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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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단 객실로 돌아왔다. 나는 재킷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 두고, 일단 침대에 걸터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첫 번째는 '선물'에 관한 것이었다. 분명히 일어나면 알 수 있을 거라 그랬었지. 그러나 지금 내게는 특이한 변화라던지, 혹은 무언가가 생겼다던지 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보고 싶은 학생이라.."
나는 마지막으로 그가 남겼던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성격상 돌려 말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이게 뜻하는 게 뭘까..
"선생님.."
"어? 왜?"
"추워요.."
"추워?"
그 때 내 몰입을 깬 건, 볼을 붉히며 내가 앉아있는 자리 옆으로 다가오고 있는 유우카였다.
"흐음.."
나는 춥다는 유우카의 말에 방 난방이 제대로 돌지 않았나 해서 TV 앞에 놓여있는 디지털 온도계를 보았다. 섭씨 23도라는 글씨가 디지털 글꼴로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패딩 껴입고 그게 무슨 소리니.
잠깐. 춥다고?
자세히 보니까 저건 홍조가 아니라, 얼굴이 뜨거운 것 같은데? 그리고 유우카의 걸음걸이가 좀 이상하다. 좀 무거워 보이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거리는 것 같기도 하다.
"으으.."
유우카는 옆에 내 옆에 힘없이 툭 앉더니, 그대로 침대에 뒤로 누워 버렸다. 눕는다기 보나는 쓰러지는 것에 더 가까운 유우카의 행동에 조금씩 쎄한 느낌이 들이 시작했다. 나는 유우카의 옆으로 가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오른손을 누워 있는 유우카의 이마에 가져다 보았다.
'이거 완전 불덩이잖아..!'
"어? 선생님? 유우카 짱?"
"후훗. 유우카 씨?"
유우카의 고열에 놀란 것도 잠시, 침대에 누워 있는 유우카와 그 옆에서 유우카를 돌봐 주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노아와 하루나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나 둘이 이불을 꽁꽁 말고, 이빨을 딱딱 갈고 있는 유우카와 내 심각한 표정을 보자 그 장난기는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들고 말았다.
"아무래도 무리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새벽 2시에 일어나서, 트렁크에 타고 긴 시간 실려 오는 등 내가 중간중간 휴식을 취했던 것과는 다르게 정황상 유우카는 마치 수학여행 놀러온 학생처럼 논답시고 하나도 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우카는 일수로 치면 꽤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여행의 변수를 계산에 반영하지 못했다. 처음 며칠은 괜찮았지만, 여행이 길어지며 유우카의 몸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던 것이었다. 심지어 그런 상황에서 스키까지 타는 등 오히려 더 무리를 했으니.
"유우카 짱. 괜찮아요?"
"괜찮아.."
"이마가 펄펄 끓는데."
"괜찮다니까요.."
유우카는 일그러진 표정 사이에서도 억지로 한 송이의 웃음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조금은, 단호하게 나가기로 했다.
"선생님이랑 모처럼 놀러 왔는데.."
"안 돼. 그러다 잘못되면 어쩔려고."
감기약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감기약은 내려가서 사 오면 된다지만, 나는 그래도 지금 당장 '보호자'로서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못하는 내 자신에게 무기력함을 느꼈다. 이 자리에..
세리나가 있다면 뭔가 좀 달랐을까?
순간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세리나가 보고 싶다. 언제 어디서나, 갑자기 옆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가끔씩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그녀였지만, 이렇게 원할 때만 찾는 게 조금은 비겁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세리나가 보고 싶다.
그 순간, 그러니까 내가 세리나를 보고 싶다는 '의지'를 마음 속에서 불태운 순간.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며, 온 몸의 혈류가 빨라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카페인을 한 번에 많이 들이켰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팍을 가리고 있는 옷을 부여잡았다.
'갑자기 왜 이래..!'
"흐윽.."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직 부정맥이 생길 나이는 아닌데..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허억.."
나는 지금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들숨을 들이쉬고, 날숨을 뱉기를 몇 번 반복했다.
"선생님!"
조금씩 호흡이 진정되어간다. 그런데 뭐지? 환청이라도 생긴 건가? 나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나 내 시야에는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유우카와 노아, 하루나 셋의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선생님!"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세리나?
"선생님!"
이번에는 환청이 아닌, 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노아를 바라보았다.
근데.. 다들 표정이 이상하다.
"다들 왜 그래?"
"선.. 선생님 머리에.."
"내 머리? 왜?"
나는 머리에 뭐가 뭍었나 싶어 손으로 머리를 뒤적거렸다. 그러나 만져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뭐 안 뭍었는데?"
"그.. 그게 아니라.."
나는 머릿속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맞춰보기 시작했다.
선물을 받았다. 보고 싶은 학생은 누구인가? 세리나. 그리고 세리나의 환청. 머리에 있는 만져지지 않는 무언가.
"내 머리에 뭐가 있길ㄹ.."
키보토스의 학생과, 머리에 있는, 만져지지 않는 무언가.
만져지지 않는 무언가.
머리속에서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이 순간의 진상을 가리고 있던 자물쇠가 떨어져 나가, 바닥에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준다는 선물이 이런 거였어? 설마..
나는 곧바로 용수철이 튀어오르듯이 일어서, 전면 거울이 달려 있는 현관으로 향해 곧바로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았다.
"끼야아아아악-!"
그리고 내 가설이 확정되는 순간, 나는 곧바로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방음이 좋아서 옆방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세.. 세리나잖아."
"예?"
"저거.. 세리나 꺼라고."
"아."
노아와 하루나는 큰 부연설명 없이도 지금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묘사할 필요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굳이 묘사해 보자면 원 하나를 다른 2개의 테두리만 있는 원이 둘러싸고 있고, 그 밖에는 십자가 같은 모양의 형상이 완성하고 있는 빛의 고리.
내 머리 위에는, 원래와는 다르게 색이 하얗긴 했지만, 분명히 '스미 세리나'의 헤일로가 떠 있었다.
"부르셨나요? 선생님!"
다시 한 번 머리속에서 밝고 천진난만한 어투의, 이제는 환청이라고 부르지 못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기획의도에 안 맞게 계속 시리어스한 내용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다음화부터 다시 밝아지니까 안심하세요
재밌게 봤으면 개추 댓글 한번씩만 해주세요
댓글 12
어어 헤일로 뭐노
혼파망인데 갈수록
혼란하다 혼란해
그게 근본없는 아마추어 2차창작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캐붕 자캐딸만 안일어나면 되지
재미잇음 장땡임 ㅋㅋ 재밋게 잘보고 잇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