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란 건 대체 뭘까.
타카나시 호시노는 언젠가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시작은, 불신이었다.
학생 둘 남은 학교를 어떻게든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숨기려 하지도 않던 카이저도 혐오스럽기 그지 없었지만.
그 이전에, 그 무엇보다도 그녀는 한때 이웃이었던 어른들을 증오하고 있었다.
한 때 그녀는 어른을 아이가 할 수 없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고등 생명체 같은 걸로 여겨서.
어른이란 스스로를 지키고, 친구를 지키고, 아이가 묘사하기엔 버거울 정도로 커다랗고 소중한...... 무언가를 전부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라고, 누구나 그럴 거라고 동경한 적이 있었다.
개뿔.
머리가 좀 커지기 시작한 때는 이미 아비도스가 모래에 덮여 망해버린 시점이었고, 그 즈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성인 세계의 편린이란 호시노가 보기에 추악하기 그지 없을 뿐이었다.
타인을 돕기는커녕 자기 자신조차 지킬 수 없어 작은 바람에도 휘둘리고, 살기 위해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들에게 있어선 작디작은 아이일 뿐인 자신이 다가오면 도움을 주긴커녕 귀찮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저딴 게 어른?
내가 크면, 저런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건가? 그런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답답해졌다.
분명 저 사람들도 아이 시절에 도덕적인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배웠을 거 아닌가.
트리니티 쪽에 있다던 종교 신 같은 뭔가가 구름 속에서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아줄 정도의 깨끗한 영혼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당장 오늘 굶어 죽게 되더라도 어려운 이웃을 제 몸처럼 보살피라는 밑도 끝도 없는 이타주의를 바란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남을 속이지 말고, 폐를 끼치지 말고,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삼지 않는......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른 정도면 그래도, 최소한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모습 정도는 보여줘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 주제에, 그런 걸 따지면 바로 눈을 부라리며 나이로 찍어 누르려 하고. 자신도 지키지 못할 양심과 도덕을 강요하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망할 모래폭풍. 망할 학원도시. 빌어먹을 어른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그럴 때마다 유메 선배가.
전투 센스고 공부 센스고 뭐고 그냥 전반적인 센스라는 것 파멸적일 정도로 존재하지 않는 주제에 자신이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될 때만은 귀신 같이 알아채고선 튀어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뇌에 가야할 걸 그 밑에다 다 때려박아서 사람이 저런가, 싶을 정도의 폭력적으로 크고 부드러운 가슴에 얼굴이 파묻히도록 안아주며 그러면 안 된다고.
나쁜 말 금지라고. 모든 어른이 그렇진 않을 거라고.
설령 모든 사람이 그렇게 추악하더라도, 올바른 인간성을 추구하고자하는 자신의 의지는 결코 틀리지 않았다고......
그렇게, 한없이 물렁해보이는 이상론에 왜인지 거스를 수가 없는 단호함을 담아 말하곤 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유메 선배를 만났을 시점의 자신은 사실 아비도스를 완전히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래도 있다보면 뭐라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 따윈 1도 없었고 그냥 짐 싸고 멀리 움직이기 귀찮아서 머무르고 있었지만. 사막의 모래바람만큼이나 까칠해지고, 모래밭에 뭍혀 마모된 폐건물처럼 척박해진 환경 속에서 별로 외향적인 성격도 아닌 홑몸의 소녀가 금세 지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으니.
그런 상황에서 몇 번 정도 우연히 만나 구해주게 된 유메를 그 뒤로도 계속 따라다니게 된 것은.
어른도 아닌 그녀로부터, 자신이 추구했던 이상에 닿아 있는 모습을 발견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어른들로부터 냉대를 당하고, 불량배들에게 불합리한 폭력을 당하는 것보다도 따뜻한 인간성을 잃는 것을 더욱 경계하고 있던, 어른보다 어른스러웠던 쿠치나시 유메라는 인간의 꿈에 자신도 모르게 감화되어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그 단순하면서도 허황된 문장이 정말로 현실이 된 것 같아서.
눈에 한 번 스치고 잊은 줄로만 알았던 그것을 현실에서 마주한 순간, 그것은 순식간에 뼛속까지 스며들어 당연한 숨결처럼 자리 잡는다.
원래 심장에 들어 있던 것인 것처럼 쿵쿵, 은근슬쩍 리듬을 빠르게 바꿔 서서히 굳었던 마음이 다시금 움직이게 한다.
눈꺼풀을 뒤덮은 어두운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고, 모래색 말곤 없었던 세상이 갑자기 밝게 보이고, 어디선가 닭 한 마리가 경쾌하게 우는 환청이 들린다.
사람이 꿈이라는 것에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순간.
그 순간부터 자신은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유메 선배를 잃고도 버틸 수 있던 것일지도 몰랐다.
노노미와 시로코를 만나며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으헤, 웃을 수 있게 될 정도로 회복된 원동력일지도 몰랐다.
언제부터 있던 건지도 모를, 다 망한 동네에 가게를 차리고 라멘을 끓여주던 마스터 같은 좋은 어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세리카와 아야네까지 만나고, 스스로를 검은 양복이라 칭하던 또 다른 더러운 어른을 만났고.
타인에게 헌신적이고, 약자를 지키기 위해 강자에게 강할 수 있으며, 유메가 바라던 따뜻한 인간성을 지닌.
유메 선배가 되길 바랬고, 내가 그리던 이상적인 어른을.
꿈을 이룬 순간의 설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준......
선생님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
* * *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에도 그들은 현장을 바로 떠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떠나지 못했다고 하는 쪽이 옳았다.
일단, 유메의 폭주 때 선생과 흥신소가 타고 온 차부터가 유메의 폭주에 휘말려 뒤집히고 박살이 났다.
그 이전에 이사가 패거리를 이끌고 온 차들이 있을 터였으나, 그 또한 테러화한 유메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헛된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전부 터져나간 듯 했다.
그렇다고 도보로 몇 시간이나 될 거리를 걸어갈 수도 없었기에 결국 카요코가 휘하에 있는 아비도스의 게헨나 선도부를 호출하기로 했다.
그렇게 차가 오기 전까지 그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유메의 곁을 지키고, 이사 패거리들이 깨어나도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데 모아 묶고, 앞으로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짰다.
그 모든 작업에 선생은 열외였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당연했다.
"......그렇구나."
의자가 없어 적당한 벽면에 기대고 앉은 선생의 무릎 위를 차지하고 있는 앳된 외모의 소녀.
하지만 방금 전 최전방에서 세트라는 괴수가 내리치던 전기를 혼자 다 막다시피 하고, 그 뒤론 폭격에 가까운 공격으로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놓은 당사자인 그녀가 실시간으로 얼굴을 구기고 있는데, 거기서 그녀가 지키고 있는 선생에게 뭐라도 일하라고 따질 용자는 그 자리에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그 전에, 선생을 보는 모두의 눈빛이 상당히 달라진 것도 컸지만...... 그 모든 것은 호시노에게 아무튼 상관 없는 것이었다.
"역시 그 여자가 납치범이었다, 그런 말이지."
"응... 그런 셈이지."
"그년이, 감히 누구를 멋대로......"
흠칫.
그 시점에 두 사람이 가까이 있던 방 앞에 서 있던 노노미는 닫힌 문 밖으로도 느껴지는 살기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원인불명의 이유로 폭주하던 유메를 너무도 손쉽게 제압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뒤이어 나타난 거대한 괴물의 공격까지 눈 하나 깜빡 않고 케이와 함께 원맨쇼로 퇴치하다시피하던.
하루카를 오퍼레이터로 두는 것에 모두가 선생의 지휘에 반감을 표할 때, 적을 상대로 너무도 여유로웠기에 오히려 믿음이 갔던 태도가 한순간에 바뀌며 자신들을 압박할 때의 감각.
대체 어찌 된 일인진 모르겠지만 선생의 세계에서 넘어온듯한 저 사람이, 만약 작정하고 우리를 적대했다면...... 하는 식의 오싹한 상상은.
"으헤, 나쁜 말 금지."
"으, 으헷?!"
선생이 자신의 시점에서 보이는 핑크색 정수리 한가운데를 노리고 얼굴을 파묻는 바람에 표정이 확 풀린 호시노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뱉는 순간 싹 사라져버렸다.
"으, 으헤... 선생, 간지럽다고오."
"나쁜 말이나 하고, 요놈. 요 녀석."
"으헤에에... 아으으......"
전투에서 자신들을 다그칠 때와는 180도 다른 녹아내리는 목소리에 노노미는 다른 의미로 침을 꼴깍 삼켰다.
사실 이 직전에 납치범 운운하는 의미 모를 소리를 하기 전까지의 그녀는 계속 저 상태였다.
아니, 애초에 각자의 일이 배분되려는 순간 당연하다는 듯이 선생의 손을 잡아 끌 때부터.
그러면서 자신들을 서늘하게 슬쩍 보는 눈에서, 붙잡으면 죽여버리겠다는 강렬한 살의를 흘릴 때부터.
틀림 없었다고, 노노미는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한 없이 여유롭게 늘어지는 목소리도, 교전 상황에서의 날 선 소리도 아닌 낮고 끈적한 무언가가 귀 속에 억지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여자의 감이라고 해야 할까. 선생 쪽 세계에서도 바닷가에서 선생과 둘 만의 시간을 보내려다 난입한 호시노를 견제할 정도로 남달랐던 그녀는 아주 단편적으로 스쳤을 뿐인 다른 세계 선배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저건 단순한, 스승을 상대로 단순한 경외와 존경을 가진 학생의 태도라 할 수 없는 그 이상.
오히려. 수컷을 노리는 암컷의-
"으헤, 그래서 무슨 일일까나. 아까부터 밖에서 몰래 엿듣고 있고 말이지...... 노노미 쨩?"
"꺅?!"
깜짝 놀라 발이 꼬인 노노미는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분명 멀찍이서 선생의 품을 만끽하고 있던 호시노가 문 앞까지 도달해 빼꼼 고개를 내밀기 전까지, 노노미는 호시노의 접근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짧디짧은 시간을 어떻게.
호시노가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란 자신의 모습에서 제 세계에서의 첫 만남을 떠올라버린 것도 모른채, 노노미는 두려움에 일어서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괜찮아, 이자요이 양?"
그리고 호시노를 따라 나온 선생을 보자, 그녀는 일순간 더욱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네 선생님, 괜찮아요. 제가 애매하게 서 있던 거니까요."
"으음......"
주춤주춤 일어나는 자신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뚫어져라 응시하는 색이 다른 두 개의 눈동자.
설마, '적'을 탐지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딱히 걱정할 필욘 없을텐데, 라는 생각과는 별개로. 그 부담을 온전히 받아내느라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노노미는 조심스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니까 호시노, 선배...... 님?"
"그래그래, 너희의 호시노 선배야. 읏챠-"
"앗?"
노노미는 갑작스레 자신의 품으로 쏙 들어오는 낯선 소녀의 감촉에 당황해버렸다.
당연하게도 반사적으로, 아직 어색하기 그지없는 호칭이 갑자기 자연스럽게 나와버린다.
"서...... 선배?"
"응, 응. 역시 노노미 쨩은 어디서든 노노미 쨩이구나. 머리 위를 적당히 지긋이 누르는 이 푸근한 감촉....."
"서, 선배님. 그, 조금 간지러운."
"고생 많았겠구나."
갑작스러운 그 말에. 호시노를 안아주지도 떼어내지도 못해 갈팡질팡하던 노노미의 손이 굳었다.
"나는 이곳의 너희를 잘 모르고, 그래서 너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겪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말야. 그래도 카이저라던지, 못된 어른이라던지. 너희 나름대로의 큰 고충을 겪으며 살았을 거란 건 알아."
"선배, 저희는."
"걱정 마. 선생한테 다 들었으니까. 이쪽 세계 선생은 시로코 쨩도 팔아먹고 유메 선배를 괴롭힌 선생 같지도 않은 선생이란 것도. 그리고 그거 때문에 선생이 처음 왔을 때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밀어내서 한 번 돌아간 거랑, 그래도 아야네 쨩이랑 유메 선배가 이야기를 들어줘서 받아준 거."
"그건 ......네?"
"게헨나랑 트리니티 쪽이랑 회담을 하고, 카이저를 몰아내고...... 아, 그러고보니 아루 쨩이 아비도스에 입학했다고? 아까 그 옷 걸치고 있던 게 빌린 것도 아니고 자기 꺼라는 말이지. 여하튼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재밌어보이는 일들로 한가득이라, 선생이랑 할 말이 얼마나 많았는데 시간 가는지 모르고 듣기만 할 뻔했다니까. 너희들의 대서사시-"
아니, 그거 아닌데요 선배.
뭔가가 빠졌는데요. 좀 중요한 게 빠졌는데-
삐질대며 고개를 들자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의 모습이 보인다.
대체 이 어른은 생략을 얼마나 한 거란 말인가.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중간에 양심 상 빼놓으면 안 될 것 같은 것들이 전부 빠져 있지 않나...... 노노미는 가슴이 쿡쿡 찔리는 것을 느끼며 입만 뻐끔거려야 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거야 이자요이 양?"
"어... 그게요."
아예 딴말을 못하게 화제까지 틀어버리는 선생의 모습에서 크나큰 죄책감까지 느끼며.
노노미는 머뭇거리는 시선을 호시노에게로 향했다.
"유메 선배가 일어나셔서요......"
"......아아."
움찔하며, 노노미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던 호시노의 움직임이 멎었다.
천천히 얼굴을 떼며 보이는 그녀의 굳은 표정이 자신을 응시하자, 긴장이 몰려온 노노미는 다시금 마른침을 삼켰다.
"선배 상태는?"
"괘, 괜찮아요. 다친 곳도 없고, 기억에도 문제 없고요. 그것 때문에 좀 충격을 받은 것 같긴 하지만......"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리고 그...... 호시노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셔서."
호시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생각에 빠진듯 기계적으로 주억거리던 머리를 멈추고,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노노미를 바라봤다.
"곧 찾아주겠다고 전해줄래? 선생이랑 조금 더 얘기할 게 있어서."
"네, 그럼 그럴게요."
거리감, 죄책감. 그리고 두 사람 간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황급히 떠나려던 노노미는 막 틀려던 몸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선생과 호시노와 눈을 맞추고.
"선배님. 그리고 선생님."
고개를 90도로, 진심을 다해 숙였다.
"유메 선배를, 저희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노노미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호시노는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의 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것에서 느껴지는 위화감에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대체 이 세계 선생이란 사람이 무슨 짓을 했길래 저 애들이랑 서로 이름도 못 부르고 있는 거야, 선생."
"그러게 말이야. 나도 아직 적응이 안 돼. 애초에 이런 거에 적응하고 싶지도 않아......"
"......그 정도로."
호시노는 노노미가 내려간 쪽을 공허히 응시하며 말했다.
"힘들었겠구나. 여기의 아이들은, 좀 더."
"다들 그랬을 거야. 노노미도 특히나."
"노노미 쨩도 선배다운 책임감이 강한 아이니 말야."
네프티스가 카이저의 계략에 휘말려 파산했다는 말까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말만으로 짐작했다는 걸까, 아니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걸까. 호시노는 무심히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뭔가."
눈을 감은 호시노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단어를 찾으려는 듯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기분이 이상해, 선생."
"좋은 쪽으로, 나쁜 쪽으로?"
"모르겠어. 선생을 다시 봐서 기쁘고, 그렇지만 강제로 끌려온 거에 대해서 화가 나고, 그리고. 유메 선배를 이렇게 만나게 되고......"
함축하기엔 지나치게 방대한 사건들을, 말끔히 요약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있을 리가 없을 거라고, 호시노는 생각했다.
그 무엇보다도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면서도, 선생을 생각하면 차마 이 상황을 선물이란 단어로 포장할 수가 없었으니.
그저 눈 앞의 적을 쓰러뜨리는데만 집중할 수 있던 전투가 끝난 지금이 오히려 머릿속이 가장 어지러웠다.
전부는 아니지만 꽤나 털어냈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오늘의 유메처럼 오갈 데 없는 분노에 몸을 맡겨 폭주했을 때. 선생과 후배들의 도움과, 기억 저편에서 만난 선배의 격려로 마침내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벗어날 수 없는 원죄라고 생각했던 그것에서 독을 빼고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을 방법을 배웠으니까.
그러니, 괜찮을 거라고. 여전히 아프고, 쓰라리고, 때론 눈물 훔치게 될 진 몰라도, 더 이상 죽을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다.
평행세계라는 웃기지도 않은 가능성의 세계에 사는 유메를 실제로 마주할 가능성 따윈, 생각지도 않았다.
당연히 평행세계 선배를 어떻게 대할지 같은 준비 따위 전혀 되어있지 않던 호시노는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었다.
"괜찮니, 호시노?"
"으응......"
일단 이마를 선생의 배에 가져다 댔다. 괜찮은지 아닌진 몰랐지만 그러고 싶었다.
거기서 팔만 뻗으면 완벽한 포옹이 되는 자세에서, 호시노는 그저 선생의 배에 이마를 기댔다.
단단하고, 든든한 느낌.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이 잔잔한 온기와 함께 어지러운 머릿속을 어루만지는 듯 했다.
"선생은, 괜찮아?"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호시노는 여전히 선생에게 기댄채로 고개만 위로 들었다.
더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듯한 그 눈에, 선생은 미소와 함께 화답했다.
"생각보다 밥은 잘 먹고 다니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내 세계가, 너희를 놓고 떠난 키보토스가 그리워서 힘들 때도 있기도 하고. 시로코가-"
긴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걱정되고, 미안해서."
"선생."
"다른 것보다도 그게...... 걸려서. 할 수만 있다면 전화 통화라도 연결됐으면 하고. 그렇게, 버티고 있지."
호시노는 선생의 허리까지 끌어안으며 선생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선생과 이 정도까지의 스킨십을 한 적이 있던가.
따뜻한 온기와 부드러움과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묘한 감촉에, 선을 넘을락말락하고 있는 상황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부끄럽고, 그래도 안고 있으니 좋기만 하니 어쨌든 좋다는 생각 위로.
각각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두 명의 시로코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왠지 자신이 이래선 안 될 것 같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걱정 마, 선생. 내가 전해줄게. 선생은 괜찮고, 밥도 잘 먹고 있고, 그리고......"
"잠깐 멀리 출장 다녀오는 거라 생각하면 될 거라고."
"......선생님."
그 말에 얼굴이 굳은 채 잠시 침묵하던 호시노가 말을 이었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
"만약 당장 우리 세계로 넘어올 방법이 생겨도, 선생은 여기 계속 머물 생각이지?"
순간 호시노를 안은 상태로 펄쩍 뛰어버릴 뻔했다.
재회 후, 짧다면 짧은 시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눴음에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들켜버린 선생은 그 정도로 놀랐다.
"아, 아니야 호시노. 나는 그런 게-"
어느새 안겨 있던 가슴팍에서 얼굴을 뗀 호시노가 말 없이 선생을 올려보고 있었다.
등 뒤로 숨긴 사탕을 들킨 아이처럼 허둥대는 선생을 겉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응시하는.
다른 색의 두 개의 눈이 어둠 속에서도 스산히 빛났다.
* * * * *
때로는 분노가 집필에 큰 원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슴다
세상에 한화 경기를 보고 침대에 누웠는데 지금까지 잠이 안 와요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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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기는 마무리란 새끼가 2군따리한테 9회말 2아웃 투런-투런으로 4점한 거랑 마무리란 새끼가 투런 맞고 다음 타자 스트레이트 팩넷 준 다음에도 교체 안 하고 불펜에 엄상백 김종수만 풀게 한 병신 감코 탓이지 다른 놈들 잘못이 뭐 있나

한탄글에서 소설로 바뀜 ㅋㅋㅋ
@ㅇㅇ

알바삭 피하기 위해서 이런 방법 쓰는 중인데 팩트는 진짜로 화나서 아직도 눈이 똘망똘망하다는 거읾......

다음화 빨리!
으헤이
칰붕이었구나...나도 어제 경기 보다가 울었다... 저 지랄인데 코시는 커녕 플옵에서 쳐발릴 것 같아서 ㅈ같다 허허 소설 잘 읽고 있어 완결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