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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카스팔루그를 위한 학원은 없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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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야마 카즈사는 그녀가 탐닉하던 초콜릿 케이크를 반쯤 남겨둔 채 잠시 상념에 빠졌다.

“어유, 왜 저렇게 산대.”

요시미는 아무래도 카즈사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두 소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불량 학생 몇 명이 패거리를 지어 가고 있었다.

“하하… 요시미 쨩, 그래도...”

아이리가 뭐라 말하려고 하자 나츠가 끼어든다.

“마침 우리에게 전문가가 있으니 바로 알아볼 수 있겠군.”

나츠는 고개를 돌려 카즈사 쪽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인다.

“자! 저들의 심리는 대체 어떤 거지, 카스팔ㄹ…”

콰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카즈사는 자신의 포크가 사라졌으니 자연스럽게 나츠의 것을 들어 초콜릿 케이크를 퍼먹기 시작했다.

스케반…

이제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다.

카즈사에게는 지금 눈앞의 디저트를 먹어치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카즈사는 고통에 울부짖으며 바닥을 뒹굴고 있는 나츠의 마지막 에그타르트까지 입안에 털어 넣으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 먹었으면 이제 슬슬 갈까?”

“뭐야. 여기서 공부하는 거 아니었어?”

“쟤네 보면 이제 슬슬 난장판이나 피울 거 같아. 괜히 엮이면 귀찮아지니까 기숙사 가서나 하는게 좋을거 같아.”

“뭐? 그럼 정의실현부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상관없어.”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나츠의 비명을 무시하고 카즈사는 카페 한구석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파르페를 탐식하는, 덩치와 날개가 큰 흑발의 여성이 있었다. 분명 사복에, 얼굴을 가리기 위한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썼지만 인상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있는 한 문제가 그렇게 크게 번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금방 해결될 거 같아.”

“그래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진짜로. 나 믿어도 돼, 아이리.”

카즈사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포크를 뽑고는 냅킨으로 간단히 닦는다. 그러고는 여전히 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나츠의 옷깃을 끌며 밖으로 나왔다.

‘어유, 왜 저렇게 산대.’

길을 걸어가면서도 요시미가 툭 던진 한마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카즈사는 가만히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 본다.

일단 ‘어렸으니까’라는 건 가장 핑계 대기 좋은 정답이다. 철이 없었고, 혈기가 넘치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조금 더 깊은 곳, 그때의 진짜 동기를 되짚어보면…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강했어서?

힘으로 무언가를 굴복시키고 증명하는 것이 멋져 보여서?

아니면 그저 누군가와 치고받고 싸우는 그 고찰 없는 쾌감이 좋아서?

아니면…

“여어, 카스팔루그 씨.”

목에 무게감이 느껴진다. 누군가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해온 것이다. 나츠라기엔 키가 맞지 않고, 목소리도 묘하게 불량스러운 억양이 묻어나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카즈사는 고개를 휙 돌렸다. 눈에 들어온 것은 회색에 가까운 백발과 껄렁한 표정.

“이야, 이거 오랜만이네. 조용히 지내고 있나 보네?”

“…네, 안녕하세요. 코노카 언니.”

***

“이야~ 잘됐네, 잘됐어. 그래, 마음 고쳐먹고 사니까 사는 게 훨씬 편해지지?”

카즈사는 코노카와 둘이 근처 골목에 위치한 라멘 가게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갔다. 디저트부원들에게는 "옛날에 알던 지인인데 잠시 대화좀 하다가 오겠다"라며 나츠를 던져두고 대충 둘러대둔 상태였다.

‘아, 설마 카즈사 자네, 카스팔루그 시절의 지인을 말하는 건…’

퍼어어어어어억!!!

부차적인 이야기는 뒤로하고.

“네, 뭐. 적당히요.”

“대자 두 그릇 나왔습니다.”

주인이 마늘과 숙주, 각종 토핑이 산처럼 쌓인 지로계 라멘 두 그릇을 테이블 위에 쿵 소리가 나게 놓아주었다.

“오, 잘 먹겠슴다.”

코노카는 앞니로 나무젓가락을 뚝 반으로 가르더니, 망설임 없이 숙주와 함께 면발을 집어넣고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그걸 본 카즈사도 후- 후- 불며 천천히 라멘을 입에 넣었다.

“그럼 정의실현부 들어간 거야?”

코노카가 면발을 삼키며 물어본다.

“아뇨. 그냥 친구가 만든 작은 동아리 들어갔어요.”

“친구? 아까 같이 있던 그 귀염둥이 애들?”

“네.”

“어휴, 난 당연히 정의실현부 들어갔을 줄 알았지. 그런 곳이 꿀인데. 들어가기만 하면 합법적으로 나쁜 놈들 두들겨 패고 다닐 수 있잖아? 진짜 말이 안 된다니까? 나도 지금 발키리에서 높은 자리까지 해먹고 있는데, 전부 사람 잘 패서 오른 거라고.”

“…발키리, 그런 기준으로 간부를 뽑는 곳이었나요.”

“너도 정의실현부 들어갔으면 딱 내년쯤엔 간부 자리 하나 꿰찼을걸? 진짜 아깝다, 아까워.”

코노카의 호쾌하다 못해 무시무시한 소리를 들으며, 카즈사는 라멘 국물을 한 모금 삼켰다.

“뭐… 이젠 별로 관심 없어서요. 싸우는 거나 그런 거나.”

“천하의 카스팔루그가?”

“카즈사라 불러주면 안 될까요.”

“원하신다면야~”

그때였다.

“아… 죄송합니다… 지금은 자리가 꽉 차서…”

가게 주인의 난감해하는 목소리가 입구 쪽에서 들려왔다. 카즈사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차슈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코노카가 갑자기 손을 들더니,

“오! 선생님! 여김다!”

푸하학-! 푸흐흐흐흡!!!

선생님?! 여기서?

카즈사는 사레가 들려 하마터면 국물을 뿜을 뻔했다.

“코노카?”

“여김다, 선생님. 4인석이라 같이 앉으시면 될 거 같슴다!”

코노카는 그러고는 카즈사를 바라본다.

“너 선생님 알지? 샬레의 선생님. 자리 없어서 곤란하신 것 같은데 합석해도 되지?”

“그, 그게…”

카즈사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채 후드를 머리 끝까지 눌러썼다. 코노카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하나 둥둥 뜨더니, 카즈사의 어깨를 툭 치며 소곤거렸다.

“뭐야, 선생님이랑 불편한 사이?”

“아니… 그건 아닌데…”

카즈사가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오, 카즈사도 있네?”

어느새 다가온 선생이 카즈사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젠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카즈사는 이를 악물고 코노카에게 조용히 경고했다.

“선생님한테… 이상한 소리 절대 하지 마요. 진짜로.”

“응? 내가 무슨 말을 한다고.”

코노카는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갸우뚱했다. 선생이 테이블 바로 옆까지 다가오자, 카즈사는 순식간에 표정을 싹 바꾸며 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선생님, 여기 앉아.”

카즈사의 안내에 선생은 자연스럽게 착석하며 물었다.

“근데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였어?”

“아, 그게—”

코노카가 신나서 옛날 이야기를 꺼내려던 그 순간, 카즈사가 순발력을 발휘해 재빨리 선수를 쳤다.

“중학교 때 알고 지내던 아는 언니야.”

“아, 그렇구나. 여기, 지로 라멘 중자로 하나 부탁드릴게요.”

코노카는 카즈사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카스팔…”

찌릿.

“…카즈사. 선생님이랑 잘 아는 사이?”

“네. 예전에 상담 신청한 적이 있어서요. 그 후로 편하게 연락하는 사이예요.”

돌변해버린 카즈사의 말투를 듣자, 코노카는 소름이 돋았다는 듯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 카스팔루그가 내숭을 떨다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흥미롭다는 듯 태도를 바꾼다.

“흐응~ 편하게 연락하는 사이라…”

코노카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카즈사와 선생을 번갈아 보았다. 평소에는 그 누구 앞에서도 날카롭던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던 그 카스팔루그가, 지금은 그저 평범한 여고생처럼 얼굴을 붉힌 채 얌전한 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근데 카즈사야. 너 중학교 때 나랑…”

“코노카 언니. 라멘 불어요. 얼른 드세요.”

카즈사가 어딘가 한 구석 썩어있는 미소를 지으며 코노카의 그릇 쪽으로 젓가락을 스윽 밀어넣었다. 코노카는 속으로 큭큭 웃음을 터뜨리며 라멘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올렸다.

“그래, 그래. 먹어야지. 아무튼 선생님, 카즈사가 트리니티에서 아주 조용하고 착하게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지 않슴까? 옛날엔 아주—”

콰직-!

카즈사가 테이블 아래에서 코노카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하지만 얼굴만큼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활기찼었슴다. 크크큭.”

코노카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정강이를 문질렀다.

‘힘은 여전하네. 미친년.’

선생은 그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듯 웃으며 말했다.

“그렇구나. 카즈사가 코노카랑 아는 사이였다니 의외네.”

선생의 라멘이 나오자 선생도 먹기 시작했다. 카즈사는 중간중간 선생을 힐끗거리며 식사에 완전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 선생님. 입가에 소스 튀었어.”

“응? 여기?”

“아니, 그쪽 말고. 칠칠치 못하게.”

카즈사는 투덜거리면서도 자연스럽게 냅킨을 들어 선생의 입가를 다정하게 닦아주었다. 손길이 닿는 내내 카즈사의 귀 끝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코노카는 진심으로 역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허, 참. 아주 그냥 눈에서 꿀이 떨어지네, 꿀이.’

코노카는 슬쩍 젓가락으로 면발을 적시며 입을 열었다.

“선생님.”

“…!”

카즈사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확장되었다. ‘제발 입 다물어라’라는 신호로 눈빛을 쏘아보냈지만, 코노카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카즈사가 요즘 샬레 일도 잘 돕고 있슴까? 예전부터 이 녀석이 한번 마음먹은 건 진짜 끝장나게 끝까지 해내는 성격이라 말임다. 뭐, 가끔 너무 과격해져서 주변을 싹 다 갈아엎는 습관이 있긴 한데—”

“국물에 마늘 더 넣어줄까요? 마늘 좋아하죠?”

카즈사가 코노카의 라멘 그릇 바로 위에 마늘을 마구 넣었다.

“아하하, 아무튼 선생님, 쟤 보기보다 애가 정이 많아서 말임다. 마음에 둔 사람한테는 아주 헌신적임다. 혹시 알고 계셨슴까?”

“어? 음… 카즈사가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여도 속정 깊고 다정한 건 잘 알고 있지.”

선생이 담담하게 웃으며 라멘 면발을 후루룩 삼켰다.

“나한테도 늘 많이 신경 써주고 고마운 학생이야.”

“……”

코노카는 씩 웃는다.

“그러게 말임다.”

식사가 끝나고 선생은 잔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샬레로 향했다. 선생이 사라지자 카즈사는 코노카에게 으르렁거렸다.

“진짜 왜 그러는 거예요?!”

“너야말로 어이없는데. 천하의 카스팔루그가 내숭 떠는 거나 보니 소름이 다 돋는다. 선생님도 카스팔루그 연대기를 알아야 하는데, 진짜.”

카즈사는 씩씩거리며 얼굴을 붉힌다.

“알고 있어요.”

“응?”

“알고 있다고요. 선생님, 제 과거.”

“진짜? 그런데도 그렇게 내숭을 떨 수가 있다고?”

“아, 진짜!”

카즈사가 윽박지르자 코노카는 여유로운 태도로 무시하며 옆에 있는 자판기로 다가가 동전을 집어넣는다.

덜컹.

“자, 이거 먹고 화 풀어라.”

코노카가 던진 차가운 캔커피를 얼떨결에 받으며 카즈사가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커피를 홀짝이는 카즈사를 가만히 바라보던 코노카가 툭 던지듯 말했다.

“너 발키리 전학 올 생각 없냐?”

“네?”

“후임들이 영 시원찮아서 말이지. 너 정도만 와줘도 진짜 일하기 편할 텐데. 내가 부국장 이름으로 추천장 써줄게.”

“안 가요.”

“그래도 말이야~ 잘 생각해 보라고. 발키리로 오면 합법적으로 사람 팰 수 있다니까? 심지어 나쁜 놈들만 골라서.”

“지금 잘 살고 있어요.”

“얌마. 내가 니 성질을 아는데. 그거 평생 못 죽이고 살아.”

코노카의 말에 카즈사는 캔커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혹했을지도 모르는 제안. 힘을 휘두르고, 누군가를 굴복시키며 얻던 그 즉효성의 쾌감.

하지만 카즈사는 캔커피를 들이켜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진짜 관심 없다니까요. 그런 거.”

코노카는 잠시 카즈사의 눈을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뭐… 좋을 대로 해라.”

코노카는 빈 캔을 쓰레기통을 향해 툭 던졌다. 캔은 깔끔하게 호를 그리며 쓰레기통 안으로 골인. 코노카는 만족스러운 듯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럼 나중에 마음 바뀌면 전화해라. 난 이제 방 가서 잠이나 퍼질러 자야겠다아~”

코노카가 하품을 하며 사라졌다. 카즈사는 캔커피를 비우고는, 코노카가 그랬던 것처럼 빈 캔을 쓰레기통 안으로 던졌다.

빈 캔은 입구 가장자리에 몇 번 튕기더니, 결국 아슬아슬하게 쓰레기통 안으로 들어갔다.

카즈사는 별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골목에서 벗어났다.

어느새 시간이 꽤 지나 날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방과후 디저트부원들이 공부하며 기다리고 있을 기숙사에 빨리 가기 위해 카즈사는 지름길인 뒷골목을 택했다.

가로등 하나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CCTV도 없는 뒷골목이었지만, 카즈사에겐 익숙한 풍경이었기에 딱히 겁이 나진 않았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야… 괜찮아…?”

“으으윽… 젠장…. 아파…”

신음 소리. 다친 걸까.

카즈사는 잠시 고민했다. 무시하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기숙사로 곧장 가는 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 일 것이다.

“……”

카즈사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결국 어둑한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마트폰의 손전등 기능을 켜기 위해 화면을 두드리며 다가갔다.

“거기 괜찮아? 많이 아프면 구급차라도…”

손전등 불빛이 켜진 순간, 카즈사는 말을 멈추었다.

열 명 안팎의 스케반들이 골목 안에 모여 있었다. 한 명은 왼팔을 심하게 다쳤는지 제 팔을 붙잡고 신음하고 있었다.

카즈사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입을 다시 연다.

“어이구. 다른 옷은 있냐? 그 꼬라지로는 병원 치료도 못 받을 텐데.”

스케반들은 말없이 씩씩거리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상황은 대충 파악이 되었다. 다른 스케반 조직과의 영역 싸움에서 밀려 도망쳐 온 모양이었다. 비교적 정상적인 이유로 다쳤다면 응급실을 갔지 이런 골목에 숨어들진 않았을 테니까.

카즈사 역시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저런 부류와는 엮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 그럼…”

카즈사가 대충 자리에서 벗어날려고 하던 차였다.

“잠시만… 저 자식… 쿄야마 카즈사잖아…!”

스케반 중 하나가 말했다. 그와 동시에 카즈사의 발길도 멈추었다.

“쿄야마 카즈사? 그게 누군데?”

“괴묘 카스팔루그! 작년까지 유명했다가 한 동안 잠잠하더니…! 설마…!”

“뭐? 그 카스팔루그?”

저들끼리 쑥덕이기 시작한다. 카즈사는 한숨을 푹 내쉰다.

“미안한데 나 이제 그런 멍청한 짓 할 생각 없고, 그냥 비켜줄 테니까 조용히 옷 갈아입고 병원이나 가.”

카즈사는 무심하게 한마디를 던지곤 뒤를 돌아섰다.

그 순간—

통증보다 먼저, 촉각으로서, 뒤통수를 스치는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다.

타앙-!

그리고 그 직후에 들리는 총성.

카즈사의 고개가 앞으로 기우뚱 떨어지고, 몸이 그 방향으로 꼬꾸라졌다.

“이야아아아아아아!!!”

스케반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카즈사에게 달려들었다. 카즈사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그대로 찍어버릴 작정이었다.

퍼억-!

충격음.

카즈사의 기관총 손잡이 부분이 달려들던 스케반의 복부에 꽂히며 난 소리였다.

카즈사는 자신의 애총을 지렛대 삼아, 괴력과 몸의 회전력을 더해 그 스케반을 앞으로 날려버린다.

스케반은 수 미터를 날아가 쓰레기 더미와 부딪히며 쿠당탕-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그사이 시야는 어둠에 적응해 있었다. 카즈사는 손전등이 켜진 스마트폰을 주머니 속에 차분히 집어넣었다. 골목 안의 무리는 대략 10명 정도. 게다가 일전의 싸움으로 이미 다치고 체력도 바닥난 상태.

그런 어중이떠중이들은 비록 실력이 녹슬었어도 잡을 수 있다.

***

지금 카즈사가 있는 곳은 발키리의 취조실.

자신은 딱히 잘못한 것이 없기에 금방 풀려날 줄 알았지만 상황이 생각 외로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시 말해봐. 천천히. 자세하게. 숨기는 것 없이.”

발키리의 심문 담당관이 서류를 톡톡 치며 말하자, 카즈사는 짜증이 가득 섞인 투로 대꾸했다.

“아까부터 몇 번을 말해? 그냥 우연히 길 가다가 저쪽에서 먼저 시비를 걸었고, 총까지 쏘면서 공격하길래 딱 몸 지킬 정도로만 자제해서 방어했다고. 그게 끝이에요.”

“하지만 저쪽 진술에 따르면, 네가 자기들을 공격한 상대 조직과 한패라고 주장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지?”

“관련 없다고요.”

“실제로 1년 전 범죄 기록을 보면, 네가 저들이 주장하는 조직과 함께 체포되어 들어온 기록이 존재하는데? 이것도 우연이라 주장할 셈인가?”

“어. 우연이에요. 나 손 씻은 지 한참 됐다고.”

“그걸 증명할 수단은?”

“아! 그냥 니네 부국장 데리러 오라니까! 아까 그 인간이랑 밥 먹었다고!”

심문 담당은 파일철을 정리하면서 문 쪽을 바라본다.

“…안 그래도 오시는 중이니까, 말 예쁘게 하고 계세요.”

그때 문이 찰칵 열리며 코노카가 들어왔다. 껄렁거리며 걸어 들어오는 부국장을 보자, 심문 담당관은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

“부국장님, 수고하십니다!”

“응~ 고생했어. 나가서 좀 쉬어라.”

“넵.”

그렇게 카즈사와 코노카 둘만이 취조실에 남게 되었다.

“언니. 저 아까 말했잖아요. 저 이제 싸우는 거 관심 없다고요.”

“워메~ 그런 애가 애들을 아주 곤죽을 만들어 놔?”

“알잖아요. 그렇게 안 하면 제가 당하는거.”

“칭찬으로 말한건데.”

“……어쨌든 저 좀 풀어줘요. 저 지금 진짜 조용하게 잘 살고 있는데, 이런 일로 엮이면 난감하다고요.”

코노카는 갑자기 이유 없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더니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낸다.

“얘 알지?”

카즈사는 사진 속 인물을 바라본다.

“아뇨.”

“그럼 까먹은거네. 작년에 너랑 같이 잡혀 들어왔었는데.”

“……”

“저쪽 증언에 따르면 둘이 아주 친했다는데?”

“저 그때 친구 없었어요.”

“거참, 그럼 난 뭔데?”

“이상하고 귀찮은 아는 언니요.”

“이게 쯧.”

코노카가 가볍게 파일철로 카즈사의 정수리를 콩 쥐어박았다. 그러고는 턱을 괴며 설명을 이어갔다.

“어쨌든. 쟤네가 주장하는 게 뭐냐면, 이 사진 속 새끼네 파벌이랑 영역 다툼을 하다가 져서 후퇴하는 도중에 나타난 게 너다… 이거거든? 어떻게 생각해?”

“그 직전에 저랑 같이 라멘 먹었잖아요.”

“뭐, 전화로 지시를 내렸을 수도 있지.”

“아, 언니! 그냥 저 조용하게 살고 싶다고요. 그냥 증인 서주시고 저 좀 보내주면 안 돼요?”

“응, 안 돼.”

“……”

카즈사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코노카는 바로 이 반응을 노렸다는 듯 상체를 카즈사 쪽으로 바짝 밀착시켰다.

“대신, 네 무죄를 직접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

“어떻게요? 이미 할 말은 다 했는데.”

“너. 직접 이번 사건 해결해 봐라.”

“네?”

카즈사의 멍한 반응에 코노카는 비죽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음… 이게 보니까 좀 이곳저곳 연관되어 있어서, 우리 발키리 쪽에서도 제대로 터트려서 해결해야 할 건이더라고.”

코노카가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사건이 해결되고 사진 속 이 녀석한테 진술받을 때까지 유치장에서 며칠이고 썩어 있든가,”

코노카가 눈을 빛냈다.

“아니면, 내 밑에서 잠시 뛰면서 직접 그 새끼들 잡든가.”

“…언니. 일부러 이러는 거죠?”

“얌마, 이게 이 언니가 너한테 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야. 싫으면 몇 주 동안 여기서 콩밥이나 먹던지.”

“……”

“그럼 합의된 거지?”

카즈사는 능글거리는 코노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애초에 카즈사의 선택지는 처음부터 단 하나뿐이었다.

카즈사와 코노카가 사실 아는 사이라면 재밌겠다! 라는 발상에서 쓴 소설입니다

후반부는 반응 좋으면 10서코 때 낼 것 같습니다

https://x.com/cheesedontgas

제 트위터입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8876343&page=1

소설 모음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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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8.23창작

소설)카스팔루그를 위한 학원은 없다-1

#소설
좋아요 0댓글 7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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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DC
치동작가
게시물 28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X
게시일2026.08.23 23:28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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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나
ㅇDC
ㅇㅇ126.08.24

맛잇서요...

ㅇDC
ㅇㅇ226.08.24

맛있어요

ㅇDC
ㅇㅇ26.08.24

혹시 카즈사랑 코노카조합으로 소설쓴적있음? 비슷한 내용 전에 블갤에서본거같은데 다른거였나 기억이 잘

ㅇDC
ㅇㅇ326.08.24

맛있다

ㅇDC
ㅇㅇ426.08.24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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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
에에이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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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카즈사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듯 하다
KK 🐑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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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 선생님의 업무경감 대작전
마마삭084
번역
소설번역) 이치카가 미래에서 온 자신의 딸을 돌보는 이야기 part.2
ピピロ色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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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소설핫산) 선생 「키보토스… 1년만이네.」 - 2
ㅇㅇㅇ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