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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실망이야. 아코. 내 앞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
/블루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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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대 앞에 서자마자 보이는 거울에 눈에 익은 여자가 비친다. 자다 일어난 것 치고는 나름 말끔했지만, 눈 아래 드리운 그림자가 선명히 보였다. 아니, 어쩌면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딱히 피곤하지는 않았으니까.

확실히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피로 탓은 아니었다. 새벽 2시라는 시간에 외출해야 하는 처지로서는, 그 점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피로보다도 더 한 우울함이 덕지덕지 들러붙은 탓에, 몸이 너무나도 무거웠다.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솜이불을 덮어 쓴 것처럼, 추욱 늘어진 채 그대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

머리 위로 따뜻한 물이 쏟아진다. 피부를 따라 온수가 흘러내리는 감촉이 우울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다. 멍하니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받고 있으면, 마음 속에 들러붙은 질척한 감정들도 물과 함께 쓸려나가는 기분이 들고는 했다.

물론 아무리 갑작스럽게 결정 된 외출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만나는데 씻기만 하고 나갈 수는 없었다. 자는 동안 흐트러진 머리는 감은 뒤에 제대로 다듬고, 눈물 흘린 얼굴의 흔적은 화장으로 감춘다. 딱히 샬레의 선생을 만나기 때문은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기본 에티켓이었다.

그렇게 게헨나의 선임행정관 다운 완벽한 준비를 끝낸 뒤에야, 비로소 문 밖으로 나서서 새벽 공기에 몸을 맡긴다.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혀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들이 어슴프레 떠있다. 차가운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저도 모르게 헤아리다가는, 다시 고개를 내렸다. 익숙한 거리가 어둠에 물들어서 너무나도 낯설었다. 밤의 고요함 속으로 차 몇 대가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는, 멀어지며 소리가 잦아들었다.

"하아……."

입에서 흘러나온 하얀 입김이 아지랑이처럼 허공에 흩어진다. 그러고보니 어릴 적에는 담배라도 피우는 마냥, 겨울 내내 일부러 입김을 내뿜고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광경이지만, 돌이켜보니 그 때는 어떤 것이든 즐겁고 신기하더랬다. 아직 성인도 아닌 나이에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나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스스로 말하기에도 부끄럽지만, 나름 순수하다 말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

그런 쓸데 없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해져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머리를 비웠다.

밤은 춥다.

여름이라면 종종 밤에도 잠도 자기 힘들 정도로 더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 해가 져버린 밤에는 낮동안 내리 쬐었던 온기마저 전부 식어버린다. 낮 동안의 기온을 생각하고 멋모르고 밖에 나왔다가는, 뼈까지 스며드는 추위에 곤경을 겪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이런 추위를 예상하지 못 할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다. 낮에 입기에는 더울 정도로 두꺼운 코트도 꺼냈고, 코트 안에도 따뜻한 옷가지며 레깅스까지 입고 있으니, 오히려 추위에는 철저히 대비한 셈이다.

그러나 옷 안으로 스며드는 냉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바람이 스며들 틈새 하나 없도록 코트를 여미는데도, 지면에서부터 냉기가 올라오는 탓에 온몸이 떨렸다. 어떻게든 추위를 견디기 위해 두 팔을 감싸 안았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법칙이 생긴 게 아닌 이상, 이런다고 갑자기 따뜻해질 리는 없었다.

'도대체 언제 오는 건가요……! 이렇게 추운 날에 학생을 이대로 세워둘 셈인가요?'

어찌나 추운지,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선생에게 성을 내고는 흠칫, 하며 놀랐다. 한참 잠에 들 시간에 멋대로 불러낸 주제에, 조금 늦는다며 도리어 화를 내다니. 스스로도 언어도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덕분에 차가워진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아서, 뜨거워진 머리를 조금은 식힐 수 있었다. 그러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 감정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짜증이 나냐고 하면, 맞다. 그러나 화가 나냐고 하면, 솔직히 모르겠다. 만마전에서 쓸데없는 명령을 내리거나 계획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과는 전혀 달랐다. 그러고도 완벽한 사람을 자처하다니. 한낱 감정조차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해 보였다.

비록 개인적인 용무로 선생님을 불러내는 일이 처음은 아니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낮이나 저녁도 아닌 새벽에 모모톡으로 불러내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실례였다. 그러나 기껏 연락까지 한 주제에, 이제와서 괜찮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것도 우스웠다. 한 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으니, 이미 벌어진 일도 돌이킬 수 없었다.

'하아. 이미 불러버린 걸 어쩌겠냐구요.'

자꾸 온갖 생각이 드는 바람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지러운 머리를 식히고자 다시금 입김을 피워 올렸다.

"후우……."

하얀 입김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꿈 속에서 봤던 히나 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눈시울을 붉히던 그녀의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리고,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실망이야. 아코. 내 앞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

현실의 히나 님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악몽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아는데도,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심장이 조여오는 것만 같아서, 주머니 안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애써 마음을 달랜다. 몇 번이고 휴대폰을 꺼내서 선생님이 언제 오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충동을 겨우 억누르고 얌전히 기다리고, 또 괴로워한다.

그렇게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던 와중에 저 멀리 택시 한 대가 멈춰섰다. 내리는 사람은 다름 아닌, 평상시처럼 코트 안에 정장까지 입은 선생님이다. 게다가 나를 보자마자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을 보자, 아까의 괴로움이 조금은 잦아드는 것 같았다.

"아코! 혹시 오래 기다렸어? 미안. 택시가 잘 안 잡히는 바람에 오래 걸렸네."

그런데도, 선생님을 보면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물론 그의 외모가 짜증난다는 건 결코 아니다. 항상 피곤해보이는 인상이기는 해도, 외모만 놓고 보면 준수한 편이고, 성격 쪽으로도 가끔 짓궂은 면을 보인다고 하나, 그는 자상하고 책임감 있으며 사려 깊었다. 말하자면 그는 '좋은 사람' 이었다. 새벽에 메시지 몇 개만 받고 나와주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이상한 말은 하지 말고, 최대한 평온한 마음으로…….'

이 시간에,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이런 일로 불러내서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나는 가까이 다가선 선생님을 향해 말했다.

"하아……왜 이리 늦으신 건가요?"

다짐과는 달리 나는 어김없이 그에게 투정을 부렸다. 새침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는 선생님을 흘겨보며 날카로운 말로 그를 몰아 세우려 했다.

"정말……추워서 얼어버리는 줄 알았다구요? 늦으신다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그 시간에 맞춰서 나왔을 텐데요."

선생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나는 없었다. 그 대신 억지를 부리는 내가 있었다. 난처해하는 그를 본 나는 보란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딱히……특별한 일이 있는 건 아니에요. 조금 안 좋은 꿈을 꿨을 뿐이니까요."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는데도, 그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구태여 표정을 살피지는 않았지만, 말이 없는 걸 보면 그도 제법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이상하지 않죠. 새벽에 갑자기 불러놓고는 이따위로 행동하다니.'

돌이켜보면 나와 선생님의 관계는 거의 그랬다. 내가 먼저 얼토당토 않은 일로 짜증을 내고 시비를 걸면, 그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기분이 풀리고 개운해져서, 나도 모르게 그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고 있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민폐라서, 이런 이기적인 여자가 있다니,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한없이 이기적이며 예의도 모르는, 한심한 아마우 아코. 괜시리 주머니 안의 주먹을 쥐었다 펴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을 달래려 했다.

스스로도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아코."

죄책감 속에서 번민하는 나는 선생님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그를 더욱 밀어낸다. 아니, 밀어내려 했다.

"그러니까, 선생님. 이제 돌아가셔도 된답니다. 단지 기분이 상해서 그런 거니까요."

다행히 부디 돌아가주세요. 라는 말만은, 겨우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달리 선생님은 화를 내지도, 얼굴을 찌푸리지도 않았고, 격한 감정을 표출하지도 않았다.

"미안한데. 혹시 한 마디만 해도 될까?"

그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 할 뿐이라서, 내게는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네."

짧게 대답한 내 앞에 손수건이 내밀어졌다. 흐릿한 격자무늬가 새겨진 회색 손수건에 당황한 나는 손수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눈과 눈이 마주치고, 그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학생이 내 앞에서 울고 있는데, 선생인 내가 어떻게 그냥 돌아가겠어."

그제서야 나는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나는 대꾸하지 못하고 얌전히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일단 어디 들어가 있을까? 오다가 본 24시간 카페가 있거든. 거기서 쉬면서 얘기하자."

그가 저 멀리 보이는 카페를 가리키고는 나를 보호하는 마냥 곁에서 걸었다. 그를 따라 걷는 내내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지만,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번에도 나는, 당신의 상냥함에 의존해버리고 만다.

손수건에서 기분 좋은 향이 났다.

***

다른 가게들과 달리 이 카페는 새벽에도 불을 환히 밝히고 영업 중이었다. 나는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하며 카페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이 근처를 오가며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인 데다가, 지금 시간도 늦은 새벽인 탓에 내 딴에는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커피 마실래? 어떤 거 마셔?"

"네? 어, 아메리카노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무심코 대답하기 무섭게, 선생님이 무인기로 가서 주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카운터 안쪽에 있던 헤일로가 없는 자동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 팔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차례대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제법 신기했다. 마침내 로봇이 두 잔의 커피를 다 내리자, 그가 양 손에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내게로 다가왔다. 우리는 거리가 보이는 커다란 창 옆 자리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서 마주보고 앉았다.

"감사합니다."

아메리카노의 향긋한 향을 맡고, 빨대로 커피를 빨아들이며 쓰디쓴 맛을 느낀다. 직접 타는 커피와는 맛도 향도 비교할 수 없지만, 남이 타주는 커피를 마시는 것도 제법 오랫만이라 흠을 잡으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코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니?"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 것은, 커피를 네 모금 정도 마셨을 즈음이었다.

"물론 무조건 말해야 한다는 건 아냐. 네가 정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하지만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해."

나는 잠시 눈을 깜빡거리다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앴다.

"별……일은, 아닌, 데요."

가라앉혔다는 건 착각이었다.

"죄송해요. 이런 말을 하려고 연락한 게 아닌데. 그러니까……."

선생님을 똑바로 쳐다보다가는 또다시 엉망으로 울 것 같아서, 일부러 시선을 돌렸다. 티슈함에 손을 뻗으려는 찰나, 그가 먼저 티슈 몇 장을 뽑아줬다. 나는 조금 머뭇거린 뒤에, 결국 티슈를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다행히도, 이번에는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당신은 그런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

***

"악몽을 꿨어요."

말하면서도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마냥 굴어놓고는, 이 난리를 피운 이유가 고작 악몽이라는 게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열이 올라 빨개진 얼굴을 차마 가리지도 못하고 입술만 오물거렸다. 그러나 선생님은 나를 비웃거나 놀리기는 커녕, 다른 학생을 대하는 것과 똑같이 상냥한 얼굴로 말했다.

"악몽이라……. 확실히 무섭지. 꿈이라는 걸 모르면 모르는대로 무섭고, 알아도 깨어나지 않으면 역시 무섭고. 나도 그래. 특히 일전에는 페로로가 커다란 롤케익을 강제로 먹이는 꿈을 꾸는 바람에, 일어나서 보니 침대 시트가 땀으로 푹 젖었다니까?"

어느새 열변을 토하고 있는 선생님을 보니, 왠지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마도 그는 내가 민망할까봐 저렇게 과장되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게 무슨 꿈이래요."

"주변에 페로로를 엄청 좋아하는 학생이 있어서 그런가……."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그도 억울하다는 듯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꿨던 악몽에 대해서는 굳이 묻지 않았다. 나는 그가 보여주는 배려가 고마웠다. 선생님은 항상 우리들을 그런 태도로 대했다.

"선도부장 님에 대한 악몽이었어요."

"히나 말야?"

조금 괴로웠다.

"네. 물론 히나 님이 저를 괴롭히거나 한 건 아니고요."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히나 님이 저한테 실망했으니, 두 번 다시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어요."

스스로 말하면서도 제법 민망했다. 실제로 벌어지지도 않은 일로 울고불고 하면서 추태를 보인 셈이니까. 그러나 그는 비웃기는 커녕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물론 히나 님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실 분은 아니죠. 꿈이라고 해도 말이죠."

한마디 한마디 말하는 동안 목소리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져서, 너무나도 괴로운 나머지 윗팔을 움켜쥐고는 아랫 입술을 짓이긴다.

"하지만, 저도 알고 있어요. 히나 님이 없는 선도부는 오합지졸이고, 저는 히나 님께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 말이죠."

팔이 아플 정도로 꽈악, 움켜쥐고는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마냥 자조한다.

"히나 님이 저한테 실망하고 화를 내는 건 당연한 걸요."

벌써 세 번이나 운 덕분인지, 눈가가 촉촉해지기는 해도 더 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짜증났다. 아니, 그냥 모든 것이 짜증났다. 정말 짜증나.

무거운 정적을 깬 건 선생님이었다.

"너, 아코 맞아?"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난데없는 질문에 놀란 내가 되물었지만, 그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알던 아코랑 달라서 말야."

내가 어안이 벙벙해하며 눈만 깜빡이는 동안, 그가 손에 든 종이컵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내가 아는 아코는 항상 자신만만하고, 업무를 하면서 한치의 실수도 하지 않고, 완벽한 일처리를 보여주는 학생이거든."

갑작스레 칭찬을 들은 나는 당황한 나머지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너무 직설적인 칭찬이라서, 평소처럼 태연하게 받아치지도 못했다. 정작 그는 태연하게 커피를 들이키고는 나를 지긋이 쳐다봤다.

"아코가 선도부에서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알고 있고. 직접적인 전투 이외의 행정과 업무, 거의 네가 주관하고 있는 거 아냐?

"가, 갑자기 칭찬하셔도 달라지는 건 없는데요. 그래도……네. 맞아요."

"또, 히나를 보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잖아.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과하지 않거든요?"

선생님이 쓴웃음을 지으며 한 말에, 나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런 내 표정이 보기에 제법 즐거웠는지,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대로의 우리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아코 말이 맞다는 거로 해둘게."

해둔다뇨, 하고 볼멘소리로 말한 뒤, 나는 빨대를 물고 쪼록-하고 기운차게 커피를 빨아들였다.

"아무튼, 아코는 항상 열심히 하고 있고, 그리고 잘하고 있으니까. 내 생각은 그래. 히나도 내 말에 동의할 걸? 이오리나 치나츠 같은 다른 선도부 부원들도 비슷할테고. 그러니까 그런 악몽 따위로 괴로워할 필요는 없어. 알겠지. 아코?"

카페 안에는 아름다운 석양도 눈부신 태양도 없고, 그저 인공적인 조명만이 있었다. 그러나 조명 아래서 웃고 있는 선생님이, 내게는 세상 어떤 것보다도 더욱 빛나 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왜 그런 꿈을 꿨는지, 그리고 히나 님에게 품었던 죄책감이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소라사키 히나는 선생님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녀를 사모하는 아마우 아코는, 어느새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부리던 짜증도, 어이없을 정도로 고집도, 사랑에서 비롯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만 것이다. 완벽해야 할 선임행정관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네. 선생님."

입 안에 머금은 커피는, 역시나 쓴 맛이 났다.

***

다시 발을 들인 거리는 여전히 춥고 어두웠다. 그러나 여명이 서서히 세상을 밝히고 있었다. 우리는 아침이 오기 전에 돌아가기로 했다.

"정말 괜찮겠어?"

선생님의 걱정 어린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선생님 덕분에 괜찮아지기도 했고, 이미 폐를 많이 끼쳤으니까요."

"피곤하겠다. 빨리 돌아가서 쉬렴."

샬레의 업무로 누구보다도 피곤할텐데, 그는 오히려 내 걱정을 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짜증이 났지만, 짜증이 향하는 대상은 선생님이 아닌 나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멋대로 밝혀서는 안된다. 히나 님의 마음은 히나 님 본인이 밝혀야 하니까. 하지만 내 마음을 밝히는 건 어떻지? 히나 님이 선생님을 사랑하는 걸 알면서도, 내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어도 되는 걸까?

해답은 없었다. 당신에게 품은 마음이 학생 시절의 치기 어린 사랑이 될지, 아니면 끝끝내 가슴 깊이 묻어둘 기억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늘은 당신에게 말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의 나는 그저 손을 흔드는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다음 만남을 바랄 뿐이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선생님."

나는 멀어지는 택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마침내 택시가 보이지 않게 될 즈음에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제 억지에 어울려주셨죠. 혹시 조금만 더……제 억지에 어울려주실 수 있나요?"

이 마음이 맞이할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1인칭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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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4.13창작

[소설] 「실망이야. 아코. 내 앞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마」

#아마우 아코#소설
좋아요 0댓글 67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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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DC
붕붕차차작가
게시물 2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3.04.13 09:40
조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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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7

나
ㅇDC
ㅇㅇ1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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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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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123.04.13

순애 아코 이건 귀하거든요... 1인칭이라고 해도 기본 필력은 있어서 그런지 확실히 읽은맛은 있음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4.13
디시콘
ㅇDC
ㅇㅇ223.04.13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4.13
ㅇDC
ㅇㅇ323.04.13

달달하구만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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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23.04.13

다음편 어디있어!!!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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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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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3.04.13

분명 이거 일등으로 달았는데..

붕DC
붕붕차차작성자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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