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기
6827자
"빨리... 빨리...!!"
엘리베이터로 뛰어든 나는 옥상을 가리키는 『R』 버튼을 계속 연타했다.
그런다고 해서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뭔가 하고 있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을 정도로 동요하고 있었다.
옥상에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최선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이제 차라리 계단을 뛰어 올라가 버릴까 싶을 정도로 엘리베이터의 느긋한 동작음이 답답하다.
"제발...! 그것만은... 제발 그것만은...!"
내 생각이 맞다면 선생님은 내가 샬레에 오기 전에 옥상으로 향했을 것이다. 하던 일을 남겨두고 내게서 도망치듯이.
나의 그 발언으로 깊이 고심한 끝에... 그런 최악의 미래가 머릿속에 달라붙어 떠나지 않는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옥상에 도착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지만, 그 틈으로 두 손을 집어넣어 억지로 빠져나간다.
찾던 인물은────있었다.
옥상 난간에 손을 얹고 황혼으로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돌풍이 불면 그대로 떨어져 사라져 버릴 듯한,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지는 등은 내가 아는 선생님보다도 작아 보인다.
늦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은 한순간뿐.
아직 그 난간을 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목구멍이 조이고 숨이 턱 막혀온다.
"잠깐!!"
전신에 힘을 주고 목청껏 외친다.
내 인생 최대의 큰 목소리에 그 등은 움찔하고, 목만 움직여 놀란 듯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노아?"
내가 여기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자리에 굳어있는 그를 목표로 단번에 거리를 좁힌다.
이것이 극한상황의 괴력이라는 걸까. 운동에 자신이 없는 내가 이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었나 놀랐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에도 나는 그의 몸을 붙잡고 난간에서 끌어내 바닥에 내던지고 있었다.
"아윽!?"
아픔을 준 것에 미안해할 겨를도 없이 몸은 저절로 움직이고, 쓰러진 선생님에게 올라타 두 손으로 그의 손목을 짓누른다.
"하아... 하아...! 경솔한 선택은... 안 돼요! 어제 일이라면 몇 번이라도 사과... 할 테니까! 당신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 그것만은...!"
사과의 말, 설득의 말, 해야 할 말이 머릿속에서 흘러넘친다.
하지만, 긴장과 조금 전까지의 전력 질주로 호흡조차 힘든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게 적절한 말인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부탁이에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발... 다시 생각해 주세요...!"
두서없이 빠르게 말을 이어가는데, 물방울이 뚝뚝 그의 셔츠에 떨어졌다. 감정이 격해져서인지 어느새 눈물이 흘러넘친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나를 보고 아직도 눈을 끔뻑이며 난감한 듯 입을 연다.
"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
"...네?"
☆☆☆
"노아를 만나기 전에 내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려고... 네가 오기 전에는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멍하니 있었나봐."
"...즉, 투신을 생각해서 옥상에 온 건 아니라는?"
"응, 놀라게 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미안해하는 그의 미소는 내가 몇 번이나 본 표정이었다.
"다행이다..."
자신의 기우였다. 그것을 확신한 순간, 전신의 힘이 빠져 올라탄 상태에서 옆으로 쓰러진다.
"노아!?"
몸이 자유로워진 그가 놀란 듯 벌떡 일어나 내 어깨를 감싸안고 상체를 받쳐준다.
역시 조금 부끄럽기도 했지만, 조금 전까지 긴장한 반동인지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체중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괜찮... 아요. 안심했더니 힘이 빠진 것뿐이라."
"미안, 괜한 걱정을 하게 해서. 시간도 지키지 못해서야 어른 실격이네."
"아뇨... 제 잘못이에요."
그의 부축을 받으며 머리를 가로젓는다.
걱정하듯 들여다보는 그에게서 눈을 돌려버리는 건 어색함 때문인지, 아니면 죄책감 때문인지, 또는 그 둘 다인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제가 당신의 기분도 상태도 고려하지 않고 그런 말을 해서... 제 기억 속에 있는 선생님 생각만 하고... 눈앞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
"사과한다고 용서받을 일이 아니에요. 아까도 말씀드린 대로 그쪽이 원한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사라지겠습니다. 저 말고도 상냥하고 믿음직한 아이는 많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병원에서 함께 있던 유우카쨩이라든가──────"
"노아."
서로를 위해서라도 이대로 단번에 속마음을 토해내고 당번을 바꾸자.
그렇게 생각하고 유우카쨩의 이름을 꺼낸 순간 그가 제지한다.
아직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나를 지탱해 주는 큰 손에 힘이 들어간 기분이 들어 나는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僕)가 여기에 있었던 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였어... 네가 한 말에 대한 내 마음을 말이야."
"읏..."
다시 들은 「나(僕)」라는, 선생님이라면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일인칭에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된 건 자신의 발언 때문인데, 아직 어딘가에서 이 사람을 선생님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신이 있다.
"미안, 노아."
"네?"
"그 후, 샬레에 있던 자료를 보고 키보토스의 아이들을 조사하고 있었어. 네 특징은 세세한 점도 순식간에 기억하는 압도적인 기억력... 분명 지금의 나는 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생님의 행동과 동떨어져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말이 나와 버린 거야."
"..."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 후 자신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는 것과 이쪽의 고뇌를 완전히 꿰뚫어 본 것에 대한 놀라움. 그저 침묵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는 또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나 때문에 너를 괴롭게 했어."
"그, 그렇지 않아요! 그 발언은 제가 미숙한 사람이여서...!"
"그 발단은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말을 꺼낸 그는 나의 어깨에서 손을 떼더니 정면에 앉아 아직 주저앉은 상태인 나와 시선을 맞춘다.
아직 죄책감을 지울 수 없기에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그의 진지한 눈에 빨려 들어가듯 움직이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크게 숨을 내쉬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네가 아는 선생님을 내게 가르쳐 줘."
"...네?"
이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게 처음으로 나온 감상이었다.
입을 벌리고 멍하니 있는 내 표정이 우스웠던 걸까, 그는 활짝 웃더니 내 양어깨에 손을 얹는다.
"기억력이 좋은 노아라면 기억을 잃기 전의 나를 잘 알 테니까.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자주 가던 장소라든가 루틴이라든가, 아무리 세세한 일이라도 상관없어. 만약 내가 예전의 나와 다른 행동을 한다면 알려줘."
"다른 점이 있으면 지적하라, 라는 건가요..."
"응, 예전의 내가 했던 행동을 재연하면, 뭔가 떠오르는 계기가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그에게 이전 선생님을 가르치면서 필요에 따라 행동을 부정한다. 그것은 선생님을 되찾기 위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건 내가 바로 어제 해버린 일이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그렇기에 그 제안을 받아들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말문이 막혀버린 나를 보며 선생님은 미안하다는 듯 내 어깨에서 손을 뗀다.
"미안, 갑작스러운 얘기였지. 무리라고 하면 억지로 강요하진 않을게. 하지만 네 망설임이 나를 위한 거라면 사양하지 말아줘."
"아뇨... 그, 저는 괜찮지만... 당신은... 정말 그래도 괜찮은 건가요?"
누군가를 부정하는 건 절대 기분 좋은 건 아니지만, 결코 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본인이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면 더더욱.
하지만 그 이상으로 그가 걱정됐다.
당연하지만 부정당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것도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자신의 일상적인 행동에 주문이 들어온다면 그 스트레스는 상당하리라.
실제로 저지른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계속 지적하다 보면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 어딘가에서 부서져 버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탓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말아줘. 밤새도록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니까."
"모르겠어요... 어째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그 제안은... 지금 당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어째서, 라... 지금의 기억을 잃은 나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그중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있었지만, 단 한 가지 변하지 않은 생각이 있었어."
그는 거기서 말을 끊더니 눈을 감고 한 번 깊게 심호흡한다. 그리고 다시 뜬 그 눈은 조금 전과는 또 다른 진지한 눈동자로 변해 있었다.
나는 이 얼굴을 안다. 몇 번이나 봐 왔다.
평소에는 조금 칠칠치 못해서 유우카쨩에게 잔소리를 듣고는 움츠러들던, 그런 선생님이 위기의 순간에 보여주는 얼굴.
"더 이상, 학생들을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아."
위기의 순간에 신뢰할 수 있는────각오를 다지고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 할 때의... 어른의 얼굴이다.
"────읏."
끊어져 없어진 줄 알았던 그와 선생님을 이어주는 실타래가, 이 순간 다시 연결된 기분이 들었다.
학생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터무니없는 행동도 실행하려 하는. 내가 아는 선생님이 거기에 있었다.
아니, 애초에 선생님은 거기에 있었다.
기억이 없어져도,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도 선생님이라는 사람의 본질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내가 멋대로 이상을 강요하고, 선생님과 그를 분리해서 봐 버렸을 뿐이니까.
"노아, 나를 되찾기 위해 네 힘을 빌려줘."
"저라도 괜찮으신 건가요...? 그런 말을 한 저를... 용서해 주실 건가요...?"
"애초에 화나지 않았어."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한심함과 부끄러움, 사죄와 후회와 온갖 감정이 냄비에 뒤섞인 듯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한층 더 크게 튀어나온 감정은, 선생님이 변함없이 선생님임을 실감할 수 있었던 기쁨이었다.
"부디────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닦지 않은 채 최대한 미소 짓는다.
어제와는 다르다. 이번에는 솔직하게 「선생님」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
2주 후
~샬레 부실~
그 후 벌써 2주가 지났다.
일의 흡수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일단 사정을 아는 학생이라면 당번을 인계해도 문제없을 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생님」의 요망대로, 일에 더해 선생님이 해온 루틴이나 버릇을 가르치는 것도 나의 일과가 되어 있었다.
"「선생님」, 커피 가져왔어요."
"고마워, 노아."
일이 일단락될 타이밍을 가늠해 내가 책상 위에 커피를 올려놓자, 「선생님」은 오른손으로 펜을 든 채 왼손을 뻗어 커피잔을 쥔다.
"「선생님」, 왼손으로 들고 계시는데요?"
"아차..."
내가 지적하자 「선생님」은 컵에서 손을 떼더니 오른손의 펜을 내려놓고 그대로 컵을 쥔 채 홀짝이기 시작했다.
"지적 고마워. 매번 미안해."
"감사받을 일은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이쪽으로 잡는 습관을 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네. 예전의 나(僕)... 나(私)는 귀찮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효율보다 자신의 편함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쪽이 본인에겐 「편한」 방법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기억을 잃기 전의 선생님과 다른 행동을 하면 지적한다. 그런 나와 「선생님」의 기묘한 관계도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분명 지적을 받아도 불쾌한 표정 하나 짓지 않고 수정하려는 「선생님」의 상냥함과, 지금의 자신을 무시하고 이전의 자신을 되찾으려는 각오가 있는 덕분이다.
"그래서... 기억은 어떤가요?"
"아직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고 할까... 흉내를 낸다고 해서 간단하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미안해?"
"아뇨... 사과하지 말아 주세요! 이런 건 천천히, 조급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렇지. 고마워."
「선생님」을 선생님과 같다고 진심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2주 전 그날 이후, 나도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긴 걸까. 이런 조금 변화한 나날이 즐겁다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조기 해결보다 더 좋은 건 없고, 시간적 유예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본인이 기억을 되찾는 일에 적극적인 이상,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순조로울 수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초조함이 가장 큰 적이라고 서로에게 들려줄 정도다.
"자 그럼, 오늘 일도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죠."
"그 전에 잠시만, 노아는 내일 계획 있어?"
"내일이요? 보고서 작성 말고는 특별한 건 없어요."
"그럼 이쪽도 쉴 예정이니까 외출하는 건 어때? 2주 내내 함께해준 답례를 하고 싶어."
"답례라니...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고, 거기에 터무니없는 실례까지 저질렀는데..."
「선생님」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때 해버린 최악의 한마디를 나는 아직도 끌어안고 있었다.
지금이 있는 것은 「선생님」이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며, 그때 「선생님」이 옥상에서 몸을 던지기로 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밤도 있었고, 그럴 때는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지냈다.
지금 이 시간은 즐겁다고 느끼게 되었지만, 그런 자신이 감사 인사를 받다니 주제넘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노아, 들어줘."
문득 손을 감싸는 따스한 느낌에 휙 고개를 들자, 선생님의 두 손이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서, 「선생님」?"
"지금까지 내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이끌어준 사람은 노아야. 버릇을 지적하는 것도 기억력이 좋은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아직 개선 징후는 없지만, 이대로 계속하면 언젠가... 그런 확신이 있어."
"..."
"첫 당번이 노아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읏."
따스한 손과 온화한 미소. 그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하고,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불쾌한 느낌은 전혀 없다. 너무나 좋아하는 유우카쨩과 함께 있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따스하고, 그럼에도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기꺼이."
"좋아, 정해졌네. 그럼 내일 피곤하지 않게 빠르게 끝낼까."
☆☆☆
그날 밤
~세미나 학생회~
살짝 둥실거리는 기분으로 샬레 당번을 마치고 밀레니엄으로 돌아온 나는 그대로 학생회실에서 서류를 작성해 유우카쨩에게 건넸다.
"이상이 오늘을 포함한 2주간의 기록이에요."
"고마워. 그리고 수고했어. 2주 동안 엄청 힘들었지?"
"의외로 재미있던걸요? 「선생님」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면, 기억이 없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 그럼 다행이야."
그 「다행」이라는 말에는 나도 대상에 포함되어 있겠지.
유우카쨩은 나의 이상을 간파했음에도 내가 밀어냈기에, 상당한 걱정과 스트레스를 줬음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것은 진심으로 안도하는 그녀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다.
"유우카쨩, 걱정끼쳐서 미안해요..."
"사과하지 않아도 돼. 오히려 사과해야 하는 건 부담을 지운 이쪽이고... 그건 그렇고, 선생님의 기억에 대한 진전은 없음... 쉽게 잘 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선생님」 자신은 기억을 되찾는 일에 적극적이니 좋은 경향이라고 생각해요. 휴식을 사이에 두고 모레부터는 다른 분이 당번으로 들어가게 돼. 하지만 기억력이 좋은 노아는 선생님의 변화를 발견하기 위해 그 후에도 당번 횟수가 많게 되어 있어."
"네, 이 정도의 횟수를 받았으니 이번에야말로────"
"일정을 바꿔서 노아의 당번을 좀 더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려고."
"────네?"
찬바람이 등을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싸늘한 기분이었다. 무심코 유우카쨩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그러자 달력에서 이쪽으로 시선을 향한 유우카쨩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두 손을 흔든다.
"아, 따... 딱히 노아의 성과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거든!? 오히려 선생님에게 일을 가르쳐주고 기억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해줬으니 오히려 충분하고도 남는 성과라고 생각해!"
황급히 설명을 덧붙이는 유우카쨩의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의 얼굴이 굳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의식중에 험악한 표정이 되어버린 걸까. 그다지 그녀를 위압할 생각은 없었기에 자신의 얼굴을 마사지하고 미소를 지어본다.
"미안해요, 갑작스러운 이야기여서 놀랐을 뿐이에요."
"그, 그래? 그럼 이야기를 되돌릴게. 이번 제안은 다른 학생과의 접촉을 늘리는 게 목적이야."
"그렇군요, 다양한 아이들과 교류 기회를 늘려 「선생님」의 기억 영역에 자극 준다는 거네요."
"그렇지. 그리고 노아의 부담을 줄이고 싶은 마음도 있어. 하지만 노아의 의견을 듣고 싶었으니까, 아직 구상 단계에다 다른 학원에는 말하지 않았어. ...어때?"
빨리 해결하고 싶은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의 학생과 접촉하면 「선생님」이 기억을 되찾는 계기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내 당번 횟수를 줄이면 다른 학원에서 독점 의심을 받는 일도 없어진다.
그리고 나에 대한 유우카쨩의 염려도 포함된 제안이다. 분명 지난 2주간 내게 맡긴 일 때문에 자책감에 빠진 거겠지.
이 제안은 「선생님」에게도, 밀레니엄에도, 유우카쨩에게도 장점밖에 없다.
하지만──────
"미안해요, 유우카쨩. 모처럼 제안해 준 일이지만, 역시 저를 좀 더 당번에 넣어줄 수 없을까요?"
「선생님」과 만날 시간이 줄어든다고 생각한 순간──────왠지 모르게 내 마음은 술렁이고, 정신을 차려보면 유우카쨩의 제안을 거절하고 있었다.
거절당하는 게 예상 밖이었을까, 유우카쨩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이윽고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왔다.
"...알았어. 정말로 무리만은 하지 말아줘."
"물론이죠."
밤도 늦었기에 이야기는 거기서 끝났고, 유우카쨩에게 인사한 후 학생회실을 떠났다.
"나... 어째서..."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중얼거림이 새어 나온다.
유우카쨩의 제안을 거절한 자신에게 놀라고 말았다. 여러 각도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여야 할 제안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도 자신의 입이 제멋대로 움직여 거부하고 있었다.
내일은 「선생님」과 외출이 있기 때문에 일찍 잘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슴에 술렁거리는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늘 밤은 쉽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댓글 14
오늘 4편봤는데 5편 나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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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거구만 기억을 잃은 선생을 사랑한 노아 근데 기억을 되찾으면서 그 사람이 사라지는 실연을 겪는
와시발미쳐버리겟네

미유도 그런거 있었는데
캬

작가녀석 갑자기 칼같은 연재
습도단계가 급격하게 높아진 우시오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