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샬레 오피스는 정말 쾌적하다.
조용한 난방 소리를 듣고 있으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해주는 공기조절 시스템, 비치된 냉장고 속의 과자, 침대도 되는 푹신한 소파...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정정. 인간이 『나태하게』 사는 데 필요한 물건이 대부분 갖추어져 있다. 여기서 휴일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훌륭한 행복일 것이다.
그런 매력적인 공간에서 나는,
"으음, 종합전술시험 기간은... 일주일인가. 꽤 기네... 시작하면 거기에 묶일 거고, 아까 히나가 의뢰한 건 정리해둬야겠지. 작전의뢰서가 어디 있더라..."
대량의 일에 쫓기고 있었다.
뭐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 샬레에는 평소에도 많은 의뢰나 협력 타진이 날아든다.
거기에 더해 학생으로부터 약간의 상담이나 놀아 달라는 권유도 있다.
그 모든 것을 기한 내에 끝내야 한다. 당연히 사적인 시간 같은 건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불쌍한 나는 휴일 낮인데도 덮쳐오는 일에 정신이 없다.
마음대로 되지 않네, 라는 생각을 하며 서랍을 더듬는다.
...이상하네, 자료가 없어. 게다가 히나가 직접 의뢰한 중요한 서류인데.
설마 잃어버렸나?
큰일이야, 만약 그렇다면 히나에게 엄청 혼난다...
최악의 사태를 상상하고 창백해진 직후 이틀 전쯤 그 자료를 입구 근처 선반에 집어넣었던 기억이 났다.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기억에 어깨 힘이 빠진다. 다행이다.
히나는 매우 노력가이고 사랑스러운 소녀이긴 하지만 화나게 하면 아수라가 된다. 이전에 실수로 게헨나로부터의 정식서류를 분쇄기에 넣었을 때는... 아니, 이제 그때의 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아.
당시의 일을 상기하며 아픈 위를 누른 채.
원하는 자료가 있는 선반, 바로 그 근처에 있는 소파에서 뒹굴며 멍하니 이쪽을 보는 소녀에게 말을 건다.
"이로하."
"..."
"네 근처 선반의 ㅇ-4에 들어 있는 의뢰서 좀 꺼내줄래?"
말을 건 학생 ――― 이로하는 누워있던 소파에서 귀찮은 듯이 몸을 일으킨다. 그 순간 쓰고 있던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리고 싶어질 정도로 게으른 상태다.
히나가 보면 큰일 나겠지.
나의 비탄을 작은 신체로 한 몸에 받는 소녀는 눈을 비비며 한마디.
"싫어요."
"..."
"싫어요."
"두 번이나 말했어?"
"중요한 일이라서."
"...잠깐 소파에서 떨어져 자료를 가져올 뿐이니까."
"여기서 떠날 바에야 죽음을 택하겠습니다."
"마음은 알겠지만."
실로 그 소파는 기분이 좋다. 요즘 키보토스에서 유행하는 카우치 소파로 앉는 것은 물론 다리를 쭉 뻗고 자는 것도 가능한 뛰어난 물건이다. 그야말로 눈앞의 소녀가 하던 것처럼 테이블에 과자를 놓고 누워 게으름 피우는 것도 가능하다.
흔히 말하는 「사람을 글러 먹게 만드는 소파」라는 녀석이다.
당장 나도 이로하 옆에 다이브하고 싶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이성이 붙들어온다.
"자, 벌써 일어났잖아. 그렇다면 일어서는 것도 마찬가지겠지?"
"완전 달라요. 아시겠어요? 앉는 것과 일어서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허들이... 하아, 설명하기도 귀찮네요. 얌전히 따르는 게 편할 거 같네요."
체념한 이로하는 느릿느릿 일어서더니 새우등을 한 채 근처 선반까지 걸어가 「귀찮아...」하고 투덜대며 시키는 곳을 뒤진다.
슬리퍼를 신으라고 슬리퍼를.
그리고 모자도 주워.
그런 이쪽의 심정 따위는 알 바가 아닌 그녀는 」귀찮아」를 울음소리처럼 되풀이하며 느릿느릿한 손놀림으로 서류를 헤집는다.
정말 찾고 있나 의심이 드는 수준이지만 제대로 원하는 물건을 찾은 모양이다. 그녀는 펄럭이며 얇은 파일을 들어 보였다.
"이건가요?"
"그거야 그거, 고마워."
답변을 들은 이로하는 파일 안을 확인하며 이쪽으로 가져온다.
뭐, 보여서 곤란한 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게헨나의 학생. 그것도 윗선의 인간이다. 약간 보이는 정도는 문제없겠지.
오히려 뒹굴면서 주름투성이가 된 이로하의 교복이 더 문제일 것이다. 다림질 잘하려나?
어이없어하는 나에게 일절 반응하지 않고 게으른 소녀는 느긋하게 묻는다.
"『F작전에의 협력 의뢰』 ...이거 헬멧단의 거점을 순차적으로 박살 내는 작전이었죠?"
"그렇지. 역시 이로하도 알고 있었구나."
"일단 만마전 멤버니까요. 뭐, 이 작전은 귀찮아서 선도부에 넘겼기 때문에 이후 동향은 몰랐지만."
"아코가 투덜거리더라. 『그 너구리들은 이쪽의 고생을 모르는 건가요?』라고. 좀 살살 해주는 게 어때?"
"과연, 만마전에 불평을. 다음 달 예산은 삭감이네요."
"좀 봐줘..."
아코가 들으면 분노를 터뜨릴 듯한 발언을 한 이로하는 쓴웃음을 짓는 내 앞에서 딱 멈추어 선다. 그리고, 「그건 그렇고」라며 의아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이상한 점이라도 있었을까?
"A부터 E작전은 어떻게 했나요? 제 기억으로는 헬멧단의 각 거점을 알파벳으로 나누어 각개격파한다는 게 이 작전들의 전모였을 겁니다. 지령을 내린 지 나흘이라구요? 5개 거점을 무너뜨리기에는 너무 이른 거 같은데요."
과연.
그건 확실히 의아하게 느껴지겠지.
지시가 내려진 지 단 나흘 만에 그만한 거점을 공략한다는 건 보통은 생각할 수 없다. 어떤 마법을 썼느냐고 묻는 거다.
하지만.
사실 이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게헨나에는 존재 자체가 마법 같은 소녀가 있으니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로하를 향해 거짓 없는 사실을 말로 던진다.
"히나가 직접 나갔어."
내 답변에 이로하는 드물게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말뜻을 이해하자마자 표정을 바꾼다. 그 얼굴은 만화라면 『으겍―』 같은 문자가 곁들어질 것 같은 표정.
"...역시 괴물이군요."
"노력파에 귀여운 여자아이야."
"......하아."
내 대답에 왠지 한숨짓는 이로하. 촉촉한 시선까지 들이댄다. 이해가 안 되네.
"...아무튼, 고마워. 자료만 넘겨주면 나머지는 편히 있어도 되니까."
자신의 평가가 한 단계쯤 떨어진 것을 한탄하며 이로하가 가지고 있는 파일을 잡으려다 ――― 휙 피한다.
오, 손목 스냅이 날카로운 민첩한 회피... 가 아니라.
"이로하?"
"..."
무반응.
...혹시 뭔가 실수였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팔을 뻗어본다.
......다시 피한다.
"저기, 이로하?"
"보상."
"에?"
"보상을 요구합니다."
"......"
뭐야 그 「당연하죠」 같은 얼굴.
"자료 가져온 거뿐이잖아."
"아~ 다리가 아프네요. 분명 무리해서 일어섰기 때문이겠죠. 이건 뭔가 보상이 필요할 거 같아요."
명백한 국어책 읽기.
숨길 생각도 없는 듯 에둘러 말하는 입과는 정반대로 눈에서는 「얼른 오세요」라는 무언의 압력을 느꼈다.
하아, 정말이지.
그런 협박에 내가 굴복할 거라 생각한 걸까?
이래 보여도 선생님이다. 언제까지나 학생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반항심을 품고 늘어진 듯한 얼굴의 이로하를 향해 함박웃음을 짓는다.
"운동부족, ㅅㄱ!!!"
"......"
"거짓말미안지금건없던걸로! 조금 놀리고 싶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그 자료 분쇄기에 넣는 건 그만둬!?"
"그럼 어서 상을 주세요."
"분부대로!!"
미안. 무리야.
역시 이길 수 없어.
애초에 자료라는 인질이 그녀의 수중에 있는 시점에서 승패는 뻔했고.
속으로 훌쩍이며 업무용 가방을 뒤진다. 안은 총학생회에 보낼 보고서나 백야당의 사업 계획서 등으로 빵빵하다.
그러나 무언가를 넣기 위해 서류 뭉치 사이로 한 곳만 공간을 비웠다.
거기에 들어 있는 것은 손바닥 크기의 흰색 상자. 같은 색 리본이 선물용임을 보여준다. 어딘가 패이거나 얼룩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눈앞의 소녀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자, 이로하. 도와줘서 고마워."
내 손바닥에 올려진 순백색 상자.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나타난 그것을 보고 이로하는 놀랐는지 피곤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방에 깰 정도의 충격이었던 거 같다.
"...뭔가요 이거?"
"뭐냐니, 도와준 보상이라구?"
"아뇨, 그게 아니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에게 말문이 막히는 이로하. 그녀는 살짝 눈을 헤매더니 답답한 듯 목구멍에서 그 뒤를 끌어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부터 준비했죠? 포장도 선물용이고. 대체 어떻게? 설마 보상을 요구할 걸 미리 예측한 건 아닐 텐데."
"어떻게라고 해도, 그거야..."
당황한 듯, 하지만 무언가를 기대하듯 횡설수설하는 이로하를 보고, 「귀엽다」라며 속으로 무심코 웃어버린다. 그것을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아마도 그녀가 가장 원할 법한 말을 웃는 얼굴로 내뱉는다.
"―――오늘은 네 생일이니 선물 정도는 준비하는 게 당연하잖아."
11월 16일. 오늘은 눈앞에서 눈동자를 빛내는 소녀. 나츠메 이로하의 생일이다.
한숨 돌리기와 잡담, 일 등 그녀에게는 이런저런 면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 그런 상냥한 학생의 생일을 잊는다는 건 교사 실격이겠지. 당연히 그녀가 샬레에 온다고 듣기 전부터 선물은 준비하고 있었다.
"그, 그렇네요. 그... 감사... 합니다."
옅게 볼을 물들이면서 작은 상자를 받는 이로하.
자못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하고 있지만 그녀가 이 전개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은 책도 읽지 않고 내가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거나, 벽걸이 달력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것 외에도 미세한 위화감이 많이 있었고.
요컨대 분명히 평소와 모습이 달랐다.
평소에는 야무지지 못한 아이가 생일에 안절부절못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위는 둔감하다고 욕을 먹는 나라도 역시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애초에 생일날 샬레에 오는 시점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
나로서는 차라리 솔직하게 생일 어필을 하지 않는 게 의외였다.
그 이로하라면 「보상」이라고 돌려 말하지 않고 「선물 주세요.」라고 직구로 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할까, 수수께끼의 프라이드가 있는 모양.
그런 점은 아직 사춘기 소녀. 귀엽구나.
"그런가요... 저를 위해 선물을... 뭐라고 할까, 왠지 당한 것 같은..."
결국 눈앞에서 당황하는 소녀의 목적이 선물 그 자체였는지, 아니면 나에게 축하받는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뭐 어느 쪽이든.
어떤 형태로든 생일을 축하해줬으면 하는 기대.
나이 어린 소녀라면 누구나 품는 그 바람은 평소 땡땡이 외에는 흥미가 없어 보이는 그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얘기겠지.
그것을 흐뭇하게 여기는 동시에, 「축하해줬으면 하는 상대」로 내가 선택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열어봐도?"
"물론."
드물게 조심스레 물어보는 그녀에게 환하게 긍정을 표한다.
고개를 끄덕인 이로하의 작은 손가락에 풀리는 리본. 그리고 눈처럼 새하얀 상자의 내용물이 그녀의 오른손에 천천히 드러난다.
"이건..."
"클로버 브로치야."
감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어버린 그녀의 말을 잇는다.
―――이로하에게 건넨 선물, 그것은 작은 흰 꽃과 귀여운 네 잎 클로버가 장식된 브로치였다.
"그 하얀 꽃은 11월 16일의 탄생화야."
"탄생화, 인가요?"
"응, 엄청 멋진 문화라고 생각해."
탄생화. 태어난 월일을 따서 꽃을 할당하는 어딘가의 『누군가』가 정한, 그저 구전.
그리고 동시에.
온 세상 사람을 꽃으로 축복하고 싶었던 다정한 『누군가』의 마음이기도 하다.
나는 문화나 전통 따위는 잘 모른다.
그러니까 탄생화라는 것의 진의나 유래 따위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거기에 담긴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생각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물건이라고.
눈앞에 있는 소녀에게 주기에 적합한 물건이라고.
그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너에게 클로버를 줄게, 이로하. 그런 다정한 『누군가』의 선물을 내 손으로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 작은 꽃을, 너에게.
이 큰마음을, 너에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는 건, 아까우니까.
"...상냥한 『누군가』로부터의 선물, 인가요..."
"응. 탄생화 같은 거창한 이야기를 만들면서까지 모두에게 축하를 하고 싶었던 사람의 선물이야."
"과연, 엉뚱한 사람이 있었군요. 확실히 좋은 이야기네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브로치를 일단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이로하.
여느 때와 같은 새침한 얼굴이다.
뭐랄까, 어른의 여유 같은 것도 느껴진다.
만마전의 간부로서 더할 나위 없는 태도겠지. 굳이 한 가지 지적할 게 있다면...
"입꼬리, 풀어졌어."
그 행복한 미소일까.
"읏... 이건..."
"응, 기뻐해 줘서 다행이야."
"...뭔가요 그 히죽거리는 얼굴. 마음에 안 들어요, 정말이지..."
불복하여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고 있지만 뺨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게 보여 본심을 완전히 알 수 있다.
솔직히 귀엽다 외에 다른 감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후후. 그건 그렇고, 이렇게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시다니, 이건 샬레의 함락도 가까울지 모르겠네요?"
그녀도 자신의 동요를 자각하고 있는지 평소의 컨디션을 되찾으려고 입꼬리를 되돌리고 유혹해온다.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는 게 다 보인다구?
나도 모르게 놀리고 싶지만 참는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니까.
이로하를 존중하고, 그 감언이설에 넘어가 주려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천천히 의자에서 일어난다.
―――시작은 당돌한 권유. 그리고 어느새 샬레에 빠져들게 되고 급기야는 나를 땡땡이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런 식으로 그녀에게 그동안 많이 휘둘려왔다.
그것을 불쾌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은 나에게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 둘도 없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가끔은 나도 되받아치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
요컨대.
(이로하, 미안해... 오늘은 내가 주도권을 잡기로 결정했어.)
그런 얘기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에게 안성맞춤인, 그리고 진심으로부터의...
긍정을!!
"이로하에게 함락된다면 나쁘지 않으려나. 그도 그럴게 나는... 네가 너무 좋으니까."
"......무슨."
"놀림당하고, 휘둘리고. 그렇게 쌓아온 너와의 나날에 어느새 충실함을 느끼고 있었어."
"......"
내 발언에 경직된 이로하의 아름다운 담흑색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평소와 다른 그녀의 표정에 두근두근 심장이 뛰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억누른다.
"네가 힘들 때 걸어준 『땡땡이치지 않을래요?』라는 말 한마디에 얼마나 구원받았는지 몰라. 잘 풀리지 않아 우울할 때 네가 곁에 있어 준 것. 단 그것뿐인 사실이 얼마나 따스했는지."
"그, 그런 거 제 마음대로 했을 뿐..."
"그래도 말이야."
변명 따위는 하게 하지 않는다.
겸손 같은 건 필요 없다.
내가 얼마나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지금은 그것만 알았으면 좋겠다.
"변하지 않는 네가 좋아. 제멋대로인 네가 근사해.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할때 평소와 다름없는 온기를 전해주는, 그런 너이기에 나는 소중히 여기고 싶어."
"...아."
살며시 작은 두 손을 잡는다.
순간 그녀의 체온이, 어느 때나 변함없던 온기가 내 손바닥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마음에 빛을 발했다.
만났을 때부터 계속 변하지 않는.
이 온도에 닿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엇이든 맞설 수 있었다.
"만나줘서 고마워."
"가까이 다가와 줘서 고마워."
"용기를 줘서 고마워."
"일상을 줘서 고마워."
"행복을 줘서 고마워."
수많은 감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이대로 밤까지 말하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모처럼의 기념일에 그런 건 풍류가 없는 짓이겠지.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가장 전하고 싶은 감사를.
"태어나줘서 고마워."
"..."
"네가 태어나 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어."
모든 것을 다 말하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나의 일방적인 감사의 폭풍에 이로하는 어안이 벙벙해 보였다. 그야 그렇겠지.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당황하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머리가 좋은 그녀는 곧 혼란에서 벗어난 듯하다.
그리고 천천히 아까 한 말의 의미를 곱씹고 이해하면...
"......우읏..."
푸슈... 하고 김이 날 정도로 새빨갛게 되어 고개를 숙여 버렸다.
완전 승리.
앞머리로 표정을 가리는 그녀를 보며 얼마 안 되는 유열에 젖는다.
뭐, 그래도.
지금은 그런 승리의 여운보다도. 무엇보다도.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이로하."
이 아이가 태어난 걸 그저 축하하자.
게으르고, 조금 허세가 있고, 어리광쟁이 같지만.
하지만.
우수하고 누구보다 착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언제나 따스함과 상냥함을 준다.
그런 그녀가 태어나준 것을.
내 학생이 되어준 것을.
부끄러움에 번민하는 이로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푹신푹신한 머리카락이 조금 움찔거리지만 그녀 자신이 손을 뿌리치지는 않는다.
잠자코 쓰다듬을 뿐.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이 행복을 내년에도 반복할 수 있기를.)
그런 작은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약속하듯.
클로버 브로치가 반짝였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8731752
11월 16일의 탄생화는 크리스마스 로즈 (Christmas Rose) 꽃말은 추억
늦었네
댓글 11
아으 이썩는다
이로하 별로 매력못느꼈었는데 ㄹㅇ ㅆㅅㅌㅊ네

달다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