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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4자
#네루 #리오 #세이아 #아스나 #카린
원문 アラベス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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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하야세 유우카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어른이 된 오마가리 하레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어른이 된 사이바 모모이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어른이 된 아리우스 스쿼드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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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가 유리조노 세이아의 선견
역주: 세이아 파트는 어른이 된 티파티가 선생님의 시간을 받는 이야기와 동일하므로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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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트 이치노세 아스나의 질투
"다녀왔어, 주인님! 토끼 아스나가 돌아왔어!"
빨리 칭찬받고 싶은 마음으로 사무실 문을 활짝 열었다. 잘했어,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다. 아스나는 대단하네, 하고 칭찬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큰 소리를 내며 열어제친 문 너머에 원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라...? 주인님, 어디 간 거지."
그러고 보니 서둘러 돌아가느라 모모톡을 보지 못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주인님의 연락이... 있었다.
『미안, 아스나. 미야코가 불러서 잠깐 나갔다 올게.』
전 SRT의 토끼짱. 나와 마찬가지로 샬레 직속 특수부대에서 대장을 맡고 있다. 에이전트인 나와 같이 작전을 할 때도 있어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기분이 별로였다.
"으..."
그녀 역시 선생님에게 칭찬을 많이 받는다. 얼마 전에도 임무 성공 보상으로 머리를 쓰다듬받고 있었다. 부러워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정말, 선생님. 저도 이제 어엿한 어른이니까 이런 걸로 기뻐할 리가...』
라며 불평했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표정이 아니었던 것도 기억한다. 나도 토끼인데. 그래서 오늘은 엄청 의욕 넘쳤는데! 풍선으로 착각할 정도로 볼을 부풀렸다.
그러고 보면 그 전에는 토키짱도 바니걸 차림으로 주인님에게 쓰다듬받고 있었다. 주인님 무릎 위에 앉아 양손으로 피스를 하며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토키짱은 후배니까 나도 조금은 참았지만... 왠지 가슴이 갑갑했다. 요즈음 나는 항상 그랬다. 누군가 주인님에게 머리를 쓰다듬받고 있거나 칭찬을 받고 있으면 가슴 속이 쿡쿡 찌르듯 아프다.
주인님을 생각할 땐 가슴 속이 따끈따끈한데, 나 이외의 누군가가 주인님에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게 되어 버린다.
내 몸이 왜 이러는 걸까.
단 한 가지 알고 있는 것은 이 불쾌한 감정도 주인님과 함께 있으면 해결된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취할 행동은 하나 뿐이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간단한 해결책.
오늘은 나도 열심히 했는데 아직 칭찬 못 받은 건 이상하잖아! 고민해도 소용 없으니 얌전히 샬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주인님이 해줬으면 하는 것도, 해주고 싶은 것도 산더미처럼 있다.
『주인님! 잠깐 시간 내 줘!』
토끼 씨는 외로워지면 안 된대. 그러니까 나도 잔뜩... 주인님이 신경 써줘야 해... 그렇지?
*
"아하하하! 이거 좋아!"
내 무릎 사이에 앉은 아스나가 마치 대형견처럼 몸을 비비고 있었다. 쓰다듬어 줘, 쓰다듬어 줘, 하고 온몸으로 호소하는 듯한 모습에 바라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내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는 아스나. 내 등 뒤로 돌린 손에 힘을 꼭 주고 껴안긴 채다. 여전히 풍만한 몸이 내 시야와 몸에 가득 느껴졌다. 바니수트의 얇은 원단으로는 가려지지 않고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육감적인 몸매가 내 이성의 끈을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다.
반면 아스나는 순진무구한 모습으로 주인에게 애교부리는 대형견처럼 온몸으로 힘껏 애정표현을 하고 있었다.
"앗..."
찰랑거리는 그녀의 아름다운 애쉬그레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눈을 가늘게 뜬 그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아스나... 눈치챘을지도 몰라."
아스나가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바라봤다. 얼음처럼 푸른 눈동자. 고혹적인 매서운 눈빛이 내 시선을 꿰뚫었다. 앞머리에 가려져 있던 오른쪽 눈도 나를 향하고 있었다.
방금 전과 달리 내 얼굴을 조용히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정면으로 부둥켜 안긴 채인 나는 그녀의 큰 가슴이 꾹꾹 눌리는 감각에 그녀의 시선에 집중할 수 없었다.
"주인님이랑 이렇게 있으면 기뻐. 주인님이 아스나를 위해... 엄청 기뻐!"
그녀가 더더욱 몸을 밀착시켰다. 그 압력에 나는 결국 균형을 잃었다. 그녀와 함께 소파에 쓰러져 버렸다. 아스나는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여전히 내 몸에 달라붙은 채였다.
"후훗... 주인님에게 올라타고 말았네. 응, 엄청 안심이 돼."
내 가슴에 귀를 댔다. 박동이 빨라진다. 로데오처럼 격렬한 심음이 그녀에게 들리고 있었다.
"후훗, 주인님, 엄청 두근거려. 아스나랑 이러는 거, 좋아해?"
갈 곳을 잃은 두 팔이 허공을 허우적거렸다. 그녀의 푸른 눈빛이 내 눈동자 속으로 들어왔다.
"아스나는 주인님이랑 이러는 거 좋은데, 주인님은 안 그래?"
그녀의 아름다운 눈썹이 약간 내려앉았다. 깊은 슬픔이 눈썹 사이에 머금었다. 아니야, 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다행이다, 라며 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손에 힘이 돌아왔다.
"그치만 남자는 아스나같은 여자가 이러면 기뻐하지? 아스나는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주고 싶으니까."
선명한 파랑이 안쪽으로 사라져갔다. 찰랑거리는 애쉬그레이색 커튼이 세계를 뒤덮었다. 내 시야에는 아스나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도 그런 것 정도는... 다 알고 있어?"
외부로부터 단절된 회색 세계.
그 속에서 아스나와 나를 구성하는 테두리는 녹아내리듯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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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주인 카쿠다테 카린의 환대
"이번 달 매상은 조금 빠듯하네..."
눈앞 화면에 표시된 숫자를 보고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생각보다 훨씬 작은 숫자. 옛날부터 숫자는 싫어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싫어지고 있었다.
내가 운영하는 카페의 이번 달 매출이 아직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원인은 명확하게도 바로 근처에 생긴 메이드 카페에 손님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제복의 노출도가 높고 남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 이곳 카페의 제복도 못지 않게 예쁘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설마 전 C&C였던 내가 메이드에 시달릴 줄이야."
나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콜사인 『제로투』였던 과거가 떠올랐다.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 달에도 그 다음 달에도 비슷한 매출이라면 타격이 클 것이다.
저쪽 인기가 한철이길 바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역시 뭔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네."
한숨을 내쉬며 커피를 마셨다. 좋은 원두를 고집하고, 내리는 방법도 제대로 익혔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기, 풍부한 맛도 흠잡을 데 없다 생각한다. 단골 중에는 이 커피를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제공하는 음식도 음료도 품질 면에서 우리가 더 수준 높을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이 업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쪽 못지않은 서비스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뭐든 상담해.』
뇌리를 스친 것은 그리운 선생님의 얼굴. 내가 이 카페를 차린다고 했을 때 그렇게 말했던 선생님. 학생 시절, 선생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전하고픈 마음도 생겼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임무였던 그것은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장래희망, 하나는 이루었지만 다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이 기회에 그에게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생각한 서비스를 그를 상대로 시도하고, 반응을 보고 카페에 도입해도 좋을 것 같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오랜만에 그를 만나고 싶었고, 성장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선생님, 잠깐 시간 내 줄 수 있을까?』
가끔은 숨 돌릴 틈도 필요한 법이니까.
*
"어서 와, 선생님. 슬슬 올 거라 생각했어."
상담할 것이 있다는 카린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침 근처에 일이 있어서 좋았다. 개점 초기에는 몇 번 들렀지만, 최근에는 발길이 완전히 뜸해진 상태였다.
오랜만에 카린이 내린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문을 열면 복고풍 카우벨 소리가 반갑게 맞이한다. 정기 휴일인 오늘은 언제나 번화하던 카페 안이 한산했다. 점원과 손님의 거리가 적당히 가깝고, 단골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멀지 않은 균형 잡힌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카페 안쪽에서 목적의 인물이 손짓하는데 모습이 평소와 달랐다. 평소의 귀여운 제복은 메이드복을 기조로 프릴이 듬뿍 들어간 옷이었다. 스커트 길이가 긴 클래식한 스타일에 여성스러운 매력이 녹아들어 있었다. 이 카페의 명물이자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그녀다운 디자인이다. 물론 그것을 입고 있는 카린 본인 또한 이 카페의 간판이었다.
"어, 어떨까? 오랜만에 입어봤는데."
그렇게 말한 그녀는 엉덩이를 계속 신경쓰며 내 앞에서 몸을 휙 돌렸다. 광택이 나는 검은 천이 몸을 최소한으로 가리고 있었다. 면적이 적은 옷으로 그녀의 갈색 피부가 원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C&C의 잠입용 의상, 일명 바니수트. 졸업 후에도 계속 성장한 그녀의 육체가 비좁은 옷감 안에 갑갑하게 끼워져 있었다.
그녀의 가슴 윗부분은 거의 노출되어 있고, 날카롭게 파고든 사타구니 부분이 요염한 선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전의 그녀보다 훨씬 볼륨이 큰 엉덩이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다.
망사스타킹이 안쪽에서 압박해서 파고든 그물망이 자극적인 육감미를 연출하고 있었다.
"눈요기가 되었을까?"
그 모습에 넋을 잃고 보고 있는데 소리도 없이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풍겨오는 코코넛 냄새. 밝고 상큼달콤한 향이 내 코를 간지럽혔다.
트로피컬하고 섹시한 분위기의 남자를 끌어당기는 거부할 수 없는 향기. 순간 의식을 빼앗길 뻔 했다. 헛기침을 하며 가까운 의자에 앉았다.
"옛날부터 그랬지만, 역시 선생님은 이 의상을 좋아하는구나."
킥킥, 재밌다는 듯 웃는 그녀가 그대로 내 무릎 위에 걸터앉았다. 통통하고 볼륨감 있는 감촉이 말랑말랑 부드럽게 반발했다.
"왠지 평소보다 더 흥분하지 않았어? 그런가, 남자는 이런 서비스를 좋아하는구나."
왠지 멋대로 납득하고선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홱 돌렸다.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집어넣은 뒤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호안석같은 금갈색 눈동자가 요염하게 반짝였다.
"응... 선생님이 좋아한다면 괜찮을 것 같아. 그럼... 다음 의상을 시험해 보자."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바니수트에 손을 얹었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구형체가 반동으로 흔들렸다. 살짝 어긋한 가슴 사이로 연분홍색 무언가가 언뜻 보였다. 황급히 카페 밖으로 나가려던 내 손을 그녀가 꼬옥 붙잡고선...
"나와 선생님 사이라면... 눈앞에서 보여도 괜찮은데, 그치?"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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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요원 미카모 네루의 방심
"칫... 꼴이 말이 아니네..."
몸을 질질 끌며 걸었다. 몸에서 떨어지는 피가 공중으로 날릴 때마다 무지갯빛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숲속으로 향하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걸어가는 길에 핏자국이 계속해서 남았다.
이대로라면 발견되는 건 시간 문제일까.
침착하게 스스로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옆구리에 생긴 총상은 시든 꽃잎처럼 움츠러들어 주변 피부보다 검고 두껍게 변색되어 있다. 얼굴은 푸른 멍투성이. 등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로 검붉은 부종이 가득하다.
눈꺼풀 위가 찢어졌는지 아까부터 눈에 피가 들어와 시야가 흐릿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도 있어 사고가 안개처럼 흐릿하다.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한쪽은 잃어버리고 다른 한쪽은 부러진 힐 덕분에 오히려 걷기 편해졌다고 자조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끔찍한 행위. 그것을 보고 무심코 뛰쳐나간 것이 나의 실수다. 임무도 거의 끝나고 다음 주에 철수하기로 되어 있었는데도 말이다. 신분을 위장하고 목표 조직에 잠입한 지 어언 1년. 타겟의 악행의 증거도 확보해서 일망타진할 수 있었던 때의 일이었다.
조금만 더 참았으면 이 빌어먹을 자식들을 마음껏 때려눕힐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욕지거리를 하면서도 나는 내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눈앞에서 아이가 우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나라면 들통나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나를 보낸 녀석도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상대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상처투성이의 몸을 이끌고 골목까지 내몰렸다.
"젠장..."
슬슬 한계에 봉착했다. 벽에 기대 몸을 조금씩 내렸다. 네온사인이 화려하게 빛나고, 멀리서 나를 찾는 녀석들의 분노의 함성이 들려왔다.
이렇게 될 거였다면... 마지막으로 한 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었다. 그런 나약한 소리가 가슴에 사무쳤다. 가슴에 숨겨둔 단말을 꺼내 피 묻은 손가락으로 톡톡 문자를 입력했다. 그러고 보면 그때는 문을 박차고 나왔던가. 다시 떠올려봐도 걸작이다.
『여, 선생. 잠깐 시간 있어?』
별 일은 아닌데... 라고 치던 중 손이 떨리고 단말을 떨어트렸다. 집으려고 숙이다가 그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기독 표시가 뜬 것을 확인하며, 의식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네루의 연락을 받고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든 나는 전 베리타스 아이들에게 그녀의 단말 추적을 부탁했다. 금방 알아낸 그녀의 거처에 서둘러 향했다.
"네, 네루?!"
그곳에 보인 것은 피투성이로 쓰러진 채의 그녀의 모습. 서둘러 달려가 보니 얕은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 선생이야...?"
어렴풋이 눈을 뜨고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가 내 모습을 간신히 포착했다. 한시라도 빨리 그녀를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았다.
"뭐야, 그 눈빛... 핫, 별 거 아니라니깐. 내가 말했지...? 그냥 좀 실수했을 뿐이야. 하핫, 또 선생의 진기한 얼굴을 봤네."
몸을 흔들지 않도록 조심히 네루를 옆으로 끌어안았다. 속이 빈 것처럼 가벼웠다. 여기까지 올 동안 본 듯한 질 나쁜 패거리들이 주위에 우글거렸다.
분명 그녀도 그들에게 이런 일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차갑게 식었다. 분노가 솟구쳤다.
"네루... 돌아가자."
"어, 어이... 선생, 주변에 무서운 녀석들 안 보여? 말해두지만 선생 위험해지라고 연락한 건 아니다?!"
네루가 내 팔을 붙잡고 몸부림쳤다. 원래라면 키보토스 사람이 아닌 내가 그녀를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약한 그녀의 힘으로는 몸을 꿈틀거리며 비트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여긴 내게 맡겨. 이럴 때 학생을 돕는 게 선생님의 몫이니까. 게다가..."
내 소중한 학생을 이런 꼴로 만든 녀석들에게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품에서 『어른의 카드』를 꺼내 단숨에 밖으로 뛰쳐나왔다.
"진짜, 진짜 무모하다니까."
"네루한테 듣고 싶지는 않아."
그로부터 사흘, 네루는 경이로운 회복력으로 정상적으로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병문안을 위해 그녀가 입원 중인 병원을 찾자 지루한 표정의 그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 뒤 네루가 가져온 정보를 바탕으로 적발을 시작해 조직은 성공적으로 와해. 공로자인 그녀는 한동안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당분간은 입원 생활을 하게 된 것 같지만 말이다.
"진짜, 여전히 이상하다니까, 선생은."
네루가 입을 열었다. 시선을 피하고 뺨이 옅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나답지 않게 그런 짓을, 하고 부끄러운 듯 중얼거렸다.
"뭐, 그래서... 그런 연락을 한 거겠지."
당신이라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분명 마음속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사라질 듯한 목소리로 내뱉는 그녀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후우... 네루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 결심한 듯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어이, 나를 이렇게까지 망가트렸으니까 각오해... 아앙? 선생이 한 게 아니라고? 몰라. 여기까지 해놓고 농담이었다고 말하면 용서 안 할 거니까."
콱, 넥타이를 세게 잡아당겨져 앞으로 넘어갔다. 딱, 무언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입안에 피맛이 퍼져나갔다.
"아팟...! 젠장, 잘 안 되잖아."
인상을 찌푸리는 네루의 턱에 손을 대고 이번에는 부드럽게 입술을 맞닿게 했다. 선홍색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이더니 이내 눈꺼풀 뒤로 숨어버렸다. 지나가는 시간을 가로막듯 포개진 입술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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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구 디자이너 츠카츠키 리오의 분투
"또인가, 츠카츠키 씨."
눈앞에서 일부러 큰 한숨을 내뱉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기침하는 나이 지긋한 남성, 다시말해 나의 상사. 그에게 호출받은 것은 이번 달에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였다.
"그래. 츠카츠키 씨가 하는 말도 다 이해해. 그런데 매번 말하지만, 세상은 옳은 소리만으로 돌아가지 않아."
예전부터 타인의 감정의 미묘함을 잘 알아채지 못했고, 지금도 자신의 옳음을 강요해 버린다. 몸에 배인 악습은 의식해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더 나은 성능을 추구하다 보니 정해진 예산을 초과할 뻔 했다.
내가 낸 결재서를 본 상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아마 옛날 유우카도 이런 심정이었을 것이다. 반려당한 서류의 금액도 이 정도였다.
이제야 그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다니, 마음 속으로 폐를 끼친 후배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 건이라면... 저기 그가 잘 아니까 가서 좀 들어봐."
상사의 권유를 받고 가볍게 인사했다. 이러니저러니 잔소리를 하지만 나를 신뢰해주고 있다. 자칫하면 고립되기 쉬운 나를 배려해 이렇게 인맥을 넓혀주는 것이다. 무뚝뚝하고 입도 좀 거칠지만... 예전의 나에게는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존경할 만한 상사였다.
그런 그의 밑에서 일한다는 것.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 그 점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츠카츠키 씨. 얘기 들었어요."
회사 내에서도 베테랑인 남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상사가 미리 얘기한 덕분인지 고민하던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었다.
나 혼자서 뭐든 할 수 있다, 이제 와서는 추호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되돌아 보면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은 옛날부터 서툴렀다. 솔직하게 협력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때도 있음에도 혼자서 하려고만 했다.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 좋다, 당연한 소리고 여기 사람들도 나처럼 붙임성없는 여자에게도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그 당시 나는 지금 직업을 선택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처음에는 속죄의 의미도 있었지만, 『그』가 등을 떠밀어줘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지금에 와서야 깨달았다.
그런 그 사람도 타인에게 조금 더 의지하라고 말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전 학생회장이든 아니든, 사회라는 거친 파도에 휩쓸리면 힘도 아무것도 없는 한낱 아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그게 나쁘지 않다고 말해도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더 많이 의지하기로 했다. 이런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에게.
다름 아닌 당신이 가르쳐 준 것이니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꺼내 빠르게 용건을 입력했다. 전송 버튼을 누르려다 잠시 고민하고 메시지를 한 번 삭제했다.
『선생님. 그러니까... 잠깐 시간을 조금만 내줄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가 무조건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어른』. 허술한 부분도 있고 칠칠맞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존재였다.
*
츠카츠키 리오는 서투른 소녀다. 그것이 그녀에 대한 나의 인식이었다. 책임감 강하고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행동력. 솔직히 말해... 조금만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면 고생하지 않을텐데, 라고 매번 생각했다.
누구보다 상냥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합리주의자. 그래서 이해해주는 사람이 적다는 것에 마음 아파하는 일도 많았고, 적어도 나만은 그녀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이건... 리오가 만든 거야?"
"맞아."
요새 도시 에리두. 한때 그녀가 비밀리에 건설한 종말을 대비하기 위한 요새. 그곳에 배치되었던 전투용 로봇 『아방가르드 군』. 네 개의 팔과 탱크 같은 하반신, 그리고 캐러필터로 된 다리 부분.
빈말로도 멋있다고 하기는 어려운 디자인을 닮은 장난감. 그녀가 이것을 보여줬을 땐 아무리 그래도 이것마저 긍정하기는 어렵다... 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나의 미묘한 표정을 눈치챘는지 리오가 볼을 부풀렸다. 그리고 삐진 듯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예전에 그녀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이같은 행동. 내 앞에서는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이래봬도 꽤 인기 있는데?"
충격받은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말대로 아이들에게는 의외로 인기가 있는지 공원에서 한 손에 이것을 들고 노는 아이를 보기도 했다. 그러한 아이들이 즐겨줬으면 한다, 그녀의 소원은 틀림없이 실현되고 있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서로의 어깨와 어깨가 맞닿는 거리. 업무 때문에 무슨 일이 있을 땐 이렇게 샬레에 찾아온다. 조금 부루퉁한 표정으로 입을 꼭 다문 그녀. 삐지면 기분이 풀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나도 입을 다물었다.
서로 별다른 말은 나누지 않지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화려한 장미향이 비강을 간지럽히고 그녀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루비 같은 눈동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선생님, 내일 일정... 있어?"
드물게도 리오가 눈을 치켜뜨고 나를 올려다봤다. 살피는 듯한 눈.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뭔가를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은 흔치 않았다.
"아니, 딱히 없어."
안심시키려고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표정을 푼 내 앞에서 긴장의 끈이 풀렸는지 그녀의 머리가 내 어깨에 살포시 얹어졌다. 보송보송한 적갈색 머리가 몸에 걸쳤다. 반들반들한 칠흑에 얽히고설킬 것 같았다.
"그럼... 오늘은 이대로 응석부리게 해줘."
몸을 맡기듯 내 몸에 기대는 그녀. 나는 말없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겉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녀린 어깨. 맞닿은 몸에서는 가라앉는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맞닿은 부분이 열을 띠고 녹듯이 섞였다. 어깨를 감싼 손이 리오의 목덜미를 훑어내렸다. 움찔, 몸을 떤 그녀가 장난꾸러기처럼 손을 내밀었다. 화답하듯 손등을 간지럽히고 악기를 연주하듯 손가락이 춤을 췄다.
매혹적인 손가락의 움직임에 보답하듯 서로 맞닿았다. 한동안 말없이 이런 교환을 계속하다가 뜨겁고 촉촉한 입김이 입술을 간지럽히고 가까워지다가 하나가 되었다.
조용한 방에 작은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서로 뒤엉켜 둘이서 소파에 누운 채였다.
댓글 6
아방가르드 하네요
으흐흐흐
으흐흐흥
갸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