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내리면 세상은 하얗게 물들어간다. 눈은 키보토스 여러 곳에도 내리지만, 특히 붉은겨울 연방학원에는 이름에 걸맞게 오래도록 머무르고는 한다.
혁명의 열기로 자주 뜨거워지는 광장도 지금은 한산하다. 선생은 광장 구석에 자리한 벤치에 앉아 눈내린 풍경을 감상했다.
눈이 지나간 날이면 일반적으로 벤치는 젖어있어야 마땅하지만, 사무국은 학원의 예산이야 어떻든, 사무국 주변의 시설 관리만은 철저히 했다. 덕택에 벤치는 시릴 정도로 차갑기는 하지만 앉아있을 수는 있었다.
하얀 지평선을 느긋하게 바라보던 선생의 눈에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흰색의 제복이 보호색처럼 눈 속에 녹아들고는 했지만, 설원에 울리는 우렁찬 목소리만 들으면 그녀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선생! 큰일이다!"
단지 목소리만 큰 건 아니다. 발은 어찌나 빠른지 그녀는 한달음에 선생 근처에 다다랐다. 그러고도 그녀는 숨 한번 헐떡이지 않았다.
선생은 제 앞에 선 그녀를 천천히 올려다봤다. 몸매를 더욱 부각시키는 타이트한 제복, 늘씬한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제복 바지. 시원하게 썩둑 잘라낸 단발.
붉은겨울 사무국의 보안위원장, 이케쿠라 마리나였다.
"마리나? 무슨 일이라도 있어? 혹시 방에 고양이라도 들어온 걸까?"
선생이 태연히 농담을 하자, 고양이가 가득한 침실을 상상한 마리나는 안색이 새하얘졌다. 어릴 적에 겪은 사건 때문에 그녀는 고양이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마리나에게 발생한 일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마리나는 흰 장갑낀 두 손을 맞잡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 그건 그거대로 큰일이지만! 그게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마리나는 자꾸만 머뭇거렸다. 그러자 선생이 손짓하며 옆자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일단 앉으렴.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말해도 좋아."
겨우 벤치에 앉은 마리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참 뒤에야 용기를 낸 그녀가 조심스레 선생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자, 비밀 상담에 익숙한 선생도 귀를 기울였다.
그러고도 마리나는 얼마간 뜸을 들이다 겨우 입을 열었다.
"실은 내가 아주 지독한 병에 걸린 거 같다. 그러니까……. 바보가 되는 병 말이다."
예상치도 못한 발언에 당황한 선생은 잠시 벙찌고 말았다. 그가 겨우 꺼낸 말은 이랬다.
"마리나가 드디어 바보가 되고 말았구나."
마리나를 놀릴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선생의 솔직한 감상은 그랬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바보가 된게 아냐. 바보가 되는 병에 걸린 거다!"
마리나가 버럭 화를 내자, 선생은 그게 그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넌지시 물었다.
"저번에 봤던 시험 점수가 어땠더라?"
"그, 그건 요즘 머리가 멍하고 집중을 못하는 데다가, 심장까지 두근거려서 그런 거다. 전부 바보가 되는 병 때문이지."
얼굴을 붉히며 열심히 변명하는 와중에도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선생은 농담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언행은 바보지만 외모 만은 천재인 마리나의 진지한 얼굴을 보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턱을 잡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마리나의 얼굴에 감돌던 열이 가라앉을 즈음에야 다시 그녀를 쳐다봤다.
"부정맥……은 아닐테고. 언제부터 그랬어?"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선생을 찾아온 거다. 왜냐하면 이 병은 선생과 관련있는 것 같거든."
선생은 마리나의 말에 의아해하면서도 자신의 이마에 손을 짚는 동시에 마리나의 머리카락을 빗겨 올리고는 이마에 손바닥을 얹었다.
"어디보자. 열은 안나는데?"
선생의 담담한 목소리와 달리 마리나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지금 열이 조금 오른 것도 같네. 역시 감기인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마리나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감기가 아냐! 나는 이런 증상을 겪어본 적이 없어. 감기 같은 건 거의 앓지 않았으니까."
"그건 대단한데."
"당연하지. 붉은겨울 학원의 보안위원장이라면 항상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연한 건가? 대단한 거 아냐? 선생은 의문을 가지면서도 굳이 묻지는 않았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진료도 받아봤지만 별 다른 해답은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바보가 되는 병에 걸렸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건 나도 못 믿겠거든."
"하지만 그것 외에는 생각나지 않는단 말이다."
마리나는 억울한 듯이 주먹을 쥐었다. 그걸 본 선생이 검정색 서류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귀여운 체리노의 얼굴이 그려진 체룐카 초콜릿이었다.
"일단 초콜릿이라도 먹을래?"
초콜릿을 받은 마리나는 체리노 그림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포장지를 뜯고는 가볍게 베어물었다. 붉은겨울의 기후 탓에 금방 딱딱해지던 기존의 체룐카와 달리, 개선된 체룐카는 먹기 편할 뿐더러 기존의 것처럼 너무 달지도 않았다.
"바보가 되는 병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요즘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안된다는 거잖아?"
초콜릿을 입에 문 마리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료를 받아도 제대로 된 처방은 나오지 않았다는 거고."
여전히 초콜릿을 먹고 있는 마리나는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은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기 시작했다. 마리나는 그런 선생을 곁눈질했다.
"오늘 특별한 스케줄은 있어? 약속은?"
"특별한 약속은 없다. 스케줄도. 비서실장이 쉬고 오라고 했거든."
요즘 어딘가 안좋아 보이는 마리나를 위한 토모에의 배려였지만, 마리나는 고마움보다도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다. 그런 감정이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에도 스며들었다.
선생은 튀어오르듯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마리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오늘 시간 좀 내줄래? 같이 병을 고칠 약을 찾아보려 하거든."
"그, 그래? 알겠다. 선생."
마리나는 선생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어른의 손은 그녀에게는 여전히 크고, 눈처럼 하얀 장갑 너머로 손의 감촉이 전해진다. 선생이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가볼까?"
초콜릿은 이미 다 먹었건만. 마리나는 이번에도 대답 대신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오랜 세월 붉은겨울 학원을 지배하는 동장군도 시장의 열기에는 이기지 못했다.
붉은겨울 학원 부지 어귀에 자리한 흰돌고래 시장. 이곳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며 북적거렸다. 마리나는 선생과 함께 시장에 도착하고도 여전히 의구심이 가득했다. 병을 고칠 약을 찾는 걸까? 마리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선생과 나란히 걷다가 어느 가게에 들어섰다.
"마리나. 이거 어때?"
이런저런 물건을 구경하던 선생은 레몬이 그려진 핸드크림 상자를 내밀었다. 에브스카야 오스메티카 회사 제품이었다.
"훌륭하지! 우리 붉은겨울에 있는 모든 것이 훌륭하지만, 그건 특별히 훌륭하다!"
마리나가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붉은겨울에 있는 공산품 대다수는 열악한 산업 환경 탓에 딱히 품질이 좋지 않지만,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에브스카야 오스메티카는 붉은겨울 내에서는 유명 브랜드 사무엘라만큼 친숙한 회사였다. 이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핸드크림은 마리나가 자신있게 추천할 정도로 준수했다.
"마리나의 추천이라면 당연히 사야지."
선생은 핸드크림을 계산대로 들고 갔다. 마리나는 핸드크림의 값을 지불하는 선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방금의 말을 곱씹었다. 분명 대단한 신뢰의 표현은 아니건만, 마리나는 자꾸만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고양감이라 해야 할까.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분이다.
그녀의 머리 속은 서서히 멍해져서, 도무지 눈 앞의 것들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심장도 자꾸만 급하게 두근거렸다.
'또 시작이군.'
병이라고 해도 몸 어딘가가 아픈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마리나는 당혹스러웠다. 단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계산을 마친 선생과 함께 가게를 나선 뒤에도 마리나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선생은 마리나와 함께 가게 여러 곳을 구경하며 다양한 물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선생의 것이 아닌, 마리나의 것이 되었다. 마리나가 추천하고 선생이 구매하는 물품들 모두, 선생이 마리나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선생. 이렇게나 많이는 필요없는데……."
마리나는 여러개의 종이봉투를 품 안에 들고, 또 여러개의 봉투를 양쪽 손목에 걸고 있었다. 처음 선생이 핸드크림을 선물이라며 줄 때만 해도 기뻐했던 그녀도 이쯤 되니 다분히 당혹스러웠다.
"들기 힘들면 여기 넣어줘. 나눠서 들자."
선생은 태연하게 들고 있던 봉투를 벌렸다. 물론 봉투 안에 든 과자도 마리나가 받은 선물이었다. 그는 마리나의 사양의 표현을 짐을 들기 힘들다는 말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생일이나 기념일도 아닌데 선물을 주는 이유가 있냐는 거다. 그것도 이렇게나 많이."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 거야."
선생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자 더욱 당황한 마리나가 되물었다.
"무, 뭐?"
마리나는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하지만 선생은 별 다른 반응 없이 나눠 받은 짐을 커다란 봉투에 차곡차곡 넣었다.
"바보가 되는 병……이라고 했지? 실제로 그런 병이 있냐, 없냐는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네가 그런 증상을 느끼고 힘들어 한다는 거지.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면, 아마도 요즘 고민거리나 걱정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 설령 아니더라도 어딘가 힘들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선생은 아무렇지 않은 투로 말하고는 바닥에 내려둔 봉투를 다시 들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호전될 때까지 같이 있어보자."
다른 봉투를 든 손으로 빨간 간판을 단 식당을 가리켰다.
"마침 배도 고픈데, 저 가게는 어때?"
"아, 으응."
마리나는 어안이벙벙한 얼굴로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걸어가던 선생이 그 자리에 멈춰서서는 그녀를 돌아봤다. 마리나는 그제서야 성큼성큼 따라 붙는다.
어른은 다 이런 건가? 마리나는 선생이 마음 써주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같이…….'
마리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건 그거 아닌가. 말하자면 데, 데, 데이…….
'데이트!'
겨우 단어를 떠올린 마리나는 짧은 머리카락이 귀를 때릴 정도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 모습을 본 선생은 '아직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구나' 하고 안쓰럽게 생각했다.
선생의 추정은 맞았다. 마리나의 증상은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무는 시간이다. 선생과 마리나는 그 사이에 더욱 늘어난 짐을 한아름 안아들고 시장에서 빠져나왔다.
노을을 등지고 걷다보면 선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서, 마리나는 은근히 눈동자를 굴리다가는 곧장 시선을 바로했다. 그럼에도 시선 끝에 닿았던 선생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화악- 열이 올랐다.
마리나의 증세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나는 차마 말하지는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선생이 그렇게나 시간을 내줬는데도 그대로라니,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 쉬었다 갈까. 눈 때문에 걷기가 힘드네."
선생은 벤치를 턱짓했다. 눈이 그친지는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쌓인 눈이 걸음걸음마다 피로를 더하던 참이다.
"그러지. 선생."
그들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낮에 비해서 엉덩이가 더 차가웠지만 그럭저럭 앉아서 쉴만은 했다.
벌써부터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하자, 벤치 옆 가로등이 여러번 깜빡거리다가 불이 들어왔다. 겨울철에는 유독 밤이 빠르게 마중 나왔다.
"마리나. 어때. 조금 나아졌으려나?"
봉투를 정돈해 벤치에 올려둔 선생이 마리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마리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음, 그게……. 아주 나쁘지는 않은데. 어……."
마리나는 여전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입술을 달싹였다. 거의 반나절 동안 시간을 쓰고, 이렇게 선물까지 한아름 받아놓고 여전하다고 말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물며 '바보가 되는 병' 이라니. 병원에서도 이상을 찾지 못했다면, 그저 꾀병이 아닌가. 마리나는 말을 찾지 못하고 눈만 깜빡거렸다.
항상 용감하게 돌격하던 마리나도, 지금은 그저 눈을 내리깔고 침묵할 뿐이다. 해야 하는 말 대신, 하얀 입김만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괜찮아."
선생은 장갑을 벗고는, 마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음에도, 다음에도 증상이 호전될 방법을 찾자.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줘도 좋고. 고민이 없다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만큼 말해도 좋아."
장갑을 끼고 있던 손은 비교적 따뜻했다. 선생은 머리나의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을 정도로 쓰다듬다가 손을 거뒀다.
"물론 말하기 힘들다면 말하지 않아도 되고."
선생은 부드럽게 웃으며 장갑을 꼈다. 마리나는 고개를 다시 돌리고는 몰래 흘끗거렸다. 이상하게 선생을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몰래 입술을 살짝 깨물던 그녀가 넌지시 말했다.
"고맙다. 이런 별 거 아닌 일에 시간을 써줘서……."
키보토스에 학생이 얼마나 많은가. 당장 붉은겨울 학원에도 학생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해야 할 업무도 많은 선생이 자신에게 신경 써준다는 것이, 마리나는 미안하면서도 좋았다.
"별 거 아니지 않아. 선생에게 학생의 일이 어떻게 별 게 아닐 수 있겠어."
선생은 단호하게 말했다. 마리나는 진지한 표정에 조금 놀라다가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알고 있지만, 그는 이런 사람이다.
마리나의 머리 속이 또 다시 텅빈 것처럼 멍해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무슨 행동을 해야 하지.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고, 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해야 할텐데. 그러니까…….
"좋아해."
하얀 입김이 마리나의 입술에서 작게 피어올랐다. 선생도, 말한 장본인인 마리나도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방금의 말을 이해한 건 조금 뒤의 일이었다.
"……응?"
"……아."
두 사람은 동시에 반응했다. 마리나가 두 손을 내밀고 다급하게 휘젓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다. 방금 그건 실수다! 아니, 실수가 아니라. 어……."
마리나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했다. 얼굴까지 새빨개진 채로 두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던 그녀는 그만 벤치에서 미끄러졌다.
"마리나. 괜찮아?"
벤치에서 일어난 선생이 바로 무릎을 굽히고 마리나를 살폈다.
"괘, 괜찮다. 선생."
엉덩방아를 찧긴 했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마리나는 여전히 얼굴을 붉힌 채로 퍼뜩 일어나서, 애써 괜찮다는 말을 연신 이어갔다.
그럼에도 마리나는 선생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벤치에서 미끄러진게 부끄러워서는 아니다. 차라리 선생이 못 들었다면 좋았을까? 하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선생은 방금 한마디를 확실히 듣고 말았다.
이런 것도 고백이라 할 수 있을까. 마리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녀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홀가분해졌다. 마리나는 넌지시 생각했다.
'바보가 되는 병에 걸렸으니, 바보가 되는 건 당연하지.'
"아무튼! 이제 괜찮다. 선생. 증세는 호전된 거 같으니, 시간 내줄 필요는 없지 않을까……싶어."
마리나는 애써 평소와 같은 호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움직일 시간이라며 부스럭거리며 짐을 챙겼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낫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는 괜찮다고 애써 스스로를 달랬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 선생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안되겠는데."
부산하게 짐을 챙기던 마리나의 손이 우뚝, 멈췄다.
"나도 너처럼 바보가 되는 병에 걸린 거 같거든."
선생은 마리나만큼이나 빠르게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바보인 마리나는 선생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했다.
"……아?"
바보인 마리나는 선생의 말을 뒤늦게 이해했다. 선생은 바보 같은 얼굴을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마리나도 마찬가지로 웃었다.
고요한 밤, 두 사람의 밤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얼굴과 가슴은 천재, 머리는 아루가 울고 갈 정도...
상당히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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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희귀한 마리나 순애

아아 달다 이것은 순애인가
바병마..

마리나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