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0229047(1~100, 외전)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2377560(101~200)
작전을 실행하기 전, 사오리는 마지막으로 그녀들에게 물었었다.
"근데 붙든 상태에서 쏘게 된다면, 너희들은 필히 같이 휘말리게 될 터인데..."
기존 사격의 5배에 달하는 위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만약 그대로 맞게 된다면, 어쩌면 기절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있었습니까? 그냥 같이 날려버리세요."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애초에 지금 상황에서 동귀어진(同歸於盡)을 각오해야만 겨우 그녀를 붙들 수 있을 것이었다. 범위니 위력이니 누가 휘말리게 될 것인지까지 생각할 사치는 그녀들에게 애초에 없었다.
"명심하세요. 어차피 저 여자를 쓰러트리지 못하면 여기서 다 죽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그럴 각오도 없는 녀석들이라면 꽁지 빠져라 도망을 쳤겠죠."
"별 수 없나...!"
그리고 지금 다시, 사오리는 빛의 검을 들어올려 히나에게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오버차지 모드의 빛의 검은 50%까지 충전을 완료하였다.
-우우웅....!
20초.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났을 뿐이지만 사오리는 벌써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정신력으로 버텨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선봉장으로 쉼없이 치뤄왔던 체력 소모의 휴유증은, 지금 이 자리에서 제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십일......!"
레일건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에너지까지 더해지니 그 힘을 감당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검이요, 용사만이 들수 있는 빛의 검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버텨야 했다. 힘들다고 내려놓는 순간 빛은 뿜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었다.
"이십이.....!"
팔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사오리에게 엄습해왔다. 조금씩 조금씩, 빛의 검은 땅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버텨라..!'
지금 버티지 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었다. 지금 저들이 몸을 갈아서 겨우 만들어낸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이 모든 걸 이제와서 빛의 검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걷어찰 수는 없었다. 그건 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이십삼....!"
버텨야 했다. 마왕을 쓰러트리려면 성검을 다룰 수 있어야만 했다. 사오리는 이빨이 갈릴 정도고 꽉 다물며, 남은 시간을 반드시 버텨보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맞은 편에서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고 있었다. 아니, 입을 열고 버틴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었다.
"참되거라!!! 바르거라학!!! 가르쳐 주신!"
이제 락이나 다름없어진 <스승의 은혜>.음정도 박자도 속도도 전부 엉망이었다. 하지만 하루카의 절박함은 100% 묻어나오고 있었으니, 호소력 하나만큼은 이 세상의 어떤 가수와도 비교할 바가 못되었다.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히시다아악!!!"
선생을 위해 버틴다는 마음은 절절했지만, 애석하게도 몸은 따라주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카의 힘은 점차 약해져갔고, 날개에 가해지는 속박은 점차 풀려가고 있었다.
-드드드득...!
그리고 그건 하루카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그러하고 있었다.마왕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모두의 힘은 점차 조금씩 약해지고 있었다. 또한, 원래 붙들어둔 위치에서 히나는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이때가 25초의 카운트였다.
"힘 빼는 사람이 있다면 죽어서도 원망할 겁니다!!!"
-콰아악!!
그 순간 히나는 날개를 더욱 등 뒤로 강하게 펼쳐내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오리와 하루카는 눈에 실핏줄까지 터질 정도로 억지로 날개의 움직임을 틀어막고 있었다.
"아아아 고마워라아악!!! 스승의 사랑!!!"
-콰아악!!
다시 땅에 박힌 오른날개를 억지로 뽑아내기까지 하며, 열다섯 소녀는 말 그대로 모든 힘을 다하고 있었다.
"아아아!! 보답하리히이익!! 스승의 은혜에엑!!!"
완창 성공, 하지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타임 아웃이 아니었다.
"이십칠!!!!!!"
하루카의 시간은 마치 수천 초가 지난 듯한 느낌이었지만 지금까지 흐른 시간은 고작 27초. 노래를 완창까지 했는데도 고작 27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노래의 스피드가 랩과 같아졌지만, 하루카는 그걸 신경쓰지 못했었다.
-놓지 못해!!!! 피래미같은 것들이!!!
마왕의 포효와 함께 헤일로가 다시 한 번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히나가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을 정도로, 마왕에게 행해진 속박은 이제 거의 다 풀리고 있었다.
"끄아아아앙!!!"
"크으윽!!"
하지만 그 누구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포기할 생각이라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팔다리가 다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소녀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삼십!!!!"
그리고 지금, 그 의지의 결실이 맺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30이란 저 숫자는, 그녀들의 안에 남아있던 부스러기같은 힘조차 전부 끌어모아줄 동기가 되어주었다.
"버텨어어어!!!!"
30초. 빛의 검에는 찬란한 광채가 계속해서 모여들었다. 주변에 진동이 전해질 정도로 굉음이 울리고, 그 몸체에는 푸른 휘광이 덮여졌다.
"삽십일....!"
성검의 울림이 팔을 타고 사오리의 온몸에 전해졌다. 빛의 검은 계속해서 묻고 있었다. 너는 이 힘을 감당할 수 있냐고, 네가 용사가 될 자격이 있냐고 묻고 있었다.
"삽십이....!"
일 초, 또 일 초가 지날수록 검에 깃드는 힘은 더욱 거대해져만 갔다. 그에 맞춰 사오리의 팔과 손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미 지금 사오리는 한계를 넘어섰지만, 물러설 생각따위는 그녀에게 존재치 않았다.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손잡이를 꽉 쥐며, 내려갔던 레일건을 다시 들어올렸다.
"삽십삼....!"
들 수 있다. 버틸 수 있다. 용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왕의 손아귀로부터 선생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선생이 소녀 자신에게 해준 것에 비하면 이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다. 해야만 했다. 선생이 다시 그녀를 용서했던 순간 스스로에게 맹세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선생을 지키겠다고.
-쿠우우우....!!!
점점 힘이 요동치고 있었다. 이제 7초다. 7초만 더 버티면 완충이었다. 그리고 저들도 이를 악물고 버텨내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 7초면, 적어도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 전투의 끝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소녀들 역시 버티는 것이 한계가 오고 있었다.
-콰아악!! 콰아아악!
날개와 팔다리가 흔들릴 때마다 아홉의 몸이 전부 요동쳤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아리스를 제외한 모두의 힘과 체력은 고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휘두르면 바로 날아갈 것만 같은 종이인형과 같은 상태에서도, 추해 보일 정도로 온몸으로 매달려 어떻게든 붙들고자 하였다.
"삼십사...!"
6초다. 6초만 더 버티면 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오리와 하루카의 바닥난 힘으로는 더이상 그녀의 익력(翼力)을 감당하기엔 벅찼다. 히나는 어느새 땅에 날개를 박아버리곤, 그대로 자신의 몸을 들어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히나의 몸이 점차 떠오름과 동시에, 미유와 사키의 몸이 들렸다. 어떻게든 다시 끌어내리고 싶었지만, 이제 체중을 싣는 거 외에 그녀들이 가할 수 있는 힘이란 없었다.
"삼십오...!!"
뒤에서 끌어안고 있던 아리스도, 각각의 팔을 붙들고 있었던 와카모와 미야코도 점차 히나에게 몸이 끌려갔다. 이미 속박은 터지기 일보 직전. 지금 여기서 한 명이라도 튕겨나가는 순간, 모든 게 도미노가 되어 무너질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팔이 꺾였던 사키는 이미 임계점을 완전히 넘어버리고 말았다. 더이상 그녀의 팔은 히나를 붙들어 둘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히나의 오른다리가 다시 휘둘러지고, 사키의 몸이 튕겨나가려는 그 순간이었다.
"삼십육....!!"
-타아앙!!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들려온 총성. 히나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제대로 꽂힌 탄환은 그녀의 움직임을 아주 살짝 저지해냈다. 그리고 그 탄환이 날아온 곳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양손으로 총을 겨누고 있는 백발의 경찰관이 있었다.
"으...."
-타아아앙!
그리고 거의 동시의 타이밍에 이번엔 히나의 반대쪽 관자놀이에 꽂혔다. 연이어 급소에 날아들은 총격은 히나를 조금 더 그 자리에 붙들어둘 수 있었다.
"더는 무리에요..."
히요리는 그 말과 함께 저격총을 털그럭 떨어트리며 다시 주저앉았다. 그리고 지금 이 두 소녀가 억지로 힘을 쥐어짜내 내지른 공격은, 아주 소중한 시간, 1초를 벌어주었다.
"삼십칠...!"
-파아아악!
그리고 이내 더이상 사키는 버티지 못하고 저 멀리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이 순간, 날개 역시 세차게 휘둘러지며 이오리와 하루카 역시 양 옆으로 튕겨졌다.
"삼십팔...!"
날개를 부여잡는 이가 없어졌다. 완전히 자유로워진 날개로, 왼다리에 붙어있던 미야코 역시 먼지를 털어내듯 치워버렸다. 그리고 이내 날개가 다시 몸에서 바깥쪽으로 휘둘러지며 모에도, 미야코도, 그리고 세리나도, 그리고 미사키까지 힘없이 튕겨나가고 말았다.
"삼십구...!!!"
1초. 남은 건 둘. 고작 둘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레일건의 궤적에서 벗어나려 했다.
"으아아아악!!!"
"끄아아아앙!!!"
-파악!
하지만 둘은 마지막 먼지까지 탈탈 털어서 마지막까지 억지로 붙들어냈다. 그리고 억지로 떼어내려 히나가 발에 힘을 주었지만, 오른발은 미처 움직여지지 못했다. 하지만 1초 정도만 더 있다면, 분명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한 번만 더 힘을 준다면 나머지 둘까지 떨쳐내고 레일건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 터였다.
"사십!!!"
하지만 더이상 소녀에게 1초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푸른 빛이 한계까지 들이켜진 [빛의 검: 슈퍼노바]는, 새로운 용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동시에, 사오리는 왼손으로 쥔 손잡이를 잡아끌었다.
"받아라!!!"
별은 폭발할 때 가장 밝은 빛을 내뿜는다. 자신을 유지하기 위한 힘을 다했을 때, 별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찬란하게 빛난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소녀들은 모든 것을 불살랐다. 하얗게 태워버렸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초신성(超新星)은 그 무엇보다도 밝게 빛났다.
-쿠아아아악!!!!
자신에게 날아오는 저 엄청난 에너지를 보며, 1대 빛의 용사는 미소를 지었다.
"빛이 있으라.."
"하하...."
와카모의 웃음소리를 마지막으로 둘은 마왕과 함께 초신성에 휩쓸렸다.
-콰과과과과과과!!!!
지금 여기에, 빛이 있었다.
***
-부아아아앙....!
-그래서, 이제 어쩌실 생각인가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 현장에 가는 걸 백 번이면 백 번 전부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래도 뭔가 몸이 찌릿한다고 해야하나? 감이 오고 있어. 이번에야 말로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거 같아."
-그런게 어딨어요? 그냥 삭신이 쑤시는 거면 몰라도.
"에이, 너무하네. 사람의 감이란 건 함부로 무시할 만한 게 아냐."
-선생님의 감은 무시해도 됩니다.
"거 참, 너무하네."
상자 속 소녀는 한숨을 쉬고난 후,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래서 만약에, 진짜 만약에 거기에 '선생님'이 있다고 칩시다. 그러면 선생님은 어쩌실 건데요?
"지켜봐야지. 사람의 고행은 함부로 도와주는 게 아냐."
-네?
"나무의 잔가지는 쳐낼 수 있어도, 줄기를 건드리면 안 되는 거야. 뭐, 상황을 봐야 알겠지만... 아니, 이미 너무 많이 건드려버렸나? 일단 가서 생각해. 그때 되면 알아서 머리가 돌 거야."
-...마음대로 하시죠. 그렇게 하겠다면 누가 말리겠어요?
-우우우웅....
"어유, 그런데 이게 무슨 진동이래? 확실히 뭔가 있는 건 분명하네!"
-부아아아앙....!
***
"허억, 허억...."
-푸쉬이.....
끝내 빛의 검은 마왕의 몸을 찔렀다. 빛의 검은 자기의 역할을 다했다는 듯 스스로 포를 닫고 쿨타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진 사오리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시퍼런 멍자국들이 팔을 뒤덮었다. 단 한 번 쏘았을 뿐이지만 그 거대한 출력의 반동을 억지로 버텨낸 대가는 컸다. 이제 그녀의 두 팔은 당분간 들어올릴 수도 없게 되었다.
새까만 연기가 전방의 그 무엇도 보지 못하게 할 만큼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앞의 상황은 어떻게 되었을까 파악하고 싶었지만 어째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되, 된 건가. 이제.. 된 건가..'
그리고 지금 전방. Rabbit 소대는 어쩌다 보니 전부 같은 방향으로 튕겨나갔고, 모두가 엎어지고 누운 채 숨을 헐떡였다.
"휘말릴 건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는데, 그냥 쳐내버리네? 고마워라, 쿠히히..."
"이제 정말 다 끝난 걸까..?"
"끝나야지... 으윽.. 팔이 안 움직여.."
"엄살 피우기 싫지만, 정말 고됐습니다.."
그리고 Rabbit 소대뿐만 아니라, 지금 잠시 찾아온 이 소강상태에서 튕겨나간 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다고 해야 할까. 인연이 있는 자들끼리 튕겨나가게 되었다.
"아, 아루님.. 저는 이제.. 무리에요.. 허억.. 허억.."
"부장, 나중에 반드시 반성문을 받아낼 거야.. 허억.."
그리고 지금, 치한 신고자(무고)와 담당 경찰관의 만남도 극적으로 다시 이루어졌다.
"역시 일부러였어.. 선생님 성격 나쁜 놈에게 속고 있었어.."
"어.. 이 목소리?"
"나한테 했던 것처럼 헤드샷 잘만 쏘네.. 뭐가 실력이 없다는 거야.."
이 모든 대화는 튕겨나간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 채 벌어졌다. 말 그대로 모든 걸 쏟아냈던 소녀들은 좀처럼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팔도 다리도 전부 풀려버려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으, 이제. 이제.. 끝인 걸까요..? 에헤헤.. 더이상 힘이 없어요.."
히요리 역시 마지막 한 발을 쏜 뒤에 더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스보셋에 제대로 당했던 몸을 억지로 움직였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됐겠죠? 이제 됐겠죠..? 선생님한테 다시 가봐야 해.."
"그래, 이제 됐을 거야. 간호사님, 일단 빨리 선생님 상태 좀.."
-화아아악...!
"?"
바람이 순간 도로 위를 지나갔다. 모든 걸 다 쏟아부은 소녀들에 대한 하늘의 배려였을까? 그녀들에게 송골송골 맺혀진 땀을 치워주며, 그 몸에 시원함을 깃들게 해줬다.
연기가 걷혀가며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왕을붙잡아놨던 바로 그 현장, 만약 그녀가 탈출하기 위해 소녀들을 뿌리치지 않았다면 그녀들 역시 휩쓸리고 말았을 것이었다.
-화아아악...!
차라리 휩쓸리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후.
바람이 왜 이 타이밍에 불었던 것일까. 왜 피부가 아니라 몸 안쪽까지 서늘할 정도로 시원함을 느꼈던 것이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간단했다. 지금 저 날개들이 펄럭이며 연기를 걷어내고 있었다.
그럼 두 번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뭘 들 수 있을까. 왜 소녀들은 바람이 불어서 느껴지는 시원함 이상으로 차가운 기운을 느꼈을까. 이는 너무나 간단했다. 공포였다.
-아프잖아.
마왕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붉은 빛을 격렬히 내뿜으며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찢겨진 채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레짝이 되어버린 제복, 그을려지고 상처투성이가 된 피부와 얼굴. 재와 함께 검은 그을음이 묻어버린 백발의 머리카락, 군데군데 찢겨져 구멍이 나버린 날개들. 그리고 뜨지 못하는 왼눈과 더욱 살기어린 시선을 내뿜는 오른눈. 과충전까지 해낸 빛의 검에 의해 제대로 타격을 입어버렸지만, 히나는 여전히 건재했다.
그리고 와카모는 그 출력을 버틸 수 없었다. 날개를 방패삼았음에도 그 출력을 버틸 수 없었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아리스는 여전히 히나를 붙잡고 있었지만...
-빠각.
그것이 전부였다.
-빠아악.
"선생님.."
-빠아악
-털썩.
-뻐어억!
이제는 더이상 버틸 수 없었다. 히나의 발길질 앞에서 이내 헤일로가 꺼진 채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이 쓰레기같은 유기물 덩어리들이..
잠깐 보였던 희망의 불씨, 그것이 꺼지는 순간 마음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고 만다. 신은 이겨낼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하지만, 적어도 키보토스의 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흐흐흐.... 지랄."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모에는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뻐어억!
히나가 순식간에 날아와 그대로 무릎으로 그녀의 얼굴을 찍어버렸다. 그리고 더이상 이를 버틸 체력도, 정신도 남아있지 읺았던 소녀는 그대로 헤일로가 꺼져버리고 말았다.
-열셋.
"이...!"
-뻐억!
사키가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보려 했지만, 그대로 주먹이 관자놀이에 꽂혀버렸다.
-열둘.
"젠..!"
얼굴이 발길질로 걷어차이고, 더이상 소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열하나.
"이런 제기랄!!!"
이오리의 절규와 함께, 정신이 있던 나머지 인원이 다시 억지로 몸을 일으켜 히나에게 향했다. 그리고 이는 히나에게 있어 찾아가는 서비스일 뿐이었다.
-뻐어억!
-열.
-빠각!
-아홉.
한 대에 한 명. 별빛이 사그라든다. 이오리와 키리노가 차례로 기절. 그리고 그 순간 뒤에서 하루카의 주먹이 히나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슈악!
-뻐어억!
하지만 그녀에겐 너무나 느려터진 공격일 뿐이었고, 이내 곧바로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이마에 카운터를 먹여버렸다.
-여덟.
-타아앙! 타앙!
하루카가 쓰러지는 즉시 미사키가 이내 다시 권총을 쥐어 탄환을 쏘아보지만, 무의미한 저항일뿐, 순식간에 미사키의 앞까지 파고든 가볍게 툭 밀어 넘어트리고는 이내 두 손으로 그녀의 목을 졸라버린다.
"커어억... 커억...!"
그리고 그 순간 미유가 다시 옆으로 가 영거리 저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이제는 히나가 그녀를 완전히 인지해버리고 말았다.
-찾았다. 이 모기 같은 년.
"에..?"
-파악!
날개로 툭 밀려온 그녀는 중심을 잃고 히나의 바로 앞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히나는 왼손을 풀고 순식간에 미유의 머리를 쥐더니,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찧어버린다.
-콰아아앙!
"컥."
-콰아앙! 콰앙! 콰앙!
-꽈아아악...!
왼손은 땅에 처박기, 오른손은 조르기. 쌍수호박(雙手互搏)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케헥, 커허억... 컥."
"꺽.."
"하지 마세요!!!!"
세리나가 뒤에서 몸을 잡아 당겨보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뭘 하든 간에 이미 히나를 저지할 순 없었다. 그리고 귀찮은 게 달라붙었다는 듯 날개로 쳐서 뒤로 치워버리곤, 계속해서 찍기와 조르기에 힘을 쏟았다.
"........."
"........."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스럽게 내뱉건 신음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여섯.
고개를 돌린 히나는, 쓰러져 있던 세리나의 오른다리를 손으로 들었다. 그리고 이내 번쩍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반원을 그리며 앞으로 찍어버렸다.
"으윽..."
한 번으로는 의식이 날아가지 않았지만, 그대로 다시 반원을 그리며 뒷머리를 찧개 만들었고, 이내 소녀의 헤일로 역시 꺼져버리고 말았다.
-다섯.
그 한 방으로 해치우지 못했던 지금, 전투는 진작에 끝이 나버렸다. 그리고 이건 그저 뒤처리일 뿐이었다.
-뻐억.
-넷.
후부키 역시 가벼이 즈려밟아주면서 헤일로를 꺼트렸다. 그리고 이내 히나는, 사오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이미 반동으로 팔이 망가져버린 뒤였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결국 그 말은 다시 싸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사오리는 선생에게 받았던 매그넘을 들어 히나에게 겨누었다.
-타아앙!
"끄으으윽!!!"
안 된다. 탄환은 어림도 없이 빗나가버렸다. 안 그래도 반동이 센 매그넘인데 다친 팔로 어쩔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히나는 곧장 사오리의 옆을 지나가 버리더니, 이내 나머지를 마무리하는 데 돌입했다.
"리더...."
-콰아앙!
달려간 그 추진력으로 들이박아 그대로 히요리를 걷어차버렸다. 헤일로가 픽하고 꺼져버린 다음, 그대로 쓰레기처럼 굴러가 내동댕이쳐졌다.
-셋.
그리고 이내 바로 옆에 쓰러져 있던 아츠코를 본 히나는, 그대로 목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만 두..."
-콰직.
주먹이 아츠코의 얼굴에 맞닿아 강렬한 소리를 낸 끝에, 이내 그녀의 헤일로마저 픽하고 꺼져버렸다.
-둘.
아츠코를 휙 뒤로 던져버린 히나는, 이내 천천히 다시 바깥쪽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오른발을 계속 절면서 걸었던 그녀는, 이내 날개를 쭉 뻗어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자신의 디스트로이어를 가져와 손에 쥐었다.
-이렇게 된 소감이 어때? 이번엔 계획대로 안 됐어?
"......."
-머리만 아팠었는데, 이젠 몸도 아프네. 너는 왜 이렇게 나를 아프게 만들어?
사오리는 확실히 느꼈다. 이젠 뭘 해도 대항할 수 없다. 남아있는 힘도, 무언가를 해볼 변수도 만들 수 없었다. 최후의 희망이었던 빛의 검도 결국 그녀를 물리칠만한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젠장...'
-그래, 이제 널 죽이기만 하면 돼. 그리고 네가 섬기는 저 녀석도 죽일 거고.
"아, 안 돼!"
-뻐어억..!
그리고 그 순간, 사오리의 복부가 정직하게 걷어차였다. 눈으론 볼 수 있었으나 더이상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숨이 막히며 앞으로 고꾸라진 사오리에게, 그녀는 차갑게 말해줬다.
-안 되는 게 어딨어.
"커흑...!"
사오리가 고개를 힘겹게 들어올리자, 히나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래, 그때와 정반대네.
히나에게 있어 제일 참혹했던 그날, 사오리는 히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히나가 사오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네 눈빛은 정말로 차가웠지. 마치 자신이 죽이는 게 사람이 아니라 벌레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야.
"......으!"
히나의 그 말에 사오리는 잊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베아트리체의 수족으로서, 증오와 살의를 품고 선생을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기며 죽이려 했던 그날. 정말로 혐오스러웠던 과거의 자기 자신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난 너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 같아. 그래, 그 한심한 표정. 정말로 끔찍했지.
죽이려 하는 자와 지키려 하는 자가 뒤바뀐 채로, 지금 여기서 비극은 또다시 막을 올려버렸다.
-그래,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체 왜 그랬던 거야? 그 사람은 네게 무슨 잘못을 했어? 그저 상냥한 사람이었을 뿐인데.
"............"
히나는 지금 사오리에게 죄를 묻고 있었다. 왜 '그 사람'을 쏘았는지. 거기에 대체 어떤 당위가 있었는지. 소녀는 소름끼칠 정도로 서늘한 몫소리로 사오리에게 물었다.
-그래, 단순히 명령을 받아서 죽이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네 의지였던 거야?
"아니야. 나는.. 내가.."
-뻐어억...!
"컥..."
히나는 다시 한 번 사오리의 복부를 걷어차버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앞으로 소녀가 고꾸라지자, 히나는 더욱 차갑게 쏘아붙혔다.
-얼버무리지 마. 솔직히 말해.
"............!"
사오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복부에 가해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날의 기억이 다시 되풀이되는 지금, 자기 자신에게 느껴지는 건 혐오감밖에 없었다.
'명령을 받아서..?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어서..? 아니다. 그건.. 변명이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자신만큼은 속일 수 없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왜 그때 총을 쏘았는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내가 싫어했으니까. 내가 죽이고 싶었으니까."
-그래, 그 사람은 네게 뭘 했는데?
"...아무것도."
-허.
그날을 그 누구보다 후회하는 그녀였지만, 그날의 일로 인해 상처받은 이에게 그건 변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 저 녀석의.. 소라사키 히나의 분노는, 저 끝모를 증오는.. 내가 만든 건가. 아니, 내가 만들어냈..구나.'
소녀가 저질렀던 행위는 다른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그것은 채 아물지 않은 채 이내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래, 네 차례가 끝나면 다음은 저 녀석이야. 그리고 난 제안을 하고 싶은데. 지금부터 단 네 마디만 말하면 너는 용서해줄게. 너는 바로 넘어가고, 선생만 죽여버릴게.
"....뭐?"
-잘 · 못 · 했 · 음. 이 네 마디야. 그럼 네겐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증오의 끝에 도달하면 자비라도 베풀 수 있는 것인가. 이 얼마나 관대한 말인가.
-하지만 그러지 않겠다면... 다음에 네게 일어날 일이 별로 궁금하진 않을 거야. 자, 따라해. 잘 · 못 · 했 · 음.
그리고 그 말에, 사오리는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애초에 고민할 사항도 아니었다.
'그래, 분명.. 오고 있을 거야. 지금 여기로 오고 있을 거야. 정말 다행이야, 아직 시간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었어.'
사오리는 선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소녀의 눈에는, 두 손가락을 잃어버린 선생의 왼손이 보였다.
'선생, 내가 아직 할 수 있는 게 남아있어.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해 볼게. 다 바치기로 했으니까.'
-뭐 해. 어서 말해봐.
그리고 사오리는 이내 고개를 다시 들어올리며, 히나에게 또박또박 말해주었다.
"싫 · 거 · 든 · 요."
-콰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사오리의 머리는 곧바로 왼발로 밟히며 바닥에 짓이겨졌다. 이 순간, 히나의 헤일로는 이 이상 타오를 수 없을 정도로 붉게 타올랐다. 얼굴은, 이 이상 분노를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지금 그 선택을 네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럽게 만들어줄게.
분노 서린 히나의 목소리에, 사오리는 이렇게 대답해줬다.
"아니, 이 선택은 내 인생에서 제일 자랑스러운 선택이겠지."
-빠아악!
사오리의 얼굴이 발로 걷어차였다. 이내 사오리의 코에서는 피가 터져나왔고, 히나는 날개로 그녀를 감싸더니, 그대로 그녀를 세워 고정시켰다.
-그래,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한번 보자.
-빠아악! 빠악! 빠아아악! 빠아악!
그녀의 모든 증오를 사오리에게 담아, [종막: 디스트로이어]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빠아아악! 빠악! 뻐어억! 빠각!
머리에 피가 흘러내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이 사오리를 덮쳤지만, 그녀는 웃어보였다.
'선생, 이게 내 속죄겠지? 그렇지?'
은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형벌도 달게 받아들이리라. 그것이 소녀의 은혜갚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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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사오리 가라 가라 사오리
댓글 61
어어 사오리 죽는다
어이어이 사오리 저러다가
이거 수습할거 생각하긴 한거죠..?
색채센세가 막타쳐주려고 오는거같은데
색채쌤 막타라기엔 뒤에 오고있는 아비도스 + @도 문제고 애초에 색채쌤도 가만히 지켜보겠다고 했으니 그쪽은 아닐것같음 히나를 어떻게 처리한다고 해도 지금 은신처가 종합병동이 되게 생겼는데 4부 스토리가 어떻게될지가 기대돼서 그래
센세 얼굴에 유리조각 박혀서 보두앵 되게생기긴함ㅋㅋ
만마전 곤죽냈으니 선생이 심어둔 스파이라 하고 합류하면서 저주 풀린 이부키 챙기면 4부 시작?
히마리 합류시키면 되긴 함
도넛 만든 대가가 엄청 참혹하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