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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28화/디데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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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보고서를 내려놓은 나기사는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광물의 존재 유무 외에도 지금까지 아비도스에서 일어난 일들이 빼곡히 나열된 보고서 속 활자가 머릿속에 흘러들어와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내고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이만 가보세요."

"네, 나기사 님. 저... 그런데."

자연스레 보좌관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생각에 빠지려는데 방해가 들어왔다.

나기사는 눈가가 살짝 찌뿌려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시선을 슬쩍 올려봤다.

"뭐죠?"

"아, 저... 그러니까."

자신이 상사의 심기를 뒤틀리게 한 걸 알아챘는지 당황하면서도 그녀는 끝까지 말을 이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번 전체회의에서 미카 씨의 불참에 대해 꼬투리를 잡는 논의가 또 올라와서......"

익숙한 일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돼서 짜증나는 일이기도 했다.

나기사는 한숨을 내쉬며 차갑게 내뱉었다.

"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만."

"아,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나가보세요."

두 번 말하지 않겠다는 듯 서늘한 목소리에 보좌관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빠르게 물러섰다.

문을 닫는 소리가 가볍게 난 뒤, 나기사는 따라놓은 차를 한 잔 마시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 상태에서 다시금 선생이 일으킨 나비효과를 복기하려고 했으나.

언급된 이름으로 인해 마음에 일어난 파문으로 인해 제대로 집중조차 되지 않아 결국 몸에 힘을 풀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멍청이가."

험한 말을 내뱉으며 이마에 손을 짚은 그녀의 표정은 고통과 비탄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누누히 말했는데......"

타 학원들과 달리 삼두정치에 가까운 권력 분배 구조를 가지고 있는 티파티였지만, 현재는 나기사가 단독 회장으로서 학교를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아리우스-게헨나가 엮인 테러로 사망한 세이아.

그리고, 그 원초를 자신이 제공했다 생각해 폐인이 되어버린 미카 두 사람이 전부 빠진 여파였다.

자신과 세이아가 거부한 아리우스와의 화해를 독단적으로 추진하려던 미카의 순수했지만 순진해 빠진 호의는 게헨나까지 끼어든 테러라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기사가 뒤늦게 진상을 깨닫고 타오른 혼란과 분노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감정은 당사자인 미카를 찾아간 순간 순식간에 꺼져버릴 정도의 충격에 휘말려 사라졌다.

늘 찬란히 빛나던 소녀는 충격으로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무너져내린지 오래고, 세이아의 죽음으로 게헨나에 대한 적대감은 유례 없을 정도로 타올랐다.

게헨나 측에서 아리우스와 내통했다는 혐의를 받는 마코토를 반강제로 실각시킨데다 트리니티의 조사단을 게헨나 안으로 들이는 것을 허락하는 등 엄청날 정도로 숙이고 들어온 덕에, 그리고 자신과 히나, 이로하 등 수뇌부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정말로 전쟁이 일어나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지만.

여전히 그들이 처한 상황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형국이었다. 한 번 삐끗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 확실한 정도로.

거기다, 카이저 코퍼레이션.

게헨나와의 전쟁을 대비해 갑작스레 군비를 늘리는 과정에서 놈들이 트리니티의 경제 상황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보려던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너지긴 했지만, 그들이 게헨나에도 손을 뻗는 등 지나치게 빨리 사업을 확장시키는 과정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변수가 늘어나면서.

그리고 역시나 양측 수뇌부들의 빠른 결단과 합의로 그들이 개입해올 수 있는 틈을 최대한 빠르게 메꾼 것이 주요해 그들의 경제적 침공을 예상 외로 잘 틀어막을 수 있었지만.

두 번의 행운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걸, 나기사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샬레의 참전으로 변수를 만들 환경이 생겼어요.'

선생에겐 선을 확실히 그어두었고 실제로도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나기사는 자신이 어떻게 틀어막든 결국 샬레는 이 상황에 어떻게든 휘말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당장은 아니었다.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히나의 성품과 성격이라면 자신과 다르게 이전의 그 작자와는 확실히 달라보이는 선생의 협력을 기꺼워할 수 있겠지만, 정작 게헨나 내에서 샬레의 인식은 최악 중의 최악.

선생이 먼저 자신의 정체를 밝히더라도 게헨나에 발이라도 딛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터라고 예상되었다.

나기사의 머릿속은 이미 '샬레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갈구하는 과정에서 뻗어나간 수백가지 생각들의 갈래로 뒤엉켜있었다.

세이아의 죽음.

미카의 폭주.

게헨나와의 갈등 해소.

아리우스의 추적.

잠재적이자 가장 큰 미래의 주적, 카이저까지.

티파티에서 유일하게 직무 수행이 가능한 학생회장 키리후지 나기사는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학교 내외의 수많은 문제들을 지금껏 충분히 훌륭하게 감내해왔다.

자신이 생각해도, 어떻게 버텨왔는지 신기할 정도로.

어쩌면 미카처럼 진작에 썩어 문드러진 상처를 티파티 호스트라는 직위의 무게로 억지로 짓누르며 버티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미 자신도 모르게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어디선가 툭 찌르면 전부 무너져내릴 모래성 같은 상태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버틴다한들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건 뭐지?

백번 양보해서 새 선생이 키보토스의 구세주라한들, 달라질 게 대체 뭐가-

짜악!

나기사는 즉시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안 되죠. 이런 생각을 하면."

중얼거리며 찻잔을 잡는 손이 떨렸다.

진동하는 찻물을 멍하니 내려다보는데,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 터졌단 말인가.

차 마실 시간조차 주지 않는 빌어먹을 학교, 빌어먹을 키보토스를 속으로 잘근잘근 씹으며 나기사는 문 쪽을 노려봤다.

"또 뭔가요."

"어... 나기사 님?"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기사는 일순간 자신에 붙어 괴롭히던 모든 걱정근심이 싹 날아간 듯한 착각을 받았다.

괜히 크흠 하면서 제 목소리도 가다듬고, 옷매무새도 좀 만져보고 한 뒤에야 나기사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우를 불렀다.

"들어오세요, 히후미 씨."

문이 열리며 조심스레 들어오는 소녀의 금빛 트윈테일이 사랑스럽게 휘날렸다.

무해한 소동물 같은 행동거지에 나기사의 입가에 흔치 않은 진심 어린 미소가 어렸다.

* * *

"그러고보니까 히후미는 잘 있으려나."

아루의 파우스트로서의 활약을 곱씹다 문득 그 이름의 원래 주인이 떠오른 선생이 중얼거렸다.

자신의 세계와 현재 있는 세계 둘 다 통틀어 하는 말이었다.

전자는 보충수업부에 이전만큼 많은 신경을 써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의 의미, 후자는 이 세계에선 보충수업부에 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을 평행세계 히후미에 대한 호기심의 의미로.

그런 생각이 들자 히후미처럼 보충수업부에 들었던 이 세계 학생들에 대한 걱정도 들었다.

코하루는 정의실현부에서 선배들의 케어를 받으며 할 일을 잘 하고 있는 듯 했다.

문제는 다른 두 사람.

유일하게 양쪽 세계 모두 보충수업부에 포함된 멤버였던 하나코는, 보충수업부 전원 퇴학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즈사는 이 세계에선 미카의 조력으로 트리니티에 오는 것조차 실패한건지 어쩐건지 샬레의 데이터베이스에도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두 사람이나, 하나코와 함께 보충수업부에 들었다가 자신이 개입할 틈도 없이 퇴학당해버린, 모브에 속할 법한 다른 학생들도.

곱씹을수록 입맛이 쓸 뿐이었다.

돕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좌절감에 가슴이 아파와서 선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응? 아아, 쿠치나시 양."

"여기서 뭐하세요?"

많다 못해 텅텅 빈 학교 안의 다른 방들을 두고 학교 정문 앞 바닥에 벽을 기대고 앉아 있던 선생 곁으로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유메가 선생 옆에 풀썩 주저 앉았다.

"그냥 생각 중. 근데 거기 먼지 많아서 그냥 앉기엔 좀."

"선생님도 양복 입고 그냥 앉았잖아요."

"이 자세가 편하긴 하지."

몇 번의 대화로 나름의 신뢰를 얻은 건지, 수영복 복면단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잔뜩 푼 덕인지. 근래 유메가 선생을 대하는 태도는 전과 비교하면 부쩍 살가워졌다.

아니, 이렇게 된 게 장난친다고 배를 까서 어색함이고 뭐고 다 깨버린 이후였던가......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까봐?

"...선생님?"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눈길에 의아한듯 순진무구하게 눈을 껌뻑이는 유메.

덩치만 큰 순한 동물 같은 모습에 왠지 죄책감이 든 선생은 배 쪽으로 가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메가 선생의 배 쪽으로 눈길을 주는 것 아닌가.

"선생님."

"응, 쿠치나시 양."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왜인지 주저하면서, 유메가 말을 이었다.

"전에 선생님의 배 쪽에 구멍 같은 게 나 있던 것 같은데요."

"아아, 이거?"

"꺅?!"

기다렸다는 듯 선생이 배를 깠고, 아무리 그래도 바로 셔츠를 올려버릴 줄 몰랐던 유메는 기겁해서 고개를 돌렸다.

"거, 거기서 그렇게 확 올리면 어떡해요 여학생 앞에서!! 진짜 변태에요?!"

"아니 난 궁금해서 보고 싶은건가 싶었지."

"보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고요! 아니, 그 진짜...!"

힐끔.

힐끔.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미세히 열린 손가락 사이로 눈알이 정신없이 굴러갔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도 저런 관리가 되는 건지 싶을 정도로 탄탄한 배의 굴곡에 뺨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렇게 보니, 신경이 쓰였던 흉터 또한 더욱 확실히 보였다.

"......그거, 혹시 제가 첫 날에 낸 상처였나요?"

"그러기엔 이미 아문 지 오랜걸."

그걸 신경 써준 건가.

옅은 웃음을 지은 선생은 유메의 말마따나 메꾼 구멍 같은 상처를 매만졌다.

"이건 뭐랄까, 일종의 훈장 같은 거지."

"훈장이라뇨?"

"나란 인간도 나름 열심히 했고, 잘 해냈다는 걸 증명하는...... 그런 훈장."

자신이 모르는 선생 쪽 세계의 이야기인듯 했다.

유메는 부끄러움도 잊게 만들 정도로 범위가 상당히 넓은 흉터를 조심스레 바라봤다.

키보토스인들에겐 더없이 생소한 상처였으나, 구멍이 난 부위와 약하디 약한 선생의 몸을 생각하면 이 상처의 근원은......

"그 쪽에서 총에 맞은 적도 있으신가 보네요, 선생님은."

"살살 맞아서 별로 안 아팠어, 그래도."

"이 정도 상처 가지고 농담이 나와요 지금?"

"그야 다 지난 옛날 일인걸. 이젠 얼마든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

"누가 쏜 건데요? 카이저? 아니면 설마 학생?"

선생은 노코멘트라는 듯 쓴웃음만 지었다.

그럼에도 왠지 정답을 알 것 같은 느낌에, 유메는 고개를 갸웃했다.

"선생님 쪽 세계에서도 선생님을 적대하는 학생이 있었나요?"

"적대... 까진 아니더라도 처음 보는 어른 불편해하는 아이들이 없었을 리가. 나도 나름 시행착오는 많이 겪었어."

"하긴, 여학생 앞에서 거리낌없이 성희롱이나 하는 거 보면 그럴 법도 해보이긴 하네요."

"크흠, 흠......"

자신에게 불리한 주제가 나오자 최선을 다해 시선을 피하는 어른의 처세술을 짜게 식은 눈으로 응시하면서도.

유메는 계속해서 선생의 총상이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총으로 그런 상처가 날 수 있다는 것도, 겨우 총 한 방에 그 정도 상처를 입을 수 있는 인간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선생과 신체구조 자체가 다른 키보토스 사람인 유메는 총알이 몸을 관통하면 어느 정도의 고통을 주는 지조차 이해할 수 없었으니.

이해, 인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이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해보려 한 적이 있던가?

의심, 불신, 폭력, 거짓......

한 때 자신이 필사적으로 피하고자 했던 것들이 어느새 자신이 아득바득 생존해가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철 없던 자신을 지켜주던 하나 뿐인 후배를 허무하게 잃고, 그녀만큼 든든해 동경하던 어른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런 상황에서 신념이 흔들리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그 날 옥상에서 선생은 이해해주었다.

동시에 자신조차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그 신념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고 확신까지 담아 말해주기도 했다.

자신이 배척했던 어른이.

수 없이 물리적인,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폭력만을 당했던 어른이.

그러고도 자신들에게 싫은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곁에 서 있는 어른의 모습이란.

그렇기에 유메는 부끄러웠다.

자신의 행동도, 자신의 모습도 전부 다.

이상과는 한참을 동떨어져 있는, 자신이 쌓아온 현실이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호시노 쨩.'

그러자 소중한 후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심한 자신과는 달리 든든하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었던 후배가.

보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지금 곁에 있었다면, 자신과 선생에게 더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아니, 호시노 성격에 어쩌면 선생의 정체를 모른 채 접촉해오던 날에 자신보다도 더 엄청난 분노로 곤죽을 만들어놨을지도......

"참."

"...?"

"호시노도 처음엔 날 좀 멀리했었어."

"...네?"

그 판국에, 자신의 속이라도 들여다본듯한 선생의 주제 전환에 후회 어린 추억에 젖어가던 유메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하지만 곧바로 진정하고 납득하게 되었다.

"호시노 쨩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많았으니까요. 확실히 그럴 법도 했겠네요."

"덕분에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

선생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음냐... 반가워, 선생.'

세리카에게 끌려와 잠이 덜 깨 비몽사몽하는 와중에도 날카롭게 스쳤던 눈빛.

순식간에 자신의 온 몸을 훑어 탐색하는 시선에 미약하게 소름이 돋았던 기억.

그 뒤로 자신을 허물 없이 맞아주는 듯 하면서도 은근한 거리를 두며 관찰하던 그녀의 시선은, 적어도 선생이 보기엔 호시노와 허물 없이 가까웠던 대책위원회 아이들도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하고 조심스러웠다.

자신을 선뜻 받아주고, 먼저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좁혀질 듯 좁혀지지 않던 그 거리감은 검은 양복과의 거래로 스스로 붙잡힌 호시노를 구해주기 전까지 계속 유지되었다.

어느 날. 절묘한 시점에 느닷없이 나타난 어른을, 줄곧 홀로 후배들을 지켜왔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쉽사리 믿을 수가 없던 것이었다.

"거기서나, 여기서나...... 다를 건 없어. 서로를 이해할 시간만 조금 가질 수 있다면, 다 그렇진 않지만 의외로 잘 풀린다고 생각하거든. 대부분의 만남과 교류라는 건."

"저 아직 선생님 다 믿는 거 아닌데요."

선생은 말 없이 싱글싱글 웃으며 바라볼 뿐.

유메는 왠지 열이 받아서 한 대 치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니, 언제부터 이 인간 사이에 이 정도로 벽이 허물어졌나 싶었다.

은근히 선을 그어 다가가기 힘들던 이전 선생과는 완전히 다른 어른의 모습에 이런 어른도 있구나, 싶어졌다.

"부르셨습니까, 선생님."

"어, 케이."

뒤에서 다가온 케이의 말소리에 유메도 뒤쪽을 돌아봤다.

그것보다 불렀다니, 이번엔 또 무슨 일일까.

"뭐 좀 물어볼 거 있어서. 전에 샬레 갔었을 때 말야."

"......네."

갑자기 긴장하는 기색인 케이의 반응에 유메는 살짝 의아했지만, 선생은 딱히 상관 없다는 듯 묻기만 했다.

"지하실은 그래도 좀 멀쩡했다고 했지?"

"네. 하지만 크... 주요 시설이 작동하지 않는 건 여전합니다."

"크래프트 챔버 말하는 거지?"

"......네."

외부인인 유메를 의식한 듯 의도적으로 단어를 누락한 학생의 노력을, 선생은 눈치도 없이 짓밟아버렸다.

선생은 갑자기 자신에게 쏘아지는 의미불명의 원망스러운 눈빛에 당황했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계속 말했다.

"혹시 살펴봤을 때 특이사항 같은 건 없었어? 꼭 지하 아니더라도 건물 안에 변화라던가."

"......없었습니다. 지하실을 제외한 1층부터 꼭대기까지 골고루 엉망이 됐다는 것만 빼면요."

"다 치우는데 고생 좀 하겠구만......"

"어차피 오토타마들이 치우고 있는데, 뭘 그것까지 신경 쓰십니까."

"안 그래도 지금 샬레 좀 가보려고 했거든."

"...굳이요?"

"어차피 수영복 복면단을 움직일 일도 없으니, 시간이 좀 남잖아? 왠지 신경이 좀 쓰여서. 아로나도 그렇고."

"아로나?"

생소한 이름에 유메가 고개를 갸웃했다.

케이 말고도 샬레에 상주하는 선생의 아군이 또 있던가?

"샬레 내부의 AI입니다."

"에엣, 샬레에 그런 것도 있어?"

"네. 신발 새로 사면 안에 들어있는 종이뭉치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안, 이해 못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 케이 쨩?"

"있어도 별로 쓸모 없는 존재란 말입니다."

"......"

"어디 숨어서 밥만 축내고 있는데 머리끄댕이 잡고 끌고 나오고 싶습니다 솔직히."

"으, 으응. 그렇구나..."

"그, 케이...?"

"제가 뭐 틀린 말 했습니까?"

"......"

선생과 유메 양쪽 모두 진땀을 삐질거리게 만든 케이는 신경질적으로 혀를 찼다.

"아무튼, 샬레 안은 제가 먼저 가서 샅샅이 다 뒤져봤으니 굳이 선생님이 다시 갈 이유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그렇긴 한데, 어차피 리쿠하치마 쪽에서 먼저 연락 주기 전까진 여기서 할 일도 없을 것 같고, 혹시 모르니 크래프트 챔버를 다시 좀 보고 싶어."

"그 크래프트 챔버라는 게 뭔가요, 선생님?"

"뭐... 쉽게 말하면 만능 합성 장치야."

"뭘 합성하는 건데요?"

"뭐든지. 가끔 작전 나가서 습득한 잡동사니들을 넣어서 정말 말 그대로 뭐든지 만들 수 있어. 수업용 교육 BD, 애들한테 줄 선물, 카페에 둘 가구......"

그렇구나, 하는 심정으로 유메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신기한 물건 같긴 했는데, 그렇게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그 다음으로 선생의 말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그리고 당장 전투에 도움 될 무기나 오파츠나 돈까지."

"......네?"

"정말 뭐든 다 된다니까. 그걸로 공문서급 중요 문서 위조한 애도 있었을 정도니까."

"아니, 그런 걸 왜 허락해줘 이 미친 선생이!"

"나 아니야! 나 없을 때 몰래 침입해서 한 거였다고! 나도 나중에 알았어!"

"혼자 살면 보안을 좀 더 신경 쓰란 말이에요!"

자신 세계에서 카야의 쿠데타가 수습된 뒤, 린과 아오이로부터 총학생회 내부에서 있던 자초지종을 듣고 부랴부랴 크래프트 챔버를 확인해봤을 땐 얼마나 황당했던가.

그것도 카이저가 자신을 납치하고 샬레를 무단점거했던 와중에 있던 일이라 반론의 여지가 있었지만, 그것까지 말하면 대화가 길어질 것 같은 예감에 선생은 체념하고 할 말을 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크래프트 챔버를 기동시킬 수 있다면 앞으로의 작전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지."

"선생님 간다고 그게 됐으면 진작에 기동시켜서 BD를 뽑든 꽃을 뽑든 크레딧을 뽑든 했을 거 아닙니까. 지금 가서 본다고 뭐가 나오겠습니까?"

"뭐... 그렇다고 쓸 수 있는 무기가 있는데 계속 손 놓고 있을 순 없으니까."

"그냥 여기서 계십시오. 안 그래도 오고 가는 거에도 목숨 걸어야 할 사람이 움직여야 할 이유치곤 너무 가볍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으음..."

그 정도인가, 하는 생각도 못 하게 할 정도로 케이의 기세는 사나웠다.

마침 근래 아이스크림에 적중 당한 경험까지 있던 선생은 케이가 자신을 걱정해주는가보다 싶었지만.

유메의 눈에는 아까부터 케이가 과잉반응을 하는 것 같아 의아스러웠다.

뭔가, 저렇게까지 막아설 이유는 없는 것 같던데...... 하는 생각을 하다 순간 입이 열려버렸다.

"그럼 저도 같이 가죠."

"응?"

"뭐라고요?!"

케이의 사나운 눈길이 표적을 바꿨지만.

"보안이 걱정이라면 저도 같이 갈게요. 그 크래프트 챔버라는 거...... 듣고 보니까 있으면 정말 도움될 것 같아서요."

예로부터 행동력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던 유메는 물러서지 않았다.

왠지, 자신보다도 선생에겐 믿음직스런 아군일 케이가 저렇게까지 막아서는 모습이 계속해서 걸렸기에.

그 심정을 알 리가 없는 선생은 갑자기 묘한 눈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 사이에 끼게 되어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래서 작동합니까?"

"아니."

"그것 봐요."

차갑게 쏘아 붙이는 말에 선생과 유메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도 불이 꺼진 크래프트 챔버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 아로나라는 AI한테 부탁해보면 안 되나요?"

"전깃세나 빨아먹고 있을 쓸모없는 하마한테 시켜봤자 나오는 건 없을 겁니다."

"으, 으응......"

아로나 이야기만 나오면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기분이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듯한 케이의 반응에 유메는 삐질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를 피해 시선을 돌린 곳에 있던 선생까지도 한결 우울한 기색으로 미련을 담아, 묵묵부답의 오파츠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났으니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역시 안일한 생각이었나."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 다소 강하게 말리긴 했습니다만."

아로나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쓴 덕에 계속 지나치게 날카로웠던 게 걸리게 된 건지, 케이는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선생의 곁에 섰다.

"크래프트 챔버가 앞으로의 계획에 도움이 될 거란 선생님의 생각에도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로나가 묵묵부답이라면, 나중에 히마리 씨의 도움이라도 받는 게 어떤가요?"

"글쎄, 이건 싯딤의 상자 써서 켜야 되는 물건이라 다른 방법으로 될 지가 잘......"

"안 되는 거 붙잡고 있어도 소용 없으니까요. 이왕 온 거 청소라도 좀 하고 가요, 저도 도울게요!"

"뭐... 그럼 그럴까?"

케이와 유메의 위로에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 앞에서 언제까지나 침울해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으니.

안 되는 물건은 일단 머릿속에서 깔끔히 지우기로 결심한 선생은 미련 없이 등을 돌리며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뭐, 높아서 못 따는 신 포도라 치지 뭐."

"뭐에요, 그건 또."

"일종의 우화야. 배고픈 여우가 포도를 따려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못 따게 되니 어차피 신 포도라 맛 없을 거라면서 투덜거리면서 작전상 후퇴를 시전하는."

"그냥 정신승리잖습니까."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긴 하는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중에 사다리나 작대기 같은 거 가져와서 따먹었을 수도 있지. 어차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사람 마음이니까."

"후후, 맞는 말이네요. 저 크래프트 챔버? 라는 기계도 언젠간 지금처럼 빛이 나서 쓸 수 있는 상태가 되겠죠."

"그렇지. 저렇게 빛이 나면 저것도 쓸 수 있......"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려던 선생의 말문이 막혔다.

무심코 선생이 고개를 돌릴 단초를 제공해버린 유메도, 이런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0에 수렴하다고 봤던 케이마저도 냉정을 잃고 경악하고 있었다.

"빛이...... 나는데요?"

"마, 말도 안 돼...!"

"......아로나? 아로나!"

선생이 불렀지만, 그때처럼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그 대신.

크래프트 챔버가 대신 답하듯 더욱 환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슨 상황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선생은 경악 어린 시선으로 중얼거렸다.

"제조 완료...?"

"네?"

"크래프트 챔버로 제조 기능을 썼을 때, 제조 시간이 다 돼서 결과물이 나오면 저런 식으로 알려주거든. 그런데 난 저기에 뭘 넣은 기억도, 아니 그 전에 저거 켜진 거 지금 처음 봤는데...?"

환히 빛나던 빛이 순간 꺼졌다.

그 뒤로도 크래프트 챔버의 빛은 꺼지지 않고,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선생이 움직이기도 전에 방패를 꺼낸 유메가 앞으로 나섰다.

"제 뒤에서 보세요, 선생님."

"고마워, 쿠치나시 양."

언제든 선생 앞에 방패를 들이밀 준비가 될 유메를 대동하고, 선생은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그보다 앞서 결과물을 확인한 케이의 표정이 다른 의미의 충격으로 물들었다.

순간 무심코 선생과 결과물을 번갈아가며 쳐다봤지만, 선생 앞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어 이를 악물기만 할 뿐.

뒤쪽에 선 케이의 이상한 반응을 알지 못한 채, 선생은 유메와 함께 결과물을 확인하고 몸을 움찔 떨었다.

"종이학...?"

"...그냥 종이학이 아니네요."

결국 체념한 듯 다가온 케이가 탄식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제가 보기엔 다차원 배리어로 보입니다, 선생님."

"......방주에 그거라고?"

"선생님이 말하신 방주가 제가 아는 그게 맞다면, 그렇습니다."

"말도 안 돼."

케이가 처음 보였던 반응을 그대로 보이면서도, 선생은 조심스레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종이학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자신이 아는 종이학...... 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게 자신과 관련이 없는 물건이라고 하는 건 멍청한 생각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몇 번이고 자신의 집무실을 들락날락하던 자신의 학생들이.

어떤 학생에게 받았을 뿐인 평범한 종이학을 애지중지 보관하던 선생의 행동에 대한 의미에 대해 모를 리도 없었다.

선생은 주저 없이 종이학에 손을 뻗었다.

"선-!?"

당황한 케이의 목소리는 한순간 묻혀버렸다.

어느새, 자신은 텅 빈 공간에 있었다.

이 또한 익숙한 공간이었다.

싯딤의 상자.

중얼거리며 선생은 주변을 둘러봤다.

처음 봤을 때, 슈퍼 컴퓨터 속에 들어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푸른 배경의 홀로그램 같은 공간.

"......[우리는 원한다.]"

그 공간에서 싯딤의 상자의 사용 권한을 얻고, 아로나가 있는 곳까지 들어가기 위해서.

"[일곱 개의 통곡을.]"

어째서인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던 암호를 되뇌어 아로나를 만나게 했던 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자신도 의아할 정도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뱉었던 그 때의 기억을, 선생은 이번에도 본능적으로 그대로 재현하고 있었다.

"...[예리코의 화두를!]"

"선생님!"

"선생님?!"

순식간에 자신은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선생님, 뭐라도 말 좀 해보세요...!"

"정신 좀 차려 보란 말입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종이학에 손을 대는 순간 굳어버린 선생을 거칠게 흔드는 유메와 그 못지 않은 기세로 다그치는 케이의 앞에서도.

선생은 꿈이라도 꾼 것 같이 멍한 상태에서 자신의 빈 손을 내려봤다.

"......내가 얼마나 이러고 있었니? 몇 분이나 지났어?"

"몇 분이 아니라 몇 초도 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하지만?"

"선생님이 손을 대자마자 종이학이 빛이 나더니 사라졌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무엇을 본 거죠 선생님?"

"싯딤의 상자에 처음 접속해서 인증할 때와 같았어."

"네?"

같은 공간.

똑같은 암호.

확신할 수 있었다.

뒤를 돌아본 선생의 표정은 흥분으로 물들어져 있었다.

"이거, 내가 있던 세계에서 온 물건이야!"

"...뭐라고요?"

"내 학생들이 보낸 메세지라고!!"

낯선 세계에서 처음으로 받은 학생들의 신호에 흥분한 나머지 선생은 눈치채지 못했다.

미세히 일그러진 케이의 표정과, 미묘한 뉘앙스에 굳어진 유메의 얼굴을.

도저히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을 그 반응을, 개인적인 기쁜 흥분에 눈이 가려져 고개를 돌린 선생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 * *

모니터 한 구석의 불빛의 색이 변한 순간.

그 빛을 포착한, 관성적으로 수 많은 화면을 훑어보던 히마리의 눈에도 순식간에 사라졌던 생기가 채워졌다.

".......돌아왔어."

"뭐?"

"돌아왔다고!!! 여기! 이거!! C(Crane)-199999!!!"

벌떡!

엄청난 기세로 휠체어에서 일어난 히마리가 순식간에 몰려오는 어지럼증에 쓰러질 뻔한 것을, 옆에 있던 리오가 타이밍 좋게 잡아주었다.

"정말이야?! 선생이 그 메세지를 받았다고?"

"멍청한 소리 하지 마세요 리오! 당연히! 당연히 받았으니까 돌아왔지! 선생님이 우리 메세지를 받은 거라고!"

와락!

기쁨에 가득 찬 히마리가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리오를 껴안았다.

에이미라던가, 토키라던가, 선생이라던가.

두 사람을 아는 이들이 봤다면 입이 벌어지다 못해 턱이 빠졌을 광경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모니터로만 가득한 그 공간엔 리오와 히마리 두 사람 뿐이었다.

"히, 히마리...?"

"하하... 구했어요! 제가, 우리가...! 이제 선생님을 데려올 수 있는 건 시간 문제라고요...!"

"......히마리."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자신 앞에서 이렇게 웃어 보이는 히마리의 환한 미소는.

아마 자신의 표정도 같을 것이었기에, 리오는 사태 이후 처음으로 보는 그녀의 웃음이 그렇게 기꺼울 수 없었다.

"그래, 반드시 선생님을-"

"히마리!"

쿠당탕!

자신도 감정이 복받쳐 뭐라도 말하려던 리오는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한 손에 싯딤의 상자를 들고 포탈을 찢다시피 열고 뛰어온 시로코가 본 건, 왜인지 바닥에 대자로 엎어진 리오와 휠체어에 차분히 앉아 있는 히마리의 모습이었다.

흥분도 가라앉게 만드는 두 사람의 상반된 모습에 시로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히마리를 쳐다봤다.

"응, 둘이 싸웠어?"

"무슨 소리에요. 초천재병약미소녀해커가 폭력 같은 걸 휘두를 리가 없잖아요."

"......아니."

"아무튼, 선생님이에요."

히마리의 말에 아무리 봐도 심상치 않은 리오의 상태에 대해 캐물으려던 시로코는 다시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전에 키보토스와 전혀 다른 세계에서 통칭 이세계인들이 넘어오게 한 현상.

색채 사태로 얻은 다차원 배리어 샘플과 다른 세계의 시로코가 포탈을 열고 공간을 오가는 기술의 매커니즘까지.

거기에 시로코가 싯딤의 상자의 조력까지 얻어서 완성시킨, 인접한 다른 평행세계에 우리 쪽 메세지를 보낼 수 있는 기술.

모의실험을 할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사실, 보내는 것조차 제대로 보낸 게 맞긴 한 건지 알 방법도 없었다.

확증된 사실은 보낸 물건이 이쪽 키보토스 그 어디에서도 관측되지 않았다는 것 뿐.

적어도 전송한 물건이 이 세계를 벗어났다는 것 하나만 확인한 채, 히마리는 평소라면 죄다 뒤엎고도 남았을 엉망진창 같은 실험을 종료하고 계획에 돌입했다.

보다 많은 세계에 메세지를 뿌리려면 그 물건이 크거나 복잡하지 않아야 했고, 그러면서도 메세지를 받은 선생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어야 했다.

선생과 학생을 이을 알기 쉬운 매개체로서. 키보토스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해봤을 샬레의 당번 때마다 눈에 띄던 선생님 책상 위 종이학이 거론되는 건 순식간이었고, 키보토스 전역에서 학생들이 접은 엄청난 수의 종이학이 모이는 것 또한 순식간이었다.

방 몇 개를, 아니 건물의 층 몇 개를 채우고도 남은 종이학 전부에 아로나와 프라나의 조력으로 만든, 자신들이 아는 '선생'만이 작동할 수 있을 인증과 재전송 프로그램을 입력한 보호용 다차원 배리어를 씌웠다.

그러곤 그것들을 그저 좌표만 바꿔 무작위로 뿌리는 것이나 다름 없는.

어쩌면 수십, 수백년이 걸릴지도 모를 모래에서 바늘 찾는 것과 같은 행위가.

통했다.

정말로 통한 것이다.

히마리는 당장 트리니티 시스터후드에 쳐들어가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모를 신에게 감사 기도라도 올리고픈 심정이었다.

"......이제 남은 건 종이학, 그러니까 'C-199999'가 도착했던 좌표를 분석하는 것 뿐이야."

모두의 관심에서 멀어져 비척비척 일어난 리오가 돌아온 종이학의 일련번호를 보며 설명을 이었다.

"이미 모든 학원도시의 협력을 받아놨으니, 지금부터 키보토스 전체가 절전 상태로 돌입할 거야. 밤 7시부터 최소한의 전력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를 차단하고, 그렇게 모은 에너지를 일 주일 후 해당 좌표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을 여는데 사용하는 거지."

"그때도 묻긴 했지만, 가능한가요? 에너지를 모아주는 건 저희의 일이지만, 포탈을 여는 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기술이니까요."

"응, 할 수 있어."

선생을 찾았다는 가정 하에 아로나와 프라나의 도움으로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까지 돌려봤던 시로코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찾을 수, 있어."

마침내 희망을 찾은 이의,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 * * * *

리트 5번인가 했지만 드디어 내가 이겼다 이 똥사이트 크아악 제기랄

더위 피해서 가족여행 갔는데 정작 휴가지도 엄청 더워서 거의 방에 있었다는 것부터가 에러.

비밀회담 편에서 보충수업부 퇴학 부분 쓸 때 이 세계에선 보충수업부 보 자도 몰랐을 히후미 이름 써놨던 에러...... 까진 다행히 저지르지 않았슴다.

물론 누가 명단에 들었던 간에 학생들이 퇴학당한 사실에 선생 속이 쓰릴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지금은 선생보다도 내가 더 피폐 상태다 진짜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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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8.04창작

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28화/디데이(3)

#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18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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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C
Baksam작가
게시물 6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08.04 01:43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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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나
ㅇDC
ㅇㅇ125.08.04

피폐가 선생피폐가 아니고 작가 피폐네ㅋㅋㅋ

ㅇDC
ㅇㅇ225.08.04
ㅇDC
ㅇㅇ225.08.04

다음꺼 빨리 가져와라

ㅇDC
ㅇㅇ325.08.04

메세지받긴했는데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

ㅇDC
ㅇㅇ325.08.04
ㅇDC
ㅇㅇ425.08.04

돌아올려면 반대로저쪽키보토스 전기도 다빨아야된다는거네 그만큼 신뢰도쌓아야하고

ㅇDC
ㅇㅇ525.08.04

근데 크챔으로 문서위조 한 놈은 싯딤까지 크래킹한건가 슨상 쓰고있을때 슬쩍했나?

ㅇDC
ㅇㅇ825.08.04

싯딤자체가 분실되어있던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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