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 #S #드라마 #오토기
원본 by h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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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카이로 갈까 해.”
로프를 한 손에 쥔 채 선생은 웃는다.
오토기는 그를 멈추지 못했다.
말려도 소용없다,
눈을 보면 알 수 있었으니까.
흔들리던 아침 전철 안, 우연히 마주친 그는 해골 같았다.
눈을 떼면 분명 여기에서 이별, 갑작스레 닥쳐온 분기점─소녀는 훌쩍 전철에 올라탄다.
“나도 데려가 줘, 선생님.”
3시간 22분의 이야기를 하자.
죽음을 바라는 남자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의 이야기.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이 전철에 흔들리며 먼 주카이에 다다라─
나뭇가지에 로프를 묶기까지, 아무것도 아닌 주말의 이야기를 하자.
집이 불타고 있다면, 누구라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가령 거리나 나라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알지 못해 오히려 차분해지는 법이다.
로프를 집어넣은 그의 곁.
전철에 흔들리는 오토기 역시 그런 심경임이 분명했다.
“저기 말이야. 그…생각은 안 바뀌는 거야?”
세 번째 역을 지날 무렵, 그녀는 그렇게 묻고 있었고…메마른 웃음만이 답이었다.
이야기가 있었다.
병일까, 기억일까, 미래일까.
소녀보다 두 배, 세 배는 더 살아온 인생,
학생은 모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일이 즐거워도, 모두에게 필요해져도 밤이 찾아올 때마다 죽고 싶어진다,
그 정도의 이유가 그에게는 있었다.
“…병원에는 가봤지.
밥도 먹었고, 아침 햇살도 받았어.
상담도 했고, 소설도 읽었지.
제법, 시간도 흘렀어.”
…그래도 역시 바뀌지 않았다.
출발 안내 방송을 태평하게 들으며 그는 쓸쓸하게 웃고 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생명의 존엄함도, 그것을 스스로 내려놓는 금기도.
남겨진 이들의 슬픔도, 얼마나 이기적인 선택인지도.
그것들을 모두 알고서도 그는 전철에 올라타 있다, 그러니까…….
“그렇구나.”
메마른 대답이 흘러나올 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버린다.
시간은 아침, 창유리에 자기 자신은 비치지 않는다.
제대로 웃고 있을까, 어깨는 떨리고 있지 않을까.
휴대폰을 꺼낼 겨를조차 아까워 오토기는 자신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마치 하이킹이라도 가는 것 같았다.
목적지 역에서 둘이 내려서 가는 길에 스포츠음료와 주먹밥을 사고.
‘─주카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간판대로 걸어가는 길은, 몰래 땡땡이 치는 것 같아서…….
그렇기에, 소녀의 뺨으로 기분 나쁜 땀이 흘러내린다.
‘이 사람─이 사람, 이대로 두면─죽어버려, 그러니까,’
‘그것’은 역시 문제가 되는 모양인지, 순찰하는 사람과 스쳐 지나간다.
몇 번이나 생각했다,
소리치면…무언가 바뀔지도 모른다고.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바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바뀌지 않는다.
미소로 얼버무리고, 오늘은 평소처럼 돌아가서─그러고 나서.
그러고 나서 다시, 그는 다른 곳으로 사라질 뿐─눈에 훤하니까, 적어도…….
“저기 말이야, 선생님?
봐봐! 폭포─폭포 같은 것도 보고 싶고 말이야!
이쪽, 이쪽 길로 하지 않을…래?”
적어도 시간을 벌어보려고 오토기는 어떻게든 말을 건네고 있었다.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페트병을 꽉 쥐고서.
‘그렇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는 다정하게 앞장서 준다.
그것이 슬펐다.
그 뒷모습은 자신이 잘 아는 ‘선생님’이어서…광기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슬펐다.
이미 손쓸 수 없다는 걸, 아플 정도로 알게 되니까.
아침의 주카이는 아름다웠다.
공기가 맛있다, 는 표현은 이를 가리키는 걸까.
여름 냄새가 나기 시작했는데도 코끝을 간지럽히는 차가운 산들바람.
굽이치는 뿌리를 나뭇잎 사이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음악이었다.
“이기적이라는 건 알고 있어, 많은 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도. 그렇지만…죽는다면, 이런 곳이 좋아.”
아름다운 경치를 망막에 새기며 앞서가는 그는 웃고 있다.
체념은 가속한다.
본래의 그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을 터.
그것이 바뀌어 버리는 것이 ‘마지막이니까’라는 한마디로…다른 누구도, 뒤집을 수 없는 것.
“선생님, 나를 안아주지 않을래?”
익숙지 않은 대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 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소녀는 이유가 되고 싶었다.
마음도 맞고, 은혜도 입었다.
그런 그가 죽는 건 아무리 받아들이려 해도 싫었다.
자신이.
삶으로 돌아갈 이유가 될 수 있다면, 순간 그렇게 생각해서…….
그렇기에 그런 용기 같은 건 없다 해도. 떨리는 손가락 끝으로 옷자락을 쥐고, 오토기는 남자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오토기, 나를 신경 써주고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겨야지.”
어디까지나 투명한 눈동자로 그는 타이를 뿐이었다.
그 찰나, 역시 알아버리는 것.
지금의 자신은 마법의 문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를 구원할 신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텐진야마 오토기는…‘주인공’이 아니니까.
하이킹 코스에서 벗어날수록 풍경은 점점 어두워진다.
햇살마저 사라진 세계, 생각만이 계속해서 맴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오토기라는 학생은 말주변이 좋고, 타인과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다.
다만, 말하자면…‘그뿐’이라고.
‘─우리의 패배다, 츠키유키 소대장.’
그 한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막혀 있던 판이 돌파되고, ‘주인공’들이 개척해 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의지가 되는 후배도,
자신을 관철했다는 공안국장도.
혹은 자신들의 리더도,
좀 더 말하자면─본래는 앞을 걸어가는 그 역시 그렇다.
말이나 행동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자신은?
그러한, 말하자면 ‘주인공’들.
어째서일까.
잘 말할 수는 없지만, 텐진야마 오토기는 그들과는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기 말이야, 선생님? 나는, 나는…….”
“…오토기, 너는 이제 돌아가야 해. 쓸데없는 의심을 사게 될 거야.”
돌아보며 웃는 그, 그 마음을…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태도가 가벼운 게 안 좋은 걸까.
좀처럼 남에게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생글생글 웃고 만다.
그 탓일까.
생각은 맴돌지만, 모두와는 다르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이야기에서도, 이 한순간에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
자신은 딱히 ‘그렇지’ 않았다…….
분명, 그저 그뿐인 이야기라고.
“아니야, 아니야. 요즘, 점점 더워지고 있잖아. 그러니까, 바다라든가, 강이라든가…같이…….”
자아내는 말은 녹아내리고, 시선만이 방황할 뿐.
이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살아주었으면 한다’고 기도하는 것은. 지금의 그에게는 매일이 죽을 만큼 괴로울 텐데.
상황을 바꿔주지 못하면서 ‘죽지 말아 달라’고 청하는 건…고문 같은 나날을 이어가게 하는 것.
진심으로 죽음을 바란다면, 사람은 사람을 막을 수 없다.
‘주인공’이 아니라면, 이야기도 운명도 바꿀 수 없다.
그렇기에, 문득 그가 발걸음을 멈춘 순간.
“…오토기?”
툭, 하고.
묶인 로프가 팽팽해지기 전에 소녀는 얼굴을 묻고 있었다.
뒤에서, 그의 등 뒤로.
얼굴은 보일 수 없다.
눈물을 보인다면, 남자의 마지막 풍경은 그것이 되어버린다.
학생이 슬퍼하는 얼굴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미안해. 하지만, 그런 건…슬프잖아.”
포기해 버렸다고는 해도,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마지막으로 보는 게 학생의 눈물이라니…너무나도 구원받지 못한 결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오토기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전한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바꿀 말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하루만. 내일 아침까지, 같이 있어 줘.”
제멋대로다.
결국─보잘것없는 소녀에게 남겨진 건, 있는 힘껏 떼를 쓰는 것뿐.
그의 구세주가 될 수 없다.
과거도 미래도 바꿀 수 없고, 호박 마차 같은 것도 꺼낼 수 없다.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소녀는 적어도 전해본다. 보잘것없는 기도를 읊어본다.
“부탁이야. 혼자는, 외로우니까.”
남자는 문득 돌아섰고, 그러고는 잠시 시선이 맞닿았다.
그것은 분명 알 수 없는 일.
아름다운 해는 다시 떠오르고, 신비로운 주카이에는 여름이 온다.
다음 전철은 찾아오고, 달력은 넘겨진다.
그렇게, 그렇게 순환하는 나날의 곁에서─
웃고 있는 두 사람이 있는 걸까.
이야기는 바뀐 걸까.
그것은 분명 알 수 없는 일.
댓글 8
이 작가 소설 다 같은 세계관인건가
작품마다 다르다고 봐야 할 겁니다. 센세 정병 묘사도 좋아진 작품 다음에 도로아미타불되는 경우도..
@[캐서린] 그렇구만
이 시리즈 여기서끝임? 최신 연재본더있나
축구로 치면 빌드업이 끝났다고 할 수 있지요.
@[캐서린] 이게 최신화야?
@ㅇㅇ(175.194) 한참 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