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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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환하게 번쩍번쩍 빛을 내는 네온사인으로 장식된 깔끔하면서도 화려한 입구가 반겨주는, 오락실 입구 앞에 섰다. 입구를 통해 내부를 슥 둘러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오락실 특유의 시끄러운 분위기를 만들며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 보였다.
우리나라의 오락실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입지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국가사업으로 이뤄진 전국 초고속 인터넷 보급 사업과 그로 인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PC방이 오락실과의 가격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대 스마트폰의 발달로 오락실은 더더욱 설 자리를 잃어, 어느새 놀러 온 사람들이 한두판 즐기고 가는 그런 곳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이런 곳에 있는 오락실은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기체가 비싸다는 이유를 붙여도 봐주기 어려운 기체 노후화는 기본이었다.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것은 선녀로 보일 수준이었고, 심지어는 5 ~ 6년 전에 출시된 게임을 구동하면서 1크레딧에 2000원을 받는 양심 이라고는 애저녁에 꿀떡 삼켜 먹은 점포들도 많이 보았다. 만약 하루나가 밀레니엄 학생이였고, 미식연구회 부장 대신 게임개발부 부장이 되었다면 하루에 3번씩은 터져나갔을 그런 점포들 말이다.
그러나 안을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이 곳은 놀랍게도 그런 '오락실인 척' 하는, 망하는 자영업의 표본과도 같은 점포와는 거리가 굉장히 먼 것이었다. 암만 봐도 여기 사장님은 오락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다.
"우와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는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져, 지갑 속에 항상 지니고 다니던 이어뮤*와 펌프 카드를 꺼내서 두장 모두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웠다.
*정식명칭은 e-amusement pass. 코나미의 아케이드 게임 데이터 카드의 명칭이다
"어? 그건.."
평상시에 들고 다니는 카드와는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걸 제외한 외형은 완전히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카드 두 장에 애들은 작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너희들은 아마 처음 볼걸?"
"이어뮤량 펌프 카드잖아요?"
"어래?"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내 예상과는 크게 차이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동아리 부장들 호출했을 때 안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죠~ 오락실에 가면 있더라구요?"
노아의 생글맞은 대답으로 인해 알 수 있었다. 누군지 알 것 같은데.
"게임은 하루에 한 시간. 약속했잖아요?"
"크윽.."
겉으로 봤을 땐 안 그럴 것 같은 밀레니엄 최강 무력집단의 수장과,
"우.. 우으.."
오락실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단 데려가서 앉혀 놓기만 하면 누구든지 공평하게 두둘겨 패서 돌려보내는, 얼마 전 금의환향한 한 동아리의 부장이 떠올랐다.
"제가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몇렙 치는데?"
"얼마 전에 21렙 깼어요!"
그랬었지. 그래도 생각보다 깊은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었구나 유우카는. 21렙이라니. 엄청 잘 치는데.
"으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내 손가락에 끼워져있는 카드를 바라보는 하루나가 보였다. 물론 평소 오락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은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
우리는 천천히 펌프 기체 앞으로 향했다. 오락실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놀랍게도 펌프는 게임을 즐기고 있거나 대기가 걸려 있지 않았다. 나는 허리를 숙여 지폐를 넣는 구멍에 천원짜리 지폐를 두 장 넣었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지폐를 빨아들였고, 스피커에서 돈이 투입되었음을 알리는 효과음이 들려왔다.
"몸 좀 풀고 시작할까?"
나는 1P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내 옆에 자리를 잡은 건..
"우와왓.."
밀레니엄 듀오에게 떠밀려, 얼굴을 붉힌 채 주춤주춤거리며 2P 발판 자리로 올라오고 있는 하루나였다.
"..혹시 이거 처음 해봐?"
"네에."
"그럼 선생님 한 번 하는 거 볼래?"
"그럴까요?"
내 말에 하루나는 일단 발판에서 내려갔고, 나는 자리를 살짝 옮겨 봉 2개를 모두 잡았다. 그리고 나서 일단 하루나에게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다. 어디 보자.. 보여줄 때 가장 멋있어 보이는 채보가..
윈드밀?이거 딱 좋은데?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기체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음악이 시작되자 246의 높은 BPM에 맞춰서 사정없이 올라오는 노트들이 화면에 보이기 시작했다. 허리를 틀며 봉 쪽에 무게가 실릴 때 마다 조금씩 봉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원래 펌프 기계들이 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여의치 않고 플레이를 이어갔다.
이 때 멈추고 내려왔으면 좋았을 것을.
플레이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후반부의 마지막 고비가 찾아왔다. 나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16비트 트릴을 맞추기 위해, 봉에 의지해서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콰직-!
어라? 나는 순간 뒤로 확 젖혀지는 듯한 느낌과, 왼손이 좀 가벼워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팔을 움직여 보니 빨간 봉이 들려있는 왼손이 보였다. 다시 몸을 앞으로 숙이려 했으나 이미 중심을 잃은 내 몸은 정처없이 공중에서 잠깐 멈춰있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봉이 뽑혔구나. 라는 걸 깨달으려 하는 순간..
빠아악!
나는 그대로 뒤로 고꾸라져,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뒤로 넘어져 머리를 세게 부딪힌 나를 보고 식겁한 표정으로 셋이 달려들며 뭐라 하는 게 보였지만 들리지는 않았고, 졸음이 밀려오는 까닭에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다.
*
"아우우.."
나는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는 시간이 지났을 때쯤, 뭔가 어둠이 가득 깔려 있고 아무것도 없는, 'null' 이라는 제목을 붙여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공간에서 정신을 차렸다. 나는 벌떡 일어서서 조금 걸어 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주변을 온데간데 둘러봐도 유우카와 노아, 하루나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
"안녕."
"넌.."
누군가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내게 인사를 건네는 게 들렸다. 나는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그 순간 나는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말도 안 돼. 나는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아니야..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방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한 말로 인해 나는 내 가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
"왜 벌써 온거야?"
"아.. 아아.."
"넌.. 넌 아직 여기 오면 안 돼."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더니, 목소리가 조금은 울먹이는 투로 바뀌고 말았다. 소름 돋을 만큼 나와 비슷한 풍채를 띄고 있는 사람.
정확히는 똑같다고 하는 게 맞겠지.
"하하.. 하하하..."
다리에 힘이 풀리며 탁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실성한 듯 자리에 앉아서, 이게 만약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나.. 나.."
그러나 꿈이 아니란 건 이미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 하기 싫은 말이지만.. 정말 하기 싫은 말이지만, 그래도 진실을 마주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
"나 죽은 거야? 응?"
'나'는 말이 없었다.
"대답 좀 해줘.."
'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선생."
<계속>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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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각이다 연참각

뭐야...
왔다 내 섹스
드디어 왔구나
헉 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