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1시 26분. 레인보우 오브 더 시즈 2층 승무원 객실.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안타깝군요. 오디세이야 해양학원 여러분.”
의자에 묶인 채 앉아있는 선생과 미치루를 배경삼아 촬영을 시작하는 R.
“샬레의 선생님이 오디세이야 해양학원에서 끔찍한 일을 겪게 되신다면, 그때야말로 학원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을 겁니다.”
어딘가 연극 무대에서 들을 법한 과장된 목소리 톤. 허나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이 남자의 말이 단순히 협박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해가 뜨기 전까지,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길. 그럼.”
녹화를 끝내고 영상이 담긴 BD를 부하가 가지고 나가자, R은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본다.
“걱정하지 마시길. 일이 잘 해결되면 무사히 보내드리겠습니다.”
“잘 해결되지 않으면?”
“글쎄… 그런 건 생각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입은 웃고 있지만 웃음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네 부하들이 무거워보이는 짐을 들고 내려가던데, 내가 생각하는 그 물건은 아니겠지?”
“마음대로 생각하시길. 그럼.”
객실 문을 나서는 R과 그의 부하들. 문이 닫히며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선생은 크게 한숨을 내쉰다.
“미치루. 괜찮아?”
“괜찮아. 고마워, 선생=공…”
“아냐. 무사해서 다행이야. 아무튼 조심해. 훌륭한 닌자는 싸울 전장을 선택할 줄도 알아야지.”
가벼운 농담을 건넸지만, 두 사람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이제 어떡하지?”
“일단은 기다려야지.”
“우리… 살 수 있는 거지? 저 녀석들, 폭탄을 설치한 거 아냐?”
“걱정 마. 잊은 건 아니지? 이 배에는 키보토스 최강의 전력이 셋이나 있다는 걸.”
선생의 말에 살짝 표정이 밝아지는 미치루.
크루즈에 발생한 이변을 눈치챈다면 학생들이 움직일 테고, 그렇게 된다면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이 생길 거라는 게 선생의 생각이지만, 무기와 지휘해줄 선생이 없는 상황에선 그것조차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선생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미치루가 더욱 흔들릴 게 뻔하기에, 애써 웃으며 미치루를 안심시키는 선생. 하지만 선생의 머릿속에도 학생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1시 29분. 9층에 위치한 히나의 객실.
<알립니다. 선내 안전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은 모두 선실 안에 가만히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선내 안전점검이…>
아직 잠들지 못하고 선생에게 어떻게 모모톡을 보낼지 고민하던 히나의 귀에 들리는 선내방송.
‘점검…? 이 시각에 점검을 굳이 방송까지 하면서?’
오랫동안 선도부장으로 활약하며 다져진 히나의 날카로운 감각이 이상함을 즉각 감지한다.
조용히 방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보지만, 굳게 잠긴 문은 움직이지 않는다.
누르면 언제든 담당 크루가 응답한다는 호출 버튼을 눌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단톡방을 확인해보려고 하지만 무선 네트워크가 하나도 잡히지 않는다.
조용히 바깥 창문으로 살짝 몸을 빼 주위를 살펴보니 주변에 못 보던 헬리콥터들이 보인다.
‘이거…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입고 있던 잠옷을 벗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했던 선도부장 복장으로 갈아입는 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마치 자욱한 안개가 낀 듯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히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선생님의 안전이니까.
‘선생님… 기다려. 곧 갈께.’
같은 시각, 12층에 있는 유우카의 객실에도 같은 내용의 방송이 흘러나온다.
“안전 점검?”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에 살짝 당황하는 유우카.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위해 모모톡을 확인해보지만, 네트워크 유실이라는 에러 메시지만 나올 뿐이다.
“문도 잠긴 상태고… 어딘가 수상한데?”
이상함을 느낀 유우카가 가방에서 로봇 강아지를 꺼내 부팅시킨다.
모모톡과 전화는 진행중인 점검 탓인지, 혹은 뭔가의 재밍(Jamming)에 방해받는지 사용할 수 없지만, 기초적 인공지능과 근거리 무선 통신을 사용하는 유우카의 로봇 강아지라면 컨트롤 프로그램이 설치된 휴대폰과 가까운 거리 안에서는 조종과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자, 그럼 부탁해.”
부팅하자마자 금세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미리 확인해둔 천장의 환풍구를 열어 강아지를 올려보내는 유우카.
선생님에겐 간단하게 말하고 넘어갔지만, 사실 유우카는 여행 전에 배의 대략적인 정보뿐 아니라 설계도와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한 상태였다. 첫날 짐을 풀면서 방에 있는 환풍구를 통해 로봇 강아지가 어떻게 이동하면 선생님이 있는 객실에 도달할 수 있는지도 이미 체크를 끝내뒀고.
‘이건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야. 베리타스의 불법 행위와 달라.’
휴대폰 화면을 통해 강아지를 조종하며 유우카가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1시 34분. 3층 객실에 있던 미소노 미카는 심각한 고민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왜 문도 안 열리고 모모톡도 휴대전화도 안 되는 거야? 불러도 주변에 사람도 없고 호출 버튼을 눌러도 대답이 없고… 무슨 일이야? 정말 점검이 맞는 걸까? 선생님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문을 부수고 나가볼까? 하지만 진짜 점검이면 어떡하지? 안전점검을 하는데 문을 부쉈다고 괜히 선생님께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어쩌지? 어쩌지???’
그렇게 미카는 방 안을 계속 서성이고 있었다.
1시 36분. 6층 객실의 호시노가 손에 찬 가죽장갑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꽉 조여맨다.
“이 정도면 되겠지?”
이미 평상복으로 환복을 끝낸 호시노가 말없이 창문 밖을 바라본다.
선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 그 순간, 호시노의 몸에는 전율이 흘렀다.
카이저 코퍼레이션에 끌려갔을 때 짧은 순간이지만 분명히 들었던, 카이저 PMC 이사에게 보고를 올리던 그 목소리와 똑같았으니까.
‘틀림없어. 그놈들이야.’
열리지 않는 방문, 끊어진 네트워크, 응답 없는 호출 버튼. 모든 것이 명백했다.
자신을 납치했던 자들은 분명 카이저 코퍼레이션에서 해고됐다고 들었지만, 해고 이외엔 어떠한 처분을 받았단 말도 없었다. 그저 단순한 꼬리자르기였을 뿐.
그렇기에 그 사건을 일으켰던 놈들이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나 선생님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항상 생각해왔다.
그게 오늘이다.
호시노가 생각한 전략은 간단했다.
베란다 창문 밖으로 나가 배 외벽을 타고 최상층까지 이동한 후,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적을 제압해서 무기를 손에 넣는다. 그 후 고립된 선생님을 구출하고 함께 내려오면서 각 방에 갇힌 학생들을 하나씩 풀어주고 전력을 끌어올려서 적을 제압한다.
혼자라면 배를 가득 메운 PMC 병력을 격퇴하기 어렵겠지만, 선생님의 지휘가 있다면 어떻게든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최우선 목표는 선생님의 구출, 도달 목표는 16층 스위트룸.
“배를 ‘타’ 본 적은 없지만, 할 수밖에 없어.”
베란다에 서서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호시노.
“간다.”
창문을 열고 아랫쪽 창틀에 두 발을 올린 후, 윗쪽 창틀을 붙잡고 몸을 그대로 끌어올린다.
외벽에 매달린 채 위를 바라보며 올라갈 루트를 최대한 빠르게 계산한다.
대략 12층까진 베란다를 포함한 비슷한 형태의 선실이 반복되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는 반복 작업을 이어가면 된다. 한 팔로 몸을 지탱하며, 반대쪽 팔로 재빨리 베란다 난간을 잡아 몸을 끌어올린다.
베란다 창문이 닫혀있어 창틀이나 발을 걸칠 지점이 없기에 양팔의 힘만으로 가녀린 몸을 지탱할 수밖에 없지만, 선생님을 구해야 한다는 의지가 충만한 지금의 호시노에게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층, 한 층. 어느덧 마지막 12층 객실의 베란다가 호시노의 눈앞에 보인다.
한 팔로 몸을 지탱하며, 반대쪽 팔로 재빨리 난간을 잡아 몸을 끌어올리자…
선실에 총을 든 병사 두 명이 보인다.
“어?”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작전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은 호시노.
급히 창문을 열고 선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열리지 않는 굳게 잠긴 창문.
창문을 깨고 들어가려고 하지만 이미 자신을 향하고 있는 병사들의 총구.
1시 41분. 아직도 고민에 휩싸인 채 안절부절못하던 미카에게 멀리서 울린 총성이 들리고, 곧이어 복잡했던 미카의 머릿속을 말끔하게 치워주는 뭔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이 위험해.”
굳게 잠긴 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미카.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으며 자세를 잡고, 오른손에 힘을 모아 텔레그래핑 블로우를 준비한다.
“이번엔 내가… 선생님을 구할 차례야.”
쾅.
선내의 좁은 복도에 방금까지 방문이었던 금속판이 나뒹구는 소리가 마치 등장곡인 것마냥, 트리니티의 공주님이 드디어 선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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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나도 건물 타고 오르는데 호시노도 할 수 있겠지?
개추하지만 개추는 항상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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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코는 총기제출도 안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