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 히마리는 C&C 부실을 방문했다. 베리타스의 부장이나 초현상특무부의 부장인 히마리가 아니라, 아케보시 히마리 개인의 사적인 방문이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왔나 했더니. 그 녀석의 일이었냐."
히마리를 맞은 이는 C&C의 부장이자, 146CM의 어린애 같은 몸에 강함이라는 요소를 한계 이상으로 꾹꾹 눌러 넣은 듯한. 콜사인 00. 미카모 네루였다.
"네. 토키가 잘 지내고 있을까해서, 확인차 찾아왔답니다."
태연히 테이블 앞에 앉은 히마리는 태연히 인사를 건넸다.
겉모습은 껄렁해도 C&C의 부장답게 메이드의 소양을 나름대로 갖춘 네루가 차를 내왔다.
"감사해요. 그 아이는 항상 훌륭한 답변을 들려주지만……그래도 저는 부장인 네루 씨와 대화하고 싶었거든요."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비싼 찻잔을 받아든 히마리는 입가에 잔을 가져다 대었다. 진한 향이 나는 트리니티 산 홍차였다.
"그래, 그래. 학부모 면담 같긴 한데, 한 번 해보자고."
네루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짧은 치마가 들춰지는 건 아랑곳 않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았다. 그런 점을 지적하는 유일한 부원인 무로카사 아카네는 다른 부원들처럼 임무로 인해 부재중이었다.
"……이렇게 된 거랍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네루는 얼마 전에 토키가 사왔던 고급 케익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최근 씀씀이가 늘었더니. 그런 이유였구만?"
"이럴 때 적당한 사치도 누려보는 거죠."
이미 토키의 계좌에 들어왔던 돈을 조사했던 히마리지만, 모르는 척 능청스럽게 말했다. 수상쩍은 기운을 느낀 네루가 눈을 흘겼다.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
네루의 직감은 제법 잘 맞았다.
히마리가 리오와 토키가 대면할 자리를 만든 계기는 이전에 그녀가 토키와 나눴던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이후에도 히마리는 지속적으로 토키와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상태를 살폈고, 리오가 복직한 뒤에도 마지막까지도 토키의 의사를 확인했다.
히마리의 성격은 꽤나 즉흥적이고, 이따금 터무니 없는 사건을 벌이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생글생글 웃는 히마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네루가 입 안에 차를 털어넣었다.
"대충 들은 거지만. 너, 요사이 외부 활동이 부쩍 늘어났던데.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냐?"
비밀주의를 표방한 리오만큼은 아니지만, 과거 베리타스의 부장의 정체는 철저히 베일에 싸인 비밀이었다. 물론 크로노스 가십지에 온갖 억측과 비방이 실리던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는 이미지가 매우 개선된 편이지만.
"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거든요. 밀레니엄 최고의 미소녀해커에게도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은 즐거운 법이랍니다."
히마리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네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턱을 괴었다.
"그래? 별 일 있는 건 아니고?"
네루가 히마리의 지병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녀의 직감은 무심결에 히마리의 비밀에 근접했다.
히마리는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을 하거나 둘러댈 수도 있지만, 어쩐지 그런 수고가 의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네루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장 제 짧은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됐다. 네가 알아서 하겠지."
"후후. 참, 앞으로도 토키를 잘 부탁한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겠죠?"
히마리가 넌지시 거절하기 힘든 요청을 하자, 네루는 살짝 인상을 쓰고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였다.
"나한테 부탁할 게 뭐가 있다고."
주황색 머리보다 조금 붉은 눈동자가, 이 자리에 없는 C&C의 다섯번째 멤버를 쫓듯이 먼 곳을 향하다 돌아왔다.
"그 녀석은 강해. 장담할 수 있어."
짧은 한마디로도 의지는 충분히 전해졌다. 하지만 뭔가 찜찜했던 네루는 말을 덧붙였다.
"……나보다는 아니고."
무심결에 덧붙인 말은 자신감의 표출 수준이었지만, 진지하게 듣고 있던 히마리에게는 묘하게 웃기게 들렸다.
"물론 그렇겠죠. 후후후."
느긋히 넘기려던 히마리는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뭐가 그렇게 웃긴데?"
별로 대단한 말도 아니었는데. 네루는 괜시리 얼굴을 붉히며 투정 어린 말을 외쳤다. 하지만 히마리는 눈에 눈물까지 고인 채로 계속해서 웃어댔다. 어린아이 같다던가 하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려심이 가득한 행동이었다.
"아뇨. 별 거 아니랍니다. 아하하하."
"거참……."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던 네루도 결국 포기했다. 곧 부실 안은 청명한 웃음 소리로 가득해졌다.
"배웅 정도는 해줄게. 딱히 할 일도 없거든."
히마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네루는 히마리와 함께 복도로 나왔다.
헤어지기 전에 히마리가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하자 네루도 마주 인사를 건넸다.
"그 꼬맹이, 그러니까 아리스한테도 다음 승부, 각오하라고 좀 전해주고."
"네. 그럴게요."
고개를 끄덕이는 히마리의 뇌리로 아리스가 꼬마 메이드 씨를 또 이겼다고 의기양양해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히마리는 이번에도 네루를 위한 배려를 베풀었다.
"그럼. 건강해라."
네루는 손을 가볍게 흔들며 느긋한 걸음으로 멀어졌다. 히마리는 새삼 감탄하며 용무늬가 새겨진 스카잔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참 감이 좋은 사람이란 말이죠.'
***
"히마리 선배! 안됩니다!"
텐도 아리스가 황급하게 외쳤다. 그녀의 얼굴은 안타까움과 애절함을 반반씩 띄고 있었다. 하지만 히마리는 후배의 애절한 애원에도 아랑곳 않고 그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말리지 마세요. 아리스. 어쩔 수 없어요. 이미 늦었다고요."
아리스는 히마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작은 손은 히마리에게 닿지 않았다.
"이런 저도 아리스에게 도움이 되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히마리의 쓴웃음 지은 얼굴에 결의가 깃들었다. 아리스가 말리기도 전에, 히마리가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손가락이 게임기의 버튼을 꾸욱, 눌렀다.
"끄앙! 그 아이템은 아리스에게 필요한 겁니다!"
게임기를 붙잡고 있던 아리스가 비명을 질렀다. 일촉즉발의 상황은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 RPG 게임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제 계산에 의하면 이 아이템은 제 캐릭터에게 있는 게 더 좋답니다. 아마도요."
하지만 히마리에게 쏠리는 눈초리는 현실이었다.
"히마리 선배. 그건 좀……."
"부장. 꼴불견이야."
히마리와 거의 같이 있는 에이미는 물론이고, 베리타스의 다른 부원인 오토세 코타마, 오마가리 하레, 코누리 마키까지 부장이자 선배의 만행을 힐난하듯 쳐다봤다. 심지어 게임개발부 후배들인 사이바 모모이, 미도리 자매마저 말만 하지 않았을 뿐 곤란한 눈치였다.
"다, 다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히마리는 이곳저곳에서 쏟아지는 눈총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아리스에게 필요한 장비 아이템을 멋대로 습득한 주제에, 되려 억울하다는 투였다.
게임 플레이에 무조건적인 정답은 없다. 따라서 히마리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답에 가까운 플레이는 있다.
"히마리 선배는 마법사! 아리스는 용사인 겁니다!"
아리스는 히마리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손에 들린 파이어소드를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마법사에게 검이 왜 필요한 겁니까? 검은 용사의 무기입니다!"
아리스의 말대로 마법사 캐릭터에게 파이어소드가 필요할 일은 없다. 게임의 공략법 다수도 이 시점에서 용사나 전사 캐릭터가 파이어소드를 습득하는 걸 전제로 했다.
"저도……."
히마리가 의도가 다분히 담긴, 습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리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바닥에 살며시 쓰러지는 듯한 포즈까지, 자칭 병약 미소녀 다운 완벽한 연기였다.
"딱히 도움이 된 거 같지는 않지만 말야."
"그런!"
에이미의 말처럼 그런 연기는 별 다른 반향을 불러오지는 못했다. 사실 이미 방바닥에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이제와서 바닥에 쓰러지든 눕든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히마리 선배가 주는 버프도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아무튼 아리스는 바닥에 널부러진 선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그리 허황된 말은 아니다. 아리스의 캐릭터에 비해 레벨이 부족한 히마리의 캐릭터는 직접 전투는 미흡해도 전투 보조 역할은 가능했다.
아리스의 늠름한 얼굴은 게임 속의 용사를 떠올리게 했다. 단지 외모로만 그녀가 전 밀레니엄 학생들에게 귀여움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에게 보여주는 밝고 친근한 면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순수함과 고결함이 그녀를 용사로 보이게 했다. 한 때는 아리스를 제거해야 할 요소로 여겼던 리오조차 결국에는 그녀를 용사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아리스……."
히마리는 고개를 들고 감동한 얼굴로 아리스를 올려다봤다. 아리스가 손을 내밀고, 히마리가 맞잡았다. 약간의 해프닝이 있기는 해도, 이렇게 감동적인 흐름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부터는 버프도 저한테 쓰려고 해요."
히마리는 태연히 웃었다. 아리스도 생글생글 웃었다.
"아리스는 용사도 마왕도 될 수 있습니다. 방금 선택지로 인해 배드엔딩으로 정해진 겁니다."
순간 아리스의 웃는 얼굴 뒤로 마왕의 BGM이 깔리는 착각이 든 히마리는 뺨을 부풀렸다.
"제가 아는 강력한 마법사도 지팡이와 검을 같이 쓰는 걸요."
"히마리 선배의 플레이는 대마법사가 아니라 적마도사입니다!"
아리스가 기어코 금단의 클래스를 입에 담자, 오랜만에 캐비넷 밖으로 나온 하나오카 유즈가 움찔했다. 사이바 자매도 그렇지만, 게임개발부 부장이자 다른 부원들과 같은 1학년생인 유즈는 특히 레트로 게임을 잘 알고 좋아했다. 그녀야말로 방금 아리스의 발언의 진위를 밝힐 만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용기를 낸 유즈는,
"저, 적마도사는 하이브리드 특화……."
라고 말하다가 히마리의 캐릭터가 아리스의 캐릭터에게 응징을 당하는 광경을 보고 바로 움츠러들었다.
방금의 사소한 소동은 차치하고서, 비좁은 게임개발부 부실에 이렇게나 많은 인원이 모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게임개발부의 후배들을 도와서 다같이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오랜만에 베리타스 부실에 방문한 히마리는 갑자기 소원을 말했다. 그리고 소원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졌다. 치히로가 뒤이어 등산 캠핑이라는 선택지를 제시하자마자, 부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게임을 만들다니……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역시 후배를 돕는 일이 보람 있지!'
'우리도 게임은 많이 하니까.'
어쨌거나 인도어파인 부원들에게는 치히로에게 끌려다니는 아웃도어 활동보다 게임개발 쪽이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여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도 모두 치히로의 의도대로였다. 일부러 부원들이 기피할 선택지를 제시해서 자연스럽게 히마리의 의견을 따르게 만든 것이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단 하나. 그게 히마리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니까. 물론 부원들은 그런 건 전혀 모르고 등산 대신 게임개발을 하게 해준 부장을 찬양했지만 말이다.
"하아……너희들. 그렇게 외부 활동을 기피하면 건강에도 좋지 않거든?"
히마리를 애워싸고 환호를 지르는 부원들을 둘러보던 치히로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기뻐하는 히마리를 곁눈질하며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평화롭게 다같이 게임개발을 돕는 하루를 보내는 게 원래 계획이었을텐데.
"피로도를 나타내는 시스템은 에너지드링크로 표시하는 건 어떨까?"
하레가 의견을 제시했다. 항상 앉는 의자는 아니지만,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는 모습이 평소와 비슷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하레 선배가 좋아하는 요괴 MAX와 콜라보도 가능합니다!"
아리스가 화악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옆에서 마키가 턱에 손을 얹은 채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게임이 나오기도 전에 벌써부터 콜라보 생각을 하다니. 과연 게임개발부!"
컴퓨터 앞에 다같이 모여 앉은 그녀들은 저마다 이런저런 주제로 떠들어댔다. 먼저 위풍당당하게 팔짱을 낀 모모이가 나섰다.
"후후후. '미네랄 크래프트' 나 '월드 오브 아카이브' 같은 유명 게임과의 콜라보도 염두해 두고 있다구!"
아직 게임을 구상하는 단계인데, 모모이는 벌써부터 시원하게 김칫국을 마셨다. 그런 모모이를 향해 미도리가 성실한 동생답게 '아직 게임을 만들지도 않았잖아.' 라고 적절히 태클을 걸었지만, 오히려 아리스가 모모이의 의견에 동조했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합니다! 이 게임으로 게임개발부는 키보토스 제일의 게임사가 되는 겁니다!"
"그래. 아리스의 말이 맞아. 굴지의 게임사가 된 우리들의 게임과 콜라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거라구!"
"그, 그……런가?"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나오던 미도리까지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코타마가 안경을 고쳐쓰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게임개발부 부장이네요."
"부장은 저인데……요."
유즈가 작게 손을 들며 말했지만, 금방 다른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게임개발부와 베리타스의 부원들이 게임 이야기로 시끌시끌한 반면, 게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에이미는 얌전히 에어컨 앞에 앉아 멍하니 구경할 뿐이었다.
"후후. 천재미소녀 해커의 진가를 보여드릴 차례로군요."
히마리가 깍지 낀 팔을 앞으로 뻗어 쭉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히마리가
"생일을 입력해서 별자리에 맞춰서 매일 운세를 보여주는 건 어떨까요?"
"그런 시스템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점술가라던가, 아니면 포츈 쿠키 같은 요소를 넣는 거지!"
모모이가 히마리의 의견에 맞장구를 쳤다. 미도리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괜찮다고 생각해요. 게임 플레이 도중의 흥미로운 요소가 될지도……."
사이바 자매의 지지에 힘을 얻은 히마리는 신을 내며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오늘의 운세에 따라서 스탯이 변하는 건 어떤가요? 거기에 운세를 높여주는 아이템까지 추가하는 거죠. 말하자면 럭키 아이템이랄까?"
검지 손가락을 내민 히마리의 제안은 좋게 말해서 랜덤요소, 적나라한 표현으로 운빨망겜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괴한 제안에 의외의 지지자가 있었다.
"히마리 선배의 말에 동의합니다! 운도 실력인 겁니다!"
아리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녀에게 불순한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방금의 말에 속이 긁히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가챠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더더욱 그랬다.
"후훗. 역시 아리스에요."
여하튼 히마리는 아리스의 손을 잡고 흔들며 흥겹게 재잘거렸다. 손녀를 예뻐하는 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불현듯 지나갔다.
"하지만 부족합니다. 운 요소나 콜라보도 이제는 너무 흔한 것들이니까요."
아리스가 의견을 제시하자, 히마리는 잠시 '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민에 빠졌다. 다른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을 숨죽여 기다렸다. 밀레니엄의 초천재 병약 미소녀 해커는 어떤 방안을 제시할 것인가. 이윽고 고민을 끝낸 히마리의 눈이 빛났다.
"네. 게임의 흥미를 높이는 방법, 그건 바로……BGM으로 엔카를 추가하는 거죠!"
히마리가 터무니없는 말을 자신만만하게 외치자마자, 멀찍이 앉아있던 치히로가 관자놀이를 감싸쥐고 고개를 저었다.
에어컨 앞에 앉은 에이미는, 부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녀들은 여전히 게임에 대한 이야기로 웃고 떠들었다.
게임개발부 부원들도, 베리타스 부원들도, 히마리도, 여전히 게임 개발과는 사뭇 동떨어진 뜬구름잡는 대화 뿐이지만, 즐거움을 가지는데는 충분했다.
"음료수 좀 사오려고 하는데.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어? 그래도 괜찮겠어?"
하레와 함께 게임기를 만지작거리던 모모이가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초현상특무부의 부비를 쓸 거니까."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문제는 없답니다."
제멋대로 행동하는 부원에 익숙해진 히마리는 곧바로 포기했다. 음료수를 사는 정도는 딱히 문제도 없었다.
"그럼 사양 않고……나는 요괴 MAX로."
하레가 뒤로 묶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후훗. 저도 밀레니엄 최고의 미소녀 해커에게 잘 어울리는 요괴 MAX, 레몬맛으로 할게요."
한 명 씩 음료수를 고른 뒤에, 마지막으로 남은 유즈가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
"저, 저는 아무거나 좋아요……."
"오케이. 확인했어."
"혼자서 그만큼 가져오는 건 힘들텐데. 같이 가는게 낫지 않겠어?"
멀찍이 앉아있던 치히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치히로도 게임에 관심이 적어 구경만 하던 참이었다.
"상관없어. 같이 가도 돼."
둘은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캠퍼스 내부의 매점은 부실에서는 조금 멀었고, 매점까지 가는 대신 자판기에서 뽑아갈 요량이었다.
자판기 앞에 도착한 에이미는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음료수를 헤아렸다. 그리고 버튼을 하나하나 누르자 덜컹하는 소리가 났다.
'언제봐도 엄청난 노출이란 말이지.'
조금은 무례할지도 모르지만, 무심코 시선이 향하게 되는 노출이다. 중요한 부위는 제대로 가리고 있고, 자켓까지 입고 있는데도, 자켓이 무색하게 팔에 걸친 수준이라 어깨가 드러난 데다가 브래지어 수준의 상의에 지퍼까지 달려 있거 옷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특이하냐고 하면 확실히 특이하다. 괴짜가 한 트럭으로 있는 밀레니엄에 특이하지 않은 학생이 누가 있겠냐마는, 그 중에서도 에이미는 손꼽히는 유형이었다. 살결부터 풍만한 가슴을 다 드러내는 옷차림부터 해서, 동나잇대의 여고생하고 비교가 안되는 언행부터 그랬다.
하지만 에이미도 학생이다. 비록 표정 변화는 희미해도, 그녀 또한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나름의 방식으로 표출했다. 그녀는 특히 히마리와 선생의 곁에서 자주 그런 모습을 드러냈다.
덜컹, 음료수가 또 하나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잠자코 지켜보던 치히로가 미리 가져온 두 장의 봉투를 꺼냈다.
"여기 담아가는 게 낫겠네. 너도 하나 줄게."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받고는, 짧은 치마가 끌어올려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자판기의 배출구 앞에 쪼그려 앉았다.
치히로의 시선이 뽀얀 허벅지로 저도 모르게 움직였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으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에이미는."
"치히로 선배."
에이미를 내려다보는 치히로와 치히로를 올려다보는 에이미는 같은 타이밍에 말을 하려다 멈췄다. 에이미가 양보한다고 생각한 치히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먼저 얘기해."
"일단 선배가 먼저."
다시 같은 타이밍에 입을 열어 서로의 말문을 막은 셈이 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꿈뻑거렸다. 그리고는 작게 웃었다. 교류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치히로는 에이미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럼 내가 먼저 말해볼까."
이번에는 에이미가 입을 여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치히로는 초탈한 느낌이 드는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돈했다.
"히마리는……요즘, 어때?"
언뜻 안부를 묻는 말 같지만, 방금까지도 히마리와 같이 있던 그녀다. 평범한 의도의 질문은 아니었다.
"제법 괜찮아. 밥도 잘 먹고 있고."
"그렇다면 다행이네. 혹시 숨기고 있을까 했거든. 그리고……."
치히로는 사뭇 편해진 얼굴로 뒷목을 매만졌다. 그녀도 히마리와 자주 만나고 연락하지만, 옆에 붙어있다시피하는 에이미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안심하던 치히로의 표정이 문득 어두워졌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나도 히마리 곁에 있어야 하는데, 하고."
말을 했을 뿐인데, 쓰디쓴 음식을 씹는 기분이 든다.
치히로가 히마리와 알고 지낸 시간은, 히마리와 만난지 1년도 안됐을 에이미와 비교하면 훨씬 길다. 그러나 히마리의 곁에서 그녀를 돌보는 사람은 치히로가 아니라 에이미였다.
서로의 입장이 다른 점은 있다. 초현상특무부의 부원으로 히마리를 보좌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에이미와 달리, 치히로는 베리타스의 부부장으로서 히마리와 떨어져 있을 수 밖에 없고, 더군다나 한창 바쁠 3학년이었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가 생사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 그런 게 대수인가? 치히로는 히마리와의 연락을 마칠 때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때마다 치히로는 어쩔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히마리를 보살피는 에이미에게 고마운 감정과 미안한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아니."
치히로의 상념을 끊어내듯, 에이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잽싸게 덧붙였다.
"그건 내 역할이야. 선배."
다시 시선을 내리기는 했지만, 순간 에이미의 표정이 어찌나 단호했던지, 치히로는 놀란 얼굴로 빤히 쳐다보다 어깨를 으쓱였다.
"좋아. 좋은 데이터라는 느낌이 들었어."
질투라고 하기에는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네. 치히로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당기고 에이미의 옆에 나란히 쪼그려 앉았다. 배출구에 손을 뻗어 꺼낸 음료수는 벌써부터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치히로 선배는 히마리 선배와 어떻게 알게 됐어?"
음료수를 다 담을 즈음에 에이미가 말을 걸어왔다. 그걸 물어보려던 거구나. 치히로는 턱에 잡고서 음- 하는 신음을 흘렸다.
"어땠더라. 히마리와 함께하며 겪은 일들은 기억나는데, 이상하게 만나게 된 계기는 기억이 안 나. 그 정도로 강렬한 사람이라 그런가봐. 에이미는 어때?"
치히로의 말에 에이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얼추 기억은 하고 있어. 초현상특무부의 일로 리오 선배와 함께 왔지. 리오 선배와 히마리 선배는 대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고. 그래서 내가 어떤 말을 했는데……. 그게 뭐였더라?"
"아웃풋이 이상한데."
치히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만 더 발이 저려올다. 먼저 일어난 김에 에이미도 일으켜줄까 했지만, 에이미도 금방 일어났다.
"선배, 이리 줘."
에이미가 봉투를 들지 않은 왼손을 내밀었다. 평범하면서도 강인함이 느껴지는 손바닥을, 치히로는 물끄러미 쳐다보다 지긋이 고개를 저었다.
"혼자 들기엔 무거울 거야. 나도 손이 비니까, 같이 들자."
음료수에 대한 말일텐데, 치히로도 에이미도 다른 것에 대해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새벽녘에 내린 눈처럼 새하얀 소녀, 소중한 친구이자 선배.
"문제 없지?"
"그래. 그렇게 하자."
두 사람은 음료수 캔이 담긴 봉투를 들고 말없이 복도를 걸었다. 부실에 가까워질 즈음부터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에이미가 부실 문을 열자마자 히마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나요. 엔카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음악이라구요?"
히마리는 도도한 얼굴로 손을 수평으로 해서 턱을 받치고 선언했다.
아직도 엔카 이야기를 하고 있었냐며, 에이미는 허탈한 표정을 짓고, 치히로의 안경 렌즈는 반사광으로 빛났다.
"어머. 두 사람 다 수고했어요. 제가 부탁한 요괴 MAX 레몬맛도 있겠죠?"
부실로 들어서며 봉투에서 음료수를 꺼내던 에이미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아니. 깜빡하고 단팥죽 샀는데. 뜨겁네."
말하는 내용에 반해 에이미의 태도가 너무나 뻔뻔했던 탓에, 히마리는 잠깐 사고가 정지해 말문이 막혔다. 눈을 깜빡깜빡이다가, 전기가 돌아온 전등처럼 번쩍.
"에-이-미-!"
치히로와 에이미는 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씩씩대는 히마리를 보고, 서로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
여름에는 해가 늦게 진다. 오후를 지나 저녁에 접어드는 시간에도 여전히 밝은 햇빛이 세상에 내리쬐었다.
선생은 빛나는 햇살 사이를 달렸다. 총학생회의 흰색 정장을 팔에 걸친 그는 밀레니엄의 변두리에 자리한 들판 앞에서 멈춰섰다.
들판 위에는 밀레니엄하면 떠오르는 첨단을 달리는 이미지와 달리, 키 큰 해바라기들이 앞다투어 피어나 있었다.
선생은 꽃줄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들판 안에 들어섰다. 풀을 밟는 소리와 함께 걸어가다보면 너른 들판 위에 휠체어에 앉은 소녀가 있었다.
"바쁘실텐데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밀레니엄 최고의 천재 미소녀 해커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냐. 일이 길어지다보니 조금 늦었네."
선생은 손수건을 꺼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밀레니엄 내에서도 최고의 기술이 접목되어, 거친 환경에서도 문제 없는 휠체어가 소리없이 움직여 선생에게로 다가왔다.
"후후. 안심하고 편히 계셔도 좋답니다. 신중함에 있어서도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초안심제일 천재 미소녀답게, 유사시에 대한 모든 대비는 충분히 해뒀으니까요."
화려한 수사를 덧붙인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를 들은 선생은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문제는 없겠지? 잘하고 있을테니까."
선생은 히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릿결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움직이는 자상한 손길에서 머리로 온기가 전해졌다.
"네. 풍광명미에 극히 어울리는 키보토스 최고의 청초계 미소녀 해커랍니다."
히마리는 두 손을 앞으로 다소곳이 모은 채로 속삭이듯 말했다.
"선생님께서도 이런 매력에는 헤어나오기 어려우신 모양이로군요."
제법 짓궂은 말이지만, 선생은 이런 부분으로 제법 능수능란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는 거로 하자. 히마리가 수려한 건 사실이니까."
그는 손수건으로 주머니에 넣으며 히마리의 나르시즘 가득한 말을 시원하게 긍정했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히마리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선생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머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서도. 선생님께 직접 들으니 정말 기쁘네요……."
빨갛게 물든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떠올랐다. 선생이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려는 찰나, 히마리가 선생을 지긋이 올려다보며 이어지는 손길을 요구했다.
"그래, 그래. 듣자하니 요즘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던데."
"어머, 벌써 알고 계시네요?"
히마리는 눈을 슬쩍 감고서 머리에 닿는 감촉을 감미했다. 선생은 익숙한 동작으로 정수리를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빗겨 주었다.
"이미 여러 번 사진도 보냈으면서? 아, 그러고보니 트레이닝부까지 방문했을 줄은 몰랐어."
선생의 말은 듣기에 따라서는 히마리가 가진 장애에 관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선생도 히마리도 그런 의도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그저 황륜대제동안 숨어있으려 할 정도로 신체 활동을 선호하지 않는 히마리의 성격에 관한 말이었다.
길다란 속눈썹이 자라난 눈꺼풀에 가려진 흰색 구슬 같은 눈동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스미레 씨 덕분에 적절한 운동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아, 이미 말씀드렸었죠? 사랑스러운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의 숨겨진 백치미라는 거네요. 후후후."
히마리가 자연스럽게 자화자찬으로 이어가자, 선생은 사람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야. 자주 연락하기는 해도. 이렇게 직접 만나는 건 다른 법이니까 말야."
"맞아요. 직접 만나서 정말 기쁘답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추억이네요."
그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하늘이 붉은빛을 띄는 주홍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선생님."
히마리는 잠시 뜸을 들이다, 기다려주는 선생을 보고 용기를 내어 말했다.
"만일 최악의 경우에 접어든다면……늦기 전에 모두에게 제 병세를 밝히려고 해요."
해바라기 사이에 있는 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선생은 그녀가 보냈던 고뇌의 나날을 짐작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상처가, 그녀의 가슴에서부터 새겨져 있었다.
"……그래도 괜찮겠어?"
짧은 질문에는 적지 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는 학생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고 격려하는 선생이지만, 동시에 아이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어른이기도 했다.
"네. 그래도 최근에는 부쩍 좋답니다. 불치의 병조차도 밀레니엄의 전지 앞에서는 무용하다는 거겠죠."
그런 선생의 걱정을 불식시키려는 듯이, 히마리는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히마리가 그렇다면 믿어야지."
히마리의 자신만만한 선언을 들은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함께 들판을 거닐었다. 들판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자꾸만 들려왔다.
두 사람은 노을이 선명하게 보이는 언덕에 올라섰다. 서서히 저무는 노을을 등진 히마리가 선생을 또렷히 응시했다.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히마리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이런 말이 있답니다."
흰색의 소녀가 노을에 감싸이며, 주홍색의 베일을 쓴 신부가 그를 마주보았다.
"'행복하다고 믿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복은 결코 오지 않는다.' 라고요."
석양이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처럼 붉게 빛났다. 선생은 선명하게 빛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그녀가 사라질 것 같다는 터무니없는 직감이 그를 사로잡았다.
"선생님."
선생은 소녀의 찬란한 미소를 눈에 담았다. 그녀가 절망 속에서 빚어낸 희망을 마음에 담았다.
"저는 행복하답니다. 항상 행복하다고 믿고 있어요."
일순간 주홍빛 섬광이 번쩍인 뒤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저무는 노을과 달리 히마리는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처럼 거기에 있었다.
빛이 사라져버린 하늘에 그림자가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불빛 하나 없는 들판이 어둠에 휩싸이는 동안, 언덕 아래의 도시에서 가지각색의 인공적인 빛을 뿜으며, 반짝이는 여러 것들이 지상으로부터 차츰차츰 하늘로 올라왔다.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은 뒤에도, 그들은 떠나지 않고 함께 있었다.
***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는 동안, 히마리의 상태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속된 치료와 투약에 더해, 원하는 일을 하며 평온한 시간을 가진 덕분인지, 뚜렷하게 호전된 병세에 의료진도 긍정적인 전망을 보였다.
히마리의 비밀을 공유하는 세 사람은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 낙관했다.
히마리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치히로가 장담한 대로 전부 괜찮아진 것이 분명했다.
'이대로 완치 판정을 받고 난 뒤에는 모두에게 비밀을 알려줘야겠네요.'
히마리는 그녀의 고백을 들은 베리타스의 부원들이 놀라는 상상을 하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혼자서 괴로워하던 시절도 있었다. 홀로 고통을 삼키며 슬퍼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도망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홀로 싸우지도 않았다.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같이 싸워주는 이들이 있다.
행복은 이렇게나 가까이에 있는 것이라고, 히마리는 경탄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9월.
히마리는 쓰러졌다.
히마리의 생명을 갉아먹던 병은 결국 그녀를 도망치지 못할 운명으로 잡아끌었다.
<초천재미소녀해커의 죽음으로의 찬란한 여정 -下- 에서 계속>

한 번에 올리려 했는데 계속 잘려서 포기함...
댓글 20



일단 선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