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S #순애 #미요
원본 by クシ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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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요. 어서 와.”
집무실에 들어서자 골판지 상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결코 픽션의 도입부가 아니다.
“……?”
“미안해~. 지금은 좀 손을 쉴 수가 없어서.”
‘손……?’
과연, 상자식 농담인가.
순간 떠오른 도피성 사고를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상황을 정리해 보자.
간만에 외출 기회를 얻은 나는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샬레로 향했다.
사전에 약속을 잡았고, 당번 학생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방해는 되지 않게.
그렇게 점심시간을 노려 찾아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나를 맞이한 것은 선생님의 책상 주변에 쌓인 상자 더미였다.
그나저나 이 상자, 목소리가 선생님과 쏙 빼닮았─농담은 제쳐두고.
“실례할게요, 선생님. ─아주 바쁘신가 봐요?”
모모톡 신규 메시지가 없는 시점에서 그가 집무실에 없을 리가 없다.
빙 돌아 안쪽을 들여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타깃이 있었다.
상자는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라 선생님이 안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생각했지만…이번엔 헛다리였다.
아쉽다, 들고 가 버리기엔 딱이었는데.
“응, 뭐 그렇지.”
“도와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고마워, 미요는 편하게 쉬고 있어.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미소 짓는 그의 발치에 개봉된 상자가 하나 숨겨져 있었다.
그 내용물은,
‘과자…….’
초콜릿, 쿠키, 캐러멜에 마들렌. 기타 등등.
글자 그대로 과자의 산.
그 기묘한 광경을 보고 멍하니 서 있는 내 앞에서 선생님이 뻗은 손이 상자 안에서 과자 몇 개를 골라 휙 집어 올렸다.
투명한 봉투에 넣고 끈을 두세 번 감으니 금세 선물 세트가 완성되었다.
그 몸짓을 보고서야 나는 모모톡에 표시되어 있던 오늘 날짜를 떠올렸다.
“화이트데이.”
“응.”
정확히는 3월 13일.
또한 샌드위치 데이라는 잡학 따위는 이 상황에서 아무래도 좋다.
선생님은 아무래도 내일을 위한 답례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어쩐지 모든 과자가 개별 포장되어 있더라니.
그럼, 이 상자들은 전부.
“어라, 내가 에어컨 온도를 낮췄나……?”
“선생님.”
아아, 안 된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차가운 목소리가 나왔다.
“─정말, 사랑받고 계시네요?”
뻔히 아는 사실을 굳이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선생님도 내 말에 일일이 놀라지 않는다.
그는 내 표정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한숨을 내쉬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포장을 마친 답례품을 살며시 쓰다듬는다.
“그렇지.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야.”
“영광, 인가요.”
“난 선생이니까.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건 역시 기뻐.”
얇은 비닐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똑같은 단어가 반투명한 막에 싸여 서로 다른 의미를 담은 채 교차한다.
그 막을 굳이 개봉할 용기는 아직 없었지만.
“하지만 조금 미안하긴 하네.”
“제대로 준비하는 자세는 성실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에게, 나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기술만 있었다면……!”
“대체 몇 명분을 만들 셈인가요……?”
확실히 대량으로 준비한다면 직접 만드는 게 저렴하다.
선생님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비용과 퀄리티를 저울질한 결과다.
일정 품질이 보장된 시판 제품이 그 균형을 수호한다.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된다’ 같은 상투적인 문구를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그 자세는,
학생에게 빈틈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어른답다고 해야 할까.
우리가 파헤치고 싶은 건 바로 그런 부분인데요─같은 지적은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자.
여기서 더 껍질 속으로 숨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이 정도 양이면 비용도 상당하겠는데요.”
“힘들진 않아. 뭐, 당분간은 절약 생활을 해야겠지만.”
“…참고로 전부 합쳐서 어느 정도나 되나요?”
“미이라 한 마리분 정도의 영수증이 있는데 보여줄까?”
“아, 아뇨……. 사양할게요…….”
게다가 종류도 다양하다.
초콜릿이나 구운 과자 같은 기본 메뉴에 더해 센베나 양갱 같은 화과자도 골고루 갖춰져 있다.
받는 상대에 따라 그때마다 조합을 바꾸는 듯했다.
누구에게 줄 것인지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은 완성된 포장 꾸러미를 본 순간 해결되었다.
“선생님, 그건 뭐예요?”
선생님이 포장지 위에 무언가를 찰싹 붙였다.
선생님의 ‘어른의 카드’ 정도 크기인 옅은 하늘색 종이 조각.
자세히 보니 편지지를 접어 넣는 타입의 작은 봉투였다.
“과자만 주면 좀 정이 없잖아.”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썼어.
그렇게 말하며 뺨을 긁는 그의 손에는 예전보다 선명하게 펜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그 대사에 나는,
‘혼자서 전원의 편지를……?’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인식을 하나 고쳤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선생님이 시판 제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이른바 가성비를 떠올리고 있었다.
일상 업무에 쫓기는 와중에 한정된 시간 내에 준비할 수 있다.
게다가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평등한 대응을 통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다.
그래, 그건 확실히 합리적인 선택이다─라고.
잊고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이 어른의 주특기를.
그에게 있어 학생은 모두 특별하며, 그것은 합리성을 내다 버릴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저기, 미요. 너한테 물어볼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앗, 네.”
“다들 이걸로 기뻐해 줄까? 사실은 좀 더 화려한 걸 준비하고 싶었는데…….”
“그렇네요.”
선생님의 말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어째서 뻔한 걸 묻는 걸까.
“좋다고 생각해요.”
“정말? 다행이다.”
이미 선생님의 관심은 손끝의 작업으로 옮겨가 있었고, 덕분에 표정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와일드헌트 예술정보관에서 잠든 선생님을 발견한 이후로 나는 그의 경계심을 조금 강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아서.
그런 상대에게 가슴에 박힌 이 작은 가시 하나조차 지금은 숨길 자신이 없다.
‘만약 오늘 샬레에 오지 않았다면.’
이 광경을 모른 채 선생님에게 선물을 받았다면.
나 한 명만을 위한 편지는 내 가슴을 크게 설레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고 말았다.
선생님이 준비한 수많은 봉투, 그곳에 적힌 학생들의 이름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와일드헌트 학생의 이름이 있었던 것도 운이 없었다.
선생님에게 있어 학생 한 명 한 명은 특별하고, 그것은─
‘아아, 그렇구나.’
‘모두가 특별하다’라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각자의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있고, 선생님은 우리 학생을 상당히 높은 위치에 두고 있다.
다만, 학생 개인을 비교했을 때의 차이는 없다.
아마 의도한 것이리라.
화이트데이 선물이 좋은 예다.
특별함을 연출하면서도 대응 자체는 모두 평등하다.
과연, 다 같이 손잡고 결승선을 통과한다면 질투심도 생길 리 없다.
결국 가시의 정체는 나의 탐욕이 만들어 낸 산물이었다.
나는 ‘모두 똑같은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선생님.”
“응?”
그러니까,
“그거, 제 것도 있는 거죠?”
한 걸음 더 파고들어라.
“물론 있지. …맞다, 기왕 온 김에 과자는 미요가 직접 골라도 돼.”
오늘이라는 날을 그저 후회로 끝내고 싶지 않다.
내가 짊어진 핸디캡을 생각하면, 수많은 라이벌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건 명명백백하다.
모처럼의 기회를 무의미한 일상 에피소드로 낭비해선 안 돼, 사쿠라이 미요.
의미가 없다면 의미를 만들어라.
사건이 없다면 사건을 일으켜라.
이야기를 움직이는 방법이라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필요 없어요.”
“어?”
“저, 그 과자 필요 없어요.”
응, 이 미소는 꽤 잘 지어진 것 같다.
“어…곤란한데. 나름대로 준비했는데 말이야. 봐봐, 이건 예전에 네가 먹던 거잖아.”
“아, 편지는 갖고 싶어요. 선생님이 써주신 거니까요.”
눈썹을 팔자 모양으로 늘어뜨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선생님.
곤란하게 만드는 게 본의는 아니었지만, 여유로운 태도를 벗겨내는 쾌감을 이길 수 없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하지만 제 핸디캡과 선생님이 너무 다정한 게 잘못이에요.
“원하지 않는 걸 줄 수는 없지. 알았어, 그럼 대신 갖고 싶은 게 있어?”
그리고 선생님이 나에게 한 말은 묘하게도 내가 끌어내려던 대사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선생님의 책상을 가리켰다.
“그럼, 저게 좋아요.”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투박한 패키지.
그것을 본 선생님의 당혹감이 더욱 깊어진다.
“어, 이게 좋다고……?”
“네, 그게 좋아요.”
내가 가리킨 것은 선생님이 본인용으로 샀을 개별 포장된 알사탕 봉지였다.
업무 집중용으로 그가 가끔 깨물어 먹는 무색무취의 물건으로, ‘농담처럼 맛없다’라고 학생들 사이에서 평판이 자자한 그것.
“이거 하나도 안 단 건데? 그냥 입이 심심해서 산 거라니까.”
“안 될까요?”
“…뭐, 미요가 좋다면 상관없지만.”
기왕이면 개봉된 상태 그대로 받았다.
선생님은 무척 망설였지만, 나에게는 그 어떤 화려한 포장보다 특별해 보였다.
조금 이른 화이트데이.
그러니까 이걸로 내가 첫 번째다.
“편지는 당일에 줄게.”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하나 먹어봐도 될까요?”
“응, 마음대로 해.”
포장지 하나를 뜯어 꺼낸 하얀 알사탕을 빛에 비춰본다.
이것이 나의 오늘 성과다.
그러니 이 행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내 마음이다.
‘─선생님은.’
제대로 된 선물이라 부를 수 없는 이 물건에 대해 그가 내비치는 죄악감.
그것 또한 진심이겠지만, 굳이 진실을 제시하여 ‘또 다른 본심’을 숨기는 수법. 흔해 빠진 서술 트릭이다.
하지만, 뭐.
숨기고 싶어 한다면 천천히 파헤치면 될 일이다.
‘선생님은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작은 보름달을 입에 머금었다.
선생님이 준비한 수많은 과자 중에 캔디는 단 하나도 없었다.
*역주 : 화이트데이 답례품 중 캔디에는 당신이 좋습니다, 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귀찮네요.
“역시 달지는 않네요.”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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