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 헤헤..."
유우카는 머리를 넘기며 웃음짓는다.
"오...오해 말아주세요. 절대 유우카쨩을 얕보고 있다는 게 아니라..."
"말을 더듬다니 노아 답지 않네. 당연한 거 아니야? 노아의 기억력은 따라올 사람이 없는 걸"
"...유우카쨩"
"게다가 노아는 서기니까 사실상 세미나의 2인자 위치야. 밀레니엄에서 리오 회장 다음가는 권력가라고. 거기에 비교될 정도면 오히려 내가 영광인 걸."
칭찬은 하고 있지만 살짝은 새초롬하게 시선을 피하는 모습. 다행히 유우카는 평소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
"왜 그런 표정이야 노아. 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다소 삭막해진 분위기 속에서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느새 제비는 다음 타자인 토키의 손으로
"자. 긴장하십시오."
제발 더 이상 세미나 애들은 걸리지 말길 빌면서 선생은 제비를 뽑았다.
"누가 뽑혔습니까 후후"
인위적인 웃음. 필살 멘트라도 있는 걸까. 이미 얼굴에 철판이 깔려있는 토키이기에 어떤 기행을 벌일 지 예측불허.
"내가 걸렸다."
후우. 한 턴 벌었다. 같은 동아리 선배인 카린을 팀킬.
"카린 선배님이시군요... 흠"
'저 녀석 지금 아쉬워했다... 다른 동아리였으면 어떤 걸 물을 생각이었는데?'
"카린 선배는 저를 좋아하시죠?"
"웩!" "노잼~"
한창 끓어오르던 단두대 매치에서 뻔한 접대용 멘트가 나오니 야유가 쏟아진다.
"그렇다. 동아리의 유일한 후배이니까"
토키가 드디어 사회생활에 신경 쓸 정도로 성장한 것일까. 선생님은 미소가 지어졌다.
'파지지지직!'
"크흑!"
반전 결과가 나오자 현장의 열기는 금방 되찾았다.
"아하하하하하!"
"하극상 부렸는데 좋아할 리가 하핫!"
"......"
부장 히마리가 토키에게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일까. 베리타스가 주도적으로 그녀를 비웃는다.
"저기... 토키.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냥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다. 중립적인 관계라 생각한다."
"아아. 도망친 곳에 낙원 따윈 없군요. 여기서도 아마 비정규직 신세 같습니다."
"어린 애마냥 삐진 거 티내기냐?"
"경력직 신입은 무적이라 생각했건만, 불경기이긴 하군요."
부장의 만류에도 이미 토키는 상당히 토라졌는지 뒤에 준비되어있던 이불로 모습을 감춰버린다.
선생은 마음 같아선 합류한 지 얼마 안됐으니 자연스러운 거야. 앞으로가 중요해.
라며 위로하고 싶었지만 어린 아이 지능이라는 설정 상 불가능.
"드디어. 우리 차례군요."
제비는 세미나 노아의 손으로.
아마 그녀가 제일 벼르고 있는 상대는... 아카네.
그녀는 머리가 좋으니 C&C중 한 명만 걸려도 아카네를 곤혹스럽게 만들 질문을 연상시킬 것이다.
12명 중 5명... 생각보다 높은 확률
"자 하나씩 받아주시길."
노아는 직접 발로 걸어다니며 제비가 담긴 필통을 대령한다.
이윽고 마지막 남은 2개. 노아 옆 쪽에 있던 아카네와 토키에게 배정 받을 제비들이다.
'드르륵'
아카네가 뽑으려 하자 제비를 한 번 섞는 노아.
"어머? 무슨 속셈이시죠? 혹시 제비를 미리 본 건 아니죠?"
"그럴리가요~ 이렇게 기다란 필통인데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는 걸요."
확실히 노아는 제비를 돌릴 때 통을 신체에서 멀리 떨어뜨려 배부했다.
"...쯧"
제비를 받자 마자 아카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빨간색. 당첨이다.
"어머 이게 무슨 우연이람? 마침 원하던 사람한테 걸렸네요."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로 부자연적인 상황.
자기 차례가 되자마자 곧바로 크로스카운터를 날릴 확률이라니.
재 본 적도 없다. 인간의 마음이란 계산할 수 없는 것이다. 뉴턴도 못해서 주식 물렸다.
"자. 노아씨는 무엇이 궁금하시나요?"
"흐음~ 그게 말이죠."
둘 다 웃고 있지만 눈매 만큼은 매섭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소리장도. 노아는 벼르고 벼른 질문으로 찔러버린다.
"아카네씨. 60Kg 넘으시나요?"
'뚜둑'
뭔가가 끊어지는 듯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자와자와'
선생만이 느낀 것이 아니었는지. 밀레니엄 학생 모두가 숨 죽이며 아카네의 반향을 기다린다.
그래. 누군가의 음해가 있기 전. 밀레니엄에서 과체중으로 의심 받던 건 유우카가 아니라 아카네였지.
"숙녀에게 그런 걸 묻다니... 응큼하셔라"
"게임이니 가볍게 생각하자고 하신 건 어디 사는 누구였죠?"
"흐응~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도 계시는데"
"어차피 어려진 상태잖아요? 원래대로 돌아가면 오늘 밤 일은 전부 잊어버릴 겁니다."
"하하하... 하아."
싸늘한 독기. 마치 C&C 너희들은 날고 기어봤자 세미나의 휘하라며 압력을 불어넣는 듯하다.
부장인 네루조차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네루도 내심 궁금했던 걸지도
"게임하는 사람 어디 갔나요? 빨리 답해주세요~"
'드르륵! 쾅!'
아카네는 쇼킹 핫 라이어의 레버를 최대로 당긴다. 최고 출력으로 장전된 기계에 손을 물린 다음 나지막하게 웃는다.
"어어... 아카네?"
"노아씨."
"네?"
"전 당신이 마음에 든답니다♡"
'파지지지지지직!!!'
어두운 방 안에서 거의 천둥이라 묘사해도 손색없을 전류가 아카네를 휩쓴다.
그러나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비명 한 번 내지르지 않더니
덤덤한 표정으로, 타는 냄새가 풍기는 장갑을 벗어 던진다.
"히끅!"
"야... 괜찮냐?"
'아카네는 이번 턴을 노아를 향한 적개심 표출에 사용... 단 번에 60Kg이란 화제는 잊혀졌다... 엄청난 강단이구나.'
흘렸던 땀이 에어컨 바람에 식자 몸에서 오한이 느껴진다.
아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나.
조상의 지혜에 감복한 선생은 더더욱 도망치고 싶었다.
"...아카네씨 괜찮나요? 전력이 꽤나 강했는데"
"하하 별 거 아니랍니다. 노아씨는 이 정도에도 두려움을 느끼시나 보군요. 하긴 세미나 사람들은 안에만 박혀 있으니"
뭐지. 수틀리면 무력도 사용하겠단 뉘앙스? 선생은 덜덜 떨었다.
"와~ 터프하시네요 아카네씨. 후훗. 당신을 고용하는 입장에서 정말 듬직하답니다."
"전 노아씨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닌데요?"
"세미나에게 의뢰를 받는 입장 아닌가요? 리오 회장이 부재했을 때 임무는 전부 제가 하달한 건데요."
"저희들은 세미나 직속 부대 따위가 아닙니다. 애초에 외주로 계약을 받는데 별개의 동아리죠."
"대부분이 세미나 의뢰잖아요? 주고객한테 이런 태도라니 속상하네요~ 본인 감정에 치우쳐선."
정말 드잡이까지 갈 만큼 언쟁이 오가자 보다 못한 3학년 선배들이 나선다.
"야 싸울 거면 둘이 나가서 뜨고 오던가 왜 분위기 흐리고 지랄이야?"
"맞아. 선생님이 무서워하고 있잖아."
네루의 말에 치히로가 덧붙여 험악한 분위기를 종식시킨다.
선생은 치히로의 의견에 부흥하기 위해, 시선을 내리깔고 벌벌 떠는 척 했다.
"선생님?... 하하 저희 안 싸웠어요. 그냥 친구끼리 장난으로 언성을 높인 거죠."
"네 맞아요. 노아씨가 무서우시면 제 품에 오세요. 확실히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으음. 확실히 아카네의 위압적인 흉갑은 포화도 막을 기세이지만,
여기서 한 쪽 편을 들면 갈등만 깊어지는 꼴이니 소탐대실의 선택은 지양한다.
"싫어요."
"으...응? 선생님?"
"둘 다 무서워. 안 갈래..."
"엣..." "뭐라..."
"애초에 둘 이 왜 싸운 거야? 기억나?"
"......"
말문이 막혀버렸다. 돌이켜보면 별 거 아니었던 시발점.
졸지에 무식하고 무서운 누나들로 낙인 찍힌 둘은, 토키에 이어 리타이어. 이불로 자신의 치부를 감춘다.
"휴~ 이제야 클린해졌군?"
"부원들이 쓰러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빨리 하자고 아직 한 바퀴도 못 돌았어"
마지막 차례 세미나의 유우카.
"유우카짱..."
"노아? 살아있었구나"
제정신으로 유언을 말하는 건 열반을 목도하는 것처럼, 사뭇 마음이 경건해지는 일.
시들거리는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노아의 입에 바싹 붙인다.
"저... 사실은..."
"이히힛! 간지러워~"
"집중해주시길... 전 당첨 제비가 어떤 건지 볼 수 있습니다 유우카쨩..."
"저, 정말?"
"네... 전 한 번 본 것은 절대 잊지 못하니까요. 한판이 끝나고 제비를 다시 집어 넣을 때. 집중하면 섞이는 과정 모두가 기억납니다."
"대단하네 노아..."
"제가 옆에서 어드바이스 해줄테니... 당첨 제비를 피하거나 원하는 사람에게 건네주세요."
"그래도 되는 걸까나... 즐기는 목적의 놀이인데 치팅이라니"
"아닙니다. 여기 있는 모두는 저와 유우카쨩을 노리고 있어요."
노아의 직감이 옳다. 수적으로 열세인 세미나는 아주 쉬운 먹잇감...
게다가 노아와 유우카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독사도 존재하며
거기에 동조하는 방관자들 역시 많다. 한동안 타겟이 정해진다면, 자신이 공격 당할 일이 없을 테니까
"왼쪽에서 세번째 제비... 빨간색 제비입니다."
"으응..."
배부할 차례. 유우카는 노아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직접 건네준다. 대신 의심을 피하기 위해 눈은 감는다.
'왼쪽에서 세번째... 이쯤인가'
모두가 제비를 받자 벌칙을 받을 사람이 결정난다.
"선생님 당첨~ 우후~"
'유우카라. 무슨 질문을 할까. 곤란하지는 않겠지?'
정실의 품격을 보여주길 원했으나, 꽤나 곤혹스러운 질문이 던져진다.
"선생님은 분명... 어른이었을 때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지?"
"헛!? 아, 네..."
왜 하필 그 때 장난기가 발동해서...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선생은 작은 몸으로 학생들의 무거운 관심을 버티었다.
"어디까지 기억나는 건지 궁금해서-"
희미한 기억. 이 뜨거운 감자에 모두가 흥분에 휩싸인다.
"정말입니까?"
"응... 나한테서 익숙함이 느껴졌다고 했어."
"아앙~? 은근슬쩍 자랑질이냐고"
"진짜 기억이 남아있어? 선생님! 나 마키는? 어디까지 기억 나? 풀네임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제 와서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부자연스럽다. 몇몇 똑똑한 학생은 연기임을 간파할지도
여기선... 애매하게 기억난다. 라는 설정이 유효할 것만 같다.
"어어... 에누리 마키?"
"코누리 마키라구! 그래도 조금은 기억나나 보네. 좋아 선생님. 마키가 잘하는 건 뭐게~"
"어... 음... 그래비티?"
"아깝다 거의 다 맞췄는데! 그래피티야! 그래비티는 유우카 선배 담당"
"하?"
"선생님... 그래비티 알파벳은?"
"Gravity"
"옳지..."
"그새 부활했구나 노아"
"그렇다면 선생님. 제 엉덩이에 있는 점은 기억나십니까?"
"에에... 기억이... 엣? 엉덩이?"
모두의 싸늘한 시선이 토키에게 향한다. 굴러온 돌이 눈치 없게 선수를 친 건가
"장난입니다. 피스~ 피스~"
'빡깡!'
네루의 꿀밤에 결국 토키는 완전히 장외 아웃
"다들 그만해. 유우카 차례잖아."
치히로가 달궈진 방을 소화하자 드디어 유우카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럼 선생님은... 다른 학생들 보다 내 기억이... 더 많이... 나?"
이 질문은 깊다. 확실히 밀레니엄 스쿨에서 가장 연이 많은 사람은 유우카가 맞지만,
이미 선생은 완전히 기억하고 있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거짓말 탐지기가 무엇에 반응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네"
자포자기한 상태로 긍정을 표한다. 다행히 쇼킹 핫 라이어는 침묵.
"........."
또 다시 다용도실에서 정적이 흐른다. 소리는 없지만 뜻은 난무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구나
"훗... 고마워 선생님"
유우카의 미소를 보자 다들 오기가 타올랐는지 곧바로 제비와 거짓말 탐지기를 회수하여 다음 차례를 기다린다.
"저기~ 재밌는 게 생각이 났는데 말이야 선배님들"
마키의 눈이 반짝거린다.
마치 개미를 짓밟으며 첫 지배감을 느끼는 어린이처럼... 순수한 악의란 게 느껴진다.
"솔~직히. 진실게임보다. 선생님 추궁하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지 않아?"
반박 하나 없이 조용하다. 다수의 침묵은 암묵적인 긍정... 아냐... 제발
"무, 무슨 소리야 마키.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들지 마."
"에이~ 유우카 선배. 솔직히 궁금하면서. 그래서 지금 그런 질문 던진 거잖아?"
"뭐어!"
"그리고, 안 친한 사람끼리 걸리면 노잼이잖아? 당장 유우카 선배 차례에 카린 선배나 하레 선배가 걸렸다고 가정해 봐. 마땅히 할 질문이 생각 나?"
"어... 음. 그게..."
"심지어 잘못하면 방금 전처럼 싸울 수도 있고, 차라리 선생님한테만 쓰는 게 낫지 않겠어? 응? 어려진 틈을 타서 말야. 오늘이 아니면 이런 기회 없다고!"
마키의 일장연설에 다들 침을 삼킨다.
선생에게 희미한 기억이 있다는 시점에서. 모든 관심사는 이미 한 곳으로 몰려버렸다.
'진퇴양난이구나!'
방해만 되는 제비 따위 던져 버리고, 중앙으로 선생님을 끌고 온 다음 거짓말 탐지기를 장착시킨다.
"저기... 누나들...?"
"자. 자. 끝나면 내일 맛있는 거 사줄테니까. 누나들이랑 잠깐 놀아주는 거야? 으흐흐..."
"저기. 말리는 게 낫지 않아 노아?"
"......뭐 일단 놀이니까요. 다들 조절하겠죠."
노아 역시 선생님에게 궁금한 점이 있던 것일까. 아직은 나서지 않는다.
"자아~ 첫번째 질문 갑니다!"
마키는 선생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그시 누르며 질의를 진행한다.
"있잖아~ 선생이 어른이었을 때, 유우카 선배가 좋아했던 거 알아?"
"뭐라는 거야!!!"
노발대발거리는 유우카와 달리 나머지 학생들은 전혀 미동이 없다.
"좋아했다니 누구 멋대로 짚는 거람!?"
"시치미 떼지마 선배. 이미 밀레니엄 학생 다 알고 있을 걸?"
"뭐...뭐어?... 진짜로?"
"에에~ 뭐 까놓고 말하자면 티가 엄청 났달까."
"훗. 유우카씨는 선생님 앞에선 말이 많아지고 허둥거리는 느낌이죠. 예산 이야기 할 때는 냉혈한인데"
"누, 누가? 언제 그랬다고"
"선생님과 급식을 먹을 때면 먹는 양이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토키! 이상한 말 지어낼래?"
네루의 주먹에도 다시 일어날 수준이라니. 밀레니엄 학생들에게 이 화두는 그 정도로 핫했던 걸까
"자. 누나가 묻잖아! 유우카 선배가 좋아했던 거 알고 있었어?"
"...네"
선생의 대답에 유우카는 돌처럼 굳어버렸다.
"그런데! 유우카 누나 말고도 다들 절 좋아하지 않았나요?"
회심의 탈압박 시도. 다들 부정은 못하는 지 시선을 돌린다.
"뭐, 딱히 선생이 누구랑 척 지는 일은 없지?"
"응. 친절하니까 하하."
자다 일어났는지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던 하레가 난입한다.
"다음 질문은... 내가 해도 괜찮아?"
"응 하레 선배."
"선생님. 노아랑 유우카 중에 누가 더 예쁜 것 같아-"
대놓고 이간질 시도. 치히로가 급하게 이불로 덮어 구속시킨다.
"야 너무하잖아 그건!"
"웁! 웁!"
마키가 사고를 치면 하레가 숟가락을 얹어 사태를 키운다.
베리타스의 뻔한 레파토리... 허나 예측하기 쉬움에도 막을 수 없단 것은, 강력하다는 뜻 아닐까.
"......"
침묵하는 선생, 노아, 유우카. 이대로 시간을 끌려 했지만 하이에나들은 사냥감을 놓는 법이 없다.
"에이~ 말해버려 선생님!"
"조용히 하세요 마키! 당사자들은 재미 없으니까!"
"뭐 어때. 결국 어린이의 시각이잖냐 어른이랑은 또 다르겠지."
"맞아요~ 저도 궁금한데"
이미 둘의 라이벌 구도까지 밀레니엄 학생들은 모두 알고 있었단 뜻인가. 뒷통수가 얼얼하다.
이대로 뻐긴다면? 아니다. 좋지 않다.
둘의 눈치를 살피고, 배려하고 있단 것이 들통난다면... 기억이 꽤나 많이 남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지금까지 벌려 놓은 일을 생각해봐라. 들킨다면 총학생회에서 오체분시 당한다.
그렇다고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엔... 이 기계에 전기구이가 될까 두렵다.
'여기선 천연덕스럽게... 하지만 탈출구도 생각한다!'
"그... 노아 누나가 조금 더 예쁜 것 같기도..."
"푸하하! 어떡해~ 유우카 선배 그렇게 노력하는데 선생님은 다른 사람이 좋다네-"
"그만! 좀!"
평소에 장난과는 엇나가 선을 넘기 시작하자 치히로가 입을 막는다.
"......"
오만 감정이 뒤틀린 듯한 유우카의 얼굴. 두 번 보기 겁난 선생은 곧바로 타협책을 제시한다.
"그치만! 더 귀여운 쪽은 유우카 누나..."
"!"
기사회생에 성공한 유우카는 눈에 생기가 다시 감돈다.
"귀엽다니!... 어린애 주제에... 흥"
"아하하. 이러면 유우카쨩이 이겼네요."
"응? 무슨 뜻이야 노아?"
"그야~ 예쁜 건 깨질 때가 있잖아요? 더러운 행동을 하거나... 그러면 이미지가 박살나죠! 그런데 귀여움은? 뭘 해도 귀엽잖아요. 역시 귀여운 게 최고!"
"풉... 뭐야 그게. 이상해 노아"
노아가 온 몸으로 만회한 끝에 가까스로 세이브에 성공했다.
"자,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끝을 보자!!! 지금 선생님은 노아 선배랑 유우카 선배 중에 누구랑 결혼하고 싶어?"
"!!!"
관용 따위 없는 들쑤시기. 다들 이 정도로 기대한 건 아니라 마키에게 재고를 권한다.
"야 씨. 너희들만 질문하기냐? 그만하고 빨랑 넘겨."
"맞아. 선생님도 곤란하시잖아. 얼굴이 빨개."
C&C 3학년들에
"들었지 마키? 그만하자."
부부장인 치히로까지 나섰지만, 한 번 발동이 걸린 마키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 아~ 이번 한 번만 하고 그만할테니까. 제발 이것만 말해줘! 누구랑 결혼할래? 흐흐"
"나. 갈래..."
유우카는 가져온 베개와 이불을 챙기더니 방을 나가려고 한다.
"어디 가세요 유우카쨩!?"
"이런 거 재미없다고... 너희들끼리 하던가"
설움이 올라왔는지 불안정한 높낮이. 분명 돌아가면 혼자 울 것만 같아 마음이 미어진다.
"에헤이~ 결혼하고 싶은 게 유우카 선배일지도 모르잖아? 이것만 듣고 가!"
"마키 그만하라고 했다?"
정말로 유우카가 가버린다면... 위로하러 노아가 퇴장... 그렇다면 남은 것은 끊임없는 고문 뿐. 이젠 피할 수가 없다.
레버가 왼쪽 끝에 위치한 걸 확인한 선생은 깊게 심호흡한다.
'그래. 설마 죽기야 할까.'
"난 결혼 안 할거야."
'파지직!'
깜짝 놀랄만할 정도의 전류. 다행히 고통이 오래가진 않는다.
"헉! 울렸잖아! 괜찮아 선생님?"
전기 충격의 여운이 남아있는 척 계속 엎드려 있는다.
모든 소리가 음소거 처리. 다들 선생의 동태를 살피고 있나.
그 동안 즙을 짜기 위하여 최대한 슬픈 생각을 해야만 한다.
'제일 슬픈 상상... 그래! 그거다!'
이산 가족 상봉 특집 방송. 그 전율을 다시 회상해본다.
'저 어렸을 때 이발소 집에 맡겨 놓고 갔었어요.'
'네 맞아요.'
'날씨가 흐리고요.'
'네 맞아요.'
'오빠!'
성공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에 성공한 선생의 눈시울이 빨개지며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나온다.
"...하하. 그다지 강해 보이진 않았는데 어린이한텐 아팠으려나... 보자 보자. 마키 누나가 호~ 해줄까?"
선생님을 일으켜 세운 마키. 흐르는 눈물을 보자 장난기 많았던 얼굴이 일그러진다.
"어? 어? 많이 아파? 어? 선생님?!"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발만 동동 구르다가 주변에 호소한다.
"어떡해! 선생님 다쳤나 봐! 어떡해! 선배들!"
"아이 썅! 이럴 줄 알았다!"
네루가 마키를 밀치며 선생을 안는다. 손을 확인한 네루는 일단 치히로의 아이스 박스로 향한다.
"물. 물 있어?"
"어, 여기... 많이 안좋아? 설마 화상?"
"몰라 씨! 작작 좀 하라니깐."
"어... 어떡해... 어떡해..."
밀려 넘어진 마키는 여전히 패닉에 빠진 듯 다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다.
"리더! 우리 부실에 응급 키트가 있다!"
"키카드 가져온 사람? 없지? 아 진짜 미치겠네!"
네루가 급히 다용도실에서 나가자 선생이 걱정 된 학생들도 우루루 뛰쳐나간다.
그동안 마키와 베리타스는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하아~ 난 택시 잡을 테니까. 응급 처치 끝나면 정문 앞으로 나오라고 연락 돌려."
"응... 부부장."
"아아... 치히로 선배... 난 이 정도로... 강할 지 몰랐는데... 레버 제일 약하게 했는데 분명..."
"마키 넌 잠깐 나 좀 보자."
치히로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운동화로 갈아 신는다. 아주 긴 시간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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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좆됐네 ㅋㅋㅋㅋㅋㅋ
역시 말 안 듣는 학생 교육시키는 건 센남 ㅋㅋ
제발 빠른 다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