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다녀왔어."
퇴근 후 샬레로 돌아오면 당번 학생이 반겨준다. 그런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건 얼마나 되었을까.
원래 외부인이었던 자신에게 어서 오라고 말해주는 것. 그에 대해 오늘도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같은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하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노아?"
평소 같으면 돌아왔어야 할 말이 오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하며 실내를 둘러보았다. 외출이라도 한 걸까?
아니, 적어도 오늘 당번은 무단 외출을 하지 않는 학생이다. 우연히 자리를 비운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1 / 3손님용 소파 뒤편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이 사람의 발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심장이 크게 뛰었다.
설마. 쓰러져 있다.
그럴 리가 없어. 누가 쓰러져 있는 거지?
분명 괜찮을 거야. 어째서 쓰러져 있는 거지?
부자연스러운 곳에, 그것이 있었다.
"노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우시오 노아에게 황급히 달려갔다.
축 늘어진채로, 하얀 피부는 더더욱 핏기가 없어 보인다.
아무리 봐도 「살아있다」라는 느낌이 거기에는 없었다.
――피다. 피를 흘리고 있다.
입에서 피를 토하고 하얀 교복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헤일로가, 없다.
다리가 뒤엉키면서도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렇게나 샬레의 사무실이 넓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무사한 건가?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병인가? 누가, 언제?
그것보다도 즉시 의료반에 연락을.......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도 떨리는 손으로 그녀를 안았다.
이 소녀는, 이렇게나 가벼웠던 걸까?
"노아! 정신차려, 노아! 세상에, 누, 누군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최악의 결과가 머릿속에 떠올라 사라지지 않았다.
그 사실을 어떻게든 부인하려고 그녀의 몸을 흔들었다.
반응이 전혀 없다.
"노아....... 제발, 눈을 떠줘.......!"
그녀의 뺨에 손을 댄다. 아주 조금이지만 아직 온기가 느껴진다.
죽게 하고 싶지 않아. 죽게 두지 않아. 살려내겠어.
"정신차려, 노아!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어느새 눈앞에 있던 카메라 탑재형 드론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 도움을 청해야해.
병인지 습격인지 알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가까운 의료부에 연락하려고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위화감을 느꼈다.
드론은 분명히 이쪽을 「촬영」하고 있다.
"이... 건........?"
이상한데.
이 드론은 대체 뭘 하는.......
답을 찾기도 전에 시야 가장자리에서 무언가가 켜졌다.
".............와악!"
"우와아아아아아아앗!?"
손끝에서 원했던, 그러나 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문도 모르고 놀라자빠진 채로 있는 나에게 드론은 마치 마무리라도 가하려는 듯이 커다란 현수막을 눈앞에 내걸었다.
"쨔잔! 몰래카메라 대성공입니다♪"
문자 그대로 그렇게 적힌 현수막을 본 뒤 시선을 내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얼어붙은 듯 했던 노아는 지극히 건강한 것처럼 웃고 있었다. 헤일로도 평소대로 둥둥 떠있다.
"몰래....... 카메라...........?"
"놀라셨나요?"
웃으며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노아. 아마도 나는 그녀에게 한방 먹은 모양이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선생님의 놀란 얼굴. 귀여웠어요♪"
노아는 한동안 내 반응을 즐긴 후, 드론에 손을 뻗었다. 아무래도 녹화된 영상을 확인하고 있는 모양이다.
"후훗, 저를 위해 필사적이 되어 주셨군요, 선생님. 기뻐요."
"하아, 적당히 해줘......."
"지난주 특허 신청된 『극단기 수면제』의 효과가 즉각적이었다고 할까요? 예상보다 잘 됐네요.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어땠냐고 해도, 그냥 뭐가 뭔지......."
"좀 더 그런 건 없나요? 눈물 난다거나, 화가 난다거나."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죠?"
"......어째서 이런 짓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으려나."
그 말을 들은 노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속여넘기듯 웃으며 말했다.
"후후, 그러네요. 그럼 오늘도 업무를 시작하죠."
"어, 잠깐. 노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밝은 얼굴로 책상으로 향하는 노아. 그녀의 입가에는 피 같은 무언가가 묻어 있다.
그것을 지적하자 그녀는 손수건으로 그것을 닦은 후 『나중에 클리닝을 맡겨야겠네요』 라고만 중얼거렸다.
샬레로 돌아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극단기 수면제란 바쁜 밀레니엄생들이 잠깐의 휴식시간에 선잠을 자기 위해 개발한 수면제로, 복용 직후 급속히 잠이 들고 2~3분 정도 지나면 다시 잠에서 깨어난다고 한다.
안전성을 고려해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녀의 지위를 생각하면 입수하기는 쉬울 듯하다. 피는 물감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는 모양.
그 후 노아의 죽은 척은 한동안 계속됐다.
때도 장소도 가리지 않고 무절제하게 한 것은 아니고, 노아가 당번인 날이나 그녀에게 볼일이 있어 내가 만나러 갈 때뿐이었다.
그러나, 시츄에이션은 다양했다.
어떤 때는 커피잔에 맞아 죽어 있었다.
바닥에 적힌 다잉 메시지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고.
"노아...... 저기, 다녀왔어. 괜찮아?"
일단 말을 걸자 그녀는 한동안 죽은 척을 하다가 금방 일어났다.
첫회의 수면제 같은 건 더 이상 쓸 생각이 없는 듯 하고 헤일로는 평범하게 떠 있었다. 그래서 죽은 척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았다.
"어땠나요?"
"총알이 통하지 않는 너희들을 맞아 죽게 할 수 있는 식기가 있다면 한번 보고 싶은 걸."
뒷정리까지 생각해서인지 컵은 깨지지 않았고, 피도 적당히 묻어 있는 정도다.
그녀는 자신작이라며 바닥에 흐트러진 다잉 메시지를 잠시 남겼고, 우연히 방문한 유우카가 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
샬레에 돌아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어떤 때는 큰 관에 안치되어 있었다.
손을 맞잡고 편히 잠든 노아의 주변은 조화들로 가득하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동화에서 영감을 얻은 걸까.
"노아? 대단하네 이거. 어디서 가져온 거야?"
말을 걸어도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말하자면 그런 걸까.
"저기, 노아....... 안 할거다? 듣고 있지?"
"음~"
"아니, 음이 아니고."
무언가를 기다리는 그녀를 모른 채하며 관째로 질질 끌어 사무실 가장자리에 살며시 기댔다.
──────────
───……
샬레에 돌아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어떤 때는 롤케이크가 입에 처박힌 채 죽어있었다.
"아니, 무슨 상황이야!?"
입에서는 피가 아닌 생크림이 넘쳐흐른다. 이렇게 죽을 수 있다면 바라는 바라고 할 정도로 디저트를 좋아하는 학생도 어쩌면 몇 명 있을지 모른다.
잘도 그 작은 입에 통째로 한 개 집어넣었구나 감탄하면서 나는 슬쩍 롤케이크를 집어 먹었다. 부드러운 단맛이 혀에 퍼진다.
"간접키스네요?"
입에 남은 케이크를 제대로 먹고 나서 노아는 평소처럼 그렇게 말했다.
"싫었어?"
놀리는 그녀에게 질세라 대꾸한다.
이럴 때 부끄러워하면 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녀에게 계속 놀림받던 나날도 겹쳐서 그런지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다.
".......달콤해요."
노아는 뺨에 묻은 크림을 손가락으로 떠서 입으로 가져갔고,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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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에 돌아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어떤 때는 토끼 코스프레를 하고 죽어있었다. 외로워서 죽었다거나 그런 걸까. 머리에 붙인 토끼귀가 기분탓인지 처져 있다.
가끔은 최선을 다해 어울려 보려고 오버 리액션을 취해봤다.
"노, 노아! 죽어버리다니, 너무 슬퍼! 내가 혼자 남겨둔 탓이야. 미안해, 노아!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겼어야 했어! 노아!"
누워 있는 노아에게 슬라이딩하듯 달려가서 꼭 껴안고 울부짖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이 성희롱은 견디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이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만 올릴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나는 그만둘 때를 놓쳐 10분 정도 촌극을 계속 하는 처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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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샬레에 돌아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다.
어떤 때는 아직 죽지 않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큰 파열음이 났다.
황급히 사무실로 들어가 보니, 거기에는 낡아 보이는 권총으로 복부에 총을 맞은 노아가 쓰러져 있었다.
"노아! 어떻게 된 거야, 누구한테 당했어?"
"으으, 선생님....... 저는 여기까지인 거 같아요......."
나는 노아의 상체를 끌어안고 마치 이번 생의 이별처럼 연출했다. 그러자 그녀가 약하게 손을 내밀었기에 나는 그것을 꼭 잡았다.
"선생님, 마지막까지 이 손을....... 놓지 말아주세요......"
"놓지 않아!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정신차려! 오늘이 마감인 일들을 함께 끝내자고 약속했잖아!"
"죄송합니다, 선생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노아......!"
"계속 말하지 못했어요....... 저, 선생님이――"
"노아!"
"――선생님이 냉장고에 넣어뒀던 푸딩, 먹어버렸어요."
2 / 3"노아아아아아아! 그럴수가, 노아...... 어, 잠깐. 진짜 먹었어? 그거 한정품이라서 1시간 정도 줄섰는데......."
"1시간 12분 35초 줄 서있었죠......"
"어떻게 알았어?"
"맛있었어요......"
"노아아아아아아!!"
푸딩은 반쯤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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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노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줘."
샬레에 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모조칼로 할복해 죽은 노아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최근 그녀의 행동은 분명히 이상하다.
그냥 놀리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그녀가 아무 의도도 없이 이렇게까지 장난을 계속할까?
노아는 뭔가 할 말이 있다면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어떻게든 전달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칼을 내려놓으며 나를 향해 여느 때처럼 미소지었다.
"저는 선생님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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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샬레에 돌아가면 노아가 반드시 죽은 척을 하고 있다. 그게 최근 일과였다.
그러나 사라진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평소 같으면 금방 찾을 수 있어야 할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의아해하며 실내를 둘러보았다.
또 어디서 공들인 장난을 하고 있겠거니하며 찾아다녔지만 사무실은커녕 샬레 내 어디에도 없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한숨을 쉬고 있는데 짧은 모모톡이 날아왔다.
『찾아주세요』
노아에게서였다.
마치 『내일보자, 면 되려나』하고 체념한 걸 꿰뚫어본 듯 보내진 메시지에 나는 머리가 아팠다.
"찾지 말아주세요, 아닌가 보통."
솔직히 그녀의 행동에는 조금 질려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감정은 그저 『걱정』이었다.
그녀는 무언가를 안고 있다. 그건 분명하다. 지금까지도 이쪽을 놀리고 시험하는 일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라면 처음 한 번으로 끝났을 터. 그 이후로는 진심으로 몰래카메라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항상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그렇다면 나도 따라야겠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보다 노아를 더 잘 알고 있을 인물에게 전화를 걸었다.
『크흠....... 네, 유우카입니다.』
노아의 친구인 하야세 유우카. 그녀라면 그녀가 취한 행동의 의미, 그리고 행방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지금까지의 경위를 모두 이야기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기대했던 대답이 아니었다.
『아, 어쩌면......』
"뭔가 알겠어?"
『.......아뇨. 솔직히 노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오히려 선생님께 묻고 싶었던 참이에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 일이냐고 해도......"
『예를 들어 화나게 하는 일이라도 했다던가.』
"그건 아니야....... 라고 생각해, 아마, 분명."
『어째서 자신감이 없어지는 건가요.』
"아니 이젠 그 나이대 여자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보통 그 나이대 여자아이에게 상담하나요?』
"어?"
『선생님?』
"아, 아냐."
유우카는 착실한 성격에 항상 의지해 버리기에 다른 학생들과 같은 사춘기라는 사실을 그만 잊어버릴 뻔했다.
그 나이대 여자아이라고 여겨지지 않은 것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는 걸 전화 너머의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러다가 세미나 일에도 언젠가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요! 노아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빨리 어떻게든 해주세요!』
"어떻게라고 해도..."
『저도 지금 업무를 끝내면 바로 갈테니까요, 아시겠죠!?』
탁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무래도 저쪽은 저쪽대로 바쁘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오늘도 밀레니엄은 평화롭구나.
언제까지 유우카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노아는 나에게만 장난을 쳐왔다. 그렇다면 나 혼자서 응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찾아주세요』 라고 말했다.
나는 뭔가 힌트가 없을까 하고 당번이었던 노아가 오늘 아침에 앉아 있던 책상으로 향했다.
필기구, 탁상시계, 탁상달력......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별다른 위화감은 없다. 그녀는 본 것을 모두 기억하는 특기를 가진 우수한 학생이다. 서기로서의 기록일지 외에는 특별히 남겨둔 게 없어보인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중, 문득 책상 구석에 놓아둔 그녀의 머그잔이 눈에 들어왔다.
내용물은 드물게도 마시다 남은, 내가 항상 마시는 스텔라벅스 시그니처 블렌드.
노아는 장시간 자리를 뜰 때 반드시 머그잔은 비워왔다. 그렇기에 남아있는 그것에 위화감이 들었다.
들어 올리자 컵 바닥에서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이 나왔다.
한 겹을 펼치니 『잘 관찰하고 계시네요』 라고 예쁜 글씨로 적혀 있었다.
한 번 더 펼치니 이번에는 『간접키스네요』 라고 정갈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실례네, 남은 걸 마시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리고 다 펼치면 거기에는 초콜릿 같은 달콤한 향기가 나는 잉크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안녕히』
거기서부터는,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싯딤의 상자조차 잊고 샬레를 뛰쳐나와 닥치는 대로 노아를 찾아 헤맸다.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녀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다. 누구보다 사려 깊은 그녀가 남에게 폐를 끼치고 사라지는 일은 없어.
농담이라고는 생각들지 않았다.
그녀를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럴 리 없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일련의 행동.
죽은 척을 했던 이유.
노아는 어쩌면 정말로――
그런 생각이 저주처럼 머릿속에 달라붙었다.
혼자 찾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의지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연락했다.
유우카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베리타스에 위치 파악을 부탁하고, C&C에 수색의뢰를 넣고, 몇몇 의료부에도 연락을 취했다.
어쨌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무력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렇게 뛰어다니는 것밖에 할 수 없는걸까.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걸까.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거리에서 혼자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휴대전화에 희소식이 들어왔다. 베리타스의 치히로에게서였다.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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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마지막 연락을 했던 곳.
찾아낸 장소는 밀레니엄 교외의 폐허. 출입금지구역 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빌딩 옥상.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마치 약속 장소에 올 연인을 기다리는 것처럼 지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하지만 「어째서」라는 이쪽이 던진 물음에 곤란한 듯이 웃는 그녀를 보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기억력이 좋은 그녀와 달리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다만, 지금도 꿈에서 보는 것은.
존재마저 사라져 버릴 듯한 그녀의 미소와
자신을 향한 총구뿐이었다.
3 / 3◆◆◆◆◆◆◆◆◆◆◆◆◆◆◆◆◆◆◆◆
여느 때처럼 깨어, 여느 때처럼 등교하고, 여느 때처럼 친구를 만나고, 여느 때처럼 기록을 남긴다.
그런 평범한 일상도 나에겐 즐거웠다.
밀레니엄은 관찰 대상이 부족하지 않다.
매일 뭔가 소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주위를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걸 안고 있는 나에게 이곳은 아늑한 장소였다.
그런 나날에 변화가 생긴 것은 그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재미있어 보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느새 내 일지에는 선생님 이야기만 기록되어 있었다.
무심코 눈으로 쫓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날.
당번 날이 기다려지기 시작한 날.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들뜬 날.
선생님과의 거리를 재인식한 날.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있었다.
"잊을 수 없다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그렇게 말하자 선생님이 갑자기 허리를 편 것도 기억한다.
"저번에 땡땡이 친 거 잊어주지 않을래?"
그렇게 말하며 쓴웃음을 짓던 얼굴도 잘 기억한다.
계기는 사소한 일이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밀레니엄생과 이야기하는 걸 본 것이다. 아무래도 그 학생이 뭔가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하는 걸 주의주고 있는 듯 했다.
평소 온화한 선생님의 드문 일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발치에서 지켜봤지만, 그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없었고, 그 자리는 그대로 진정됐다.
문득 떠올랐다.
선생님은 어떤 때 화를 낼까?
"선생님이 화내는 모습? 그러고 보니 못 본 거 같네."
"유우카쨩이라도 그런가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선생님과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물어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화내는거 보고 싶지 않나요?"
"잠깐, 무서운 소리 하지말아줘.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아, 미안. 노아! 나 이후에 아리스쨩 쪽에 볼일이 있어서, 얘기는 다음에 하자!"
호기심은 때때로 우리를 괴롭힌다.
그것은 매우 기묘한 통증이며, 공포 섞인 욕망.
일단 장난이라도 쳐볼까 해서 여러가지 시도해봤다.
2월 3일 14시 27분 53초.
졸고 있는 선생님 얼굴에 펜으로 낙서. 선생님은 거울을 보고 난처한 듯이 웃었다. 화내지 않았다.
2월 7일 10시 14분 6초.
서류 일에 집중하는 선생님의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12번 정도 했더니 보복하겠다고 농담하며 쫓아왔다. 화내지 않았다.
2월 16일 12시 26분 42초.
선생님의 점심에 매운 소스를 넣었다. 선생님은 『의외로 맛있다』며 억지로 먹다가 배탈이 났다. 화내지 않았다.
2월 23일 19시 49분 31초.
선생님의 가방에 벌레 장난감을 넣었지만 선생님은 눈치채지 못하고 돌아갔다.
2월 24일 9시 2분 29초.
선생님께 혹시 몰라 장난감 얘기를 모모톡으로 전하자 그제야 처음으로 눈치챘다. 화내지 않았다.
2월 26일 14시 18분.
선생님과의 점심시간에 일부러 2시간 정도 늦었다.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다린 듯했고, 한차례 걱정한 뒤 식사했다. 일부러 그랬다는 말도 전했지만 화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해야 그는 화를 낼까.
기쁜 얼굴도, 슬픈 얼굴도, 즐거운 얼굴도 여러 번 봐 왔다. 하지만 거기에 마지막 조각이 채워지지 않는다.
퍼즐이란 완성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빈틈이 신경 쓰이는 법이다.
선생님은 분명 타인을 위해 화를 내는 타입이다. 소중한 학생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학생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역시 자신이 직접 하는 수밖에.
다음에 시도한 것도 그냥 몰래카메라 정도였다.
선생님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스스로의 욕망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었다.
소중한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당번 학생이 장난으로 죽은 척을 하는 날에는 그래도 화를 내주지 않을까. 그런 희미한 기대를 품고 나는 비밀리에 입수한 수면제를 먹었다.
톱니바퀴가 고장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 거기서부터였을 거다.
강렬한 수마에서 해방돼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 시야에 들어온 선생님의 표정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불안과 초조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슴이 조이는 듯했다. 이 사람은 이런 표정도 짓는구나 싶어 한동안 바라보고 싶었다.
그로부터 그에게 죽은 척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아무래도 총학생회로부터 금지령이 내려진 수면제는 더 이상 구할 수 없어 본격적인 몰래카메라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시시한 장난이라도 선생님은 아주 조금의 불안감을 머금은 표정을 지어주었다. 그런 조심스러운 접근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이 화내는 일은 없었다.
어디까지 가야 선생님은 화를 내 줄까.
어디까지 해야 마지막 피스를 채워줄까.
분명 반쪽짜리 마음으로는 안 되는 거겠지.
그 사람은 항상 선을 긋는 사람이니까.
그렇기에.
"죽은 척을 계속한 사람이 마지막에 정말 죽고 만다는 전개, 흔한 일일까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건물 옥상. 예상보다 바람이 강해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이런 곳에 선생님을 불러내는 건 마음에 걸렸지만, 남의 눈에 띄는 장소에서 만남을 가질 수도 없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선생님. 일부러 오시게 만들어서. 하지만 베리타스에게 부탁하는 건 반칙이라구요? 다른분들을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사무실에는 여러 가지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것들을 풀어나가면 선생님 혼자서도 이 장소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었으니까요."
"........노아, 어째서?"
선생님은 여기 와주셨다.
마치 약속 시각에 늦은 연인처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하지만 「어째서」라는 그가 던진 질문에 나는 곤란한 듯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화나게 하고 싶었다, 라니.
그런 제삼자가 보기에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게 알려진다면.
"화나셨나요?"
".......아니."
"그런가요......."
여기까지 오면 조금 자신감이 없어진다.
선생님이 화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화를 낼만한 가치도 없는 인물인걸까.
만약 그렇다면 나로서는 말 그대로 역부족인 셈이다. 그럼 상대는 누구일까. 유우카쨩?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선생님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왔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울타리가 없는 옥상 모퉁이 부근. 선생님과는 아직 5미터 정도 거리가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나를 걱정해 주는 것 같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밀어붙여 볼까.
"선생님.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나는 품에서 손에 익은 권총을 꺼냈다. 그것을 본 선생님은 눈을 크게 뜨고 걸음을 멈췄다. 더 이상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
선생님에게 총을 겨누는 건 분명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저물어가는 태양이 그 모습을 선명하게 비춰주었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지금까지의 일, 폐가 되었나요?"
"그렇지 않아. 즐거웠어."
또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발뒤꿈치의 저쪽이 허공에 뜬다.
"그러니까, 노아. 그만두자."
죽을 생각은 없다.
아무리 고층 빌딩이라고 해도, 머리부터 떨어진다고 해도 내가 목숨은 잃는 일은 없겠지.
"노아. 부탁이야. 이쪽으로 와."
하지만 선생님의 간절한 얼굴에 이끌려 왠지 모르게 정말 목숨을 내던질 것 같았다.
"후후, 안심했어요."
화내는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나만을 생각해 주는 건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았다.
분명 이번 일로 선생님은 나를 떠나 버릴거다. 그런 의미에서는 죽음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멋진 나날을 보낼 수 있었어요."
이게 내 마지막 죽은 척.
"노아!!!!"
나는 마지막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선택을 뉘우치게 됐다.
선생님은 학생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사람.
그 계산에 자신이 들어 있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시야에 들어온 건 이쪽을 향해 손을 뻗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내가 마지막 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는 뛰기 시작했다.
이미 체중을 뒤로 실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자세가 되었는데도.
이 기세로 도와주러 왔다가는 선생님도 함께 떨어질 수 있다.
나는 선생님에게 버림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
하지만 선생님이 나를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이 사람은 이런 곳에서 죽어도 좋을 사람이 아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선생님을 향해 겨누고 있던 총에 힘을 주었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멈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인 걸 알고 있다.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멈추는 수밖에.
장전되어 있는 것은 무슨 일이 있을 때를 위한 견제용 모의탄. 살상력은 낮고 선생님이 피탄되어도 치명상을 입지는 않는다. 그럴 터였다.
생각하기보다 먼저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한쪽 다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상태에서의 사격.
선생님이 그것을 피하려고 속도를 줄이면 다행이고, 그대로 온다고 해도 기세를 멈출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돌아가기 힘들어지는 다리도, 급소에 가까운 복부도 안 된다. 맞아도 보행에 영향이 적으며 치명상이 되지 않고 출혈도 최소화한 상태로 선생님을 막을 수 있는 곳.
그렇게 겨냥한 곳은 선생님의 오른쪽 어깨였다.
오른손으로 자세를 잡는 내가 안쪽으로 반동을 억제해도 급소에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대각선상의 어깨. 쇄골하동맥을 손상시키거나 관절부에 후유증이 남을수도 있지만 그건 밀레니엄 기술을 믿을 수밖에 없다.
한 발만 쏜 총알은 원하는 곳에 명중했다. 관통했는지는 알 수 없다. 선생님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것은 벌이다. 끝까지 제멋대로 행동한 나에게 주는 씻을 수 없는 죄.
그러니까 이제 나에게 손을 뻗는 건―――
"노아――!!"
하지만 선생님은 멈춰주지 않았다.
맞은 충격으로 비틀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중력에 의해 낙하하는 내 왼손을 간신히 붙잡았다.
옥상 모퉁이에서 반쯤 몸을 내밀어 한쪽 팔로만 나를 붙잡고 있다.
"큭..... 으으으...!"
오른팔로 잡고 있는 탓에 선생님의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총알은 관통하지 않고 살을 후벼파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둘 다 떨어지고 만다.
선생님은 분명히 무사할 수 없다.
"소, 손을 놓아주세요! 이대로 가면 같이 떨어져요!"
"......물어...."
"저는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아요, 하지만 선생님은――!"
"입 다물어!!!"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을 부릅뜬 채, 귀신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이것은, 분노다.
"놓지 않아! 약속, 했잖아...!"
이런 상황에서도 그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자신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 잔뜩이라고......윽, 오늘, 마감인, 일들...... 함께 끝내자고......"
그의 피가 내 뺨에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겠다고, 그렇게 약속했잖아...... 그렇지!?"
그렇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농담으로 한 말인데. 그런 장난 같은 약속을 선생님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다.
"선생님이라는 건, 학생과의 약속을, 지키는 거야......! 죽든 아니든, 죽은 척이든 몰래카메라든 상관없어!"
피가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네 손을! 놓을 리가 없잖아!"
.......치사한 사람.
다가가려면 멀어지면서 멀어지려고 하면 나를 잡고 놓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손을 뻗고 있던 건 내 쪽일지도.
다가갈 용기는 없으면서,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 손은 계속 하늘을 향해 뻗고 있다.
"선생님,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런 거, 당연히 정해져 있잖아――!"
"――빨리, 매달리든 뭐든 해줘!"
"......네?"
"우오오오아! 언제까지 멍하니 있을거야! 빨리! 기어오른다거나 어떻게든 해줘! 빨리! 떨어진다! 이제 무리! 이제 한계! 팔이 찢어지겠어! 노아!!"
조금 전까지의 사려 깊은 얼굴이 지금은 분노와 초조함과 탄원으로 일그러져 있다.
부탁이니까 선생님, 이럴 때까지 제 기록욕을 자극하지 말아주세요.
"떨어진다떨어진다떨어진다아! 위험해! 손의 힘이 없어졌어!"
"......놓지 않겠다고 하셨죠?"
"물론 놓지 않지! 하지만 끌어올릴 수 있다고도 말하지 않았잖아! 이대로 같이 떨어질까! 정말 같이 죽을까?!"
이럴 때에도 당신은 이렇게 농담으로 나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려고 한다.
"함께 죽는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살아야지! 큰일이야, 이제 진짜 무리! 하나 둘 하면 끌어올릴 테니까! 하나 둘!!"
힘껏 잡아당기는 선생님에게 맞춰 무너져 내린 외벽을 발판 삼아 가까스로 옥상에 기어올랐다.
나는 즉시 자신의 넥타이를 이용해 선생님의 지혈을 하려고 했지만, 그는 끌어올린 기세 그대로 나를 땅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마치 범인을 제압하려는 것처럼.
"이, 이제 무리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
"저기, 선생님."
"성희롱이라고 해도 물러서지 않을 테니까. 또 죽으려고 하면..."
"딱히 죽으려고 했던 건......"
"..........어, 아니야?"
배 위에 올라탄 어른의 큰 몸이 내 온몸을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에 빠졌다. 선생님은 이렇게 컸던 걸까.
숨을 헐떡이는 선생님이 크게 호흡할 때마다 그 역동성이 느껴진다.
상당히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것 같았고, 원래 그 색깔의 셔츠를 입었나 싶을 정도로 오른쪽 어깨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있었다.
내 탓이다.
"뭐야...... 아니었나...... 또 당했네."
선생님은 회색 바닥에 힘없이 이마를 부딪쳤다. 그 얼굴에는 더 이상 분노가 없다. 있는 것은 오직 안도감뿐.
내가 해도 될 말은 아니지만, 자신의 몸을 걱정해 주었으면 했다.
"죄송해요."
생각한 것이 그대로 입 밖으로 나왔다.
"하아..... 사과로 될까 바보. 돌아가면 설교 풀코스야."
"―――네."
부드러운 음색으로 그렇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사과해야 할 게 많이 있어요."
"길어질 거야."
"각오하고 있습니다."
"평생 걸릴지도."
"선생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네요."
"노아가 할 말이야, 그거?"
지금은 이 따스함과 무게가 기분 좋았다.
멀리서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까지 끌여들여 버린 모양이다.
충분히 사과해야겠지.
충분히 혼나야겠지.
그리고 앞으로도 분명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선생님의 알지 못하는 일면을 알 수 있게 될까?
"선생님."
부디 변함없이 그곳에 있어 주세요.
이런 저이기에, 곁에 둬달라고는 하지 않을테니.
그러니까 부디.
"..........선생님?"
대답이 없다.
조금 전까지 오르내리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출혈은 있었지만 치사량은 아니었을 텐데.
그리고 급소는 피했고, 조금 전까지는.
조금 전까지.
상체를 간신히 일으켜 무릎 위에 누운 그를 껴안았다.
"서, 선생님......? 그럴수가, 선생님, 선생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심장이 터질 거 같아.
최악의 결과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그의 몸을 흔들었다. 내 탓이다.
"선생님, 안돼, 선생님.......!"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선생님......!"
선생님이 죽어버린다니.
선생님이 없는 세상이라니.
나는――――
"선생님!!"
번쩍.
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선생님은 눈을 크게 떴다.
"이제야, 되갚아줬네."
히죽거리며 이쪽 얼굴을 들여다보는 선생님. 아무래도 나는 한방 먹은 모양이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선생님...... 농담은 그만두세요......"
"이야~ 의외로 재미있네, 몰래카메라란거. 다음에 모두에게 해볼까...... 그렇달까 처음 봤어, 노아의 우는――"
"지혈할게요."
"아아아아아악!!!"
──────────
───……
10분 후.
유우카쨩과 다른 이들이 달려와줬다.
선생님의 부상을 보고 놀란 모습이었지만 내가 사정을 말하기 전에 응급처치를 시작했다.
어떻게 게헨나의 응급의학부까지 오게 된 걸까?
"선생님에게 연락받았다며 학교 근처에 있어서 타고 온거야. 선생님은 전혀 연락도 되지 않고, 게다가 운전도 너무 거칠게 해서..... 우읍."
내 의문을 헤아린 듯 차멀미 중인 유우카쨩이 설명해주었다.
선생님의 절박함을 기쁘게 느끼는 동시에 결과적으로 다수의 학생에게 폐를 끼친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히무로 세나입니다. 지금부터 선생님의 응급처치를 시작하겠습니다."
"세나, 살아있으니까 부드럽게."
조심스레 어깨의 상처를 내미는 선생님을 응급의학부 부장에게 맡기고, 유우카쨩은 나에게도 부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괜찮아? 노아."
"유우카쨩...... 저."
"알았으니까 스톱. 사정은 나중에 천천히 듣기로 하고, 지금은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어."
".......미안해요, 유우카쨩."
아무것도 묻지 않는 친구에게 나는 모든 것을 말할 의무가 있다.
그녀의 소중한 사람을 내가 상처 입혔으니까.
"아아아아아악, 아파아파! 세나! 아프다고!"
분명 나에게 맞았던 것보다 더 아픈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옆을 보자 히무로 세나가 선생님 어깨의 상처 구멍에 비닐장갑 낀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품에서 핀셋을 꺼냈다.
"아프다니까 대체 뭐하는 거야!?"
그녀는 즉시 핀셋으로 상처에서 무언인가를 꺼내어 거즈로 상처를 막았다.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할 일은 아니잖아! 보통 마취 같은 거 하지 않아!?"
"아뇨, 지금 필요하죠."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떨어진 총알을 선생님께 건넸다. 피묻은 작은 총알. 내가 쏜 총알.
".......그렇군."
선생님은 어깨에 붕대를 감은 채 총알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슴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들려주듯 큰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협력해 준 것에 대한 감사. 이 폐허에서 수상한 드론을 봤다고 연락이 와서 나와 함께 조사하고 있던 것. 내가 선생님을 염려해 먼저 갔지만, 걱정이 된 선생님이 뒤따라온 경위.
정체불명의 드론에 습격당하고 있을 때 내가 도와줬다는 것. 부상은 그 때 입었고 드론은 처분했기에 문제 없다는 것. 사후 처리는 샬레에서 계속하겠다는 것.
잘도 이렇게까지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 있구나 감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선생님을 쐈다면 큰 문제가 될 터. 그래서 그는 바로 총알을 제거하고 은폐한 것이다.
"그렇다고 하니까, 괜찮을까?"
"선생님. 안 돼요. 이건 제가――"
"노아는 가만히 있어. 하아, 당사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다고 해 두겠습니다."
"유우카, 고마워."
"하지만 총학생회에는 선생님이 직접 제대로 된 보고서를 제출해 주세요?"
"유우카, 도와줘."
이렇게 해서 내가 일으킨 소동은 그저 「일상」으로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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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사흘.
결국 나에게는 아무런 처벌도 없었다.
몇 번이나 내가 한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때마다 보고서는 반려되었다. 아마 선생님의 소행이리라.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당사자인 선생님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 계속 입원 중이다. 그동안 어째서인지 내가 옆에 붙게 됐다. 사정이 있다지만 쏜 학생을 가까이 두는걸까.
어쩌면 이것이 속죄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기록해야 하는 서기인 내가 뒤틀린 진실을 안고 선생님의 상처를 직시하며 살아가는 것. 이만큼 인과응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은 없다.
어째서 그때 피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어째서 그때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주었는가.
어째서 나에게 처분을 내리지 않는가.
"노아는 나를 죽게 하지 않기 위해 총을 쏜 거지? 그럼 잘못한 게 하나도 없잖아. 뭐, 너무 심했던 건 반성해야겠지만."
"그래도......."
"좋아, 그럼 처분을 내리겠어. 사과 좀 깎아줘."
무슨 말을 해도 선생님은 일축하기만 했다.
"사과 다 깎았어요, 선생님."
"고마워. 거기 놔줘."
"네, 아~"
"아니, 내가 먹을 수 있으니까."
"아~"
"저기, 노아? 왼쪽은 쓸 수 있으니까. 어라? 뭔가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아얏, 노아? 거기 뺨이니까, 입이 아니니까, 조준이 빗나갔으니까! 아얏, 알았어, 알았어 먹을게, 먹는다구!"
매일같이 병문안을 오는 유우카쨩은 내가 몇 번이나 사과를 하려고 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아~ 정말. 그 얘기 몇 번째야! 이제 됐어. 선생님은 무사하고, 노아는 자신이 너무 심했던 걸 반성하고 있어. 그럼 이제 끝이잖아?"
"저기, 유우카씨. 무사하지 않습니다만. 전치 3주입니다만."
"선생님은 괜찮아요.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하니까, 머리 쪽은."
"어, 잠깐 그건 무슨 뜻이야? 머리가 이상하다는 의미? 유우카 최근에 뭐랄까 조금 바보취급 하고 있지? 선생님 화낼땐 화낸다?"
"항상 혼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화낼지 참 기대되네요?"
"죄송합니다."
"......뭐, 선생님에게 혼나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어?"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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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때처럼 깨어, 여느 때처럼 등교하고, 여느 때처럼 친구를 만나고, 여느 때처럼 기록을 남긴다.
하나하나가 어느새 특별한 것으로 변해갔다.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했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선생님의 속내도 그때 조금 볼 수 있었을 뿐이다.
놓아줬으면 했다.
용서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럼 어디까지 「그래」라고 해줄 지 알고싶어지니까.
퍼즐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내 일지에는 여백이 많으니까.
―――――그럼 선생님. 오늘은 어떤 면을 저에게 보여주시겠어요?
◆◆◆◆◆◆◆◆◆◆◆◆◆◆◆◆◆◆◆◆
"다녀왔어."
퇴근 후 샬레로 돌아오면 당번 학생이 반겨준다.
그런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건 얼마나 되었을까.
"어서 오세요, 선생님. 오늘 스케줄을 확인해 보시겠어요?"
단지 「어서 오세요」라고 말해주는 것이 기쁘게 느껴진다.
돌아오자마자 죽은척을 보는 것보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는 게 훨씬 좋다.
"무슨 일 있으신가요? 다음엔 귀신 흉내라도 내는게 나을까요?"
멍하니 있던 나를 놀리듯 그녀가 말했다.
"아니. 몰래카메라보다 노아에게 『어서 오세요』라는 말을 듣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가요."
그렇게 답하자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뭐가 떠올랐는지 갑자기 사무실을 나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쫓아가려 했지만 그녀는 금방 돌아왔다.
그리고.
"다녀왔습니다. 후훗."
노아는 그렇게 말하고 평소처럼 웃었다.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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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선생님."
"무슨 일이지, 유우카양."
"아니 그게, 그 뺨은 왜 그런가요? 코피도 나고......."
".........노아도 화를 내나 싶어서 일지를 몰래 들여다봤어."
"우와아."
fin.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댓글 37
노아가 ㄹㅇ 소설맛집이라니깐

"고마워. 고기 놔줘." <- 고기 맞음?
수정완료


아루지도넛 프랜차이즈 만들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