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M #스릴러 #오컬연 #??
원본 by ap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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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4>
<1>
와일드헌트 예술학원.
이 학교에는 언제나 특유의 엄격함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학생들의 폭주를 억제하기 위해 교내에 많은 규칙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학교도 어딘가 축제 분위기 같은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바로 할로윈 당일이었다.
선생은 와일드헌트에 용무가 있어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양손에는 묵직하고 커다란 종이봉투가 들려 있었다.
학생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잔뜩 사 온 엄청난 양의 과자.
상자에 든 초콜릿, 알록달록한 사탕 세트, 귀여운 호박 모양 쿠키까지.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숨을 돌렸으면 하는 선생 나름의 소박한 배려였다.
“멈추세요.”
정문을 통과하려던 순간,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타난 것은 사감대의 검열관이었다.
날카로운 시선이 선생의 양손에 들린 커다란 종이봉투를 향했다.
“샬레의 선생님이시군요. 입교 절차는 확인했습니다만…그 짐은 뭡니까?”
“아, 이거? 오늘은 할로윈이잖아.
학생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려고 가져왔어.”
선생이 웃으며 종이봉투를 들어 올리자, 검열관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검사를 실시하겠습니다. 짐을 선반 위로.”
거절할 틈도 주지 않는 말투에 밀려 선생은 시키는 대로 종이봉투와 가방을 검사대 위에 올려놓았다.
검열관들은 장갑을 낀 손으로 종이봉투 안의 내용물을 능숙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초콜릿, 사탕, 구움 과자…학교에서 허가한 바 없음.”
“어, 아니, 그냥 과자일 뿐인데?”
“와일드헌트는 단속 강화 기간입니다.
허가받지 않은 과자 반입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검열관은 발치에 있는 커다란 압수용 상자를 열었다.
“따라서 전량 압수합니다.”
“뭐!? 어렵게 애들 주려고 사 온 건데!”
선생의 필사적인 부탁도 소용없이 정성껏 고른 과자와 봉지들이 차례차례 가차 없이 상자 속으로 던져졌다.
순식간에 선생의 손에 있던 커다란 종이봉투는 쭈글쭈글해진 채 비어 버리고 말았다.
“이럴 수가…….”
털썩 어깨를 늘어뜨리는 선생.
그때, 모든 과자를 압수한 검열관 중 한 명이 슬며시 선생 앞에 섰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진지하고 차가운 표정 그대로 조용히 오른손을 내밀었다.
“…트릭 오어 트릿.”
“…응?”
선생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트릭 오어 트릿입니다, 선생님.”
검열관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번 반복했다.
“아니 아니, 이상하잖아!? 과자는 방금 너희가 다 압수해 갔잖아!
아무것도 없다고!”
“규칙은 규칙, 할로윈은 할로윈입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과자를 내놓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다리는 건 하나뿐.”
검열관의 눈동자 너머로 수상한 빛이 감돌았다.
“장난, 입니다♡”
“잠깐…….”
선생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뒤에서 다른 검열관들에게 양팔을 붙잡혔다.
그대로 저항할 틈도 없이 검문소의 어둑한 안쪽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자, 잠깐!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이거 놔…….”
<2>
와일드헌트 예술학원 광장 분수대 근처에 한 어른이 비틀거리며 내팽개쳐져 있었다.
“으으…….”
선생은 쓰러지듯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셔츠 가슴팍은 흐트러졌고, 목덜미에는 옅은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와일드헌트 학생들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실감한 순간이었다.
“이대로는 위험해. 빨리 볼일을 마치고 여기서 나가자.”
선생은 셔츠 단추를 다시 채웠다.
그때, 메고 있던 가방 안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가 났다.
“응……? 뭐가 들어 있었나?”
의아해하며 가방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안주머니 지퍼를 열어 보았다.
손가락 끝에 닿은 것은 비닐의 감촉이었다.
끄집어내 보니, 그것은 알록달록한 사탕이 든 작은 봉지였다.
“아……!”
과자를 샀을 때 문득 허기가 져서 하나만 꺼내 먹고 남은 것을 이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것이다.
급히 봉지를 열어 안의 사탕을 손바닥 위에 쏟아 수를 세어 보았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
색색의 사탕이 전부 합쳐 17개.
“기적적으로 안 들키고 넘어갔구나……!”
검열관들의 매서운 눈이 커다란 종이봉투에만 쏠려 있었기에 가방까지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운이 좋았다.
하지만 손바닥 위의 17알을 바라보며 선생은 꿀꺽 침을 삼켰다.
“이건 뭐 서바이벌이네…….”
이 넓은 와일드헌트를 가로질러 목적지에서 볼일을 마치고 무사히 탈출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학생을 만나게 될까.
만약 사탕이 다 떨어지면 또 아까 같은 장난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17발의 총알이 든 총을 쥔 듯한 긴장감으로 선생은 가방을 다시 고쳐 멨다.
“좋아…방심하지 말고 가자.”
광장을 지나 교사 안으로 발을 들인 순간, 선생은 숨을 들이켰다.
“대단하네…….”
평소의 정적인 분위기와는 딴판으로 교사 안은 이상한 열기와 신기한 장식들로 가득했다.
벽에는 실감 나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천장에는 박쥐 모형이 매달려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스쳐 지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과연 예술 학교라고 해야 할까, 그녀들의 분장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간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특수 분장을 한 붕대투성이 미라, 커다란 호박 머리를 쓴 학생, 마치 유령 같은 드레스를 입은 집단 등등.
선생이 벽 쪽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가려던 그때였다.
“아! 찾았다!”
깜짝 놀라 멈춰 서자, 피 묻은 간호사복을 입고 커다란 주사기를 든 학생 두 명이 재빨리 앞을 가로막았다.
“트릭 오어 트릿! 선생님, 과자를 안 주면 벌을 줄 거예요!”
“잠깐, 있어! 있으니까!”
선생님은 서둘러 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탕 두 알을 꺼내 건넸다.
“자, 여기!”
“와아, 감사합니다!”
기쁜 듯 사탕을 받은 학생들은 순순히 길을 비켜주었다.
남은 사탕 15개.
그 후로도 모퉁이를 돌면 사신 분장을 한 학생이 나타나고, 계단을 올라가면 흡혈귀 복장을 한 학생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중한 사탕을 계속해서 내놓았다.
“트릭 오어 트릿!”
“자, 여기 사탕!”
“선생님, 과자 주세요!”
“가져가렴!”
건넬 때마다 주머니 속 사탕은 확실하게 줄어들었다.
어떻게든 목적지인 방으로 뛰어 들어갔을 때, 남은 사탕은 고작 4개뿐이었다.
“후우…겨우 도착했네.”
선생은 숨을 고르고 마중 나온 상대와 마주 앉아 재빨리 용건을 마쳤다.
이것으로 여기 온 목적은 전부 끝난 셈이었다.
“선생님, 이상입니다.”
상대 학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즐거운 듯 웃었다.
“…그런데 선생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시죠?”
“어……?”
불길한 예감이 들어 선생의 등줄기가 꼿꼿이 펴졌다.
“트릭 오어 트릿입니다. 만약 과자를 주지 않는다면…….”
“알았어, 있어! 줄게!”
선생은 필사적인 심정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남은 사탕 중 하나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웃으며 배웅받고 방 밖으로 나온 선생은 힘없이 벽에 기댔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남은 사탕의 개수를 손끝으로 확인했다.
손가락에 닿은 것은 고작 3개였다.
“남은 게 3개인가…….”
17개나 있던 사탕이 벌써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볼일은 끝났다.
이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정문을 향해 일직선으로 걷기만 하면 된다.
괜히 딴 길로 새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터였다.
선생은 기척을 죽이고 살금살금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조금만 더, 저기만 지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힛…찾았다아, 선생님…….”
바로 뒤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익!?”
한심한 소리를 내며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어느새 카노에가 차가운 감촉으로 선생님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분장까지 하고 있어 평소보다 더욱 기괴한 모습이었다.
“카, 카노에……!?”
“도망치려 해도 소용없어.
붉은 실이 선생님이 갈 곳을 알려줬으니까…이힛.”
카노에의 웃음과 동시에 기둥 너머에서 나머지 세 명도 일제히 나타났다.
“아, 역시 마스터였군요!”
에리가 마녀 모자를 누르며 달려온다.
“늦었잖아, 선생님!”
레나가 뾰로통하게 화를 내며 팔짱을 꼈다.
“후후…길을 잃은 어린 양의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츠무기가 차분하면서도 즐거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아하하…얘들아, 우연이네…….”
선생은 경련 섞인 미소를 짓는 게 고작이었다.
“선생님이 오늘 와일드헌트에 오신다는 거, 미리 다 알고 있었다고요!”
에리가 기세등등하게 가슴을 폈다.
“자, 가요 마스터!
오늘이라는 특별한 날을 위해서 부실도 정성을 다해 완벽하게 준비해 뒀으니까요!”
“어, 잠깐만…….”
“문답무용이야! 자, 어서 걷기나 해!”
네 명에게 둘러싸인 채, 선생은 도망칠 틈도 없이 오컬트 연구회 부실로 끌려갔다.
<3>
“자, 마스터! 어서 안으로!”
방 안은 수상한 단지에서 보라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고, 벽에는 타로카드와 신비한 문양의 종이들이 붙어 있었다.
방 한가운데 놓인 접이식 의자에 앉은 선생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얘들아, 나를 여기 데려와서 대체 뭘 하려는 거니……?”
“뭘 하냐니,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에리가 가슴을 펴며 기쁜 듯 양손을 벌렸다.
“할로윈이잖아요!
선생님이 오실 줄 알았기에 저희 오컬트 연구회 전원이 엄청나게 기합을 넣었답니다!
저희의 분장을 마스터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갑자기 위험한 의식을 시작하려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선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네 사람의 분장에 눈길을 돌렸다.
먼저 방 한가운데서 기쁘게 포즈를 취하는 에리.
머리에는 은색 자수가 놓인, 평소와는 다른 커다란 마녀 모자를 쓰고 진한 보라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
손에는 나무로 만든 훌륭한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어때요, 마스터!
오늘을 위해 마력을 높여서 만든 특별한 의상이랍니다! 뉴후후!”
“정말 잘 어울려, 에리.
진짜 마법사 같아서 멋지고 모자의 자수도 아름답네.”
“뉴후……! 마스터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기뻐요!”
에리는 뺨을 붉히며 기쁜 듯 지팡이를 껴안았다.
이어서 앞으로 나온 것은 레나였다.
검은 안대를 쓰고 세련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여기저기 수제 레이스와 은색 장식이 달려 있어, 무섭다기보다는 무척 귀여웠다.
“흥……! 오컬트 같은 건 안 믿지만, 디자인 공부 삼아 어울려 준 것뿐이야.
…어, 어때. 이상하진 않아?”
“전혀 이상하지 않아.
안대도 잘 어울리고, 레이스랑 장식이 정말 정교해서 레나답게 귀엽다고 생각해.”
“앗…귀, 귀엽다니……!
바, 바보 선생님,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레나는 귀까지 빨개져서 고개를 돌렸지만, 입가에는 기쁜 듯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세 번째로 나선 것은 츠무기였다.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선생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백의 드레스 여기저기에 진짜 같은 피 자국이 튀어 있었기 때문이다.
목덜미에도 리얼한 상처 분장이 되어 있었다.
“잠드는 숲의 참극…어떠신가요, 선생님. 죽음의 고요함이 전해졌나요?”
“순간 정말 다친 줄 알고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어.
분장이 본격적이라 박력이 대단하네.”
“후후…영광입니다, 선생님. 공들인 보람이 있네요.”
츠무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유유히 선생님 앞으로 걸어 나온 것은 카노에였다.
그녀의 하얀 피부에는 굵고 검은 실로 피부를 꿰맨 듯한 리얼한 누더기 분장이 되어 있었다.
괴기 소설에 나오는 괴물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힛…누더기 괴물이야, 선생님.
전생에 조각난 몸을 이어 붙였어…어때?”
“카노에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영화 속 괴물처럼 빨려 들어갈 것 같아.”
“이히힛…선생님이 칭찬해 주니까 기뻐…….”
카노에는 기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네 명의 분장을 칭찬하고 나자 선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할로윈의 약속은 이제부터였다.
“자…감상을 들었으니!”
에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지팡이를 고쳐 쥐었다.
“당연히 그 말을 해야겠죠? 여러분!”
“물론이지.”
레나가 새침하게 대꾸했다.
“의식의 시간이군요.”
츠무기가 조용히 눈을 가늘게 떴다.
“이히힛…….”
카노에가 도망갈 길을 막듯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선생의 등에 식은땀 한 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손에 든 사탕은 고작 3개, 눈앞의 학생은 4명.
절망적인 서바이벌 게임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럼 갑니다! 하나, 둘!”
에리의 신호에 맞춰 네 명의 목소리가 좁은 부실에 겹쳐 울려 퍼졌다.
“트릭 오어 트릿!!”
“으, 으와아아……!”
선생은 머리를 감싸 쥐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먼저 첫 번째 주자로 에리가 만면에 미소를 띠며 앞으로 나섰다.
“트릭 오어 트릿입니다, 마스터!
과자를 안 주면 매료 마법으로 마스터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릴 거예요? 뉴후후!”
선생은 급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더듬거리며 사탕 한 알을 꺼냈다.
빨간 포장지의 딸기 맛 사탕이었다.
“자, 에리!”
“와아! 감사합니다, 마스터! 아껴서 먹을게요!”
에리는 양손으로 소중하게 사탕을 받으며 기쁘게 웃었다.
‘남은 건 2개……!’
선생님은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두 번째 주자인 레나가 손을 내밀었다.
“흥! 트릭 오어 트릿!
과자가 없으면 내 실로 선생님을 꽁꽁 묶어서 천장에 매달아 버릴 거니까!”
“그건 곤란해! 자, 레나 몫!”
선생은 주머니에서 두 번째 사탕을 꺼냈다.
파란 포장지의 소다 맛이었다.
“……! 딱, 딱히 협박한 건 아닌데……. 고마워, 선생님.”
레나는 고개를 돌리면서도 받은 사탕을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고 기쁜 듯 얼굴을 붉혔다.
‘남은 건 1개……!’
위가 아려오는 긴장감이 선생을 덮쳤다.
세 번째로 나선 것은 피 묻은 드레스를 입은 츠무기였다.
“트릭 오어 트릿, 선생님.
만약 과자가 없다면…제 피를 당신의 몸 가득 발라 공범자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선생은 주머니 바닥에 남아 있던 마지막 사탕을 내밀었다. 레몬 맛이었다.
“후후…달콤한 향기. 감사합니다, 선생님.”
츠무기는 고개를 숙여 사탕을 받았다.
남은 것은 누더기 괴물의 모습을 한 소녀.
그녀는 유유하게 소리 없이 선생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히힛…마지막은 내 차례네, 선생님.”
카노에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슥 하고 선생 앞에 내밀었다.
“트릭 오어 트릿…….”
선생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 떨어졌다.
선생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내용물을 완전히 뒤집어 보여주었다.
“…미안, 카노에.”
선생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사탕이 다 떨어졌어…….”
그 말을 들은 순간 카노에의 눈이 가늘어졌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수상한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
“이히힛…이히히힛……. 없구나……? 내 몫만 과자가…없네에?”
“미, 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냐!
검열에서 거의 다 뺏겨버려서 정말 이것밖에 안 남았었거든!”
“변명은 필요 없어.”
카노에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선생에게 다가왔다.
“과자가 없으면…장난을 쳐야겠지?
이히힛…전생의 약속대로 선생님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의식을 시작할까…….”
‘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카노에는 바로 눈앞까지 다가오더니 차가운 손가락 끝으로 선생의 어깨를 툭 찔렀다.
“선생님…거기 앉아 봐.”
“네, 넵……!”
시키는 대로 선생은 접이식 의자에 깊숙이 앉았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이제부터 당하게 될 장난을 견디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었다.
마음속으로 필사적으로 각오를 다지는 선생.
카노에가 움직이는 옷깃 소리가 가까워졌다.
차가운 공기가 흔들리고 무언가가 선생의 몸에 닿았다.
톡, 하고.
사뿐히,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가 선생의 허벅지 위에 실렸다.
이어서 전해진 것은 은은한 온기였다.
“…어?”
선생은 조심스럽게 감고 있던 한쪽 눈을 떴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예상했던 과격한 장난도, 수상한 묘약도 아니었다.
카노에가 선생의 무릎 위에 살포시 앉아 있었다.
햇볕을 쬐는 아기 고양이처럼 선생의 허벅지 위에 쏙 들어앉아 얌전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는 것이다.
카노에는 고개를 홱 돌려 선생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히힛, 깜짝 놀랐어?”
다이아몬드 같은 큰 눈을 깜빡이며 위를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선생을 빤히 바라본다.
그 얼굴에는 무서운 계략 같은 건 조금도 없었고, 그저 순수하게 선생을 놀리며 즐거워하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어? 그, 그게 다야?”
선생은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냈다.
“응.”
카노에는 선생의 무릎 위에서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더니 등을 선생의 가슴팍에 기댔다.
“선생님 무릎 위…따뜻하네. 내 차가운 몸도 뜨끈뜨끈해져…….
이히힛, 이게 내 장난이야. 한동안 이대로 움직이면 안 돼.”
선생은 입을 벌린 채 무릎 위의 작은 온기를 내려다보았다.
무섭기는커녕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다정한 스킨십이었다.
온몸의 힘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며 선생은 깊고 긴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선입견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랬지…다들 소중한 학생들이야.’
처음 검열관들에게 당한 지독한 장난 때문에 너무 겁을 먹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에게 심한 짓을 할 리가 없는데, 멋대로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 카노에. 괜히 겁먹어서.”
선생은 부드럽게 웃으며 무릎 위 카노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히힛…괜찮아아. 선생님이 깜짝 놀라줘서 대성공이니까아…….”
카노에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뚫어지게 보고 있던 에리가 부러운 듯 눈을 반짝이며 달려왔다.
“마, 마스터!! 저, 저도 괜찮을까요……!?”
“어, 에리도?”
“네! 카노에 선배만 치사해요!
저에게도 그 온기라는 이름의 마법을 나눠주세요!”
카노에가 “그럼 교대네…….”라며 아쉬운 듯 일어나자, 에리는 기다렸다는 듯 선생의 무릎 위로 뛰어들었다.
로브를 휘날리며 쏙 들어앉아 선생의 목덜미를 꽉 껴안았다.
“뉴후……! 따뜻해요, 마스터!
정말 신비한 마력이 솟아나는 것 같아요!”
커다란 마녀 모자가 선생의 얼굴에 닿아 조금 간지러웠지만, 에리의 행복한 미소에 선생님도 저도 모르게 얼굴이 펴졌다.
그러자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츠무기가 슬며시 앞으로 나섰다.
“츠무기도?”
선생이 묻자 츠무기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따스한 등불을 나누어 받고 싶군요.”
에리가 만족스러운 듯 무릎에서 내려오자, 츠무기는 흐르는 듯 우아한 동작으로 선생의 무릎 위에 허리를 내렸다.
피 묻은 드레스의 겉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그 온기는 부드러웠고, 츠무기는 선생의 어깨에 살며시 얼굴을 기대며 숨을 내뱉었다.
“…후후, 기분이 좋네요. 안식의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츠무기는 조용히 눈을 감고 선생을 차분히 음미했다.
세 사람이 차례로 선생의 무릎 위를 만끽하고 나자 부실 안에 남은 것은 혼자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레나뿐이었다.
에리, 카노에, 츠무기 세 사람이 일제히 레나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레나 쨩은…안 앉아? 정말 따뜻한데…….”
“맞아요, 레나 쨩! 마스터의 무릎 위, 정말 안심돼요!”
“몸을 맡겨야 해요, 레나 쨩.”
“뭐, 뭐야 다들! 따, 딱히 나는 그런 어린애 같은 짓……!”
얼굴을 붉히며 뒷걸음질치는 레나.
하지만 선생은 양팔을 벌려 툭툭 자신의 무릎을 쳤다.
“이리 오렴, 레나. 언제든 앉아도 좋아. 준비 완료니까.”
“뭐……! 선생님까지 뭘 준비 완료라는 거야!?”
레나는 귀까지 빨개져서 소리를 질렀지만, 선생의 다정한 얼굴과 눈앞에 내밀어진 무릎을 보고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꼼지락거리며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힐끗힐끗 선생의 무릎을 훔쳐본다.
부끄러워하고는 있지만 그 눈동자에는 분명히 앉고 싶다는 기대가 배어 있었다.
“…뭐, 뭐……. 다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
레나는 홱 고개를 돌리며 짐짓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부탁한다면 앉아주지 못할 것도 없지만!
…따, 딱히 내가 앉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니까!”
그렇게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 레나는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선생의 무릎 위에 쏙 허리를 내렸다.
자그마한 몸이 선생의 품 안에 들어왔다.
레나는 선생의 가슴팍에 등을 기대고 작게 몸을 웅크리며 새빨개진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따뜻하잖아.”
툭 내뱉은 레나의 작은 목소리는 어딘가 어리광을 부리듯 떨리고 있었고, 내심 무척 기뻐 보였다.
선생이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레나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기분 좋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서바이벌의 끝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행복한 할로윈의 시간이었다.
<4>
“후우…이래저래 좋은 하루였네.”
선생은 기지개를 켜며 조용해진 교사 복도를 걷고 있었다.
주머니 속의 사탕은 완전히 동이 났지만 이제 무서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의 선입견을 깊이 반성한 선생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그때였다.
입구 근처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특수교역부의 부장을 맡고 있는 사쿠라이 미요였다.
하지만 오늘 그녀의 차림새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몸에 걸친 것은 밤처럼 새까만 드레스.
등에는 악마 날개가 달려 있었고 머리에는 작은 뿔의 머리띠가 앙증맞게 올라가 있었다.
신비로우면서도 어딘가 매혹적인 분장이었다.
“…아.”
미요가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크게 떴다.
“계속…찾고 있었어요, 선생님.
오늘은 와일드헌트에 오신다고 들었는데…….”
약간은 토라진 듯한 목소리.
하지만 미요는 금방 작게 미소 지으며 선생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갖다 대며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트릭 오어 트릿, 이에요. 선생님.”
학생들의 장난이 귀엽다는 사실에 완전히 안심하고 있던 선생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외쳤다.
“미안 미요, 지금은 없어!”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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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마지막의 마지막에 자살을
오노
미요오옹ㅋㅋㅋㅋ
싹다 피해놓고 마지막에 최종보스랑 만났노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