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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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시즌이 되면 놀러온 어린 친척들이 본인의 비싸고 소중한 물건들을 부쉈다는 일화가 자주 돌곤 한다.
보통 사람들이 손님들을, 특히 본인보다 어린 손님들을 본인의 집에 들일 때. 제일 먼저 걱정하는 것은 아무래도 손님이 본인의 집에서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이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비싼 물건들의 안위이기 때문이다.
그 비싼 물건이라 함은, 피규어가 될 수도 있고, 게임기가 될 수도 있으며, 컴퓨터가 될 수도 있고, 잘못되는 케이스가 그렇게까지 흔하지는 않지만, 가구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이런 걱정은 다들 나이가 차면서 철이 들다 보니 빠르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거나, 늦어도 중학교 3학년을 마칠 때가 되면 눈 녹듯이 싹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항상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다.
잠시 카메라를 옮기고 시간도 앞으로 돌려서, 선생이 차를 몰고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아닌, 키보토스 여고생 셋과 선생의 동생이 집에서 겪게 된 일을 살펴보도록 하자.
*
저희는 선생님의 어머니가 모는 차를 타고, 선생님이 자취를 하신다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키보토스에서 샬레 사무실을 정리하시던 것과는 다르게 다 치워놓고 집을 나섰던 것 같군요? 집에 들어서자 무언가 어질러져 있다거나 이상한 냄새 같은 것이 나지는 않기에.
그러나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심심함을 정면에서 온전히 받아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소파에 앉았습니다.
소파에 앉자 정면에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는 검은 액정의 중간 사이즈 TV가 시야를 가득 채웠습니다. 옆에 유우카 씨와 노아 씨가 앉았습니다. 둘도 딱히 할일이 없어서 심심해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피곤해.."
"그럼 조금 자 두는 게 어때요? 유우카 짱."
"맞아요. 스키장에서 열까지 나서 쓰러지셨으면서."
"그렇다고 자기에는 너무 아까운데.."
"음.."
유우카 씨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독이 한번에 올라오며, 체력에 한계가 찾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좀 졸리긴 했지만, 이런 천금같은 시간을 수면으로 보내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은 조금 이따가 돌아가는 차 속에서 원하는 만큼 잘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다음에 또 가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럼 저는 들어가서 게임 좀 하고 있을 테니까, 뭐 필요하면 불러주세요."
"네~"
잠시 거실에서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던 선생님의 동생분은 그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게임..?"
저희는 잠시 선생님의 동생분이 사라진 거실에서 하는 것 없이 멍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뭐에 홀린 것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심심해서인지, 혹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어느새 방으로 이끌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방에 들어가자 우리를 반겨준 건 손에 게임기를 들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선생님 동생분의 모습이었습니다.
방에 있는 컴퓨터 책상에는 앉아있는 사람 없이 간단하게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 그리고 스피커만이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노아 씨는 큰 제스처를 쥐하지 않으며 상황을 관망하였지만, 유우카 씨는 책상에 있는 (아마도 선생님의 것일) 장비들에 대해서 큰 관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렵지 않게 유우카 씨의 얼굴에서 엄청난 기대를 하고 새로운 음식에 도전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희미한 홍조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는 눈빛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혹시 컴퓨터 좀 해도 될까요?"
"제꺼 아니긴 한데 뭐 괜찮지 않을까요?"
..뭔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허락?을 받은 유우카 씨는 곧바로 허리를 숙여 컴퓨터 본체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의자를 뽑아 앉을 채비를 하였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유우카 씨에게서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기는 것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 미식가가 복장은 가볍게 캐주얼 정장만을 갖추었고, 풍채도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지만, 어떠한 음식점에 자리를 잡고 앉아도 무언가 분위기를 풍기는 것처럼 말이죠.
곧 유우카 씨는 모니터의 높이를 조절하고, 키보도의 위치를 이리저리 맞추어 보더니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화면이었습니다.
당번 활동을 위해 샬레에 찾아갈 때마다 선생님이 전화를 받으시지 않으시면 십중팔구 구석에서 헤드셋을 낀 채 잡고 계시던 게임들 중 하나였으니까요.
휴대폰은 뒤집어 놓고, 태블릿 PC는 멀리 있던 까닭에 연락이 닿지 않아 총학생회 임원들과 함께 중무장한 채 샬레 업무실에 들이닥쳤던 날 생각이 납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군요?
어쨌든, 유우카 씨. 굉장히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검지, 중지, 약지를 휘저어가며 엄지도 섞는 모습은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뭔가 신비한 분위기를 더욱 고양시켰습니다.
저와 노아 씨는 뒤에서 유우카 씨의 플레이를 계속해서 감상하고 있었는데, 곡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자 유우카 씨의 손짓은 더욱 격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그 때.
콰직-!
"어?"
선생님 동생분의 짧은 단말마는 제가 방금 들은 소리가 환청이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해주었습니다.
"..방금 나무 쪼개지는 소리 나지 않았어요?"
누가 들어봐도 나무가 갈라지는 소리에 이 방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인, 유우카 씨 쪽으로 몰려들었습니다.
플레이를 마친 유우카 씨는 헤드셋을 벗다가, 본인을 향하는 시선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에?"
*
"어.."
나는 마치 격파된 송판처럼 깔끔하게 잘려나간 단면을 손으로 한번 쓸어보며, 책상의 처참한 최후를 확인했다. 키보드는 이미 겉보기에도 정상작동이 불가능해 보였기에 곧바로 케이블을 뽑아 한쪽에 치워두었다.
사실 사진을 처음 받아보았을 때 깜짝 놀라기는 했다. 그래도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니 상정범위 내였다. 오히려 이런 일이 없었던 게 지금까지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죄송해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다행스럽게도, 뭐 나무 가시에 손이 찔려서 다쳤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
"괜찮아. 안 다쳤으면 됐어. 키보드는 AS 보내면 되고."
나는 활짝 웃으며 유우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미 책상이 상태가 좋지는 않았고,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심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뭘 하다가 저렇게 책상을 반갈죽 시켜놓았는지.
"근데 뭐 하다가 이렇게 된 거야?"
"다이인 8스시요."
"아 그건 그럴 수 있지."
머릿속에 패턴들이 촤르륵 지나갔다.
책상만 박살난 게 다행이구나.
"저거 책상이 원래 좀 갈라져 있었거든. 20년 넘게 쓰기도 했고, 옛날에 뭐 내려놓다가 잘못해서."
"안 보이던데요?"
"장패드에 가려져 있어."
"아하."
"올 게 온 거지. 근데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는데.."
말마따나 키보드는 AS 보내면 되고, 책상은 새걸 사서 다시 설치하면 될 일이다. 애초에 게임하려고 들인 책상이라 위에 뭐가 많이 있지도 않고. 돈이 또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더 큰 문제는 내가 여기 오래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근데 가구 같은 건 주문하고 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지 않나요?"
"나중에 또 휴가 나올때 정리해야지 저건."
"어? 그러셔도 괜찮으시겠어요?"
"우리 오늘안에 안 들어가면 들어갈 때 린한테 암살당할껄?"
"아."
이미 아코에게 한탄과 분노가 섞인 전화를 받았던 나였다. 책상 바꾼답시고 복귀를 더 미루는 것은 내게도, 체력이 떨어진 애들에게도 좋지 않은 판단일 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총학생회의 수석행정관은.. 무섭죠."
"그래. 잘 알고 있구나. 차 찾아왔으니까 이제 슬슬 출발해야지."
"그럼 그럴까요?"
"응. 잠깐이였지만 다들 인사해."
"안녕히 계세요."
"조심히 돌아가~ 언제 또 놀러오고~"
그렇게 동생과 애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너도 언제 한번 놀러와."
"그러면 좋지."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해주지."
"농담..이지?"
"아마도."
나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집을 나섰다.
밑으로 내려온 우리는 다시 짐을 싸들고 차에 올라탔다.
"가는 길엔 무슨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이미 지칠대로 지쳤어요.."
"나도.."
그래도 어떡하나. 아직 자율주행 자동차는 상용화되지 않았다구.
커피랑 에너지 드링크로 어떻게 어떻게 비벼봐야지.
"다들 안전띠 맸지?"
"네!"
진짜로 그렇지는 않지만, 모든 것이 끝나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모든 기적이 시작되는 곳으로.
..설마 또 무슨 일이 있겠어?
<계속>
이번에는 잊히기 전에 돌아왔습니다!
슬슬 차기작을 구상해볼까 하는데.. 아이디어가 이거다! 하고 딱 꽂히는 게 없어서 좀 고민되네요
추천도 해주시고, 댓글로 소재 추천 해주시면 아주 감사하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tLFwOARROg
여담으로, 유우카가 플레이한 패턴의 영상입니다. 왜 책상과 키보드가 뽀개졌는지 아시겠죠?
댓글 21
이번엔 다음편 금방떠서 개추 오백개 박음
이번 회차에는 리듬게임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네다씹 방지를 위해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리겜.. 옛날에 psp로 디맥 신나게 하던 기억이 남 요 근래엔 리붕이 친구 영향으로 가끔 끌려가서 사볼하거나 pc 디맥 하는정도인듯
리붕이 친구가 있어..? 나는 주변에 리겜 하는놈이 없는데


역시 질량의 여신
키보토스인이 저거 치면 누구라도 책상따위 뽀갤 수 있을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