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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반느 2장 후반부 스포일러
5176자
피폐
~샬레 부실~
15시 53분 12초, 선생님이 오늘 다섯 번째 하품을 했다.
"지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한 후, 마음에 드는 메모장을 손에 들고 펜을 놀린다.
처음에는 유우카쨩에게 이야기만 들었을 뿐, 그때의 그녀가 조금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흥미가 생겨 다가갔는데 상상 이상으로 관찰할 가치가 있는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서류 정리를 하다가도, 매번 일부러 펜을 놓고 커피잔을 집어 든다거나, 생각을 시작하면 볼펜으로 뺨을 톡톡 치는 등, 찾으면 찾을수록 사소한 버릇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쓸데없는 잡음이 없는 조용한 공간이기에 눈앞의 선생님에게 집중할 수 있어 세세한 움직임도 잘 알 수 있다.
이따금 얼굴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눈으로만 힐끗 나를 보는 것, 펜의 움직임에서 어떤 글자를 쓰고 있는지, 어떤 서류에 대응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메모장에 세세히 적어둔다.
그런 나이기에 금방 알아차렸다.
"선생님,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
내가 지적하자 선생님은 왼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책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체념한 듯 쓴웃음을 이쪽으로 향했다.
"역시 들켰나... 아무렇지 않게 해보려고 했는데."
"항상 보고 있으니까요. 평소보다 안절부절 못해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건 알았다구요?"
"노아에겐 못 당하겠네."
그렇게 말하고 선생님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펜을 놓고 커피잔을 잡았다. 역시 이쪽이 보는 입장에서도 편하다.
이렇게까지 차분히 관찰하고 싶어지는 것은 유우카쨩처럼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흥미로울 뿐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오히려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그녀의 연애사정을 관찰하면서도 응원하고 싶은 셈이다.
하지만 지금 것은 기억력에 자신 있는 나이기에 할 수 있는 선생님과의 소통, 특별한 대화라고 생각하면 조금 우월감이 생긴다.
"이제 내 행동도 거의 파악된걸까?"
"그렇지도 않은걸요? 최근에야 알게 된 것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언젠가는 노아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으려나..."
"후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반쯤 체념한 듯 중얼거리는 선생님에게 미소짓는다.
선생님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여러 번 이렇게 같이 일하고 있다. 그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머릿속에 있는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를 칠해나간다.
당번 날은 선생님의 도움이라기보다 이쪽이 메인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호기심은 끝이 없고 관찰할수록 의욕이 생긴다.
"그러고 보니 노아,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메모장으로 시선을 돌리려다 이름이 불려 다시 고개를 들어 선생님을 본다.
그것이 귀찮다고는 추호도 생각치 않는다.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으니 이번엔 무엇일까 하고 오히려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다.
"뭘까요?"
"노아라면 내 버릇도 대충은 파악했겠지?"
"글쎄요, 전부는 아니지만 선생님 본인보다는 더 잘 알고 있을 자신이 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선생님의 이 목소리 톤은 진지할 때의 것이다. 기분탓인지 표정도 평소의 잔잔한 미소가 아니라 가끔 보여주는 진지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나도 자연스레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느끼며 돌아오는 선생님의 말을 기다린다.
"혹시라도 신경 쓰이는 버릇이 있다면 가르쳐 줬으면 해서. 그걸로 학생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온 것은 참으로 선생님다운 말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의 긴장이 풀려간다.
항상 학생을 먼저 생각하는 선생님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것 같았지만, 상대방이 진지함 그 자체라 이쪽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신경 쓰이는 버릇인가요. 글쎄요..."
볼펜의 노크 커버 부분을 입술에 대며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곧 한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낭비벽일까요?"
"으윽..."
짐작 가는 곳이 있다 레벨이 아닐 정도로 노골적인 시선 돌리기.
이 버릇을 아는 샬레의 부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단지 나는 유우카쨩과 같은 세미나이기에 그 일에 대해서는 자주 그녀의 입에서 듣고 있고, 애초에 선생님의 첫인상을 들었을 때 유우카쨩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도 낭비에 대한 얘기였던 것 같다.
"앱 과금은 제대로 자제하고 있나요? 5000엔 이상의 쇼핑은 사전에 유우카쨩에게 허가를 받으셨나요? 영수증도 잘 보관해 주세요."
"그만... 유우카가 한 명 더 늘어난 기분이 드니까..."
"후훗."
귀를 막고 책상에 엎드린 모습을 보는 한, 이번 달도 유우카쨩의 설교 코스는 확정일지도 모른다.
선생님 자신, 유우카쨩에게 반항적인 마음이 있다거나, 싫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추호도 없고, 오히려 전폭적인 신뢰를 갖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지키지 못하는 선생님의 낭비는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 없이 나쁜 버릇이라 할 수 있다.
학생회실에서 화를 내며 선생님의 지출을 이야기하는 유우카쨩도 귀엽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선생님의 낭비벽을 고치는 게 아깝기도 하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으려 했다.
"낭비벽은 좋지 않지만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고쳐야 할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행동과 관련된 습관은 중요하다고 보니까요."
"어째서?"
"누구나 자각하지 못하는 버릇 한둘 쯤은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그 버릇은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으음~"
눈앞의 선생님이 팔짱을 끼고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약간 돌려말하는 게 심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읽던 책의 표현을 써봤지만 막상 말로 해보니 좀처럼 사용하기 어렵다.
"버릇이라는 건 바꾸어 말하면 그 사람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해요. 예를 들면 말투 하나라도 어미를 늘리는 경향이 있거나 특정 단어를 자주 쓴다거나. 억양도 포함해서 그 사람만의 말투를 쓰는 사람, 선생님 주변에도 있지 않나요?"
"확실히 짐작되는 학생은 꽤 있을지도."
"그 학생들이 만약 갑자기 습관과는 다른, 평범한 말투를 쓰기 시작하면 어떨까요?"
"그건... 위화감을 느끼려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할 지도 모르겠네."
"그것은 선생님 안에서 「이 말투=이 학생」이라는 형태로 이어져 있기 때문일 거에요. 말투뿐만 아니라 걸음걸이나 맞장구, 대화 이외의 일상적인 버릇도 그 사람다움이 묻어나는 부분이니까요. 버릇은 그 사람을 인식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죠."
당연히 선생님의 버릇도 많이 기록되어 있고 머릿속에도 새겨져 있다.
그 본인이 무의식적으로 취하고 있는 행동 모두가 사소한 것이라도 중요한 것. 특히 남다른 기억력을 지닌 나이기에 그 일거수일투족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금부터 억지로라도 버릇을 고치면 뇌가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인식해 주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버릇은 무리해서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친 만큼 선생님다움이 없어져 버리니까요. 만약 고치는 게 좋은 버릇이 발견되면 말씀드릴 테니 안심하시길."
"알았어. 고마워, 노아."
"아, 하지만 낭비벽은 고쳐주세요."
"...열심히 해볼게."
또 시선을 피했지만 더 이상 추궁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아니라 유우카쨩의 영역이니까.
다음부터 유우카쨩에게 매월 사용금액을 물어보자. 금액에 따라 화내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관찰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지 모른다.
☆
다음날
~세미나 학생회실~
샬레 당번이 끝난 다음 날, 평소처럼 학생회실 문을 열자 먼저 와 있던 유우카쨩이 앓^는 소리를 내며 서류와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수고가 많네요, 유우카쨩."
슬그머니 다가가 귓가에 속삭여볼까 하는 장난기가 솟구쳤지만 진지한 부분에 찬물을 끼얹는 건 조금 꺼려졌기에 평범하게 말을 건다.
조금 늦게 그녀가 고개를 들어 손을 흔들었다.
"노아도 수고했어. 어제는 어땠어?"
"선생님과 열정적인 하루를 보냈답니다♪"
"그래, 순조로웠나보네."
가벼운 농담도 넘어가 버렸고, 하다못해 저항으로 부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그녀는 다시 서류에 시선을 향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농담으로도 흔들렸는데, 너무 놀려먹는 바람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기분이 좋지않거나. 다시 새로운 내용을 생각해보자.
그대로 유우카쨩 앞까지 걸어간 후 위에서 들여다보듯이 서류를 본다.
"유우카쨩, 아까부터 신음하고 있던 거 같은데, 무슨 서류인가요?"
"응? 아, 이거라면 별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나에게 종이를 내밀었고, 망설임 없이 받아 문자열을 훑어본다.
착실한 그녀답게 꼼꼼하게 쓰인 금액으로 여겨지는 숫자와 글씨, 그 내용을 보자마자 이 서류의 의미를 이해하고 쓴웃음을 짓는다.
"유우카쨩도 고생이네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니까 괜찮지만... 이렇게까지 고생할 줄은 몰랐어..."
유우카쨩이 앓^는 소리를 내던 원인인 서류. 그것은 선생님의 매월 지출 금액과 내용을 정리한 것이었다.
단순히 정리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월 최고 지출액이나 부문별 지출액, 구입 횟수 등 그녀 나름대로 여러 측면에서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정말이지, 어째서 매번 이렇게 충동구매하는 거야... 이걸 참는 것만으로도 큰 폭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충동구매하고 싶은 사람도 있는 모양이에요. 선생님도 날마다 격무에 쫓기고 있으니 그게 원인일지도 모른다고요?"
"스트레스인가... 그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걸까?"
"유우카쨩이 *출퇴근 하는 아내가 되어서 선생님의 마음을 달래드리면 좋을 거 같아요♪"
*通い妻 남편과 동거하지 않고 평소에는 따로 살면서 필요에 따라 남편의 주거지에 출퇴근하는 생활을 하는 아내를 말한다.
"아... 아내..."
「아내」라는 단어에 반응한 건지, 아까와는 달리 그녀의 얼굴이 확연하게 붉어진다. 어쩌면 그렇게 됐을 때의 자신과 선생님의 대화를 상상해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구나, 아무래도 이런 장난은 아직 좋은 리액션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과장되게 헛기침하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귀엽다.
"뭐,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시간을 낼 수 없으니 무리야. 게다가 선생님이니까 ok를 내진 않을거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말한 건 즉흥적인 발상이니 잊어주세요."
그래, 이 안은 누구보다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겠지.
학생을 제일로 생각하는 선생님이니 샬레에 다니게 되면 그만큼 학생의 시간을 빼앗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정 학생이 샬레에 자주 드나들면 선생님이 그 학원을 편들고 있다는 오해를 살 가능성.
샬레는 기본적으로 중립적인 존재이기에 선생님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뿐이다. 「누군가」의 선생님이 아닌, 「모두」의 선생님이니까.
"내일은 유우카쨩이 당번인 날이죠? 그때 속을 떠보면 어떨까요?"
"그런 건 별로 잘하지 못하는데... 뭐, 같이 쇼핑하러 갈 예정이니까 관찰해 볼게."
"어머, 데이트인가요?"
"선생님이 낭비하지 않도록 지켜보는 거야."
하는 일은 아무리 봐도 출퇴근하는 아내의 수준을 넘는 느낌이다. 다만 눈앞의 유우카쨩은 조금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으니 더 이상 건드리진 말자.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도 당번 다음날의 그녀는 기분이 좋아져 있기에, 이번에도 분명 그렇게 되겠지만.
☆
다음 날
~세미나 학생회실~
유우카쨩이 당번인 날은 내가 대신 그녀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도 계산 능력이나 돈을 운용하는 건 그녀가 더 능숙하기에, 내가 할 일이라고는 돈 관련 일을 정리해 두는 정도다.
"자 여기! 이번 청구서야!"
눈앞에 힘차게 내민 영수증 뭉치를 받아든다. 엄청나게 긴 청구서, 10여개 항목 까지 훑어보다가 전부 읽기를 포기했다.
"이건 또 꽤나... 유우카쨩이 머리를 싸매겠네요."
"앙? 딱히 저번보다 줄었으니까 괜찮잖아?"
"네루 선배, 평소 청구금액으로 봤을 때 1000엔 증감 정도는 오차범위라고요?"
"~♪"
빈말로도 능숙하다고 할 수 없는, 노골적으로 얼버무리는 듯한 휘파람을 불며 네루 선배가 학생회실에서 나갔다. 그렇다기보다 도망쳤다.
딱히 쫓아갈 생각은 없다. 여기서 뭔가 행동을 한다고 해서 청구액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C&C는 제대로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으니까.
청구서 뭉치를 클립으로 고정하고 유우카쨩이 지정한 서랍 속에 집어넣는다.
이 후에는 다른 부활동에 얼굴을 내밀면서 제출 서류 확인, 그 김에 「장난」을 쳐서 다시 반성실에 던져진 코유키쨩의 모습도 보러 가자.
머릿속으로 다음의 스케줄을 짜면서 자신의 일을 정리해 나간다. 그때 책상 위에 놓아둔 휴대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크게 뛰며, 조금 전까지 긴장을 풀고 있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이 벨소리는 세미나 소속 학생들 사이에서만 사용되는 비상 회선 소리. 리오 회장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기에, 이 긴급 회선의 발신자는 단 한명 밖에 없다.
"유우카쨩...!"
지금 유우카쨩은 선생님과 함께 있을 터. 그런데도 긴급 전화가 걸려온다는 것은 그녀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는 수준의 사태가 일어났다는 얘기.
굳어버린 몸을 떨쳐내고 황급히 책상으로 달려가 휴대전화를 낚아채듯 집어들고 심호흡한 후 통화버튼을 누른다.
"유우카쨩, 무슨 일인가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를 내도록 의식했다. 싫은 예감밖에 들지 않았지만 받는 이쪽이 당황하면 더욱 동요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노아...』
한 순간이지만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
들려온 목소리는 쉬어 있고, 떨리고 있다. 틀림없이 통화 너머의 유우카쨩은 울고 있었다.
『노아... 어떡해...』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그녀의 목소리. 이 상황에서 새로운 일면의 발견을 기뻐할 만큼 무도한 인간이 될 생각은 없다.
싫은 예감은 커져만 가지만 그렇기에 냉정해져야 한다. 한번 휴대폰에서 멀어졌다가 심호흡 한 뒤 다시 휴대폰을 귀에 댄다.
"유우카쨩, 진정하세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선생님이... 선생님이...!』
그 후의 말을 들은 나는 이후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학생회를 뛰쳐나갔다.
전작들
댓글 23
아니이거그작가잖아
전작 라인업이
아 이 시리즈였구나
노아소설은 선개추지ㅋㅋㅋ
이거 시리즈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