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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선생이 떨어지기 직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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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폐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탈출 시퀀스를 작동하자 시야가 온통 순백의 빛으로 타들어 가는 듯하더니, 이윽고 모든 것이 암전되었다가 다시 밝아졌다. 귀를 찢는 듯한 '지잉-'하는 고주파음이 잠시 모든 소리를 집어삼켰다. 그 날카로운 소음에 본능적으로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감겼다. 천천히 눈을 떴을 때,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드넓은 땅이었다. 키보토스의 대지. 다른 학생들은 두 다리로 풀과 흙의 감촉을 직접 느꼈겠지만, 휠체어를 통해 전해지는 진동은 히마리에게 사뭇 다른 종류의 현실감을 안겨주었다. 바람이 뺨을 스치고, 풀 내음 섞인 공기가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여긴...”

그들이 도착한 곳은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너른 평야였다.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녹색의 물결 위로, 비슷한 위치에서 거의 동시에 탈출 시퀀스가 발동된 우트나피쉬팀의 배의 승무원들이 낯선 환경에 잠시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곁에는 방주에서 함께 사투를 벌였던 게임개발부, 아비도스 대책위원회, 미식연구회 등 익숙한 얼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흙먼지와 긴장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시로코 선배!”

“응. 아야네.”

“하아... 정말 다행이네요. 모두 수고했어요.”

“너도 고생 많았어.”

여기저기서 비슷한 대화들이 오갔다. 학생들은 서로의 무사를 확인하며, 방금 전까지 목숨을 걸었던 극한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양이었다. 긴장이 풀린 어깨, 희미하게 떨리는 손끝에서 그들이 겪었을 공포와 피로가 엿보였다.

‘아아. 이제야 통신이 안정됐네. 다들 정말 수고했어. 이걸로 모든 상황은 종료야.’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듯한, 약간의 노이즈가 섞인 리오의 목소리였다. 평소처럼 침착하고 단호한 어조였지만, 어딘가 현장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일단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고 나서 그런 말씀을 하시죠. 리오.”

히마리의 지적에, 통신 너머의 리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무슨 소리야. 탈출 시퀀스 23번 전부 성공적으로 작동된 로그를 확인했어.’

“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여기 안 보이시는데?”

학생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커졌다. 안도감은 순식간에 불안감으로 바뀌어간다. 리오는 잠시 침묵했다. 아마도 데이터를 재차 확인하는 듯했다.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탈출 시퀀스 23번 전부 정상 작동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어. 마지막 시퀀스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7초 전에 발동됐고.’

리오의 말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때,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카요코가 끼어들었다.

“전송 좌표에 오차가 발생했거나, 이동에 예상치 못한 지연이 생겼을 가능성은?”

‘후자의 가능성은 시스템상 없어. 하지만 전자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리오의 대답은 빨랐다. 실제로 같은 구역에서 시퀀스를 발동한 승무원들은 오차 범위 내의 비슷한 위치로 전송되었다. 그 사실을 고려한다면, 가장 마지막으로 탈출 시퀀스를 작동시킨 선생은 그들과는 조금 떨어진, 예상치 못한 위치에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희망 섞인 추측이 가능했다.

“치쨩? 죄송하지만, 선생님의 현재 위치 좌표를 확인해 줄 수 있을까요?”

히마리가 다급하게 요청하자, 치히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어. 데이터 조회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 좌표 특정... 완료...’

그러나 치히로의 말은 거기서 불안하게 멈췄다. 짧지만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다시 들려온 치히로의 목소리에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한 미세한 떨림이 배어 있었다.

‘...상공... 75,000 미터.’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순간, 평야를 감돌던 희미한 안도감과 희망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어째서... 탈출 시퀀스가 전부 작동 된거면...”

분명 우트나피쉬팀의 배에는 선생을 포함해서 23명이 타고 있었다. 23번의 시퀀스가 발동했다면, 선생이 이곳에 도착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논리적으로는 명백한 사실이었으나, 눈앞의 현실은 그 논리를 비웃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던 시로코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메말라 있었다.

“...나야.”

“네? 그게 무슨 소리죠?”

시로코는 말 없이 바닥을 바라보았다. 굳게 다문 입술과 가늘게 떨리는 어깨, 그리고 꽉 쥐어진 주먹에서 터질 듯한 분함과 슬픔이 느껴졌다.

그때, 호시노가 나섰다. 평소의 나른함은 온데간데없는,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선생은 시로코 쨩, 그러니까 다른 세계의 시로코 쨩에게 탈출 시퀀스를 쓴 거야.”

호시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호시노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선생이라면... 선생이라면 절대 그 세계의 시로코 쨩을 포기할 수 없었겠지...”

호시노의 말이 끝나자 더욱 깊은 정적이 흘렀다. 아무리 적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세계를 멸망 시킬려고했던 존재라 할지라도, 선생이라면. 그들이 아는 선생이라면. 분명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앗-!

그 순간, 하늘 저편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망막을 태울 듯이, 순백의 빛이 짧고 강렬하게 밤하늘을 갈랐다.

‘우트나피쉬팀의 배 자폭 완료... 선생님의 추락이 확인, 아직 생명 반응은 유지 중.’

침묵을 깬 것은 치히로였다.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하려 애쓰는 듯한, 무덤덤한 목소리였지만 그 끝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모니터 너머로, 숫자가 75,000m에서 서서히, 그러나 점점 가속도가 붙으며 떨어진다.

‘아직 생명 반응은 유지 중.’ 그 말은 잔인할 정도로 무책임했다. 성층권을 넘어 아득히 높은 곳에서,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맨몸으로 떨어지는 상황.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곧 죽는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치히로도,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모두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직은, 차마 그 결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리오. 일단 최대한 방법을 찾아봐요. 탈출 시퀀스를 역이용하는 방법이라도... 그 흔적이라도 분석한다면...”

히마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급하게 외쳤다.

‘없어.’

그러나 리오의 대답은 단정적이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 목소리는 히마리의 희미한 기대를 단칼에 베어냈다.

“아니요. 분명 뭔가 방법이... 그 로그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면...”

‘없어! 없어! 없어! 없다고!’

순간, 통신 너머로 리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히마리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평소의 냉철하고 감정 없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통신 장비 너머로 리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키보드를 내리치거나 주변의 기물을 부수는 듯한 파열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

히마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무력감이 엄습한다. 초천재 병약 미소녀 해커, [전지]의 칭호. 그 무엇도 지금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때였다.

‘선생님의 추락 속도... 감소 중.’

치히로의 말이 다시 한 번 얼어붙었던 침묵을 깨뜨렸다. 그 목소리에는 이전의 떨림과는 결이 다른, 믿을 수 없음과 경이, 그리고 희미한 기대가 실려 있었다.

“뭐... 뭐라고요?”

히마리가 되물었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현실인지, 아니면 절박한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상식이, 모든 이치가 허락하지 않을 기적이, 지금 이 순간 펼쳐지고 있었다.

‘모, 모르겠어! 하지만 상공 60000미터 지점부터 낙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어! 생명 반응도 안정적이야!’

치히로의 목소리는 흥분과 놀라움으로 한층 높아졌다.

히마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대체, 저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저거 봐...”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하늘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쏠렸다.

https://youtu.be/qByySl0Z0GE

밤하늘 저편, 부드럽고 신비로운 푸른 유성이 느릿하게,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배경으로, 푸른 빛줄기는 밤하늘에 그어진 한 획의 붓질처럼 길고 유려하게 번져갔다. 그 빛은 너무나도 느려서, 마치 중력조차도 그 아름다움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듯했다. 떨어진다기보다는, 상처 입은 세상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하늘이 직접 내려놓는 듯한 움직임.

그것은 키보토스 전역에서 관측될 만큼 거대하고 밝은 빛이었지만, 눈부시거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온화하고 포근했다. 그 빛은 슬픔을 머금은 눈물방울 같기도, 절망 끝에 피어난 희망의 씨앗 같기도 했다.

"예쁘다...."

그 푸른빛 광채는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 별똥별이라 하기엔 너무 느리고, 인공적인 불빛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순수하고 고요했다. 주변의 공기마저 그 빛에 물들어, 밤의 냉기가 부드러운, 푸른 온기로 바뀌는 듯했다.

기적.

그래, 그렇게 부르는 게 맞을 것이다.

색채의 침공, 키보토스의 멸망 위기, 붉게 물들었던 하늘... 숨 가쁘게 몰아쳤던 모든 혼란과 공포는 저 멀리 밀려가고 있었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학교에 가야 한다. 이런저런 일이 많아 숙제를 못 해서 친구의 노트를 빌려야 할 수도 있다. 급식으로 맛있는 메뉴가 나올 수도 있다. 신상 디저트를 먹으러 갈 수도 있었다. 시험을 망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보충 수업을 들어야 할 수도 있었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임을, 이 푸른 빛이 조용히 속삭이고 있었다.

이윽고, 영원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흐르고, 푸른 빛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평원의 풀밭 위에 내려앉았다. 빛이 사그라들자, 그 중심에는 익숙한 인영이 서 있었다. 상처 하나 없이,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선생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온몸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 풀과 흙 내음이 섞인 상쾌하고 익숙한 공기였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풀 내음, 발밑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흙의 촉감. 키보토스의 공기. 돌아왔다는 실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웠다.

저 멀리,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리운 얼굴들이 보였다. 놀라움과 안도, 그리고 터져 나오기 직전의 기쁨이 뒤섞인 표정으로 굳어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은 조금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선생은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랑이 머무는 곳으로.

~~~~~~~~~~~~~~~~~~~~~~~~~~~~~~~~~~~~~~~~~~~

과제 하다가 갑자기 새벽 감성 올라와서 후루룩 썼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8876343&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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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5.02창작

소설)선생이 떨어지기 직전의 이야기

#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14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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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DC
치동작가
게시물 28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YouTube
게시일2025.05.02 02:50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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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나
ㅇDC
ㅇㅇ125.05.02

잘쓴다

ㅇDC
ㅇㅇ225.05.02

중간부터 훅 몰입해서 읽게됐네 글에 빨려들어가듯이 본듯

ㅇDC
ㅇㅇ325.05.02
디시콘
ㅇDC
ㅇㅇ25.05.02

군만두 대량발주했다

ㅇDC
ㅇㅇ425.05.02

부랄 동서남북으로 찢으면서 울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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