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 히나 「아코, 쉬게 해줘」 (약피폐?)
/블루 아카이브
광고

https://youtu.be/UXigrqCsXys

※약피폐

1 / 7

게헨나와 질서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합치면 소라사키 히나가 된다.

게헨나의 무질서 함을 찬양하고 마음껏 유린하는 자들은 선도부장 히나의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고, 무질서 속에서 최소한의 질서를 바라는 이들은 히나를 찬양하고 공경한다.

그녀가 수족처럼 다루는 기관총같이, 히나는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으며, 어느 적과도 싸워 이길 수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게헨나의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였다.

그런 철인같은 그녀에게도 약점은 있다.

그녀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천천히 썩어들어가는 그녀의 속마음을 알지 못할 것이고, 그녀를 찬양하는 이들은 그녀가 남기고 가는 발자국에 스며든 피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지쳐 있었다. 누구에게도 토로하지 못할 피로가 그녀의 발목을 붙들었고, 끝없는 다툼과 한계를 넘는 책무가 그녀를 억지로 눌러 앉혔다.

그럼에도 그녀는 다른 이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나약한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책망했다.

그녀는 휴식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끝까지 자신의 책무를 지기를 바랬다.

이제와서 그녀는 지금껏 행해온 모든 일들이 자신의 책무가 아니었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녀는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에덴조약.

게헨나와 트리니티의 오랜 적대관계를 끝내기 위한 평화협정.

조약은 평화를 가져올 것이다.

평화는 그녀에게 은퇴의 명분을 부여할 것이며.

명예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는 안식을 줄 거라고, 소라사키 히나는 굳게 믿었다.

***

"조금 쉬셔도 좋지 않을까요?"

아코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히나가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한참동안 서류를 들여다보며 업무에 매진하던 참이었다.

"괜찮아."

히나는 아코가 건네는 머그컵을 묵묵히 받았다. 진한 커피향과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이 얼굴에 닿았다. 히나는 컵에 입술을 대고는 천천히 기울였다.

손재주가 없지는 않을텐데. 아코가 타는 커피는 이상하리만치 맛이 없었다. 하지만 매일 맛없는 커피를 마시면서도, 그녀는 아코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응석을 부리지도 않았고, 불평을 꺼내지도 않았다.

"에덴조약의 조인식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동안 온갖 준비를 하느라 바빴는데 말이죠."

아코가 한숨을 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히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무언으로 아코의 말을 긍정했다.

"만마전에서 별다른 방해를 하지 않았다는게 신기해요. 평소라면 온갖 수단으로 방해하고도 남았을텐데."

아코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빈정거리는 말투지만 틀린 점은 없었다. 만마전은 에덴조약에 대해 특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아코는 만마전의 수장인 마코토가 선도부에 얼마나 훼방을 놓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만마전이 귀찮을 일은 없으니까. 조약의 결실은 모두 만마전과 티파티가 가져갈테고."

히나는 무심히 말했다. 만마전과 티파티는 에덴조약기구(ETO)를 통해 서로를 견제할 것이고, 이제까지 두 학원 간에 벌어지던 분쟁은 거기서 중재될 것이다. 게헨나-트리니티 간 분쟁은 모두 ETO를 통해 해결될 것이다. 또한 티파티와 만마전이 서로를 견제하는 상황이니, 양쪽 모두 멋대로 돌발행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말만 듣자면 만마전에 ETO라는 족쇄를 채우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코토가 조약을 받아들인 이유는……뻔했다. 만마전이 ETO라는 거대 기구의 한 축이 된다면, 반대급부로 선도부의 영향력 약화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물론 선도부가 갑자기 해체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약이 체결되어 ETO가 설치되더라도, 게헨나 내부의 치안을 담당할 선도부는 필요했다. 그러나 선도부를 견제하고 괴롭히고 싶어하는 마코토에게 선도부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꽤나 기쁠 터였다.

히나는 조약을 추진하는 동안 만마전이 어떠한 트집도 잡지 못하도록 이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평소보다 많은 서류와 질릴 정도로 늘어난 업무량이 바로 그 증거였다. 이전부터 꾸준히 마모되어가던 그녀는 조약의 체결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지치고 피로해졌지만, 그럼에도 바라는 결말을 위해, 히나는 조약에 몰두하는 동시에 평소의 업무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히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경심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목소리로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히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코는 목소리에 숨겨진 피로를 느꼈다.

또렷한 눈동자 밑으로 흐릿한 그림자가 자꾸만 비쳐보이고, 평소와 같아보이는 발걸음도 어딘가 무거워 보인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아코는 불길한 기분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그러나 아코는 별말 없이 물러났다.

"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네. 알겠습니다."

아코는 얌전히 눈을 내리깔고는 조용히 옆에 대기했다. 히나는 머그컵을 내려놓고는 서류를 넘겼다. 사락, 사락하는 종이 넘기는 소리가 고요한 집무실에 은은히 울렸다.

"커피, 한 잔 더 갖다줄 수 있을까?"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입가에 은은히 비치는 미소를 엿본 아코는 활짝 웃었다.

"네. 부장님!"

괜찮을 거다. 괜찮을 거야.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생각은 결국 같은 곳에서 맞닿았다.

***

고성당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책이었다.

게헨나와 트리니티가 손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걱정할 일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과신이었다.

히나는 마침내 찾아올 휴식을 바랬다.

불행히도 그것만은 분명하게 이뤄질 것이다.

히나는 무너진 고성당을 헤치며 그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하아. 하아. 하아……."

히나는 가쁜 숨을 몰아내쉬며 기관총을 고쳐잡았다. 방금까지 불을 뿜은 기관총에서 뜨거운 연기가 새어나왔다. 짙은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뜨거운 열기가 자욱했다. 귀가 아플 정도의 총성이 들려오고, 잇달아 터지는 폭음에 머리까지 울려댔지만, 히나는 총을 놓지 못해 귀를 틀어막을 수 없었다.

"사, 살려줘요!"

"누구 없어요……? 꺄아아아악!"

흔적도 없이 무너진 고성당 곳곳에서 끔찍한 비명과 신음이 끊이지 않았다. 히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신속하게 향하며 마주치는 적들을 모조리 제압했지만, 그럼에도 그녀들을 구해내지는 못했다.

시신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기다란 핏자국을 남겼다. 트리니티 소속일까. 아니면 게헨나 소속일까. 피투성이인 그녀들의 정체를 눈대중으로 파악하는 건 어려웠다. 히나는 시신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애도와는 별개로 시신을 수습할 여유는 없었다. 방독면을 착용한 적들이 히나를 집요하게 추적했다.

"목표를 포착했다!"

"큭……."

히나는 이를 악물며 몰려드는 적에게 사격을 가했다. 다시금 기관총이 불을 뿜을 때마다 적들은 쓰러지고, 또 쓰러졌지만, 그 뒤에서 비슷한 복장의 적들이 몰려들었다.

얼마간 대응사격을 실시한 히나는 콘크리트 벽 뒤에 몸을 엄폐했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적들의 소속을 파악하려 들었다.

트리니티인가? 아니다. 고성당에는 오히려 트리니티 측 인사가 더 많았다. 피해도 트리니티 측이 더욱 컸다.

게헨나인가? 아니다. 선도부를 제외하고 이 정도의 병력을 운용할 수 있는 건 만마전 뿐이지만, 이 정도의 움직임을 선도부에서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제 3의 세력이다. 히나는 호흡을 진정시키고는 마음 속으로 숫자를 셌다. 적들의 사격이 조금이나마 잦아들기를 기다리면서, 하나, 둘, 셋.

투다다다다다-!!

히나의 기관총이 이름에 걸맞게 종막을 알리는 화력을 내뿜었다.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 정체불명의 적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하아, 하아. 윽……!"

다시 움직이려던 히나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고통에 오른쪽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총탄이 스친 상처였다. 평소였다면 이 정도 상처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텐데. 폭발에 휘말린 여파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이런 상처는……."

별 거 아냐, 라며 히나는 자신을 재촉했다.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자꾸만 눈을 가려서, 그녀는 피를 닦으며 걸음을 옮겼다. 주변 어느 곳에도 상처 같은 탄환의 흔적이 가득했다.

"……."

2 / 7

히나는 붉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봤다.

불에 그슬린 것처럼 검붉은 하늘이 세상을 뒤덮었다. 세상에 지옥이 도래한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지옥이었을까. 타오르는 불길에 숨을 쉬기도 힘들 정도였다.

뒤집힌 콘크리트 벽, 넘어진 자동차, 여기저기서 삐져나온 철근들, 그리고 또 수많은 잔해들과 쓰러져 있는 이들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속삭였다.

이 모든 일은, 네가 추진한 에덴조약 때문에 벌어진 거라고.

"……아니야."

히나는 부정했다. 머리로는 필사적으로 부정하면서, 다리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조약은 우리 모두의……평화를 위해서였어."

히나는 누구에게라고 할 것 없이 중얼거렸다. 그것은 변명에 가까웠다. 그러자 다른 목소리가 그녀를 비웃었다.

'네 알량한 휴식을 위한 게 아니라?'

앙다문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다. 히나는 다시금 눈 위로 흐르는 피를 제복 소매로 닦아냈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다.

탕, 탕. 총성이 울리자마자, 히나가 바로 대응에 나섰다. 그녀는 이번에도 적을 빠르게 제압했지만, 옆구리를 관통하는 총알은 막지 못했다.

"윽……!"

헤일로를 가진 학생이라고 해도 무적은 아니다. 이번의 총상은 이제까지의 부상과는 달랐다. 그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 치명상이었다.

"아아……."

3 / 7

히나의 작은 몸이 풀썩, 쓰러졌다. 손에서 결코 놓지 않던 기관총마저 기어코 놓치고 말았다. 그녀는 옆구리의 상처를 감싸쥐었다. 하지만 새어나오는 피가 둥그런 피웅덩이를 만들었다.

'출혈이……심하군.'

풍성한 하얀 머리가 아무렇게나 흩뿌려졌다. 헤일로의 테두리를 빛내던 보랏빛은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됐어.'

히나는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누구도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오로지 그녀의 선택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녀의 부재로 인해 발생할 일들을 두고볼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책무를 저버릴 사람이 못 되었다. 이제까지는 그랬다.

'더이상은, 지쳤으니까…….'

쓰러진 그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죽음은 이리도 고요하고 안락한 거라고.

'이제, 그만.'

히나의 눈동자에 어리던 빛이 사라진다. 게헨나의 마크를 닮은 헤일로가 서서히 무너진다.

게헨나의 '질서'는 고요하게 저문다.

"부장님! 부장님! 차, 찾았다. 부장님!"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던 히나에게 아코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히나만큼은 아니지만 아코도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온몸에 작은 생채기가 가득했다.

"부장님. 저에요. 정신 차리세요!"

상황이 급박한 탓에 흩어진 병력을 온전히 규합하지는 못했지만, 아코는 가지고 있는 무전기 덕분에 히나를 찾는 동시에 부장을 대리해 지시를 내릴 수 있었다.

"누구, 누구 없어요? 당장 의무관을, 구급차를 보내란 말이야!"

아코는 히나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히나의 상처를 지혈하는 동시에 무전기에 대고 히스테릭한 목소리로 위치를 알렸다. 다행히 무전기 너머에서 금방 폭음 섞인 대답이 들려왔다.

「확인……그쪽으로……보내겠다……」

아코는 히나의 지혈에 매달리는 동시에 히나의 의식을 붙들기 위해 노력했다.

"부장님. 조금만 버텨주세요. 이제 곧 구급차가 도착할테니까……. 제가 계속 같이 있을테니까요……."

"……."

아코의 말이 닿았는지, 히나는 무언가 말하려 했다. 다만 그녀가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목소리 대신 피가 흘러나왔다. 히나의 눈에 비치는 아코의 절망어린 얼굴이 점차 흐릿해졌다. 아코는 제발, 제발, 하고 중얼거리며 히나의 손을 잡고는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대단한 부상이 아니에요. 그저, 조금……다쳤을 뿐이니까. 금방 나을 거에요. 그러니까. 치료만 받으면……."

아코는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으며 어떻게든 히나가 의식을 놓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술만 벙긋거리던 그녀는 문득 떠올린 이야기를 급하게 꺼냈다.

"이번 일이 해결되고 나서……바다, 바다에 가보는 건 어떨까요."

부장님이 바다를 좋아했던가? 싫어했던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지금의 아코는 그마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을 뿐이다.

"따스한 햇살에 달궈진 모래를 맨발로 거닐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받으면서, 파도가 거의 일지 않는 평화로운 바다에, 햇빛을 받아서 바, 반짝거리는 에메랄드 색이 섞인 푸른색의 바다에 발을 담그는 거에요. 해변가에서 하는 훈련도, 제법 괜찮을 거라구요……."

아코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니, 말보다는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는 간청이 더 어울렸다. 그녀는 코를 훌쩍이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별 일 아닌 것처럼 억지로 웃었다. 이제까지의 사건들이 그랬듯이, 오늘의 일도 나중에 투정하고 불평하는 수준의 일이 될 거라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믿으려 했다.

"……아코."

원래도 조용한 히나의 목소리는 새어나가는 숨소리가 섞여 더욱 고요했다. 주변에 가득한 굉음에 묻히고도 남을 법한 작은 소리였지만, 단 한 사람. 아코에게는 유독 선명하게 들려왔다.

"네, 히나 님."

아코는 히나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기를 기대했다. 히나의 게슴츠레한 눈이 감기지 않기를 바랬다. 차오르는 눈물도 훔치지 않고 히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는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무엇이든 할테니 히나를 살려달라고 빌었다.

아코의 간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히나는 처음으로 아코에게 이기적인 말을 했다.

"쉬게, 해줘……."

히나의 눈동자에 희미하게 머물던 빛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헤일로의 보랏빛도 완전히 사라졌다. 히나의 머리 위에 떠다니던 거대한 헤일로가 무너지며 파편으로 흩어졌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확연했다.

"아아, 아아아아……!"

아코는 절망에 무너지며 흐느꼈다. 붙잡은 손에서 멀어지는 온기를 느끼며 오열했다. 그녀는 히나의 상반신을 부질없이 끌어안고는 연신 히나의 이름을 불렀다. 짐승처럼 울부짖고 비통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를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에도, 어떤 말에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코 쨩!」

방치된 무전기에서 이오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코는 떨리는 손을 뻗어서 무전기를 들었다.

「부장은 지금 어떻지? 조금만 기다려! 포위망을 뚫고 갈테니까-」

아코는 울음을 그쳤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녀는 울먹이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며 말했다.

"게헨나 학원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는 방금 전사했습니다."

아코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전 병력, 후퇴하세요."

「그……그치만, 아코는! 금방 도착할테니까, 아코 쨩도 같이 후퇴……!」

"이오리!"

4 / 7

"당장 후퇴하세요! 선도부장님 대리로서 내리는 명령입니다!"

아코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무전을 끊었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이오리에게 사과했다. 그래도 괜찮겠지. 마지막으로 내는 화니까. 히나 부장을 끝내 수습하지 못하는 건 죄송한 일이지만, 이오리를 비롯한 선도부원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걱정마세요. 부장님."

아코는 부드럽게 속삭이며 떨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까와는 다르게 편안하면서도 더없이 슬픈 미소였다.

"약속했잖아요? 제가 마지막까지 곁에 있을테니까요."

아코는 무전기를 다시 내려두고는 히나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은 피투성이에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히나의 눈을 감겨주었다. 장갑낀 손으로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은 뒤에는, 장갑을 벗고 있지도 않은 여동생을 다루는 마냥 머리를 단정하게 빗겨 올렸다.

"부장님께서는……항상 바쁘셨죠."

콰앙. 콰앙. 투다다다다. 타앙. 세상을 불협화음으로 채우려는 마냥, 폭음과 총성이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런 소음이 지근거리로 다가오는데도, 아코는 히나의 곁을 다소곳이 지켰다.

"모두 저희가 미흡해서 그런 거였죠. 알고 있었어요."

저벅. 저벅. 저벅. 총성이 잦아드는 대신 군화발 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래서, 가끔은……쉬셔도 되지 않을까……. 조약을 체결하고 나면, 부장님께서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제가 부장님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져도, 그래도……부장님께서 마음 편히 쉴 수 있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코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생에서는……어떤 것도 안되나봐요."

저벅. 저벅. 발소리가 멈춰섰다. 이미 체념한 아코는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그저 히나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며, 히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총성이 울렸다.

아코의 등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커다란 호를 그렸다. 그 뒤로도 총성은 몇 번 더 울렸다. 아코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동경하던 이의 위로 풀썩, 쓰러졌다.

쓰러진 아코는 히나를 지키려는 것처럼 결국 일어나지 않았다. 히나의 것이 그랬듯, 원을 품은 초승달 모양의 헤일로가 서서히 꺼져갔다.

아코는 간절히 바랬다.

죽음 저편에서 히나에게 행복이 있기를 바랬다.

죽음 이면에서 히나에게 안식이 있기를 바랬다.

힘들었을 히나에게 구원이 주어지기를 바랬다.

소원이 이뤄졌을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만, 아코는 명멸하는 세상을 묵묵히 바라보며 기도했다.

***

"……코."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코는 눈을 뜨려다가 질끈 감았다. 그러자 익숙한 목소리가 귀속으로 파고들었다.

"아코 쨩!"

"핫, 이오리?"

눈을 뜨자마자 어처구니 없어하는 표정의 이오리가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아코는 멍청하게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여긴……선도부? 조약은 어떻게……."

아코가 잠에서 덜깬 것처럼 멍하니 중얼거리자, 이오리는 한심하다는 듯이 입을 벌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선도부의 선임행정관이 선 채로 꿈이라도 꾼 거야? 요즘 업무가 과중했나봐. 그래서 부장에게 바다로 가자고 설득할 수 있겠어?"

어깨를 으쓱거린 이오리는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슬쩍 뒤로 돌려서 아코를 쳐다봤다.

"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다구."

멍한 표정을 하던 아코는 금방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정말이지 한심한 꿈이었어. 그녀는 평소와 똑같은 이오리를 보고 안심했다.

"후후……그러네요. 히나 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겠네요."

아코와 이오리는 함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언제나처럼 치나츠가 다소곳이 서있고, 히나가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다.

"늦었네. 아코."

히나는 머그컵을 들고 있었다. 아코가 매일마다 타는 맛없는 커피였다. 아코는 자신이 타는 커피가 맛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커피를 탔고, 히나는 그런 맛없는 커피를 아무런 불평도 없이 마셨다.

히나가 거절하지 않는 한, 그녀는 계속해서 커피를 탈 생각이었다.

"모두 이오리 때문이에요."

"아, 아코 쨩? 나 때문?"

아코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이오리는 아코를 바라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모습이 여간히 웃겼는지, 아코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치나츠가 입을 가리고 웃었고, 심지어 히나마저도 작게 미소지었다.

"뭔가 나만 바보가 된 거 같은데……."

이오리는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 긁적거리다가는, 어쩔 수 없이 키득거리며 웃음에 동참했다. 네 사람의 크고 작은 웃음소리가 집무실 안에 경쾌하게 울렸다.

따사로운 햇빛이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언제나와 같은 평온한 하루.

그런 하루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거라고, 아코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5 / 7

아코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

쏟아지는 비가 세상을 두들긴다. 자욱한 연기와 진한 화약 냄새,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불마저 비가 말끔히 씻어냈다.

세상에 가득한 죄를 씻어내듯이, 죽고 죽인 자들이 흘린 피도 빗물에 씻겨나가기 시작했다.

히나와 아코는 사이좋게 몸을 포갠 채 그곳에 있었다.

게헨나의 깃발과 트리니티의 깃발이 타올라 잿더미가 될 때까지, 두 사람은 헤어지는 일 없이 함께 있었다.

디시콘

트리니티 아리우스 아비도스 에 이은 최종편 PV 기반, 4번째 피폐 창작입니다.

피폐를 직접 써본 것은 본작을 포함한 이 4개가 다인지라, 이런 것을 좋아하는 분들의 입맛에 맞을지 항상 고민하고는 합니다.

어느 쪽으로든 즐겁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피폐는 전혀 없는 밝고 건전한 해피엔딩 뿐인 공모전 작도 많관부!

6 / 7

붉은겨울이 그대를 부른다! |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

7 / 7

https://pagestage.kakao.com/novels/93284138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4.02.12창작

[소설] 히나 「아코, 쉬게 해줘」 (약피폐?)

#아마우 아코#소라사키 히나#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25저장 0
광고
붕DC
붕붕차차작가
게시물 2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YouTube
게시일2024.02.12 10:08
조회1
광고

댓글 25

나
ㅇDC
ㅇㅇ124.02.12

왜 최루를 뿌리고 약피폐라고하냐

붕DC
붕붕차차작성자24.02.12
디시콘
ㅇDC
ㅇㅇ224.02.12

다 작살내놓고 약피폐 슬라이더 못참겠다

붕DC
붕붕차차작성자24.02.12
디시콘
ㅇDC
ㅇㅇ324.02.12

약?

붕DC
붕붕차차작성자24.02.12
ㅇDC
ㅇㅇ424.02.12

약?

붕DC
붕붕차차작성자24.02.12
ㅇDC
ㅇㅇ524.02.12
디시콘
붕DC
붕붕차차작성자24.02.12
ㅇDC
ㅇㅇ524.02.12

표현력이 맛집이라 그런가 피폐도 아련하게 맛있노...

붕DC
붕붕차차작성자24.02.12
디시콘
광고

붕붕차차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창작
카야 코인 떡상 기념 카야 소설 투척
붕붕붕차차011
창작
[소설] 결국 세이아는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붕붕붕차차031
창작
[소설] 초천재미소녀해커의 죽음으로의 찬란한 여정 -下-
붕붕붕차차057
창작
[소설] 초천재미소녀해커의 죽음으로의 찬란한 여정 -中- 2편
붕붕붕차차020
창작
[소설] 토키의 바니팡팡이 대소동?!~하으응 선생님과 샬레에서 순애해도
붕붕붕차차040
창작
[소설] 초천재미소녀해커의 죽음으로의 찬란한 여정 -上-
붕붕붕차차060
창작
공모전 낙선 후기 및 작품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입니다
붕붕붕차차024
창작
[소설] 마리나의 「바보가 되는 병」
붕붕붕차차018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창작
(소설피폐) 아코에게 장난치는 쓰레기 선생
ㅇㅇㅇ1107
창작
28
피폐 주의) 아코 성으로 부르는 만화
장장편못함9325
TEXT
창작
소설) 아마우 아코에게 선생님 그만 둔다고 하는 이야기
데데스/모이네스!053
창작
13
선생 잃은 히나가 복수하는 만화(manhwa) ※피폐주의
잼잼토참7284
번역
아코와 츠루기의 기싸움
Pphyrexia_ryo887
번역
돌격! 히나 부장님의 아침밥(아코 담당)
Rramune_himiya1132
창작
5
피폐?) 히나 생일에 선생 죽은 만화
용용각산0114
창작
13
피폐?) 히나 생일에 선생 죽은 만화.manhwa
용용각산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