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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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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XX월 XX+80일 19:20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엘리베이터 안

'결국 또 이런 식이네요.'

'제 경솔함이 또 다른 업보를 만들어내다니.'

'왜 항상 제가 나서면 늘...'

에덴조약 이후 그녀의 생각은 온통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에덴조약 체결 이전부터 있어왔던 그녀의 판단은 하나 같이 모두 엇나간 결과를 만들어왔다.

자신의 친구라 여기는 사람까지도 의심하여 퇴교 조치에 필요한 명분을 쌓아나갔으나 정작 그녀의 오랜 친구가 배신의 수괴였다는 사실은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게헨나와의 관계성만을 생각하고 나이브하게 준비했던 에덴조약에서 그녀는 아리우스의 존재를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총학생회장 대행의 긴급 소집 당시에는 비록 그것이 합당한 이의제기일지언정 키보토스 전체를 최악의 결말로 끌고 갈 뻔했다.

트리니티의 방어에 전념했다고는 하지만, 선생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하나코에 비하면 자신의 행동은 그저 새 발의 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믿음이 부족했다는 일차원적인 문제보다도, 그녀는 늘 고민해왔다.

그 누구보다도 상황을 길게, 멀리 바라본다고 자부하던 그녀의 판단이 사실 누구보다도 근시안적이고 형편없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선생님께서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 것조차도...'

그렇기에 그녀는 노력했다. 더는 실수하지 않겠노라고. 본인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완전히 망가져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든 다시 복구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럴 수 있다면 지금까지 그녀가 무엇보다 어려워했던 선생과의 관계 역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오늘, 그녀는 또 한 번 실수를 저질렀다.

[1층입니다.]

문이 열리자, 갈 곳 잃은 그녀의 눈이 향한 곳은 '후문'을 알리는 이정표였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조금이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낫겠어요.'

"앗...?!"

그러나 엘리베이터 밖으로 내딛은 첫 발자국은 그녀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 풀썩

"으으윽....."

일순간 오른쪽 발목을 파고든 통증은 순간 나기사의 중심을 흔들어놓았고, 이내 나기사는 엘리베이터 문 바로 앞에서 주저앉아버렸다.

"ㄱ, 괜찮으세요??"

나기사의 앞을 지나려던 간호사가 황급히 달려와 상태를 묻는다.

"......네. 괜찮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시겠어요?"

일단 지금 상황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나기사. 어떠한 감정을 표출하든 일단은 다른 이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해야만 할 행동이었다.

"으읏......윽...."

"혹시 평소에 발목이 좋지 않거나 하신건가요? 아니면 갑자기..."

"... 이랬던 적은 없던 것 같은데.... 그냥 무리해서일거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혹시 몸이 불편하시면 진료를 접수해드려도 될까요? 오늘 당직 선생님 중에 정형외과 분이 계신 걸로 아는데."

간호사의 말에 그녀를 쳐다보자, 나기사는 이것이 의례 상 하는 말이 아닌 진정 걱정에서 우러나오는 말임을 어렵지 않게 파악한다.

'세리나 씨의 얼굴이 겹쳐보이는건 왜일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직 체계로 전환된 뒤 첫 진료라는 운이 따라주어 10여 분만에 진료와 처치까지 끝났다.

발목 쪽 인대가 살짝 놀랐다는, 순간적인 고통의 강도에 비하면 김빠지는 진단이었다.

다만 이대로 무리한다면 발목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에, 임시방편으로 부목을 대어놨고, 하이힐 역시 당분간은 금지당할 전망이었다.

좀처럼 몸을 움직일 일이 없기도 했고, 몸을 쓰는 것에는 소질이 없던 나기사인지라, 하루종일 두 발로 이곳저곳을 쏘다닌 여파가 발목으로 돌아온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타피타의 호스트 님...?"

"...아."

진료실을 나온 그의 눈 앞에는 자신을 여기로 데려다 준 조력자가 서 있었다.

"FOX 소대 소대장 시치도 유키노입니다. 경황이 없어 이제야 인사를 드립니다."

"아... 네. 이름이 유키노 씨였군요. 괜찮아요 저 역시도 경황이 없던 것은 매한가지였으니... 티파티의 호스트 대행, 키리후지 나기사입니다."

"...저희는 선생님으로부터 별도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잘 만나뵙고 오셨습니까."

"아..... 그것이...."

나기사의 말끝에는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녀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평온하던 선생의 일과를 깨부쉈다는 죄책감의 발로였던 것일까.

".......아직 만나지 못하신 것 같군요. 물론 저희도 아직 별도의 지시가 내려오지 않아 대기중입니다만.... 고생이 많으십니다."

"...별 말씀을요. 고생이 많아요. 쉬어야 할 저녁에."

"SRT에 있을 때에는 무박 3일 작전도 뛰어본 적이 있습니다. 큰 부담은 아닙니다."

".....그렇군요."

'확실히, 말투와 행동에서 정예라는 느낌은 드는군요. 이분들이 반란에 가담할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는지...'

"....음. 아무래도 제가 말씀의 저의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나기사의 속마음은 꿈에도 몰랐던 유키노에게 있어 그녀의 침묵은 유키노 자신으로 하여금 '오답을 말했다'라고 생각하기에 알맞은 정도였다.

"아? 아.... 아니에요. 그저 처음에 해주신 대답에 대해서,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인걸요."

"그렇습니까..."

나기사의 입장에서 이는 '극찬'에 해당하는 말이었지만, 이를 들은 유키노 역시 생각에 빠진다.

'....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표정이군요."

"..... 부정은 않겠습니다."

"잠시 걸을까요?"

"저야 좋습니다만.... 지금 다리가 편찮으신 것 같은데, 괜찮으십니까?"

"아...."

자신의 다리로 향하는 유키노의 시선을 알아챈 나기사는 그제서야 자신의 발에 감겨있던 부목과 붕대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마치 원래 한 몸인 것처럼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감아준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해야 할 지, 아직도 평정심을 찾지 못한 자신을 힐난해야 할 지 고민만 커져간다.

"후문으로 나가면 벤치가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괜찮으시다면 그쪽으로 가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혹시 좋아하시는 음료가 특별히 있으신가요? 친절에 대한 답례입니다."

"커피면 족합니다."

"제 취향이 맞길 바라야겠네요."

~~~

20XX년 XX월 XX+80일 19:21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옥상

"가보는 것이 좋아 선생님."

"..........."

나기사는 어째서 자신을 피했을까를 고민하던 선생이었지만, 지금 그에게 그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나기사가 지금 분명 하려 했던 말이 있었고, 그것이 일련의 문제로 인하여 잠시 어그러졌다는 것.

그리고

'하필 이럴 때...'

긴장이 풀리며 애써 참아왔던 생각의 격류는 이내 선생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향한다.

확실히, 이번에 한해서는 선생은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신속히 지원을 요청했으며, 가능한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로 향했다. 적어도 오늘 선생의 행동에 대해서는 베아트리체가 살아있다 한들 절대 태클을 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렇기에 심연으로 향하는 선생의 감정은 무엇으로 촉발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머릿 속에 다시금 노이즈가 끼기 시작한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선생님. 안색이 좋지 않아보여. 일단 내ㄹㅡ"

"시로코 잠시만.... 잠시만...."

"...... 응."

부정적인 발상이 그의 뇌를 강타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아이들을 구할 수 없는 미래가

더 이상 아이들이 죽고 다치지 않길 바랐으나 종국에는 자신만이 살아나는 가능성이

죽어가는 그의 앞에 나타난 검은 양복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젓는 모습이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말미암아 생긴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기혐오가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이내

- 털썩

"선생님!"

시로코가 간신히 왼 어깨를 잡아 힘없이 쓰러지려는 선생을 부축한다. 천천히, 선생을 헬리포트 옆 구조물에 앉히고 자신도 그 옆에 앉는다.

비스듬히 기대 앉은 선생과 그의 왼팔을 굳게 잡고 있는 시로코.

"......미안 시로코..."

"미안하면 지금 선생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당장 말해."

"그... 그건..."

"선생님."

"............"

"지금 내가 보기에 선생님은 심각해. 그 표정, 그 안색. 어디서 본 느낌이야. 말하지 않고서는 못 나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말해줘. 당장."

'이건.... 못 빠져나가려나... 하필 이런 쪽으로 베테랑한테 걸려버렸으니...'

고개를 돌려 시로코를 쳐다보자 방금 전의 생각은 이미 정답 도장이 쾅 찍히고도 남을 수준의 명제였음을 알게 된다.

특히나 소중한 사람을 모두 잃은 다른 세계의 시로코였으니 더더욱.

"......우울장애라고.... 알고 있니...?"

천천히 선생은 자신이 언제부턴가 겪는 마음의 병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껏 선생이 겪어온 80일 간의 투병기를 읊고 나서야 시로코는 선생을 잡은 손의 힘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그녀가 손의 힘을 풀었던 것이 안도감에서 비롯한 것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

"..... 이래서 말 안하려고 했던건데. 특히 시로코에게는."

"말 안하고 나중에 알았으면 더 크게 화내고 펑펑 울었을거야. 응."

"이래도 혼나고 저래도 혼나는 결말이었네."

"...... 들어본 적 있어. 우울증인거잖아. 꾸준히 약 먹어야 해. 빼먹지 말고."

"네 어머니."

어머니 호칭에 별안간 시로코는 입을 삐죽 내민다. 장담컨대 [어머니=선생보다 연상=늙어보임] 이라는 사고를 거쳐 나온 표정임을 직감하는 선생.

"표정 풀어. 약 먹으면 괜찮아."

"방금 전의 행동을 보고도 믿는 사람은 없을거야."

".... 그건 또 그런가."

"....... 방금 전의 일은 적어도 선생님 탓이 아니야. 응, 알고 있지?"

".... 나기사."

"가서 찾아봐. 기억하기로 내가 있던 세계에서 저 아이는 선생님이 안 좋은 일에 휘말렸을 때 몇날 며칠이고 와서 간호하다가 쓰러질 뻔했어."

".... 거짓말. 나기사가 그럴 리 없어."

"병문안으로 집까지 찾아왔다면 믿을거야?"

"거주 구역까지...? 네가 있던 세계에서 대체 샬레는 어떤 곳이었니..."

"응. 사랑방."

그녀의 말에 피식 웃는 선생을 보고 그제서야 안심이 된 듯 찡그린 미간을 푸는 시로코였다.

"아까 그 아이. 역시 찾으러 갈거지?"

".... 그래야겠지. 병문안의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응, 슬퍼. 마지막까지 함께한 사람은 나야."

이런 반응을 보면 역시 영락없는 시로코라고 생각하는 선생이었다. 대답 대신 천천히 손을 들어 시로코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제서야 기분이 좋아졌는지 늑대 귀가 살포시 내려앉는다.

"..... 힘들면 내게 기대 선생님. 키보토스에서의 생활은 내가 제일 오래 했어. 응."

"맨날 떠돌아다니면서 그런 말 해도 되는거야?"

"응, 그럼 정착할게. 샬레 거주 구역은 이제 내 꺼. 비밀번호도 알고 있으니 포기해."

"나 이제 조금 무서워지려고 하는데. 대체 그 쪽의 나는 무슨 삶을 살아온거야..."

"알면 더 아프면 안 돼. 약 잘 챙겨먹어야 해.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줘."

"그럼... 연락 잘 할테니 그 전에 핸드폰부터 만들자. 알았지?"

"..... 응. 좋아. 선생님과의 데이트."

~~~

20XX년 XX월 XX+80일 19:28

선생 치료 시작 80일째, 키보토스 연방 권역 의료 센터 후문 공원 벤치

"여기, 커피에요."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나기사가 음료를 가지고 온다. 양 손에 카푸치노와 얼그레이 티를 들고 와 유키노 옆에 앉는다.

이내 정면을 향한 둘의 시선은 앞의 꽃밭으로 고정된다.

"꽃이 예쁘네요."

"네. 정말 그렇습니다."

"트리니티에서도 이런 정원은 많지만, 여기는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는 것도 같네요."

"그렇습니까."

"......... 그래서 그 사연은 어떤 것인지요, 유키노 씨?"

"바로 본론입니까?"

"선생님께서 믿으시는 분들이니, 어려운 정치적 수사는 필요없을 것 같아서요."

'선생님께서 믿는다라.....'

잠시 복잡한 듯한 표정을 짓던 유키노가 서서히 입을 연다.

"....나기사 씨는 알고 계실겁니다. 저희가 시라누이 카야 전 방위실장의 쿠데타에 동참하고, 계획을 실행하는데 앞장선 자들이라는 것을요."

"네. 그야 물론."

"... 별로 의아하게 생각하시지 않으십니까?"

"아까 했던 말로 답변을 갈음해도 될 것 같네요."

선생이 믿는 자. 나기사의 앞선 대답을 생각해낸 유키노의 표정은 한층 더 복잡해진다.

"........ 저희를.... FOX 소대를 믿으십니까?"

"물론, 샬레의 이번 결정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존재한다는 것은 저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샬레가 권한을 활용하여 안건을 관철시킨 것은 키보토스의 사람들이 보기에 전례가 없던 것이었다.

물론 아비도스의 문제를 해결할 때 자신의 고문 교사라는 직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선생이었지만, 학교를 초월하는, 전 키보토스를 상대로 그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것이 공식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샬레의 급진적인 행보에 현 상황의 심각성을 그 당위로 주장하며 찬동하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샬레의 활동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하면서도 그 대상이 강력범죄자 혹은 수배자들이라는 점에 의문을 표하는 입장,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선례가 남는다면 향후 각 자치구의 권한을 샬레가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었다.

"..... 그것이 고민입니다."

"..... 그렇군요.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 저희를, 악질 테러범인 저희를 굳이 샬레가 끌고 갈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 쪽이었군요."

"물론 선생님의 사면에 응한 것은 저희이고 그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저희가 선택한 일이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고 해도 무어라 반발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그 이상에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 것 역시 저희들입니다. 그러나.... 그 댓가로 선생님께서 너무나도 많은 댓가를 치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사면 초기만 해도 샬레의 행보에 의문을 표하는 보도는 끊임없이 재생산되었다. 외부와 완벽히 격리된 생활을 하지 않는 한 SRT와 아리우스는 좋든 싫든 그런 시각에 정면으로 노출되어 있던 것.

"만일 다가올 위협에 맞설 전력으로 특수전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SRT의 후배들이 있습니다. 이미 저희와 겨루어 승리한 적이 있는 저력이 있는 소대입니다. 그리고 아리우스 스쿼드는 지난 색채의 침공 당시 공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래 트리니티에서 떨어져 나온 분교라는 점에서 합류의 당위성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리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계시다니, 총학생회장님은 꽤 무서운 분이셨군요."

"이번에 결성된 직속 부대끼리 부대끼다보니 자연스레 알게 되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유키노는 말을 이어나간다.

"이상을 믿기로 한 이상 그것을 견뎌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그것을 짊어지는 것이 저희가 아닌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저희에 대한 힐난도 결국 궁극적으로는 '그런 이들을 사면한 샬레'로 향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바로 그 점이 제가 두려운 것이고, 또한 걱정하는 바입니다."

"..... 사실 FOX 소대의 사면에 있어 트리니티 역시 의문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습니까."

고민 끝에 운을 띄운 나기사의 말에 유키노는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총학생회의 임원들이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는 데에 FOX 소대의 공작이 있었다는 소문도 소문이지만, 기본적으로 선생님과 대립하던 여러분이었기에 의심했고, 또 의문을 가졌던거죠."

".........."

"하지만 그런 적대감에 대해서는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미 유키노 씨도 선생님을 좋아하고 계신 것 같다는 뜻입니다."

순간 유키노는 사레가 들릴 뻔했다. 선생을 좋아한다니 대관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근데 어째서....'

"어머, 사실이었나요? 물론 키보토스에서 선생님을 싫어하는 학생은 없을테니 자연스럽게 말씀을 드리려 한 것입니다만... 이 이야기는 저만 알고 있겠습니다."

"...... 심리전에 보기 좋게 말려들었군요."

"후훗, 그런 뜻이 아니에요. 어느새 자신들보다도 선생님의 안위를 걱정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어느새 여러분께도 선생님이 스며든 것은 아닐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며들었다라..."

"티파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어요? 본래 저희는 호스트가 학교 운영의 각종 의제를 주관하지만, 기본적으로 세 분파의 세 대표가 대화와, 합의를 거쳐가며 최종적인 결론을 마련해나갑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다른 두 명이 제게 스며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티파티에는 저를 제외하고도 기분파 왈가닥 소녀 하나와, 은유를 즐겨쓰는 과묵한 친구가 있거든요."

"세 명의 성향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렇죠? 근데 어느 순간 기분파 소녀의 에너지가 제게 옮겨붙기라도 하는지 가끔 일처리를 할 때 내키는 대로 서명을 하고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다음 순간 정신을 차리고 꼼꼼히 검토하지만요. 가끔은 보좌진들에게 말을 건낼 때 너무나도 어려운 비유를 곁들이다보니 바라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도 있답니다."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나기사의 말이 계속된다.

"처음엔 그저 저 혼자 휘둘리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가끔 저처럼 행동하는 두 사람을 볼 때면 이런 일들까지도 그 시간과 추억이 의미없진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또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그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따라하는 나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 그렇습니까."

"물론 저희보다 선생님과 여러분이 함께 한 시간이 길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유키노 씨는 선생님을 이미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위태로울지라도 학생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자신들에게 닥칠 비난보다 선생이 짊어질 책임을 걱정하는 여러분과 퍽 닮아있습니다. 어쩌면 그러면서 선생님을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해.... 한다라....."

커피에서 내뿜는 따스한 열기를 느끼던 유키노의 표정은 여전히 복잡했으나, 아마 그녀도 모르겠지만 그녀는 약간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은 커피에,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니, 저도 그 보답으로 나기사 씨의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아.... 제 이야기요...."

방금 전까지의 총기 넘치던 말투가 일순간 사그라들고 어딘가 모르게 침울한 목소리가 공간을 메운다. 나기사의 시선은 그녀의 발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누군가 발목을 돌리기라도 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SRT는 흑색작전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후훗.... 그런가요?"

"재미....있으셨길 바랍니다. 저도 조금은 부드러운 면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하고는 있는데, 쉽지만은 않아서..."

"충분히 재밌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솔직히, 저는 SRT 여러분이 부러웠으니까요."

"교정국의 식사는 썩 맛좋은 편이 아닙니다만..."

"유키노 씨한테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자리에 대신 앉히겠어요."

확실히, 나기사의 입장에서 유키노는 꽤 유머러스했다.

"아무튼.... 여러분이 부러운 이유는 크지 않아요. 그저....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동안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그 점이 부러웠을 뿐이에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유키노, 그러나 다음 나기사의 한 마디는 그녀로 하여금 의문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저는 아직도, 제 멋대로 행동하다 선생님을 실망시킬 뿐이니까요."

~~~

FOX의 세탁기가 돌아갑니다. 카야도 세탁을 돌리긴 해야 하는데 이대로 개그캐릭터로 굳혀버릴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악역 치고는 너무 허술하다보니 세탁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능 혹은 선생에게 덤비는 개그캐로 설정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기도 하고요. 그래도 SRT에 대한 나름의 애정이 있기에 FOX는 최대한 스토리에서의 모습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면을 극대화할 수 있게끔 세탁을 해보겠습니다.

대학원생에게 가장 큰 고비는 학위논문 심사입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그 프로토콜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아마 12월부터는 매우x100 바빠질 공산이 큽니다. 솔직히 주2회 연재가 가능할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 역시 존재합니다. 일단 잠을 줄여야겠습니다. 센남은 3일 철야는 기본으로 하는데 저라고 못하겠습니까. 건강보단 연재죠. 당연히.

다음 화는 일단 주말에 올라올 예정인데, 아마 일요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번 주부터 본 궤도에 오르는 졸업과정으로 인해 조금씩 일정이 뒤로 밀리는 양상인지라... 일단 마감을 맞춰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어느새 수요일을 향해가네요. 이번 주의 반환점을 향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시고, 즐거운 주말을 맞이하는 여러분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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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11.26창작

소설)약피폐) 선생님이 우울장애를 진단받는 이야기(67)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28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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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DC
슈퍼물라매작가
게시물 7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11.26 23:39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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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8

나
ㅇDC
ㅇㅇ124.11.26

왔다 내 마약 내 이상향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26

센남의 삶이 이상향은 아니...죠?

ㅇDC
ㅇㅇ124.11.26
디시콘
ㅇDC
ㅇㅇ224.11.26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26
디시콘
ㅇDC
ㅇㅇ324.11.26
디시콘
ㅇDC
ㅇㅇ324.11.26

소설은 항상 개추야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26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26

감사합니다!

ㅇDC
ㅇㅇ424.11.26

오늘도 잘 봤고요 의심암귀와 여우귀의 조합은 신선하네요 나기나기 유키유키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26

원래 나기사 질질 짜는 전개로 가려다가 그럼 의심암귀에서 찔찔암귀 될 것 같아서 잘랐어요 근데 이러다 또 생각 바뀌어서 다음 화에서 오열할지도 모릅니다

ㅇDC
ㅇㅇ424.11.26

개인적으로 나기사는 질질 짜는 것보단 자기도 모르게 눈물 탄 홍차 마시고 있는 전개가 어울릴듯

슈DC
슈퍼물라매작성자24.11.27
디시콘
ㅇ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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