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하나코."
시원스레 불러본다.
봄의 부드러운 공기에 따스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할 무렵.
시선의 끝에는 수영복만 입고 분수대에 발을 담그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어라, 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요."
소녀는 상냥하게 미소지었다.
겉모습도, 행동도, 하나같이 장소에 맞지 않는 게 분명한데도.
소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정말이지... 이번 달에 몇 번째인지 알고 있는거냐고."
"이제 다섯 번째네요."
"그때마다 트리니티까지 불리는데 말이야."
"선생님이 꼭 만나고 싶어서..."
그럴듯한 모습을 꾸며내며 빈둥빈둥. 자신의 총명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교묘한 말솜씨로 빠져나간다.
수많은 학교에 존재하는 개성 넘치는 학생들. 그 중에서도 방향성이 전혀 다른 개성을 그 몸에 품은 소녀, 그것이 바로 우라와 하나코였다.
"선생님도 어떠신가요? 기분 좋다구요?"
손을 내밀며 하나코가 말했다.
그녀의 여성적인 몸매 때문일까, 아니면 몸짓 때문일까.
아마 의도적으로 그러는 거겠지만. 하나하나가 매혹적이다.
"지금 상태도 외견상으로는 상당히 위험하지만 말이야. 나, 역시 크로노스에 찍히면 못 견딜 거 같아."
"어머, 선생님은 이미 『학생의 다리를 핥는 변태 교사』라든가, 『밤마다 다른 학생을 사무실로 데리고가는 음란 교사』라든가, 『야한 건 안 돼! 사형!』이라는 소문이 도는걸로 기억하는데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문자 그대로 부끄러움도 체면도 없구나, 나란 놈은. 오해야."
"알몸으로..."
"그만."
일부 편향된 의견도 보이지만 완전 짐작가는 것밖에 없는 게 안타깝다.
좀 더 이미지에 신경 쓸 걸 그랬나.
여러 가지로 생각을 되새기는 동안 날이 점점 밝아오는 것을 느꼈다.
봄의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운 거 같다.
시원해 보여서 좋다고 생각하며 하나코 쪽을 바라보자 그녀는 미소짓더니 손으로 물을 뜬다.
"보세요, 선생님? 오늘 덥다구요? 여긴 시원한데요?"
"바보 같은 말 하지 마."
총명한 그녀는 말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꿰뚫어본다.
그렇기에 그녀의 유혹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이었고, 그녀는 학생이었다.
애초에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호출 받아 나왔는데, 나까지 가세해서는 수습도 곤란하다.
"나는 돌아가서 업무 볼 참인데... 뭐 양도 많으니까."
"네. 도와드릴게요."
이 대화도 몇 번째인가. 하나코가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고, 내가 나가고, 그 후 둘이서 샬레로 돌아와 일한다. 이 흐름이 루틴처럼 되어 있었다.
나를 찌르는 햇볕을 견디다 못해 늘 걸치고 다니는 코트를 벗는다.
코트를 팔에 걸치고 하나코 쪽으로 다가갔다.
"자, 가자."
말을 걸어도 하나코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뒷짐지고 서서 미소지으며 이쪽을 바라볼 뿐이다.
그걸 보고 크게 한숨을 쉰다.
그녀는 매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손에 들고 있던 코트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준다.
그리고 하나코는 한층 더 깊은 미소를 지으며 분수에서 발을 내디뎠다.
"상냥하시네요... 선생님?"
몇번이고 들었던 똑같은 말.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몇번이고 건넸던 똑같은 말.
이런 시기에 감기고 뭐고 없지만 그래도 그녀는 기쁜듯이 웃는다.
처음 내 코트를 걸쳤던 그날처럼 환하게.
그날은 춥디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해의 제일로 추웠던 날.
숨도 얼어붙을 듯한 공기 속, 그래도 저는 수영복을 입고 걷고 있었습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추위 속에서 수영복을 입고 걸으면 어떻게 될까, 라든가.
이럴 때 들어가는 분수도 기분 좋을지도, 라든가.
그런 식으로 생각해 버렸을 뿐입니다.
그랬더니 어떤가요.
의외로 바깥의 추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고,
길을 가던 학생들은 이쪽을 몇 번이고 쳐다보며 기이하다는 눈빛을 보내지만 그 또한 하나의 즐거움.
그 눈에 비치는 것은 온갖 사슬에서 도망친, 그저 나 자신.
피부를 찌르는 차가운 공기는 제 윤곽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신체의 모든 곳으로 나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습니다.
누구의 것도 아닌 나.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나.
나라는 우라와 하나코 우라와 하나코라는 나.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추위 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에는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행동에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 하나코. 잘 지내?"
그렇게 말하며, 그는,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제 앞에 나타나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잘 지내는데요?"
"뭐, 이 추위에 그 모습이니까. 나는 감기 기운이 있어."
"어머, 그 와중에 이쪽까지. 고생 많으시네요."
"네 덕분에 말이지. 키보토스인은 추위에도 강한걸까."
마치 잡담을 나누는 것처럼. 아니, 정말 잡담을 하려는 거겠죠.
스스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옆에서 보면 상당히 이상한 사람일 텐데.
거기에 평범하게 말을 걸다니 의외로 익숙해진 걸까요.
"선생님도 어떠신가요? 의외로 기분 좋을지도 모른다구요?"
농담처럼 말을 꺼내봅니다.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은 빨리 돌아가서 쉬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저에게 신경쓰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그렇다면 엇나간 발언을 하면 그것도 이뤄지지 않을까 싶었죠.
"괜찮네, 나쁘지 않아."
하지만 선생님은 어이없게도 신발을 벗고 분수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떨면서, 몸을 움츠리면서도 제 옆에 앉습니다.
"역시 차갑네..."
"선생님...!?"
역시 예상 밖이라 놀란 목소리가 새어나옵니다.
그 행동을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그에게는 주저함이 없었기에.
"...어째서인가요?"
"하나코의 세계에는 무엇이 보이는 걸까, 라고 생각해서."
모르면 해볼 수밖에 없잖아.
라고 덧붙이며, 그래도 선생님은 추운 듯이 두 팔을 문지르고 있습니다.
항상 이렇게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했던 걸까요?
어안이 벙벙해 말문이 막힌 저에게 선생님은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근데 의외로 나쁘지 않네. 이거."
"차가운 공기 속에서 자신이 있다는 게 느껴져. 추운 건 싫지만 의외로 할만할지도 몰라."
――이 사람은.
이 사람은, 이상한 사람인 거 같아요.
수영복으로 분수에 발을 담그는 소녀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을 걸고.
그 행동을 이해하려고 같은 입장에 서보기도 하고.
언젠가 저에게 말을 걸어온 분들이 떠오릅니다.
그분들에게 권력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나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겠죠.
하지만 항상 칭찬받는 건 저의 능력, 재주.
보통은, 평범한 사람은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 같은 건 관측할 수 없기에, 배려할 수는 있어도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만은.
진심으로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의 몸을 던지고, 손을 뻗습니다.
지금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어서, 조금이지만 그에게 몸을 기대고,
그걸 그도 눈치채고,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런 작은 일이 너무 기뻐서 조금 더 몸을 기댔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도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차가운 하늘 아래 둘이서, 특히 선생님은 빨리 몸을 따뜻하게 하지 않으면 감기에 걸려 버립니다.
그것을 선생님도 알고 있는지 슬쩍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자 그럼. 슬슬 업무도 남았고 가봐야겠네."
굳이 춥다고 말하지 않는 게 또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강한체하는 걸까요. 그게 또 아이같기도 하고.
"하나코도 도와줄래?"
"...네. 기꺼이."
조금 아쉬웠지만 저도 일어서기로 합니다.
그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이 떨렸어요.
선생님과 추위를 나누면서 제 몸은 저도 모르게 추위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에게 들키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선생님의 얼굴을 보려는데 어깨에 옷이 걸쳐지는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상냥하시네요."
"감기 걸리면 안 되니까... 엣취."
조금은 비아냥 대는 듯한 제 말에 선생님은 아까보다 더 추운 표정으로, 한껏 힘주어 답합니다.
걸치고 있는 코트에서 선생님의 체온이 느껴졌지만,
그보다 더 따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상한 사람.
트리니티에서 멀어지는 길에서, 하나코가 옆을 걷고 있다.
내 코트의 앞자락을 잡고 걷는 그녀를 보며 문득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하나코, 교복은? 가지고 있다면 그거 입고 코트는 돌려줬으면 하는데."
그러자 하나코는 자신의 가방을 흘깃 쳐다보고, 그녀가 입고 있던 내 코트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깜빡했네요. 그러니, 이 코트는 돌려드리지 않을게요♡"
너무 즐거운 듯이 말하는 바람에 따져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뭐, 그게 사실이든 거짓이든 아무래도 좋으려나.
사랑스럽게 코트를 두르고 있는 그녀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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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