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XX월 XX+80일 18:47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옥상
"묘지는 잘 정비되어있었어. 응, 역시 선생님."
"그새 거길 보고 온거야?"
"...응."
내심 마음이 쓰였던 다른 세계의 시로코였다. 이오리와의 교전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으나, 그 과정에서 그녀가 이곳에 오기 전까지 한평생을 의지했던 사람의 묘가 박살나는 것은 견딜 수 없었을 터.
"앞으로는 그런 일 없을거야.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고마워."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다.
사실 선생 역시 아직은 다른 세계의 시로코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확신이 없다. 어쨌든 시로코지만, 그 험한 세상을 헤쳐나오는 과정에서 시로코의 모습은 어딘가, 어른이 '되어버린' 모습이었다.
본인에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짊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녀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선뜻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선생님 얼굴 보려고."
"에."
얼빠진 소리를 내는 선생이었다.
'내가 아는 시로코가 맞긴 한데...'
"그리고 나처럼 생긴 가짜들. 몇 명을 잡아냈어. 선생님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인 것 같아서."
시로코의 마지막 한 마디에 선생의 눈빛이 변한다.
그 역시 알고 있다. 노이즈가 잔뜩 낀 머리를 이고 달려간 게헨나의 참상을. 어마어마한 수의 병력을 손짓으로 통제했다는 존재를. 온 몸이 검은색으로 뒤덮여 얼굴마저 확인할 수 없던, 학생의 형상을 가진 무언가를.
".....어떤거야."
"응. 이건 3일 전의 이야기."
~~~
20XX년 XX월 XX+77일 17:10
선생 치료 시작 77일째, 산해경 외곽 지역
산해경의 외곽은 중심부와는 퍽 다른 모습이었다. 오직 이 곳이 산해경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요소라고 한다면, 뒤를 돌아보았을 때의 곤륜산이 우뚝 서있다는 존재 정도가 아닐까.
'대나무 숲....'
그녀의 세계에서, 그녀의 선생이 어느 날 아비도스에 방문했던 때를 기억한다.
~~~
"어? 선생님?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건가요?"
"아아, 얼마 전에 산해경에 다녀왔는데, 오는 길에 이것저것 사온 게 있어서."
"산해경?! 먹을거야?? 먹을거지?!"
"으헤~ 세리카 쨩 조금만 진정하라고~"
"그치만 나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단 말이야..."
"아하하... 뭔가 시간도 점심이랑 가까워서, 현무상회에서 음식을 좀 포장해왔어. 먹어볼래?"
"저는 노노미 선배 불러올게요!"
"아야네 쨩은 역시 부지런하다니까~"
"선배도 좀 부지런하면 안되는가야...?"
"아, 그리고 이건 목걸이. 다들 하나씩 지니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목걸이...?"
"그냥 뭐, 행운의 부적 같은거지. 시장을 돌아다니다, 나름 정교하게 생겨서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샀어. 대나무로 만들어서 나름 멋도 있고."
"선생~ 세리카 쨩이랑 어째 닮아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게르마늄 팔찌는 안 된다구~"
"아아아악! 선배!"
'.....행운....목걸이...선생님....'
"....고마워. 선생님. 소중히 간직할게."
"그래준다니 내가 더 고맙지 시로코."
~~~
'선생님....'
추억에 잠긴다.
웃는 얼굴로 부실에 들어온 선생의 모습을.
얼굴이 붉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서둘러 노노미를 데리러가는 아야네의 모습을.
언제나처럼 여유로운 호시노와, 그런 그녀를 타박하는 세리카의 모습을.
뒤늦게 부실에 들어와 목걸이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준 노노미의 모습을.
모두가 음식을 나누어먹으며 행복했던 그 시간을.
'그때 대나무... 여기서...'
'.....잃어버렸는데... 목걸이.'
코 끝이 시큰해짐을 느낀다. 애써 울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아본다. 눈 밖으로 살짝 흘러나온 눈물을 닦아내고 다음 발을 내딛으려는 그 순간.
- 샤륵 스륵.
"........."
-부스럭....스그럭 스걱.
".......!"
-타타타타탕!
오른손 만으로 반동을 제어하며 정확히 사격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시로코였다. 그녀를 향해 다가오던 검은 그림자가 고꾸라진다.
-터벅. 터벅. 터벅.
".........?!"
다음 순간, 검은 그림자의 주인에게서 별안간 보랏빛이 감돌더니
-우위이이잉...
".....무슨ㅡ"
-쿠쾅!
"......!!"
재빨리 몸을 왼쪽으로 던진 덕에 보라색 빛줄기의 영향권에서 벗어난다. 빛이 지나간 자리를 돌아보자,
".......찾았다."
그녀는 직감한다. 얼마 전까지 찾아다니던
'가짜.'
'저질 양산품.'
'자신을 사칭하던 쓰레기.'
그러나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이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다.
- 타타타타탕!
"......!!"
검은 존재에게서 보랏빛 탄환이 발사된다.
".......화기."
여기까지는 시로코의 예상 범위 안. 보라색 '레이저 빔'은 상정하지 않았지만, 무기를 들고 올 것이라는 것 정도는 예상한 바였다.
- 타타탁!
재빨리 대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며 검은 존재의 좌측을 파고들려 한다. 곧이어 상대의 반격.
- 타탕! 타타탕!
".....응!"
능숙하게 방향을 전환하여 가능한 비선형적으로 움직이려 하는 시로코.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 우지끈!
- 파지직!
"......!"
다음 순간 약간의 당혹감이 시로코에게서 깃든다.
'위치를..... 읽혔어...?'
시로코의 당초 의도는 지그재그로 기동하며 상대의 리드샷을 저지하고, 대나무 줄기를 발판 삼아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검은 존재는 시로코의 지그재그 기동을 차단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지그재그로 방향을 꺾는 두 번째 지점과 네 번째 지점의 대나무를 정확히 맞춰 부러뜨린다.
'...아직 확증은 없어.'
-타타타탓!
-휘리릭!
잠깐의 정지 후 양 쪽의 대나무를 각각 발판으로 삼아 오른발, 그보다 조금 높은 반대편 대나무에 왼발, 다시 그보다 조금 높은 반대편에 오른발을 내딛으며 상승한다.
'이것도 읽어봐.'
"........."
- 퐁!
"......유탄?"
- 콰아아아앙!
'....시야가.'
- 우위이이이이잉....
"......!!"
- 파아아아아아앙!
- 우지지지지직!
바닥에 납작 엎드린 시로코의 바로 위를 다시 한 번 '레이저 빔'이 쓸고 지나간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본 시로코는 대나무가 일직선으로 잘려나갔음을 확인한다.
'.....진짜로 읽었어. 응.'
이제 시로코는 상대에 대한 평가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최소한 상대는 '저질'은 아니었다. 쓰레기라기엔 꽤 수준 높은 전투능력을 갖고 있다.
- 타타타타탕!
생각할 시간도 없이 보랏빛 탄환은 시로코가 엎드린 곳 바로 앞으로 다가온다.
- 타타탕! 타탕!
시로코 역시 반격하려 한다. 동시에, 왼 손으로 소총 하나를 더 소환해낸다.
"이것도 읽어봐. 응."
- 탓 타탓 탓!
시로코는 좀 전의 기동을 재현하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 위이이이이잉.....
'지금!'
- 타탓!
보랏빛 광선을 피한 시로코의 현재 위치는 검은 존재의 머리 바로 위 7m.
이대로 상대의 머리에 양 손에 들린 소총을 집중난사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 지이이이이잉!
'.......뭐?'
계획 수정, 위에서 덮치려다간 저 빔에 도넛이 될 터였다.
곧장 옆의 대나무를 휘어잡아 몸을 피한다.
다행히, 보랏빛 광선은 시로코의 뺨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전혀 다행이 아니었던 것이 있다면, 이번 광선은 검은존재의 무기 끝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
'......정수리에서.... 쏴?'
분명 시로코는 확인했다. 상대는 총을 방금 전까지 광선을 쏘아댄 쪽으로 지향사격 자세를 하고 있었다. 총구 끝의 보랏빛이 아직 유효했으니. 그것을 보고 급강하 사격을 결정한 측면 역시 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상대의 정수리에서 총구 끝과 똑같이 빛이 밝아지더니 별안간 위로 사격을 가한 것이다.
'.......까다롭잖아.'
다행히, 연속된 두 번의 광선 사격의 여파로 상대의 공세는 잦아들었다. 그 틈에 시로코는 다시 숲 속으로 몸을 숨긴다.
검은 존재는 이따금씩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서너발 지향사격을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동향은 없었다.
'방법이...'
~~~
"불가능은 없단다 시로코. 그것이 얼마나 강대한 상대이든, 얼마나 차가운 현실이든."
~~~
'.....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는거야.'
사실 그녀 앞에 이따금씩 선생의 잔상이 보이는 일은 종종 있어왔다. 건강했을 시절의 모습부터, 온 몸에 붕대를 둘렀던 시기의 모습, 그리고 색채의 향도자의 모습까지.
유감스럽게도 이번엔 가장 마지막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녀와 상당한 시간을 보냈지만, 동시에 그녀가 한없이 죄책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모습.
그런 모습을 한 '그녀의 선생'이 건강했을 때의 목소리를 낸다.
'- 타타타타탕!
"응. 미워. 파워레인저는 연설할 시간 다 주던데."
다시 바삐 기동하는 시로코였다.
'방법이... 있을거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시로코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발을 딛은 곳에서는 3초 이상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네 번째 지점으로 발을 옮기려는 그 때.
'이.... 이 느낌은...?'
손에 무엇인가 잡히는 느낌. 손바닥에서 시작하여, 위로를 손가락으로, 아래로는 손목으로 향하여 종국에는 한 손을 완전히 감싸는 듯한 느낌.
그러나 꽤나 불쾌한 느낌.
너무나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어찌 그 느낌을 잊겠는가.
'........매개가....없는데....설마?'
그녀가 색채를 매개로 공간이동을 할 수 있을 때 그녀의 주위를 감싸는 느낌인 것을.
'..........설마.... 너.'
최악의 예상만은 피하길 바랐던 시로코였다.
"......그 빔 쏴댄거. 후회할거야. 응."
다음 순간, 시로코의 시선이 검은 존재의 등 뒤로 집중된다. 그리고.
- 우우우웅!
- 삭.
'........?'
공간을 이동하는 찰나의 시로코는 보지 못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녀의 상대가 유일하게 당황한 듯한 몸짓을 보였던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우우우웅.
"응. 선물."
- 타아아아앙!
검은 존재의 형체는 이내 골다공증에 걸린 것마냥 무수히 많은 구멍이 꽂힌다. 시로코의 위닝 샷은 호루스의 눈이 뿜어대는 무수한 산탄이었다.
"호시노 선배. 잘 썼어..... 그나저나...."
주위를 둘러보는 시로코. 이미 주변의 대나무는 엉망이 되었고, 그녀의 발 밑에는 한 때 생명력을 가지고 있던 검은 존재의 박살난 육신만이 남아있었다.
더 이상 보랏빛도 기분 나쁜 느낌도 감지되지 않는다. 다만.
".....뭐야 이거...?"
시로코가 직접 만져본 검은 존재의 육신은 그 질감이 여느 것보다도 이질적이었다.
그것은 살도 아니고, 기계도 아니었다. 끈적한 점액질 혹은 물먹은 점토와도 같았다.
이미 많은 세계를 멸망시켜본 시로코의 기억 속에도 그런 질감은 없었다.
"....선생님께 가야겠어."
자리를 막 뜨려는 시로코.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시선이 왼쪽에서 멈춘다. 대나무 한 그루가 깔끔한 절단면으로 잘려나가있었다.
"........응."
시로코의 '화물'이 하나 추가된다.
~~~
20XX년 XX월 XX+80일 18:58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옥상
"....그런 일이 있었구나."
"응. 아무래도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아서 왔어. 오는 길에 헬기가 이 곳에 착륙하는 걸 봤어."
"그걸 보고 알아낸거야...?"
"응. 이게 짬. 시로코는 짬킹."
"....여기 적응하는동안 대체 무슨 속된 말들을 배워온거니 시로코야...."
텍스트로 읽었을 때 그것은 머리를 부여잡는 듯한 시기에나 나올 법한 말이었지만, 선생의 말에 무게감이 없다는 것을 둘은 알고 있다.
그저 각자에게 익숙한 농담따먹기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건 그렇고. 병원. 많이 바빠보였어."
"그렇지....?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줄은 몰랐는데."
"빛 기둥이 솟아올랐던 건 봤어. 선생님은 다친 곳 없어?"
걱정스레 그를 쳐다보는 시로코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폭발 가까이에 있었는데 나는 멀쩡했어."
"그건 다행인거야 선생님."
"......다른 대책위원회 아이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가까이 있던 호시노부터, 내가 몸으로 막았던 아야네까지 전부."
순간 시로코의 귀가 축 늘어진다.
".....말뜻. 이해해버렸어."
"내려가서 아이들이라도 보고 갈래? 너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
"...그럴까."
축 쳐진 시로코가 슬픈 미소를 짓는다. 이제 다시 8층으로 내려가려 하는 그 때.
"거기까지. 손 드세요. 거동수상자. 선생님. 어서 이쪽으로!"
".......?"
"이 목소린...."
아마 다음 몇십 분 동안 일이 조금 더 꼬이게 될 전망이었다.
~~~
20XX년 XX월 XX+80일 18:51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블랙마켓 D구역
"이건.... 대체...."
키보토스 전역에 관측된 이상현상. 블랙마켓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어.....그러니까... 지금 뭔가...."
"진정해 사장. 일단 천천히 생각하는게 좋을지도."
"어, 어! 그래야지... 응..."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아루를 카요코가 겨우 진정시킨다. 순간적인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흥신소 68에서 상황 파악이 그나마 빨랐던 덕일까.
사실 카요코의 침착함이 이상하다고 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반응은 블랙마켓 전역에 퍼지는 중이었다.
당장 카요코 바로 뒤에 있는 흥신소의 '식객', 이오리 역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려 애쓰는 중이었으니까.
"일단 다들, 몸 상태는 이상 없지?"
"그게 무슨 뜻이야 카요코 쨩?"
"음.... 예를 들면 구역질이 난다거나, 금속 맛이 느껴진다거나, 반응속도랄까 그런 것들이 느려지는 느낌이거나...."
말을 마친 카요코가 주변을 둘러본다. 이오리를 포함한 모두는 아직 괜찮은 상태로 보인다.
"뭐, 일단 최악의 상황은 아니네."
"자, 잠깐! 지금 이 상황을 뭐라고 생각하는거길래 갑자기 몸 상태를 묻는거지?"
"저런 엄청난 스케일의 섬광은 원자폭탄 정도는 되어야 만들 수 있으니까."
".....방사능 이야기?"
"정답이야. 선도부 친구."
"오~ 은발 쨩 생각보다 예리하네? 멋져멋져!"
"그러니까 은발 쨩 아니라니까... 에휴"
"그, 그럼 과장님 지금 저희는 뭘 하는게...."
"일단 핵폭발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 방사능 피폭은 생각보다 그 증상이 바로바로 나타나니까. 다만 그렇다면 다른 원인이라도 갈피를 잡아야 하는데..."
사실, 카요코 역시도 확신이 서지는 않았다.
'우리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건 다행이지만, 폭발 지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정말로 핵폭발이라면 폭심지 근처로 갈수록 위험해지는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더더욱 무턱대고 움직일 수도 없고....'
당장 나타나는 피해가 없다고 해도 만에 하나 핵폭발의 여파라면 낙진*의 형태로 날아올 것은 자명한 것. 그렇기에 지금은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당장의 결론이었다.
* 낙진: 일반적으로 떨어지는 먼지를 의미한다. 폭발 혹은 불길로 인해 발생하는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 넓게 퍼져 떨어지며, 현대의 낙진은 대개 '방사능 낙진'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그, 그럼 일단 지금 사무실에 있는 식량이나 물 같은걸 확인하는게 맞지? 정말 핵폭발이라면 말이야...?"
"뭐,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네. 그럼 무츠키는 가서 건전지랑 발전기 체크 좀 해주고, 하루카는 식수, 그리고.... 음, 선도부 친구? 저쪽 선반에 보면 통조림 같은거 쌓아놨을건데 좀 도와줄래?"
"그, 그럼 나는 뭘 할까?"
"일단 숨부터 쉬어. 누가 뭐라고 해도 사장은 우리를 이끄는 사람이야. 물론 혼란스럽겠지만, 지금 당장은 침착하게 주어진 정보를 끼워맞춰보자고."
무츠키, 하루카, 이오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 아루 역시 무언가 결심이 선 모습.
"그래... 언제까지고 이렇게 벌벌 떨 수는 없는거잖아. 지금은 일단 당장의 일을 생각하는게 좋아."
쉽게 무너지는 것 같으면서도 쉬이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듯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루의 장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카요코지만, 이번에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이제야 우리 사장같네."
-벌커덩!
"???"
"누구.....?"
"도... 도와주세요! 지금 사람이... 사람이...."
훈훈한 분위기가 10초를 넘기는 것은 아무래도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별안간 노크도 없이 사무실의 문을 열고 비틀거리며 들어온 학생.
'블랙마켓 가드가 여길...?'
"자, 잠깐! 지금 얼굴이 엄청 창백해. 괜찮은거야?"
"네...? 제 얼굴...?"
"아니, 일단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용건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창백한 얼굴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는 아루와 달리 블랙마켓 가드의 악명에 익숙한 카요코는 다소 차갑게 응대한다.
"사, 사람이... 사람이 쓰러졌어요..."
"어디에서?"
"그.... 판자촌....에서..."
"잠깐 카요코. 판자촌이라면..."
"응. 아마 사장이 생각하는게 맞을거야. 그 쪽이 폭발이 일어난 곳이니까."
"그, 그럼... 지금 거기서 여기까지 살아돌아온거라고...?"
"저는 외곽에 있었지만... 안 쪽에 사람들이 있어서.... 그, 확인하고 올 때까지는 살아있었는데... 근데 그보다 제가 창백한가요?"
어느새 '의뢰인'은 벽에 기대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일단 앉아. 무슨 일인지 들어야겠어."
지옥이 된 판자촌에서 돌아온 의뢰인의 증언을 듣자 아루와 카요코, 어느새 점검을 마치고 들어온 나머지 사원과 이오리까지 모두 굳게 만들었다.
"그보다.... 그 사람들도 얼굴이 창백했거든요...? 저와 함께 있던 애들도 벽에 기대 쓰러지거나 기력을 잃었는데....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제발...."
"...아루 님?"
"잘 생각해야 해. 지금 당장은 살아있다고 해도 중심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걱정스러운 표정의 하루카의 옆으로 이오리가 다가온다. 분명히,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중앙부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는 행위.
"...가자."
"사장?"
"저기, 말 듣긴 한거야...?"
"은발 쨩, 소용없을거야."(속닥)
"뭐?"(속닥)
"아루 쨩 스위치 올라갔어. 쿠훗."(속닥)
"대신 보수는 확실해야 할거야."
"ㄴ, 네! 당연합니다! 지금 바로..."
"후후후.... 모든 일이 끝나면 받겠어. 선입금을 받아서 고용주에게 흔들리는건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
"역시 아루 쨩이야! 오로지 나의 길을 가는 무법자의 모습!"
"그, 그럼! 우리에게 돈은 보수일 뿐 돈이 우리를 묶는 족쇄가 되면 안 되는건 당연한거지!"
"자, 잠깐! 그렇다고 아예 헛바람을 불어넣으면...!"(속닥)
"으으응~ 그야 재밌어보이잖아?"(속닥)
아루의 '독자노선'에 당황한 이오리는 무츠키의 바람잡이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저런 애들한테 밀렸다고...? 내가...? 선도부가...?'
"아, 아루님을 위협하는 건 제, 제가 다 박살내겠습니다!"
"에휴... 하루카 우리는 사람을 구하러 가는거야..."
"ㄱ, ㄱ, 과장님?! 그, 그런거였군요! 또 다시 제멋대로 판단하고.... 죄송합니다죽을까요죄송합니다죽을까요죄송합니드우우웁!"
"스톱."
"우웁...웁..."
'에휴...'
하루카의 폭주를 진정시킨 카요코가 다시금 아루를 바라본다.
"그럼, 지금 바로 가는거지 사장?"
"지체없이. 즉시. 판자촌으로 가자. 사람들을 구하는 일이니 서둘러야 해"
"네에~!"
"추, 출동!"
"그쪽은 좀 쉬는게 어때? 몸도 가누기 힘든 것 같은데."
"아, 아니요! 저도 따라갈게요! 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지금은... 그래도 괜찮은 것 같기도..."
".... 괜찮겠지. 그럼 따라와"
제각기 다른 반응으로, 흥신소와 이오리가 사건현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선두에 선 아루의 표정과 속마음은
'......저....'
'저..........'
'저질러버렸어어어어어어어어!!!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거냐고오오오오오오!!!!'
평소와 같은 아루였다.
표정을 얼핏 쳐다본 카요코가 달려나가는 내내 한숨을 푹푹 쉬던 것은 또 다른 이야기.
~~~
하필 전투씬이 있던 부분을 날려먹어서 복구하는데 한세월이었습니다. 진짜 그림을 배우거나 해야 할 것 같아요. 머릿속의 역동적인 묘사를 손으로 잡아내는 것만큼 어려운 게 글을 쓰며 또 있나 싶습니다. 어쨌든, 5화 중에 1화 정도의 분량을 복구했으니 당분간은 원고 복구만 주구장창 해야 할 것 같군요.
다행히 현생은 어제를 기점으로 조금 여유가 있어졌습니다. 일단 이번 주는요. 최대한 빠르게 복구하고 이후 진행방향을 정해보려 합니다. 산해경이 나온건 그저 원고를 복구하는 와중에 용무동주 스토리를 밀다보니 산해경도 나름 매력이 있단 생각+시기 상 백화요란 이전이라는 당위성이 있어서 배경을 한 번 바꿔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손보는 것으로 복구과정에 조금이나마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다음 화는 일단 23일인데 그 날이 사운드 아카이브 날이겠네요. 참여하시는 분들은 즐겁게 보시고, 아닌 분들에게도 다음 화는 평안한 주말과 함께하길 바라겠습니다. 벌써 내일이면 목요일이네요. 얼마 남지 않은 이번 주중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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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앱 알림 직무유기 괘씸하거든요? 오늘도 매우 재밌게 봤습니다...
PC 디시 붐은 온다...
아 그 허구한날 삑나서 글도 제대로 안써지는 그 써비스 말하는거임?
오늘도 잘 봤읍니다 새삼스럽지만 소설 꾸준히 쓰는 사람들 진짜 존경스러움. 나는 좋은 주제가 떠올라 필 꽃혀서 막 쓰다가도 반 정도 쓰고나면 갑자기 팍 식어버려서 퇴고하고 무한반복이라 제대로 올려 본 소설이 하나도 없는데... 존경합니다 센세
식었을 때 그거 저장해두면 나중에라도 꺼내 쓰게 됩니다 이 작품의 시작도 사실 짱박힌 소재 중에 하나 꺼내서 쓴거라
어째서 쿠로코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따흑흑
에이 쿠로코한테는 볕들 날 옵니다
이번화도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알림은 좀 일해라...

수상하리만치 글을 올리는 날에는 알림이 파업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