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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시로미 이오리는 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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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멈춰."

앞을 내다본 채 손만 이쪽으로 향한다.

검은 장갑을 낀 작은 손.

몇 번의 전투를 거쳐도 장갑은커녕 그녀의 교복까지 큰 얼룩이 없다.

그녀의 강함의 증명이었다.

시키는 대로 걸음을 멈췄다.

눈앞의 그녀와의 거리, 약 2m.

작게 한숨을 쉬고 벽에 몸을 맡기자 그것을 곁눈질로 확인한 그녀는 천천히 총을 겨누었다.

시로미 이오리. 그녀가 총을 겨누는 그 뒤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그녀의 예쁜 은빛 머리가 빌딩숲 바람에 흔들리며 나부낀다.

그녀는 개의치 않아 하는 그것에 눈을 빼앗긴다.

어쩐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떠올렸다.

이오리가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수천 번 반복해서 최적화된 그 동작은 아름답다.

보는 쪽에는 오히려 호흡을 잊게 했다.

그녀의 진홍색 눈동자에는 분명 표적만이 비칠 터.

--총성.

곧 그녀는 빈 탄피를 배출하고 다시 한 번 자세를 잡는다.

총성.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세 번의 총성.

"--후우"

총성의 여운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이오리는 작게 숨을 내뱉었다.

레버를 당겨 세 번째 탄피를 땅에 떨어뜨리고 이쪽을 향한다.

"세 명?"

"아아. 이 일대는 이게 끝인 것 같아."

"백발백중이네. 대단해."

"선도부원이니까. 당연하지."

그러면서도 그녀의 꼬리는 기분 좋은 듯 흔들리고 있다.

"벌써 2시간인가. 피곤하지 않아?"

"문제없어. 이 정도는 일상다반사고.…앗, 아코쨩으로부터 통신이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통신기를 집어든다.

게헨나를 방문했을 때 불량학생 진압에 억지로 동행하게 됐다.

이오리는 일이니까 상관없지만, 아코의 부추김에 나까지.

그리고 전투나 은밀한 저격을 반복하길 약 2시간.

사태는 일단 수습을 맞이한 것 같다.

이런저런 말을 하는 이오리 옆에서 작게 숨을 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2시간 사이 맑던 하늘에 구름이 끼어 있었다.

그야말로 흐린 날씨라고나 할까.

코에서는 습한 공기의 냄새가 느껴졌다.

아, 이제 내리겠네, 이거.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내 뺨을 물방울이 적셨다.

"--응. 그럼 이따가."

마침 이오리의 통신도 끝난 듯했다.

큰일이다. 비를 피할만한 곳도 근처에 없다.

나 혼자뿐이라면 몰라도 이오리도 있다.

"이오리, 우산 같은 거 없어?"

"뭐? 우왓, 비가 오네. 보면 알잖아. 없어."

"그렇지, 물어봤을 뿐이야."

"이상한 말이나 하고. 그래서 어떡하게?"

코트를 벗으면서 생각하다. 여기서라면 샬레가 제일 가깝겠지.

서로 우산도 없다면 뭐 나는 상관없나.

"엿차"

"우왓."

이오리의 머리에 벗은 코트를 씌웠다.

"달릴 거야. 아마 30분 정도면 샬레까지 도착할 거니까 그걸로 참아."

"참으라니... 선생님은?"

"어른은 이 정도 참을 수 있어요. 자, 간다!"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이오리의 등을 두드리며 사이좋게 빗줄기 속을 달려나갔다.

"뭐, 예상했던 일이지."

30분 후. 샬레 현관에는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나와 이오리가 서 있었다.

반쯤 왔을 때 비는 더욱 세지고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렇게 되면 이미 우산을 가지고 있든없든 의미가 없다.

"선생님, 이거."

이오리가 흠뻑 젖은 코트를 돌려준다.

일단 비막이로 빌려준 셈이지만 정작 이오리는 훌륭히 흠뻑 젖었다.

코트를 받자 물을 들이마셔서 나름 무거워지고 있다.

"별로 도움이 안 됐네, 방해됐어?"

"아니, 총은 별로 젖지 않았어. 그러니까 그, 고마워."

"괜찮아... 샤워실 쓸래?"

"좋아. 수건만 빌려주면"

"옷은 말리는 게 좋아. 앞에 엄청 비치고."

"뭐... 바보! 보지마!"

"이건 불가항력이라서"

꺼낸 수건을 이오리 쪽으로 가볍게 던졌다.

받은 그녀는 재빨리 가슴팍을 가렸다. 수건 다 젖겠네.

"그래서? 샤워실 쓸거야?"

"-쓸래."

눈을 내리깔고서 그녀는 이쪽에 대답했다.

그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었더니 이오리가 더 화를 냈다.

"갈아입을 옷 여기다 놓을게."

"응."

비는커녕 바람까지 한층 거세졌다.

바깥 세상은 굉음을 내고 있다.

그 중 문을 한 장 사이에 둔 저쪽에서 비와는 다른 물소리가 난다.

무엇이 어찌됐든 의식이 가는 것을 애써 무시한다.

오래 있을 필요가 없다. 얼른 나가자.

"선생님."

발길을 탈의실 밖으로 돌리자 조그맣게 이오리의 목소리가 났다.

"선생님?"

다시 이름이 불렸다.

들리고 있는 걸 깨닫지 못한 것 같다.

"무슨 일이야?"

"샴푸 교체 없어?"

"아, 있어."

그렇게 대답하면 샤워 소리가 멈췄다.

힐끗 시선을 돌리자 불투명 유리 너머로 이오리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다.

그걸 아랑곳하지 않는지, 달라는 듯이 조금 열린 문틈으로 이오리의 손이 뻗친다.

경계를 하는 건지, 안 하고 있는 건지.

갈색의 작은 손은 지금은 장갑을 벗고 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손톱은 깔끔하게 다듬어져 매일 총과 서류를 다루는데도 그 손가락은 예뻤다. 장갑 덕분일까.

문득 그 손을 만진다.

악수를 하듯이 부드럽게 그 손을 잡았다.

순간 그 손이 크게 떨렸다.

"...뭐야!?"

엄청난 기세로 이오리의 손이 문 안쪽으로 당겨 들어갔다.

"아, 미안. 장난이야."

"…바보! 변태!"

"미안미안. 자, 새 샴푸."

이번에는 이쪽에서 내밀자 있는 힘껏 낚아채 간다.

아무래도 화가 난 것 같다.

상당히 놀랐나 보다.

"미안하다니깐, 그럼 사무실에 있을게."

난폭한 대답을 등에 업으며 느긋하게 탈의실을 빠져나간다.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그녀의 작은 손에 무심코 눈도 마음도 빨려 들어갔다.

나 자신이 제일 놀랐다.

홀렸다고 해야할까.

그 손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간다고 해도 잡아버릴 것만 같은.

"음..."

어둑어둑한 복도를 혼자 걷는다.

일방적으로 떨어진 손은 갈 곳을 잃었다.

동요하는 듯한 손에 갈 곳을 주기라도 하듯 머리를 긁었다.

비가 그치지 않는다. 게다가 더욱 거세지고, 때아닌 태풍마저 생각나게 했다.

정전될 가능성도 있으려나.

이왕 꺼질 바엔이라며 절전의 의미를 담아 집무실 불을 끈다.

조금 어둡지만 업무중인 것도 아니다.

의자에 앉아서 그냥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린다.

그때부터 10분 정도.

이오리를 기다리며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선생님, 문 열어줘"

문득 바깥의 굉음에 뒤섞여 문 너머에서 이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스로 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열린 끝에는 파카의 소매를 성대하게 늘어뜨리고 긴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 양손으로 쥔 이오리가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옷 젖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소매 좀 걷어줘."

"그다지 신경 안 써도 되는데."

그러면서 쭈그리고 앉아 그녀가 입은 파카의 소매를 접어간다.

갈색의 윤기나는 피부가 면면을 드러냈다.

아까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다시 손이 멈춘다.

"변태"

이오리 시선이 아프다.

아무래도 깨달은 것 같다.

그렇다기보다, 마찬가지로 좀 전 일을 떠올린 것 같다.

"미안하다니깐. 악의는 없었어."

"말이 앞뒤가 안맞아."

"아하하. 그것보다 머리 말릴까?"

"맞다, 드라이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이쪽에 두고 있어.에어컨이 켜져 있으니까 여름이나 겨울은 특히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이것도 내가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전에 쓰던 학생이 두고 간 게 한두 개.

놓여 있던 드라이기를 꺼내 이오리 쪽으로 돌아선다.

"이리 와. 말려줄게."

드라이기를 들고 기다리자 이오리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변태."

"왜?"

"그렇게 말하고 또 이상한 짓을 할 생각이잖아."

"안 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하지만 전과가 있고."

"나쁜 뜻은 없었다니깐."

어떨지.

고개를 돌리며 이오리는 잠시 고민하는 내색을 한다.

작게 한숨을 쉬고, 마음을 정한 것 같았다.

작은 보폭으로 걸어와 내 앞에 등을 돌리고 앉는다.

다만 1m 정도 거리를 뒀다.

"멀어~"

그러자 이오리는 마지못해 거리를 좁혔다.

50cm 정도. 이 정도면 괜찮겠네

"이상한 짓 하면 때릴 테니까."

"네네."

적당히 흘리고 드라이기의 전원을 켠다.

차가운 바람을 자신의 손에 대고 따뜻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만진다.

만지는 순간 이쪽을 향한 그녀의 꼬리가 약간 흔들렸다.

빗을 꺼내 천천히 정성스럽게 빗으며 말린다.

"이오리 머리카락은 예쁘지."

문득 생각했던 것을 입 밖에 낸다.

"뭐야, 갑자기."

"긴 머리 손질하기 힘들지 않아?"

"별로... 맨날 하니까."

"그런가? 선생님은 짧아서 모르겠어... 찰랑찰랑하네"

손으로 들어올리면 아무런 저항 없이 중력에 따라 손을 미끄러져 간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앞으로 눈을 돌리면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이오리는 자신의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정말 알기 쉽다고 할까, 솔직하다고 할까.

그런 점을 놀려버리게 되는 것도 용서해 달라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뭔가... 손에 익었네"

별 것도 아닌 걸 고민하고 있는데 이오리가 불쑥 입을 열었다.

"응?"

"경험 있어? 이런 거."

"뭐...가끔 부탁받아서 말이지."

"흠. 역시 체포하는 게 좋을까?"

"좀 봐주라."

난처한 듯이 웃자 이오리는 흥하고 콧방귀를 낀다.

"그런 거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해."

"응?"

"코트를 빌려준다든지 손을 잡는다든지.-그런 거."

"뭐, 나도 체포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런 말이 아니야, 바보."

알고 있다.

좋지 않다는 의미도, 그걸 지적하는 그녀의 심정도.

분명 이것은 충고다.

그 이상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고.

지나친 배려는 누군가가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걸 나는 원하지 않는 것.

이오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말해주고 있다.

다만 그것은 바꿀 수 없는 나의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했다.

사실은 말이나 몸짓 손짓만으로 전달되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본인 몸집 이상의 힘을 가지고, 그것을 휘두르는 그녀들에게.

내가 아는 보통보다 훨씬 몸도 마음도 상처받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면 말 이상의 것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나도 좀 더 능숙해지면 좋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나와 이오리는 이것으로 좋다.

이 50cm가 분명 우리의 올바른 거리.

말끝이 빗소리에 지워졌다.

그리고 계속할 말도, 할 말도 없이.

이오리의 머리가 마를 때까지 우리가 더 이상 말을 주고받을 일은 없었다.

"자, 다 됐다."

자신의 그것보다 훨씬 정성스럽게 말린 그것을 내 손에서 풀어낸다.

보통보다 훨씬 긴 그 머리카락을 앞으로 가져와 이오리는 마른 정도를 확인하는 듯했다.

"헤어밴드? 슈슈? 늘 하던 그거는?"

"말리고 있어."

"그래? 그럼 잠시만 그걸로 참아."

이오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작게 하품했다.

샤워라든가, 머리를 말린다든가, 그것들은 의외로 체력을 소모한다.

게다가 몸이 따뜻해지기 때문에 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자도 돼, 비가 그치면 깨워줄게."

"됐어, 깨어있을래."

졸린 눈을 비비며 그래도 그녀는 그렇게 대답한다.

남는 시간에 잠이 오면 자면 되는데.

아니, 나를 못 믿겠어서라고 하면 할 말도 없긴 하지만.

"그래? 그럼 난 잘건데."

"그건 이상한 것 같은데."

"에? 그렇지만 한가하고, 자는 거 정도밖에 할만한 게 없지 않아?"

"아니, 뭐 다른 할 일이라든지."

"끝냈어, 이게 말이지."

"잡담이라든가."

"이오리는 선생님하고 얘기하고 싶어? 연애이야기라든지!...아얏."

뜬금없는 로우킥을 맞았다. 너 사실 안 졸리지.

금방 통증이 가라앉는 근처, 적당히 위력을 조절했단 것을 알 수 있다.

"멀쩡한 것 같아서 다행이네."

"놀리는 게 나쁘잖아."

"자라. 잠자는 시간은 귀중하다고."

안 그럼 나처럼 돼버려.

익살스럽게 말해 보이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오리는 마지못해 수긍하는 듯했다.

"알겠어. 한 시간 뒤에 깨워줘."

"예이, 수면실 써."

밝게 대답하면 이오리는 어슬렁어슬렁 사무실을 나갔다.

쉽지 않네, 진짜.

얼빠진 자학을 드러낸 자신을 뒤돌아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껌뻑.

그런 의음을 써도 될 정도로 깨끗이 눈을 떴다.

담요를 젖히며 일어나니 입고 있는 파카에서 살짝 향기가 났다.

선생님의, 나한테는 큰 검정색 파카.

낡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새것 같지도 않다.

섬유유연제 냄새일까. 차분한 향이었어.

시계를 보면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얘기한 지 30분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런데 더 이상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잠을 잔다고 해도 시간도 별로 없다.

창밖을 내다보니 비는 제법 잠잠해졌고 우산이라도 쓰면 충분할 것 같은 강우량이었다.

우산이나 빌려 가자.

그렇게 생각하고 수면실을 나와 사무실로 향한다.

아무도 없는지 복도는 지독하게 고요하고 내 발자국 소리만 똑똑 울린다.

길고 가느다란 리놀륨 바닥을 울리며 1인분의 발소리를 내 귀에 돌려준다.

그건 마치, 너는 혼자라고 귓가에 속삭이는 기분이다.

선생님도 이런 기분일까.

밤늦게까지 일하는 그는 어둡고 긴 이 복도를 혼자 걷는 것일까.

조금만 그 복도에 남겨진 외로움을 느꼈다.

"선생님?"

똑똑, 하고 사무실 문을 노크해 본다. 대답이 없다.

어디 갔을까.

이상하게 생각하며 문고리를 틀면 아무런 저항없이 문은 나를 맞아들였다.

"선생님-?"

들어가자마자 주위를 둘러봐도 서 있는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다.

두리번거리면서 방안 중간쯤 걸어가다가 찾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을 확인했다.

소파에 누워서 자고 있다.

몸을 구부려서 움츠러들듯이.

"뭐라뭐라 하더니 결국 자고 있잖아."

한숨을 쉬고 잠자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본다.

숨소리는 조용하다. 살아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평소의 건강하지 못한 눈은 감겨서 조금 건강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같다는 말은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하지만 고민이라든가 그런 건 없을 것 같은 얼굴.

"그렇지도 않겠지"

작게, 혼잣말을 해본다.

그가 자는 소파의 빈 공간에 걸터앉는다.

30cm 정도 떨어져 있는 선생님 얼굴.

평소 같으면 놀리기도 하고 가끔 의지도 되고 떠들썩한 기분이 드는데 자고 있으면 이렇게 조용하다.

이렇게 무방비로 미덥지 못하다.

서서히 마음속이 검게 물든다.

코트를 빌려줬다. 다리를 핥아졌다.

머리를 말려줬다. 맘대로 손을 잡았다.

저울질하듯 그의 행동을 되새긴다.

하나하나 저울에 실을 때마다 감정은 이쪽저쪽으로 기울어져 간다.

-------그런 거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해.

하나, 저울질할 수 없는 감정.

분명 어느 쪽에 올려놓는 것도 옳지 않은 감정.

한번 떨어진 검은색은 다른 색깔을 모두 칠하듯 퍼져 나간다.

'그렇게 말해도 선생님이니까.또 하겠지.'

-------좀 더 능숙해지면 좋을 텐데.

너나 할 것 없이 친절하게 대하고, 곤란하면 도와보인다.

그렇게 도와준 사람은 수없이 많다.

그가 입은 상처도 수없이.

그 자신이 짊어진 그것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건 아무래도 좋다.

단지 그것이 평등하게 뿌려지고 있는 것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자신에게 상냥한 사람이 누구에게나 상냥하다니 보통은 조금 싫을 것이다.

게다가 본인에게 자각이 있으니 더욱 질이 나쁘다.

그것이 내가 헛돌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속상할 뿐이야.

소파에서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듯이 다시 앉는다.

마침 그보다 조금만 눈높이가 높다.

평소보다 훨씬 얼굴이 가깝다.

10cm 정도. 그건 나와 선생님의 올바른 거리를 넘어있다.

이런저런 변명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그럴 때마다 얼굴과 얼굴이 가까워진다.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행동이 일어나고 있는 그를 곤란하게 만든다면.

지금 이 순간만이 그가 온갖 고민에서 풀려나 있다고 한다면.

"...복수다. 변태."

0㎝.

얇은 입술에 나의 그것을 포개어 놓는다.

문득 파카와 같은 냄새가 났다.

아, 이 사람 냄새였구나.

어쩐지 다가가서 다행이라고 조금 생각했다.

숨이 가빠지기 직전에 입술을 뗀다.

우리의 거리는 다시 50cm로 돌아간다.

별로 서운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나만 알고 있으면 돼.

이 거리를 한번 제로로 한 적도.

그 이유도, 감촉도.

그를 보는, 이 검은 감정의 이름도.

우리는 50cm 정도가 딱 좋은 거리니까.

알람과 함께 잠에서 깼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 스마트폰을 더듬어 찾는다.

그러자 저절로 알람이 멈췄다.

고개를 돌리면 익숙한 갈색 손이 스마트폰을 흔들고 있다.

"이제야 일어났네. 언제까지 자는거야."

"응, 잘잤어? 이오리는 일찍 일어나네."

"선도부원이니까. 수면 관리 정도는 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 난 영 안 되는데."

"선생님이니까 정신 차려, 자."

머리를 살짝 두드린다.

잠이 덜 깬 채 몸을 일으켜 본다.

문득 오른팔에 위화감이 든다.

눈을 돌리면 검은 끈 같은 것이 빙글빙글 감겨 있었다.

"...이게 뭐야?"

의문을 제기하면 그 끈은 스르르 풀려나간다.

돌아온 곳은 이오리의 허리춤.

"구속해뒀어. 잠이 덜 깨서 이상한 곳을 만져도 곤란하니까."

"그래?"

이해가 안되네.

자고 있는데 만진다니 뭐니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데.

뭐, 아무래도 상관없나.

"그러고 보니 비는?"

"이미 그쳤어. 이제 막 돌아가려던 참이야."

듣고 보니 어느새 이오리는 다 마른 교복을 입고 있었다.

머리도 늘 하던 두 가닥으로 돌아가고 있다.

풀고 있던 거 신선했는데.

마지막으로 검은 장갑을 꼭 끼고 그녀는 일어선다.

어딘가 자기 전보다 조금은 서먹서먹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난 돌아갈게."

"조금만 더 있어도 되는데."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벌써 날이 저물었어."

"그래? 그럼 현관까지 바래다 줄게."

"됐어. 혼자 돌아갈래."

"그래, 조심히 들어가."

"아아... 내일 봐 선생님."

탁하고 문이 닫힌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그 문을 잠시 멍하니 바라본다.

어딘가 거리를 느낀 것은 왜일까.

청춘을 걷는 이들의 마음은 시시각각 성장해 간다.

그래서 더욱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서......

아니, 뭐 신경 써도 소용없나.

거리감도 어차피 서로 생각하기 나름이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수 있으니까.

기분전환으로 커피나 마시자.

그렇게 생각하고 일어선다.

창가까지 다가가자 확실히 비는 완전히 그치고 있었다.

밖은 이미 노을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착한 아이는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득 창밖에서 이오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늘하늘 꼬리를 흔들며 걷는 그녀는 멀리서 봐도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 손에는 검은 파카를 넣은 종이봉투.

"아, 파카 돌려받지 못했어."

내일 보자는 건 그런 의미였나.

구름 사이로 비추는 빛이 스포트라이트처럼 이오리를 비춘다.

무대 위의 아이돌처럼.

그녀를 특별하다고 증명하듯이.

한 줄기 빛은 오직 한 사람, 그녀에게만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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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9.11번역

소설핫산)시로미 이오리는 재지 않는다

#시로미 이오리#소설
좋아요 0댓글 19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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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antireal_honpo작가
게시물 15개
XDC
Xerxes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3.09.11 02:24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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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나
XDC
Xerxes작성자23.09.11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38435

ㅇDC
ㅇㅇ123.09.11

순애추

ㅇDC
ㅇㅇ223.09.11

왜 야스 안함

ㅇDC
ㅇㅇ323.09.11

ㄹㅇ 왜 -15cm 안나오냐고

ㅇDC
ㅇㅇ423.09.11

캬

ㅇDC
ㅇㅇ523.09.11

섹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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