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라이브에서 「블아소설핫산」 채널을 운영중입니다.
(채널명은 이렇지만 제가 번역한 소설 백업용 채널입니다)
아카라이브 링크
8217자
#네루 #모모이 #모모카 #무츠키 #미도리 #세이아 #아리스 #유즈 #이로하 #체리노 #코코나 #키사키 #호시노 #히나
원문 ドブカスナメクジラ
────────────────────
오늘은 선생님이 쉬는 날이라고 들은 히나는 게헨나의 카페에서 점심을 테이크아웃하고 샬레로 향했다.
선생님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머리 상태는 괜찮은지 신경쓰며 기다리자 선생님이 피곤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어라, 무슨 일이야 히나?"
"아니, 그게... 선생님이야말로 얼굴이 왜 그래? 쉬는 날이라고 들었는데..."
"일단 쉬는 날은 맞는데. 총학생회장 대리 교체로 내일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져서."
"그렇구나..."
이날 히나는 오후 반차를 냈고 이후 선생님을 불러 쇼핑이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휴일이 겹치는 일은 흔치 않아 들떠있던 히나지만 그 계획이 엉망이 되고 순식간에 침울해진다.
"혹시 점심이라도 권할 생각이었어?"
선생님은 히나가 손에 든 포장지를 보고 묻는다.
"아니, 바쁘면 어쩔 수 없지. 나도 직전까지 휴가를 낼 수 있을지 몰라서 약속도 못 잡았고."
히나가 노골적으로 우울한 채 돌아가려고 했기에 선생님은 다급히 불러 세웠다.
"아니야, 점심 먹을 여유 정도는 있고 이왕 온김에 들어올래?"
그 말을 들은 히나는 조심스레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본다.
"... 무리하는 거 아니지?"
"안 해! 방금 전까지 점심은 어떡할 지 생각중이었어!"
히나는 아직 선생님을 의심하는 듯 했지만 같이 있고 싶은 욕구가 이겼는지 조금 머뭇거리면서도 선생님 옆을 지나 집으로 들어섰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서류로 어질러져 있어 점심을 놓은 공간이 없다.
선생님은 급하게 서류를 긁어모아 옆으로 치우고 억지로 공간을 만들었다.
"정말이지, 무리하면 안 돼."
"음... 아니, 오랜만에 히나랑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조금은 무리해야지."
아까와는 정반대의 말을 들은 히나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린다.
"뭐야 그게. 선생님은 정말 교활한 사람이네."
그리고 히나는 선생님의 주방을 빌려 테이크아웃한 음식을 조금 데우고 테이블에 차린다.
"와, 맛있어 보이는걸. 무슨 요리야?"
"이건 사비치, 튀긴 가지와 삶은 달걀이 들어간 피타 브래드 샌드위치야. 콩과 향신료를 튀긴 건 팔라펠이고, 여기 다진 고기와 치즈가 들은 튀김은 킵베. 샐러드 드레싱은 타히니라고 하는 참깨 딥소스야."
"히나의 추천?"
"응.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맛이라 식욕이 없어도 먹기 좋아. 선생님 입맛에 안맞는다면 미안하지만."
"평소에는 자극적인 기성품만 먹으니까 이런 요리는 신선해서 기대 돼. 잘 먹겠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어린아이처럼 음식을 먹어치우는 선생님이 우스워서 히나는 웃음을 터트린다.
"어때?"
"응, 엄청 맛있어."
입안 가득 넣고 뺨을 부풀린 선생님을 보고 히나도 음식에 손을 댄다.
항상 일하는 틈틈이 해치울 때 먹는 음식이지만 선생님과 함께라면 왠지 축하하는 날의 진수성찬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히나와 선생님은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둘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식사가 끝나고 선생님이 뒷정리를 시작하자 히나도 이를 도우면서 쭈뼛쭈뼛 제안한다.
"저, 선생님. 혹시 괜찮다면 일을 도와줄까?"
"어? 그치만 당번도 아닌데 미안한 걸. 모처럼의 휴가니까 푹 쉬어."
그저 선생님과 있고 싶을 뿐인데 그 의도를 깨닫지 못하는 선생님을 보며 히나는 볼을 부풀린다.
평소 같으면 여기서 물러서지만 오늘의 다른 학생들이 없는 둘만이라는 상황이 히나가 조금 제멋대로 하도록 만들었다.
"선생님이야말로 쉬는 날에 제대로 쉬지 않으면 몸이 상할 거야. 그러니까 도와줄게... 빨리 끝나면 저녁도 나랑 같이 먹자?"
그제서야 선생님도 히나가 드물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뛰어나지만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서툴렀던 학생의 성장을 보며 선생님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 어리광이 노동과 그 대가의 협상이라는 것이 아직 서투른 히나답다.
딱히 돕지 않더라도 점심의 답례로 저녁은 사줄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말해도 히나는 인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쪽도 호의에 기대어 빨리 일을 끝내는 편이 히나가 더 기뻐할 것이다.
"알았어, 그럼 부탁할게."
"응."
아니나 다를까 히나는 기쁜 듯 업무로 향했다.
"히나, 커피 내리려는데 필요해?"
"응, 부탁해."
선생님은 물을 끓이는 동안 히나에게 필요한 작업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그때 현관에서 늘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 오늘 너무 더워서 저녁까지 시원하게 해줘~!"
"호시노?"
선생님은 목소리 쪽으로 향하고 히나는 고개만 돌린다.
그러자 땀에 젖어 녹초가 된 학생, 아비도스의 타카나시 호시노가 집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책상에 앉은 히나를 보자 아차 하는 표정을 짓는다.
"아, 어, 선도부장쨩? 오늘 당번이었어? 미, 미안~"
"타카나시 호시노... 아니, 그치만 당번은 아니야."
두 사람은 그대로 갑자기 만난 길고양이처럼 서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늘은 쉬는 날인데 예정에 없던 일이 생겨서. 히나의 도움을 받고 있어."
"헤에~ 그, 그렇구나~"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호시노는 불편한 듯 주위를 둘러본다.
"그럼 아저씨는 이만 가볼게.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아니 아니. 편하게 있어도 돼."
"아니 아니 아니. 둘이 일하는데 편할 리가 없잖아~!"
호시노와 선생님이 입씨름을 하고 있는 와중 새로운 내방객이 등장한다.
"저기 선생님~! 저번 주에 제출한 서류에서 틀린 부분이 있는데~?"
교통실의 유라기 모모카는 호시노와 히나를 알아보고 눈살을 찌푸린다.
"엑. 아비도스와 게헨나의 높으신 분들이 왜 모여 있는 거야?"
"아니, 아저씨는 막 돌아가려고 했는데... 잠깐만, 그 서류 좀 보여줄래?"
"어? 으응."
호시노는 모모카에게 서류를 받자 눈을 굴리고 머리를 감싸안으며 과장된 모습으로 천장을 올려다본다.
"... 미안, 이거 저번 주에 아저씨가 거들은 부분이야~!"
"그럼 마침 잘 됐네. 얼른 수정해줘!"
"얼른 해달래도 몇 시간은 걸릴 텐데... 선생, 빈 책상 좀 빌려도 될까?"
"여기 있어. 그치만 괜찮아? 오늘은 당번도 아닌데 수정은 내가 할게?"
"아무리 그래도 실수를 눈 앞에서 발견하고 모른 척 할 수는 없으니까~!"
호시노는 어색한 표정으로 모모카에게서 서류를 받아들고 히나 옆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모모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파에 누워 명란맛 감자칩을 뜯는다.
선생님도 커피 두 잔을 준비하고 히나에게 작업을 마저 설명한다.
"아, 호시노도 커피 필요해?"
"나는 있으니까 괜찮아. 그러고 보니 선생님 것도 사왔는데 하나 마실래?"
"뭐야 뭐야~? 주스? 명란맛이랑 어울릴까?"
호시노가 꺼낸 음료에 모모카가 관심을 보인다.
"명란에는... 맞으려나~?"
호시노는 불안한 듯 병을 내밀고 모모카는 받아든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아니나 다를까 떫은 표정으로 병을 돌려준다.
"나는 커피가 좋아~ 이걸로 할게!"
"앗, 잠깐!"
모모카는 히나에게서 커피를 빼앗아 소파로 돌아가 버렸다.
"아니, 명란에는 커피도 안 어울리지 않아?"
호시노는 쓴웃음을 지으며 커피를 뺏긴 히나를 본다.
"뭐, 그럼 괜찮다면 선도부장쨩이 이거 마실래~?"
"에..."
히나는 호시노가 내민 병을 보며 당황한다.
"아니야 히나, 내 거 마셔도 돼."
선생님도 컵을 내밀고 당황한 히나는 무심코 호시노의 병을 받았다.
히나는 마실지 말지 순간 망설였지만 각오하고 입에 넣자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고 히나는 놀라서 호시노를 바라본다.
"마, 맛있어... 뭐야 이건?"
"그치~? 아삽 라반이라고 해서 사탕수수 주스를 우유에 탄 거야. 이런 더운 날에 딱이지~"
"헤에."
히나는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홀짝인다.
선생님도 맛이 궁금했지만 나눠달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그대로 작업으로 돌아갔다.
"그나저나 항상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들어오는 거야?"
"에? 응, 뭐~ 선생님이 쉬는 날은 알고 있으니까."
"흐음~"
히나와 호시노는 드문드문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다지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묘하게 분위기가 무거웠다.
한동안 자판 두드리는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 감자칩 소리만 들리던 집에 다시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선생님이 작업을 멈추고 확인하러 가자 밖에는 산해경의 류우게 키사키와 흥신소의 아사기 무츠키가 있었다.
"특이한 조합이네. 무슨 일이야?"
"블랙마켓에서 우연히 알게 되어서, 여차저차해서 지금은 잠깐 손잡은 상태다."
"찾는 물건?"
무츠키는 친근하게 키사키를 껴안고 있고, 키사키는 태도를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미나와 흥신소의 사장이 묘하게 궁합이 맞아서, 녀석들이 자신만만해서 첩이 나설 차례는 없는 듯 해서 말이지. 심심풀이 겸 들렀는데 민폐였나?"
"민폐야~?"
"아니, 그렇지 않아. 근데 지금은 사람이 좀 많아서 좁을 수 있어."
선생님이 말하기도 전에 무츠키는 선생님의 옆을 지나 집으로 들어간다.
"누가 있어? 실례합... 켁, 선도부장!"
"... 모처럼의 휴일인데 귀찮네."
히나는 무츠키를 보고 한숨을 크게 내쉰다.
"아, 흥신소의~! 오랜만이야. 여전히 건강해 보이네~"
반대로 호시노는 무츠키를 우호적으로 맞이한다.
히나는 호시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그 말을 듣고 노골적으로 화난 듯 보였다. 호시노는 그것을 눈치채고 히나를 달랬다.
"선도부장쨩, 여긴 선생님 집이고 그렇게 있으면 모처럼의 휴가가 아깝잖아?"
히나는 잠시 고개를 숙이다가 한숨과 함께 어깨의 힘을 뺐다.
"그래. 모처럼의 휴가니까 작업부터 빨리 끝내야겠지."
히나의 경계가 풀린 것을 보고 무츠키도 안심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뒤 키사키도 집으로 들어와 당연하다는 듯 선생님이 앉아 있던 의자에 걸터앉는다.
"선생, 그대는 이미 점심을 먹었나?"
"응. 키사키는?"
"아직이다. 그래서 배가 조금 고프군."
키사키는 말끝을 흐리면서 대접을 요구한다.
"그런가. 근데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는데..."
선생님은 말하면서 둘러보다가 소파에서 계속 감자칩을 먹는 모모카를 발견한다.
"... 뭐야?"
모모카는 과자봉지를 끌어안고 선생님을 위협한다.
"이건 안 줄거야!"
"... 선생님, 냉장고에 아까 팔라펠과 킵베 남은 게 있어."
"아, 그랬지! 잠깐만 기다려줘 키사키."
"아, 나도 먹고 싶어~!"
무츠키도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재촉한다.
선생님이 남은 음식을 데우고 있을 때 또다시 현관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실례합... 아니, 뭔가요 이 유녀로 가득한 방은!"
집으로 들어온 이로하는 유녀로 넘쳐나는 공간을 보며 경악한다.
"... 지금 막 그 유녀가 한 사람 늘어났는데."
"켁... 소라사키 히나."
"어, 이로하, 오늘은 무슨 일이야?"
선생님은 주방 쪽에서 얼굴만 내밀고 묻는다.
"그게, 블랙마켓에서 묘한 물건이..."
말을 꺼내려던 이로하가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입을 다문다.
"선생님이 제대로 땡땡이를 치는지 감시하러 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휴일인데도 일하고 계신 것 같네요."
"뭐 그래도 히나 덕분에 곧 끝날 것 같아."
"그렇군요. 그럼 그게 끝나면 나중에 말하고 싶은 게..."
"선생님은 이따 나랑 저녁 먹으러 갈 건데. 보고는 그 후에 해도 괜찮을까?"
"... 하아, 저녁이라. 둘이서 말이죠. 헤에~?"
히나의 한마디에 이로하뿐만 아니라 방 전체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선생님은 혼자 주방에 있어 방 안의 모습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거기에 시끄러운 소리가 늘어난다.
"여 선생! 아카네가 블랙마켓에서... 뭐야, 이 꼬맹이들은?"
밀레니엄의 미카모 네루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말한다.
분위기가 더욱 나빠진 것을 느끼며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어, 네루. 무슨 일이야?"
"블랙마켓에서 조사하다가 미아 애를 주워서 데려 왔어."
"이몸은 미아가 아니다! 붉은겨울의 학생회장 겸 환경미화부장 겸 서기장 겸 청소부부장 겸... 그리고 뭐였더라, 토모에... 아, 토모에와 떨어졌다. 코, 콤라드...!"
네루 뒤에서 나온 붉은겨울의 렌카와 체리노는 반쯤 울며 선생님의 다리에 매달린다.
"그것보다도 그 수염은 어디서 팔아? 여기까지 데려왔는데 알려줄 수 있지?"
네루는 쭈그리고 앉아 시선을 맞추듯 체리노에게 묻는다. 하지만 체리노는 네루에게 진심으로 겁먹은 듯 했다.
"이, 이건 피부에서 직접 나는 것이다. 그래서 파는 것이 아니다... 에요."
눈 깜짝할 사이 방이 학생으로 넘쳐나 선생님은 어떻게 할지 머리를 싸맨다. 모인 학생들은 각자 마음대로 행동하고 있어 이곳이 자신의 방이라는 것을 잊을 것만 같다.
"저기 저기, 선도부장쨩. 선생이랑 어디로 밥 먹으러 가?"
"... 아직 정하지 않았어."
"좋은 곳 알려줄까? 시바세키 라멘이라고 하는데..."
"아, 거기 라면 오랜만에 또 먹고 싶다. 아직이야 선생님? 오래 걸릴 것 같으면 나도 과자 없어?"
"이건 내 거니까 안 돼!"
"저도 입이 심심하네요. 선생님, 고추냉이맛 감자칩 없나요?"
"응? 잠깐만, 감자칩은 명란맛이 제일이잖아? 상식이라고?"
"고추냉이맛인게 당연하죠. 뭐, 애들 입맛으론 이해하기 힘들죠?"
"어이, 대신 좋은 스카잔을 파는 곳을 알려줄게. 진짜 그 수염 어디서 파는 거야? 응?"
"히이이! 블랙 마켓 일이 있다면서요? 여기까지 호위해준 사례는 푸딩으로 지불할 테니 이제 용서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아루쨩은 괜찮을까? 아까부터 암시장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일이 커진 것 같은데..."
"걱정 말거라. 미나도 그대의 사장도 바보가 아니니. 물러설 땐 물러설 줄 알겠지."
"... 에, 꽤나 바보라고 생각하는데."
"......"
혼돈의 극치를 보이는 선생님의 방에 또 다른 손님이 나타난다.
"선생님. 쉬는 중에 죄송하지만 조금... 뭐죠? 여긴 언제부터 탁아소가 된 거죠?"
트리니티의 유리조노 세이아가 등장하고, 이곳에는 키가 비슷한 학생들이 집결한 이상 사태가 되어 버렸다.
"세, 세이아..."
선생님은 데운 음식을 키사키와 무츠키에게 대접하면서 지친 얼굴로 세이아를 맞이한다.
세이아는 게헨나 학생 몇 명을 보며 눈쌀을 조금 찌푸리면서도 차분하게 상황을 파악한다.
그러나 침착한 모습의 그녀도 이 상황은 확실히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 그렇군요. 선생님은 이런 체형의 학생들을 좋아하는군요?"
엉뚱한 결론이 튀어나오고 방 안이 조용해진다.
모두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그리고 선생님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아플 정도의 침묵이 흐르는 공간에서 선생님은 마른 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기, 우연히 다들 내 집에 모인거지 내가 불러모은 건 아니라고?"
세이아의 이상한 결론에 그저 사실대로 대답한다. 하지만 무츠키가 곧바로 반박한다.
"선생님. 저쪽 트리니티에서 물은 건 그게 아니잖아?"
"그렇죠. 대답은 『네』 또는 『아니오』로만 하세요. 선생님은 로리콘인가요?"
이로하의 포식자같은 눈동자가 선생님을 꿰뚫는다.
선생님의 모공에서 끈적끈적한 땀이 흘러나온다. 도움을 구하며 시선을 방황하지만 호시노나 히나조차도 선생님을 따지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헤에~ 이런 납작한 몸매를 좋아하다니, 선생님은 그런 마니악한 취향을 가졌을 리가 없지?"
"나는 딱히 선생님이 무슨 기호를 갖고 있든 상관없는데."
선생님으로서 거짓말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바보같이 솔직하게 대답할 수도 없다.
"선생님,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하지 말고, 연상이 좋은지 연하가 좋은지의 얘기잖아."
모모카가 일부러 도망갈 길을 제시한다. 선생님은 이미 바짝 말라 나오지도 않는 침을 계속 삼킨다. 그리고 모모카의 유혹에 넘어가 눈동자를 오른쪽 위로 향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어느쪽이냐 하면... 연하파... 려나?"
순간 살갗을 찌르는 듯한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학생들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작게 헛기침을 하고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선생님을 짓누르는 진흙같은 공기의 무게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생은 이 중에서 누가 제일 좋은 건가?"
"에?"
키사키의 그 질문으로 방 안의 공기가 뜨거워진다.
그 열기와 반비례해 선생님의 몸은 차가워진다.
"... 콤라드는 물론 나를 선택할 것이지?"
체리노가 발밑에서 매달려 올려다본다.
"바보같은 질문이네. 선생? 간단한 질문이잖아. 망설이지 말고 빨리 대답해."
네루가 힐끔힐끔 쳐다보며 재촉한다.
"잠깐 잠깐.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캐묻는 건 너무하지 않을까요."
그제야 냉정을 되찾은 세이아가 조금 전과 달리 들뜬 학생들을 달래는 듯한 말을 한다.
"그치만 따지고 보면 당신이 시작한 거 아냐?"
하지만 무츠키는 여전히 재미있어한다.
"세이아 씨는 궁금하지 않나요? 아니면 본인이 뽑힐 거란 자신감의 표현인가요?"
이로하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반면 세이아는 여전히 냉정하다.
"딱히 제가 뽑힐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가끔씩 선생님과 꿈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니까요."
냉정해 보였던 세이아의 갑작스러운 마운팅에 학생들은 술렁거리며 일제히 선생님 쪽을 바라본다.
"꿈 공유? 무슨 소리야?"
"그러고 보니 거짓된 성소가 출현하기 전에 그런 말을 했었지..."
"뭐, 영혼 레벨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까요... 저와 선생님은."
세이아는 입가의 옅은 미소를 소매로 가리고 선생님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세이아의 자극에 어금니가 빠드득 갈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진다.
"... 선생님?"
전투는 미숙한 선생님도 느껴질 정도의 살기를 느낀 선생님은 필사적으로 변명한다.
"아니, 그치만 쿠즈노하랑도 꿈을 공유할 수 있는데? 어떤 원리로 연결되어 있는 건지 몰라."
선생님의 말에 세이아는 작게 혀를 찬다.
하지만 새로운 등장인물에 주위는 의아해한다.
"쿠즈노하?"
"누구야?"
"세이아 씨는 만난 적이 있나요?"
"아아, 백귀야행의 실종된 회장으로..."
쿠즈노하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하다가 세이아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선생님을 바라본다.
"쿠즈노하도 저희처럼 키가 작고 왜소한 여자입니다..."
모두의 눈이 다시 선생님을 향한다.
"역시..."
"로리콘인가요?"
말도 안되는 트집이다. 특정 학생들과 꿈을 공유한다고 해서 그것이 선생님의 기호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잘못된 방식으로 도달한 결론은 선생님의 마음을 도려내며 치명타를 입혔다.
멸시하는 듯한 시선에 선생님은 끝내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매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응."
그 한마디에 연민'도 비웃음도 아닌 뜨거운 시선이 선생님에게 쏠렸다.
선생님은 역시 자신들을 좋아한다. 그 사실에 모인 학생들은 흥분했다.
뜨거운 한숨과 촉촉한 눈동자.
방의 온도와 습도가 더욱 높아지고 숨이 막힐 듯 하다.
그리고,
"그래서 첩의 질문에는 언제 대답할 건가."
키사키는 선생님을 재촉한다. 이 중에서 선생님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물론 다들 소중한 학생이다. 선생님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대답하고 싶지만 분위기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통스러울 정도의 침묵 속에서 자판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히나가 일어선다.
"선생님, 끝났어. 자, 약속대로 저녁 먹으러 갈까?"
서두르지도 억지스럽지도 않고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히나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집 밖을 나선다.
방에 남겨진 전원이 허를 찔려 배웅하고 서로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지 5초 정도가 지난다.
"도, 도망갔잖아?!"
"소라사키 히나!!"
"기다려라 선생! 질문에 대답해라!!"
전부 달려나와 현관을 박차고 밖으로 나간다.
선생님을 안고 달리는 히나의 등은 이미 작아져 있었다.
그 히나 앞에 한 명의 학생이 또 나타난다.
"아, 선생님. 여기 키사키 회장님 안 오셨나요?"
"코코나! 미안한데 도망쳐!"
"네?"
히나에게 안긴 선생님은 매화원의 스노하라 코코나에게 손을 크게 흔들며 위험을 알'리려 한다.
코코나는 선생님의 등 뒤에서 달려오는 수많은 학생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에, 선생님. 매화원 2호관이라도 만들려는 건가요?"
"코코나! 그 자를 잡아! 그 녀석이 선생과의 저녁을 독차지할 작정이다!"
"어, 에?"
키사키의 고함이 날아오고 코코나는 반사적으로 총을 겨눈다.
그러나 눈앞의 히나는 사람도 죽일 정도의 안광으로 이미 종막의 디스트로이어를 꺼내들고 있었다.
"꺄아아아?!"
히나의 무자비한 총알 세례를 피한 코코나는 울면서 뛰어든 도랑에 끼어버렸다.
"히나, 위험하잖아!"
"선생님이 우유부단해서 이렇게 된 거야!"
히나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선생님에게 조금 화풀이하며 계속 달린다.
그러나 두 사람 앞을 새로운 벽이 가로막는다.
"아! 선생님! 하고 게헨나의 선도부장입니다! 뭐 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 아리스쨩... 선생님의 뒤를 봐..."
"우왓?! 꼬마 메이드 선배가 엄청 무서운 얼굴로 달려오고 있어요!"
"그 밖에도 본 적 있는 위험한 사람들이 엄청 많아!"
"이거 절대로 관여하면 안 되는 일이야."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게임개발부의 텐도 아리스와 하나오카 유즈, 사이바 모모이와 사이바 미도리는 곧바로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안면이 창백해진다.
"텐도 아리스, 도와줘! 여기서 막지 못하면 선생님이 위험해!"
"에, 어, 네?!"
"아리스, 관여하지 않는 게 좋아! 도망쳐!"
"아, 아뇨! 아리스는 용사입니다! 용사는 동료가 위기에 처했다고 도망치지 않습니다!"
아리스는 히나의 요청에 응해 레일건을 준비한다.
"잠깐만 아리스! 이런 곳에서 빛의 검을 쓰면...!"
선생님의 제지도 허사로, 선생님의 집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조준된 레일건은 강렬한 빛과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을 불태운다.
"빛이여!!"
사선에 있던 엔젤24의 유리창이 부서지고 안에서 소라의 비명이 허망하게 메아리친다.
이후 히나와 레일건을 피한 몇 학생들의 총격전이 시작되었고, 마지막에는 잔해더미만 남은 살풍경한 황야만 남았다.
이 사건 이후 어떤 이유로든 약속없이 선생님의 집을 방문하는 행위는 키보토스 전역에서 금지되었다.
────────────────────
(불명) 모모카 소라 세이아 키사키
128 체리노
139 코코나
142 히나 키사키
143 모모이 미도리
144 무츠키
145 호시노
146 네루
149 세이아
150 유즈
151 이로하
152 아리스
댓글 25
코코나 혀짧아서 키자키회장님이라는거보소
수정;;
와 시발 존나 맛있어
진짜 진짜 미쳤음...

겁먹은 체리노 개커욥내ㅋㅋ
들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