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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47화/그 꿈으로 이어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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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부끄럽게도, 쿠치나시 유메는 자신이 테러화 되었을 때의 기억이 희미했다.

그 때문에 후배들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선생에게도 크나큰 민폐를 끼쳤음에도 그랬으니,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어쩌면.

지금 눈 앞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세리카를 날려버린 저 폭발이 곧 자신을 덮칠 예정인 지옥 한복판에 빠진 것이 그 대신 받고 있는 형벌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서, 선배......"

"아야네 쨩...!"

"도, 도망...... 빨리......"

"으헤, 여기서 도망가긴 어딜 간다고 아야네 쨩."

흙먼지 속에서 터덜터덜 걸어오는 실루엣과 그 중에서도 특출나게 잘 보이는 맨 위의 바보털.

"선배도 마찬가지. 눈 굴리는 거 다 보이거든요. 방패 꽉 잡고 제대로 들고 있어야 해요?"

"호, 호시노 쨩. 잠깐만. 우리 잠깐만 대화 좀 하자...!"

"으헤, 대화 좋죠 선배. 안 그래도 이거까지만 하고 대화하려고 했어요."

"조, 조금만 빨리 하면 안 될까 그거! 아니...!"

생명의 위협을 느낀 유메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기어코 모래바람 사이를 뚫고 나온 호시노는 그런 선배가 귀엽다는 듯 싱긋 웃었으나, 유메의 눈에 그것은 악마의 살인미소로 보일 뿐이었으니.

"대, 대체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어떻게...!"

주변을 둘러보며 유메는 한 번 더 경악해야 했다.

노노미, 세리카, 아야네, 그리고 아루. 심지어 하루카까지 쓰러져 있는 학교 운동장에 똑바로 서 있는 건 자신 뿐.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지, 생존본능 풀가동 상태인 유메의 뇌는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다른 세계에서 온 소중한 후배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왜 어째서인지 24시간만 머물 수 있다던 후배를 붙잡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갑자기 후배가 이 세계의 학교를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현장 수습을 위해 남은 무츠키와 카요코를 제외한 전원이 학교로 돌아왔고, 운동장 한복판에 발을 딛은 순간 호시노가 느닷없이 총을 뽑아 쏘기 시작......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호시노 쨩! 나 흐름을 모르겠는데? 나 때문이야? 설마 나 때문에 화나서 그런 거야? 뭔진 모르겠지만 말해줘! 전부 사과할게!"

"걱정 마세요 선배. 선배가 잘못한 건 딱히 없......"

거기까지 말하던 호시노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멀찍이서 애매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선생이 보였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방금 전 유메의 말들 중 특정 구절들이 계속해서 반복재생되고 있었다.

설레, 옷을 벗어, 유능하고 잘생기고, 가슴이 막, 그러니까 막......

그런 말을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와중에, 얼굴을 붉히며 내뱉는 선배의 그 표정은, 분명......

"......으헤, 역시 있을지도."

"어, 어째서?!"

"그런 의미로 문답무용~"

"잠깐마아아안!!!!?"

콰앙콰앙콰아앙!!!!

폭발에 가까운 충격을 이기지 못한 유메의 신형이 결국 뒤로 날아갔다.

그러면서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한쪽 발은 필사적으로 지면을 향해 발을 딛을 준비를 하려는 듯 굽혀져 있었고, 치켜든 방패 너머로 제자리에 선 상태로 노려볼만한 사각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 여전히 혼란이 가득한 눈은, 다음 공격을 대비하려는 듯 공격자인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끝끝내 뒤로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착지해 밀려난 유메의 모습을 확인한 호시노는, 겉으론 티내지 않았어도 기대 이상인 이 세계 선배의 방패술에 속으로 꽤나 놀란 눈치였다.

'제법인데 선배.'

전투 상황에서, 그 중에서도 방어가 아닌 공격 측일 때 쿠치나시 유메는 전력으로서 어떤 모습일까?

온갖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유메를 구하는 것 외에 한 번도 제대로 같이 싸워본 적 없는 호시노라도 알 수 있었다. 적을 타격하는 측면에서 유메의 쓰임새는 0에 가까웠다.

그녀에게 적을 제압하는 역할을 기대하느니 참새를 쫓는 허수아비처럼 장대에 매달아두고 앞세워서 돌격 때 총알받이 인간방패로 쓰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매우 진지하게 들 정도로.

다르게 말하면 방패, 전위에서 적의 공세를 버텨내며 후방의 전투원들의 부담을 덜다 못해 홀로 껴안다시피 하는 역할로는 제격이라는 것이었고, 더 많은 후배들을 이끌고 더 많은 전투에 필연적으로 참여해야 했을 이 세계의 유메 선배는 정말로 그런 부분에서 특출난 기량을 지니고 있었다.

'방패가 아닌 총을 든 선배에게 적을 쓰러뜨리는 역할을 기대할 순 없겠지. 그래도......'

괜찮다.

호시노는 잠시 주변을 스윽 훑었다가 미소지었다.

유메가 버티는 사이, 이미 모든 후배들이 정신을 차리고 비척비척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지 그렇지, 동료가 버티고 있는데 계속 자고만 있으면 안 되는 거라고 후배들."

"큭...! 분해...! 다짜고짜 얻어패는 사람이 맞는 말만 해서 반박할수도 없어서 분해...!"

"괜찮아, 세리카 쨩은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에...? 갑자기 칭찬?"

"빠른 연사력이라는 장점을 살려서 적의 혼란을 유도하는 움직임. 내 쪽이나 여기서나 다를 바 없이 정말 좋아. 좀 더 여유를 가져야 좋을 것 같단 단점까지 다를 바 없는 건 안 닮아도 됐는데 말이지만."

"크윽...!"

"여건이 되는대로 선생한테 조언을 구하는 쪽이 좋을 거야. 그리고 노노미 쨩은."

쿵.

아예 방패까지 무방비하게 내려놓고 몸을 기댄 호시노의 나른한 시선이 노노미를 향했다.

"이상할 정도로 공격이 소극적이란 말이지. 그런 좋은 무기를 들고도 세리카 쨩이랑 역할이 완전히 겹치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아루 쨩에 비견될 화력을 지녔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하는 게 도움 될 거야. 충분히 할 수 있잖아?"

"못 해요."

"응? 어째서?"

"돈 아껴야 하니까요."

"...?"

"제가 특히나 많이 써야 되는 총알값을 조상님이 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

이게 노노미가 할 소리가 맞나.

그런 인지부조화로 인한 혼란으로 가득 찬 눈이 선생과 마주했다.

카이저와 이 세계 선생의 합작으로 네프티스 그룹이 망했다는 것까지 굳이 설명할 필요없다 생각해 멋쩍은 웃음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선생.

그것으로 모든 설명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말 못할 사정이 있다는 것 정도는 얼추 알 수 있던 호시노는 머리를 긁적였다.

"으음, 그래도 여기서 유일한 중화기병으로서의 이점을 포기하는 건 아쉬운데......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여기선 아야네 쨩의 역할이 중요해."

"네? 제, 제가요?"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아야네 쨩이 잘 판단해서 지시를 내려줘야 한다는 거야. 안 그래도 묻고 싶었는데 아야네 쨩, 후방 오퍼레이터라기엔 너무 가까이서 전투에 참여하더라고? 그래선 유사 시에 빠른 판단을 내리긴 좀 힘들지 않아?"

"그야 그동안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었으니까요......"

"이제 사람도 추가돼서 인원도 충분하니 괜찮잖아? 아야네 쨩은 머리가 좋으니까 말이지. 직접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후방에서 지원에 집중하는 게 전투 때 더 도움이 될 거야."

"으, 으음......"

"그런고로, 이쪽 세계 아비도스의 결전병기 역할을 해줘야 하는 건 아루 쨩으로 확정이네."

"역시 아루 님...!"

"후훗, 사람 보는 눈이 있는 걸... 어, 어엇?!"

까앙!

"끄아악...!"

"하, 하루카?! 무슨 짓이야 당신!"

총을 역으로 잡고 달려들어 휘두른 공격을, 순식간에 끼어든 하루카가 받아냈다.

역정을 내려던 아루였지만, 진지하기 그지 없는 호시노의 눈빛을 마주하고 움찔해야 했다.

"그래그래, 그렇게 핵심적인 전력은 역설적으로 적에게 가장 많이 노려지는 분대의 취약점이기도 하니 철저히 지켜야 된다고. 그래도 하루카 쨩 정도 되는 자원이 옆에 철저히 붙어 있을테니 큰 걱정은 안 되지만......"

"윽...!"

투두두두두!

아루를 향해 총을 들어올리자마자 쏘아지는 총격에 호시노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지면을 박찼다.

그리고, 분명 호시노를 노렸을 그 총격은 그치지 않고-

"우, 우와아아앗!?"

"아앗! 아, 아루 서...... 선배!"

"큭, 아루 님에게 무슨 짓이야 이 망할 고양이가...!"

"아, 아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죄송해요, 제가 잘못 쏴서."

"아니야, 노노미 선배 잘못이...!"

"둘 다 잘못이야."

퍼퍽!

"큭!?"

"꺄앗?!"

"목표가 겹치는 건 둘째치고 동선이 겹치면 안 되잖아."

탕! 타앙!

이어지는 공격을, 호시노는 방패도 들지 않고 맞아버리며 총을 들었다.

"선배는 무리해서 공격을 시도하는 것보단 방패를 들고 앞으로 끼어들어 막아내는 게 나아요. 지금도 좀 더 일찍 들어왔어야 했다고요. 이게 진짜 교전이었다면 이 공격으로 이미 노노미 쨩과 세리카 쨩은 전투불능이었어요."

"윽...!"

콰앙!!!

강력한 총격이 또 다시 방패를 강타하자 유메가 움츠러들었다.

그 쯤에서 호시노는 다시 방패를 지면에 세워두고 선생을 돌아봤다.

"선생, 케이 쨩. 지금까지 느낀 점이나 따로 할 말 있어?"

"딱히 없어. 네가 하는 말에 틀린 것도 없고."

"동의합니다. 구구절절 맞는 말들 뿐이었으니 토를 달 필요성은 전무합니다."

말리지도 않고 되려 동조하는 선생과 케이를 향한 원망의 눈초리가 쏘아졌다.

호시노가 스윽 돌아보자 순식간에 사라지는 독기에 선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괴롭히는 게 아니니까, 좋은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줬으면 좋겠어. 호시노의 지휘력도 개인 전투력 못지 않게 뛰어나니까. 참고하면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거야."

"으헤, 앞에서 그렇게 말하면 아저씨 부끄럽다고 선생."

세트와 자신들을 두들겨 팰 때의 모습은 어디가고 몸을 배배 꼴 기세로 얼굴을 붉히는 호시노에게 어이없게 보는 시선이 쏠렸다.

심상치 않은 눈초리를 느낀건지, 큼큼 헛기침을 하던 호시노는 곧바로 방패를 다시 잡았으니.

"자, 그런고로 다시 시작해볼까?"

"아니 잠깐만! 애초에 이거 뭔데?! 아까부터 지적하고 싶었는데 우리 왜 맞아야 하는 건데! 안 그래도 납치에, 그런 괴물이랑 한바탕 싸워서 몸이, 몸이...!"

"안 피곤하잖아? 내가 앞에서 다 맞아줬는데 설마 그 정도 긁힌 걸로 엄살 부리는 건 아니겠지 세리카 쨩?"

"으아악! 진짜 뭔데! 왜 그런 난리를 연속으로 치뤘는데 몸이 멀쩡하다 못해 날아갈 것 같은 컨디션인데!!"

뜨끔-

선생은 슬쩍 명함과 카드를 넣어두는 목걸이 사원증을 내려봤다.

그러면서 싯딤의 상자를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괜히 등 뒤로 숨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자, 다들 각자 위치 잘 섰지? 그럼 바로 간다?"

"아직 안 잡았잖아! 1분도 안 지나서 그대로잖아!"

"으헤, 편하게 사정 같은 걸 봐주는 전투 같은 건 없다고?"

"다 좋은데 호시노 쨩, 아까부터 왜 나부터 쳐다보는거야! 진짜 아무 감정 없는 거 맞아?!"

"이상한 소리 그만하시고요 선배. 선배한테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어디까지나 방패 든 사람이 적이 제일 많이 노리는 취약점이니까요."

"아까는 결전병기 역할이 제일 많이 노려진다고-"

콰앙!!!!

"꺄아아아아악! 미, 미안해! 말대꾸해서 죄송합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아아아아!!!!"

'저건 진짜 왜 저러는 건진 모르겠지만......'

이상할 정도로 유메를 향해 전의를 불태우는 호시노의 모습에 갸웃하면서도 선생은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이따금 필요할 때만 조언을 할 뿐, 자신이 하는 말이 호시노가 직접 겪게 해주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상황이 갑작스러워서 놀라긴 했지만, 저 아이들한테 이만한 수업을 받을 기회도 흔치 않지.'

자신이 오기도 전에 스스로를 포함한 5명만으로도 키보토스에 손에 꼽을 소수정예부대를 만들어놓은 사람이 호시노였다.

비록 트라우마로 인해 후배들이 아닌 자신이 가장 많은 부담을 짊어지는 전략을 구사하긴 했지만, 자신 세계에 비해 외부의 압력과 약점이 많아 강한 조직력을 전장에서도 발휘하는데 어려움이 있던 이 세계 아비도스 학생회의 전력을 재정립하는데 이만큼 적격인 교사가 없었으니.

'교사, 인가.'

정말로 교사답게, 각자의 개선점을 놓치지 않고 짚어주는 호시노의 모습이 정말로 어른스러워서 웃음이 나왔다.

"으헤, 역시 보급품을 잘 정리해놓고 있었구나. 이 방이 넓어서 창고에 쓰긴 제격이긴 하지. 그리고 물건을 이렇게 배치하면 읏차...... 어때? 좀 더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고?"

"아...!"

"이건...... 아아, 그렇구나. 일할 곳이 없어서 돈을 벌 곳도 마땅찮다고...... 으음, 이건 물어본 내가 경솔했네. 미안해. 그래도 남아 있는 주민 분들도 더 신경 써줘야 해. 선의로 하는 이야기기도 하지만, 사람이 있어야 돈이 도는 건 분명한 진리거든."

"네, 네...!"

"쪽문을 막아놓은 건 좋은데, 이렇게까지 틀어막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이러면 우리 쪽에서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잖아."

"아비도스 외곽으로 통하는 비상통로도 있으니 괜찮지 않나요?"

"응? 비상통로? 우리 학교에 그런 것도 있었나? 어라...?"

모의전을 마치고도 익숙하면서도 낯선 학교 곳곳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짚어주는 모습도.

"으헤, 보자. 놓친 게 또 뭐가 있으려나~"

"그, 선배. 개인적으로 물어볼 게 있는데......"

"물론이지. 뭐든 물어보라고."

쭈뼛거리면서 다가오는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여유로운 모습도.

'다 컸구나.'

호시노가 들었으면 펄쩍 뛰며 부정했을 소리였지만, 선생의 심정은 정말로 그러했다.

자신이 없었음에도 차분하고 든든했던 모습이.

참으로 기특했다.

"으음, 이 정도면 됐으려나."

그렇게 몇 시간을 쉬지도 않고 선생과 후배들을 끌며 보완점을 짚어주던 호시노의 발걸음이 정문 앞에서 멈췄다.

"말할 건 다 말해준 것 같고, 남은 시간은 선생님이랑 보낼 예정이니까-"

얕은 한숨을 내쉬며, 호시노는 싱긋 웃었다.

"우리들은 여기까지야. 이 쪽 세계의 후배님들."

곧바로 말이 돌아오진 않았다.

다들 뭐라 반응해야 할 지 모를 표정들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와서, 갑작스레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을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를 표정이었다.

그 와중에도 아비도스 쪽의 모두의 시선은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괜찮아."

그 시선을 받는 당사자, 유메는 정말로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해야 할 이야기는 전부 했으니까."

전부 털어놓았기에 할 수 있는 진심으로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 초연한 표정이 곧 일그러지기 전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호시노, 호시노 쨔앙...... 으윽...!"

"네, 선배."

호시노는 주저하지 않고 울먹이는 선배의 품에 안겼다.

"이, 이러고 싶지 않은데... 다른 세계의 후배한테 민폐일텐데 그래도, 그래도 헤어지고 싶지 않아!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다고...!"

"......저도."

유메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다른 세계의 유메 선배."

서로가 본질적으로 다른 사람일지라도 상관 없었다.

두 사람 모두가, 서로가 꿈에 그리던 상대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기에.

각자의 세계에서 떠나보낸 소중한 이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렇지만 우리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돼요."

"응, 알고 있어."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는 유메의 미소가 환히 빛나는 듯 했다.

호시노는 그 미소에서 유메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노력할거야. 노력하겠지만, 호시노 쨩만큼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훌륭한 선배가 될 수 있을지, 누군가를 지켜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될 수 있어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올바른 답을 갖고 있는 선배라서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나는, 호시노 쨩 나는...... 이 세계에서 너를 잃은 그 사막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어......"

"그럴 거에요. 고통스럽고, 괴로울거고, 가끔... 아니 어쩌면 자주 악몽도 꿀 거고. 하지만 빠져나올 수 있어요."

"호시노 쨩, 호시노 쨩...! 가지 마, 호시노... 나는......!"

"그런 자신이라도, 이미 망쳐버린 자신이 쓰러지는 걸 볼 수 없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인연.

자신도 모르게 쌓아온 인연의 도움으로 자신은 스스로를 얽매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이기에, 이제는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선배는 이미 스스로를 구원한 거에요. 학대, 실패, 폭력, 외부에서 닥친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와, 걸레짝이 되었어도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저를 만난 선배는, 이미 승리한 거나 다름 없는 거에요."

"호시노......"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이젠 아픈 과거를 떠올려도 전처럼 괴롭지 않을 거에요. 악몽도 덜 꾸게 될 거고, 그 시간에 내일은 애들이랑 무슨 일을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 거고 그렇게...... 괜찮아 질 거에요."

괴로움도, 기쁨도.

인생에 있어선 모두 중요할테니까.

"......아."

"유메 선배?"

"줄 게 있었어."

여전히 눈물이 줄줄 흐르는 채로 멍하니 중얼거리고, 유메는 갑자기 뒤 돌아 뛰기 시작했다.

"유메 선배?!"

"잠깐만 있어 호시노 쨩! 내가 왜 이걸 까먹고 있었끼약?!"

철퍼덕-

다급하게 뛰다 다리가 꼬여 운동장 모래 위에 엎어져 버렸다.

금세 벌떡 일어나 학교 안으로 와다다다 뛰어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모두가 어이없게 응시하고 있었다.

호시노마저도.

'추억이네......'

향수에 젖어, 지그시 눈을 감으며.

호시노는 여전히 꿈만 같은 시간들을 조용히 곱씹었다.

기쁘고, 대견하고, 가슴이 떨리는 기적을 겪었다.

그런 일을 마주했는데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했다.

"서, 선배..."

얼마나 많이 봤다고 울먹거리기까지 하는 세리카가 부르는 소리가 상념을 깨웠다.

그래, 까칠하고 경계심 많아보이지만 사실 정 많고 알기 쉬운 아이니까.

"조금만 더 있다 가면 안 돼......?"

"말했잖아요 세리카 쨩."

노노미가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세리카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아준다.

"호시노 선배는 곧 돌아가야 해요."

"그렇지만...! 나도 그렇지만! 유메 선배는 호시노 선배를 떠올릴 때마다 엄청 힘들어했단 말이야! 유메 선배랑 이야기 했던 것도 그렇게 길지도 않았잖아, 그러니까 선배. 억지인 건 알지만......"

"......"

"조금만 더 옆에 있어줘도 되는 거잖아...! 선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냐고...!"

그럴 리가 있나.

호시노는 무심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럴 리가 없었다.

유메를 구해낸 순간의 기쁨과 환희로 터질 듯한 심장소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선배를 제대로 마주한 순간 하려던 말들을 싸그리 잊어버리고 그 품에 뛰어들었을 때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은 거라니, 그럴 수가 있나.

그런데 하나가, 생각해보니 계속해서 걸리는 한 가지가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죄책감이 심장을 쿡쿡 찔러 아려오게 했다.

선생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하고 이곳에 남아야 했다.

언제 대금을 치룰지 모를 카드의 힘으로 시로코를 만나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결국 다른 세계의 사람인 유메와의 만남 역시 지금 여기서 보는 것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인 것이다. 호시노 스스로가 유메가 아닌 선생과 함께 있기를 택했으니.

이제 다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를 기약 없는 이별을 앞두고 있다. 그것은 선생과 유메,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었다.

그런데도.

눈물은 한 번 쏟아내면 끝이라는 듯 덤덤한 지금의 나는 뭘까.

이 세계의 세리카의 말대로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가?

내가 정말,

'괜찮아'도 되는 건가...?

"...시노! 호시노! 호시노 쨔아아아아앙!!! 아으앙?!"

철푸덕!!!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아오다시피 하던 유메가 또 발이 걸려 나뒹구는 모습에 당혹스러움으로 가득한 고찰이 제대로 시작도 되기 전에 깨졌다.

처음 넘어진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주 작정하고 성대하게 모래밭을 구른 유메는 이번 건 정말로 쪽팔렸는지 잠시 지면에 박힌 얼굴도 들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이내 손에 쥔 무언가에 힘을 쥐며 벌떡 일어나 호시노를 향해 힘차게 달려왔다. 자신이 달리다 넘어졌다는 사실까지 잊은 듯.

데쟈뷰.

그 자체인 유메의 모습에 호시노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으헤, 유메 선배. 시도때도 없이 넘어지는 건 여전하시네요. 뭘 가지러 갔길래 그렇게 다급하게-"

"수첩이야!"

"............네?"

"어...?"

호시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고, 지켜보던 선생이 경악하는 것도 아랑곳 않고.

흙투성이가 되어 숨을 헐떡이던 유메는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찬란히도 빛나는 환한 미소와 함께 손에 쥔 것을 호시노에게 내민다.

"언젠가, 호시노 쨩이 회장 자리를 물려받으면 선물로 주고 싶었던...... 내 수첩! 다른 세계의 호시노 쨩이 대신 받아줬으면 좋겠어!"

평행세계의 것인 주제에 기억의 그것과.

찾아헤메며 갈구하던 그것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작은 공책이 눈 앞에 있었다.

호시노는 못 박힌 듯 굳어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수첩을 내려다보았다.

* * * * *

연휴 때 가족여행 갔다와서 연재가 늦었슴다

잘 쉬다 왔으니 다시 달려보겠슴다...!

그리고 1500엔만 있으면 살 수 있을텐데라는 납븐말은 노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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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10.11창작

소설) 학대파 선생 세계선에서 살아남기 - 47화/그 꿈으로 이어진(3)

#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13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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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C
Baksam작가
게시물 65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5.10.11 20:51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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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나
ㅇDC
ㅇㅇ125.10.11

아 드디어

ㅇDC
ㅇㅇ225.10.11

선개추 후감상

ㅇDC
ㅇㅇ325.10.11
디시콘
ㅇDC
ㅇㅇ325.10.11
디시콘
ㅇDC
ㅇㅇ425.10.12

또 후배를 패고 있나 타카나시

ㅇDC
ㅇㅇ525.10.12

호시노 이 미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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