 시간 되시나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가장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있어 이보다 더 좋은 보상이 없을 정도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바 라운지. 변두리의 술집이 잘 어울리는 남자를 자부하는 서민파인 나는 보기만 해도 주눅이 들 정도로 엄숙한 장소였다. 청명한 벨소리와 함께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섞여 들어온 흐트러진 정장 차림의 한 남자의 이질감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기다리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고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가장 안쪽에 있는 자리로 향했다. 주변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안쪽 구석진 곳에서 드디어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기사, 많이 기다렸지."
"평안하셨나요, 선생님. 이렇게 갑자기 불러서 죄송합니다."
티파티의 호스트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변함이 없는 기품 넘치는 동작. 원래부터 있던 아름다움은 더욱 세련되어 그녀가 있는 곳만 빛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랜만의 만남. 오늘은 왠지 모르게 그늘진 표정마저도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워서 목이 마르지 않는데도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나기사의 권유라면 기꺼이... 그렇지만 이런 곳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뭔가 실수해버린다면 미안."
"후훗, 그렇게 딱딱하게 계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여기에는 저와 선생님 뿐이니까요?"
우아하게 입에 손을 얹고 싱긋 웃었다. 요염한 눈동자와 여성스러운 곡선미. 오늘따라 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성인이 되어 여유를 얻은 그녀가 가는 길에는 적수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남자들의 유혹도 별의 수만큼 많다고 한다. 그것이 결코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 뭔가 마시겠어요?"
"아, 그래... 나기사는?"
"후훗, 모처럼이니까... 선생님이 선택해 주셨으면 합니다."
책임감이 무겁다. 작은 메뉴판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술이 즐비했다. 제일 중요한 가격은... 못 본 것으로 하자.
"그럼... 이거는 어때?"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 홍차를 좋아하는 그녀에게 걸맞는 이름이다.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괜찮은 맛이 날 것 같았다. 지식도 없고 힌트도 없으니 이런 식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문득 예전에 그녀가 페트병 홍차를 마셨을 때의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때와 같은 반응을 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머... 선생님도 참. 저에게 이런 걸 먹여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어...?"
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그녀의 시선이 가슴에 꽂혔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며 그녀에게 이유를 물었다.
"어머, 안타깝네요. 알고서 권해주신 것은 아니었군요."
롱 아일랜드 아이스 티. 보드카, 진, 데킬라, 럼주 등 쟁쟁한 술을 섞은 이른바 『레이디 킬러』라고 불리는 도수 높은 칵테일. 알고 추천했다면 무언가 속셈이 있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을 법한 칵테일이었다.
놀리는 듯한 눈빛으로 킥킥 웃는 그녀에게 사과하고 메뉴판을 다시 들었다... 가 곧바로 백기를 올렸다. 잘 모르면서 선택해봤자 방금 전과 같은 실수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칵테일말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한심하지만 어설픈 것을 권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메뉴판을 건네자, 갑자기 그녀가 그런 말을 꺼냈다. 꽃말과 마찬가지로 칵테일에도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모닝글로리 피즈."
나팔꽃의 이름을 딴 칵테일. 숨겨진 의미는 『당신과 아침 햇살을 맞이하고 싶다』
그녀의 미소가 한층 깊어졌다. 정말 직설적인 의미였다. 그녀가 입술이 매혹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내 눈동자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빤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고 있었다.
"이건 어떤가요?"
그랜드 슬램. 숨겨진 의미는 『둘만의 비밀』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립스틱.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입술이 요염하게 흔들렸다.
"왜 그러시죠? 얼굴이 붉은 듯 한데 벌써 취하신 건가요?"
그녀의 백옥같은 손가락이 글자 위에서 춤을 췄다. 상아로 만든 여신상처럼 아름다운 피부, 희미하게 장밋빛으로 물드는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제가 여기서 셰리를 주문한다면... 선생님은 무슨 대답을 하실 건가요?"
나기사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 의미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겹겹이 쌓인 그녀의 손길이 내 마음까지 얽어맸다. 아까보다도 직접적인 유혹하는 말투. 매혹적인 속삭임이 뇌수를 붉게 물들였다. 냉정한 판단은 진작부터 불가능했다.
"후훗, 걱정하지 마세요. 방을 따로 마련해 두었으니..."
치밀하게 퇴로까지 막혔고... 이렇게까지 정성 가득 준비한 진수성찬을 눈앞에 두고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내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내민 호텔 카드키를 망설임없이 받아들었다.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내쪽으로 꽉 끌어당겼다.
~~~~~~~~~~
패션 모델 미소노 미카의 간계
"음~ 오늘도 날씨가 좋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트리니티 거리는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낯익은 디저트 가게, 옛날에는 자주 차를 마셨던 곳... 그런 향수에 젖어들었다.
무작정 여기까지 걸어온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왠지 모르게... 발이 이곳으로 향했다. 일은 거짓말처럼 순조롭고 싫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걸어와버린 것이었다.
『내 소중한 공주님에게 무슨 짓이냐!』
지금도 가끔 꿈을 꾼다.
절체절명의 위기. 모든 것을 포기할 뻔한 순간에 내민 그토록 기다리던 구원의 손길. 나의 작은 소원도 들어준 그 한 마디는 지금도 가슴에 가시처럼 박힌 채 남아 있었다.
아니, 가시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흡혈귀의 심장에 박힌 말뚝처럼, 가슴 깊숙히 파고든...
그 한 마디로 나, 미소노 미카는 보기 좋게 목숨을 빼앗겨 버렸으니까.
"아아~ 선생님 만나고 싶다..."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걸었다. 가슴 속 간직한 본심은 말로 표현되어 형태를 갖추게 된다.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향했다... 는 것은 거짓말이다. 갑자기 만나고 싶어져서 계속 선생님을 생각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약속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선생님의 싫어하는 표정을 보게 된다면 죽고 싶어지니까.
하지만 언제나 바쁜 그 사람이 하필 오늘 우연히 트리니티에 와 있을 리가...
"어라? 미카, 맞지? 여긴 무슨 일이야?"
"와오..."
그런 우연이 일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 아니,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로 나의 결단은 빨랐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선생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마치 꿈같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이라는 핑계로 와인을 주문하고... 많이 마시고 취한 척 했다.
당연히 자상한 선생님은 나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선생님이 술에 취해 쓰러진 나를 어떻게 할지는 뻔했다. 그것도 이미 계산이 끝난 상태였다.
"선생님은... 속은 거야."
술에 취한 나를 걱정하며 집까지 바래다 준 선생님. 크고 따뜻한 등. 나는 그에게 들키지 않도록 잠는 척 꼭 껴안고 가슴을 꾹 눌렀다. 조금 당황하는 그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를 침대에 눕히고 서둘러 떠나려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몸을 뒤집고 반대로 선생님을 침대에 눕혔다. 어두운 침실에서 약간 놀란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 잠깐 시간 되지?"
눈을 감고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했다. 처음은 좀 더 로맨틱하고 싶었는데... 하는 후회는 긴장과 함께 목구멍으로 삼켰다.
/
미소노 미카는 문제아였다.
자타공인의 제멋대로인 기분파. 키보토스 3대 학원 중 하나인 트리니티의 대표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감정적이고 느낌 가는 대로 행동한다. 즉흥적으로 행동했다가 일이 끝나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
단지 그럼에도 충분할 정도로 천진난만하게 밝고,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상냥한 면모도 있다. 사실은 솔직하고 착한 아이다... 라고 한다면 그녀의 매력에 빠진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뭐라고 할까... 솔직히 말해서 그런 그녀를 사랑스럽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이었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서 귀엽다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녀의 앞에서는 멋을 부리고 싶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임에도 그녀의 앞에서는 백마 탄 왕자처럼 행동하고 만다.
그녀가 자아내는 아우라가 그렇게 만드는 걸까.
공주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단정한 외모. 예쁜 아이들이 많은 트리니티 내에서도 그녀는 단연 돋보였다. 실크처럼 매끄럽고 윤기 나는 긴 머리. 복숭아 빛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정성스럽게 손질되어 옷차림에 따라 달라지는 헤어스타일 또한 그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헤일로는 유독 아름다웠다. 아니, 거룩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었다. 마치 은하계처럼 중앙의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소용돌이치는 광륜이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주변에서 반짝이는 별은 그녀의 표정이 바뀔 때마다 밝기가 달라졌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많은 키보토스의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질적인 형태. 그럼에도 나는 그 환상적인 광륜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녀도 나를 나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령 그것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일지라도 그녀의 솔직하고 순수한 호의가 너무나도 기뻤다.
"선생님은... 속은 거야."
그런 미카와 나는 트리니티에서 우연히 만났다. 옛 이야기로 꽃을 피우다 보니 어느새 많은 병이 비워져 있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휘청휘청 걷는 그녀. 아름다운 헤일로가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침대에 눕힌 순간 갑자기 몸이 뒤집혔다. 어두운 실내. 그녀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조용히 감긴 눈과 서서히 거리를 좁혀오는 윤이 나는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알고 있어? 취한 상태의 헤일로는, 반짝반짝 명멸을 반복해."
입술끼리 닿기 직전의 아슬한 거리. 긴장으로 굳어진 그녀의 표정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자기도 모르게 눈을 뜬 그녀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호박색 눈동자 한 쌍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카의 헤일로는 여전히 아름다웠어. 계속해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
어둠 속 희미한 광원조차 그녀에게 가려 내게 도달하지 않았다. 그림자가 진 그녀의 표정을 엿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얼굴 양쪽에 놓인 그녀의 손을 잡았다. 꺅, 소리를 내며 균형을 잃은 그녀의 몸이 내 위로 쓰러졌다.
뜻밖에도 나에게 안기게 된 그녀의 풍만한 몸이 내 몸으로 느껴졌다. 고급스러운 그녀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크게 부푼 부분의 감촉을 실컷 즐겼다.
"미카... 감쪽같이 속았네, 나쁜 어른한테."
그녀는 더 이상 내 학생이 아니었다. 샬레의 『선생님』으로서 모범 답안은 『언제까지나 내 학생이야』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였다.
그렇다면 내가 멈출 이유는 더 이상 없었다. 결심하면 경주마처럼 주변을 보지 않고 돌진하는 그녀에게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마음을 마음껏 쏟아부어주기로 했다.
굳어진 채의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돌려 그대로 몸의 위치를 바꿨다. 얼굴 바로 옆에 손을 짚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끼웠다.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지금부터 잔뜩 가르쳐 줄 것이다.
어둠 속 새빨간 한 송이의 장미. 당황하고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 다리 사이 무릎에 힘을 주고 꾹 누르자 몸을 떨었다.
"와오..."
체념한 듯 호박색 눈동자를 눈꺼풀 뒤로 숨기고 긴 속눈썹을 부들부들 떠는 그녀의 작은 꽃봉오리를 부드럽게 침입해 얽히게 하고... 조용한 실내에 무거운 물소리가 울려펴졌다.
~~~~~~~~~~
투자가 유리조노 세이아의 선견
"아아,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님.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나셨군요."
졸린 눈을 비비며 샬레의 숙직실에서 나온 나를 맞이한 것은 여우귀가 특징적인 한 여자였다. 옅은 황금색의 긴 머리를 뒤로 묶고 평소에는 손도 감추던 긴 소매를 팔뚝 부근까지 걷어 올렸다.
머리와 같은 색의 졸린 듯한 인상의 눈동자가 힐끗 내 얼굴을 보자마자 다시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소한 냄새가 잔뜩 풍겼다. 반숙의 옅은 색의 노른자. 같이 굽는 것은 소시지일까.
"거기 멍하니 있지 말고 세수라도 하고 오면 어떤가요? 하고 올 때쯤이면 토스트도 다 구워져 있을 겁니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몸을 돌리고 머리에 손을 댔다. 오늘은 평소보다 까치집이 심했다. 흘린 침 자국을 닦으며 세면대로 향했다.
『샬레의 예산은 아직도 총학생회에서 나오는 건가요? 선생님의 업무에 필요한 금액을 지금 그 조직에서 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졸업 후 오랜만에 샬레를 방문한 세이아와의 다과회. 사무실을 곁눈질로 바라본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졸업한 이후로도 교체된 적 없는 전자기기들. 이미 구형이 된 기기들은 고장이 났다고 해도 새로운 것이 지급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아, 역시 그렇군요... 그녀들이라면 이제 와서 샬레로 돌릴 예산이 없다는 판단을 해도 이상하지 않겠죠.』
아픈 곳을 찔려 도망치듯 찻잔을 기울였다. 여러 문제가 해결되어 이제는 평온을 되찾은 키보토스. 그녀가 졸업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총학생회의 통치력도 이전보다 강해져 그녀가 있을 때보다 문제가 생기기 어려워졌다.
즉, 지금 샬레는 그다지 필요가 없어진 것이었다.
나의 침묵을 긍정으로 파악한 그녀가 눈을 반쯤 가늘게 떴다. 언제나 냉정한 그녀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분노하는 모습이 그녀의 눈썹에서 느껴졌다. 불쾌한 표정을 감추듯 컵을 기울이고 얼굴을 가렸다.
『필요할 때만 쓰다가 필요 없어지면 내친다... 평범한 위정자의 판단이네요. 뭐...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조금 시기상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눈을 가늘게 뜨며 한숨을 내쉬었다. 푹신푹신한 귀를 쫑긋 세우고 홍차로 입을 축였다. 그 말투에는 실망한 티가 역력했다.
확실히 나도 겉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지금 키보토스의 현상은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중앙집권을 하다 보니 구석구석 총학생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았다. 그럴 때 손을 내미는 기관이 샬레였지만 이전과 달리 손발이 부족한 상태였다. 내 손에서도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많아 마음이 아팠다.
『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버리는 신이 있으면 줍는 신도 있다고 하잖아요?』
세이아가 내 얼굴을 올려보았다. 조금 붉게 물든 황금색 눈동자가 확실한 의미를 가진 시선을 던졌다.
그 예쁜 눈동자에 시선을 빼앗겼다. 아름답고 매혹적이게 내 눈을 사로잡았다. 대체 무슨 의미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아,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옛날부터 우회해서 말을 하는... 일종의 나쁜 버릇이라 할까요. 언제나 미카에게 불평을 듣곤 했으니까요.』
이게 아니지, 라며 그녀는 소매에 숨은 손을 탁탁 흔들었다. 흐음, 조금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라며 입을 연 그녀는...
『다시 말해서, 이 유리조노 세이아가 샬레의, 아니 선생님의 후원자가 된다.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런 말을 꺼냈다.
『후후... 아뇨, 이건 저에게도 이득이 있는 선행 투자입니다. 선생님은 깊이 생각하지 말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됩니다. 절대 나쁜 마음은 없으니까요.』
그녀의 그 말에 소용돌이처럼 빨려들어가 반론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뒤로...
『이런이런, 선생님. 그런 식생활은 안 됩니다. 건강을 잃고 나서는 이미 늦겠죠? 저로서도 모처럼 후원하는 사람이 몸이 망가지는 건 바라지 않으니까요. 흠... 이대로는 앞날이 걱정이 되니 제가 매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어차피 한 사람 몫이나 두 사람 몫이나 큰 차이 없으니까요.』
『흐음, 어디... 이 작업은 아직도 진척이 없는 건가요? 네?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거참, 요즘 학생들은 쉽게 가려고 한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뭐, 어차피 저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이래뵈도 티파티의 호스트였던 몸, 제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디, 제가 한 번 보죠.』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어이가 없지만, 아무래도 선생님의 사생활에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네요... 흐음, 여기서는 출자자인 제가 확실하게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왜 그러시죠,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요?』
이런저런 이유로 세이아가 샬레에 살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후원 덕분에 기울어지던 샬레를 살릴 수 있게 되었으니 출자자라는 입장을 방패로 삼으면 나로서도 강하게 나갈 수 없었다.
다만 그녀도 나를 생각해서 제안하는 것은 확실했다. 내가 주저하거나 마음의 짐을 느끼지 않도록 일부러 강제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절할 수 없었다.
"자, 선생님. 아침이 준비되었으니 얼른 드시... 아, 이렇게 말해야 했을까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어느새 당연해져 있어 더이상 원래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생님, 잠깐 시간 되시죠?"
큭큭, 즐거운 듯 귀를 흔드는 그녀의 눈매는 초승달처럼 날카로웠다.
/
"저기... 세이아... 씨?"
"뭔가요? 그런 거리감 느껴지는 호칭은 아무리 저라도 조금 상처받는데."
불편한 듯 그가 무릎 위에서 머리를 꿈틀거렸다. 살집이 없는 내 무릎으로는 부족할 지도 모르지만 참아 주었으면 한다... 고는 해도 그 사람이니까 그것이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의 머리카락이 스타킹 너머로 피부를 자극해서 조금 간지러웠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니 그만 체념하라는 의미로 머리를 꾹 눌렀다.
"움직이면 위험합니다... 흐음, 역시 매주 청소를 하니 깨끗하네요."
"그럼 굳이 안 해도..."
"이런... 제 즐거움을 빼앗으려는 건가요?"
"뭐... 세이아가 그걸로 좋다면."
말끝을 흐리는 그에게 무릎베개를 한 채 대나무 귀이개를 천천히 집어넣었다. 그렇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나의 즐거움은... 선생님의 귀를 파는 시간이다.
반대쪽에 범천이 붙은 전통적인 형태. 푹신한 깃털이 특징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구. 귀벽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히 움직여 간다. 매주 청소를 하는 덕분에 큰 귀지는 없지만 작은 것들을 긁어낸다.
"움직이지 말아주시겠어요? 손이 미끄러질 수 있으니."
"아니, 그렇게 말해도... 조금 간지러워서."
아무래도 간지러웠는지 선생님이 몸을 계속 뒤척였다. 그 뺨을 꾹 눌렀다.
"흐음... 그랬나요, 죄송합니다. 이 정도면 어떤가요?"
귓속을 사각사각 긁었다. 그것이 상당히 기분 좋았는지 후아아아, 하고 귀여운 목소리를 내는 그의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평소에는 그토록 늠름하고 멋있는 선생님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남성이 내 손에 의해 이렇게 칠칠맞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베이비 오일을 적신 면봉을 꺼내 귀벽을 빙글빙글 돌리며 닦아냈다. 미세한 귀지를 제거한 다음에는 귀 바깥 부분이다. 귀의 모양을 따라 귀이개를 부드럽게 움직여 갔다.
마무리로 물티슈로 전체를 닦았다. 귀 뒤쪽도 의외로 불순물이 쌓이는 부분이므로 조심스럽게 닦았다. 기분 좋은 듯 숨을 내쉬는 선생님의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했다. 옛날에 그렇게나 내 마음을 어지럽혔던 것이다. 입장을 바꿔 이제는 내가 선생님의 마음을 어지럽힐 차례다.
"자...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해야 하니 움직이지 말아주시겠어요?"
"마무리...?"
멍하니 몽롱한 선생님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했다. 후우, 입을 작게 오므리고 숨을 불어넣었다.
"히익...?!"
선생님이 움찔 떠는 틈을 타서 뺨에 입을 맞췄다. 쪽, 촉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금 샬레의 재정은 내 자산으로 조달되고 있다. 내가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면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 즉, 선생님은 절대 나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렇게 그를 반쯤 손에 넣은 지금도 내 욕망은 끝나지 않았다. 돈의 힘으로 그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할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서 돌봐주며 사생활에 녹아들었다. 기정사실을 만든 것이다.
이렇게 서서히 그가 나 없이 살 수 없도록, 마치 나와 함께하는 것이 일상인 것처럼 천천히 시간을 들였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애정을 얻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당신은 예전에 투자한 만큼의 대가를 갚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렇게 말했었죠?"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제가 가진 자산, 그것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의 어깨가 떨렸다. 내 손가락이 그의 입술을 천천히 훑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그의 마음도 내게로 많이 기울어졌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내 마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아아... 후훗, 당신이 상상하는 그 방법입니다."
고개를 들려는 그의 눈을 소매로 가렸다. 지금은 노을처럼 붉게 타오르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멋을 부리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수는 없는 모양이다. 어디까지나 그의 앞에서는 신비주의적인 모습으로 있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언제까지나 그의 앞에서는 그저 한 명의 소녀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힘없이 축 늘어지는 귀도, 이마까지 붉어진 뜨거운 얼굴도...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당신이 유리조노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어떤가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렇죠?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앞에 펼처진 노을빛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댓글 19

자기전에 봐야지
선개추 후감상
이 시리즈 뒤진줄 알았는데 살아있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