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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피폐?) 선생님이 6일 뒤에 죽는 이야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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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puy5sAcL0Zs

* BGM 반복재생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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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사실이 쿠로다테 하루나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분명 제 자신의 미각은 정상이었다.

당장 10분 전까지만 해도 맛에 비해 폭리를 취하는 크레이프 노점상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던 마당이니, 스스로의 혓바닥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 없이 확고하게 믿을 수 있었다.

음식의 질이 별로인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찾아와 입 속의 심심함을 달래기도 했던 아이스크림 가게이니만큼, 그리고 그 가게의 사정을 낱낱히 파악하고 있는 만큼, 고의던, 실수던 간에 그 가게의 아이스크림이 원인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도.

쿠로다테 하루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 근처의 학생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 뭐야......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야? ]

[ 선생님 죽는거야? 이렇게 갑자기? ]

[ 너 저번에 같이 밥 먹은 날이 선생님 쉬는 날이었다며? 것 봐! 맨날 쉬는 날에 놀아달라고 찡찡대니까-- ]

이름도 모르는 학생들이 떠드는 이야기.

의문에 빠진 목소리, 탓할 곳을 찾는 눈빛. 이 곳을 잡아먹어버린 먹구름같은 분위기.

무언가 질병이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퀭한 눈동자의 하루나는 은근슬쩍 지끈거려오는 제 이마를 어루만졌다.

( 돌아가신다는 소식을, 이렇게 갑자기...? )

키보토스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을 노리는 몰래카메라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TV에서 총학생회 사람이 지껄이던 말들은, 그 정도로 허황된 거짓부렁같았다.

그것은 변함없는 식도락 탐방에 제동을 걸었고,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를 깨뜨렸으며, 미식을 탐하던 제 혓바닥을 마비시켜버린 듯 맛을 느끼지조차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무작정 발걸음을 옮겨 고평가했던 가게를 찾고, 쫓기는 목소리로 아무거나 대충 주문하고, 무언가를 확인해보려는 듯 음식을 허겁지겁 입으로 찔러넣었던 것이다.

분명 맛있었을 아이스크림에서 아무 맛도 나지 않았음은, 썩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 그러면, 같이 게헨나의 맛집을 방문하자는 권유에 답이 없으셨던 것도... )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더니.

단순히 바쁘겠거니 생각했던 그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야, 너지?"

아는 바 없는 낮선 목소리.

불길하고 찝찝한 고민에 잠겨있던 하루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도, 그리 이상한 것은 아니겠지.

'잘 걸렸다' 따위의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네 사람은, 물론 일면식따위 하등 없는 모르는 이들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맞잖아, 쿠로다테 하루나. 미식연구회 부장."

반대쪽의 리더 격으로 보이는 인물은 먹잇감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다 알고 찾아왔다는 듯 냉랭하고 기세등등하게 하루나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너, 맨날 선생님 끌고 여기저기 다니고 있지 않아?"

"맞아, 나도 봤거든! 쟤가 선생님 이리저리 끌고 다니더라고. 선생님 엄청 곤란해보이던데?"

뭐?

하루나가 '이건 또 뭐야' 싶은 눈빛으로 그 사람들을 쳐다본다.

"...뭔가 오해가 있으시군요. 저는 그저--"

"--오해? 오해는 무슨! 시도때도없이 선생님 끌고 다니는거 누가 몰라?"

"저번 황륜대제 때 밀가루 사탕 달리기 끝나고, 선생님한테 꼬리치고 있더라고!"

뭔가 이상하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 여덟 개의 눈동자에서, 단순한 이유 이외의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두운 감정이었다.

선생이 죽게 되었다는 뉴스가 썩 충격적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키보토스의 일상을 통째로 뒤엎어버릴 소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소식을 접한 게헨나의 학생들은 저마다 이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단을 찾아야겠지.

그가 학생들을 돕다 죽게 되었다는 게 적어도 내 탓은 아닐 것이라고. 죄책감 가득한 혼란이라는 바다에서 떠오를만한 구명 조끼를 찾아야겠지.

그 점에서, 쿠로다테 하루나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선생에게 자주 동행을 권유할 정도의 행동력.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알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

수배 명단에도 자주 오르내릴 정도의 악명.

뿐만 아니라 그에게 내비치는 연심과, 그걸 무려 황륜대제 무대에서 대놓고 표출할 수 있을 패기.

의도했건 아니건, 선생이 죽게 되었다는 사건의 이유로 이보다 적당한 과녁이 또 있을 리가.

( ...귀찮게 되었군요. )

이 게헨나에서 그러한 눈초리가 어색하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자신 정도 되는 사람이기에 하등 그런 눈치를 안 보고 살아갈 뿐, 사실 따지자면 이러한 질서는 평범한 이들에겐 위험천만하며 위협적일 것이고, 또한 흔할 것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하루나의 눈빛은, '상대를 잘못 골랐구나' 따위를 지껄이는 모양이었다.

이래뵈어도 크고작은 사건사고로 잔뜩 단련되어 있는 몸. 어중이떠중이 정도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모셔 줄 수도 있음이었다.

가뜩이나 잔뜩 혼란스럽고 예민한 와중에, 제 자신조차 자각하지 못했던 호전성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그래. 이름도 못 들어본 4명 정도라면.

( ......잠깐만요. )

그러나 하루나는 멈칫했다.

4명이 문제가 아니었다.

주변을 지나던 이들이 하나둘 이쪽의 언쟁을 눈치채고 발걸음을 멈췄기 때문이었고,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들의 눈빛이 이상하게 물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쟤가 걔야, 미식연구회' 라거나, '부원들도 다 자기같은 애들만 데리고 다닌대' 라거나, '선생님 믿고 맨날 기세등등하대' 따위의 수군거림.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방어적이고 적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들.

그런 것들에 굴복할 자신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판단할 수 있다.

미식을 참칭하는 무뢰한들을 처단하며 다녔던 것이 행실에 대한 뜬소문들로.

그저 순수하게 동료로서 시간을 함께 보냈던 것이 부원들에 대한 헛소문들로.

선생에게 권유하여 보냈던 즐거운 식도락이 자신과 그에 대해 수군거리는 거짓 가십거리들로.

......그렇게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 문득 공포스러워졌다.

"...여러분을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사과드리지요. 하지만, 저는 정말로--"

"--하! 정말 뭐가 있었던 거야? 방금까지는 죽일듯이 노려보더니, 이제 와서 사과를?"

"왜 우리한테 사과하는거야?! 선생님한테나 사과해야지! 맨날 괴롭혔잖아!"

"급양부 애들도 니가 괴롭히지? 사실 선생님도 니가 펑! 하고 터뜨린 거 아니야?"

아마 자신의 얼굴도 제법 망가져가고 있을 것이다.

선생에게 사과 운운하던 인간들이 그저 선생을 가십거리삼는 것이, 마치 그를 '수단' 으로만 사용하는 것 같아 역겨워졌다.

"또 꼬라보네? 왜, 때리기라도 하려고? 정곡을 찔려서 당황스러워?"

"......어차피, 당신들은--!"

기어코는 녀석들을 실컷 패버릴까 싶다가도,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한 인파들에 시선이 닿고 말았다.

자신이 여기서 결판을 내고자 총을 든다면 당장 이 네 명을 예의바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여기에 모여든 인파들은?

'이들이 거짓말을 했고, 그런 무례한 이들을 단죄했어요' 라고 한다면, 그들은 과연 자신을 믿어 줄 것인가? '미식연구회 부장 쿠로다테 하루나' 를, 과연?

아마 자신에 대한 헛소문도, 부원들에 대한 헛소문도, 선생에 대한 헛소문도 퍼져나갈 것이다. 게헨나는 그런 곳이니까.

게헨나라는 것이 문득 느껴져 소름이 돋았을까.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이 공포스러웠을까.

상황이 너무 급작스러워 혼란스러웠을까.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것임이 서러워졌을까.

"......죄송합니다."

쿠로다테 하루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아니에요! 저도 그저 지금 경황이--"

"--얘 또 그러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 다시 던진 사과는, 또 한 번 날아든 냉정한 말에 잘려버린다.

"얘 아직도 잘 모르네. 야, 그거 줘 봐."

무언가가 덜그럭거리는 소리.

그것이 저 쪽의 총기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아차리는건 어렵지 않았다.

"몇 대 맞으면 알아차릴걸?"

"좋은 생각이야! 어차피 선생님 괴롭힌 년이고, 나도 사실 평소부터 별로--"

어째서?

대체 어째서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물론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 자신의 판단력도 흐려졌을 수 있다. 그 상황에선 그저 소극적으로 나가기보단, 오히려 당당하게 맞서는 쪽이 나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이 강하게 나섰다가 남들이 피해를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자신이 혼란스럽기에 남들 역시 혼란스러울 것이고, 그렇기에 괴소문이 순식간에 퍼져나갈지도 모르는 법이었다. 게헨나는 원래 그런 곳이니까.

그래서 낮은 자세로 나갔다. 모두를 위해.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더욱 기세등등해진 폭력이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자신에게 한 명이 다가오고, 리더 격의 그녀는 자신을 밀쳐 바닥으로 쓰러뜨렸다.

( ......아파요. )

총을 쏘는 대신 개머리판 쪽을 높이 들어올리는 것을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바라보며, 결국 쿠로다테 하루나는 그녀답지 않게 아무것도 못 할 뿐이었다.

그저, 눈을 질끈 감으며 '어째서' 를 연신 되새길 뿐이다.

귀를 찌르는 총성.

......총성?

"뭐, 뭐야?! 야, 너 괜찮아?!"

하루나가 다시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을 향해 총을 치켜들던 사람이 그 총을 떨어뜨린 채로, 손의 통증을 호소하며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같은 패거리는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달려와 그녀의 상태를 대강 살피고 있었다.

......어째서?

"하아. 결국 이렇게 되는 건 예상대로네. 너무 예상대로라 짜증이 나."

익숙한 목소리.

하루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이스보셋을 든 소라사키 히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소라사키 히나.

"쓸데없는 헛소문에 부당한 폭력까지. 선생님이 죽으면 선도부도 끝이라고 생각한 거야?"

"서,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는 진심으로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히나의 곁에 다른 이들이 분명 함께 하고 있었음에도, 이 상황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아 그 얼굴들이 하루나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셋 센다. 해산해. 사회불안 조장으로 체포되고 싶지 않으면."

"으......선도부장......!"

"야, 야, 가자. 저거 진심이야......"

리더 격인 학생은 히나와 하루나를 연신 번갈아 바라보며 분함을 표출했으나, 상황 판단이 빠른 나머지 패거리가 끌고 가다시피 하여 내빼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나는 여전히 멍하게 히나를 바라보았고, 그런 하루나를 바라보던 히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코, 뒷일은 맡길게."

"네, 부장님! 자, 다들 들으셨죠? 지금부터 이오리와 여러분은--"

지시를 받은 아마우 아코가 '치안 유지' 라는 이름의 뒷수습을 위해 분주해지자, 히나는 발걸음을 이어가고는 하루나의 앞에서 멈춰선다.

"...너답지 않네, 하루나."

히나는 그렇게 운을 떼었다.

"평소대로의 그 자신만만한 모습은 어디로 간 거야? 저 정도 애들에게 무기력하게 괴롭힘당할 위인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후후. 신기하죠? 저 역시도 그러하답니다."

쿠로다테 하루나가 어느 정도 풀죽은 목소리로 힘없이 웃어보였다.

"미식의 길을 걷는 데, 저런 무례한 이들의 눈치를 볼 건 없죠. 실제로 지금까지는 그래왔구요."

"그래. 그랬지. 근데 지금은--"

"--무섭더라구요."

무섭다, 고.

쿠로다테 하루나는 그녀 자신과 절대 어울리지 않는 이유를 들었다.

"제 행동으로 제가 욕먹는 건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 행동으로 다른 분들께 지장이 간다...그것도 미식의 길이 아닌 전혀 다른, 같잖은 이유로......그 생각에 미치니, 절 바라보는 수많은 눈동자들이 너무 무서워졌어요."

히나는 가만히 하루나를 바라보았다.

키보토스 여기저기를 폭파시키며 악명을 떨치던 최고의 테러리스트가, 매우 상식적인 이유로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낮서네. 너의 그런 모습."

"후후.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제가 이런 이유로 이리 추한 모습을 보일 거라고는 추호도 몰랐으니까요."

하루나는 다시 한 번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선생님이 돌아가신다니...흔들렸는지도 모르겠네요. 아이스크림의 맛조차 느끼지 못했으니......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것이겠죠. 이런 제가...우스운가요?"

"아니. 우습지 않아.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야."

소라사키 히나는,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주저앉아있는 하루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당신은......어째서 절 도와주는 건가요? 저는 그저 당신이 잡아넣어야 할 불온분자일텐데......"

손을 잡기보단 어안이 벙벙한 채 그저 자신을 올려다보는 하루나를, 히나가 잠시 묵묵히 바라본다.

한숨을 내쉰 소라사키 히나는, 이내 슬쩍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리듯 대답한다.

"......지금의 너같은 애들을 보호하는 게 우리 일이니까."

* *

"그, 그게 그러니까......그으......"

매화원의 교관, 스노하라 코코나는 심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평소대로의 짖궃은 농담에 쩔쩔 매는 것이 아닌, 약간은 사색이 되어버릴 정도로 곤란하고 버거운 질문을 받아버린 꼴이었다.

"응? 돌아가신다는 게 무슨 말이냐니까?"

"선생님, 무슨 일이 있는거야?"

"그건......그으......"

원생들의 티끌 하나 없는 맑은 눈이 이렇게까지 찔리고 곤혹스러울 줄이야. 차라리 '리만 제타 함수' 따위의 질문을 받는 것이 나을 지경이었다.

선생이 죽는다는 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죽는 거라고 대놓고 설명해야 할까?

아니면, 상처받지 않게 적당히 둘러대야 할까?

"요즘은 왜 선생님 안 와? 선생님 아픈 거야?"

"언니들 엄청 기분 안 좋아보였어! 왜 그런거야?"

이걸...이걸 어떻게 말해야할까.

하여튼. 애들 앞에서 그런 티를 왜 내?

아, 정말. 아침부터 이게 무슨 봉변이야.

당혹스러움 가득한 코코나의 머릿속이 마구 헤집어지는 느낌이었다.

"그건 있지, 얘기해주기 조금......"

그러니 우선 벗어나자. 이 곤란한 상황에서 도망치자.

그게 코코나가 내린 결론이었다.

"치이. 코코나 쨩도 별 거 없네."

한 아이가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알고 있다.

발로 땅을 걷어차보이는 저게 어린아이 특유의 과장된 몸짓이라는 걸.

괜시리 관심을 끌어보이려는 틱틱거림이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코나의 미간이 순간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TV에서 전해진 선생의 비보(悲報)에 혼란스러운 와중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곤란한 질문에 임계점을 넘어버린 모양이었다.

"...뭐? 뭐라고 했어?"

"맞잖아! 교관이라고 자랑하면서 그런 것도 설명 못 하고! 별 거 없잖아!"

"말 다 했어?! 나이는 비슷해도 교관이야! 이건 사정이 있어서--"

"--이거 봐, 이거 봐! 사실 코코나 쨩도 잘 모르면서 교관이라고 잘난체만 하잖아!"

"코코나 교관님이라고!"

결국에는 임계치를 넘어서버렸을 것이다. 구태여 묘사하자면, 무언가가 머릿속에서 '뚝' 하고 끊어져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너희들은 모르잖아! 선생님이 돌아가신다는 건--"

"--네에. 좋아, 거기까지 할까?"

머릿속에서 차오르던 뜨거운 열기가 잠시 멈춘다.

제 자신을 멈춰세운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올려다보면, 문에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둘.

씁쓸한 표정으로 이 쪽을 바라보는 스노하라 슌과, 곤란하다는 미소를 짓고 있는 아케시로 루미.

"고생이 많네, 코코나 쨩."

"루, 루미 회장님......"

루미는 그렇게 말하며, 슌과 함께 코코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아침부터 정신없겠구나. 이미 진행형이지만..."

"...코코나 쨩. 원생에게 화를 내다니, 교관으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에요."

"......미, 미안해, 언니......"

슌은 씁쓸한 표정 그대로 코코나를 나무란다.

교관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쉽게 자극받는 데에 대한 꾸중.

안 좋은 뉴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훈육해야하는 제 동생에 대한 안타까움.

혼란스러울텐데도 아이들을 최대한 통제하고자 진땀을 흘리는 동생에 대한 속상함.

그 모든 감정들이 유달리 감추지 못하고 튀어나왔고, 코코나 역시도 그런 슌의 복잡함을 간파했는지 풀이 죽어 사과했다.

코코나와 투닥거리던 그 원생도 슌의 그러한 얼굴은 처음 본 것인지, 당황스러움에 사로잡혀 멍하니 서 있었을 뿐이었다.

실로 무거운 공기였다.

"으음......"

이러한 공기에, 잠시 고민하던 아케시로 루미가 천천히 운을 떼었다.

"슌 교관. 코코나 쨩이랑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까 싶은데, 괜찮을까?"

"코코나 쨩......이랑요?"

슌이 의아한 눈빛으로 루미를 바라본다.

이윽고는 루미의 쓴웃음에서 무언가를 읽어낸 것인지, 자신도 이내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편하게 다녀오세요. 아이들은 제가 보고 있을 테니까."

긍정을 표한 슌이 몸을 아예 낮춰 코코나와 키를 맞추고, 천천히 웃어주었다.

"...잠시 바람을 쐬고 오세요. 여긴 걱정하지 말고."

"하, 하지만......"

"괜찮아요. 이래뵈도 코코나 쨩의 언니인걸요. 코코나 쨩도 정신없었을텐데, 혼내서 미안해요."

코코나의 볼을 천천히 어루만져주며 슌이 미소지었고, 무언가 말하려는 듯 우물쭈물하던 코코나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응."

스노하라 코코나는 제법 풀이 죽은 채로 문 쪽을 향한다. 슌은 그런 코코나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아무리 우수하다고 할 지언정 그저 어린아이일 뿐인 제 동생. 친구들과 마음껏 놀아야 할 나이에 받아든 훈육 교관의 직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밝게 웃으며 업무에 매진하던 나날.

그 상황에 날아든 선생의 사망 예고.

혼란스러운 아침과 흉흉한 분위기. 마음을 다잡고 나왔음에도 쓰나미처럼 몰려드는 질문.

진실과 거짓 속에서 갈등하는 소녀.

무시.

꾸중.

속상함.

......정말로 괜찮은 걸까, 우리들은.

* * *

백귀야행, 인법연구부 부실.

언제나 밝은 기운이 가득했을 이 닌자 아지트 역시도, 아침부터 키보토스를 급습한 두터운 무게감을 피해가지는 못 한 모양이다.

부장 치도리 미치루는, 그녀답지 않게 잔뜩 움츠러든 자세로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키보토스가 시끄럽다.

총학생회의 높으신 분이 TV에 나와 선생이 시한부임을 만방에 공포했고, 그 뉴스가 벌써 아침의 몇 시간을 잔혹하게 잡아먹어버린 마당이다.

뿐만 아니라, 평소였으면 인법연구부의 특급 텐션을 견인했을 쿠다 이즈나 역시도 살짝은 풀죽어 앉아 있었다.

"......저, 저기이......"

이러한 상황이니, 거진 1시간이 넘도록 지켜지는 침묵을 깬 것이 오노 츠쿠요라는 점이 더욱 놀라운 부분이겠다.

"......선생님, 아무래도......"

"......윽,"

미치루의 단말마.

그건 무언가에 잔뜩 쫄아있는, 겁먹은 어린아이의 반응과도 같았다.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보려던 츠쿠요가 부장의 그러한 반응에 겁먹었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이다.

"...뭐, 뭐죠?! 츠쿠요 공!"

"히익, 아, 그게 그러니까아......"

이 침묵을 깨부숴주길 간절히 기다렸던 것인지, 쿠다 이즈나가 벌떡 일어나며 츠쿠요를 바라보았고, 츠쿠요는 그런 이즈나의 반응에 더욱 더 쫄아버린 것 같다.

"......도, 돌아가시는 거지, 선생님......"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쿠요는 가공할 만한 용기를 발휘해 무거운 침묵을 깼고, 그것을 간절히 기다렸던 이즈나는 정작 그 말을 듣고 잠시 얼이 빠지고 말았다.

"그, 그그, 그럴리가요! 주군께서 그러실 리가 없어요!"

단 한 번도 불어닥친 적 없던 이 무거운 침묵에, 잔뜩 몸서리치던 이즈나가 과장되어보이는 목소리로 저항한다.

"주군께선 이즈나의 꿈을 응원해주셨어요! 그, 그러니, 이런 불초한 몸일지라도......이 이즈나, 절대 주군께서 돌아가시지 않게끔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 츠, 츠쿠요 공도 그렇죠?!"

"어, 어?! 아, 응! 나, 나도 선생님을 꼭......!"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고.

그러한 분위기가 이즈나를 억지로 끌어올리고 있었고, 츠쿠요의 등을 미친듯이 떠밀었다.

자고로 닌자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이즈나가 배운 닌자였고, 이즈나가 동경하는 닌자였고, 이즈나가 목표하는 닌자였다.

선생이 죽는다면 막을 거라고.

잔뜩 풀죽어있던 이즈나를 다시 일으켜세운 것은 그러한 마음가짐이었다.

"......어떻게?"

안타깝게도, 한 명은 그렇지 못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지킬 건데?"

"부......부장?"

적어도 이즈나가 아는 미치루는 이렇게 낮고 기운없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적어도 이즈나가 아는 미치루는 이렇게 부정적인 제동을 걸지 않았다.

적어도 이즈나가 아는 미치루는 저렇게 눈이 죽어있지 않았다.

"선생 공을 어떻게 지킬 건데? 필연이래. 선생 공은 반드시 죽는댔다고."

"그, 그러니까 그 죽을 위기를 닌자로서, 온 인술을 동원해서--"

"--그러니까, 어떻게 막을 거냐고!!!"

이즈나가 말을 멈췄다.

그녀는 처음으로, 미치루를 향해 동요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부장......"

"뭘 어떻게 할 건데? 인술? 인법? 닌자? 그걸로 죽음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데!!!"

마침내 침묵을 깬 미치루는 고개를 천천히 들면서 이즈나를 바라보았다.

"TV에서 그랬어. 선생 공은 우리를 지키다가 죽게 되었다고. 어떻게 해도 그 사실이 변치 않는다고! 우리를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에 죽어버린다고!!!"

"그으......그러니까아......우리가 힘을 합쳐서--"

"--합친다고? 힘을?"

미치루가 츠쿠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고작 인술이라는 이름의 눈속임을 갖고?"

"그, 그러니까아......"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인술로 어떻게 죽음을 막는데?! 선생 공을 어떻게 지킬건데!!! 우린 선생 공이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해!!! 믿어주는 사람도 없는 주제에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그건 미치루의 절규와도 같았다.

헤실헤실 웃고 다님에도 알 수 있었다.

닌자는 없다고. 허송세월만 하고 있는 거라고.

그러한 꿈을 계속 꾸도록 해 준 것이 선생이고, 처음으로 인정해 준 것도 선생이며, 실제로 크고 작은 활약을 할 수 있게끔 해 준 것도 선생이었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닌자는 없어!!! 인술은 없어!!! 선생 공이 죽으면 다 똑같아질거야!!! 그런데 우리가 대체 뭘 할 수 있냐고!!!"

모두 원래대로 돌아 갈 것이다.

인술에는 다가갈 수도 없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으며, 채널 구독자는 늘기는커녕 두 자릿 수 아래로 떨어질 것이다.

인법연구부와는 작별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뭐가 인법이고 뭐가 닌자야?! 선생 공도 못 구하고, 오히려 이런 우리를 지켜줬다고 죽게 생겼잖아!!! 이 키보토스에서 제일 강한 사람들도 못 구한다는데, 고작 닌자 놀음에--"

시무룩해져 풀이 죽어 있던 츠쿠요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실 문을 뛰쳐나가고 만다.

"츠, 츠쿠요 공?!"

이즈나는 그런 츠쿠요를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따라 일어난다. 아무래도 그녀를 쫓으려는 모양이다.

...이즈나가 츠쿠요를 쫓는 대신, 그 자리에 멈춰선 채로 이를 악 물었다.

시선은 물론 치도리 미치루를 향한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부장?!"

"......현실을 일깨웠을 뿐이야!"

"말도 안 돼요!! 그건 현실이 아니라 폭언이에요!! 츠쿠요 공에게 인법연구부가 얼마나 소중한 지 아시면서......!"

성난 목소리로 일갈하던 이즈나가 순간 말을 멈춘다.

제 눈에 들어온 미치루의 표정 역시 엉망이었다.

두 눈은 퀭했고,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으며,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불안함이 잔뜩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에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어째서.

대체 왜.

"부장님도...인법연구부가 소중하잖아요."

"소중해. 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떡하는데!!"

미치루 역시도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일갈하고 말았다.

선생은 닌자의 꿈을 응원했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것도 지원해줬고, 자신감이 부풀어오를만한 일들도 은근슬쩍 물어다줬다.

닌자의 꿈 속에서 인법연구부는 행복했고 또한 즐거웠다.

...선생이 죽는다면.

그 어느 누구도 바라봐주지 않고, 그 어느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고, 그 어느 누구도 응원해주지 않는 시절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즈나는 몰라!! 무시하는 눈빛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게 뭔지, 수군거림 속에서 걸어간다는 게 뭔지, 깜깜해서 앞이 안 보이는 길 위에 서 있다는 게 뭔지!! 이즈나는 모르잖아!!! 나는 이즈나처럼 강하지도, 의욕 넘치지도 않는다고!!!"

"그건...그건 비겁해요!! 어째서 부장님 자신을 믿지 않는 건데요?! 그러지 않으셨잖아요!!! 적어도 제가 아는 부장님은, 그런 말을 하면서 스스로도, 남에게도 상처주지 않아요!!!"

"그것 봐!!! 이즈나는 모르잖아!!!"

책상을 쾅 치며 부들거리는 미치루의 눈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바득바득 소리지르던 미치루의 다음 목소리에는, 거짓말처럼 그 어떤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용기도, 강한 사람만 낼 수 있단 말이야......"

이즈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며 제 자신의 나약함을 고백하는 미치루에게, 어떤 말을 꺼내야할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까?

아니면 강해질 수 있다고 소리칠까?

"......나는......나는 약하단 말이야......"

약하다니, 그렇지 않아.

내가 아는 부장은, 당신은 약하지 않아.

차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미치루를 바라보았다.

아니라고 부정하지도 못하고,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복잡한 머리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이를 꽉 물고, 주먹을 부르르 떨고.

그렇게 한동안 미치루를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큭!"

깨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를 꽉 물었던 이즈나는, 결국 그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고 츠쿠요를 찾아 부실을 박차고 나간다.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동안에도, 미치루는 역시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를 떨군 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것 봐.

나는 츠쿠요를 따라 갈 용기조차 없어.

이즈나처럼 곧바로 행동하는 의지도 없어.

선생이 없다면......아무 것도 못 해.

한동안, 치도리 미치루는 그렇게 울고 있었다.

--------------

오늘은 자잘한 에피소드 세 개

남 눈치같은거 안 보고 사는 하루나일지라도, 선생의 소식으로 잔뜩 흔들려있는 상태라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일지도 모르지

그제서야 자신이 자신뿐만 아니라 남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게, 그렇게 까부수고 다니는 나쁜 가게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자각했을거야

게헨나는 트리니티처럼 음험하게 뒤에서 까지 않아

대놓고 난리치는게 딱 악마들 집합소다워

원래 매화원 이야기는 뒷이야기가 좀 더 있었음

루미랑 코코나 이야기가 좀 더 있었는데, 그냥 여기서 자르는 게 더 은은하고 좋은 것 같아서 과감하게 자름

이런 상황에서도 노력하는 코코나 불쌍해

미치루 불쌍해

하필 비교대상이 이즈나여서...

인법연구부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브금은 예전에 추천받은 브금인데

생각보다 분위기에 어울려서 박았음

읽는게 빠른 갤럼은 끝나기 전에 다 읽을듯?

브금 추천도 받으니까 종종 좋은거 알려줘ㅎ

더워서 죽을 것 같아

버스들 허구헌날 시동걸어놓은 터미널 박차장이라 더 더운듯

어느 순간 글이 안 올라오면 더워서 죽은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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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8.05창작

소설,피폐?) 선생님이 6일 뒤에 죽는 이야기 (5)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7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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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DC
데스/모이네스!작가
게시물 51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YouTube
게시일2025.08.05 19:17
조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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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나
ㅇDC
ㅇㅇ25.08.05

꼬꼬나니오마카세꾸다사이......

ㅇDC
ㅇㅇ125.08.05

피폐 ㅈㄴ 맛있네

ㅇDC
ㅇㅇ225.08.05

하 시발 개재밌네.. 이거 기다리는 맛에 산다

ㅇDC
ㅇㅇ325.08.05

존나 맛있다..

ㅇDC
ㅇㅇ425.08.05
디시콘
ㅇDC
ㅇㅇ425.08.06

근데 히마리는 지금쯤이면 소식 접했을 것 같은데 과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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