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
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잔잔한 밤바다의 물거품 #1
/블루 아카이브
광고

글자수 문제로 분할함

원본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작게 귀에 들린다.

바다가 가깝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이 띄엄띄엄 보였다.

여기 있는 건물은 그렇게 높지 않아서 하늘이 넓게 보인다.

게다가 오늘은 하늘이 어두워서 그 어느 때보다 잘 보였다.

샬레에서 차로 대략 1시간.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5분 정도.

밤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는 지역이다.

고요해진 그 정적이 오히려 귀에 따갑게 느껴진다.

바닷바람이 건물 사이로 빠져나가, 그리고 내 몸을 통과해 간다.

갯벌내음만이 콧속에 남아 있다.

몇 번이나 걸었던 길.

오늘은 조금 바닷바람이 강한가.

퍼석퍼석 파도가 아슬아슬하게 밀어닥치는 모래사장을 걸어간다.

구두에 모래에 들어가 불쾌감을 초래했다.

한번 멈추고 신발을 벗어 거꾸로 한다.

모래시계마냥 사르르 모래가 떨어져 내렸다.

모래사장을 넘어 바다에 꽂힐 듯한 방파제를 걸어간다.

조금 전까지 모래 위를 걷고 있었기 때문에 콘크리트가 걷기 편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점점 바닷바람이 거세진다.

겉옷이 없으면 조금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끝에 서면 눈앞에는 온통 바다가 펼쳐진다.

어두운 밤의 그것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무섭다고 말하는 것이 적절해 보였다.

수평선 너머 어디까지고 펼쳐진 어둠.

한번 몸을 담그고 나면 빠져나오는 것은 분명 이루어지지 않는다.

무슨 짓궂은 소리냐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내밀고.

짝, 짝.

"이오리."

두 번 손뼉을 쳐서 이름을 부른다.

작디 작은 소리로.

솔직히 이건 의미가 없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녀는 '안다'는 듯했다.

그래도 계속하는 것은 단순히 잊지 않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이름을 불르고 몇 초후.

조용하던 수면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 파문이 이쪽으로 점점, 점점 가까워진다.

끌려간다, 그런 망상을 매번 한다.

그럴 리가 없는데.

진작에 나는 그쪽인데.

파문은 이쪽으로 다가오고 그리고.

첨벙.

그런 소리와 함께 뛰쳐나온다.

뛰쳐나온 그녀는 콘크리트 위에 앉았다.

다리를, 다리였던 것을 물에 담근 채로.

색이 입혀진 머리카락은 묘하게 윤기가 난다.

그것을 성가시다는 듯이 손으로 한 번 털고 그녀는 이쪽을 향했다.

"안녕."

"...안녕, 선생님."

웃으며 인사를 하면 정중한 대답이 돌아온다.

얼굴을 내민 건 이오리. 시로미 이오리.

그녀의 몸은 허리부터 아래가 물고기의 그것과 같아져 있었다.

예쁘던 발을 가리는, 빛을 반사하는 비늘로.

발끝이 변화한 듯한, 큰 꼬리지느러미.

있는 그대로 말하자면, 그녀는 인어가 되었다.

"...또 왔어?"

"물론. 약속했으니까."

만난 해로부터 300년이 지난 초승달 뜬 밤이었다.

"선생님."

그 여름날은 지금도 생각난다.

덥고 더운 여름날 낮의 일이었다.

매미 울음소리가 겹겹이 겹쳐 오히려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샬레를 찾아온 이오리는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오리는 곤혹스러워 하는 것과 달리 말하는 게 힘들어 보였다.

가슴 앞에서 손을 모으고 두 손가락을 정처없이 꼼지락하고 있다.

"그게…"

"…뭔가 곤란한 일이 생겼어?"

이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야?"

고개를 젓는다.

"사적인 일?"

고개를 끄덕이다.

사적인, 곤란한 일.

신기하다는 소감이 제일 먼저 나왔다.

이오리는 성실하기 짝이 없는 학생이었다.

온갖 일을 진지하게 마주하고 헤쳐나가는 학생이었다.

아니, 그렇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인간관계 같은 거?"

"아니."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몸 상태에 변화가 있었다던가?"

이오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나한테 말하기 힘든 것도 납득이 됐다.

사춘기의 컨디션 변화 등 이성인 나에게는 특별히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납득함과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싹텄다.

내가 동성이었다면 그녀의 고민에 세심하게 대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남녀 불문하고 누구나 안고 있는 문제이면서도 다른 사람과 상담하기가 꺼려진다.

그런 류의 문제다.

그래도 나에게 상담한다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일까.

"그렇구나. 일단 앉아. 커피 끓여올게."

우선 서서 얘기하는 것도 그렇다.

자리의 분위기가 딱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듯 일어선다.

재촉을 받은 이오리는 소리없이 소파에 걸터앉았다.

어딘가 몸 둘 바를 모르는 듯한 그 모습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이 역력했다.

"후..."

설치된 주방에서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어이가 없거나 귀찮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너무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적절한 균형으로.

찰싹찰싹 뺨을 때리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좋아."

물을 끓여서 커피를 내린다.

힐끗 이오리를 보니 이오리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돌리려다가 단념한다.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별로 어색할 건 없지만.

"자."

김을 내는 머그컵 한쪽을 이오리에게 건넨다.

"고마워."

두 손으로 그것을 받은 이오리는 후후 하며 안의 커피를 식힌다.

한입, 아주 조금만 입을 대고 컵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뭐, 이야기하기 쉬운 곳부터라도 좋아."

눈을 마주쳐야 할지, 마주치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마주치지 않은 채 그렇게 말했다.

이오리를 보면 어깨에 힘이 빠졌는지 조금 전보다는 평소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득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아마, 보는 편이 빠를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고 이오리는 일어섰다.

서서히 자신의 치마에 손을 얹으며.

"잠깐만, 잠깐만!"

무심코 그걸 막았다.

황급히 제지했기 때문에 몸의 자세가 무너진다.

발을 책상에 부딪혀 커피가 잔물결을 일으켰다.

"그게, 뭐랄까, 우선은 말로 설명했으면 하는데."

횡설수설하며 말을 건네자 이오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그럴까. 선생님이라면 거짓말이라고는 하지 않을 거고 증거도 있으니까."

이오리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선 채로.

"---비늘, 같은 게 있어."

그렇게 고했다.

치마를 걷어올리고 그 다리를 보인다.

옆에서 보면, 그렇다기보다 누군가가 보면 직장에서 쫓겨날 것 같은 행위.

다만 이번만큼은 너그럽게 봐줬으면 했다.

"---그렇,네."

이오리 오른발 그 허벅지.

겉에 몇 센티미터로 사각형 정도에 비늘 같은 것이 몇 장 있었다.

"...만져봐도?"

슬쩍 이오리를 올려다보면.

"변태."

"어쩔 수 없잖아……"

"농담. 맘대로 해."

심장에 나쁘네, 라고 생각하면서 조심조심 만진다.

이오리의 한숨이 새어나와 더욱 심장에 나쁘다.

애써 신경쓰지 않고 눈앞에 주의를 기울인다.

과연, 이것을 비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다.

생김새도, 촉감도 물고기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게다가 몸의 일부라는 것도 직감한다.

"언제부터?"

"모르겠어. 눈치챘을 때부터인가. 하지만 어젯밤은 없었던 것 같아."

"짐작이 가는 것은…뭐, 있을 리가 없나."

"응."

"통증이라든가 움직이기 어렵다든가 하는 건?"

이오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긴급하지는 않다고 생각해도 되려나.

그렇다고, 그냥 돌려보내는 것도 안 되겠지만.

"피부경화증의 일종일까. 뭐 일단 의료기관에 가보는 게 무난하려나."

아마추어의 지식으로는 아무런 해결도 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세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때? 지금이라면 무려 선생님도 따라옵니다."

"선생님은 필요 없어."

비교적 정색하고 그렇게 대답하니 조금 상처받았다.

이오리는 웃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 당연하고 뻔한 게 대답이었다.

냉정하다고는 이오리도 나도 생각치 않았다.

그저, 전문가들도 같은 판단을 한다는 것을 알고 안심하고 싶었을 뿐일 수도 있다.

"어쨌든 잠시 지켜볼 것 같은데, 문제는 없겠어?"

"응, 괜찮아."

상황을 보자. 이변이 있으면, 뭔지 알게 되면 공유하자.

그런 불안감이 감도는 마음만을 언 발에 오줌 누듯 속이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의 일이었다.

선도부의 임무로 꽤 대규모의 전투였다.

전황은 교착 상태.

그것을 타개할 한 수를 우리는 직면하고 있었다.

"이오리, 거기서부터 두 블록 앞으로 적을 유도해, 포위해서 공격할게."

"확인……알았어."

"미끼 역할이 필요한데."

"그것도 내가 할게."

"알았어. 사선에는 충분히 주의해."

"알고 있어......"

지금이라고 중얼거리며 이오리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간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겁고 동시에 경쾌했다.

자세를 낮추고 그럼에도 속도는 줄이지 않는다.

그건, 아주 한순간의 일이었다.

"…아얏."

흔들흔들, 이오리가 자세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을 포착하고 수십 개의 총구가 향한다.

"이오리!"

"문제…없어!"

굉음과 함께 집중포화가 시작된다.

이오리는 그 속을 다시 달린다.

총알이 몸을 스치는데도 개의치 않고.

"도착했어! 선생님!"

"모두 지금! 세 방향에서 일제히 쏴! 구호반은 이오리를 보호해 줘!"

그것이 결판의 한 수였다.

"잠깐 실례할게."

전투 마치고 몇 분.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의료반 아이와 밀고 밀리며 간신히 텐트에 도착한다.

이오리의 모습을 찾고 있으면 그 긴 은발을 확인했다.

자세히 보니 팔이나 다리, 옆구리도 붉게 번져 있었다.

"이오리…와, 심한 부상이네."

"이 정도면 금방 나아. 문제없어."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이오리는 말한다.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나 같으면 아마 괴로워서 몸부림치고 있었을 텐데.

다만, 지금 묻고 싶은 것은 다른 것.

"그 때, 무슨 일 있었어?"

"……"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이오리보다 눈높이를 낮춘다.

올려다보니 예쁜 은발은 군데군데 흐트러져 있었다.

이오리는 묵묵히 생각에 잠긴 듯한 몸짓을 한다.

단순히 발이 미끄러진 것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리가, 순간 아팠어."

"…어느 쪽?"

"오른쪽."

"어느 부분이?"

"상관 없잖-"

"상관이 있을지도 몰라."

말을 끊고 한 마디하자 이오리는 입을 다물었다.

신체에 일어난 이변. 두 가지를 연결하는 것은 성급할까.

"…봐도 돼?"

이오리는 말없이 치마를 걷어 올렸다.

오른발에 있었던 그녀의 비늘은.

"늘어났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이오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봤던 그때보다 얼마 안 되지만 확실히.

씁슬한 표정을 지은 건, 분명 스스로도 얼핏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후 남는 시간에 여러 문헌을 뒤지기 시작했다.

비슷한 증상이 없는지, 그 치료법은 없는지.

보행 장애는, 재활은.

들인 시간에 비례해 개인물품이라고 이름을 새긴 서적이 많아졌다.

그와 비례하지 않은 것은 해결의 실마리.

두 점을 연결한 선은 아래를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날은 잔뜩 흐린 날씨였다.

"여, 이오리"

"선생님."

이오리에 마중을 나간다.

나를 보는 그 시선.

계속 변하지 않는 곧은 시선은 몇 달 전보다 훨씬 낮은 곳에 있다.

"...휠체어엔 익숙해졌어?"

"목발보다는 편하려나?"

가볍게 웃으며 이오리는 말한다.

휠체어 위에 앉아서.

다리 위에 담요를 덮은 채로.

그런 이오리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반년이 지날 무렵 이오리는 걷는 게 어려워져 있었다.

개선되는 일은 없었다. 훨씬 완만한, 우하향 내리막.

지금은 무릎 아래까지 덮는 그것은 조금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말하길, '뜯어도 돋는다'고 한다.

거기에 다리가 마비됐는지 감각이 옅어진 듯 했다.

그 과정은 마치 다리뼈가 부러진 사람의 낫는 과정을 역으로 보는 것 같았다.

걸어다니다가 목발로.

그리고 목발에서 휠체어로.

"몸은 어때?"

"별로 나쁘지 않아."

"아픈 데는?"

"없네."

"덥거나 춥거나---"

"안 해. 걱정이 너무 심하잖아."

휠체어를 탄 이오리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을 뒤에서 밀며 그녀와 함께 이동한다.

완전히 낯익은 그녀의 뒷모습이 예전보다 약간 작아 보이는 게, 조금 힘들었다.

그녀가 선도부원으로서 전선에서 싸우는 것을 그만둔 지 두 달이 지나고 있었다.

그것을 히나나 아코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설명을 하면 상냥한 그녀들은 어째서 더 빨리 말하지 않았냐고 화를 냈다.

이오리는 그 말을 듣고 조금 기쁜 듯 사과했다.

그때부터 그녀는 서류 업무와 전투의 지시가 주된 일이 되어 있었다.

"의외로 나쁘지 않아.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고 휠체어로도 총은 쏠 수 있으니."

휠체어에 앉은 채 이오리는 총을 겨누고 한 발만 쐈다.

쏘지 않으면 금방 둔해진다고 했나.

총알은 사격훈련장 과녁의 중심을 정확히 맞췄다.

반작용으로 휠체어가 조금 뒤로 물러났다.

"…어이쿠."

내가 뒤에 서서 그것을 멈추자 이오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조금 수줍게 웃는다.

"고정장치를 까먹고 있었어."

"조심해."

"아아. ...다크서클이 심하네. 잠은 잘 자고 있어?"

몇 달 전보다 훨씬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이오리는 내 눈가에 손가락을 뻗었다.

쓰다듬는 그 손은 그대로다.

"글쎄. 바쁘니까."

"내 일이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돼. 평소의 본인 일도 있으면서."

"...아니야."

아무것도 틀리지 않은데 그런 거짓말을 했다.

근거가 없으니까, 말을 잇지 못했다.

요즘은 위가 아파서 누워도 잠을 많이 못 잤다.

"이오리는 잘 자고 있어?"

"요즘은 별로 졸리지 않아."

나에게서 눈을 떼고 앞을 보며 이오리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나?"

"한 3시간 정도?"

"그럼 나랑 똑같네."

"선생님은 잘 자야지."

다시 이쪽을 본 이오리는 조금만 화가 나 있었다.

그 속에 조금 안도감이 엿보인 것은 자칫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녀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몸상태 자체에 대해서도.

"언제든 전화 줘. 안 자고 있으면 나갈 테니까."

"응."

뒤에서 말을 걸어도 그녀의 표정은 알 수 없다.

그것만이 정말로 싫었다.

돌아가자.

작게 말을 붙이고 나는 다시 휠체어를 밀었다.

그로부터 얼마간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지독한 생활이 계속됐다.

한 달, 아니, 두 달일까.

일을 하고, 조사한다.

조사를 하고 다시 일.

그 사이에 기절하듯이 잠이 든다.

점점 더 원만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위가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

게다가 꿈자리도 사나웠다.

벌떡 일어나 눈을 뜨고 바로 착신 이력을 확인한다.

이오리로부터의 착신 내역은 없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없었다.

무소식이 꼭 희소식일 리가 없는데.

내가 한 말이 오히려 그녀를 멀리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선생님."

"왜?"

"요즘 잘 주무시고 계세요? 다크서클이 심하세요."

"아아, 요즘은 자긴 하는데 생각보다 충분히 자진 못해서."

"컵라면이나 에너지 드링크만 드시지 않나요? 좀 더 영양가 있는 것을--"

"응, 괜찮아."

내 자신에게 유일하게 행운이었던 것이 건강한 척을 잘하는 것이었다.

눈 밑 다크서클만 말주변으로 속이면 나는 지극히 건강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도 별로 없었고,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반년 전과 다름없이 해냈다.

다만, 그래도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간파해 오는 학생은 적지 않았다.

"선생님."

"으엑"

집무실 문을 보니 히무로 세나가 서 있었다.

주로 이오리의 상태를 보고 있는 것은 그녀다.

그럼에도 요즘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학생의 첫번째였다.

그 이유는.

세나는 집무실 안을 둘러보고 성큼성큼 걸어서 내 근처로 온다.

내 얼굴을 보고는 위에서 아래까지 살핀다.

"입원입니다. 저항하시면 힘으로 데리고 갈 테니까요."

라고 단언하는 학생이니까.

이런저런하는 사이에 나는 병원 침대에 묶여 있었다.

"정말이지, 어떻게하면 그렇게 건강하지 못할 수가 있습니까?"

병실 문이 열리고 세나가 들어온다.

"진짜 면목이 없어."

"반성하시지 않는다면 사과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탁하고, 건강검진 결과가 적힌 종이가 던져진다.

훑어보니 짐작한 대로 지독한 수치들이 즐비했다.

그녀는 의자를 끌어당겨 내 침대 옆에 앉는다.

"이번에는 얼마나?"

"원래대로라면 평생 계셔야 되겠지만. ...봐드려서, 일주일일까요."

"길구나."

"원망하시려면 스스로를."

단칼에 그녀는 쏘아붙인다.

이렇게 되면 탈출도 어려울 것이다.

달게 받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걱정되십니까?"

"그거야, 그렇지."

무엇을, 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와는 오랫동안 지낸 사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었다.

"건강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세나는 말을 잇는다.

"비늘의 확산도, 짧은 수면시간도 마치 아무 관계 없다는 듯 몸은 건강합니다."

"그런가."

"적절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건 그녀뿐이야."

"네, 저도 나름대로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있습니다만……"

"나도...진짜, 싫어지네."

무거운 공기가 흐른다.

이게 내 건강 얘기가 아니라니 우습기까지 하다.

"조사는 계속하겠습니다. 그녀의 경과 관찰도. 이번 일도 제가 알려놓을 테니 선생님께서 연락하실 필요는 없어요."

"언제나 미안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우선 자신의 몸을 돌보시길. 그게 가장 그녀의 건강에 나쁘니까요."

"으윽."

그렇게 말하고 세나는 병실을 나갔다.

무료하게 병실 창문을 바라본다.

거기에 비치는 빛은 늘 느끼는 답답함과 초조함과는 무관해 보였다.

"…아픈 곳을 찌르네."

'그게 가장 그녀의 건강에 나쁘니까요.'

그 말을 몇 번이나 되새기고 있었다.

"바보."

"미안하다니깐."

만나자마자 그런 말을 들었다면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

휠체어를 타고 아래에서 화를 내는 그녀보다 더 낮게 고개를 숙인다.

"건강한 사람을 걱정해서야 한도 끝도 없잖아."

"그건 그래."

애써 웃어 보였다.

건강, 그 말이 이상하게 걸렸다.

원인 불명의 상태가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리 없는데도 그녀는 굳셌다.

"이오리는 괜찮아?"

"선생님이 더 괴로울 것 같은데."

이오리는 그런 말을 하고 문득 웃었다.

웃고 있는데 아까 말했을 때보다 약간 힘들어하는 얼굴로 보였다.

그게 조금 미안했다.

담요의 아래는 두 다리 모두 발목 근처까지 비늘로 덮여 있었다.

이제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계속하던 재활치료도 효과가 미미했다, 아니 정확히는 없었던 것 같다.

휠체어도 히마리로부터 받은 고성능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전자동입니다, 불도 뿜어요라고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는 그녀에게 이오리가 끌리고 있던 것은 재미있었다.

병약미소녀라고 하기엔 이오리는 좀 기운이 넘치지만.

"그 큰 페트병은?"

"요즘 목이 말라서."

"뭔가 그림이 좀 재미있네."

"바보 취급하지 마."

퍽하고, 페트병으로 맞았다.

봐주는 거라는 걸 금방 알아서 조금 웃음이 나온다.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시 휠체어를 밀었다.

신체의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외면적 변화, 다리의 비늘이 늘어나면서 몸 안쪽도 변화하는 듯했다.

수면 시간은 이제 하루에 한 시간 정도까지 짧아졌다.

식사도 일주일에 한 번이면 된다고 한다.

대신 목이 너무 마르다고.

언제, 구체적으로는 몇 년이 지나면.

잠도 식사도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세나는 말했다.

그렇게 되도록 신체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점점 더 헷갈리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안 되겠냐고 상담을 해도 모두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트리니티에 가고 밀레니엄에도 가고 연방학생회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뭔가, 뭔가 없을까 하고, 날이 갈수록 초조함은 더해갔다.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은 날은 초조와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선생님이라는 입장을 버릴까 몇 번이나 생각했다.

그러면 더 시간을 낼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그렇게 하면 내가 이오리와 관련된 이유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갈 곳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깨달은 것이 조금 늦었을지도 모른다.

고치는 것이 행복한지, 이오리가 불편함 없이 지내는 것이 행복한지.

초조함에 애가 타는 가운데 유일한 구원이었던 것은 이오리가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물만 가지고 있으면 그녀는 어디든 갔다.

혼자 보내는 건 두려워서, 나도 같이 가긴 했지만.

"선생님, 봐봐. 저런 곳에 고양이가 있네."

"동네에서 다같이 키우는 고양이인가. 아, 여기를 봤어."

"…도망쳤군. 선생님 미움 받는 거 아냐?"

"아니, 난 동물들이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오리 아니야?"

어떨 때는 그냥 산책을 했다.

지는 석양을 보는 그녀의 눈이 예뻤다.

"우와, 큰 게다"

"엄청 집게발을 넓히고 있잖아. 위협인가?"

"선생님이 약해 보여서 얕보고 있는 거겠지."

"에… 이오리, 말 알아듣는 거 아니지?"

"'맛있어 보이는 인간이구나'라고."

"절대 거짓말이잖아."

어떨 때는 수족관에 갔다.

좀처럼 갈 틈이 없었다고 이오리는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했다.

호수를 보러 갔다. 설경을 보러 갔다. 산을 보러 갔다. 별을 보러 갔다.

꽃을 보러 갔다.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림을 보러 갔다. 벚꽃을 보러 갔다.

가고, 가고, 가고, 갔다.

가끔 맛있는 것도 먹었다.

"---꽤 행복하네."

언제였던가.

물드는 단풍잎을 뒤로 하고 이오리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런 이오리의 중얼거림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

"언제까지."

별 거 없이, 평소처럼 조사를 하고 있었다.

해당 문헌은 점점 오래되어 수백 년 전의 것을 읽고 있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황당한 얘기라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말이 자신의 입에서 새어나왔을 때 화장실로 달려가 뱃속의 물건을 털어놓았다.

나온 것은 위액뿐이었다.

자신에 대한 혐오감은 전혀 표출되지 않았다.

어느새 모르게 되어 있었다.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해결되는가.

그렇게 하면 그녀는 행복할까? 무엇이.

그래도.

내가. 나만은.

설령 이오리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나에게는 역할을 다할 의무가 있었다.

내게 털어놓았던, 의지해 준 그녀에게 보답할 의무가.

설령 나 자신이 타락한다 해도.

"유감스럽지만, 저희도 아무것도."

담담하게, 그 속에 눈꼽만큼 정도 아쉬워하듯 사내는 말했다.

"다만 선생이 절박하다는 것만은 압니다, 네. 우리와 상담할 정도라니요."

"시끄러."

"그렇게 매정하게 굴지 마시죠. 다크서클이 심한데요?"

킥킥 웃는 검은 양복의 그 남자.

어디까지나 안정이 안 되는 그 느낌을 좋아할 수 없다.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그렇게 따지려는데 저쪽이 먼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뭔가 정보가 있으면 알려드리지요."

"어째서?"

"이런, 그걸 원하시는 거 아닌가요?...후후후후, 노골적이군요."

아아, 정말로 짜증이 난다.

싫은 얼굴을 대놓고 보이는 걸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어째서, 인가요?"

검은 양복은 또 킬킬거리며 웃는다.

"단 한 명의 아이를 고집하는 것은 시시하기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선한 동기든, 또 그 반대든.

진심으로 재미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올 여름도 더울 것 같다고 TV 속 캐스터가 말했다.

"이오리."

이름을 부르자 시선 끝에서 첨벙하는 소리가 났다.

이오리가 수족관 같은 큰 수조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뭐야?"

"잠깐 좀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

"응."

"저녁에는 돌아올 텐데 뭐 필요한 거 있어?"

"으응."

"건성으로 대답하는 거 아니야?"

"…차 조심해."

"네~"

당연한 배려가 어딘지 기뻐서 아이스크림을 사오기로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샬레를 나선다.

미지근한 공기가 피부에 감겨 조금 기분이 나쁘다.

따가운 햇살이 나를 책망하는 것 같았다.

이오리가 휠체어 생활을 그만둔 것은 바로 한 달 전이었다.

평소처럼 큰 페트병을 끼고 있었는데도 탈수 증상을 일으켰다.

세나에 의하면, 필요한 물의 양이 보통 사람의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건조에 극도로 약하다?"

"네."

"그녀의 다리는 외모, 감촉 모두 일반적인 어류와 흡사합니다."

세나는 이오리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권장되는 생활환경도 그럴 것입니다."

"이것은 추측이지만 그녀의 하체는 항상 물속에 있을 것을 가정한 변화인가 싶기도 하고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본인은 어때?"

힐끗 이오리를 보자 어색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비오는 날이나 습도가 높은 날은 왠지 상태가 좋을지도."

"그 밖에는?"

"목욕할 때 다리가 움직이기 쉽다고 할까, 힘이 난다."

세나와 얼굴을 마주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오리의 다리는--"

"전체적으로 비늘에 덮여 있지만, 아직 꼬리 지느러미 등의 발달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변화에 따라 물의 중요성이 커질 수도 있는 건가?"

"당장은, 항상 반신욕 상태로 있는 것이 쾌적할 것으로 보입니다."

나도, 그리고 이오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즉, 평소의 행동이 극단적으로 제한된다는 것.

세나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보충하듯 덧붙인다.

"그게 반드시 필요하단 게 아닙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그게 가장 쾌적하다는 얘기죠."

"지금 단계, 인가."

말꼬리를 잡는 듯한 내 말이었지만 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물고기처럼 물 속이 주가 될 수도 있다는 거야?"

이오리가 계속한다.

나도 세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

황당하다고 부정할만한 근거를 현 상황의 우리는 갖지 못했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라도, 지금 신경을 써두는 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이오리가 좋다면, 이지만."

"…응. 선생님. 부탁해도 될까?"

"일단 큰 수조 같은 게 좋으려나?"

"그 얘기는 나중에. 선생님은 일단 나가주십시오. 저는 그녀에게 좀 더 할 말이 있어서."

"네~"

그렇게 말하고 진찰실을 나선다.

꼭 닫힌 미닫이문을 등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암중모색, 그런 말이 어울린다.

정답도 모르는 선택을 계속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는 것과 비슷하다.

이 선택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어쩌면 선택 따위는 상관없이 어디론가 끌려갈지도 모른다.

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단계따윈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한다.

이미 감각이 마비된 것일까, 아니면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커다란 수조의 행선지를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이유는.

"괜찮겠어? 여기가 아니더라도 나라면 좀 더…"

"여기보다 사치스러운 곳도 없겠지만."

좀 더 편의를 봐 줄 수 있었다. 분명, 아무것도 불편하지 않은 생활도 할 수 있었다.

그런 말을 가로막듯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실제로 선생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진작에 죽지 않았을까, 나는."

"이오리."

"농담이야. ...감사하고 있으니까."

준비하고 나서는 빨랐다.

이틀도 안 돼 샬레에 놓인 그것은 옆에서 보면 수족관이라도 만드는가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물속에서 호흡이 가능해?"

"응. 그저께 시도했어."

"코로 들이마셔?"

"아니, 어느 쪽이냐 하면 숨쉬지 않아도 되는 느낌에 가까울 수도 있겠네."

"허어, 의외로 편리하군."

"그렇지."

이오리는 숨을 작게 내쉬었다.

수조를 올려다보고 나를 본다.

"들어갈 테니까 도와줘."

"…응."

그런 말을 듣고 이오리 근처로 걸어간다.

등에 손을 두르고 무릎 뒤로 손을 돌린다.

이미 익숙해진 솜씨로 이오리를 안아 올렸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불만스러운 얼굴로 이오리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랄까 낭만이 없어."

"뭐가?"

"이성이 안아주는 건데."

"뭘 새삼스럽게."

그건 벌써 수백 번 반복했으니까.

그런 말조차 목에 걸려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애초에 낭만 얘기를 하자면 인어인 시점에서 충분하잖아."

"틀림없어."

팔 안에서 이오리는 후훗하고 웃었다.

내가, 세나들이, 그리고 이오리가 무엇을 해왔는지에 결국 정답은 없다.

이해하는 것이 계속 겉돌고 있는 가운데 그저.

그녀의 옅게 웃는 듯한 그런 미소만이.

그래도 손을 놓을 때는 온다.

아직 두 발로 서 있는 나와 달리 그녀는 몇 개의 벽에 부딪혀 왔을까.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휠체어를 탔을 때.

물을 떼놓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리고 지금.

그런데도 나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에게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고 살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손 놓을게."

"응."

텀벙 소리를 내며 이오리는 물속에 들어간다.

그게 뭔가 결정적인 선택을 해버린 것 같았다.

"차갑지 않아?"

"응. 괜찮아."

분명, 앞으로는.

그녀가 울고 있어도 그 눈물은 물에 스며들 것이다.

닦을 수도, 눈치채지도 못한다.

나는 이제, 모르게 되겠지.

수조 너머로 손을 포개고.

중력에서 벗어난 그녀의 아름다운 머리를 보고 그런 생각을 했다.

잡다한 일을 마치고 샬레로 돌아간다.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뿌옇게 내리고 있었다.

빨래를 해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뛰어들었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본래라면 누구의 소리도 하지 않을 그곳에 마중 나오는 소리가 난다.

"선생님."

"뭐야? 저녁은 카레인데."

"나, 죽지 않는대."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것을 헛소리라고 즉각 부인할 수 없었던 것은 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손톱이 자라지 않더니."

"거기에, 저번에 다쳤을 때 정말 몇 초 만에 다 나았고."

"이상할 것 같아서 여기저기 검사했어."

"그랬더니 조금 전에. 여러 수치가 전혀 바뀌지 않는다는 것 같아."

"키, 몸무게, 체지방률에 혈당치라든지 뭐 여러 가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계속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가 봐,"

담담하게 이오리는 말한다.

그 뜻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어째서, 지금......"

"말할 타이밍은 맡긴대. 그래서 지금 왠지 모르게."

그래도 말하지 않는 게 나았을까 후회하고 있어.

내 얼굴을 보고 이오리는 그렇게 말했다.

할 말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서 눈을 돌리는 것만이 유일하게 허용된 방어기제였다.

몰랐던 게 아니다.

인어 고기를 먹으면 불사가 된다는 미신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다.

그냥 그녀는 아니라고.

아무리 뒤틀려도 그녀는 끝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런 희망적 관측으로 눈을 감아왔다.

"저기 말야--"

"배고프네. 저녁은 멀었어?"

분명 어디까지나 엉뚱한 소리라는 걸 알면서도.

쥐어짜는 듯한 미소로 이오리는 그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또 반년이 흘렀다.

언제까지나 따라올 것 같은 늦더위도, 기분 좋지만 짧은 가을도.

그리고 혹독한 겨울도 지나갔다.

새 봄이, 끝이.

바로 거기까지 와 있었다.

새해 들어서 한 달하고 조금.

매서운 추위가 슬슬 지나갈지, 아직 남아있을지 등 밀고 당기는 그런 시기.

이오리의, 학생으로서의 신분이 해제되기까지, 앞으로 며칠 남지 않았다.

눈앞의 '치료'라는 것은 이미 포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얼마나 이오리가 보통사람과 손색없이 지낼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결실을 맺은 대처도 있었다.

시간을 두고 통째로 사라진 대처도 있었다.

근소한 반응으로 초조감을 속였다.

그렇다고 단 한 사람의 개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한 소녀를 위해 사회의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 따위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장벽을 강요당했다.

그게 아무래도 미워서, 동시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지난 반년 동안 아무 일도 없는 척을 계속했다.

이게 일상이라면 이 광경에 이상한 건 하나도 없는 거라고.

앞으로도 쭉 이오리가 여기 있을 거야.

그게 계속되는 거라고.

---언제까지?

뒤에서 향해지는 시선과 함께 그런 말이 들리는 것 같아서.

언제까지나.

거기에 등으로 대답하듯 등줄기를 꼿꼿이 폈다.

사실은. 솔직한 얘기로는. 속마음을 얘기하자면. 마음속으로는.

그런 서론을 여러 개 붙인, 마음속 깊은 곳.

깊디 깊은 물밑

그 말을 꺼내는 것이 무엇보다 혐오스러웠다.

그 말을 이오리의 입에서 듣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그렇게 근본적인 해결 따위는 제쳐두고 시간만이 우리를 두고 간다.

2월의 끝이었다.

겨울이 마지막으로 발버둥 치듯 추운 날이었다.

"선생님. 이제 됐어."

길고 긴 겨울이 끝났다.

들은 그날은 역시 울었다.

이오리 안 보는,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못한 채,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버렸다.

혐오와 증오와 스스로를 향한 그 밖의 모든 것을 원망했다.

그녀가 자기 사정만으로 그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무엇보다 괴로웠다.

자신의 무능을, 무력을 저주했다.

검은 양복에게서도 연락은 없었다.

배신당한 것은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그저 방법이 없을 뿐.

현실이라는 이름의 칼을 목구멍에 드리워지고 있었다.

이오리는 바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몸이 되고 나니 배도 고프지 않고 졸리지도 않아."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

이오리치고는 드물게 그런 낙관적인 말투로.

파도가 잔잔하고 바람이 따사로운, 봄기운이 완연한 날이었다.

이오리가 있던 학원의 졸업식 날이기도 했다.

"다 왔어."

샬레에서 제일 가까운 해안.

그녀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가능한 한 빨리가 좋았으니까.

"응."

이오리의 대답을 받고 걸음을 멈춘다.

바닷바람이 이오리의 목도리를 휘날리며 그게 손을 잡아끄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어떻게든, 어떻게 하면.

"그러고 보니 겨울이니 물은 차갑지 않아?"

"응? 아,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 변온동물처럼 되어 있는 것 아닐까?"

"그래도 겨울잠을 안 자잖아."

"몰라. 선생님도 알아보지 않았잖아."

"뭐 그렇지."

대화가 멈춘다.

---어떻게든, 뭔가 없나.

"괜찮아? 수영 못 하지 않았어?"

"…뭘 생각하나 했더니, 그거야? 얼마나 물속에서 지냈다고 생각해?"

"얼마 전만 해도 튜브를 꼈었는데."

"시끄러워!"

어떻게든, 붙잡을 수 없을까?

그런 일념으로 오로지 말을 더듬는다.

내가 이렇게 대화를 잘 못했을까?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선생님. 됐어. 괜찮으니까."

"괜찮다니--"

하, 하고 말을 멈춘다.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의 노림수 따위는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다.

이오리는 천천히 마주보도록 휠체어를 움직인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내 뺨을 만졌다.

"지독한 얼굴. 내가 아니라도 알 걸."

"...이오리"

"괜찮지 않은 건 선생님 쪽이야."

딱 잘라 말한다.

이오리는 조금, 하지만 확실히 화가 나 있었다.

"오늘부터는 잘 자야 돼. 밥도 잘 챙겨먹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전혀 알고 있지 않은데."

다른 손도 뻗어 얼굴을 감싼다.

그대로 쭉 당겨 자연스럽게 두 얼굴이 가까워진다.

"선생님."

"다들 무리라고 하는데 선생님만은 포기하지 않고 있어줘서 기뻤어."

"별로, 나는 줄곧 아무렇지도 않았어. 몸이 이상해져도 선생님이 있었으니까."

"그거 알아? 첫 날부터 쭉 나는 한 번도 안 울었어."

"하지만 선생님은 그렇지 않았지. 계속 울고 괴로워 해. 나를 위해서."

"그게 나 자신의 일보다 더 힘들고 슬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 그녀의 눈은 분명 아침 공기보다 맑았다.

두 뺨을 감싸는 손에는 열과 힘이 담겨 있었다.

계속 함께였다보니 나오는 말의 진위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아무말 없는 나를 두고 이오리는 말을 잇는다.

"하지만 딱히 이건 선생님을 위한 게 아니야."

"나도 언제까지나 선생님께 의지할 수는 없어. 이렇게까지 여러 가지를 해줬는데 또 안아달라니 업어달라니 할 순 없으니까."

"자립…이걸 자립이라고 말해도 되려나? 뭐 그런 거니까."

"그냥 다른 사람과 사는 방식이 다를 뿐이니까 걱정하지 마."

뺨에 얹혀 있던 손이 슬쩍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우 그것뿐이었다.

그것뿐인데 또 눈물이 흘렀다.

"자, 빨리 데려가 줘."

한심한 내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이오리는 앞으로 돌아섰다.

탁탁 휠체어를 두드리며 재촉하다.

사실은 내가 안 밀어도 움직일 터인데.

그래서, 천천히 휠체어를 밀었다.

"영...차."

이오리를 휠체어에서 내렸다.

덮고 있던 담요도, 입고 있던 옷도 벗어버린다.

이오리의 다리는 완전히 인어의 그것과 같아져 있었다.

상체에는 언젠가 본 수영복.

"춥지 않아?"

"괜찮아. 그보다 선생님."

"왜?"

"계속 생각했는데 나 옮길 때 영차라고 소리 내지 마."

"에."

"뭔가 무겁다고 말해지는 것 같아."

"아니, 가벼웠어. 날개 같았다니까."

"예시가 너무 극단적이어서 거짓말 같은데."

"거짓말 아니야."

방파제 끝에 걸터앉은 이오리와 그런 얘기를 한다.

시시하고, 의미도 없는.

시간만 쓸 뿐인 똑같은 얘기.

이런 얘기를 하나 할 때마다 이오리가 웃어주는 것 같았다.

그걸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무엇보다 사랑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가 계속 웃는 얼굴로 있기를 바랐으니까.

"만나러 올게. 매일."

"매일 올 테니까…그러니까……"

입을 찌르듯이 마음속 깊이.

그런 말을 꺼냈다.

그녀가 인어가 되는 것보다, 영원히 사는 것보다.

분명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황당한 약속을 했다.

그녀의 눈을 볼 수는 없었다.

나는 이오리 뒤에 서 있었고 그녀는 바다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윽, 응."

"혼자는 외로우니까……"

하지만 이오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녀는 처음으로 울었을 것이다.

봄바람이 눈물을 낚아챈다.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 기세를 잃고 바다로 떨어진다.

눈물은 파도를 불러 그대로 바닷물과 섞여 녹았다.

다음화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4.01.01번역

소설핫산) 잔잔한 밤바다의 물거품 #1

#소설
좋아요 0댓글 3저장 0
광고
AP
antireal_honpo작가
게시물 15개
XDC
Xerxes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4.01.01 15:56
조회0
광고

댓글 3

나
ㅇDC
ㅇㅇ124.01.01

슬퍼

ㅇDC
ㅇㅇ224.01.02

감동적이였는데 중간에 흑인 인어공주 생각나서 좀 깼음ㅋㅋ

ㅇDC
ㅇㅇ324.01.02

미쳤다..

광고

antireal_honpo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TEXT
번역
소설 핫산) 은빛 실
Aantireal_honpo02
번역
소설핫산) 시속 3km, 오늘은 맑음
Aantireal_honpo011
TEXT
번역
[소설핫산] 카가미 치히로는 무르지 않다
Aantireal_honpo07
TEXT
번역
소설핫산) 스포) 소녀에게 용기를, 어른에게 각오를
Aantireal_honpo05
TEXT
번역
(소설번역) 어느 수학 시간에
Aantireal_honpo013
TEXT
번역
소설핫산) 선생님 「이 팬티... 누구 거?」
Aantireal_honpo020
TEXT
번역
소설핫산)시로미 이오리는 재지 않는다
Aantireal_honpo019
TEXT
번역
소설핫산) 연애허접 미카 vs 연애허접 선생님
Aantireal_honpo025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TEXT
창작
소설) 선생님이 학생들 이름 까먹으면 재밌을 것 같지 않냐
LLament057
TEXT
창작
소설) 우시오 노아가 죽어가는 선생과 작별하는 이야기
데데스/모이네스!023
번역
소설핫산) 트리니티의 애정표현
カカタクリコ027
TEXT
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이 성희롱을 그만둔 결과 중편
Yyume_moti0429021
번역
3
소설핫산) 샬레에 돌아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습니다
Kkenronss037
TEXT
번역
소설핫산) 친애도 높은 호시노의 선생님이 다쳤을때 반응을 보고 싶어
Aakira_umamusume035
창작
소설) 샬레 행정권 이양 및 비상시 대응 프로토콜
미미이미044
창작
2
소설) 여행자를 위한 키리에 (아리우스 스쿼드)
타타케루토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