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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피폐?) 선생님이 6일 뒤에 죽는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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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ARWpSzGfWpY

* BGM 반복재생 추천

(PC 반복재생 : 화면 우클릭 -> 연속 재생)

(모바일 반복재생 : 톱니바퀴 모양 -> 옵션 더보기 -> 연속 재생)

*

해가 뜨지 않은 것 같다.

하늘이 조금씩은 밝아진 것으로 보아 해는 뜨긴 뜬 것 같다만, 꼭두새벽부터 하늘을 뒤덮어버린 비구름 때문에 해가 정말 뜬 건지 안 뜬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지하철 출구로 나온 하야세 유우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제 자신의 우산을 펼치면서 튀어오른 물방울들을 뒤집어쓰고 말아, '짜증' 이라는 감정이 몸 여기저기를 간지럽히는 것 같다.

어둑어둑한 하늘.

꿉꿉한 공기.

꿀꿀한 기분.

삼박자만 있어도 불쾌할 하루에, 하늘에서 내리붓는 빗줄기가 화룡점정을 찍고 있었다.

"......최악이야, 오늘."

저도 모르게 중얼중얼 내뱉은 그 말이, 아마 길거리의 모두를 대변하는 말일 것이다.

문득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무언가.

힐끔 제 옆을 바라보면, 자신보다 두 배는 더 힘들어하는 동행자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뿔싸.

이런 날씨라면 자신보다 두 배, 아니, 몇 배나 힘들어 할 이 사람 앞에서 불평불만이라니. 은근한 결례였을지도 모른다.

"아......미안해, 이로하 씨. 이로하 씨는 나보다 더 힘들텐데......"

"......괜찮아요. 익숙하니까."

괜찮다는 말과는 달리, 벌써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이로하의 풍성한 머리는 제법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우산을 펼치며 세 배는 더 길게 내뱉는 그녀의 한숨이, 그녀가 비 내리는 날마다 얼마나 곤혹을 겪고 있는지 몸소 증명해주는 것만 같았다.

"뭐...비 내리는 날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니까요."

"힘들면...나 혼자 가 봐도 괜찮았는데."

유우카의 말에 이로하가 고개를 저었다.

전철 첫차를 잡아타고 D.U. 시라토리 구까지 오는 여정이, 하필 날씨 때문에 곱절은 더 피곤했을 터였다.

그럼에도 이로하는 유우카의 걱정을 일축한다.

"아뇨. 저도 좀 신경쓰여서요. 아침의 선생님이."

"어제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오늘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

히나와 호시노까지, 셋이 함께 묵었던 날. 다행스럽게도 선생은 별다른 이상 없이 자신들을 반겨주었다. '매일 나빠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면서.

오늘은 어떨련지.

그러한 걱정에 어제의 일도 제대로 해치우지 못 한 건, 비단 유우카 뿐만은 아닌 모양이다.

"회의, 9시부터죠?"

이로하의 물음에, 유우카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응. 대행한테는 그 전까지 선생님 모시고 가겠다고 했으니까, 이로하 씨랑 나랑 선생님을 모시고 가면 돼."

두 개의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도, 젖은 아스팔트 길을 걸어가는 발걸음도, 두 다리에 낼름 달라붙는 물방울도, 그리고 온몸에 늘러붙는 습한 공기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선생님 몸이 괜찮으시면 아침 식사라도 차려드리는 게 낫겠네요."

어느 것 하나 상쾌하지 못해서, 이로하는 애써 일상적인 이야기를 입에 올렸다.

"응. 선생님, 혼자 계시면 식사는 대충 해결하시니까."

"유우카 씨는 요리 잘 하세요?"

"나? 으음......그, 뭐라고 할까......못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유우카는 우물쭈물 얼버무리며 시원찮게 대답한다.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샬레에 종종 식재료 사다놓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실력 발휘에 나선다고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괜시리 주방 넘보지 말고 완성된 거나 사 오라고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좀 껄끄러운 말들을 간신히 속에 파묻어버리고, 때맞춰 신속하게 화제를 돌리기로 한다.

"다 왔네, 샬레. 역시 둘이 오는 게 시간이 잘 가는 것 같아."

"...그러게요. 평소 올 때보다 빠른 것 같네요."

눈 앞의 이 아이도, 유우카 자신이 샬레에 뺀질나게 드나드는 멤버 중 하나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 쪽도 구태여 '평소' 운운하며 자신의 샬레 방문 경험을 어필하는 것이겠지.

샬레 건물로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 층 수를 누른다. 약간의 고양감과 함께, 두 사람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상승한다.

"...저기, 선생님은...요새 왜 연락이 안 되세요?"

머뭇거리던 이로하가 조심스레 질문을 꺼낸다.

"연락?"

"네. 전화도 안 받으시고, 모모톡도 안 읽으시고..."

사실, 이상함을 느낀 학생들이 전화나 모모톡을 보내지 않았을 리가 없다.

오늘 뭐하시냐고, 찾아가도 되냐고, 왜 당번이 중단됐냐고. 그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당장 이로하 본인도 '괜찮으시냐' 는 모모톡의 답장을 받지 못했으니까.

"......선생님 있지, 사실 생각보다 엄청 힘드신가 봐."

유우카의 대답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멈춰선다.

스르륵 열린 문으로 애매하게 꿉꿉한 공기가 순식간에 들이닥치고, 두 사람은 그 찝찝하고 습한 복도 한가운데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개인적인 연락은 받고 싶지 않으시대. 지금 평소처럼 개인적인 일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간 무너질 것 같다고 하시더라."

"...회의 때는 그런 내색 안 하셨는데요. 아무리 선생님이라도 흔들리는 걸까요?"

"그런가 봐. 죽음이라는 게 어떤 일인지 우리들은 잘 모르잖아? 근데 선생님은 외부에서 오셨고, 누군가가 죽는다는 일을 많이 겪어보신 것 같아. 그래서 더 힘들어하시는 게 아닐까...싶어."

아무도 없이 스산한 복도를 걸어, 아무도 없는 집무실을 지나, 두 사람이 샬레 집무실 문 앞에서 멈춰선다.

두런두런 나누던 선생 이야기가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버렸고, 또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났는지도 모른다.

어제 아침엔 멀쩡했던 선생이기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하필이면 잔뜩 겁에 질려 전화했던 노아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간다.

선생의 다리가 이상한 것 같다고.

반쯤 울먹거리기까지 하던 노아의 목소리는 썩 충격적이었던지라, 완전기억 따위 없어도 잊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 때의 혼란이 오늘도 찾아오게 될까.

아니면 어제의 아침처럼 안도감이 찾아올까.

"......들어갈까, 이로하 씨?"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체감하기 위해, 일부러 옆에 있는 이로하에게 말을 건넸다.

"네. 들어가죠."

이로하 역시도, 그런 유우카에게서 뭔가 켕기는 기분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일부러 그녀를 스윽 쳐다보면서 대답한 것이겠지.

좋아.

하나. 둘. 셋.

속으로 마음을 다잡은 유우카가 마침내 수면실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 무거울 것도 없는 그 문이 어찌나 무거운 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려버렸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조그맣게 실눈을 뜬 채로, 문을 천천히 밀면서 서서히 앞을 바라본다.

조금씩 조금씩 시야가 트이며, 괜시리 공포스럽게 느껴지던 상황을 눈에 넣기 시작한다.

아마 어느 정도는 낙관적으로 보았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선생이 쓰러진 모습을 본 것도 자신이 아닌 노아였고, 일어나자마자 절망에 겨워하던 선생을 직접 본 것도 노아였으니까.

유우카 자신에게 있어 아침의 선생이란, 언제나처럼의 미소를 지어주는 선생일 뿐이었다.

비극적이게도, 오늘 아침은 아니었다.

선생은 침대 밖으로 상반신의 일부만 걸친 채 엎어져있었고, 침대 밑에는 그의 것으로 보이는 토사물이 가득이었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왼팔을 침대 밑으로 축 늘어뜨린 채로,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서, 선생님?! 선생님!! 괜찮으세요?!"

머리로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하야세 유우카는 반사적으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아침이 전혀 평온치 않다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보단 우선 그를 챙기는 것이 먼저였다.

"왜, 왜왜, 왜 그러시는데요?! 괜찮으세요?!"

부리나케 달려들고선 정작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유우카는, 일단 다급히 쪼그려앉아 그의 안색부터 살핀다.

초점잃어 흐릿한 눈동자의 선생은 입에서 끈적한 타액을 흘려가며, 그저 고꾸라져 바닥만 멍하니 바라보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제 옆의 유우카마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듯, 그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듯,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하고 헐떡거렸다.

"제 말 들리세요?! 선생님!! 선생님?! 이, 이게 대체......괜찮으세요?!"

괜찮냐는 말밖에 반복하지 못한다.

상황이 어떠하니 어떻게 해야한다는 단순한 계산조차 하지 못 할 정도로, 유우카 눈 앞의 상황은 실로 급작스러웠다.

그래, 맞아.

순간 떠오른 단 하나의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이로하 씨, 빨리 구급차! 빨리!!"

"......어, 아...아, 네, 네...!"

나츠메 이로하는 유우카 이상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같이 온 유우카는 순식간에 평정심을 잃고 그의 곁에서 절규하듯 그를 부르짖었고, 마치 이 모든 것이 스크린 너머의 영화를, 종잇장 너머의 소설책을 보는 것 같았다.

제 자신을 돌아보며 구급차를 부르짖는 유우카를 잠시 바라보고 나서야 자신이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았고, 그제서야 문득 정신을 차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버벅거리는 손으로, 제 휴대폰의 비밀번호까지 두어 번 틀리고 나서야 간신히 긴급번호를 눌러 통화를 걸 수 있었다.

"...아, 119죠? 여, 여기 샬레인데요. 선생님이--"

선생의 안색을 살피는 도중에도 계속 이로하를 돌아보며 안절부절 못 하던 유우카는, 그녀가 마침내 구급대와의 통화에 들어가자 다시 그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선생님, 제 말 들리세요? 이게 대체..."

선생이 천천히,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드, 들리세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유우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이 이토록 반가울 수 있을까.

막연한 공포에 정신없이 잡아먹히는 와중에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하마터면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네, 네! 저 유우카에요, 선생님!! 이, 일어나실 수 있겠어요?!"

유우카가 그를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때맞춰 신고를 끝낸 이로하도 황급히 다가와 그녀를 돕는다. 부들부들 떨리는 왼팔을 잡는 이로하의 눈동자가 그 팔마냥 동요한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앉을 수는 없을테니, 벽에 기대어 앉게 해야 할 터였다.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키려던 선생이, 돌연 오른팔을 더듬어 유우카의 팔을 잡았다.

그건 의지한다기보단, 넘어지려는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것을 꽉 잡으려는 것에 가까웠다.

손가락이 팔을 파고드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는 통증에, 유우카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그 이상으로 무언가 스산한 느낌이 들어, 옆에서 선생을 부축하는 이로하에게 잠시 멈춰보라는 듯 눈을 돌렸다.

"이로하 씨, 잠시만--"

유우카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조금씩 들린다 싶던 선생의 머리가 기어코는 아래로 고꾸라지더니, 고통스러운 듯한 단말마와 함께 다시 한 번 토사물을 쏟아낸다.

엉거주춤한 자세여서 그랬는지, 철퍽거리며 쏟아지는 토사물의 일부가 침대 매트리스 옆면에도 튀어버린 모양이지만, 사색이 되어버린 유우카와 이로하에겐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이젠 거의 남은 것도 없는지 액체만을 게워낸 선생이 다시 한 번 가쁜 숨을 몰아쉰다. 밤새 부스스해졌던 머리가 식은땀으로 잔뜩 범벅된 꼴이, 지금 그가 벌이는 사투를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서...선생님......"

"그, 저...이, 일단 이로하 씨, 그 쪽 벽으로 선생님 기대시게 할게!"

낯빛이 어두워지던 이로하가 유우카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구역질을 끝낸 선생을 천천히 부축한다.

다리를 천천히 돌리고, 침대 위 이불을 잔뜩 헝클어뜨리면서 그의 몸을 벽에 천천히 기대게 한다.

마침내 벽에 기대어 앉아 고개를 치켜든 선생은, 감지도 못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그저 숨을 고른다. 탈진해버렸는지,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물......"

"네? 아, 물! 마, 맞아요. 지금, 지금 떠 올 테니--"

"--제가 떠 올 게요, 유우카 씨. 그러니 유우카 씨는 선생님을 봐 주세요."

그녀의 옆에 서 있던 이로하가 재빨리 일어난다.

지금은 아마 자신보다 유우카가 있는 편이 더 도움 될 것이라고, 이로하는 속쓰린 계산을 빠르게 끝낸 모양이었다.

유우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이로하는 부리나케 수면실을 빠져나갔고, 유우카는 숨을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을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래. 일단 연락을 하자.

유우카는 용케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내었고, 이에 두 번, 세 번씩 확인했던 제 핸드폰을 꺼내들어 급히 주소록을 뒤적인다.

당장 이 사실을 알려야 할 사람의 이름을 찾아내, 초록색의 발신 버튼을 누른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오늘따라 더욱 길게 느껴지는 연결음이 야속했다.

뚜루루루.

뚜루루루.

평소와 다름없이 몇 번 울리지도 않았건만, 괜시리 속이 타 저도 모르게 찡그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 ...네. 나나가미 린입니다. ]

마침내 전화가 연결되었고, 나나가미 린은 평소와 다름없는 지극히 무뚝뚝한 목소리로 수신인을 알려온다.

"대, 대행! 큰일났어!"

[ ...이 아침부터 무슨 일이시죠? 선생님께 무슨 문제라도? ]

린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과장된 표현. 아마 그 정도일 것이겠지.

그녀의 등골을 오싹하게 할 만한 사실은, 유우카의 입에서 부정이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그게 아니라며 단박에 부정하고 용건에 들어가야 할 사람이, 잠시간 머뭇거리며 우물쭈물해하고 있었으니까.

"그......선생님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 ......어떤 상태시길래 그러시죠? ]

"아침에 모시러 나왔는데 엎어져서 토하시고, 손도 막 떠시고...땀도 엄청 흘리셔."

잠시간,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전화통 너머의 린도 사태 파악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양이었고, 그 찰나의 시간이 유우카에게는 그저 답답하게 흐르는 무의미한 시간같이 느껴질 것이다.

[ ......회의에 참여하시는 건 어려우실 듯하네요. 구급차는 부르셨습니까? ]

"으응. 부르긴 했는데......대행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 회의까지 한 2시간 좀 더 남았는데...일단 그리로 가겠습니다. 시간을 좀 미루던가 일정을 조정하는 게 낫겠군요. ]

"그, 그러면 일단 대행이--"

유우카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붙잡고 있던 전화를 나츠메 이로하가 조심스럽게 빼가면서, 그녀가 들고 온 물컵을 유우카에게 건넸기 때문이었다.

지금, 뭐하는?

생각조차 끝맺지 못했음에도, 자연스럽게 전화를 든 이로하가 물컵을 그에게 건네주라는 듯 눈짓을 한다.

"만마전의 나츠메 이로하입니다."

[ ......같이 계셨군요. ]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하시는 게 좋아 보이네요."

그녀는 회의 일정을 미루는 데에 반대하는 듯하다.

"구급차는 금방 올 거고, 선생님 말씀대로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요. 뭔가를 논의하고자 한다면 미룰 시간은 없잖아요. 여긴 선생님을 잘 아는 유우카 씨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저희가 알아서 해 볼 테니, 대행은 대행의 일을 하세요."

[ ...두 분이서 괜찮으시겠습니까? ]

린의 반문.

그녀 자신이 샬레로 온다고 해도 무언가 당장 변하는 건 없다. 그 점은 린 스스로도 뼈저리게 통감하는 사실일 것이다.

무언가 할 수 있다기보단, 그 상황에 있기엔 혼자보단 둘이, 둘보단 셋이 낫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 노아 혼자서 겪었을 그 상황이 얼마나 공포에 질릴 만한 상황인지, 아마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이로하가 슬쩍 고개를 돌린다.

미온수가 담긴 컵을 조심스럽게 건네고, 그가 컵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보조하는 유우카가 보인다.

"아마 괜찮겠죠.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니까..."

[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는 이 쪽에서 제 일에 주력하겠습니다. 상황이 수습되면 어느 병원인지, 증상은 어떤지 꼭 알려주십시오. ]

"네. 그러죠."

린도 내면의 미련을 깔끔히 단념했는지, 현장을 이로하와 유우카에게 맡기는 모양새다.

결국 이러저러한 사정을 다 떠나 비즈니스적으로 가장 강하게 묶인 건 그녀였고, 그렇기에 골치아픈 문제를 그녀가 어느 정도는 풀어내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로하는 전화를 끊었고, 물컵을 내려놓은 유우카에게 다가가 그녀의 휴대폰을 슬그머니 내밀었다.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저희는 선생님을 살피는 데에 주력하는 게 좋겠어요."

"아, 응. 이로하 씨가 있어서 다행이야."

"...아뇨, 저도 똑같아요. 유우카 씨가 있어서......다행이에요."

혼자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면, 아마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자신은 선생의 비참한 아침을 처음 봤고, 억지로 아침 식사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 들었으니까.

혼자였다면......지금도 안절부절해하며 아무것도 못 했을지도 모른다.

"...선생님. 제 말 들리세요?"

선생 쪽으로 시선을 돌린 이로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태를 묻는다.

어느 정도는 진정되었는지, 천천히 숨을 내쉬던 선생이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된 건지...말씀하실 수 있겠어요?"

선생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눈을 감은 채였지만, 막 게워내던 때보다는 진정된 모양새였다.

누군가가 복도를 달려오는 소리.

두세 명 정도 되어보이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급히 출동한 구급대원들이리라.

"......유우카, 이로하......"

"네. 저희 여기 있어요. 말씀하세요."

힘겹게 두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로하가 최대한 부드럽고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채, 벽에 기대어 앉은 그 자세 그대로 입을 열었다.

"......고마워. 덕분에......"

'덕분에' 뒤에 올 말은 알 수 없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려던 선생이, 마치 거대한 고목이 넘어지듯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선생과 눈을 맞추려던 이로하도.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유우카도.

1초 남짓 되는 찰나동안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서, 선생님!! 정신 좀 차려보세요!!"

드라마같은 타이밍이라고 해야 할까.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두 사람의 비명을 들은 것인지, 재빨리 방을 찾아 뛰어들어온다.

"구급대입니다! 환자분 보호자 되시나요?"

"아, 네! 바, 방금 또 쓰러지셔서......"

유우카의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에, 구급대원 중 하나가 재빨리 선생의 용태를 살핀다.

나머지 한 사람은 들고 온 들것을 재빨리 펼쳐, 신속하게 선생의 후송을 준비한다.

"우선 병원으로 이송하겠습니다."

"...잘못 되신 건 아니죠?"

"우선은 단순 기절 같지만...환자분 증상이 어땠죠?"

선생을 살피는 구급대원이 그를 살피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안위를 물어오는 이로하에게 대답한다.

이로하가 유우카 쪽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인 유우카가 구급대원에게 대신 설명한다.

"그...저희가 들어왔을 땐 구토를 하고 계셨어요. 침대 위에서 쓰러져 계셨고...왼팔은 계속 떨고 계셨고, 땀을 엄청 흘리셨고......"

"알겠습니다. 동행하실 보호자 분은 어떤 분이시죠?"

유우카가 멈칫한다.

아마 두 사람 다 타고 가기는 힘들 것이다. 응급 조치를 해야하는 구급대원에 보호자 한 명. 구급차 뒷자리는 아마 그걸로 끝이겠지.

당장 따라 나서야 마땅하겠으나, 자신과 동행한 이로하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제가 가겠다고 하는 것도 안 될 말이다.

"가세요, 유우카 씨."

허나, 이로하는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다.

"어...?"

"저보다는 유우카 씨가 이번 일을 먼저 알았잖아요. 유우카 씨가 가시는 게 상황 변화를 파악하는 데에 유리해요. 그러니까 가요."

"그, 그래도 이로--"

"--시간 없어요. 빨리 가요!!"

벙찐 표정의 유우카를 향해, 이로하가 단호하게 일갈한다.

그 일갈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느낀 것인지, 잠시 머뭇거렸던 유우카가 이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 부탁할게, 이로하 씨."

"알려주셔야해요. 어느 병원인지."

그 사이에 분주히 움직이던 구급대원들은 선생의 후송 준비를 끝마쳤고, 유우카가 그 구급대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갈게요."

"알겠습니다. 따라 오세요."

구급대원들이 선생이 누운 들것을 밀며 앞장서고, 유우카가 그 뒤를 따라 수면실을 박차고 나간다.

세 사람의 발소리와 돌돌거리는 바퀴 소리가 분주히, 조금씩, 서서히 멀어져가다가, 이내 어느 순간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이로하는 적막만이 남은 수면실에서, 벽에 기댄채 스르르 미끄러져 주저앉는다.

( ......머리 아파요.)

정신없이 지나간 폭풍에 혼을 쏙 빼앗긴 느낌.

어째서 그랬을까.

어째서 선생님은 그렇게 쓰러진 걸까.

어째서 유우카를 보호자로 보냈을까.

어째서 자신이 아닌 유우카를 그 곁에 남겼을까.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생각을 뒤로 한 채, 나츠메 이로하는 깊고 깊은 한숨을 내뱉어버렸다.

* *

"무, 무슨......전화였나요?"

이와비츠 아유무가 짐짓 걱정되어서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물어온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한창 회의 준비로 바쁘던 나나가미 린에게 전화가 걸려오더니, 돌연 심각해진 표정의 린이 회의를 미루네 마네, 그 쪽으로 가네 마네, 그런 말들을 입에 올렸으니까.

"별 일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과연, 린은 개운치 않은 말로 대답했다.

"선생님의 상태가 악화된 것 같습니다. 토하시고 손 떠시고......뭐 그런 증상요."

"그, 그런......"

덤덤한 린의 목소리에 아유무가 심히 우려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식중독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병원에는?"

"구급차를 불렀답니다. 금방 결과가 나오게 되겠죠."

오키 아오이 또한 말이야 식중독 운운했지만, 그의 몸에 언제 무슨 병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린의 대답에 별 사족을 달지 않고 고개만 끄덕인 것이겠지.

"...그래서, 선배는 어떡할 거야? 선생님한테 가 볼 거야?"

"아뇨. 저희는 우선 저희의 일을 합니다."

아오이의 질문에, 린은 단호하게 회의 추진의 속내를 내비친다.

"선생님의 몸상태는 점점 안 좋아질 겁니다. 그 때마다 저희가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봤자 뚜렷한 차도는 없습니다. 한시가 시급하니, 회의를 진행해 최대한 틀을 잡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동의해. 마음은 무겁지만......"

린의 말은 썩 정론이었다.

한 번 두 번 미루다 보면, 결국 미뤄진 일정으로 인한 나비 효과가 불어닥칠 것은 자명했으니까.

다행스럽게도 오늘의 아침 또한 그와 함께 하는 학생들이 있으니, 현장의 대처는 그 쪽에 맡기는 게 좋았다.

"...해서, 아유무. 의견을 상신한 학원이 아무도 없는 게 맞습니까?"

"네, 네에. 논의를 요청하는 사안은 없어요. 수신된 공문은 아무 것도......"

린이 천천히,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총학생회의 개입과 중재가 필요한 현안을 종합해달라' 는 공문을 당당하게 발신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에 호응하는 학원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다.

"이 쪽에서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각 학원들에서 발을 맞춰주지 않으면 곤란해. 이제 어쩔거야, 선배? 플랜 B는 있어?"

아오이는 마치 이렇게 될 걸 알았다는 듯 이야기한다.

어쨌든 그녀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린이 실제로 무언가를 알고 있으며, 최대한 해 보려고 한다는 것 또한 분명했다.

허나 그것과 현실은 또한 별개인 법.

린의 변화와 의욕과는 별개로, 그녀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도 사실이었다.

본인의 직책마저 내걸고 비대위를 소집했고, 각 학생회들에게 기이한 느낌까지 선사했지만, 이렇게 손발이 맞지 않아서야 뭘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그건 곧 성과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나나가미 린의 치명적인 실각을 의미한다.

"선배를 지지하지만......선배가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한계가 있어. 선배의 사람들이 모두 무사하지 못 할 거야."

"...알고 있습니다."

그건 경고였다.

실체조차 불분명한 일을 향해 걸어가는, 단 한 번의 삐끗만으로 끝없는 지옥에 빠질, 도박에 몸을 던진 수석행정관에게 날리는 경고.

"비협조적으로 나오리란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런 입장이었어도 총학생회를 신뢰하지 못 했을 테니."

"......당당하네, 선배."

"움츠러든다고 될 일은 아니니까요."

린은 아오이의 의아해하는 시선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안은 들고 오지 않아도, 회의에는 참석한다......그게 확실해 진 이상, 주도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회의에서는 더욱 공격적으로 나가볼까 싶거든요. 아유무, 제가 부탁한 자료들은 준비되었나요?"

"아, 네! 마무리 단계니까, 앞으로 30분이면..."

똑똑똑.

수석행정관 집무실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

그 소리에, 세 사람의 목소리가 일순간 잦아들어버린다.

아직 회의까지는 2시간도 넘게 남은 상황.

전운까지 감도는 분위기의 총학생회에는, 이 시간에 집무실을 방문할 이는 없을 터인데.

나나가미 린이 머릿속의 기이함을 부정하지 않은 채로, '들어오세요' 라며 응답했다.

이윽고 집무실의 문이 천천히 열린다.

또한, 나나가미 린의 눈동자가 아주 조금 커진다.

"......당신은......"

---------------

이로하에게도 유우카에게도 정신없는 아침

린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운 아침

선생의 몸상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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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6.29창작

소설,피폐?) 선생님이 6일 뒤에 죽는 이야기 (1)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10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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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DC
데스/모이네스!작가
게시물 51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YouTube
게시일2025.06.29 21:19
조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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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나
ㅇDC
ㅇㅇ125.06.29

6일째에는 소화계통인가?

ㅇDC
ㅇㅇ25.06.29

가슴이 아프다...

ㅇDC
ㅇㅇ225.06.30
디시콘
ㅇDC
ㅇㅇ325.06.30

죽지마 센세

ㅇDC
ㅇㅇ425.06.30

3일차쯤이면 아예 식물인간 되는 거 아니냐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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