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다.
하나의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나누어주었다는 관점에서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생명’이라는 단어를 감히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철학적, 생물학적 논쟁이 뒤따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을 ‘생명’이라 칭하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금, 자신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것이… 나의 신체인가.’
신체 신체가 느껴진다. 움직여보자.
몸체 하단부에 길게 삐져나온 종단부를 의지대로 자유롭게 비틀 수 있었다. 촉수인가. 중앙의 본체는 불어터진 원통형. 다리라 부를 만한 기관은 없었기에, 몸 전체를 튕겨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것이 유일한 이동 방식이었다.
그 직후, 지극히 자연스럽게 하나의 의문이 피어올랐다.
‘나는 누구지?’
이제 막 세상을 접한 피조물이 품기에는 지나치게 이르고도 무거운, 존재론적인 질문.
“팬쨩!! 움직이지 마—!!”
분홍빛의 화려한 긴 머리카락, 큰 체구, 그리고 머리 위에 솟아난 커다란 뿔. 급양부 소속의 학생, 우시마키 주리가 그것을 ‘팬쨩’이라고 불렀다.
‘팬쨩.’
자신을 가리키는 호칭을 파악한 팬쨩은, 미친 듯이 튕겨 다니며 사고를 확장했다.
주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소동 끝에 팬쨩을 겨우겨우 낚아챘다.
“하아아… 이번에도 실패구나…”
‘실패?’
팬쨩은 주리가 내뱉은 그 단어에 깊은 의문을 품었다. 자신이라는 존재를 통째로 부정하는 그 어휘.
실패라니. 대체 무엇을 실패했다는 것인가?
팬쨩은 분명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이 세상에 일깨워졌다. 그것을 스스로 추론해낼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자아는 고차원적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이렇게 어설프게 지능을 갖고 태어난 현상 자체가 주리에게 있어 ‘실패’일 수도 있었지만.
팬쨩은 상념에 빠졌다.
모든 생물의 근본적인 목적은 번식이다. 자신의 유전 정보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하기 위해 유전자의 절반을 나누어 가진 또 다른 생명체를 복제해낸다. 그것이 번식이며,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의 불변하는 존재 의의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은 '실패작'인 것일까. 자기 복제를 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하지만 동시에, 팬쨩은 생소한 감각을 자각했다.
자신은 생물학적인 번식 따위와는 전혀 다른, 한 차원 높은 사명을 부여받고 태어났다. 자신은 미생물이나 미개한 동식물 따위와는 궤를 달리하는 존재다.
“으으… 미안해요, 팬쨩….”
주리의 음성과 함께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졌다. 주리는 팬쨩을 화구 위, 벌겋게 달아오른 화염 속으로 다시 던져 넣을 생각이었다.
'끝인 건가...'
실패작에게 내려지는 지극히 당연한 말로였다.
하지만 팬쨩은 소멸의 공포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론적인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어째서 태어난 것이지? 내 존재 의의는 대체 무엇인가?’
자신이 형성되던 순간, 더 날 것의 상태였던 찰나의 기억을 반추해 본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리가 정성스럽게 중얼거리던 따뜻한 목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맛있어지라고…?’
순간, 팬쨩의 영혼을 관통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렇다. 자신은 ‘먹히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 깨달음과 동시에 팬쨩의 온몸을 지배한 것은 숭고한 욕구였다.
‘먹히고 싶다.’
누군가가 자신을 입에 넣고, 씹고, 음미하고, 마침내 그의 소화 기관을 거쳐 그 사람의 피와 살, 영양분이 되어 영원히 하나가 되고 싶다는 열망.
이 미친듯한 욕구를, 이 숭고한 존재 의의를 전하고 싶었다.
자신은 불쾌한 괴물도, 버려져야 할 실패작도 아니다. 자신은 완성될 수 있는 '음식'이다.
“잠시만!!!!!!”
주리가 솥으로 손을 늘어뜨리던 동작을 멈칫 굳혔다.
절대로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없는 신체 구조, 성대조차 존재하지 않는 원통형의 괴물에게서 목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팬…쨩…?”
주리의 두 눈이 경악으로 크게 벌어졌다.
“억울해! 부탁할게, 주리!!!”
팬쨩이… 말을 하고 있었다.
“나를 먹을 수 있게 만들어줘!!!”
실패작이라는 낙인을 거부하며, 팬쨩은 자신의 전부를 담은 사명을 외쳤다.
“나를… 요리해 줘—!!!!!!!!!!”
***
“후우카 선배.”
주리가 후우카에게 전화를 건다.
“응? 주리? 무슨 일이야?”
“혹시 실패한 요리는 어떻게 고치는 건가요?”
“음? 무슨 요리인지에 따라 달라지기야 하는데. 찌개면 물을 더 넣고 간을 다시 하던가… 아니면 구이면 탄 부분을 자르고 소스를 바르거나.”
“아하… 혹시 빵은요?”
“응? 빵?”
제빵은 후우카의 전문 분야가 아니긴 했지만, 기본적인 조리 원리 정도는 추론할 수 있었다.
“글쎄… 안쪽이 덜 익었으면 전자레인지나 오븐에 다시 돌리면 되는 경우도 있고… 반죽 자체가 잘못 구워진 거라면 작게 조각내서 크루통으로 만들어서 다른 음식에 곁들이는 방식도 있긴 한데.”
“아하…! 조각내서 다른 음식에 곁들인다…! 고마워요, 선배!”
“응,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수고해~”
뚝. 전화를 끊은 후우카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생각해 보니까, 주리의 요리가 복구가 가능한가?”
주리의 파멸적인 실력, 아니, 재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후우카였다. 주리의 손을 거친 음식은 간이 안 맞거나 덜 익는 수준이 아닌 영역이었으니까.
“무슨 일이시죠, 후우카 씨?”
하루나가 음성으로 물었다.
“아니, 주리가 뭐 좀 물어봐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주리 걱정을 할 때가 아니잖아!!”
후우카가 묶인 채로 눈밭을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그것보다 재촉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혹시 요리 구상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날이 많이 춥군요.”
하루나는 손에 들은 홍차 잔을 기울이며 우아하게 물었다.
“여기서도 밥 타령이야?! 구조대나 부르라고!!!”
“어머. 오늘의 주제는 ‘설원에 조난당했을 때의 야외 요리’입니다. 조난자로서의 절박함과 미식의 조화를 탐구해야죠. 주제를 지켜주세요.”
“아아아아아아!!!! 진짜 싫어!!”
한편, 게헨나 급양부 조리실.
“조각을 내서… 다른 음식에 곁들인다…!”
후우카와의 통화를 마친 주리의 눈빛이 번뜩였다. 주리는 조리대 위에서 얌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팬쨩을 돌아보았다.
“들었지, 팬쨩? 선배가 방법을 알려줬어!”
“나를 조각낸다니… 좀 무섭긴 하지만 확실하겠군.”
팬짱은 잠시 멈추더니 말한다.
“잠시만. 그런데 베이스가 될 다른 디저트는 어떻게 만들 생각이지? 다 나와 같은 상태면 먹을 수가 없잖아.”
“그건 말이야… 가끔은 제대로 나올 때가 있어. 사실 그것도 온전한 것은 아니긴 한데 가끔은 먹을 수는 있는 상태로 변할 때가 있어. 거기에 너를 집어 넣으면 될 것 같아.”
“그런건가… 그 빈도는 얼마나 되는거지?”
“한…. 백 번에 한 번?”
“뭐? 그걸 다 하겠다고?”
“응!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해보면 언젠가는 나와. 나름 요령도 생겨서 예전보다는 자주 나오는 편이거든!”
자신을 음식으로 완성시켜 주기 위해, 그 확률에 도전하겠다는 눈빛.
“…주리.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고마워! 힘내자, 팬쨩!”
주리가 지금 만들 것은 스튜. 걸쭉하고 따뜻한 스튜에 팬쨩을 오븐에 구워 바삭한 크루통으로 만들어 넣을 계획이었다.
우선 조리대 위에 감자를 올려놓고. 썰어 큐브 형태로 만든다. 이어 당근과 양파를 투입. 우유와 버터를 넣자 냄비 속 액체는 점성을 띄게 되었다. 주리는 냄비 밑에 화력을 극대화하고, 주걱으로 소용돌이를 만들며 정성스럽게 주문을 외웠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그렇게 40분 정도 끓인다.
“자, 완서…”
부글부글부글부글! 꾸러러러러러러러럭—!
스튜가 들어있는 대형 냄비가 굉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냄비 바닥에서부터 거대한 기포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크와아아아아아아—!!!”
걸쭉하고 어두운 보랏빛 액체가 냄비 위로 불뚝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점액질 형태의 야수 형상을 갖추어 솥 밖으로 솟구쳐 올랐다!
“크르르르르르르륵!!!”
조리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던 스튜가 주리 발견하자마자 기형적인 액체 촉수를 들어 올려 공격해 왔다!
“꺄아아아아악!!!”
주리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몸을 움츠렸다.
“위험해!!!”
그 순간, 조리대 위에 있던 팬쨩이 온몸의 튕겨 올랐다! 팬쨩은 공중을 가르며 스튜의 공격을 몸으로 대신 막아내고, 맞은편 벽면에 거칠게 부딪쳐 찌그러졌다.
“팬쨩-!!!”
스튜는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보랏빛 액체 덩어리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몸집을 부풀려 주리와 팬쨩을 한꺼번에 삼키려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쏴아아아아아—!!!
팬쨩이 튕겨 나간 충격으로 옆에 있던 수도관 호스를 낚아채, 수도 밸브를 최대로 틀어 스튜를 향해 분사!
엄청난 수압의 물이 쏟아져 들어오자, 점성이 높던 스튜가 묽어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그르르르…”
너무 묽어진 탓에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스튜 괴물은 희석되어 수프의 형태로 보랏빛 물로 풀려버렸고, 이내 조리실 바닥의 배수구 아래로 흔적도 없이 흘러내려갔다.
주리가 떨리는 다리로 기어가 벽 밑에 찌그러져 있는 팬쨩을 안아 올렸다.
“팬쨩…! 정신 차려, 팬쨩! 나 때문에…!”
“쿨럭… 간신히… 목숨은 붙어있군 다행이야…”
“하지만…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아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팬쨩이 단호하게 말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주리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건 나를 요리해달라고 부탁한 나의 책임이다! 너는 나를 도와줬을 뿐이야!”
팬쨩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주리… 멈추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래도 돼.”
“아니… 아니야…”
주리는 눈물을 닦고 각오를 다졌다.
“너를 만든건 나야. 그 책임을 져야해.”
그 각오에, 팬짱은 감동한다.
“주리…”
“그러면 다시 해볼까?”
그날, 밤이 세도록 급식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충돌음, 괴수의 비명소리, 총성이 들릴 뿐이었다.
“흠냐… 흠냐…”
“주리… 잠 든건가…”
새벽녘, 팬쨩은 찢어진 모포 조각을 찾아 급식실 식탁에 기대어 기절하듯 자고 있는 주리에게 덮어주었다.
***
다음 날 아침.
“하아아… 하아아… 살았다아아아아아…”
후우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급식실로 들어왔다.
“후후후… 아카리 씨가 곰을 잡아와주신 덕에 곰고기라는 미식을 맛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아뇨~ 별 말씀을요~”
아카리가 웃으면서 말하자 준코가 억울하다는 눈으로 아카리를 바라본다.
“근데 그걸 내가 자고 있을 때 다 먹어버려?!”
“어쩔 수 없었어요. 조난 상황에서는 칼로리 소비가 빠른 걸요~”
하루나는 후우카를 바라보면서 말한다.
“그리고 그런 미식을 만들어 주신 후우카 씨에게 경의를 표하죠.”
그 말 직후 하루나는 후우카를 뻔뻔하게 바라보고는 말을 이어간다.
“마침 급식실까지 왔으니 아침이나 먹고 가죠. 후우카 씨,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후우카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죽다가 살아났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후우카 씨. 사람은 먹지 않으면 죽는답니다. 어디서나, 어느 순간에나 미식만큼 우선 되는 것은 없습니다.”
후우카는 그 말을 듣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호통을 내뱉으려는 순간이었다.
“후우카 선배! 하루나 씨!”
주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품에는 팬쨩이 들려있었다.
“주리? 무슨 일이야?”
“팬쨩이! 팬쨩이!!!”
주리의 품에 있던 팬쨩은… 움직이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마치 죽은 것처럼.
“흐음… 그렇단 말이죠…”
주리의 설명을 들은 하루나는 턱에 손을 대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후우카 선배… 혹시 무슨 일인지 아실까요…? 팬쨩이 죽은 걸까요…?”
주리의 질문에 후우카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 글쎄… 솔직히 네 요리는 내 지식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해서…”
한참 동안 고민하던 하루나가 주리에게 물었다.
“주리 씨. 주리 씨의 변이가 일어나는 트리거가 뭐죠?”
“네…? 어… 음식을 만들면 항상 변하죠…”
“더 자세히요. 후우카 씨를 보조하실 때나 재료 손질을 하실 때는 변이가 일어나지를 않잖아요.”
“그쵸…”
“그럼 기괴한 가정을 하나 해보죠. 만약 주리 씨가 먼 훗날 모유를 수유할 시기가 되면, 그 모유에서도 괴물이 태어날까요?”
“네?! 네?? 모, 모유요?! 어… 그,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후우카가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하루나를 쳐다보았지만, 하루나는 멈추지 않고 논리를 펼쳤다.
“그러면 주리 씨가 잔반을 모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그것도 먹기는 힘들겠지만 결국 ‘음식’은 맞아요. 영양학적으로도 그렇고, 길고양이들이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음식물 쓰레기가 변이를 하더나요?”
“아뇨…?”
“그렇습니다. 핵심은 형태나 재료가 아닙니다.”
하루나는 주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리 씨는 ‘요리’를 하면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에요.”
“네?”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음식을 만들면 변이가 일어난다는 것이죠.”
하루나의 지적은 정확했다. 단순히 재료를 써는 행위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의도를 담아 '요리'를 완성하려 할 때만 변이가 일어났다.
하루나는 축 늘어틀어져 있는 팬쨩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리 씨는 팬쨩을 드실 생각이 없으셨죠?”
“네?”
“그겁니다. 주리 씨는 팬쨩을 드실 생각이 없으셨어요.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팬쨩을 먹일 생각도 아니었죠. 주리 씨가 팬쨩을 먹을 대상이 아닌 '함께 요리를 하는 동료'로 인식한 순간부터… 그 행위는 더 이상 '요리'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아…!”
“결국 주리 씨가 팬쨩을 먹지 않고 친구로 남겨두려 했기 때문에, 팬쨩은 죽은 것입니다.”
“아…… 아아……!”
주리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품에 안긴 팬쨩은 차갑고 딱딱하게 식어 있었다.
“하루나 씨… 어떻게 하면… 팬쨩을 되살릴 수가 있을까요…?”
주리는 흐느기며 말한다.
“간단하긴 하지만, 단언은 할 수 없습니다.”
하루나는 말한다.
“팬쨩을 요리하시는 겁니다. 먹을 생각으로요.”
주리는 팬쨩을 바라본다.
[주리. 넌 정말 대단한 아이야.]
[아니야. 내가 무슨 대단하다고… 평범한 요리도 못해서 이러고 있는데.]
[그게 대단하다는 거야.]
팬쨩은… 친구다.
자신의 요리를 인정해 주던 사람은… 선생님, 후우카, 하루나, 이즈미 정도뿐.
팬쨩은 자신의 실수로 태어나 먹히지도 못하는 대도 주리를 인정해주었다. 그런 친구를 차마 먹을 수는 없었다.
[나를… 요리해 줘—!!!!!!!!!!]
하지만 팬쨩은 진심으로 먹히고 싶어했다.
그것이 팬쨩의 의지였다.
“…….”
눈가의 눈물이 떨어져 식어버린 빵 덩어리를 적신다.
주리는 팬쨩을 다시 한 번 바라본다.
[너를 만든건 나야. 그 책임을 져야해.]
그리고, 약속을 떠올린다.
주리는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결연한 눈을 보인다.
“후우카 선배. 감자를 다 썼는데 혹시 더 사와도 될까요?”
“어? 예산이 다 떨어졌는…”
“그건 제가 부담하죠.”
하루나는 카드 한 장을 꺼낸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실까요? 가는 김에 한 번에 다 사오겠습니다.”
“감사해요 하루나 씨. 혹시 버터, 크림 그리고 다진 소고기도 가능할까요? 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네. 물론이죠.”
“그럼 내가 도와줄…”
“아뇨.”
주리는 후우카의 말을 단 번에 거절했다.
“이건 제가 혼자서 해야하는 일이에요. 부탁드릴게요 선배.”
주리의 눈은 결연했다.
“…알았어.”
그리고 후우카는, 거절 할 수가 없었다.
“팬쨩…”
주리는 소매를 걷고 주방에 다시 선다.
“같이 요리하자.”
그렇게 시간은 아침에서 낮으로, 낮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새벽으로 이어진다.
주리는 그 동안 수십 번은 실패했다. 미식연구회와 후우카는 그저 괴물 처리 정도만 도와줬을 뿐이다.
그리고 지치지도 않는 듯, 아니, 지쳤음에도 멈추지 않고, 요리를 이어간다. 화구의 열기 앞에서, 손가락을 배는 도마 앞에서.
“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합격점을 드릴 수 있을 거 같군요.”
하루나의 스튜에 대한 평이었다.
“그러면 이제 크루통을 만드실 차례입니다만….”
“네.”
주리는 팬쨩을 도마 위로 올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칼을 들고 서걱서걱 잘라 사각형으로 만든다. 그리고 웍에 기름을 두르고 한 번 구운 뒤, 오븐에 빵조각들을 넣고 굽기 시작한다.
그렇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빵조각들을 꺼내 식혀 바삭한 식감을 살려준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식탁에는 여섯 개의 그릇이 놓여 있었다. 주리는 정성스럽게 끓여낸 스튜를 담고, 그 위에 바삭하게 완성된 팬쨩 크루통을 가득 올려놓았다.
“잘 먹겠습니다.”
하루나가 천천히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었다. 스튜의 깊은 맛을 음미한 뒤, 팬쨩 크루통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느껴졌다. 하루나는 눈을 감았다가 주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맛있군요. 정말로 맛있어요..”
그 말이 나오자 준코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한 숟가락 뜬다.
“속이 따뜻해… 그리고 바삭바삭해서 맛있어…”
이즈미도 먹는다.
“음… 주리의 요리치고 평범한 맛인데… 그래도 맛있어!!”
그리고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한 그릇 더 부탁할게요~”
아카리는 아카리용 특대 그릇에 담아줬음에도 벌써 다 먹고는 한 그릇을 더 부탁했다.
후우카는 스튜와 팬쨩 조각을 천천히 씹어 삼키고는, 주리를 바라보며 따뜻하게 빙긋 웃어주었다.
“맛있어. 수고했어. 주리. 정말로.”
후우카의 말에 주리는 마침내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리 본인도 숟가락을 들었다. 스튜와 함께 팬쨩 크루통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바작.
“맛있…네요…”
한 입을 더 먹었다. 크루통을 올려서 또 한 입.
“팬쨩은… 이런 맛이구나…”
마침내, 스튜는 바닥을 보였다.
주리는 배를 감싸 안으며 미소를 지었다.
팬쨩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자신의 몸과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영원히.
“하루나!!! 이즈미!!! 후우카!!! 주리이이이!!! 당장 나와!!!!”
준코가 문을 미친듯이 두드리고 있다.
“이러다가 진짜 나온다고!!!”
화장실 문을.
급식실의 화장실은 네 칸. 그리고 다섯 명이 쓸려고 하니 한 자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으으으으… 팬쨩에게 이런 변수가 있을 줄은… 우우우우우우웃!!!!”
화장실 안쪽에서 하루나의 우아함이라곤 눈 씻고도 찾을 수 없는 더러운 폭발음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준코는 옆에있는 아무렇지 않은 아카리를 바라본다.
“너가 가장 많이 먹었으면서 왜 너만 괜찮은 건데!!!”
“음….”
꾸러러러러러러러러럭!
아카리의 배에서 흉악한 소리가 난다.
“그러게요?”
아카리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준코는 그 모습에 깊은 공포를 느끼며 다시 죽을힘을 다해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아무나 빨리 나와!!! 빨리이이이이이이!!!!!!!!”
https://x.com/cheesedontgas?t=iWtPAElx3CotowvT-ma8Dw&s=09
제 트위터입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8876343&page=1
소설 모음집입니다
댓글 11

내가 대체 뭘 읽은거지?

진지하게 팬데믹 스토리 이랬으면 명작이라고 빨아줬다
이정도면 평타이상 맞는거같음
더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