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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피폐?) 선생님이 8일 뒤에 죽는 이야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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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eadXqZftI1k

* BGM 반복재생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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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는 내리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잿빛 먹구름이 잔뜩임에도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기이해, 금방이라도 무언가 덮쳐올 듯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이 점심 즈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중충한 하늘 때문일까. 키리후지 나기사는 썩 신통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곳이 자신에게 익숙한 트리니티가 아니어서는 아니었다. 따지자면 트리니티가 아닌 다른 곳이라 하더라도 아무 문제는 없었다. 자신은 그걸 따질 정도로 입맛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니까.

그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트리니티는 여간 신기한 곳이 아니구나. 이런 홍차를 항상 들고 다닐 정도의 위인을 학생회장으로 두다니."

"......입맛에 맞으시는 듯하니 다행이네요."

눈 앞에서 홍차의 맛을 음미하는 이.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세간의 이목을 끌 만한 이.

그래.

산해경의 류우게 키사키를, 키리후지 나기사는 시종일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 단순한 기호이기도 합니다만, 언제 어디서 귀빈을 만나뵙게 될 지 모르니까요. 수행 편으로 항상 지참해서 다니고 있답니다."

"정성은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품위는 준비에서 흘러나온다고들 하지. 그대의 마음가짐이란 본받을 만하구나."

류우게 키사키는 어째서 자신에게 만남을 청해왔을까.

돌아가서 비대위의 첫 회의 내용을 곱씹기에도 정신이 없을 텐데, 현룡문의 문주는 어째서 티파티의 호스트를 만나고 싶어했을까.

먼저 입 밖으로 꺼내두진 않는다.

고위급 간의 용무는 먼저 요청한 쪽에서 꺼내는 것이 상식이며, 궁금증을 참지 못해 먼저 꺼내게 된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기싸움에서 밀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하기사, 그대의 행정력은 이전부터 높이 샀지. 소문이 워낙 자자해, 모르기가 오히려 어렵다네."

"분에 넘치는 칭찬입니다. 저는 그 정도의 위인이 되지 못하는 걸요. 그저 본분에 충실할 뿐이지요. 그러는 문주님이야말로 산해경을 잘 이끌고 계시니, 이 또한 능력이라고 생각되네요."

"과공비례(過恭非禮). 지나친 공손함은 오히려 예가 아니라는 뜻이지. 그대의 능력은 객관적으로 봐도 뛰어나니, 그렇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나는 그대에 비견될 정도도 아니니까 말이다?"

어째서.

어째서 회의가 끝나자마자 그녀는 자신을 만나고 싶어했으며, 쓸데없는 사담으로 이야기를 질질 잡아끌고 있는가.

의도를 빙빙 돌려 말하며, 은근슬쩍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아니면, 자신이 키사키 본인과 자리를 같이 할 깜냥이 되는지 떠 보기 위해?

그것도 아니라면, 무언가 켕기는 부분을 이용해 한 몫을 챙겨보기 위해?

상대가 베일 속에 감춰진 '산해경의 검은 군주' 이기 때문일까.

나기사의 머릿속은, 이미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생각이 굉장히 많아 보이는구나."

자신을 바라보던 키사키는 심히 껄끄럽게도, 그러한 속내를 통렬히 꿰뚫어 본 모양이었다.

"아마도, 내가 그대를 만나고자 청한 것이 기이하게 느껴졌겠지. 산해경과 트리니티 간에는 딱히 무언가 접점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키사키는 그렇게 나지막히 말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총학생회 소응접실 내부는, 이미 그녀가 내뿜는 오묘한 기운에 덥석 잡아먹혀있었다.

"......아아, 미안. 미안하구나. 사실 나도 이런 자리가 조금 서툴러서 말이다. 막상 그대가 앞에 있으니 괜히 쓸데없이 이야기를 돌리고 말았구나."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나누실 사안을 기탄없이 말씀하세요."

따져보자면, 사실 류우게 키사키라고 이런 자리가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산해경이라 하면 뭇 베일에 감춰진 신비주의스러운 학교. 세간에선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시대착오적이고 뒤떨어진 집단이랍시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에 걸맞게 타 학원과의 교류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해봤자 얼마 전에 있었던 붉은겨울과의 교류회가 그 데뷔전이었다고 봐도 좋겠지.

눈 앞의 이 기품있고 우아한 이가 자신보다 몇 배는 능구렁이같을 것이라고, 키사키가 제법 곤혹스러워하는 이유였다.

"...그대는, 오늘 회의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지?"

그런 키사키의 말은, 나기사의 생각보다 곱절은 더 기이했다.

"......회의 내용......이요?"

"아아, 미안하네. 너무 두루뭉술하게 말했군."

현룡문의 문주는 자신의 실언을 사과했다.

"선생의 이야기 말일세. 삶과 시간을 내버리면서까지 학생들을 지키는 것. 비현실적인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 어른의 책임과 선생의 의무. 그리고 그가 말했던, 아이들은 필요 이상의 책임을 질 의무가 없다는 말. 이것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게 궁금했을 뿐이야."

"으음......"

키리후지 나기사에게는, 몇 번을 되뇌이더라도 어안이 벙벙해질 일이었다.

비대위에서의 발언들도 제법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울 이야기들뿐이었던 데다가, 다름아닌 현룡문의 문주가 독대를 요청해오고, 그래놓고 하는 말은 오늘 회의에 대한 의중이라니.

'자신을 시험하는 건가' 따위의 생각이 든다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상당히......심오한 질문이네요."

"이것 참, 무례한 짓을 했구나. 내가 곤혹스러운 만큼 그대도 곤혹스러울 터인데, 참으로 난해하고 곤란한 질문이지."

"아아, 아뇨, 아닙니다. 그저 조금 급작스러워서요. 살짝 놀랐을 뿐입니다."

상대 쪽에서 예상치도 못하게 자세를 낮추면, 오히려 당황스러운 쪽은 이 쪽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쓴웃음을 짓는 키사키 쪽을 향해, 저도 모르게 손사레를 치고 말았다.

"예상치 못했던 분과의 예상치 못했던 좌담인지라...죄송합니다.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해서요."

"이해한다. 나 역시도 그리하기에 그대를 찾은 것 뿐. 그저 그대와 나 사이의 개인적인 사담으로 생각하고 듣겠다. 세간에서는 이런 걸...'오프 더 레코드' 라고들 하던가?"

개인적인 사담을 나눌만한 사이인지.

나기사에게 있어 그 점은 썩 중요한 부분이었다.

거대학원 트리니티의 학생회장으로서, 말이란 항상 신중히, 또 신중히 생각하고 내뱉어야만 할 점이다.

한 마디의 발언이 정치적 오판으로 취급받고, 부주의한 실언이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인 곳에선, 아무리 개인적인 자리라 하더라도 사담을 쉬이 나누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녀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상대가 세이아와 미카, 선생, 그리고 잘 쳐 줘야 아지타니 히후미 뿐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한 사담을, 처음 독대하는 이가 넌지시 물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두문불출이라기보단 잠적에 가까운, 다름아닌 산해경 현룡문의 문주가.

개인적인 친분도, 학원 간의 접점도 없다.

정치적인 견해도, 개개인의 생애도 아는 바 없다.

이 자리에서의 사담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녀가 과연 '오프 더 레코드' 를 지켜줄 지에 대한 확신도, 보장도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웃으며 넌지시 화제를 전환해, 이 불리하고 불합리한 대화의 늪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키리후지 나기사 개인으로서의 의견일 뿐, 트리니티나 티파티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리후지 나기사는 이 위험천만한 사담에 발을 들이밀고자 한다.

어째서?

그녀의 의도를, 이 자리의 보안을 믿을 수 있는가?

이 사담이 자신의 약점으로 작용하진 않겠는가?

심히 비이성적이게도, 나기사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비논리적이게도, 다가가기 힘든 기운을 뿜어내던 산해경의 검은 군주는, 오늘은 일견 한낱 왜소한 소녀처럼 보일 뿐이었다.

증명 불가능하겠지만, 이 위태로워보이는 소녀는 너무나도 올곧고 외로워보이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어, 저도 모르게 동정심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었다.

의도한 것이라면......그녀는 '천재' 겠지.

"선생님의 진의를......모르겠습니다."

나기사가 어렵게 운을 떼었다.

"의문점이 너무 많습니다. 어째서 카드나 싯딤의 상자,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지금까지 숨겨오신 것인지, 어째서 죽음에 관련된 것들을 지금에서야 이야기하신 것인지."

"...그래. 썩 당황스러운 이야기였지."

"무언가 숨겨진 뜻이 있지 않을까 하여 말씀을 해독해보아도, 그 숨겨진 뜻을 찾지 못하겠어요. 하반신마비를 증명하는 그 소견서도, 아마 조작하려면 충분히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했다면 그걸로 뭘 얻을 수 있을까요? 그 어느 가능성을 따져봐도 앞뒤가 맞지 않죠."

단순한 의심은 아니다.

오히려 믿을만한 이의 말과 그 사실관계가 너무나도 믿기 어려워, 자연스레 모든 가능성을 따져봤을 뿐이다.

"...그러니 가장 가능성이 높은 쪽은, 선생님께서 오직 진실만을 이야기했을 경우입니다."

"카드와 대가, 그 모든 것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의미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소견서를 증빙한 것도,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신 것도, 이 믿지 못 할 이야기를 저희에게 꺼내신 것도, 비대위로 정치적 위기에 빠졌던 대행이 다시 한 번 비대위를 소집한 것도...모두 설명이 됩니다."

"죽음에 관한 것을 정말로 그 꿈을 통해 알게 되었고, 카드의 사용 전적과 본인의 몸 상태를 고려해보아 사실이라고 판단하였으며, 그것을 곧바로 우리에게 털어놓았다고.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겠느냐?"

"네. 이 과정을 통해 비로소 믿을 수 있는...그런 이야기라고 생각되네요."

선생의 말을 이렇게까지 뜯어보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만,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이런 과정이 없이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다만...개인적으로는, 절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호오. 그것이 무엇인지, 내게 이야기해줄 수 있겠는가?"

무언가 켕기는 듯한 표정의 나기사에게, 키사키는 짐짓 흥미로운 듯 관심을 표했다.

냉철하고 논리적인 것으로 유명한 그녀이니만큼, 무언가 의문을 품었다는 건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니.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신 걸까요."

잠시 단어를 고르듯 뜸을 들이던 나기사는, 이내 또 한 번 어렵사리 말을 이어나갔다.

"어른으로서의 책임, 선생으로서의 의무. 분명 잘 알았습니다. 그걸 중시하고 계신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 또한 잘 이해했습니다. 다만......그게 그렇게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다해야 하는 것인지는......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대관절 무엇이기에 그렇게까지 하는가.

자신의 삶을, 시간을,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지켜야만 하는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그 모든 책임을 선생님께서만 지셔야 하는지......그게 제일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며,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선생이 이야기하던 '어른의 책임' 이라는 것이구나."

키사키도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책임을 누군가와 나눠 들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겁니다. 하다못해 저희가 할 수 있었던 것들을 해냈다면, 필시 선생님의 부담도 줄었을 테죠."

"그런데도 어째서 선생은 혼자서 책임을 뒤집어 쓰려다가 이러한 특이점에 도달했는가, 로군. 학생들에게도 분명 무언가에 대한 책임이 있을 것이며, 미래의 구성원으로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의무도 있었을 터인데 말이야."

"네. 바로 그 쪽입니다.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없었을 일을, 혼자서 책임지려다가 무리한 것을 대가로 내신 것 같아...솔직히, 불편할 정도의 답답함도 느끼고 있습니다."

나기사가 자뭇 불편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 말마따나,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제법 거슬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른의 책임이라지만, 그것이 과연 필요한 수준의 책임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였다.

그는 삶과 시간을 대가로 지불하면서까지 세상에 대한 책임을, 의무를 다하고자 하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 상황처럼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었고, 오히려 수많은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 책임을 진작에 자신들과 나눠 들 수 있었다면, 구태여 이런 사태를 만들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지적했던 사항이지만, 우리에게도 무언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나 그대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나름대로 선택을 할 수 있던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키사키 역시도 잠깐 숨을 고르고는, 나기사의 의견을 보충한다.

"여전히 그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어리고 미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카드를 사용해 불필요한 책임까지도 떠안은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선생은 다른 문제라고 했지만...여전히 이 머릿속에서는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아."

"동의합니다. 저희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 취급받은 것 같아서......조금 씁쓸해지네요."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디쓴 약을 먹은 것처럼 표정을 찌푸렸다.

그 말마따나 선생은 자신의 책임이라며, 모든 일을 스스로의 선에서 해결하려 들었다. 그것이 어른으로서의 책임이요, 선생으로서의 의무랍시고 잔뜩 떠들어댔지만, 그 모든 것들이 온전히 그만의 책임인지는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직은 아이라는 이유로.

그 중요한 순간들에, 고작 그런 이유로 배제되었다는 느낌을 쉬이 지울 수가 없었다.

콰당,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

당황스러워하는 티파티 임원과 어안이 벙벙해진 현룡문 임원.

"선생님 이야기인데, 나만 빼놓고 놀기야?"

그리고, 마냥 즐거워보이지만은 않는 표정의...미소노 미카.

"죄, 죄송합니다, 나기사 님!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도, 미카 님께서 꼭 들어가보셔야겠다고..."

"윽......미카 씨, 지금은 조금......"

무난하게 유지하던 평정심이 연신 흔들리는 것인지, 나기사가 무거워지는 눈꺼풀과 지끈거리는 머리를 저도 모르게 부여잡고 말았다.

'경호 실패' 의 화살을 맞을 쪽은, 티파티 측 임원들 뿐만은 아니었다.

"무, 무무, 문주님! 정말 죄송합니다만, 이 사람 힘이 보통이 아니라-"

"-아니, 상관없다. 멈춰라."

이미 늦었다는 체념에 빠진 나기사를 뒤로 한 채, 키사키는 한 손을 들어 제 측 임원들을 진정시킨다.

어떻게든 미카를 제지해보려던 임원들이 그 손동작 하나로 우물쭈물 한 걸음 물러나고, 이어진 나기사의 포기 어린 끄덕임에 티파티 임원들도 한 발자국 물러선다.

"류우게 키사키, 현룡문의 문주였지?"

"......그대가 미소노 미카인가. 트리니티 티파티의 일원, 파테르의 대표자."

"파테르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 줘. 머리아프니까."

미소노 미카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키사키는 나기사 쪽으로 힐끔 시선을 돌린다.

"......이 쪽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은데, 송구스럽지만 거듭 청해도 되겠는가? 내내 그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듯하여 면목이 없구나."

"아뇨아뇨, 문주께서 그러시다면야 상관은 없습니다만......죄송합니다. 너무 급작스러워서..."

아마도, 사실상 동의.

키리후지 나기사는 대관절 이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이라고 판단한 듯 하며, 류우게 키사키가 이를 큰 결례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모로, 미소노 미카에게는 행운이었다.

"...나기사 님. 그럼 미카 님의 홍차도 준비--"

"--아냐, 난 됐어. 난 카페인 중독이 아니라서."

미카는 나기사 쪽을 힐끔 바라보며 비아냥대듯 사양했다.

아마도 외부인과 함께 있으니 롤케잌을 들고 덤비지는 않으리라 판단한 듯 했고, 작게 부들거리는 나기사를 보아하니 정답인 모양이었다.

각각의 임원들이 소응접실의 문을 닫고 나가자, 방의 내부는 다시 한 번 '오프 더 레코드' 속으로 빠져들었다.

"나 말이지, 사실 어느 정도 엿들었어."

"......네?! 밖에 다 들리나요?!"

미카의 폭탄 발언에, 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으려던 나기사의 언성이 높아져버렸다.

당연하게도, 극비리에 첫 소집된 비대위와 그에 대한 의견 공유가 외부에 노출된다는 것은 극도로 위험천만한 행위이고, 자신과 더불어 산해경의 입장에도 영향이 갈 수 있는 사태였다.

그렇기에 나기사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을 뿐이고, 미카 역시 그 사실을 아는지 금세 멋쩍게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아냐! 문틈에 찰싹 붙어서 귀를 기울였을 뿐이야. 밖에 있는 애들한테는 절대 가까이 붙지 말라고 했으니까, 걔들은 못 들어. 반 발자국만 떨어져도 하나도 안 들리더라."

엄청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기. 미소노 미카의 주특기였다.

"...그래. 그렇다면 오히려 이야기가 빠르겠구나."

통제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차라리 몸을 맡긴다.

류우게 키사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라리 잘 되었다고,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들은 것처럼, 우리는 선생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책임에도 완전한 공감까지는 하지 못했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이야기조차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책임만을 이야기하고,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려고 들었으며, 그렇기에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그 이야기가 너무 이기적이고 냉정하게 들린다. 소외감도, 무력감도......그래. 억울함도 느끼고 있다. 그대는, 어떠한 지 궁금하구나."

키사키는 씁쓸한 표정으로 무덤덤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선생에게 어른으로서의 책임이 있다면, 자신들에게는 학생으로서의 책임이 있다. 자신들 나름대로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또한 마땅한 것이거늘, 선생은 오직 자신의 책임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만, 그 모든 것들이 시원스럽게 이해되는 것도 아니다.

마치 금치산자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들이 그런 무능력하고 어린 사람처럼 느껴지고 말아,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글쎄. 난 잘 모르겠어."

미소노 미카는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키사키를 응시하였다.

"선생님이 어째서 그걸 꽁꽁 숨겼는지, 그리고 어째서 모든 것을 책임지려고 하는지...그런 건 몰라. 나, 사실 너희들처럼 그렇게 똑똑하지 않거든. 근데, 그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청해 듣도록 하지."

"선생님은, 너희 생각처럼 모든 걸 책임지려는 것까진 아니라는 거."

나기사의 의문, 키사키의 속쓰림과는 다른 의견이, 아무래도 미카에게 있는 모양이었다.

"선생님은...사실 그렇게까지 모든 걸 떠먹여주려는 사람은 아니야. 으으음......뭐라고 할까, 자신이 해야만 하는 건 자신이 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우리가 하게끔 하는 사람이니까. 선생님, 나한테도 그러거든."

"...그대에게? 어떤 식으로?"

"있지, 나 사실 되게 외로움 많이 타거든. 좋아하는 걸 가지려는 독점욕도 있고. 그래서 그런지...선생님은 유독 나한테는 선을 긋더라."

"아마도, 미카 씨가 당신께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거리를 조절하시는 것이겠죠. 그게 습관이 되어버리면, 약간이라도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선생님을 찾는 사람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미카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나기사가 자신의 사견을 덧붙인다.

그 말대로, 미소노 미카는 그 악평과는 달리 제법 천진난만한 면이 있어, 제 욕망과 충동을 절제치 못하는 부분이 있다.

호감이 생긴 이래로 계속 선생을 찾고, 그와의 시간을 상상하고, 실제로도 '막무가내' 로 대시한다고 여겨질 정도로 그에게는 진심이었으니.

자칫 '의존' 으로 진화할 법한 그 행동을, 선생은 크게 우려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기사 본인이 보더라도, 다른 학생들을 대할 때와 미카를 대할 때의 선생은 제법 큰 차이를 보였다.

"그래도, 그게 미카 씨라는 사람을 싫어해서 그러시는 건 아닐 겁니다."

"응. 맞아. 나기 쨩의 말대로야. 그게 아니었다면, 선생님이 그 때 카드를 써서 날 구해줬을 리가 없으니까."

조마에 사오리. 미메시스. 아리우스.

선생이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카드를 들고 뛰어들어왔던 그 때를, 미소노 미카는 절대 잊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선생은 그대를 구하기 위해 카드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했지."

키사키가 머릿속으로 아까의 회의록을 되짚어간다. 카드의 사용에 대해 증언하던 그 발언이, 은근히 궁금해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곤란하다면 단념하마. 허나, 괜찮다면 어떤 상황이었길래 그랬는지, 간략적으로나마 이야기해 줄 수 있겠는가? 선생의 카드가 아니었다면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었나?"

"응."

미소노 미카는 단언했다.

"누군가의 마지막 싸움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 했어. 그렇지만 적은 끊임없이 나오고, 나는 혼자였고, 더 강한 적이 튀어나오고. 여기까지구나~ 싶었을 때 선생님이 카드를 들고 뛰어들었어. 응. '내 공주님에게 무슨 짓이냐!' 하면서."

"...공주님......?"

"공주님......이요?"

키사키는 물론, 나기사마저도 찻잔을 들던 손을 멈춰버릴 정도로, 미카의 마지막 말은 제법 해괴망측했다.

공주님. 공주님이라.

"...흠, 흐흠. 그러니까, 어쨌든 위기 상황이었다는 말이구나. 촌각을 다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응. 아까도 말했지만, 그 때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여기에 없었을 거야."

"미카 씨......"

그녀가 나약한 소리를 내뱉는 것은 쉬이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뭘 때려부수겠다거나 없애겠다고 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여기에 없었을 것' 이라는 소리를 하는 모습은 전례없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키리후지 나기사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구태여 이성으로서만의 모습이 아닌, 그녀가 그에게 '집착' 하는 이유를 알 것만도 같았으니까.

"...그래. 그렇구나...그래......"

류우게 키사키는, 무언가 스스로 납득하는 것처럼 연신 긍정의 말을 중얼거렸다.

"무언가, 다른 의견이라도 있으시온지?"

"응? 아아, 아니다. 그냥, 뭔가 조금 알 것 같아서 말이야."

키사키는 그렇게 말하며, 제 앞의 찻잔을 슬그머니 내려다보았다.

"...선생이 카드를 사용한 때는,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을 때인 듯하다. 방금 나누었던 때가 아니라도, 그라면 아마도 비슷한 순간에 카드를 사용했겠지. 그래, 카드의 사용 말고는 방법이 없을 때 말이다."

"응.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장기적 관점이고 자기주도적 관점이고 아무것도 의미없는, 말 그대로 긴급하거나 최후의 순간들 뿐이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방금 이 쪽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확신이 들었다."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때.

학생으로서, 당장 닥쳐 온 위기에 몰려있을 때.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어른만이 해결해 줄 수 있을 때.

그는 아마도, 자신의 학생들이 나름의 선택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하게끔 돕다가, 그러한 것이 무너질 정도의 위기에 도달해서는 카드를 사용하며 아이들을 구해냈을 것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심연스러운 무언가에 의해 위기에 빠졌다면, 그것은 분명 선생이 나서야만 했던, 어른의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이었겠지. 허나, 학생들 개개인의 선택이 이어져 큰 위기로 발전했다고 하면, 그건 그 학생이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선생이, 어른이 그런 것까지 도와주고 극복해야만 하는 문제일까?"

그녀는 짐짓 흥미롭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선생은 그 질문에 '그렇다' 라는 답을 한 모양이다. 어째서일까? 선생은 어째서, 학생 스스로가 책임져야만 할 상황에도 자기 책임이라고 나선 것일까?"

이 기나긴 의문점의 끝을 위해, 키사키는 스스로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넨다.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언뜻 생각해내기 힘든 제3의 답을 찾아보려는 시도였다.

"......학생이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다시 원점이로군요."

"아니야. 원점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답이지."

키사키는 나기사가 던진 '해(解)' 를 향해, 오답이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학생이기에 져야 할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의 크기가 어른의 것과는 다르며, 학생이 질 수 있는 책임의 범주를 넘어서자 개입했다고 한다면, 그럭저럭 봐 줄 만한 이야기가 되지 않느냐. 그러한 수습을 어른만이 할 수 있었고, 학생의 일을 수습하는 일은 선생의 업무이며, 그 숭고함을 기꺼이 떠맡을 됨됨이까지. 완전하진 않겠지만, 이 정도라면 그래도...어느 정도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구나."

"선생님이 계시던 바깥 세계에서의 선생이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키보토스는 학원도시의 세계. 학원의 업무를 돕는 '교직원' 은 있을지라도, 아이들을 이끌어 줄 '선생' 은 흔치 않은 세계니까요. 선생님은 그 점에 주목하고 계실지도 모르지요."

나기사 역시 키사키를 따라 생각을 정리한다.

그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 그를 이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선생이 살아오던 곳과 키보토스가 얼마나 같은지, 어떻게 다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가치관으로 보아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자신들의 어림짐작으로 그를 어느 정도 추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학생으로서의 책임을 별개로 보고 있을 것이다. 어른은 어른의 방법대로 세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학생은 학생 나름의 방법대로 져야 할 책임이 있다고 여기겠지.

학생 개개인마다 다른 식으로 대해주는 것은, 그의 그러한 면을 위한 의도일 것이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학생에게는 적당히 선을 그어 혼자 생각하며 자립하는 법을 익히게 하고, 언제나 자신의 업무에 쫓기며 동분서주하는 학생에게는 그 어깨에 들어간 힘을 적당히 빼어 여유를 익히게 하며, 고지식할 정도로 '직진' 만을 찾는 학생에게는 '좁은 오솔길' 을 알려주어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법을 익히게 해 주는 것.

더 나은 '어른' 이 될 수 있는 법으로 은근슬쩍 유도하고, 은연 중에 그것을 끊임없이 연습시킨다.

결론적으로, 학생 스스로가 더 나은 어른을 향해 성장해 나가는 것.

그것이 그가 보는 '학생으로서의 책임' 인지도 모른다.

"...잘못된 길을 걸었던 학생들도 충분히 반성하고 돌아올 수 있다고 여기시는 것이겠죠. 그러한 학생들도 잘못된 방향이 아닌, 올바른 방향으로 책임을 져야만 할 테니까요."

나기사는 조용히 미카를 바라보았다. 미카 역시도 나기사의 그러한 눈빛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잘못에 단호하게 야단치고, 복수에 눈이 먼 자신이 더 이상 선을 넘지 못하게끔 끊임없이 막아서다가, 결국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하기 위해 카드를 빼 들었던 사람.

언뜻 생각한다면 트리니티 자치구의 사법에 온전히 맡겨 영구 격리를 하는 것이 마땅하겠다만, 선생은 미카 자신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문회에까지 참석해 그녀를 변호하여 학교에 남을 수 있게 하고, 봉사던 무엇이던 통해 자신의 과오를 갚아나가고 뉘우치게끔 하는, 그리고 그를 통해 무언가를 절제하는 법과 올바른 방향으로의 책임을 유도했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선생님은 나쁜 아이도 구하고 싶어 하니까. 그러니까 몸이 그렇게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카드를 사용했을 거야. 우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있는 방향은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렇기에, 미카 역시도 나기사의 마지막 정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

자신에게 보여왔던 선생의 행보를, 그 이상 잘 정리할 수는 없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구나."

류우게 키사키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약간은 풀린 목소리로 속을 풀었다.

"그대들과 의견을 나눈 덕분에, 내 생각도 조금은 정리할 수 있었다. 어떻게 사의를 표해야 할 지 막막하구나."

"아뇨, 아닙니다. 변변찮은 의견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나기사가 키사키의 감사에 싱긋 미소지었다. 우려했던 것처럼 정치적인 감정이 오간다거나, 혹은 분위기가 날카롭지는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기 쨩을 불렀던 거야?"

헌데, 미카는 나기사가 구태여 꺼내지 않았던 주제를 시원스럽게 꺼내어 놓고 말았다.

나기사가 내쉰 안도의 한숨이 경악으로 바뀌기도 전이었으니, 말릴 수 있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었다.

"학교 간의 접점도, 개인적인 친분도 없었잖아. 그런데 어째서 나기 쨩에게 물어본거야? 나는 어째서 그냥 끼워준 거고? 물어봐도 돼?"

"...미카 씨, 그런 말을 대놓고--"

"--아아, 그렇구나. 미안하다. 충분히 궁금할 수 있을 일이니."

나기사의 경악이 이번에도 별 의미가 없었다고 말하듯, 손사레를 친 키사키가 약간은 미묘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류우게 키사키의 방금까지와는 또 다른 그러한 표정에, 질문을 던진 당사자인 미소노 미카마저도 머릿속에 거대한 물음표를 띄우고 말았다.

"...그저, 산해경에 물들지 않은 의견이 궁금했을 뿐이다."

시대착오적인 집단.

다른 학원과의 교류회마저 내켜하지 않는 폐쇄적인 집단.

언제든 '톡' 치면 무너져버릴지도 모르는, 썩을 대로 썩은 내부를 가진 집단.

그러한 생각에 물들지 않은 의견이 어떠한 지 궁금했을 뿐이다.

"루미라면......어떤 의견을 내었을까. 그대들의 의견과 같았을까?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논리를 전개했을까? 그러한 우리의 생각이, 외부와는 정말 많이 다를까?"

"루미......?"

"아아, 오래된 친우다. 그대들과 같은 오래된......아니, 아니지. 그것과는 조금 다른가."

지금 루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간략하게 그녀를 소개한 키사키는 그 말을 머뭇거렸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다른 친구가 있어? 그럼 어째서 우리와 이런 대화를 나눈 거야? 산해경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잖아? 그리고, 저번 회의 때는 안 왔잖아. 오늘은 나타난 이유는 특별한 게 있어?"

"미카 씨. 그렇게 한 번에 이것저것 묻지 마세요. 말투도 너무 급하고 공격적이에요. 애먼 데에 화풀이하시는 건가요?"

"아--니거든? 그냥 궁금한 거라니까? 질문도 못 할 거면 뭐하러 이러고 있는데?"

참다못한 나기사가 결례를 무릅쓰고 미카를 제지하려 든다. 이 곳이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말 그대로 사담의 공간이기에 가능한 불만 표출이겠지.

허나 미카는 당당했다.

제 딴에는 충분히 물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기사를 바라보았다.

키사키는, 그저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보였을 뿐이다. 누구의 말이 이치에 맞는지, 예(禮)에 맞는지 결론을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며, 알듯말듯 오묘한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나는......"

간신히 운을 뗐던 키사키는, 결국 말을 끝마치지 못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이야기해주마. 사담의 마무리가 이래서 면목없구나.'

-------------

키사키와 나기사의 조합이 너무 좋음

따지고 보면 두 사람만큼 정치극 만들기 좋은 소재가 없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까 하다가 이번 시리즈에 넣어보게 됐음

다만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지만...

키사키가 선생의 상황에서 어떤 심경의 변화를 느꼈기에 저런 태도를 보이게 된 걸까

선생과 함께 하며 조금씩 바뀌던 키사키니까, 선생이 죽는다고 한다면 내색은 안 해도 굉장히 동요하고 혼란스러워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답을 찾아 헤매일 키사키를 상상하니까 너무 즐겁다

나기사의 필사적으로 이성적인 논리적 도출

키사키의 거시적이면서도 세밀한 상황 분석

때때로는 그런 것보다, 미카처럼 감정에 맡겨보는 게 더 나은 해답일 때가 있겠지

아무래도 중장편이어서 그런지, 내가 생각한 거랑 블붕이들이 읽고 느끼는 게 차이가 좀 있을 수 있겠더라

내 필력이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재밌게 써보려 하니까 즐겁게 읽어줘

여러 가지 의견 듣는것도 재밌어서 댓글 다 읽고 있음ㅎ

요새 춘곤증 오기 딱 좋은 시기여서 그런가...버스끌고 고속도로 다니다보면 사고가 엄청 많이 나더라

구태여 운전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몸이 노곤노곤해지면 순식간에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더라고

블붕이들 모두 안전하고 즐거운 하루하루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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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4.20창작

소설,피폐?) 선생님이 8일 뒤에 죽는 이야기 (하)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9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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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DC
데스/모이네스!작가
게시물 51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YouTube
게시일2025.04.20 19:31
조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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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나
ㅇDC
ㅇㅇ125.04.20

타이밍이 안 좋아... 이따 다시 올리는 거 추천

ㅇDC
ㅇㅇ225.04.20

히히 안읽고 개추만 눌러야지

ㅇDC
ㅇㅇ325.04.20
디시콘
ㅇDC
ㅇㅇ425.04.20

잘 봤어요

ㅇDC
ㅇㅇ425.04.20
디시콘
ㅇDC
ㅇㅇ525.04.21

더 써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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