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S #순애 #오토기
원본 by h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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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켜버렸네, 오토기.”
선생은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샬레의 골목길 안쪽.
문득 길고양이를 뒤쫓아 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맞닥뜨릴 일도 없었을 터였다.
뉘엿뉘엿 저무는 노을빛과 맞물려 그는 세상의 모든 인과로부터 숨어들듯 그곳에 있었다.
“이런 흡연소도…최근에는 제법 많이 사라졌어.”
-입지가 좁아졌다고 말해버리면 조금 오만한 걸까.
‘선생’으로서는 기뻐할 일이지만, 이라고 덧붙이면서 남자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오토기는 알지 못했다.
그가 담배를 태운다는 것도,
이런 골목에 흡연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도.
하루의 종막을 고하는 저녁 19시 무렵─그가 언제나 모습을 감추던 행선지가 바로 여기였다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
“…저기, 선생님은 ‘그런 식의’ 미소도 지을 줄 아는구나?”
“그건…무슨 뜻이니?”
조금 멋쩍은 듯, 친척 아이라도 어르듯.
담배 연기를 천천히 뿜어내며 웃는 선생의 표정은 결코 학생에게는 보여주지 않던 것.
고작 열 걸음 남짓,
그을음이 묻어난 유리문 너머로 마주해 버린 그는 소녀가 모르는 세계에 서 있었다.
재떨이는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어떤 메이커의 담배를 태우고 있는 걸까.
오토기의 발걸음을 앞으로 이끈 것은 찰나의 호기심이었다.
“오토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편이 좋아, 교복에 냄새가 밸 테니까─”
“─그래도 괜찮아. 모처럼 만났잖아?”
시대착오적인 낡은 수동문을 밀어 열고, 오토기는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만약 다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들어서지 않았을 공간.
하지만 이 외딴 장소에는 두 사람뿐이었다.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다.
모르는 그에게 가까이 가고 싶었다.
묘하게 요동치는 가슴의 고동을 어찌하지 못하며 소녀는 남자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는데.
“더 안 태워? 에이, 아깝잖아!”
“…그럴 수는 없단다.
부류연은 유해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으니까.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지그시, 가만히.
연둣빛 눈동자와 시선이 얽힌 순간, 남자는 손끝으로 불씨를 껐다.
주머니 틈새로 살짝 고개를 내민 것은 황록색 작은 상자.
‘이건 천연 성분이라 나름 건강에 나쁘지 않단다’ 하고 남자는 나직하게 중얼거렸지만, 소녀는 ‘뭐야 그게’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역시 딱히 이 상황을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고, 진짜로 곤란했다면 진작 자리를 떴을 것이다.
“거참, 께름칙한 장면을 걸렸구나. 오토기, 오늘 일은─”
“─알고 있어, 비밀이잖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게, 당연히 소대 동료들에게도.”
비밀, 비밀.
그런 말을 입에 담는 순간 볼이 풀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멋지다─안타깝게도 소녀에게 그런 사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스스로 건강을 파탄 내는 걸까.
세간의 인식처럼 품고 있는 이미지는 딱 그 정도.
하지만─그래, ‘비밀’인 것이다.
자신만이 알고 있다.
그 달콤한 울림이야말로 이날 저녁을 조금 특별하게 만들고 있어서.
“그치만 딱히 이게 그렇게까지 나쁜 짓은 아니지 않아?”
“…그런가?”
기묘한 템포로 흘러가는 둘만의 침묵 속에서 오토기는 문득 중얼거렸다.
처음 눈이 마주친 순간부터 그는 줄곧 엉거주춤한 태도였다.
여기는 정해진 흡연소고, 자신이 멋대로 나타났을 뿐이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터.
길빵을 하거나 다른 학생들에게 나쁜 본보기가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소녀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그는 다시 한번…난처한 듯 다정하게 미소 지어 보였다.
“…아니, 역시 나쁜 짓이란다.
담배는 해롭다고, 언제나 건강한 신체를 유지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으니까.”
“으음. 정론이긴 한데, 뭐랄까 말이지?”
오토기는 가만히 사유에 잠겼다.
낮과 밤에 보여주는 가면이 다르고, 혼자일 때와 혼자가 아닐 때의 텐션이 다르다.
그것은 과연…나쁜 일인 걸까.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바로 그런 타입이었기 때문에.
불 꺼진 흡연실 안,
신장 차이가 나는 시선이 교차한다.
“위선은 아니라고 상각해. 신념과 행동이 다르더라도…아마, 양쪽 다 ‘자신’일 테니까.”
낮의 오토기는 더없이 천연덕스러운 인싸다.
곤란해하는 행인을 목격하면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재미있어 보이는 해프닝이 발생하면 고개를 들이민다.
누구에게도 약점은 보이지 않은 채 언제나 쾌활하게 웃을 뿐.
밤의 장막이 내리기 시작하면 일변한다.
낮에 저질렀던 사소한 과오들이 끝없이 리플레이되고, 고독이 무서워진다.
…이 뒷골목까지, 제 발로 찾아와 버릴 정도로.
“어느 쪽이든 진짜 ‘나’야. 동전의 앞뒷면 같은 거라고,
딱히 타인을 기만하는 건 아니잖아.”
인간과 ‘페르소나’는 다른 법이니까.
말하는 오토기 자신도 모순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낮—학생들의 담배를 금지하는 그.
밤—이렇게 미소 지으며 황록색 케이스를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는 그.
양쪽이 겹치는 이 노을빛 아래에서 그 모두가 틀림없이 그일 터였다.
흐려진 눈동자에 비치는 자신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소녀는 그렇게 웃어 보였다.
“…그렇구나, 과연.
세계가 오토기 너만큼 상냥하다면, 흡연 구역이 이렇게 줄지는 않았을 텐데.”
“으음,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 같은데……?”
나직한 웃음소리들이 겹쳤고, 뜻밖의 만남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적당히 해야 해?
제법 진심을 담아 염려의 말을 건넨 오토기는 세일러복 자락을 흩날리며 사라져 갔다.
시간으로 치면 고작 몇 분 남짓이었지만, 선생은 줄곧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듯했다.
자세를 조금 무너뜨린 채, 남자는 혼잣말을 했다.
“…후우. 한 끗 차이로도 문제가 터지는 법이구나.”
불상사가 없도록 일부러 뒷골목까지 온 건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아예 금연해야 하는 걸까.
그런 상각도 해보지만, 그렇게 간단하다면…….
개인실의 벽이 여전히 깨끗한 채일 것이다.
애초에 배우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계기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금연할까, 내일부터.”
단 2초 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피우다 만 담배에 불씨를 다시 붙인다.
멍하니 눈을 감은 채 남자는 불편했던 공기를 폐로 빨아들였다.
이쪽에도 비슷한 메이커가 있어 다행이었다.
아니, 존재하지 않았다면 더 나았겠지만.
문득 키보토스행 전철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이 기회에 금연할 거라고 누군가에게 맹세했던 것 같은데─.
“선생님, 카드 케이스를 흘리고 가버려서─”
눈치채지 못했다.
두 눈을 완전히 내리감고 있었기에,
잠시 추억에 잠겨 있었기에.
어느샌가 유리문이 스르륵 열리고 그녀가 돌아와 있다─고 깨달았을 때에는, 머금었던 연기를 후욱 뿜어내던 순간이었다.
갈라진 숨소리와 함께 탁한 연기가 허공을 가른다.
다름 아닌 소녀의 얼굴을 향해.
한번 흩어진 연기는 멈출 길이 없다.
“어─쿨럭! 큭, 콜록…어……?”
요즘 아이들은 이런 연기에 전혀 면역이 없다.
동그랗게 뜬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선생은 그제야 그런 사실을 떠올렸다.
시간의 흐름이 멈춰버린 듯한 몇 초간.
앞도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던 소녀는, 비강을 타고 들어온 냄새의 정체를 천천히 음미하다가…….
눈앞에서 일렁이는 연기와, 마찬가지로 온몸이 굳은 선생의 자태로부터 비로소 사태를 이해했다.
“오, 오토기?! 미안해, 눈치채지 못해서─”
“─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그냥 카드 케이스를 가지러 잠시 되돌아왔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두 번째의 ‘안녕!’을 마지막으로 던지며, 오토기는 다시 사라져 갔다.
홀로 남은 남자의 얼굴은 이번에야말로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불쾌감 정도의 단어로 정의될 일이 아니다.
적어도 그녀만큼은 나를 잘 따라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일부터 무시당해도 할 말이 없겠다.
어쩌면 총학생회에 투서가─같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워서 남자는 결코 눈치채지 못했다.
도망치듯 뛰는 소녀, 그 새빨개진 얼굴을.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혼잣말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아으 정말…바보. 안 돼, 저런 거 반칙이야, 진짜로!”
SRT 학원에 입학했을 때, 소녀는 정해놓은 게 있었다.
어른이 되어도 담배에는 손대지 않겠노라고,
고작해야 겉멋밖에 없는 백해무익…….
그 결심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밀려오는 기묘한 감정을 얼버무리기 위해 질주하는 와중, 소녀는 다짐해 버렸다.
딱 한 갑.
어른이 되면 한 개비만 손을 대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 반드시 피워 보자. 그 황록색 메이커를.
이유 따윈 오직 단 하나뿐이었다.
“…바보.”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자기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호흡을,
뇌를 흔들어 놓은 냄새를.
붕붕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매도를 남기고 오토기는 밤으로 사라져 간다.
이것은─이것이야말로 ‘나쁜 짓'이겠구나 하고 곤란하다는 듯 웃으면서.
댓글 5
안돼시발피우지말라고
근데 솔직히 근들갑 아님? 사람이 필수도 있지

대마초였으면 재밌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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