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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선생님."
"아냐. 급한 방문이었는데도 수락해줘서 고마워."
나기사와 미카, 세이아가 같은 편에. 티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그 맞은편에 선생과 나나가미 린.
이 영문모를 자리의 시작을 나기사와 선생이 인사로 삼는 때에, 세이아는 발코니 너머의 하늘을 힐끗 바라보았다.
푸르던 하늘이 조금씩 조금씩 붉은 석양빛으로 물들어가려는 것이, 어째서인지 조금은 찝찝하게도 느껴진다.
"뭐라고 할까......선생님께서 휠체어를 쓰시는 건 그 때 이미 한 번 보았습니다만......그 모습으로 트리니티를 방문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실로 그 말대로였다.
휠체어에 앉은 선생이 제 티 테이블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모습은, 썩 기분좋고 유쾌한 꼴은 못 되었다. 오히려, 아주 달콤한 쇼트케이크마저 가공되지 않은 소가죽처럼 질기고 꺼끌꺼끌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쓰이는 일에 가깝겠지.
"저거 걱정하는 거야."
"응. 알고 있어. 걱정마, 오해 안 하니까."
제 옆에서 산통을 깨버리는 미카의 말에 선생이 슬며시 웃으며 맞장구 쳐주었고, 그것이 이 다망한 호스트를 두 배는 신경쓰게 해 주었다.
"......송구하지만,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고자 합니다."
영 이상해지는 분위기도 분위기이고, 조금 있으면 저녁노을이 붉어질 시간이기도 하고.
키리후지 나기사는 선생이 긴히 자신들을 찾아 온 용건에 대해 묻고자 한다.
평소대로의 그녀라면 예방객을 재촉하는 따위의 결례는 범하지 않겠다만, 선생을 상대로는 수많은 허례허식은 그닥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 듯하다.
"여기까지 오시는 데에도 꽤나 걸리신 듯하네요. 연락주신 시간에서 꽤나 지났으니. 어느덧 해도 넘어가기 시작했구요."
"선생님을 위한 교통편이 준비되는 시간도 있고, 트리니티 쪽의 교통 체증도 무시하진 못하니까요."
선생의 옆에 앉은 나나가미 린이 대신 대답한다.
그녀가 대신 대답한다는 것이 나기사에게 있어 약간은 껄끄러울 수 있었다. 선생과의 독대도 아닌, 총학생회의 수석행정관이 동행한다는 것은 의미가 약간 달라지니까.
완전히 격식있는 자리는 아니지만, 쉽게 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는 자리.
나기사는, 아직 그녀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다.
( ...뭐, 완전히 신뢰한다고 쳐도...패를 드러내는 것과는 별개이니까요. )
그녀는 그렇게 되뇌이며 자세를 고쳐앉는다. 린의 대답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마냥 적대할 생각은 없다는 제스처까지 잊지 않으며.
"그럼 청해 듣도록 할까요. 두 분이 순탄치 않은 여정에도 불구하고...트리니티까지 찾아주신 이유를."
나기사가 미소띤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선생의 성치 않은 몸에도 불구하고 이 곳까지 왔다는 것은 필시 시덥잖은 농담 따먹기나 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의 용태나, 향후 방침에 있어 중요한 의논거리가 있기에 찾아 온 것이겠지.
( 그렇다면 더욱 좋습니다. 다른 학원의 동향을 파악하기 전에, 총학생회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측할 좋은 기회니까. )
그래.
이것은 정치적인 돌파구.
선생과 동행했다고는 하나, 상대는 어찌되었던 총학생회의 현 최고임원. 그녀의 생각이나 동향을 파악할 좋은 기회가 제 발로 걸어들어온 셈이었다.
"...아. 그 전에, 자리를 좀 바꾸면 좋겠군요. 송구합니다만, 두 분께선 이 쪽으로 바꿔앉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나가미 린의 의문스러운 발언.
그녀는 아주 태연자약하고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미카와 세이아에게 새 자리를 권했다.
그러는 린 자신은 제 옆에 앉은 선생의 휠체어를 조심스럽게 밀어, 티 테이블의 옆자리로 옮긴다.
무언가 보일 것이 있나, 선생의 보조가 필요한가 싶어, 미카와 세이아가 떨떠름한 얼굴로 순순히 자리를 옮겨준다.
자리가 재배치되었다.
티 테이블의 한 모서리에는 선생을 낀 채로 미카와 세이아가 앉게 되었다.
( ......어라, 잠시만요? )
...그리고, 티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나기사 자신과 린이 마주앉은 꼴이 되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대행?"
"어려운 의미는 아닙니다. 이 자리의 주인공이 저와 호스트시라는 의미니까요."
"결례입니다. 이 곳은 트리니티이고, 이 곳에서 방문객에 대한 의전 내용과 세부사항을 결정짓는 쪽은 저희입니다. 회담장 내부의 자리를 바꾸고 싶으셨다면 미리 협조를 구하셨어야 합니다. 게다가 미카 씨와 세이아 씨는 티파티입니다. 대행이 트리니티까지 와서 이러시는 건 심각한 외교 문제입니다."
나기사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 말마따나, 다 집어치우고서라도 이 곳은 트리니티. 학생회인 티파티의 호스트는 바로 자신.
적어도 의전 자리와 관련된 사항은 제 쪽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이었다.
적어도, 총학생회의 수석행정관이 그 사실을 모를 정도로 후안무치하지도, 나기사 자신이 그러한 법도에 예민하다는 걸 모를 정도로 무심하지도 않았다.
옆 모서리에 앉은 미카와 세이아도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아무리 호스트가 아니라지만 결국 자신들도 티파티의 각 분파 대표자였고, 개개인의 태도와 입지를 떠나 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참가자였다.
허나 그런 자신들을 들러리 취급해버리면서, 린은 자신들 두 사람의 자리마저도 옆으로 옮겨버렸다.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결례를 범하게 되어 사과드립니다. 허나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된 듯하니, 이번에는 너그러이 회담을 속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번의 무례는 언젠가 청산해드리죠."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나나가미 린은 그러한 결례를 정중히 사과하면서도 무례하게 회담 속행을 요청한다.
어째서? 그녀는 어째서 이렇게 고자세로 나온단 말인가?
"......빚으로 달아두겠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티 테이블에 내와진 홍차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홍차가 채 식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덜 흐른건지, 급격하게 뜨거워지는 신경전에 데워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일 회의에서 트리니티 측은 아무것도 건의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맞습니까?"
나기사가 눈 앞의 수석행정관을 바라본다. 아마 제 자신의 입이 미세하게 벌어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답인 듯하네요."
나나가미 린이 태연한 얼굴로 납득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홍차 한 모금을 맛보는 그 움직임이 실로 자연스럽기 짝이 없어, 어이가 날아갈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어쩌실 거죠?"
"어쩌고 자시고, 아시잖습니까. 저희에겐 비협조적인 학원에 개입하거나 할 정치적 입지가 없다는 걸."
나기사가 속으로 숨을 고른다.
기이할 정도로 침착한 나나가미 린을 상대하기 위해선 자신도 냉정해져야 한다.
판단을 잘못했다.
완전히 격식있는 자리도 아니고, 쉽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그딴 자리가 아니었다.
향후 키보토스에서의 방침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비대위 회의장보다 더 작고 치열한 전쟁터였다.
"저희의 방침에 대해 지금 확답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직 의견 정리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곧 있으면 날이 저무는데 아직 의견 정리가 되지 않았나요? 제가 느끼던 면모와는 결과에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사람을 선입견으로만 판단하는 건 지양해야 합니다. 이 쪽에도 사정이라는 건 있는 법이지요."
나기사가 슬며시 웃어보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린이 자신들의 진짜 방침을 알아챘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쪼록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시면 좋겠군요. 트리니티의 수많은 학생들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결정일 터이니."
"......무슨 말씀이시온지?"
트리니티의 수많은 학생들 운운하는 그 말에, 나기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에도 시간은 흐르고, 키보토스에도 내일이 찾아 올 겁니다. 향후 키보토스의 권력 구조가 어떻게 재편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이후를 의논하는 자리에서 비협조적으로 관망만 했다는 평가가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네요."
"...협박하시는 건가요?"
"협박이라뇨. 그런 무시무시한 말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요......조언이라고 해야할까요."
"조언? 총학생회가 조언이요?"
나기사가 들리지 않게 콧방귀를 뀐다. 태연자약하게 말을 꺼내고 있는 린도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총학생회장 실종 이후 상황 수습은 누가 했나요? 총학생회인가요, 아니면 선생님인가요? 총학생회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죠?"
그녀는, 쉽게 말해 '발끈' 했다.
저 쪽에서 먼저 크나큰 외교적 결례를 범한 데다가 되도않는 협박을 해 온 것이니만큼, 오히려 무난하게 넘어가는 쪽이 더 좋지 않았다.
트리니티의 대표자로서, 이 참에 자신들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도 주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조언은 하는 쪽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받는 쪽이 그걸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가 중요하죠."
헌데, 저 쪽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향후 트리니티의 정치적 입지를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결과가 어찌 되었건, 선생님이 없는 키보토스를 위해 총학생회의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다 함께 사는 미래를 도모했다......이보다 좋은 명분이 어디 있습니까."
"동의하진 못하겠군요. 타 학원에서 어찌 나올지조차 알 수 없는 마당에, 저희 역시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어떤 현안을 상정한다고 가정해 보죠. 다른 학원들이 별 의견도 없이 시큰둥하게 나온다면, 저희 내부 사정만 적나라하게 공개한 꼴이 아닌가요?"
"그게 더욱 큰 명분이 될 수도 있겠죠. 다른 학원과는 달리 트리니티는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으니, 새로운 키보토스와 총학생회에 대해 일정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는. 그렇다면 총학생회가 선생님 사후 키보토스의 정상화에 성공하던 실패하던, 나름대로 실리를 챙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본인들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습니다. 불확실의 연속일 뿐. 저희는 그저 그 불확실성을 확실성으로 바꿔보고자 노력하는 것이고, 트리니티 측은 그 노력에 편승하라는 조언을 드리는 거죠."
창과 방패.
서로의 속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아는 척.
두 사람을 뺀 모두가 침묵을 지킬 정도로, 두 사람의 줄다리기는 끊어질 것처럼 팽팽했다.
"...애초에, 총학생회가 지금에 와서야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티파티의 호스트가 이성의 끈을 아주 살짝 놓아버린 것인지, 총학생회라는 집단 자체의 태도 돌변을 문제삼는다.
"그동안 키보토스 내에서의 일처리는 저희 스스로 해왔습니다. 총학생회장 실종 이후에 대행께서 내던져버리신 각종 현안들도 저희가 해결했습니다. 어디 에덴 조약 뿐인가요? 기타 온갖 일처리들을요. 그렇게 총학생회장 실종 이후에 찾아온 혼란을 간신히 수습해나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시면 혼란만 가중되지요. 이런데도 협력해달라는 말씀을 꺼내시는 건가요? 염치라는 것은 대체 어디 있는거죠?"
"...나기사, 발언을 조금 조심스럽게--"
"--아뇨, 이 참에 할 말은 해야겠어요."
세이아마저도 막지 못하는 강한 항의는, 통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선생님의 거취도 선생님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상담 업무까지 돌연 그 쪽에서 중단시켜주신 덕분에, 저희는 당번을 기다리던 학생들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둘러대느라 곤혹을 치르고 있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협조한 수준이 아닌가 사료되는데요?"
"그 점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몸상태가 어떤지 판단되지 않아 상담을 일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대책 논의나 신변 정리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조치를 지속했습니다."
"그렇다면 충분한--"
"--설명인가요? 비대위 개최로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합니다만."
나나가미 린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였던 총학생회의 물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는 그 어떤 비난에도 물러설 생각 없이 견고했다.
어쩌면, 색채 침공 때 우트나피쉬팀의 배에 오르던...그 때 이상으로.
"......뭐라구요?"
"비대위로 이미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선생님의 용태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어떤 이유가 있는지, 본인의 생각은 어떠한지, 총학생회의 향후 방침이 어떠한지."
"...물론 비대위에서 그러한 설명이 있었던 건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왜 총학생회에서 타 학원들보다 더욱 나서려는 건지도 설명해주시죠. 저희 트리니티 뿐만이 아니라, 아마 다른 학원에서도 혼란을 겪고 있을 테니까요."
"법리적으로 따져보자는 말씀이시군요. 샬레의 정치적인 지위와 총학생회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나나가미 린이 가볍게 홍차 한 모금을 마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 역시 이 자리를 결코 가볍게 보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키보토스에서 가장 큰 학원 중 하나인 트리니티요, 그 트리니티의 수장을 만나는 자리이니 당연한 이치겠지.
"연방수사동아리 샬레는 총학생회장 직속 기구로서 독립성과 초법성을 보장받습니다. 허나 그 권한을 보장해야 할 총학생회장은 실종 상태이며, 그녀의 모든 권한은 총학생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저에게 위임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저에겐 샬레의 지속성과 효과적인 업무 수행, 유사 시 상황의 정리를 맡을 의무가 있는 겁니다."
"너무 비약적인 법리 해석이군요. 총학생회장의 권한은 막강했고, 실제로 그 막강한 권력으로 많은 일을 추진해왔죠. 그 결과 벌어진 몇몇 문제는 그 힘으로 얼버무렸습니다. 총학생회장이 실종되고 미처 사용되지 못한 그 권한들에 대한 지분을, 대행께선 이제서야 주장하고 계신 거구요.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태도를 바꾸시는 거죠?"
"사용되지 못한? 틀립니다. 사용되지 않은거죠."
나나가미 린이 오히려 슬며시 미소지어보였다.
"호스트께선 알고 계십니까? 총학생회장은 단독으로 생텀 타워의 제어권을 갖고 있었습니다. 총학생회 업무 전반을 수행하고 지원할 수 있는 그 막강한 권한이 단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만약 총학생회장이 특정 조치를 취하면, 총학생회는 그 흔한 서류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치 못하는 껍데기가 될 뿐입니다."
"...생텀 타워의 제어권, 말인가요?"
"네. 그 막강하고 중요한 권한은 그동안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만, 비로소 그 크나큰 문제가 드러난 꼴입니다. 총학생회장이 실종되면서요."
이번엔 키리후지 나기사가 홍차 한 모금을 마신다.
"생텀 타워의 제어권이 붕 뜨면서 거대한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방위실, 교통실, 조정실, 기타 많은 부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키보토스가 대혼란에 빠진 겁니다. 여러분이 그토록 불만을 가지시던 '총학생회가 아무것도 안한다' 는 내용의 전말은 '아무것도 못한다' 에 가까웠던 거죠. 뭐가 총학생회고 최고 의사결정기관입니까? 생텀 제어권이 없어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는데."
"...근데 지금은--"
"--네. 그 권한 공백을 끝낸 분이 선생님이십니다. 총학생회장의 고유 권한이던 생텀의 제어권을 싯딤의 상자로 회복하시고, 지체없이 총학생회 측으로 인계 및 일임하신 분이."
나기사가 선생을 슬쩍 쳐다보면, 그는 린의 말이 맞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떠한 전말이 있었는지는 대충 정보 수집이 끝나있긴 했었으나, 관계자로부터 세세한 설명을 들어 본 것은 이게 처음일 것이다.
"선생님께 생텀 타워의 제어권을 일임받은 뒤, 저와 통괄실은 그 제어권을 세분하여 필요한 곳으로 조정해두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희는 비로소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고, 처음으로 총학생회장의 지시를 떠나 스스로 일처리를 수행하고 감독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기에 업무 적응 및 밀린 분량의 해결 문제도 있고, 총학생회의 공백 속에서도 스스로 각 자치구의 문제를 해결하시려던 여러분의 의사를 존중해 불간섭 원칙을 표방한 겁니다."
나나가미 린의 설명은 제법 이치에 맞았다.
권한이 없어 빈 껍데기였을 뿐인 총학생회가 권한을 되찾고, 그동안 해결치 못했던 당장의 행정 업무만으로도 정신없는 사이에, 기다리다 지친 각 자치구는 스스로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했으니까.
"카야 방위실장의 쿠데타 이후 행해졌던 많은 실책성 행정명령들이 어째서 가능했는가? 간단합니다. 총학생회가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을 회복했기 때문이죠."
"대행은 어째서 그 권한들을 행정 업무 위주로 사용하셨죠? 의지만 있었다면 혼란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하기엔 산적한 현안이 너무 많았습니다. 업무 공백이 길어져 총학생회 내부적으로도 업무 능력이 떨어져 있었고, 각 자치구에서도 각 현안들을 처리하기 시작했으니, 자율권을 존중하는 겸 총학생회 내부의 분위기도 수습하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불간섭 원칙을 표방한 채 행정 업무에 집중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태도를 바꾸신 거죠?"
"간단합니다. 이번 일은 불간섭 원칙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일이니까요."
나나가미 린이 물흐르듯 단호히 즉답한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샬레가 붕 떠 버리면, 선생님께 업무를 도움받는 저와 여러분은 총학생회장 실종 때의 혼란을 다시 겪게 될 겁니다. 그 때는 권한 유실로, 이번에는 구심점 유실로."
"...구심점 유실...선생님이 사라지신 뒤의 키보토스 이야기군요."
"그렇다면 저와 여러분이 간신히 정립한 평온도 없어지는 것이겠죠. 어쨌든 선생님께서 저희를 하나로 묶어주고 계시고, 여러 이해관계의 조정자 역할도 맡고 계시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총학생회 통괄실의 수석행정관이자 총학생회장 대행으로서, 이 사태를 조금이나마 효과적으로 수습해보고자 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불간섭 원칙을 벗어던질 필요가 있죠."
색채가 침공해오고 생텀이 무너졌던 그 때에만, 나나가미 린이 대응과 수습의 선두에 서서 선생을 도와 진두지휘했던 바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녀는 그런 거대한 위기가 아니고서야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생의 부재, 나아가 선생의 사망은, 린으로 하여금 그 정도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일 것이다.
"설명이 길어져 죄송합니다. 총학생회에 상당한 불만을 가지신 것 같아, 우선 저희의 상황을 설명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아뇨. 받아들이기엔 급작스러운 면이 없지않아 있지만......총학생회와 대행이 이렇게 돌변한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겠네요."
결론적으로, 그녀는 자신들의 능력 부족을 인정했고, 그동안의 총학생회 내부 혼란을 고백했으며, 언뜻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태도 돌변을 설명하였다.
모든 것을 먼저 털어놓은 그녀가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껄끄러울지언정, 그 저의까지 의심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저도 한 가지만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그렇기에 키리후지 나기사는 통 들추지 않으려던 손을 살짝 들어올려, 제 자신의 진짜 질문 중 하나를 건넨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어떻게 할 거냐고.
많은 의미를 함축한 그 질문이 린에게 날아들었다.
"총학생회의 사정과는 별개로, 대다수 학원들은 여전히 총학생회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에겐 문제가 생겼고, 샬레는 시한부 위기에 직면했죠. 후속 회의는 당장 내일이며, 소문은 금방 퍼져나가게 될거구요. 대행은 어떤 계획이 있으시죠?"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각 학원의 현안이나 주요 관심사를 파악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처리해 '총학생회가 변했다' 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내부적으로는 총학생회의 업무 능력을 단시간에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회의의 개회 목적은 선생님 사후 키보토스를 대비한 시범적 조치로 달아 둘 생각입니다."
나나가미 린은 자신 나름의 계획을 제시했다.
사태의 해결 여부만큼이나 중시하는 것은 총학생회의 전체적인 업무 능력 회복 및 향상이기에, 그녀는 각 학원의 현안을 돕는 것을 그 기회로 삼고자 했다.
"또한 내일 있을 회의에서 안건으로 부치겠지만, 회의를 마친 이후 선생님의 상태에 대해서 공표할 예정입니다."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돌기 전에, 미리 선수를 치겠다는 말씀이네요."
"네. 어차피 막지 못할 소문이라면, 저희가 먼저 공식으로 확정짓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그 이후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의 빈자리는요?"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여러 의중의 표시일 것이다.
본인이 눈 앞에 두고 있는 이 어음이 지급 가능 어음인지 부도어음인지 판단해보겠다는 의지.
새로 일어서려는 총학생회의 계획과 동력이 타당한지, 실현 가능한지 계산해보겠다는 의사.
거대한 정치적 모험이 될 지, 잔혹한 자충수가 될 지 가늠해보겠다는 심사.
"그 부분에 있어선 차후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바가 있어서, 저희도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필요해서요."
트리니티로 향하기 전에 선생이 꺼냈던 말들과, 트리니티로 향하는 차에서 긴밀히 나눴던 이야기.
제 자신의 단단히 먹은 마음과는 별개로, 하여간 그것을 판단하고 가늠할 시간은 필요했다.
"우선 정치적인 빈자리는...장기적으로 총학생회가 메워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은 최고 의사결정기관이니까요."
"선생님의 정치적인 입지를 총학생회로요?"
"네. 우선은 지금처럼 각 학원에서 개별적인 일을, 둘 이상의 학원이 겹치는 일은 당사자들 간의 협의로 정하는 것이 좋겠고, 지금 샬레의 역할처럼, 다소 심각한 분쟁은 총학생회의 회의에서 논의해보고자 하는 쪽이 제 초안입니다."
나나가미 린은 자신의 청사진을 털어놓았다.
"......글쎄요. 고심 끝에 잡으신 로드맵이시겠지만, 과연 각 학원들이 그 흐름에 동조해줄 지는 모르겠군요."
키리후지 나기사의 표정은 반쯤 떨떠름했다.
떨떠름이라 해야할 지 시큰둥이라 해야할 지, 그녀는 별안간 그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생님의 정치적 입지는 단순히 그 위치에 계시기에 생긴 게 아닙니다. 그 자리에 계신 선생님의 인품과 인덕, 특출난 지휘능력과 통찰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지요. 그런 정치적인 빈자리는 지금의 총학생회가 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사정이 어찌 되었던, 총학생회가 신뢰를 잃은 상태라는 건 자명하니까요."
"네.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네?"
나기사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언뜻 듣기엔 앞뒤 문맥과 따로 노는 그 대답이, 나기사 뿐만이 아닌 미카와 세이아도 의아해하기엔 충분한 모양이었다.
"저희가 노력한다면 나중엔 그런 신뢰 관계를, 그에 미치진 못하더라도 중재자의 입지를 차지할 수는 있겠죠. 허나, 그렇게 되기 위해선 첫걸음이 필요하고, 그렇기에 첫걸음을 어떻게 떼느냐가 중요하죠. 그래요......예를 들면, 거대학원 트리니티가 총학생회의 계획에 긍정적으로 협조한다거나 하는 수준이--"
"--자, 잠시만요. 제 말을 듣긴 하신 건가요?"
나기사가 린의 말을 급히 잘랐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들이마신다' 는 말처럼, 그녀는 트리니티가 자신에게 협조할 것이라고 단정짓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총학생회를 신뢰하지 않는 쪽은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간 그쪽의 사정은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들, 공과 사는 별개라구요. 그런데...어째서 저희가 총학생회를 신뢰하는 대표자 격이 될 것처럼 말씀하시는 거죠?"
"신뢰? 하지 않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뭐라구요?"
당최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의 연속. 키리후지 나기사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결과적으로 총학생회의 시도는 키보토스를 위한 방안의 대표격이 될 겁니다. 애매모호하게 들러리처럼 비추느니, 제일 먼저 협조하는 모습을 비추시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거죠. 트리니티의 그러한 모습은 '그 치밀하게 움직이는 트리니티도 사실 키보토스를 위한 고민에 빠져 있구나' 라는 인상을 주게 될 겁니다. 이후 트리니티의 정치적, 대의적인 입지는......말할 필요가 없겠죠."
"도박입니다! 패배하면 얼마나 큰 부담을 짊어질 지 모르는 거대한 도박이란 말입니다! 지금 트리니티의 모든 학생들을 판돈으로 그 도박에 뛰어들라는 권유밖에 더 되나요?!"
"도박이라......글쎄요. 이건 잃을 것 없는 불로소득이 아닌지?"
"그게 무슨--"
기괴할 정도로 침착한 목소리의 나나가미 린은, 인내심의 한계를 맞이한 나기사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도박을 하는 쪽은 저희입니다. 총학생회의 남은 모든 것을 걸고 하는 도박. 실패한다면 총학생회의 존재 자체마저도 의문스러워진다는 판돈의 도박 말입니다. 그런데 트리니티는 다릅니다. 성공한다면 총학생회에 버금가는 입지를 다질 수 있을 터이고, 실패한다고 해도 '우리는 대의적으로 협력했으나 총학생회가 실패했다, 그런데 다른 학원들은 대체 뭘 했나' 라고 주장할 수 있죠. 실패의 원인을 그간 고까웠던 다른 학원으로 돌릴 수도 있구요. 내부적 현안의 노출은 그에 비하면 사소한 리스크 아니온지?"
어쩌면 트리니티의 정치인들보다 더욱 잔혹할 정도의 계산법. 더욱 능구렁이같은 도피처.
키리후지 나기사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신뢰하지 않으셔도 상관 없습니다. 대의적인 결정에는 신뢰가 없어도, 부족해도 상관 없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공과 사는 별개니까요."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 협력해달라는 말씀......이신거죠?"
"네. 사실 본심은 '저희를 한 번 믿어달라' 에 가깝긴 합니다만, 냉정히 따져보시더라도 저희를 도우시는 쪽이 괜찮지 않으시겠냐는 권유입니다."
들숨, 그리고 날숨.
크게 숨을 고른 키리후지 나기사가 생각에 빠져든다.
그래.
사실 그녀의 말이 궤변같을지언정 틀린 부분은 없다.
선생이 없는 키보토스라면 결국 새로운 구심점은 필요한 법이고, 다른 학원들이 대표자를 도맡는 꼴을 지켜보느니 차라리 총학생회를 대표로 세우는 것이 훨씬 덜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지금의 선생과 샬레처럼 각 학원들에는 쉽게 해결하기 힘든 일들이 각자의 내외적으로 있기 마련이고, 그러한 문제를 총학생회가 중재할 수 있다면 미흡하게나마 조치가 될 터. 어쨌든 총학생회는 다른 건 몰라도 중립성은 철저하니까.
총학생회가 그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된다고 나쁠 것은 없다만, 실패하고 무너져내린다면 트리니티에 있어서도 하등 좋을 것은 없기 마련이다.
결국 키보토스 전역의 행정 업무를 누군가는 해야하며, 트리니티에는 그러한 업무에 할당할 인력도 시간도 부족하다.
총학생회로의 인력 차출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니,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게 좋겠지.
물론 거대한 모험이 될 것이다.
처음 맞이하는 선생님 이후의 시기.
처음 시도되는 총학생회의 도전.
처음 동조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트리니티.
이것이 실패한다면 나기사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뿐만이 아니라, 트리니티 자체가 거대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좋아요. 검토해 보겠습니다."
키리후지 나기사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단,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첫 번째, 총학생회는 이후 트리니티 측에서 상정하는 안건 외의 내정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을 것. 물론 대행의 성향이 성향이니만큼 크게 우려하는 사항은 아닙니다만, 대행의 입으로 확답을 받고 싶어서요. 특별한 협의가 없는 한, 대행의 임기가 끝나도 보장받았으면 합니다."
그 사람의 성향에 기대는 것과, 대면한 자리에서 확답받는 것은 다른 수준이다.
이미 방위실장의 쿠데타로 기괴한 행정명령이 발동됐던 전적이 있는 이상, 총학생회의 입지가 확고해진 뒤 태도가 돌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기사는 과도한 내정 간섭 금지를 아예 명문화시키고자 하는 생각일 것이다. 그 시작이 총학생회장 대행의 확답이라는 것은 물론 두 말할 것 없다.
"그렇게 하죠. 상정된 안건 외, 총학생회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내정 간섭은 없을 것임을 확인합니다."
"이야기가 빨라서 좋군요. 그렇다면 두 번째는......"
고개를 끄덕인 나기사가, 시선을 천천히 선생에게로 향한다.
"이번에 상정할 저희 측 안건에 관해, 선생님은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시면 안됩니다."
세이아의 눈가가 움찔거리고, 미카의 얼굴이 어안벙벙한 표정으로 물들어간다.
선생이 아직 건재함에도 그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니. 회의 자리에 상정시킬 안건 정도면 그의 도움이 필요할 터인데도, 키리후지 나기사는 그 도움을 초장부터 차단하고 있었다.
"상정할 안건은 어디까지나 총학생회의 업무 능력을 가늠해보기 위한 것.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느긋하게 기다려드릴 여유는 없습니다. 성공적으로 마무리짓는다면 트리니티는 총학생회에 공식적으로 협조하고 그 역할을 인정하죠. 하지만 파행되거나 제대로 끝맺지 못한다면, 저희는 총학생회의 능력 자체를 불신할 수밖에 없고, 이후 총학생회 측에서 어떠한 것을 추진하더라도 협조해드릴 수 없습니다. 어떠신가요?"
"좋습니다."
나나가미 린이 다시 한 번 즉답한다.
이번 즉답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나기사를 제외한 모두가 그녀를 우려섞인 눈으로 바라본다.
조건을 제시한 키리후지 나기사 역시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조금은 조심스러워진 말투로 되물어온다.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저희가 어떤 안건을 상정할 지도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조정에 실패하셨다간 뒷감당이 많이 어려우실텐데."
"괜찮습니다. 첫 발걸음만 떼면 되니까요. 그 이후는......아마 직접 보시는 게 나으실 겁니다."
린은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기라도 한 듯 단호히 대답했고, 나기사는 그런 그녀가 썩 신경쓰이기 시작한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신만만하시네요. 마치 결말을 알고 계신 것처럼요."
"반대입니다. 저도 이 결말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빈자리가 성공적으로 메꿔질지, 아니면 제가 탄핵당하고 총학생회가 무너져내릴지."
나나가미 린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하지만 한 가지. 저와 총학생회는 각자의 힘이 닿는 데까지 가 보려고 한다는 것. 그건 알 수 있겠군요."
온갖 계산이 동원되는 자리와는 맞지 않는 이야기. 진실인지 블러핑인지도 알 수 없는 모호한 표현. 키리후지 나기사가 제일 싫어하는 정치적 '물음표'.
그럼에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되지 않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대행의 뜻이 그러하시다니 가타부타 더 얘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논의 결과는 내일 있을 회의에서 보여드려도 괜찮으신가요?"
"편하신대로 하시죠. 모쪼록 긍정적인 답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야기가 끝났다고 선언하듯, 나나가미 린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다.
나기사와 미카, 세이아 역시도 자리에서 일어난 채, 선생의 휠체어를 밀며 다과회실을 나서는 두 사람을 말없이 배웅한다.
"......아, 대행.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한 사람. 키리후지 나기사가 린을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시죠?"
"오늘의 이 자리는 공식적인 자리인가요, 아니면 비밀리에 준비된 비공식적인 자리인가요?"
그 질문은, 어쩌면 오늘 제일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키리후지 나기사와 나나가미 린만이 그 의미를 이해하는,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거대한 질문.
"......어느 쪽이 마음에 드십니까?"
"저희는 상관 없습니다. 대행께서 선택해주세요."
나기사는 끝까지 그녀에게 선택을 넘겼고,
"......그러면, 공식적인 자리로 해 두시죠."
린은, 작게 미소지으면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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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하루의 끝
어쩌다보니 점점 정치극이 되어간다
그래도 키보토스라면 예민하고 복잡할 수 있는 문제니까 저마다의 수읽기가 반복되겠지?
글자수 제한에 또 걸릴까봐 얼추 마무리시켜버리기~
댓글 10
항상 잘 읽고 있음
똑똑한 엉덩이들

이제 죽기 5일전쯤 되면 10분할 나오겠는데 ㅋㅋㅋㅋ
이제 일주일 남았는데 겨우 트리니티 하나 해결된 건가 갈길이 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