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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결혼하셨었어요?"
하야세 유우카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아주 사소한 떨림과 함께 질문을 건넨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선생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즐거울 뿐인, 그런 평범한 하루였다.
아마 우시오 노아였다면 딱히 무언가를 기록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그저 평소처럼 당번 업무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저 남는 시간에 그의 서랍을 정리해주려던 것 뿐인데.
그저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구석진 서랍을, 순간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열어봤을 뿐인데.
왜. 그런 일은 잦지 않은가.
너무나도 허물없어진 사이에 실수로 남의 물건을 쓴다던가, 집에 놀러가서 신발을 정리하지 않는다던가, 장난을 너무 심하게 쳤다던가, 조금 수위를 넘은 욕설을 썼다던가.
그런 단순한 실수였다. 잘못은 잘못이지만, 살아가면서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실수.
그런 실수였을 뿐이다.
선생과 이름모를 젊은 여자가 해맑게 웃고 있는, 그런 제법 헤지고 낡은 사진을 발견했을 뿐인.
"......언제, 본 거야?"
......그러니까, 그런 곤혹스러운 얼굴을 할 것 까지는 없지 않은가.
"죄, 죄송해요. 그게, 그......고의는...아니었, 는데......"
하야세 유우카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연모하고 있는 이에게서 받기엔 너무나도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순식간에 구석진 벼랑으로 밀어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선생은, 명백히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들키고 싶지 않았던 약점을 들켜버린 것처럼,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것처럼,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던 기억을 끄집어내어진 것처럼.
그게 아니었다면, 그가 그의 학생에게 그런 복잡한 당혹감이 섞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을 테니까.
"......"
선생은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복잡한 감정이 뒤죽박죽 엉켜버린,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 듯한 초점없는 눈동자로, 그저 자신의 앞에 놓여진 모니터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유우카는 그것이 미칠 것만 같았다.
사실, 구태여 따지자면 평범한 대화인데.
그저 학생이 선생에게 던질 수 있는 시덥잖은 질문이지 않은가.
'결혼하셨었냐' 는 질문은,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 선생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는지, 아니면 무언가의 버튼을 누르기라도 했는지, 그의 표정에서 따뜻함을 깨끗하게 지워내버렸다.
......어째서?
이런 건, 계산해 본 적이 없어.
고작 그 질문에 저런 끔찍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어른을 화나게 만든다는 것도, 다름아닌 선생님이 저렇게 차가운 침묵을 지킨다는 것도.
이런 상황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어.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선생이 천천히 제 몸을 숙여, 책상 구석진 곳에 숨겨진 서랍을 열어보았다.
...안의 사진을 빼앗긴 서랍은 아무 말도 없었다.
"......가져갔구나, 그 사진."
선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랍이 닫히는 그 소리마저도, 듣기 무서울 정도로 늘어지는, 끔찍한 느낌이었다.
"죄, 죄, 죄송해요. 그렇게 예민하게-"
"-죽었어, 우리 와이프는."
그 소리 뒤에 들려 온 대답은, 그 이상으로 끔찍했다.
"......어, 네......? 무슨-"
"-죽었어. 여기 오기 전에."
잘못 들었을까.
기분나쁜 장난일까.
고대어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뭔가 코유키나 좋아할 법한 암호는 아닐까.
끊임없이 제 귀를 의심하며, 선생의 말을 해석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수식의 답이 도출되지 않는다.
......죽었다, 니.
얼빠진 목소리 하나조차 나오지 않았다.
유우카는 그저 멍한 얼굴로, 입만 헤- 벌린 채, 멍하니 선생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선생은, 여전히 멍하니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키보토스로 오기 전에 죽었어, 우리 와이프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선생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침내 선생이 유우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의 눈동자는 유우카가 처음 마주치는, 소름끼칠 정도의 어두움에 잠겨 있었다.
"임신 7주 차에."
발 끝에서 다리를 거쳐 온 몸으로. 온 몸에서 어깨, 머리 끝으로.
선생의 말 한 마디에, 기분나쁜 소름이 참을 수 없는 오싹함을 타고 올라간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보지만, 온몸에 퍼지는 미세한 떨림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사진, 돌려주겠니?"
하야세 유우카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 한 채, 덜덜 떨리는 오른손을 제 자켓 주머니로 넣는다.
들어오던 선생에 화들짝 놀라 급하게 집어넣었던 그 사진은, 놀랍도록 뜨겁고 무거운 것처럼, 금방이라도 바스라져버릴 것처럼 느껴졌기에, 손을 대는 것조차도 무섭게 느껴진다.
자켓의 안감에 스치는 것조차도 무서운 그 사진을, 하야세 유우카는 마침내 꺼내어들 수 있었고, 행여나 사진과 눈이 마주치고 말까봐, 애써 시선을 돌리며 그에게 내밀었다.
그녀의 오른손에서 그 사진의 감촉이 천천히 빠져나갔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맙구나."
나지막히 내뱉어졌을 그 말이 유우카의 귓가에 박힌다.
고막을 찢어버리는 것처럼, 칼로 귀를 쑤셔대는 것처럼, 총탄이 귓가를 마구 헤집어놓는 것처럼, 그의 말은 너무나도 쓰라리고 아팠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버린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정말, 정말 죄송해요......"
귓가의 아픔에서 도망치겠다는 듯, 하야세 유우카는 낮은 목소리로 그저 사죄한다.
분명 많은 말이 있을텐데, 그런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상황에 더욱 걸맞는 말이 분명 있을 텐데, 그녀는 그런 볼품없고 책임감없는 말만을 되뇌인다.
"죄송해요......저는, 저는, 그런 일인 줄도-"
"-내게는, 소중한 거야."
소름끼칠 정도의 냉정한 목소리의 선생도, 아마 자신이 무슨 말을 꺼내는 지도 모를 것이다.
"무면허로 도난 차량을 몰던 불량 청소년들의 차에 치였어. 학교조차 가지 않고 엇나가던, 그런 아이들의 손에 죽었어. 내가 있던 곳에선 학생들이 운전하는 게 불법이었거든."
도망치고 싶다.
선생과의 시간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몰랐다.
"-그게, 내가 여기서 학생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야. 여기서는 그런 학생들이 나오지 않도록, 어른이고 선생인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죄송합니다....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어째서, 사과하고 있었지?
미친듯이 사죄의 말만 읊조리는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유우카는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무거운 분위기에, 더 무거운 그의 말에, 혼란스러운 머리에, 끔찍한 공기에. 그 모든 것들이 하야세 유우카를 잡아먹고 있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는 이유도, 그러한 모든 것들이 막연하게 '무서워졌기 때문' 이리라.
"...괜찮아. 그렇게 사과할 일은 아니야."
거짓말.
거짓말이야.
그런 목소리로 그따위 말을 한다고, 괜찮은 일이 될 리가 없잖아.
"그저, 나한테 있어선 너무 예민한 일이라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잔뜩 날카로워지는 일이라서......그래서 너희한테 일부러 말하지 않고 있었어."
선생이 유우카의 머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쓰다듬는다.
평소였으면 단박에 기분이 좋아져버렸을 그 스킨십이, 오늘따라 너무나도 껄끄럽고, 부담스럽고, 그 이상으로 무서웠다.
유우카의 머리를 쓰다듬던 선생이 다시 몸을 돌린다.
그는 무미건조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책상을 향했고, 원래 있었을 그 서랍을 열어 사진을 내려두었다.
두 번 다시는 침해받기 싫다고.
제발 또 한 번 그녀를 앗아가지 말라고.
이젠 정말 하나밖에 남지 않은 추억을 뺏어가지 말라고.
하야세 유우카는 선생의 뒷모습에서, 그러한 처음 보는 절규를 맛보고 있었다.
그가 외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그러한 말이, 어째서인지 그녀의 귓가를 맴도는 것만 같아서,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꿀꺽' 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최대한 모든 숨소리를 죽여가면서.
"......지울 수 없는 기억이 꺼내어지는 것 같아서. 잊는다면 편해지겠지만, 잊을 수는 없는 기억이니까."
서랍을 닫은 선생이, 다시 천천히 의자에 앉는다.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고, 이젠 납골당에도 찾아갈 수가 없으니까......매일 혼자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어."
여긴 키보토스니까.
청춘의 반짝임으로 빛나는 이 곳에는, 두고 온 끔찍하고 그리운 기억이 펼쳐질 자리는 없으니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서져버릴 것 같은 그 예민한 기억을, 구태여 학생들에게 나눠 줄 필요는 없으니까.
청춘을 즐기는 아이들에게서, 배우자를 뺏어 간 그 아이들이 비쳐보일까 봐.
그것이 그가, 그 사진을 필사적으로 감추는, 그러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유였다.
자신마저 그 기억을 잊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유우카. 이건 잊어주렴."
의자에 앉은 선생이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방금까지의 끔찍한 공허가 아닌, 여느 때와 같은 생동감 넘치는 얼굴이었다.
마치 방금까지의 그 모든 것들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이었다고 속삭이는 것처럼, 그 어른은 어둠이란 1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맑았다.
...선생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유우카에게, 마침내 한 가지의 무거운 의도를 밝힌다.
"...아이들을, 그저 이끌어주어야만 하는 아이들로만 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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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제한
2편
댓글 15

아 아까 글자수였군요
와 매운데 맛있다
으흐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