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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3자
연애 / 아오이, 아키라, 노아
선생님에게 어른스러운 진심 에스코트를 받고 뇌리에 강렬히 새겨진 학생들 이야기
"으음~ 끝났다!"
"수고했어, 오늘 업무도 무사히 끝났네."
눈앞에서 등을 쭉 뻗는 선생님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샬레에서 선생님의 보좌를 하며 보낸 기간도 슬슬 끝이 다가오고 있다.
그 사실에 약간의 적막감을 느끼지만, 그것을 입에 담을 만큼 선생님과 유대감이 있진 않다――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 아오이."
"왜?"
"아오이에게 신세지기도 했고, 지금부터 식사라도 하러 가지 않을래?"
그런 나의 갈등 따위는 털끝만큼도 신경쓰지 않는 듯한 태도. 이 사람은 항상 그렇다. 업무를 하고 있어도 눈앞의 일보다 나만 신경쓰고. 내가 몇 번이나 「나는 됐으니 일에 집중해줘」라고 했던가.
나처럼 귀염성 없는 여자에게 신경을 써주다니 기특한 남성이네――그렇게 생각했지만, 설마 식사에 초대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샬레의 사무실에 오는 것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고. 가끔은 이 사람의 권유에 응하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어머, 데이트 신청일까."
그렇게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왠지 모르게 샘솟은 장난기를 머금고 있다.
"응. 뭐......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어."
"후후, 어차피 그럴 거라고 생각――......뭐?"
그렇기에, 그런 스마트한 반응을 돌려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노, 놀리지 말아줘."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열이 차오른 뺨을 가리듯 등을 보인다.
애초에 귀까지 뜨거워져 있기 때문에 그 행위는 헛수고였는지도 모른다.
***
"선생님, 정말 여기가 맞아......?"
"응. 전에 왔는데 음식이 엄청 맛있었어."
그 후.
선생님을 따라서 온 곳은 D.U.지구에 있는 고급 호텔의 프라이빗 다이닝 룸. 의자 위에서 몇 번이고 엉덩이의 위치를 조정한다. 푹신푹신하면서도 어쩐지 묘하게 앉아 있는 기분이 불편했다.
"복장은 이걸로 괜찮으려나......"
"괜찮아괜찮아. 그렇게 대단한 곳은 아니니까."
그건 100%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적어도 학생들이 쉽게 올 만한 곳은 아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그것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게 하는 상등품 가구. 주위에 눈을 둘러봐도 좋은 옷차림의 부유층 같은 손님들이 많았다.
"그런 뻔한 거짓말, 내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뭐, 희귀하게도 조신한 아오이를 볼 수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야."
유쾌한 듯 어깨를 들썩이는 선생님을 불만스러운 눈으로 노려본다. 불평 한마디라도 해줄까 하고 입을 열었지만, 이 자리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이라 삼켰다.
***
"음~ 맛있네. 아오이도 즐기고 있어?"
"그래...... 정말 맛있어."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요리가 차례차례 서빙되고 있다. 한 접시 한 접시가 정성스럽게 완성되어 있어 보기에도 아름다웠다.
솔직히 긴장으로 맛 같은 건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넘어설 정도로 맛있는 요리였다.
긴장으로 불안한 손놀림을 보이는 나와는 대조적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기세로 입맛을 다시는 선생님. 이런 부분은 자신과 달리 그도 어른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된다.
이런 곳에 오는 게 익숙한 걸까.
다른 이와 함께 오는 거겠지, 라고 생각하면 답답한 감정이 가슴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만다.
"식후에는 커피와 홍차가 있는 거 같은데."
"――커피를 부탁할 수 있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코스도 끝나 있어, 그만큼 열중하고 있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어쩔 수 없잖아, 이런 요리는 처음이었으니까.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의 고급스러운 단맛을 그윽한 향의 커피가 부드럽게 감싼다. 어느새 느슨해져 있던 뺨을 눈앞의 남자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끼고 도망치듯 화장실로 달려갔다.
――뭔가 있으면 좋지 않고, 화장은 고쳐두자.
"후우, 맛있었어."
"잘 먹었습니다."
둘이 함께 자리를 뜬다. 계산은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끝나 있었다. 선생님의 그런 스마트한 부분에 조금 가슴이 뛰고 만다.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간 메이크업은 내 심층심리의 표출일까.
"선생님, 오늘은 즐거웠어, 고마워."
"무슨 일이야? 그렇게 격식을 차려선."
"그...... 이렇게 보여도 감사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듯이 배를 쓰다듬고 있는 선생님에게 머리를 숙인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보좌의 답례로는 과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대접받을 정도로 나는 선생님에게 공헌하지 않았다.
그런 양심의 가책과 약간의 부끄러움. 이런 멋진 곳에서의 식사를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나의 솔직한 마음을 전한다. 선생님은 함박웃음을 짓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오이가 즐겨줬다면, 그걸로 충분해."
느슨해진 뺨으로 상냥하게 눈웃음 짓는 그에게 가슴 고동이 빨라진다.
――아아, 즐거운 시간은 어째서 빠르게 지나가는 걸까.
어울리지도 않게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아직...... 돌아가고 싶지 않아."
문득 입에서 새어나온 내 본심.
조금만 더 선생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아오이는 산책 좋아했지? 그럼 조금 걸을까?"
내민 손. 그것을 무시하듯 선생님의 팔에 몸을 기댄다.
"――일은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야."
핑계대듯 빠르게 말을 읊은 후,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즐거운 시간은 아직 계속될 것 같았다.
"어머......"
트리니티를 걷는 내 눈이 평소 애타게 그리던 뒷모습을 포착했다. 「자애의 괴도」로 해후했던 그날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지 않는 나의 「선생님」.
진정한 나를 이해하고 내 삶의 자세를 긍정해준다. 사물의 겉모습만 보고 평가 내리는 어리석은 자와는 다른,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려고 해준 사람.
『......응, 물론이지. 모두 소중한 학생이야.』
이런 나라도 선생님의 「학생」임을 인정해 주고, 손을 내밀어 주겠다고 약속해주었다――괴도인 내 마음을 앗아간 대도.
그런 그의 뒷모습을 곁눈질하고, 미련을 끊어내듯 시선을 돌린다.
"여전히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듯하고."
미술품은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자가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선생님의 훌륭한 점은 유감스럽지만 나만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만 독점하는 것은 나의 미학에 어긋난다.
기회가 된다면, 그와 다시 한번 말을 나누고 싶었다. 「아키라」라고 내 이름을 불러준다면 얼마나 기쁠까.
"――......가죠."
자신의 지금 모습을 보고 몸을 돌린다. 어차피 눈치채지 못한다. 애초에 그때와는 복장도 다르니까.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입은 연두색 원피스. 긴 귀를 가리기 위한 캐스켓. 머리카락은 정리해서 그 안에 집어넣고 있다. 특징적인 붉은 눈동자에는 컬러 콘택트렌즈를 끼고 변장용 안경을 쓰고 있었다.
평소 「자애의 괴도」로서 애용하는 순백의 정장 바지와 도미노 마스크를 벗어 둔 모습. 발키리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평소 차림은 선생님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다.
상냥한 그 사람이기에 길에서 나를 발견하면 말을 걸어주겠지. 하지만 그것은 나를 알아봤을 때의 얘기.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그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다――이미 조금 전 장소에 없는 그에게 약간의 낙담을 느끼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발을 내디뎠다.
"잠깐만."
그런 내 다리를 멈춘 것은 항상 듣는 그 부드러운 목소리. 그럴 리 없어, 나를 눈치챌 리가 없는데.
"아키라, 맞지?"
돌아보니 선생님이 똑바로 나에게 시선을 맞춰주고 있었다.
조용히,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듯한 작은 소리가 부드럽게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선생님? 어째서 저라고......?"
"내 소중한 학생이니까. 아키라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알아볼 수 있어."
――――교활한 사람.
생긋 웃는 당신은 내가 모은 그 어떤 미술품보다도 아름다웠다.
***
"이 그림은 후기 인상파의 회화로――――"
"예쁜 그림이네."
"네, 그렇죠."
선생님과 나란히 트리니티의 미술관을 걷는다. "모처럼 만났으니 함께 가도 될까?" 라고 말해 준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며, 바라는 대로 전시품의 해설을 한다.
이곳 트리니티 미술관은 미술품의 가치를 이해하는 큐레이터가 관리하고 있는, 나에게도 마음에 드는 장소 중 하나.
그런 장소를 선생님과 함께 돌고 있다는 그 사실이 내 기분을 고양되게 하고 있었다.
"다음은 포비즘* 코너네요."
"포비즘?"
"네. 눈에 비치는 색채가 아닌 마음이 느끼는 색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격렬한 터치와 원색을 잔뜩 사용한 강렬한 색채가 『마치 야수의 우리 안에 있는 것 같다』라고 평가 된 것이 이 호칭의 이유입니다."
*fauvism(야수파)
내 이야기를 몰두하며 들어주는 선생님.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공유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평소보다 조금 빠른 걸음이 된다.
신고 있는 뮬*은 오랜 시간 걷기에 적합하지 않아 약간 피로가 쌓여 있엇다. 그럼에도, 이 즐거운 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아픈 다리를 참고 평소처럼 행동했다.
*mule 뒤가 트인 신발
"――후우."
무의식적으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선생님에게 들리지는 않았을까. 흘끗 시선을 향하자 흥미로운 듯 눈앞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 가슴을 쓸어내린다. 「자애의 괴도」인 내가 이런 곳에서 한심한 모습을 보일 수는――
"저기, 아키라. 미안한데 잠깐 저기서 쉬어도 될까? 조금 지쳐서."
그런 나의 작은 프라이드는 선생님의 상냥함 앞에서 무색해졌다.
이런 곳은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야――그렇게 웃으며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그에게는 일곱 죄수든 누구든 똑같이 보호해야 할 학생인 셈이다.
선생님의 손끝에 있는 병설 카페. 트리니티답게 홍차와 스콘이 맛있어서 나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네, 그럴까요."
"고마워. 살았어."
선생님의 이 상냥함이 수많은 학생을 빠지게 만드는 거겠지.
하긴, 나도 그 중 한 명이지만.
"――......꺅."
"위험해!"
멍하니 생각하고 있던 탓에 계단에서 발이 미끄러져 버린다. 천천히 기울어져가는 몸을 옆에서 뻗어온 선생님의 팔이 꼭 껴안았다.
배에 감긴 억센 팔. 서로의 얼굴이 맞닿을 것 같은 거리. 살며시 비강을 간지럽히는 선생님의 냄새.
"괜찮아?"
"ㄴ, 네...... 감사합니다."
몸을 천천히 안아 일으킨다. 얼굴이 뜨겁다. 분명 빨갛게 물들었겠지. 비뚤어진 캐스켓을 눈이 가려지게 깊이 뒤집어쓰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눌렀다.
"손을, 아가씨."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선생님이 손을 내민다. 한쪽 눈을 감고 공손히 한 손을 가슴에 댄 장난기 가득한 그의 몸짓에 흐트러진 고동은 가라앉지 않았다.
***
"그럼 슬슬 돌아갈까."
카페에서의 휴식을 사이에 두고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도 끝날 무렵, 밖은 완전히 해가 지고 있었다.
조명이 켜진 건물을 둘이서 보며 나란히 걷는다.
"그...... 선생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물론! 같이 찍을까?"
오늘이라는 날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나의 의도를 헤아려준 선생님이 몸을 기대어 준다.
키가 큰 선생님과 나란히 서서 셀카를 찍으려 해도 키 차이 탓에 제대로 찍히지 않아 답답함이 더해진다.
"아키라, 괜찮을까?"
그렇게 양해를 구한 선생님이 몸을 숙이고 나 대신 폰을 든다. 선생님의 긴 팔, 얼굴을 바싹 갖다대듯 거리가 좁혀지고 가슴이 조여온다.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눌린 셔터음. 앨범에 하나, 보물이 늘었다.
"그럼 선생님, 또 어디선가."
"응, 건강하게 지내. 아키라도 언제든지 샬레에 놀러와도 좋아."
――네, 선생님. 언젠가 반드시...... 이 감정을 당신에게.
빼앗으러 가는 것이 아닌, 전하기 위해...... 찾아뵙겠습니다.
"노아~ 서류가 끝나질 않아, 살려줘~"
"후훗. 안 된다구요, 선생님? 그 쪽 서류는 게헨나 것이니까요."
책상에 털썩 주저앉은 선생님이 한심한 목소리를 흘린다. 아까부터 세어 세 번은 같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요, 라며 내가 결재할만한 밀레니엄의 서류는 받았지만, 선생님 앞에는 여전히 서류의 산이 높이 솟아 있다.
"선생님? 오늘은 예정이 있지 않으셨나요?"
"아! 그랬었지, 빨리 끝내야 하는데......"
"후훗, 힘내주세요?"
자세를 바로잡고 서류와 씨름하는 선생님을 곁눈질로 바라본다. 이 틈에 커피를 준비해둘까.
콧노래를 섞으며 찬장을 뒤지고, 선생님이 좋아하는 상표를 찾아낸다. 오늘은 조금 진한 게 좋겠지. '우오~ 해주겠어~' 목소리를 높이고 서류를 마주하는 선생님을 기록하며 커피 밀에 원두를 세팅했다.
"파티, 말인가요?"
"응, 맞아. 만약 노아만 괜찮다면...... 아, 혹시 예정이 있는 걸까?"
높이 쌓여 있던 서류의 산을 무너뜨렸을 때는 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슬슬 시간이에요, 라고 선생님에게 말을 건다.
오늘은 아무래도 샬레 선생님으로서 초대된 파티에 참석하신다는 듯 하다. 초대장에는 이성 파트너를 한 명, 동반자로 데려갈 수 있다고.
"음...... 예정은 없습니다만."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오늘은 샬레 당번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소 같은 교복 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다.
게다가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참석해도 괜찮은 걸까.
"복장이라면 상관없어. 나도 옷을 갈아입어야 하고, 그 부분은 주최자가 준비해 주는 거 같으니까. 게다가 노아라면 괜찮아."
빈손으로도 괜찮다는 게 선생님의 말. 그 말투로 보아 캐주얼한 행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하고 권유에 응하기로 했다. 파티라는 자리에서 선생님의 행동에 흥미도 있었고, 좋은 기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이성 파트너로서 선생님과 동반할 수 있다는 것. 그 역할로 나를 선택해줬다는 사실이 기뻤기에.
――유우카쨩에겐 비밀로 해야겠네요.
***
"서, 선생님? 이건......"
그런 선생님의 말에 넘어가버린 내 잘못이지만. 「속았다」라는 게 솔직한 소감이었다.
거기서부터 샬레를 나와 향한 곳은 D.U.지구에 있는 백화점. 의상 대여 전문점에 끌려온 나는 헤어세팅부터 메이크업, 네일까지 치장을 받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드레스까지 입고 있었다.
검은색 이브닝 드레스. 타이트한 드레스는 내 몸에 착 붙어 몸의 라인이 선명하게 강조되어 있다. 노 슬리브인 탓에 어깨가 크게 드러나고 활짝 벌어진 등부분도 맞물려 묘하게 불안했다.
목 언저리도 목걸이로 장식돼 얇은 스톨만이 몸을 지켜주고 있었다.
"응, 좋네. 노아, 엄청 잘 어울려."
기쁜듯이 고개를 끄덕인 선생님도 턱시도를 입고 있다. 평소 부스스한 앞머리도 모두 뒤로 쓸어넘겨 올백으로 만들었다.
선생님에게서 풍겨오는 오드콜로뉴의 향기. 평소와는 다른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말았다.
"선생님? 지금부터 갈 곳은......?"
"그건 도착하는 걸 기대해줘. 그럼, 갈까."
후후후, 하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선생님은 내 손을 잡고 끈다. 문을 열어준 선생님이 먼저 타라고 재촉해 마중나온 차에 올랐다.
"자, 노아."
"――......네."
백화점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행사장에 도착하자 선생님은 내리려는 내 손을 잡고 에스코트해 주신다. 익숙한 손놀림. 평소와는 다른 선생님의 모습이 머리에 박혀 제멋대로 기록해 버린다.
내린 곳에서 입구까지 깔린 진홍색 카펫은 생각보다 푹신푹신하고 걷기 힘들었다.
"노아, 잡아."
내민 선생님의 팔에 손을 뻗어 꼭 붙잡는다. 물리적으로 좁혀진 거리,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걸어주는 배려.
스마트한 태도에 내 심장은 빨라진 채였다.
***
그로부터 한동안은 선생님에게 에스코트 받으며 회장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여러 사람이 말을 걸어와 응대하는 선생님을 흘끗 쳐다보며 나는 입을 다물고 선생님에게 붙어 있을 뿐이다.
생글거리며 말하는 선생님이 상대방에게 나를 소개할 때만 살짝 인사를 한다. 상대가 밝힌 이름도, 나를 칭찬한 말도 모두 오른쪽귀에서 왼쪽귀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피곤하네, 노아. 조금 쉴까."
"ㄴ, 네."
선생님에게 안긴 허리에서 열이 얼굴까지 올라온다. 든든한 손의 감촉. 남성의 냄새. 가까운 자리에 앉자 선생님은 마실 것을 가지러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여기 온 뒤로 분에 넘치는 일들 뿐이다. 그야말로 어른들의 사교장이라는 느낌의 공간에 압도 당하고 있었다.
"어라, 거기 아름다운 아가씨는 혼자인가요?"
"어떠십니까? 저와 춤이라도."
한숨을 내쉬는 걸 참다 보니 어느새 잘 차려입은 남성 두 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나의 외모나 복장을 칭찬하고 자꾸만 춤을 권유하는 그들. 시선이 조금씩 내 목덜미나 등에 쏠리는 걸 느꼈다.
"어머, 음 그게......"
"실례, 이 아이는 제 동반자라서...... 뭔가 실례되는 점이라도 있었습니까?"
어떻게 하지, 그렇게 당황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돌아와 주었다.
나와 그들 사이에 재빨리 들어와 나를 지키듯 막아준다.
"아아, 아뇨......"
"노아, 손을.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민 손에 내 손을 얹고 깔끔한 동작으로 인사한 후 그 자리를 떠났다.
――선생님의 얼굴이 조금 평소보다 날카로웠던 것은 분명 기분 탓이겠지.
"조금 긴장해 버렸으려나? 조금 일찍 돌아갈까."
그 기세대로 회장에서 벗어났다. 조금 전 있었던 일의 충격이 갑자기 찾아와 내 어깨가 조금 떨린다.
그런 내게 재킷을 걸쳐준 선생님은 평소같은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아! 유우카랑 노아, 살았어~ ....... 서류가 끝나질 않아서 말야~"
"정말이지, 선생님은 어쩔 수 없네요."
다음날.
유우카쨩과 함께 샬레로 발걸음을 옮기자 책상에 엎드린 선생님이 한심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옆의 유우카쨩이 기분 탓인지 기쁜 듯한 목소리로 선생님에게 다가간다.
나는 평소대로인 선생님에게 조금 안심하고 있었다.
"이야~ 어째서 이렇게 서류가 많은지......"
중얼거리며 불평하는 선생님이 못해먹겠다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앞머리가 뒤로 움직여 선생님의 이마가 드러난다.
어제, 눈에 강하게 새겨진 광경. 그날의 일이 플래시백 되면서 얼굴이 단번에 뜨거워졌다.
"노아? 무슨일이야, 멍하니....... 노아?"
유우카쨩이 의아한 듯 내게 말을 거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누른 채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선생님은 정말로...... 교활한 사람이에요.
자신의 우수한 기억력을 원망스럽게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댓글 13
여기 선생은 엄청나군
차은우는 이런 삶을 사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