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누구보다 구원 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구원 받지 않으려 했다.
누구보다 용서 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을 용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나에 대한 벌이니까.
미소노 미카는 용서하지 않는다.
"배신자에게 벌을!"
"햇빛 아래로 나오지 마! 이 마녀년!"
――빨리 어디론가 가주지 않으려나.
흠뻑 젖은 얼굴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은 오후부터 티파티의 다과회에 초대받았다. 얼마 만일까. 기대에 부풀어 어젯밤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봉사활동인 잡초 뽑기는 하루가 걸려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넓은 부지라 해가 뜨기도 전에 작업을 시작해 겨우 끝냈다. 그게 마침 점심을 지났을 때.
그리고 일단 한 번 돌아가 최근 왠지 찬물 밖에 나오지 않는 샤워로 땀을 씻으며 유일하게 깨끗한 상태로 남아있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기숙사를 나섰다.
오랜만에 나기쨩과 세이아쨩을 만나는 듯한 느낌이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과자는 뭘까?. 롤케이크는 한동안 됐으려나......
맞다, 선생님에게도 이야기 해볼까? 둘 몰래 부르면 어떤 표정을 할지. 아, 그래도 선생님은 바쁘니까 분명 폐를 끼치고 말겠지. 하지만 권유해 보는 것 뿐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며 다과회 장소로 향하던 중, 나는 백일몽에서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학원 안뜰을 지나던 중, 얼굴도 모르는 트리니티생 3명이 갑자기 양동이에 담긴 액체를 들이부은 것이다.
불운, 사고. 그렇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였다.
죄인인 나에게 그것은 단지 일상적인 일이었으니까.
(뭐, 옷이 찢어진 건 아니니까 괜찮나.......)
뿌려진 건 아무래도 그냥 물 같다. 오물이나 진흙이 아니니 곧 말라서 원래대로 되겠지.
이들의 험담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반격을 경계해서인지, 아니면 선을 긋고 있는지 직접 손을 대려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저 멍하니 서서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쥐고 그저 견디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그러니, 내가 상처받는 건 어쩔 수 없다.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슬프지 않을 리도 없다. 하지만 이미 납득해 버렸다. 비오는 날 우산 없이 외출하면 젖어버리는 건 필연이라고.
잠시 후 그녀들은 만족했는지 양동이를 내던지고 어디론가 떠났다.
그 양동이를 주워 방해가 되지 않을 만한 곳으로 옮긴 후 약속장소인 테라스로 서둘러 향했다.
시간이 조금 늦어졌어. 서둘러야지.
옷은 말랐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 이정도면 괜찮아. 이제 웃음을 끌어내는 일만 남았을 뿐.
......제대로 웃을 수 있을까.
테라스 근처 화장실^에 들러 몸가짐을 가다듬었다. 이제 소중한 친구들과 만날텐데, 평소대로 하지 않으면 웃음거리가 될거야.
이윽고 새하얀 테이블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다과회는 시작된 모양.
황급히 손을 흔들며 달려가려는데, 그 순간 자신의 자리가 이미 채워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선생님?"
거기에는 늘 애타게 만드는 뒷모습이 있었다.
더 빨리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다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리 없어.
그런 생각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면 마치.
마치 나 대신 선생님을 부른 것 같지 않은가.
"......나기쨩도 세이아쨩도, 잘 웃네."
내 눈에 비친 것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두 소녀.
그래. 지금의 나보다 선생님과 있는 게 더 즐겁겠지.
......무슨 말을.
"아니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잡념을 떨쳐버리려고 머리를 살짝 흔들었다.
이렇게 소극적인 생각은 나 답지 않아. 저 세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밝고 긍정적으로. 그것만이 내 장점이니까.
천천히 심호흡하고, 신선한 공기를 온몸으로 들이마셨다.
선생님이 왔다니 깜짝 놀랐어! 그런 리액션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한 발 더 내딛었다.
──────────
───……
하지만 결국 나는 다과회에 가지 않았다.
어떻게해도 심성이 못된 자신이 뒤에서 내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에.
불 꺼진 어두컴컴한 방에서 침대에 웅크리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나기쨩과 세이아쨩에게서 걱정이 담긴 모모톡이 바로 날아와 괜히 더 자신을 싫어하게 된다.
「오늘은 봉사활동에 시간이 좀 걸려서 못가게 됐어. 연락 못해서 미안!」
그런 거짓말을 한 뒤, 내 봉사활동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을 나기쨩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으로부터는 『가까운 때에 다시』라는 의미의 답변만 왔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나는.
모처럼 선생님도 와주셨는데 망쳐버리고.
선생님의 연락은 없다.
분명 서프라이즈로 와 있었기에 신경써서 모르는 척 해주는 거겠지.
사과하고 싶어. 하지만 갑작스레 사과 같은 걸 하면 그 사람은 분명 더 걱정해 줄 거야. 부담이 되고 싶진 않아.
선생님 앞으로 몇 번이고 메시지를 쓰다 지우다를 반복한 뒤 내일 직접 샬레에 가기로 결정했다.
글로는 잘 전달될 거 같지도 않고 선생님도 몰래 왔으니 나도 몰래 가도 되겠지. 그리고 언제든지 놀러와도 된다고 한 사람은 선생님이니까.
"선생님, 어떤 표정을 할까. 맞다, 뭔가 선물이나 사다줘야지. 하지만 트리니티에서 사면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샬레 근처에서 산 다음 우연히 지나가다 샀다고──......"
그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
───……
다음 날, 5월 8일
미리 조사해 둔 과자점에 들러 케이크 몇 개를 산 뒤 샬레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선생님은 밀레니엄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당번인 아이일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왠지 들어가기 어려워 문밖에서 상황을 살폈다.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아. 서로의 표정을 보아하니 즐거운 내용인 건 틀림없겠지.
──어라?
서로 웃고, 바라보고, 가끔씩 바디터치 같은 것도 하고.
마치 매일 만나는 것처럼 친근한 거리감. 온화하고 자애로움이 넘치는 표정의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에게 미소짓는 학생.
그 눈에 깃든 감정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어라?
"방해... 겠지..."
착각하고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혼자 들떠 있었던 모양이다.
제멋대로 다가가고, 인정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기분 좋아져서는, 상냥함에 젖어들어.....
공주님 같은 게 아니야.
이래서는 마치――
갑자기 자신이 부끄러워져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샬레를 떠났다.
가슴이 아프다. 마음이 무겁다.
옥죄여서 터질거 같아.
마치 안쪽에서 가시에 찔려 빠지지 않게 되어 버린 것처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아무리 심호흡해도 침체된 공기가 폐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내 방에 도착한 뒤에도 허공에 뜬 마음은 점점 가라앉기만 한다.
일렁이는 마음을 케이크 상자에 쏟아버릴까 생각했지만, 음식에 죄는 없다. 나는 헛돎의 상징을 냉장고에 슬쩍 집어넣었다.
이런 때에도 아직 냉정하게 있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걸까, 아니면 아무래도 좋아져 버린 걸까.
"나도 참, 언제나 그렇지."
갈아입지도 않은 채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고, 빛을 보고 싶지도 않아서 눈을 팔로 가린다. 하지만 이럴 때만 유독 쓸데없이 이것저것 생각하게 된다.
언어화해서 내뱉어 버리면 조금은 편해질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지만 작은 행복이 달아날 뿐이었다.
선생님은 나쁘지 않아. 나기쨩도 세이아쨩도.
언제나 나쁜 건 나.
태도를 바꾼 건 아니지만, 자각해야 했다. 나는 귀찮은 여자. 모두가 신경 써줄 자격은 없어.
그럼 적어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지. 내자 지금 할 수 있는 건 죄를 값는 것뿐.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그걸로 용서받을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젠가 평범하게 선생님에게 놀러갈 수 있도록."
지금은, 그저 그것뿐.
──────────
───……
「미카?」
「오늘 샬레 왔었지?」
「지금부터 잠깐 놀러가도 될까?」
그 메시지를 알아차린 것은 시계가 밤 23시 30분쯤을 가리켰을 무렵.
그때부터 어느새 잠들어 버린 나는 멍한 머리로 모모톡을 보고는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이었다.
저녁때 보낸 것 같다.
"와, 어, 어쩌지?"
황급히 메시지를 돌려보낸다.
「미안, 선생님! 잠든 것 같아! 정말 미안해!」
그러자 신기하게도 곧장 읽음 표시가 뜬 뒤 답장이 왔다.
「나야말로 미안해. 뒷모습이 보여서 말을 걸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맞아서. 폐를 끼쳤네.」
「그렇지 않아! 모처럼 선생님이 놀러오려고 했는데 잠들어 버리다니, 나도 참 틀려먹었지......」
「오늘 뭔가 볼일이라도 있었어? 괜찮아?」
──치사해, 선생님.
그런식으로 내가 원하는 말을 자꾸 써주다니.
그렇게나 가라앉았던 마음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제멋대로 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아니, 괜찮아! 그냥 근처를 지나가다 들렀을 뿐이야☆」
그러니, 나는 괜찮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는데, 선생님에게서 뜻밖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지금, 전화해도 될까?」
"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이상한 목소리가 나왔다.
「응.」이라고 답장하자, 바로 전화가 왔다.
『밤늦게 미안해. 미카. 아무래도 오늘 중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아니, 괜찮아...... 아, 그래도 소등시간 지났으니까 작은 소리로 해줘?"
『그랬었지, 그럼 간략하게.』
선생님은 잠깐 텀을 두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생일 축하해, 미카.』
"어?"
순간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디지털 시계를 보니 날짜가 5월 8일로 표시되어 있다.
내 생일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어.
지금까지 고대해 본 적은 없었지만 날짜가 바뀌기 직전까지 잊고 있었던 건 처음이다.
"어, 어라..... 내 생일, 알고 있었어?"
『물론. 며칠 전부터 손꼽으며 기다리고 있었지.』
"으, 응...... 고마워......"
설마 선생님에게 축하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오늘 샬레에 가려고 한 것도 완전히 즉흥적인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럴 생각은 일절 없었다.
『숨기려고 해도 소용없다구. 아무리 부끄러워도 학생은 조용히 선생님에게 축하 받아!』
"아하하, 들켜버렸나."
떨리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했다.
기뻤다.
이런 나라도 축하해준다고. 축하 받을 자격이 없는데. 그래도 이렇게 생각해준다고.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내 생각만 해주고 있다고.
그 사실이, 하늘과 땅이 뒤집힐 정도로 기뻤다.
『그래서 사실 어제부터 어떻게든 직접 선물을 줄 수 없을까 하고 틈을 노리고 있었는데...... 역시 서프라이즈란 게 잘 안 되네.』
"아니, 그 마음만으로도 나는――"
『그러는 것도 뭔가 아쉬워서 어떻게든 준비해봤어. 문 앞에 놓여 있을 테니 조심스레 가져가.』
그 말을 듣고 방문을 열자 종이봉투가 놓여 있었다.
세 겹 정도 겹쳐진 종이봉투 안에는 낯익은 상자가 들어 있었다.
『음식이라면 괜찮다고 해서, 항상 점호하는 아이에게 뇌물...... 협력을 부탁해서 말이야. 제대로 된 선물은 다시 줄 테니까, 일단 그거라도 받아주지 않을래?』
안에는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내가 오늘 선물로 사러 간 물건 과 같은 상품.
『연락도 안 되고, 조금 걱정돼서 저녁에 몰래 갔거든. 그랬더니 자는 것 같아서 그것만 두고 왔어.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입을 열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기에.
안 돼. 선생님. 이러면.
더 이상 나에게 잘해주지 말아줘.
그러지 않으면 나는 나를 용서해 버릴지도 몰라.
모두가 평범하게 대해주는 나를, 싫어할 수 없게 되어버려.
제발, 자신을 싫어하는 채로 있게 해줘.
그렇지 않으면 분명 나는 견딜 수 없을 테니까.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재액이, 모두 자업자득이라고 넘길 수 없게 되어버려.
이제 그런 일방통행의 괴로움은 원치 않는데.
원치 않았을 텐데.
『미카?』
"......... 고마워, 선생님."
혼자서는 이렇게나 못먹는다구. 냉장고를 보며 자조하듯 웃었다.
그 후, 울음을 참으며 조금만 더 선생님과 수다를 떨었다.
내용은 솔직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소소한 이야기가 내게는 구원이었다.
「어제 오지 못한 건 뭔가 사정이 있었겠죠. 모처럼 생일용 홍차와 과자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내일 오후 3시 다시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음에는 제대로 얼굴을 내밀어 주세요, 미카씨.」
「미카, 괜찮은가? 자네가 우물쭈물한 탓에 식은 홍차를 마시게 됐다네. 다음엔 15분 전에는 도착해주면 고맙겠군. 다음에는, 꼭.」
누구보다 구원 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구원 받지 않으려 했다.
누구보다 용서 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을 용서 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만큼은.
이 상냥함에 젖어도 되는 걸까.
지금뿐인, 앞으로 몇 분이면 끝나버리는 오늘 정도는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선생님."
"역시, 괴로워......."
왜냐하면, 이것은 나에 대한 벌이니까.
☆
"미카씨, 오늘도 오지 않을 생각인걸까요......?"
"역시 저번의 「의자가 없으면 내 무릎에 앉으면 되잖아」 몰래카메라는 너무 심했으려나."
"선생, 그건 몰래카메라라기보다는 그냥 성희롱이야."
트리니티 종합학원 한쪽에 있는 티파티 전용 테라스.
거기서 나는 나기사, 세이아와 함께 다과회의 주역――미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잇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의자를 준비했고."
"의자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거리까지 온다면 보통은 그대로 오지 않나?"
"뭐 그건 그렇지만."
세이아의 츳코미가 엄격하다.
그녀 나름대로 미카를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이전날 미카가 참가 예정이었던 다과회에 비밀리에 한발 먼저 참가하고 있었다. 사실은 당번으로 삼아서 당일 생일 축하를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스케줄이 맞지 않았기에 하루 빠른 생일파티를 서프라이즈로 열기로 했었다.
하지만 미카는 오지 않았다.
원인은 알 수 없으나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나기사가 말해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소꿉친구인 그녀가 말하는 이상 틀림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카는 지금 매우 괴로워하고 있겠지.
입장도, 책임도, 죄도, 각오도 그 가련한 등으로 한 몸에 짊어지고 있다.
거기에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선생님, 괜찮으신가요? 안색이 나쁜 것 같습니다만."
"아, 괜찮아. 미안해,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미카의 일인가?"
"하핫, 세이아는 뭐든 꿰뚫어보는구나."
"얼버무리지 말아주게. 말했었지? 우리는 같은 입장이니까. 여기서는 속내를 털어놔도 괜찮아."
세이아에게 한 소리듣고 나는 강아지가 우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 더 미카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어."
"알고 있어요. 마찬가지니까요. 저희도."
나기사는 먼 옛날을 그리워하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사실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손을 잡아주고 싶고 격려하고 싶고 용서해주고 싶어요. 이제 충분히 원래의 당신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죠."
그래. 그건――
"미카 자신이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 그녀는 스스로 벌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그 끝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기사에 이어 세이아가 식은 찻잔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작은 새는 테이블 구석에서 얌전히 쿠키를 쪼고 있다.
미카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야한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했다가는 또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의 앞날을 지켜본다는 의미에서는 이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끔, 선생님이라는 입장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어.
뒤따를 뻔한 그 말을 목구멍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들도 같은 학생이다.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뭐, 그래도."
한숨 크게 내쉬고 난 뒤 나기사는 홍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말했다.
"미카씨는 아시다시피 비정상적으로 터프하고 극단적일 정도로 긍정적이고 기가 막힐 정도로 능청스러운 사람이니까요. 언젠가는 분명 웃는 얼굴로 나타나겠죠."
그렇게 말하자마자 나기사의 모모톡에 알림이 들어온다. 그것을 본 그녀의 얼굴이 문득 부드러워진 것처럼 느껴졌다.
"말한 대로였네요."
그녀의 스마트폰에는 미카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아무래도 봉사활동때문에 조금 늦어지는 듯 하다. 『하지만 꼭 갈게!』라는 활기찬 대답.
"이래야 미카씨죠."
"그건 칭찬하는거? 헐뜯는거?"
"어느 쪽인 거 같나요?"
"둘 다려나?"
"나도 같은 의견이야."
"......후훗." "하하."
무심코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다들 입으로는 이런저런 말다툼을 하지만 그녀를 좋아한다.
"그럼,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 준비해야지."
"이미 서프라이즈가 아니지 않나?"
"후후, 선생님은 서프라이즈를 좋아하시네요."
"놀란 얼굴과 기뻐하는 얼굴을 동시에 볼 수 있으니 이득이야."
"여자들은 서프라이즈보다 미리 제대로 말해주는 게 더 기쁜 법이랍니다."
"어, 그래?"
잔잔한 미소가 푸른 하늘로 떠오른다.
빨리 이 자리에 훌륭한 미소를 더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어.
"그건 그렇고, 선생님. 얼마 전 미카씨에게 인사하려던 트리니티 학생 3명이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했다던가. 현재 입원 중이라는군요."
"......그렇구나."
뭐든지.
그녀는 분명 스스로 서서 걸을 수 있게 되겠지.
나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미카가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이 있을 거 같으니 잠깐 자리 좀 비울게."
"급한 예정이라도?"
"응, 잠깐 말이야."
그녀는 자신에 대한 벌을 받아들였다.
"지금 얘기해준 입원 중인 학생, 걱정돼서."
그리고 이건 분명 내 죄다.
"병문안 다녀올게."
미카는, 나의 소중한 공주님이니까.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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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최신소설 안오니까 옛날꺼 번역된거 읽고있네 직접 찾아서 번역해볼까

귀찮은 년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