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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평소처럼 서류 작업을 마치고, 전차장으로서 전차 점검을 하던 이로하는 일이 끝난 후에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고 있었다.
늘 가던 휴게 공간으로 가는 건 확정이었지만, 거기서 뭘 할까. 과자는 아직 남아 있었을 터. 그걸 먹으면서 뭘 할까. 게임을 할까, 책을 읽을까. 책을 읽을 거라면 손에 묻지 않는 과자가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점검을 진행해, 몇 대 남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을 때, 문득 전화가 걸려 왔다.
안 좋은 예감이 든 이로하는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계속 울리는 스마트폰을 어쩔 수 없이 집어 든 이로하가 본 것은 【마코토 선배】라는 글자였다.
이로하는 온몸에 절망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손이 떨리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였다.
「……를 오늘 중으로 해 둬. 부탁한다, 이로하」
「싫어요. 잠깐 마코토 선배? ……끊겼네……」
자신의 선배이자, 만마전 내에서 상사에 해당하는 하누마 마코토에게 추가 업무가 내려왔다. ……만약 이게 업무 시작 때였다면 아직 용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추가 업무 같은 건 흔한 일이고, 이번 경우에는 시찰이나 조사처럼 자신이 직접 밖에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닌, 평소 하던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비교적 괜찮은 일이라고는 해도, 끝나면 뭘 할까 생각하기 시작했던 업무 막바지에 추가 업무가 내려오는 건, 마음이 꺾이는 일이다.
「……땡땡이라도 쳐 버릴까? 농담이지만」
자신이 쉬어 버리면 대신 해 줄 사람이 없다. 물론 이로하에게는 후배들이 있지만, 자신이 시작한 일이라면 몰라도 최종적으로 마코토에게 책임이 돌아갈 일을 맡길 생각은 이로하에게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가 쌓여 있을 서류와 맞서 싸우자. 그렇게 결심한 이로하는 신속하지만 꼼꼼하게 남은 점검을 마쳤다. 그렇게 마지막 한 대의 점검을 끝냈을 때, 모모톡 알림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의외의 인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선생[・・]
그 연방수사부 샬레의 고문이자, 지금까지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 온 키보토스 밖에서 온 어른[・・]. 그런 선생에게서 온 메시지는 지금 그쪽으로 가도 괜찮겠냐는 것이었다.
이건 드문 일이다. 이로하가 선생이 있는 샬레로 가는 일은 있어도, 선생이 자신의 의지로 이로하를 만나러 오는 것은 아마 휴게실을 소개해 줬던 그때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로하는 선생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그 바쁜 선생이 아무 일 없이 자신을 만나러 올 리가 없으니, 결국 열에 아홉은 업무 이야기일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그것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야만 하는 조금 귀찮은 종류의 일일 것이다.
어쨌든 일단 업무는 제쳐두고 선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이로하는 만마전의 응접실로 향했다.
*
몇십 분 후. 선생이 도착했지만, 좀처럼 말을 꺼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선생에게 내준 커피도 처음에 한 모금 마셨을 뿐 그 이후로는 마시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시선은 나…… 나츠메 이로하를 향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인가요? 선생님」
「아, 아아. ……그러게……」
다시 정적이 방을 지배한다. 이로하는 당황했다. 지금 선생의 모습은 너무나 서먹서먹하고, 평소에 비해 기운이 없다…… 아니, 뭐라고 해야 할까…… 분위기가 다르다? ……아무튼. 이런 선생을 보는 건 처음이라, 어지간히 입에 담기 힘든 안건인가? 하고 속으로 전전긍긍하면서도, 역시 입을 열지 않는 선생에게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저기, 선생님. 말씀해 보세요. 제가 항상 귀찮다고만 말하는 건 사실이지만, 일단은요. 일은 제대로 처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뭐, 선생님의 부탁이라면, 나름대로 열심히 할 테니까요」
자신이 귀찮아하는 성격이라는 사실도, 말을 꺼내기 어려운 원인이 되고 있을 거라 생각한 이로하는, 앞선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다음 말을 재촉하듯이 말했다.
이로하는 적어도 만마전 업무도 전차장으로서의 업무도,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해내고 있다는 자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가끔…… 아니, 제법 잦은 빈도로 땡땡이를 칠 때도 있을지 모른다. 이로하는 자신이 땡땡이꾼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땡땡이에 관해서 이로하는 이로하 나름의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땡땡이칠 핑계를 만들 수 있는 쪽이 잘못이라고. 핑계로 구슬릴 수 없다면, 이로하도 땡땡이를 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그럴싸한 핑계가 있기에 치는 땡땡이이며, 핑계라는 포장지에 싸지 않은 채로 땡땡이를 누릴 수 있을 만큼, 이로하의 죄책감이 무뎌지지는 않았다.
……라고 뭐, 여러 가지 말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이로하 자신은 뿌리가 성실해서, 아무리 자신을 땡땡이꾼이라고 칭해도 최종적으로는 예정대로 업무를 끝내 버리는, 그런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기에 내릴 수 있는 자기 평가였다.
「고마워. ……그래. 이로하는 정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두 가지 감정이 이로하를 덮쳤다. 하나는 결국 선생이 본론을 꺼내지 않은 것에 대한 답답함. 또 하나는 방금 그 말을 듣고 차오르는 부끄러움이었다.
「……저를 칭찬하고 싶어서 여기에 오신 건가요? 그렇다면 편해서 좋지만요」
어느 감정을 우선하고, 어떤 말을 선택할지 망설인 끝에, 이로하는 궁여지책으로 그런 비꼼과 부끄러움을 감추는 양면을 가진, 조금 교활한[・・・] 말을 선생에게 던졌다.
「아니야. 그게 말이지. ……지금부터 잠깐 멀리 나가려고 하는데……같이 가주지 않을래?」
「……네?」
순간, 이로하는 선생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이 내뱉은 말을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되새기고, 서서히 그 의미가 뇌 속으로 스며들자, 너무나 예상 밖이고 엉뚱해서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러니까, 잠깐 멀리 나가려고 하는데…… 그래서 이로하한테……」
「아뇨, 말은 제대로 이해했어요. 그게…… 너무 뜬금없다고 할까…… 대체 멀리 간다고 해도 어디로 가시는 건데요?」
그 말에, 선생이 일부러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것을 이로하는 보았다.
「그건 뭐…… 아무튼 이로하[・・・]가 같이 가 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그저 무뚝뚝하게 대화를 끝냈는데도, 아까 머뭇거리던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똑바로 이로하의 눈을 보고, 할 말은 전부 전했으니 이제 이로하에게 달렸다고 말하는 듯한 시선을 선생은 이로하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받으며 이로하는 생각한다. 선생의 발언에 담긴 진짜 의도. 정말 그냥 멀리 나가고 싶은 것뿐일까. 왜 자신과 함께여야만 하는 걸까. 멀리 간다는데 어디로 향하는 걸까. 이건 과연 데이트인가. 점과 점을 잇고 싶어도 그 점을 선생이 마련해 주지 않기 때문에, 이로하에게는 판단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로하는 선생에게 점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좋아요, 선생님. 그럼 준비하고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결국 목적지가 어디든, 선생에게 어떤 속내가 있든, 선생의 입에서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 라는 특별함을 담보하는 말이 나와 버리면, 어떤 감정에 지배당하고, 또 그것에 충실한 나츠메 이로하는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마워, 이로하」
선생의 말을 등 뒤로 들으며, 이로하는 그저 쓰고 있던 모자를 조금 더 깊게 고쳐 쓰고 응접실을 나섰다.
*
「도착했네요. 백귀야행[・・・・]」
둘이서 전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백귀야행 연합학원의 자치구였다.
전철을 타고 오는 동안 나눈 잡담으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딱히 업무는 아니라고 한다. 그저,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백귀야행이라면 그때의…… 하지만 업무는 아니라고 하셨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로하의 머릿속에는 계속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을 억지로 풀어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뭐, 단순히 이대로 선생을 따라가면 그 의문이 해소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오늘인 걸까요)
……하지만, 의문은 언젠가 해소될 거라고 이해하고 있어도, 머리를 굴리게 되는 것이 뇌라는 것이다. 사고에서 벗어날 의미도 없는 이로하는 그 충동에 몸을 맡겼다.
현재 시각은 17시를 조금 넘긴 무렵. 저물어가는 태양이 백귀야행의 거리를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달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평일이다. 평소처럼 수업을 받고, 방과 후에 만마전의 업무를 보고 있었다. 거기서 백귀야행까지 왔으니, 뭐 이 시간대가 된다.
선생의 그 일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는 모르지만, 게헨나로 돌아갈 때쯤에는 틀림없이 해가 져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통금 위반으로 혼날 만한 시간에.
멀리 나갈 거라면 더 적합한 날이 있었을 텐데 오늘을 고른 것은, 이로하를 고른 것은 어째서일까.
「……이로하」
선생의 목소리에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현실로 돌아온 이로하의 눈앞에는, 선생과 커다란 성이 비치고 있었다.
「돈을 내면 안에 들어갈 수 있대. 이로하 것도 내가 낼 테니 가자」
「아, 네. ……알겠습니다」
백귀야행은 독특한 거리가 특징인 자치구다. 다양한 독자적인 건물이 존재하며, 성이라는 것은 그런 독자성을 자랑하는 백귀야행을 상징하는, 말하자면 단골 관광 명소인 것이다.
이 성을 관광하고 싶었던 건가? 그렇다면 역시 이건 데이트 아닌가? 하고, 기대를 부풀리는 이로하를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은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간다. 성 안에는 소소한 전시물이나, 성의 역사가 적힌 것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무시하고 위로, 위로 선생은 올라갔다.
이로하로서도 특별히 이 성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전시물들을 군데군데 훑어보며 선생의 뒤를 그저 따라갔다.
이윽고 옥상 전망대에 도착했고──그 광경을 본 이로하는, 못 박힌 듯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성 위에서는 백귀야행 전체의 거리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석양에 비친 그것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보는 사람을 예외 없이 넋을 잃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예쁘네」
「그렇네요. 선생님. ……이 경치를 보고 싶으셨던 건가요? 뭐, 확실히 죽기 전에 한 번쯤은 보지 않으면 손해일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긴 하지만요. ……저랑요?」
「응. 이로하랑 같이 여기에 오고 싶었어. 이 경치를 공유하고 싶어서…… 전할 거면 여기서라고 정해 뒀거든. 이로하. 나랑……」
……같은. 순간 그런 광경을 환시한 이로하는 곧바로 그것을 머리에서 떨쳐냈다. 자신과 선생은 교사와 제자라는 관계이며, 그런 전개는 분명 되지 않을 거라고.
「……사실은, 이로하랑 올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어. 여기가 아니더라도」
이로하의 심장이 크게 뛰고, 고동이 빨라졌다. 아무래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머릿속 한구석에서 방금 전의 망상이 날뛰고 있다.
「……선생님. 이제 슬슬 알려주셔도 괜찮지 않나요? 저와 이곳에 온 의미를요」
이로하가 재촉하자 선생은 한 박자 쉬고 이야기하려 한다. 그 사이가 이로하에게는 애가 탔다. 하지만 답을 재촉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특별한 감정을 갖지 않은, 순수하게 그 답을 알고 싶을 뿐인 나츠메 이로하는 재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주황빛이 줄어들고, 하늘에는 검은색이 번지기 시작했다. 성에 달린 조명이 점점 그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저……조금 전에. 그……실수를 좀 해서 말이야. 부탁받은 일이었는데, 그 애는 괜찮다고 해줬지만…… 그래도, 나를 의지해 줬는데 어쩐지 한심해서」
기대했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기에, 이로하는 실망감과 함께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뭐, 그런 전개는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어른으로서는 그편이 옳다는 인식도 제대로 이로하는 가지고 있었지만, 어딘가 선생이 나쁜 사람[・・ ・・]이길 바랐던 감정이, 이로하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기대한 제가 바보였네요…… 아니, 애초에 제 앞에서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시다니요? 열에 아홉은 여자 이야기일 테니, 단정 짓는 거지만요. 뭐예요? 일단 이거 데이트 맞죠? 혹시 저, 다른 여자 때문에 의기소침해진 선생을 위로하려고 불려온 건가요?)
이로하는 떠오른 약간의 분노에 맡겨, 자신이 머릿속에서 굴린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생은 아마 이번 외출[・・]을 데이트라고 인식하지 않았을 거고, 의외의 일이지만 이로하를 부른 것은, 위로받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기운을 차리게 해 줄 거라는 기대를 하고 불렀을 것이다.
(이건 데이트 같은 게 아니고, 나는 위로의 말을 기대받고 선택됐다. ……알고 있어요. 제 분노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쯤은. 선생은 잘못이 없다고요. ……정말. 상황에 속아서, 기대한 제가…… 바보였네요)
지금 이로하가 해야 할 일은 선생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축 처진 자신의 손으로 퍼뜨린 음울한 공기가 이로하의 뇌를 둔하게 만들어 사고 능력을 빼앗았다. 이로하는 건네야 할 말의 한 글자도 떠올릴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요즘 어쩐지 우울한 기분이 가시질 않아서. 그래서 오늘 문득 땡땡이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땡땡이칠 거면 이로하랑 같이 치는 게 좋으니까, 폐를 끼치게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미안해?」
단지, 그 한마디에 음울함[・・・] 같은 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이로하의 마음은 개었다.
분명 그것은 이로하가 바라는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는 나츠메 이로하의 마음을 개게 하기에는 충분한 윤활유였다.
「……뭐, 오늘은 그 말만 듣고 용서해 드리죠」
늘 하던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하며, 선생에게 건넬 말을 생각한다.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맑아진 이로하의 뇌 속에는, 부드럽게 말이 타이핑되어 갔다.
「선생님에게 완벽함[・・・]을. 실패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적을 거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은 친근하고……유사시에는 어른의 여유라고 할까, 제대로 의지가 되고요. ……무엇보다 다정하시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시니까요. ……그건 정말, 누구나 특별 대우받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극진하게요」
「이로하?」
쓸데없는 말을 해 버렸고, 이야기가 전하고 싶었던 것에서 벗어나 버렸다. 약간의 후회가 이로하를 덮쳤지만, 뱉어 버린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다음 말을 생각해야만 한다.
「아무튼. 선생님은 괜히 질질 끌지 말고 평소처럼 지내시면 돼요. 그 아이도 분명 평소 같은 선생님과 어울리기를 바랄 테고요, 평소처럼 지내는 게 일이라고 생각하고 정신 차리세요. 그게 안 된다면 다음에 그 아이에게 다른 일로 보답해 주도록 하죠. 그걸로 매듭을 짓는 거예요. 네, 끝입니다. 이 이야기는」
「에~? 뭔가 대충 끝내는 거 아냐? ……고마워 이로하. 돌아가면 마음을 다잡고 힘낼게」
검은색이 완전히 하늘을 지배했기 때문인지 선생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서, 확실한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선생이니까 분명 미소를 짓거나, 이제부터 해내겠다는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겠지 하고 이로하는 뇌 속에서 보충했다.
「……감사하다면 돌아가는 길에 과자라도 사 주세요. 책 읽으면서 먹을 거니까 손에 묻지 않는 걸로요」
──이렇게. 선생과 이로하의 갑작스러운 외출은 막을 내렸다.
*
문이 열리자 조금 어질러진 방이 눈앞에 펼쳐진다. 침실이라고 불러야 할 그 방에는, 그 이름 그대로 중앙에 침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평소 업무를 보는 집무실은 몰라도, 이 방은 학생들이 드나드는 방이 아니다. 그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명분에 기대어, 청소를 너무 소홀히 했던 것 같다고 깨닫는다. 하지만 지금 청소할 기분은 아니었다.
곧장 침대로 가서, 뒤로 다이빙한다. 고반발 매트리스가 아니라서 등에 약간 통증이 느껴졌다. 하아…… 하고, 한번 작게 한숨을 내쉬고, 방의 천장을 바라본다.
「왜 말을 못 한 거지…… 절호의 기회였는데」
하려던 말을 집어넣고, 내뱉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실패담이었다. 있지도 않은 실패담 때문에 이로하에게 쓸데없는 신경을 쓰게 하고 필요 없는 위로의 말을 받았다.
「……이로하 사정은 생각도 안 하고 데리고 나와 버렸고, 그럴싸한 핑계도 생각 못 한 채 억지로 불러내서는 결국 아무것도 전하지 못하다니 한심하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로하가 이번 일 때문에 손대지 못했던 업무의 존재를, 마코토가 용서해 줬다는 것이다.
이로하의 업무에 관해 내가 데리고 나간 탓에 처리하지 못했으니, 잘못은 내게 있다고 전하자 유난히 기분 좋게 용서해 주었다.
그건 분명, 마코토가 게헨나에 샬레의 선생을 끌어들이고 싶어서 선생을 회유하라고 이로하에게 명령했기 때문이겠지. ……뭐, 어쨌든 데리고 나갔는데, 그 때문에 이로하가 혼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천장에서 시야를 떼고,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옮긴다. 이로하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 읽지 않은 모양이다. 무심코, 모모톡에 등록된 학생들의 이름을 훑어보며 스크롤한다. 하누마 마코토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을 때, 문득 궁금해졌다.
마코토가 보는 자신은, 대체 어떤 상태일까. 아직 회유와는 거리가 멀지만 한 걸음 전진했을 거라는 정도의 인식일까, 아니면 함락 일보 직전일까. 역시 전화로는 그것을 확인하기에는 이르지 못했다.
(……교사라는 입장으로서, 한 학생에게 회유당하고 있다는 인식을 받는 건 곤란한데…… 하지만 그렇게 보여도 어쩔 수 없지)
만약 마코토가 회유 일보 직전[・・ ・・ ・・]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역으로 그 정도로 그친 것에 감사해야 한다. 실제로는 한번 이로하가 명령을 내리면, 즉시 손을 내밀어 버릴 정도로 회유당해 버렸으니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조금 샛길로 샜던 생각을 되돌리기로 한다. 이로하에게는 돌아오는 길에 과자를 사 줬지만, 또 별도로 무언가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이 이로하에게 부담이 되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까.
(앞으로 이런 식으로 이로하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접근은 그만두자. ……나는, 이대로 전하지 못한 채 끝나는 걸까)
그편이 옳게 느껴진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가 쌓아 올린 벽을 부술 용기가 나지 않는 지금 상태가, 벽을 파괴해 버리는 것보다 세상의 시선으로는 옳은 것이라고.
그렇다면, 앞으로 2년 기다릴까. 이로하는 현재 2학년. 내년에는 3학년이 되고 내후년에는 게헨나 학원을 졸업한다. 이로하가 졸업 증서를 받은 그 순간, 자신과 이로하에게서 교사와 학생이라는 관계는 사라지는 셈이다.
「……안 되겠네. 나는」
지금,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얄미울 정도로 가로막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벽이 막상 없어져 버리면, 과연 자신과 이로하 사이에는 어떤 관계성이 남을까. ……이로하와 엮일 만한 관계성은 소멸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언제까지고 꾸물거릴 여유는 없을 것이다. ……이로하가 계속 혼자일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그러니, 할 거라면 빨리 각오를 다지고 벽을 부숴야 하고, 하지 않을 거라면 딱 잘라 관계를 끊고, 물러나야만 한다. 어설프게 계속 엮이면 미련만 키우게 될 수 있으니까.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예감이 들었다. 결국, 자신은 이대로 어중간한 관계를 계속 이어가겠지 하고. 그리고, 2년 후. 후회하겠지.
「이로하도…… 나를 좋아하면 좋을 텐데. ……같은 소리」
조금 청승맞은 말을 뱉고, 샬레의 선생은 그대로 지쳐 잠이 들었다. ──이로하에게서 온 알림을, 알아채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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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결말로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네요.
좋아해 이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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