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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8자
"너는... 누구?"
"네...?"
의문에 의문으로 답해버렸다. 선생님이 내뱉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이 대사는 귀에 익은 데가 있다. 아니, 본 기억이 있다고 해야 하나.
얼마 전까지 읽던 소설, 그 속에서 사고를 당해 쓰러진 등장인물이 입원한 병원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그건 기억상실인 사람이 하는 대사다.
어째서 선생님이 그런 말을 하는지, 타고난 기억력에 의지해 과거 발언을 떠올려봐도 그런 말은 지금까지 한번도 듣지 못했다.
"선생님? 아무리 그래도... 농담이 지나치신걸요?"
약간이지만 분노를 담아 내뱉었다. 조금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자신을 외면하면서, 눈앞에 있는 선생님이 다음 순간에는 미소를 지어주길 바라며.
하지만 선생님의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고, 무표정한 채 나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저번에 드린 자료 보셨나요? 다음 밀레니엄 행사에서는 선생님의 힘을 꼭 빌리고 싶어서요."
"..."
"지, 지난번 당번때 이야기했던 선생님의 버릇에 대해서 말인데, 만약 선생님이 괜찮으시다면 낭비벽을 고치는 방법을 전수해드릴 수도 있는데요?"
"..."
분명 지금 내 모습은 끔찍하게 우스꽝스럽겠지.
무슨 말을 걸어도 선생님으로부터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든다. 실내는 냉방이 되어 있을 텐데 이마에서 땀이 흘러 나온다.
"유우카쨩... 그..."
도움을 청하듯 유우카쨩을 본다.
혹시 그녀도 선생님과 짜고 나를 놀라게 하려는 건 아닐까. 평소 나에게 놀림당하는 보복으로 이런 질 나쁜 연극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선생님... 노아를 보고도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작은 희망은 그녀의 발언에 의해 다시 무참히 꺠졌다.
더욱 거칠어지는 호흡을 억누르고 평정을 가장한다. 반면 유우카쨩은 비교적 침착해 보였다.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를 한 걸까, 아니면 나와 같은 걸까.
"..."
아연실색해 입을 열지도 못하게 된 나를 보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미안."
농담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사과의 말.
선생님은 우리를 잊어버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3일 후
~세미나 학생회실~
선생님의 기억상실증이 드러난 뒤부터는 거센 파도가 들이닥치는 매일이었다. 평소 업무에 더해 이번 건을 총학생회와 각 학원에 전달, 향후 대응 등 2명이 분담하며 진행해 정신을 차려 보니 3일이 경과해 있었다.
병원측의 말에 의하면 회화나 생활 행동, 지능면에 기억 장애의 영향은 보이지 않고 일상 생활을 보내는 것 뿐이라면 문제는 없다고 한다. 며칠 검사를 받으면 바로 복귀할 수 있다는 얘기.
자기 인식에 대해서는 1인칭 혼탁같은 다소 망각은 있지만, 이름을 포함해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은 대체로 대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정확하게 말하면 키보토스에 온 후의 기억은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다. 즉, 키보토스에 오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게 치명적이었다.
이대로라면 샬레로 복귀해도 키보토스에서의 기억이 통째로 상실된 상태이니 지금까지와 같이 샬레 업무에 힘쓰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장기간 입원은 다른 학생들에게 불신을 줄 수 있기에 가능하면 빨리 복귀할 필요가 있다.
현 시점에서 이번 일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은 인원 뿐이지만, 단순한 입원과는 달리 기억상실은 쉽게 공개할 문제가 아니다.
리스크를 안고 과감히 공표하는 건 어떤가. 그런 의견도 있었지만 선생님의 영향력을 알고 있는 자, 그 전원이 선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기각. 최근 며칠은 그저 총학생회를 포함한 각 학원과 회의를 거듭했다.
"노아, 이거 좀 봐줬으면 좋겠는데."
유우카쨩의 부름을 받고 그녀 앞으로 가서 책상 너머로 그녀가 내민 종이를 받아들인다.
그것은 스케줄표였다. 선생님 퇴원 예정일부터 몇 달 뒤까지의 샬레 당번 학생 이름이 적혀 있다.
회의에서 결정한 것. 그것은 선생님의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이 사실을 아는 학생들로만 샬레 당번을 돌리는 것이었다.
불만을 가급적 억누르기 위해서, 표면적으로는 중요한 회의를 거듭하기 위해서 각 학원의 수장이 당분간 샬레 당번으로 들어간다고 공표. 실제로 선생님의 업무를 서포트하며 그 사이에 어떻게든 선생님의 기억을 되찾는다는 작전.
하지만 그것으로 불만을 억누를 수 있는 기간에도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몇 달 치 당번을 억누르는 데 성공했지만 설득에 고생한 학원도 있었다던가. 이른바 나쁜 어른이 눈치챌 가능성도 감안하면 실제로는 몇 달의 유예도 없을지 모른다.
선생님이 기억을 되찾을 가능성을 포함해 계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요소가 많은 발상이지만 지금은 여기에 베팅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쪽에도 여유가 없었다.
키보토스 내에서 선생님이 지닌 영향력의 크기가 지금 이 상황에서는 큰 족쇄가 되어버렸다.
"...어라?"
유우카쨩에게 스케줄표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위화감을 눈치챘다. 아니, 위화감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다.
선생님 복귀 첫날부터 첫 2주 동안 모두 내가 당번을 맡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분명히 내 당번 횟수가 많다.
"유우카쨩, 이건 대체...?"
"회의에서 결정한 거야. 매일 교대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편이 효율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어. 그래서 첫 2주는 노아에게 맡기게 된 거야."
"그건 확실히 그렇지만, 그 후에도 당번 횟수가 많지 않나요?"
"아아, 그건 말이지..."
거기서 한번 말을 끊고 유우카는 작업을 하던 손을 멈추더니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슬픔에 물들어 있던 눈동자도 이제는 내가 아는 평소의 유우카쨩처럼 되어 있었다. 선생님이 살아났다는 사실이 크겠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매번 안심하게 된다.
"노아라면 선생님의 세세한 행동까지 기억하고 있잖아?"
"그건... 분명 그렇네요."
"선생님이 기억을 잃기 전후의 차이는 나도 알 수 있지만 노아라면 더 세세한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겠지. 동시에 변하지 않은 부분도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
"즉 그걸 찾아달라는 얘기인가요?"
"그게 선생님이 기억을 되찾는 힌트가 될 수도 있어."
기억을 되찾는 방법은 모르고 시간도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게함으로써 무언가의 단서로 삼자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의 사소한 행동 패턴이나 버릇까지 기억하는 내가 지명되는 건 필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잘도 다른 학원들이 납득해 줬군요."
무심코 그런 말이 새어나왔다.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중립인 입장이기 때문에 특정 학원을 편드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학원측도 마찬가지로 샬레 당번은 기본적으로 각 학원이 평등하게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일부 학원 학생이 샬레에 자주 드나드는 일이 생기면 금방 소문이 나면서 샬레를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이상한 추측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내가 2주간 샬레 당번이 된다는 건 명백한 불평등이다. 아마 이에 반발하던 학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어째서 각 학원이 최종적으로 납득해 주었는지.
그런 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만큼 수단을 가릴 여유가 없다는 거야."
유우카쨩이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이 전부였다.
총학생회도 포함해 키보토스에 존재하는 모든 학원이 이번 건을 무겁게 보고 있다. 평등이라는 암묵적 양해를 깨는 일조차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즉, 나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물론 나에게 맡길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기억을 되찾는 수단을 찾겠지만, 가장 가까이서 선생님을 볼 기회를 이만큼 주고 있으니 수확이 없다는 결과는 용납되지 않겠지.
"미안... 노아에게 부담을 주게 돼서..."
내 생각을 헤아린 건지 아니면 얼굴에 드러나버린 건지 유우카쨩이 미안하다는 듯이 사과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불안이 가득했다. 기억력에 자신은 있어도 그것이 과연 이번에 요구되는 결과로 연결될 수 있을까. 만약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를 추천했을 유우카쨩에게도 폐가 될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 키보토스의 향방이 좌우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큰 중압감이 몸에 가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유우카쨩이 신경 쓸 일은 아니에요. 저에게 맡겨주세요."
그녀의 슬퍼하는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나에게 기대해주는 그녀의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 그리고 선생님을 원래대로 돌리고 싶기는 나도 마찬가지.
그래서 자신을 북돋으며 불안에 뚜껑을 덮듯이 자신 있다는 표정을 얼굴에 띄워 보여줬다.
☆☆☆
며칠 후
~D.U. 시라토리구~
"슬슬 예정된 시간... 이네요."
지정 시각 5분 전. 평소 같으면 벌써 부실에 들어가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을 시간이다.
학생증을 들고 빌딩 입구를 빠져나간다. 버튼을 누른 후 엘리베이터 도착, 타고 나서 원하던 계층까지의 대기 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평소 신경 쓰지 않던 조용한 엘리베이터 동작 소리가 귀에 들어와 자신이 평소보다 집중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처음 샬레에 왔을 때와 같은, 아니 그 이상으로 지금의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선생님과 만나는 건 기억상실이 드러난 그날 이후 처음이다. 그렇기에 기억상실 후 선생님이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잠깐의 심호흡 후 발을 내딛는다. 통로 끝에 보이는 샬레의 부실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으니 선생님은 이미 도착해 있다는 얘기겠지.
"....후우."
가슴 깊은 곳에 고여 있는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숨을 내쉰다. 방 앞까지 걸어가 다시 심호흡 한 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 여러 번 반복해온 대화가 변함없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안도하고 긴장이 조금 풀린 것 같다.
그래. 이 앞에 있는 건 선생님이니까 긴장할 필요 없어. 기억을 잃고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해도 선생님임에는 변함이 없는 거니까.
"실례합니다."
그 기세로 문에 손을 얹고 옆으로 슬라이드한다.
문을 연 끝에 있던 것은 익숙한 방, 익숙한 가구, 익숙한 서류더미, 그리고 익숙한 인물이 거기에 서 있었다.
"선생님..."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평소와 같은 복장을 입은 모습은 어떻게 봐도 내가 아는 선생님이었다. 달라진 것 없는 광경에 다시 마음속 깊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 선생님은 나를 보고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는 분명 병원에 와줬던..."
"네, 우시오 노아라고 합니다. 노아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일을 도와드릴 테니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응, 잘 부탁해. 나(보쿠)는... 자기소개 하지 않아도 네가 더 잘 알려나?"
"...읏!?"
순간, 등골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은 지금, 자기 자신을 「나(보쿠)」라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선생님은 항상 자신을 가리키는 1인칭은 「나(와타시)」를 쓰셨는데.
단 하나의 단어, 1인칭 같은 건 사람에 따라서는 상황에 맞게 바꾸기도 한다. 이 정도의 변화 따위 그렇게까지 깊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내 눈에 비치는 선생님이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노아, 무슨 일이야?"
바로 가까이서 들려온 선생님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다. 멍하니 있었는지 어느새 선생님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걱정스러운 듯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뇨, 죄송합니다..."
"뭔가 거슬리는 일이라도 있었어?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잊어버린 부분이 있는 거 같으니 뭔가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해줘."
"신경쓰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선생님과 샬레에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기뻤기에 잠깐 거기에 빠져있었을 뿐이니까요."
그렇다. 자기 인식에도 다소 영향이 있었다고 병원의 보고에도 있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나의 선생님에 대한 인식과 어긋남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분명 기억이 돌아오면 1인칭도 원래대로 되겠지.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
1시간 후
"――그럼, 지금까지 중에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아니, 지금은 괜찮아."
일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친다. 그게 대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각오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어른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억을 잃기 전에 하던 일을 몸이 기억하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업무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스킬은 그렇게까지 손실되지 않은 듯 하고, 이 상태라면 향후 샬레 업무는 예정대로 진행 될 것 같았다.
"조금 불안했지만 어떻게든 될 거 같아. 노아의 가르침이 친절한 덕분일까."
"후훗, 능숙하시네요."
아첨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말에 절로 미소가 흘러나온다. 아니, 선생님이니까 아첨이 아닌 진심이겠지.
지금까지의 선생님은 1인칭 이외의 위화감이 없다. 자료를 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선생님을 찬찬히 관찰한 건 아니지만, 원래 목소리가 변하지 않아서인지 기억을 잃기 전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어라,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나 보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큰 우려점이 하나 해소된 시점에서 시계의 짧은 바늘이 한칸 나아갔음을 깨닫는다.
선생님에게 한마디 한 뒤 그 자리를 뜨고 미리 세팅해 놓은 커피메이커에서 2인분을 따라 흘리지 않도록 천천히 선생님 오른쪽에 컵을 놓았다.
"선생님, 커피 가져왔어요."
평소 같으면 업무 시작 전에 내가 준비해 두었는데, 오늘은 여러가지로 여유가 없어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그것을 깨달은 것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고마워, 노아. 바로 마실게."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오른쪽에 있던 커피잔을 왼손으로 들었다.」
"어..."
다시 오한이 등골을 떨리게 만든다.
내가 아는 선생님은 어떤 때든 반드시 오른손으로 커피잔을 들어 올린다. 펜을 들고 있어도 일부러 내려뒀다가 손에 들곤 했다. 그것은 선생님 자신도 자각하고 있는 버릇이었을 터.
"선생님... 왼손으로는 잡기 어렵지 않나요?"
"응? 뭐, 이쪽이 마시면서 작업도 할 수 있으니까."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며 선생님은 빈 오른손으로 내게 받은 매뉴얼을 넘기고 있었다.
예전에 비슷한 대화를 했을 때는 『펜을 놓고라도 오른손으로 잡는 게 마시기 편하고 좋다』라고 했으면서.
뭔가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실제로 들린 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선생님과 눈앞에 있는 선생님을 연결하던 무언가가 끊어진 것 같은 느낌.
"...저도 조금 쉴게요."
살짝 날카로워진 자신의 목소리를 눈치채면서도 여러가지를 흘려버리듯 커피를 홀짝인다.
자기 인식에 다소 오차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니 이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인칭의 차이를 알아차린 아까와 같은 일, 그다지 동요할 필요는 없다.
머리로는 알고 있을 텐데 예전 선생님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나쁜 의미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있다. 눈앞에 있는 선생님이 내가 모르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요하고 있었다.
"음..."
그런 나의 동요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은 생각에 잠긴 듯 볼펜 노크 커버 부분을 뺨에 누르며 돌리고 있었다.
"아니야..."
세 번째 엄습하는 오한. 선생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무심코 부정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내가 아는 선생님은 생각할 때 노크 커버로 뺨을 톡톡 치는 버릇이 있었다. 누르며 돌리는 행동은 본 적이 없다.
또다시 뚝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 두 가지 버릇은 샬레에 올 때마다 꼭 보곤 했다. 기억이 잘못되었을 리도 없고, 나에게는 선생님다움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눈앞의 선생님은 그것을 부정하듯 내 기억과는 다르게 행동한다.
혹시 모습이 똑같을 뿐인 다른 사람은 아닐까?
그런 어리석은 의문이 머릿속에서 고개를 든다.
"노아? 잠깐 이 부분에서 궁금한 게 있는데."
그럼에도 변함없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반사반응처럼 몸이 튕기듯 움직인다.
"아, 네. 어떤 부분인가요?"
웃음과 목소리를 내며 옆으로 달려간다. 그 사람을 향해 커져가는 불신에서 눈을 돌리며.
☆☆☆
몇 시간 후.
"좋아, 이것도 대부분 이해가 됐네. 고마워, 노아."
"..."
"노아?"
변해버렸다.
지금까지 보고 기억해 온 선생님이 가진 버릇들, 거기에 일과 행동의 패턴까지 변해있었다.
변화를 알아차릴 때마다 몇 번이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선생님은 기억상실의 영향으로 변해버렸을 뿐이라고,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게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기억대로의 선생님이라면 다음에는 이렇게 움직일거라 시야에 이미지를 만들어도 이 사람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그럴 때마다 이미지한 선생님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기억력에 자신이 있어 한 번 본 것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기에 이전 선생님의 움직임이 뇌에 박혀 버렸고, 지금 여기 있는 그가 다르게 움직일 때마다 내 안에 있는 선생님과 이 사람을 연결하던 것이 없어져 간다.
다른 부분을 깨달을 수록 연결되어 있던 것들은 차례차례 끊어졌고, 이제 거의 완전히 끊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와 있었다. 이제와서는 이 사람이 내가 아는 선생님과는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몰라... 이런 선생님은 몰라..."
"노아?"
그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눈치채고 있는데도 나는 빤히 그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버릇이나 행동 패턴은 그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이 사람에게는 내가 아는 선생님다움을 나타내는 행동이나 버릇이 없었다.
――선생님은 기억상실이니 어쩔 수 없다.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선생님이 아니다.
이성과 감정이 머릿속에서 싸우고 뇌를 믹서기로 휘젓는 듯한 느낌에 메스꺼움이 느껴진다.
"내(보쿠) 얼굴에 뭔가 묻었어?"
다시 들은 선생님이라면 말하지 않을 1인칭. 그 말을 들은 순간, 아슬아슬하게 연결되어 있던 것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저기...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만둬.
"무슨 일이야?"
――상대는 기억상실인데.
"당신은..."
――변화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당신은 정말... 선생님인가요?"
내 감정에 저항할 수 없었던 나는 최악의 말을 하고 말았다.
댓글 25
와 이거 드랍한거 아니었네
노아소설은 선개추 후감상이지
마 참 내!
이거 연재 계속 하는 거구나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