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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네루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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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키보토스는 상쾌하다. 그리 덥지 않은데다가, 새하얀 구름이 몇 점 떠다니는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파랗다.

그런 날에 학교는 땡땡이다. 짧다란 키에 맞는 보폭으로 골목을 걷는 미카모 네루의 현황이다.

그래도 그녀의 최근 출결 기록은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라, 징계나 유급의 걱정은 없다. 아무리 그녀라도 그런 것들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징계를 받으면 동아리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 특히 동아리의 부장으로서 그런 처분을 당하면 부원들을 볼 낯이 없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변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미카모 네루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다.

사실 특별한 일은 아닌 것이, 그녀는 자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본래 미카모 네루의 성격은 유순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사나운데다가 발화점마저 낮았다. 게다가 더워지기 시작한 날씨도 그녀의 기분을 더욱 자극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태여 변명하자면 그녀는 불같이 화를 내고 티격태격 하면서 어느새 화가 풀리는, 어느 의미로는 알기 쉬운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싸울 때는 누군가가 시비를 걸거나, 그녀의 호전성을 끌어내는 강자를 앞에 두거나, C&C(Cleaning & Clearing)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거나, 그리고…….

"어이, 꼬맹이!"

그녀의 작은 체형을 언급하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아앙?"

절찬리에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를 떠돌던 불량배들은, 학교도 가지 않고 거리를 떠도는 꼬맹이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중학생, 아니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될만한 키의 소녀는 그들의 시비에도 당당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꼬맹이라는게 혹시, 나 말하는 거야?"

게다가 그 꼬마는 겁을 먹기는 커녕, 사슬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기관단총을 고쳐잡기까지 했다. 적당히 돈이나 갈취하고 보내주려던 불량배들은 그런 모습을 보자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 꼬맹이가 너말고 누가 있냐 새꺄!"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은 불량배가 윽박지르기가 무섭게, 포니테일을 한 불량배가 협박을 덧붙였다.

"이 언니들이 돈만 받고 보내줄테니까. 뒤지게 맞기 전에 얼른 지갑 꺼내라구."

정작 시비가 걸린 네루는 오랫만에 겪는 상황에 눈만 깜빡거리다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오늘 기분 좀 별로였는데. 잘 만났다."

네루는 아무나하고 싸우려들거나, 약자에게 먼저 시비를 거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걸려온 시비를 피하는 유형의 사람도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바탕 '티격태격' 하고 나면 기분이 풀리는 것이다. 물론 밀레니엄 학원 최강자의 '티격태격' 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뭐야 이 꼬맹이! 죽고 싶냐!"

금방이라도 한 대 칠듯이 다가가던 불량배를, 다른 불량배가 붙잡았다.

"야, 야. 그냥 가자."

"뭐? 애새끼라고 봐주는 거야? 이런 버릇없는 꼬맹이는 혼쭐을 내줘야 한다고."

다른 불량배가 씩씩거리는 그녀의 팔뚝을 잡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게 아니라……용 무늬가 새겨진 스카잔에 메이드 복. 주황색 단발. 밀레니엄의 그……."

무슨 헛소리냐며 인상을 쓰던 불량배는 친구의 말에 서서히 어떤 형체를 떠올렸다. 키가 작다, 스카잔, 메이드복…….

"미카모 네루!"

눈 앞의 꼬마가 C&C의 부장이자, 밀레니엄 학원 최강, 미카모 네루라는 사실을 깨달은 불량배들은 아까의 위세는 온데간데 없이 잔뜩 겁에 질려서는, 서로를 붙잡은 채로 두려움에 떨었다.

"평소대로라면 그냥 보내줄만도 했는데. 이를 어쩌나."

가련한 불량배들에게는 작은 발소리마저도 크게 들렸다. 마치 다큐멘터리에서 맹수를 앞에 둔 초식동물처럼, 그녀들은 손발 하나 꼼짝 못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너네. 나보고 꼬맹이라고 하지 않았냐? 난 그 말,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리고 맹수가, 사냥감을 향해 웃었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뼈는 추리게 해줄테니까, 하고 반농담까지 섞으며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던 찰나, 두 불량배는 체면까지 집어 던지고 그 자리에서 점프, 무릎을 꿇으며 착지하는 동시에 절을 하는, 속칭 플라잉 도게자를 시전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오히려 네루가 난처해졌다. 분명 시비가 걸린 쪽도 그녀였는데, 오히려 나쁜 짓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여나 빈틈을 타서 갑자기 덤벼들까 싶은 마음에, 일부러 그들의 앞에 무방비하게 서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량배들은 머리카락이 땅바닥에 흝뿌려지고,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조아린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차라리 저항을 하거나 욕지거리라도 내뱉으면 모를까, 이렇게까지 비굴하게 용서를 빌어대니, 그녀도 싸울 마음도 딱히 들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녀는 악당 같은 부류는 아닌 것이다.

"야."

"네!"

"네엡!"

네루는 미리 짠 것처럼 동시에 들려오는 대답을 듣자마자,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그녀의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꼬맹이 소리에 치솟던 화는 이미 가라앉은지 오래였다.

"앞으로는 이딴 짓거리 하지마라. 내 눈에 띄면 죽는다."

소리를 씹어 내뱉듯이 한 말에 불량배들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누가 보면 불량배가 불량배를 괴롭히는 모습이었다. 가 봐, 하는 말이 들려오자마자 그녀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리나케 도망갔다.

"그동안 너무 들쑤시고 다녔나?"

네루는 멀어지는 불량배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마 그녀들은 한동안은 불량배였던 것으로 전직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사실이 네루의 기분을 풀어주지는 않았다.

네루는 다음에는 좀 조용히 패야겠네, 같은 흉흉한 생각을 하고는 몇 걸음 걷다가, 눈 앞에 보이는 빈 캔을 주워들었다. 어쨌든 그녀는 C&C의 컨셉에 맞게 메이드 복을 입는 메이드였고, 개인적으로도 길바닥에 쓰레기가 보이면 거슬려서라도 줍는 사람이었다.

"이 길은 치워도 치워도 맨날 쓰레기가 쌓인단 말이지."

치우는 사람이 있으면 버리는 사람이 있다. 눈 앞에 쓰레기통을 두고도 굳이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은 어딜가나 있었다. 눈 앞에 보이면 멱살을 잡아주겠다고 생각하던 네루는 캔을 쓰레기통에 차 넣으려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올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무릎을 살짝 구부렸다가 펴면서, 동시에 두 손을 쭉 뻗으며 던진 캔이 쓰레기통을 향해 날아가다가, 그대로 쓰레기통 입구에 부딪히며 깡-! 하는 청아한 소리를 냈다.

조금 모자랐나, 하고 네루가 아쉬워하던 순간, 캔은 마치 농구 경기의 한 장면처럼 쓰레기통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싸!"

그와 동시에 네루는 모 만화에 나오는 농구팀 감독의 포즈로 쪼그려 앉아서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했다. 그녀는 던진 캔이 쓰레기통에 들어갔다는 사소한 일에도 기뻐했다. 오히려 사소한 일이라서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어디, 던질거 더 없나……?"

흥분한 네루는 그 주변을 샅샅이 뒤져 쓰레기를 찾았다. 그리고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지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물론 분리수거는 절대 빼놓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주변을 돌아다니던 불량배들의 말에 아까 그녀에게서 도망친 불량배들의 증언까지 더해지자, 불량배들 사이에서 '미카모 네루가 짐승처럼 사냥감을 찾아 길가에서 활개치고 있다' 라는 소문이 돌게 된 것은, 그녀로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

네루는 거리의 쓰레기를 주워서 쓰레기통에 던지며 논다는, 다분히 선행에 가까운 놀이를 즐겼다.

하지만 골목 어귀에 쓰레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를 다 치운 뒤에는 그녀의 기분도 다시 가라앉았다. 마치 쓰레기를 줍느라 진득해진 손처럼 여전히 찝찝했다. 근처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으면서도, 그녀의 자그만 얼굴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차가운 물로 말끔하게 닦아낸 손과 달리, 기분은 여전히 꿀꿀한 탓에, 그녀는 괜시리 짜증이 났다.

"젠장."

화장실2에서 나서며 욕지거리를 내뱉은 네루는, 물기를 털어낸 뒤에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C&C의 다른 멤버들에게 모모톡을 보낼까 말까, 하며 휴대폰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다가 선생과의 톡 화면을 열었다.

'이번에야말로 스카잔의 매력을 알려줄 차례 같은데'

'이번에야말로 나와 네루의 커플룩을 맞출 차례로구나'

그리 대단한 내용도 아니다. 좋게 봐줘도 농담 따먹기에 가까운, 선생과 학생 사이의 친근한 대화다. 그러나 네루의 입술은 대화를 보는 내내 씰룩거렸다.

'요즘엔 선생을 통 보질 못했네.'

샬레의 선생은 항상 바쁘다. 게다가 바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가진 권한도 많지만 책임 질 것도 많은데다가, 그는 많은 학생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책임지고 품으려 했고, 그런 이유로 때로는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키보토스에서도 이름 난 강자인 그녀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평범한 학생 정도의 신체 능력만 있더라면 이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을텐데. 네루는 몇 개의 기억을 곱씹었다. 사건 사고에 휘말렸던 언젠가는 총을 맞아서 생사가 오가는 상황 -누구의 소행인지는 몰라도 잡히면 죽기 직전까지 패줄 생각이었다-에 놓였던 것을 떠올린 그녀는 불쑥 솟아오르는 분노에 이를 악물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에도 선생은 몸 하나 사리지 않고 여전히 학생을 위해서 바쁘게 뛰어다녔다. 그런 선생을 볼 때마다, 네루는 즐거움 가운데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머지 감정은, 그녀도 알지 못하는 감정이었다.

네루는 제자리에 서서 선생에게 보낼 모모톡을 쓰다가는, 기껏 써내린 메시지를 지우는 일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톡 하나 보내지 못하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평상시에도 자주 모모톡으로 대화를 나눴는데도, 가끔은 이렇게 아무 말도 보내지도 못했다.

그럴 때마다, 네루는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봐도 그녀의 성격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고, 선생에게 낯을 가리지도 않는데도, 톡 하나 보내지 못해서 망설이다가 이렇게 화면을 꺼버리는 모습은, 흔히 말하는 것처럼, 마치-

"늦게 온 사춘긴가?"

어른에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 3학년생인 그녀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키만큼이나 어른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생에 대한 감정은, '보면 좋은 기분이 든다' 에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쪽으로 바늘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이다.

아마도 멀지 않은 날에, 알아서 깨닫게 되겠지만.

아무튼 선생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 한 네루는 고개를 들었다. 올려다 본 하늘은, 맑은 만큼 더욱 높게 느껴졌다.

"하늘 참 맑다."

머리를 긁적이던 네루는 이런 날에는 어디 누워서 하늘 구경이나 해야지, 하고 중얼거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목적지는 느긋하게 드러누울 들판이 있는 장소인 후탸바 공원이었다.

***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도 가라앉는다. 격렬한 싸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네루였지만, 그녀라고 해도 평온한 시간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구름을 보며 지렁이, 오토바이 등의 비슷한 사물을 찾던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임무가 있던 거 같은데.'

온갖 핑계로 수업을 땡땡이 치는 그녀였지만, C&C의 임무는 게을리 하지 않았다. 키는 작을지언정 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전혀 작지 않았다.

'이제 슬슬 준비를 해야겠는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네루가 일어나려는 순간, 머리 위로 그림자가 졌다. 마치 장식처럼 프릴이 달려있는 에이프런. 시원할 정도로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살랑거리는 꼬리를 연상케 했고, 그녀가 입고 있는 메이드복은 네루의 것과 비슷한 디자인에 체형 대비 치마 길이마저 똑같이 짧았지만, 그녀는 네루와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의 색기를 발산했다.

설명하기 좋아하는 엔지니어 부의 모 학생이 아니더라도, 그 이유를 떠들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요염함이 흘러 넘치는 눈매로 짓는 눈웃음 하며, 입술은 고혹스러움과는 다른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매력적이다.

167cm의 제법 훤칠한 키 하며, 완벽할 정도의 몸매에는 네루와 비교해서 키 외에도 어마무시하게 큰, 모성애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야호-! 리더! 찾았다!"

C&C의 부원, 콜사인 제로원, 이치노세 아스나였다. 육감적인 몸매부터 어여쁜 얼굴까지, 그녀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과 수식은 많았지만, 네루에게는 그녀에 대한 설명은 항상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상쾌한 표정으로 충분했다.

"아스나냐. 안 그래도 금방 가려고 했는데. 날 찾아다닌 거라면 먼저 연락이라도 하지."

여전히 누운 채로 올려다보는 네루에게는 아스나의 치마 속은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았다. 별 관심도 없지만, 물리 법칙을 거스르기라도 하는 듯이 집요하게 보이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싶었다.

"으응……왠지 그래야 할 거 같았거든. 그래서 직접 찾으러 왔는데, 바로 찾아버렸다는 거지!"

그 말대로 그녀는 제멋대로 행동하기 일수였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오히려 옳은 선택이 될 정도로, 그녀는 동물적인 직감과 믿기 힘든 행운을 가졌다. 네루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도, 네루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직감이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었다.

"그랬냐. 용케도 찾았네."

아스나의 배려에 네루도 나름의 감사 인사를 전한다. 겉모습만 보면 두 사람은 상극이지만, 실제로는 말도 잘 통하고 케미도 맞는 한 쌍이었다. 어쩌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는지도 모른다.

"오늘 임무 있댔지?"

"맞아!"

경쾌한 대답을 들은 네루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슬며시 허리를 세웠다. 그러자 아스나가 손을 뻗어 네루의 머리에 붙은 풀잎을 털어냈다. 네루는 됐다고 말하면서도 얌전히 손길을 받았다.

"부장, 기분은 좀 풀렸어?"

부원이든 누구에게든 말한 적도 없건만, 아스나는 네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네루는 눈만 깜빡거리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덕분에. 라고 해둘까."

짧은 말에도 아스나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모습이 리트리버 크기의 웰시 코기 같았다.

"내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니까 기뻐!"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가슴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네루에게는 낯이 익으면서도 낯설었다. 아마도 가까이에 있지만 가벼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감각일 터였다. 네루는 입가에 쓴웃음을 띄우고는 아스나를 올려다봤다.

"너는. 요즘 즐겁고?"

평범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아주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아스나를 오래 전부터 봐왔던 네루의 말은 묘하게 의미심장했다.

"응!"

그런 침묵조차 없었던 마냥, 아스나는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C&C의 모두가 있고, 주인님도 있고,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친구들이 있는 걸. 항상 그래왔듯, 아스나는 정말정말 행복해!"

따사로운 햇빛을 받은 얼굴이 빛난다. 봄에 피는 꽃처럼 화사한 미소는 언제보아도 즐거웠다. 네루로서는 그녀가 항상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네가 그렇다면 다행이고."

네루는 읏차,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일어서서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몸 상태도 최상, 기분도 풀렸겠다. 이제 남은 건 임무를 수행하는 것 뿐. 스카잔에 붙은 풀잎을 털어낸 뒤에, 그녀는 고개만 돌려서 턱을 까딱였다.

"가볼까, 그럼?"

"출발~!"

머리 위로 주먹을 쭉 뻗은 아스나의 힘찬 외침과 함께, 파란 하늘 아래 두 사람은 발걸음을 옮겼다.

***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한 대의 헬기가 활보한다. 야음을 틈탄 침투는 흔하면서도 효과적인 전술이고, 그 중에서도 공중을 통한 이동은 방어자의 입장에서 대비하기 어려웠다.

시끄럽게 돌아가는 프로펠러의 소리를 들으며, 네루는 헬기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짧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리면서도 시야를 크게 가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 목표물인 폐공장이 아슬아슬하게 보였다.

"저 공장으로 침입해서 목표물을 확보하면 된다는 거지?"

무전 너머로 아카네의 대답이 들려왔다.

"네. 리더. 다소의 저항이 예상되니 신속하게 침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속, 좋은 말이지. 네루가 중얼거렸다. 위험하게 헬기 바깥으로 몸을 내민 그녀가 말했다.

"아스나, 아카네, 카린. 뒤처리는 너희에게 맡긴다."

무전 너머로 답신이 들려오기도 전에, 네루는 그대로 밤하늘에 몸을 맡겼다.

'행복이라…….'

목표지점을 향해 떨어지는 내내 스카잔이 휘날렸다. 아래에서부터 강하게 올라오는 바람을 맞으며, 네루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싸움도 즐겁고, 다른 부원과 어울리는 것도 즐겁다. 게임창작부 녀석들과 노는 것도 즐겁고, 이렇게 밤바람을 맞는 것도, 제법 즐겁다.

선생도, 물론 즐겁다.

'내일 보자고 연락해야겠네.'

네루는 씨익, 웃으며 공기저항을 덜 받는 자세로 바꿔서 유성처럼 빠르게 떨어졌다.

"이런 밤에 무슨 순찰을 돌라는 거야."

"피곤해 죽겠어. 어디가서 잠이나 좀 잘까."

폐공장 안에서, 피곤해보이는 두 로봇들이 대화를 나눈다.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자들도 이런 소시민 적인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가령, 건물의 천장이 갈려나갈 때라거나.

쿠콰콰콰콰쾅-!!

그들이 소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마치 포탄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천장이 산산조각났다. 무너지는 잔해를 피해 이리 뛰고 저리 뛴 그들은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이. 네놈들."

먼지로 시야가 뒤덮인 사이로 저벅, 저벅, 하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로봇들은 잽싸게 손에 들고 있는 총구를 겨눴다.

"누구냐!"

그러나 먼지에 가려진 누군가는 겁도 없이 태연하게 다가오며 말했다.

"흐응. 도망가지 않은 건 칭찬해주지."

아스팔트 가루와 먼지가 덮인 주황색 머리카락은 달빛 아래에서 빛바랜 듯 했다. 양 손에 든 기관단총 중 하나를 어깨에 얹은 소녀가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먼지에 가려진 탓에 로봇들의 눈에는 마치 한 마리 맹수처럼 보였다.

"그치만 말야. 오늘 나는 기분이 좋아서, 이럴 때면 더욱 날뛰게 되거든."

화려한 무늬의 스카잔 아래의 의상이 그녀가 메이드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겉모습과 달리 그녀는 능숙한 메이드였고, 메이드의 특기 중 하나가 환경미화, 바로 청소다.

"청소 시간이다. 자식들아."

밀레니엄 최강, 콜사인 더블오, 미카코 네루의 상쾌하리만치 시원한 선전포고였다.

디시콘

잘 쓰지 못하지만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미다...

후23타바 공원을 후23타바 공원이라고 쓰지 못하는 걸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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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5.24창작

[소설] 네루는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미카모 네루#소설
좋아요 0댓글 31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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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DC
붕붕차차작가
게시물 2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3.05.24 09:31
조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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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1

나
ㅇDC
ㅇㅇ123.05.24
디시콘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5.24
ㅇDC
ㅇㅇ223.05.24

네루조아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5.24
디시콘
ㅇDC
ㅇㅇ323.05.24

보관함으로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5.24
ㅇDC
ㅇㅇ423.05.24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5.24
ㅇDC
ㅇㅇ523.05.24

삭제된 댓글이에요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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