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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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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76일 15:44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그러니까 있지 그 때 세이아 쨩이..."

아직 업무 시간이 끝나지 않은 오후, 지금 선생이 앉아있는 이 상황은 공무의 수행일까 직무의 유기일까.

"선-생-님-"

"으벏..?"

"꺄핫! 무슨 반응이야 그거? 웃겨!☆"

"미안미안... 잠깐 두고 온 서류가 생각나서."

"뭐야~ 지금 공주님 앞에서 딴 생각하기?"

"살려다오..."

감히 예상컨대 분명히 직무의 유기는 아니다.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것을 해결해주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 역시 선생으로서 그가 할 일이었기에

"뭐! 괜찮아~ 지금 선생님의 시간은 내꺼니까! 아하핫!"

특히나 지금 그의 앞에 있는 학생이 미소노 미카라는 점은 지금 그가 상당한 수준의 '고난이도 업무'를 하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근신 이후 파테르 분파를 이끌 적임자의 부재로 인해 사실상 티파티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였으나, 티파티의 권한이 그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까지 막아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선생의 귀에도 수 차례 입력된 사안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개입을 늘리는 것은 미카에게 역효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미카의 의존성이 심화되지 않는 선에서 그녀를 조금 더 신경써주고, 때로는 오늘 같은 충동적인 어리광에 어울려주는 것과 같은 것으로 한정되었다.

"암튼 말야,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분명 나기사가 어디선가 또 다시 히후미에게 미움받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까진 들은 것 같은데..."

"뭐야 그럼 아예 처음부터잖아? 너무해 너무해..."

'이거 이대로면 큰일인데...'

그러나 지금 선생의 상태가 공무에 적합한 상태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의 주치의는 질문자를 경멸하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덜덜...덜덜덜...

지금의 상황은 선생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

"린의 뜻은 나도 잘 알아. 내가 걱정되어서 운을 띄웠구나 하는 것 정도는 이해해."

"선생님..... 선생님ㅡ"

"대신... 대신 말이야."

".........."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단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선생님...."

".....어쩔 수 없는거잖아 지금은."

"다음에 또 올게. 네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탓하지 말고. 알았지?"

".....ㅅ...선..."

"편히 쉬어. 배웅은 괜찮으니까."

-끼익

-덜컥

~~~

가슴 한 켠에는 아직 그가 해야 했을 말이 멤돌고 있었다.

'또 이렇게... 못할 짓을 하면 안 되는데...'

애써 눈 앞의 상황에 집중하고자 하지만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 발생한 집중력의 저하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기 삐이이이이이ㅡㅡㅡ자기는 삐이이이이ㅡㅡㅡㅡ한다고 삐이이이이이이ㅡㅡㅡㅡ있지?"

'아 제발 너까지 왜 그러냐...'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잠잠하던 이명이 하필 이 상황에 재발했다.

다시 한 번 그의 앞에 고통스러운 양자택일의 상황이 조성되었다.

하나는 매우 쉽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 미카가 총학생회 근처를 배회하던 것은 의외로 상당한 수준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그녀를 마주하였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이 시간을 파토내는 것을 내키지 않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였다.

다른 하나 역시 매우 쉽다. 지금 본인의 상태를, 다만 어느 정도 순화하고, 다만 미카의 걱정을 덜어주는 수준에서, 솔직히 이야기하고 오늘의 약속을 다음으로 벌충하는 것. 미카의 당번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지만 세이아의 당번이 보다 앞에 있으니 이런 저런 이유를 든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

'하아.....'

애써 미카와 아이컨택을 하며 충분한 관심을 주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지만, 속으로는 이미 이 국면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에 관한 생각으로 빼곡하던 그 때였다.

"주문하신 오리지널 더블 파르페 글라스 나왔습니다."

로봇 점원이 능숙하게 파르페와 2개의 스푼, 그리고 냅킨을 트레이에 담아 서빙해온다. 가볍게 목례하고 돌아서는 점원을 뒤로 하고 파르페에 눈을 돌린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심플하네."

"그치그치? 근데 있잖아. 이게 원래 파르페의 원형에 가깝다고 하더라고?"

"원...형...?"

"응응! 원래 파르페는 달걀 노른자랑 설탕 시럽을 섞고 생크림을 넣어서 얼린 게 시초라더라고! 나기 쨩이 알려줬어☆"

"이런 부분의 조예가 깊네. 역시 티파티인가..."

'.......이거로 일단은 된 건가.'

말끝을 흐리는 선생의 머릿속이 방금 연산을 끝마쳤다. 대화의 주제가 파르페 쪽으로 옮겨갔다. 확실히,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제3자와의 스토리보다는 눈 앞에 보이는 디저트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더 직관적이었음은 당연지사. 마침 도착한 파르페는 선생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잠시 수습할 수 있게 해준 적시타였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안한 오후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유래없이 괜찮은 일조량, 그리고 해가 점차 땅을 향하며 비추는 광선은 이 시간, 이 공간이 너무나도 평안함을 대변하고 있다.

"어때어때? 입맛에는 잘 맞아?"

".....달다."

"에에... 뭐야 그 재미없는 반응은. 역시 선생님은 조금 더 화려한 걸 좋아하는 타입?"

물론 그 시공간을 향유하고 있는 인간에게 이것은 상당한 수준 고역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그가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미소노 미카다. 이 상황에서 안 그래도 나약해진 자기 자신을 들킨다면 그 여파는 선생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로 확대될지도 모른다.

"그럴리가. 미카의 픽인데, 그저 평소에 먹던 것과 다르게 담백한 맛이려나... 그러다보니 딱 한 마디로 표현할 수밖에 없달까..."

"그, 그래? 아, 아니 맛 없으면 소, 솔직하게 말해줘도 되는데... 아니 그게 그런 뜻은 아니고..."

'음?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이미 스스로의 미각이 상당한 수준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던 선생이었다. 간혹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 역시 있지만, 약을 간혹 빼먹거나, 혹은 오늘과 같이 역치값을 넘는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도루묵이 되어버리던 것이 사실. 그런 그에게 있어 '달다'라는 표현은 어떻게든 쥐어짜낸 표현이었다.

다만 그걸 해명하는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또 다시 공주님을 홀린 모양이다.

'뭐... 이것도 나쁘진 않겠지.'

눈 앞의 미카는 방금 전까지 재잘거리던 입을 멈추고 어느새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파르페를 한 스푼 떠먹고 있었다.

"요즘에는 좀 괜찮지 미카?"

"응? 어떤 거? 나 요즘 엄청 재밌게 살고 있는걸? 세이아 쨩은 건강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 물론 가끔 쥐어박고 싶을만큼 말을 배배 꼬아서 하는 습관을 볼 때면 그냥 누워있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핫 막 이래☆"

"와-오."

짐짓 놀란 듯이 미카의 말버릇을 따라한다.

"하핫! 선생님 지금 내 말투 따라한거? 완전 웃겨! 안 그래도 요즘 나기 쨩이 가끔씩 평정심을 잃고 나처럼 막 조잘조잘거릴 때가 있다니까?"

'아이고 나기사야...'

"어쨌든, 아주 가끔은 무섭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항상 걱정해주는 우리 왕자님이 있으니까 내가 더 두려울 것도 없고."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오랜 친구와 관계가 더욱 깊어졌음을 이야기하는 미카를 보며 선생은 웃음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응?"

"...항상 고마워. 선생님."

갑작스레 연출된 훈훈한 분위기. 누군가 선생의 얼굴을 본다면 머리 위에 물음표가 5개는 떴다고 말해줄 것이다.

"...선생님이 가끔 나를 귀찮게 여기는 거. 나도 알고 있었어. 그치만 그게 진짜로 귀찮아서 그랬던 게 아니란거. 이제는 알 것 같아."

".........."

"응, 언제부턴가 알 수 있었어. 내가 언제까지고 선생님께 의지만 하며 살 수는 없다는 거. 그걸 알려주고 싶었던 거잖아. 동화보다는 훨씬 차가운 이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사리 찾은 두 번째 기회를 조금 더 가치 있게 써주었으면 하는 거잖아. 그치?"

"......미카."

"이제는 나도 알아. 그래서. 나 조금 더 용기 내보려고. 물론 당분간은 나기 쨩이랑 세이아 쨩뿐이겠지만, 나중에는 코하루 쨩도 그렇고, 코하루 쨩의 친구들에게도 다가가보려고. 코하루 쨩은 착한 아이니까. 나 같은 마녀라도 이해해줄거야. 그렇겠지?"

"보충수업부 아이들 말이구나."

"히후미라는 아이는 나기 쨩이랑 친한 것 같으니까 친해지기 쉬울거야. 안 그래도 나기 쨩 요즘 히후미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알아보겠다고 자기 수행원을 막 부리는 거 있지?"

".....그림이 그려지네."

"그리고... 정의실현부에도 친구가 하나 생길 것... 같달까?"

"정의실현부에?"

정의실현부라니, 그것도 정의실현부에서 친구라니, 미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선생으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할 수준이었다.

"뭐야뭐야. 죄수랑 교도관이랑 친해지면 안된다는 이유라도 있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나 수감자 취급하면 너무 상처인걸?"

"아, 아니, 그, 그건 아니고..."

"푸핫! 뭐야 지금 표정! 웃겨!"

-찰칵

"미, 미카?"

"그래도 이건 갖고 가야겠어. '뭐야 미카인가'라고 모모톡한 것에 대한 복수야. 그래도 되지?"

어쩔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사실 미카의 말은 지금 자신과의 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바람에서 온 것임을 선생은 잘 알고 있다.

"그건 그렇고. 정의실현부 아이들하고 친해진거야?"

"그 있지있지, 이치카 쨩이라고 알아?"

"음, 알지. 성실하고 다재다능하고, 성격도 좋지. 싹싹한 아이라서 나도 좋아하는 아이야."

"나한테는 불량학생이라고 해놓고선. 너무해~"

"아무튼. 이치카랑 친해진거야?"

"코하루 쨩이랑 돌아다니다 만났어. 처음에 너무 깍듯이 대하길래 조금 미안하긴 했지만?"

선생의 뿌연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그려진다. '안녕하심까~ 나카마사 이치카라고 함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을

'이치카도 한 번 만나러 가야겠네.'

"아무튼 그러니까 있지. 나도 예전처럼 말썽피우는 문제아처럼 굴지는 않으려고 해."

선생을 바라보는 미카의 황금색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 응, 나를 이렇게 이끌어줘서. 고마워요. 선생님."

그녀의 신비는 간혹 물리현상을 무시하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운석을 내다 꽂는다거나 하는 것들.

선생이 생각하기에. 이 곳의 분위기가 조금 더 따뜻해진 것도, 그녀의 말에서 나오는 하나의 마법같은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카가... 존댓말...?"

"아 진짜! 나 지금 엄청 부끄럽단 말이야! 근데 그런 반응할거야? 그리고 지난번에 기억 안나? 롤케이크 초콜릿. 받아주세요! 라고 했었는데!"

'그래 역시 이래야 미카지.'

그렇게, 마치 마법과도 같이 훈훈해진 이 공간에서 둘의 대화는 '일단은' 순항중이었다.

~~~

20XX년 XX월 XX+76일 16:44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흥신소 68 사무실

한편, '전혀' 순항중이지 못한 이 곳의 분위기는 어떨까.

".........."

".........."

".........."

분명히 말하건대, 현 시각과 장소를 적은 윗 단락에는 추호의 오류도 없다. 다만,

"아이고....허리야.... 이번에는 너흴 체포하러 온 것도 아닌데...."

".......그으으으러니까아아아....음...."

흥신소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소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선도부의 시로미 이오리였기 때문이다.

"대체 너희들은 어떤 폭탄을 안고 있는거야..."

"아마 노크 소리에 사장이 놀라 자빠지면서 하루카가 폭주한 것 같은데, 지금 사장도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할 상태는 아닌 것 같아서.... 내가 대신 사과할게."

완전히 그로기에 빠진 아루, 그 옆에서 차마 평소대로의 죄송합니다 연발도 못하고 그저 머리를 숙이고만 있는 하루카, 손님맞이용 다과를 준비하러 자리를 비운 무츠키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은 카요코 뿐이었다.

"아니다... 애초에 평소였으면 여기는 내가 오지도 않았을거고... 너희는 우리 내부적으로도 그렇게까지 '큰 위협'으로는 분류하고 있지 않으니, 내 잘못이라면 잘못인거지..."

"대체.... 그럼 큰 위협이라는 건..."

"......온천개발부."

"아."

선도부의, 자체 위험성 평가를 신뢰할 수밖에 없던 한 마디였다. 얼마 전에는 밀레니엄의 빗물처리시설에서 테러를 일으키려다 미수에 소식을 얼핏 알고 있던 카요코는 단박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짜잔~ 마실 거 갖고 왔어. 뭐로 마실래?"

".....물로 줘."

"뭐야~ 은발 쨩은 수수한 타입~? 쿠후훗!"

"대체...."

"무츠키 나름의 환대니까 너무 괘념치는 말아줘."

"뭐, 그런건가."

"그건 그렇고 은발 쨩~ 여기는 어쩐 일이야? 설마, 우리에게 의뢰할 일이라도 있는거야?"

물을 나눠주며 무츠키가 묻는다.

".......파견 근무라고 해야 하나..."

"아이고 머리야.... 으에헭?! 선도부우우우우우?!"

그 순간 정신을 차린 아루는 우주적 공포를 체험하고야 말았다. 물론 그 선도부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오리 역시 선도부의 일원. 불량학생으로 낙인 찍힌 흥신소 68의 사장으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잠깐!!!! 나 너희들 체포하러 온 거 아니라고!!"

"딸꾹."

"하아... 오늘따라 미안할 일이 더 많은 것 같네."

"궁금한걸? 파견근무라니 무슨 중차대한 일을 맡은거야? 알려줘 알려줘~"

~~~

20XX년 XX월 XX+70일 13:01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게헨나 선도부

"당분간 머리 좀 식히고 와 이오리."

"무슨 소리야 부장? 지금 여기에서 나까지 빠지면 어떡하라고? 이미 치나츠도 빠졌잖아?"

"알아. 하지만 이오리, 요즘 네 얼굴은 보고 다니는거야?"

"무슨...!"

대관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하던 이오리에게 어디선가 아코가 나타나 손거울을 건넨다.

"으악! 아코 쨩 말은 하고 튀어나와!"

"잘 보기나 하세요 이오리. 지금 당신 얼굴을요."

"무슨............아...?"

"지금 당신 표정이 아주 볼 만하거든요? 누가 보면 선도부가 인권도 없이 사람을 마구 부려먹는 블랙기업인줄 알겠어요 아주?"

"틀린 말은 없ㅡ"

"아무튼. 좀 쉬다 와. 이번에 충원된 아이들도 실무 경험 쌓는 과정은 필요할테니까. 전혀 네가 필요없어서가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지금 네 표정에서 피로만 읽히는 건 아니니까."

".......부장은 태연하네."

"그럴리가. 다만 내 앞에 놓인 것들이 이오리의 그것과 같지 않고, 굳이 내 앞에 놓인 것들을 이오리가 같이 치워줄 필요는 없을 뿐이야. 쉬다 와."

".....그렇게 말해도 어디로 쉬러 가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샬레... 는 지난번에 선생님하고 싸운 거 아직 못 풀었지?"

"이오리가 선생님하고 싸워요?"

아코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저 반응은 두려움인가, 아니면 왠지 모를 흥분인가.

".........."

"정 아니다 싶으면 흥신소의 문제아들하고 같이 지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 지난 번 색채 침공 당시 이야기를 아코에게서 들었는데, 꽤 괜찮은 아이들이라고들 하던데."

"뭐, 물론 카요코 씨야 검증된 인사지만, 나머지 3명도 선생님하고 관계가 꽤 괜찮은데다가, 심지어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니까요. 그냥 딱 거기까지. 다른 의도는 없어요?"

"나 뭐라고 말 안 했는데 아코 쨩."

"아무튼, 당분간은 몸도, 마음도 좀 식히고 와. 이건 지시사항이야.

~~~

자신의 상사가 했던 말을 떠올리는 이오리였다.

'아오 부장... 그럼 괜찮은 명분이라도 하나 만들어주지 그랬어...!'

그러나 이제 와 원망한들 어찌하겠는가. 애초에 생각보다 몸이 앞선 건 이오리 자신이기도 하니.

".......이곳 블랙마켓에서 당분간 지내게 될 예정이야. 판자촌도 그렇고, 최근 일어나는 기현상도 그렇고.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

"....최소한 우리 때문에 여기에 파견 온 건 아니라는거지?"

"뭐.... 그렇지."

"그, 그러면 우리는 왜 찾아온거....야?"

이미 이 상황에 완벽히 적응한 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던 무츠키와 카요코와 달리, 여태 주눅들어 있던 아루였다. 그런 그녀가 조심스레 한 마디를 꺼낸다.

"그야.... 그나마 면식이라도 있는 건 너희들 뿐이니까... 그나마 이곳의 질서라든가 같은 거라도.... 잘 알까 싶어서... 그게..."

"그러니까 은발 쨩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거구나? 그치그치! 내 말 맞지!"

"윽, 너무 들러붙진 말아줘..."

"뭐... 여기라고 크게 다를 건 없어. 그저 조금 더 과격한 방식이랄까, 물리적인 대응이랄까, 그런 것들이 많을 뿐이야."

무츠키의 거리감에 당황하던 이오리의 템포를 겨우 카요코가 진정시킨다.

사실 카요코의 말은 팩트에 가까웠다. 본래 세력 다툼을 하던 헬멧단들이나 기타 불량학생들도 최근 들어 그 활동이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에, 블랙마켓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화로웠다.' 다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그런가....."

"그건 그렇고 은발 쨩 잠잘 곳은 있어?"

"에.... 잠잘 곳?"

"설마... 노숙할 생각은 아니지...? 선도부가...?"

"그, 그럼! 당연히 이, 있지!"

'크후후... 없구나~?'

'없네.'

'선도부가 노숙...?'

무츠키, 카요코, 아루의 생각이 통일되는 그 순간이었다.

"뭐야 그 눈빛은!! 나 잘 곳 있거든!! 그리고 그렇게 보지 마! 나를 동정하는 것 같잖아!"

"그... 그치만 여기는 정말로 무법지대인거 알....지?"

"사장 말이 맞아. 여기서 하루 노숙을 했다간 다음 날에는 알몸으로 발견될 수도 있는 곳이거든."

여전히 페이스를 잡지 못하고 있는 아루를 카요코가 거들어준다.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이오리의 표정은 직전 흥신소의 속마음을 검증하는 증거가 되어주었다.

"ㄷ, 됐어! 정보는 고맙고! 나는 갈게!"

"뭐야... 이렇게 가는 거야 은발 쨩~?"

"은발 쨩이라니 누가 은발 쨩이야!!"

"그치만~ 여기서 노숙하면... 춥고... 외롭고... 무섭고... 무츠키는 그런 거는 싫은데 말이지~"

"으으.... 몰라! 어떻게든 될거야!"

"그, 저기!"

여태 말을 절던 아루가 처음으로 용기 내어 던진 다음 문장은 이오리에게 있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갈 법한 말이었지만,

"여... 기 빈 방이 하나 남긴 한데.... 필요하다면... 쓸래? 어차피 찾아와준 것도 그렇고... 밖에서 노숙하다가... 같은 게헨나 출신 학생이 털리는 걸 보면 조금... 그렇기도 하고..."

".........뭐?"

동시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기도 했다.

"뭐야뭐야~ 아루 쨩 이제는 낯선 손님에게 흔쾌히 방을 빌려주는 여유까지 가진 진짜 무법자가 되어가고 있잖아?"

"그, 그럼! 이 정도의 관용은 하, 하드보일드한 무법자의 기본 소양이잖아?!"

"에휴... 어쨌든 잘 생각해. 여기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꼽자면 나는 벽과 지붕을 꼽겠어."

".........그럼... 그..."

차마 자존심이 허락하지는 않았던 것인지 이오리가 말끝을 흐린다.

"....몰라...좋은게 좋은거겠지."

그렇게 이오리와 흥신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

20XX년 XX월 XX+76일 16:12

선생 치료 시작 76일째, 카페 '파르페 킹덤'

"그건 그렇고 선생님."

"응?"

"선생님은 어떻게 지냈어? 내 이야기만 하다 보니까 선생님 이야기도 궁금하단 말이지? 안 그래도 지난 번 회의 때 좀 더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단 말야."

"글쎄... 내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한거야?"

"하핫! 뭐야 그거. 공주님이 왕자님의 데일리 리포트를 궁금해하는건 당연한거잖아☆"

"아하하... 그런가."

"그럼그럼~! 또 지난번에는 휴가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궁금하고. 응, 우리 좀 자주 못 봤었잖아?"

"확실히.. 그랬지."

분명히. '아직은' 순항중이었다.

~~~

분명 저는 오늘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버저비터를 때려박았습니다. 마감 맞추는 진짜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이게 어떻게 되는겁니까. 이제 내일 자정까지 제출해야 할 논평문 작성해야 하는데 아주 큰일입니다 이거. 그래도 뭐 어쩝니까. 건강보다 연재라고 가스라이팅 당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거죠 뭐.

미카 관련해서 지난 화 댓글에서 많은 의견을 달아주셨습니다. 미카가 의도치 않게 트리거를 건드려 선생이 망가지지 않겠냐 하시던 분들도, 그럼에도 미카 때문에 선생이 망가지는 건 별로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조금 고민중입니다. 어디로 가든 나중에 다시 합쳐지는 구조라 크게 무리는 없는데, 미카 창작물이나 핫산을 찾아보니 생각이 이리저리 복잡해지더군요. 일단은 끝까지 고민하다가 제가 좀 더 땡기는 걸로 집어넣을 생각입니다. 네, 제 현생 피폐농도가 영향을 미칠 예정입니다(?)

다음 화는 일단 빠르면 주말 예상중입니다. 이번주 금요일에 왠 세미나를 저녁 시간에 한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약간 계획이 틀어졌지만 잠 좀 덜 자고 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문에, 논평문에, 원고에, 3중으로 글쓰기 하다가 원고를 헷갈리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저와 달리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한 주를 보내고 계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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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0.16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55)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52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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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10.16 23:45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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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2

나
ㅇDC
ㅇㅇ124.10.16

선개추 후감상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16

정말고 마워요

ㅇDC
ㅇㅇ224.10.16

어우 센세랑 미카 둘이 다른 방향으로 정병이 있으니 조마조마하네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16

그 화약고에 불을 붙이면 얼마나 화려하게 폭발할까요

ㅇDC
ㅇㅇ324.10.16

미카랑 선생 엮이는건 진짜 조마조마하고 흥신소 이오리 동거는 상상도 못했던 내용이네ㅋㅋ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16

사실 이오리도 굳이 따지면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려있긴 한데, 히나가 시로코 테러와의 싸움에서 개입하면서 좀 흐지부지된 경향이 없잖아 있죠. 저는 모든 학생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휴가를 좀 주려고 합니다

ㅇDC
ㅇㅇ424.10.16

센세 정병 터지면 미카랑 둘이 서로 폭주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까 너무 무섭다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16

오 재밌겠다

ㅇDC
ㅇㅇ424.10.16

어어

ㅇDC
ㅇㅇ524.10.16

삭제된 댓글이에요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0.16

동시연재중입니다! 두 곳 다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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