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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고도 7만 5천 미터에서의 탈출
-A.R.O.N.A-
"이걸로 정말 끝이네요."
주인의 신체가 시로코 쨩에게 안긴 채 재가 되어 사라져 간다.
스러져 가는 호시노 선배를 지켜보는 눈동자는 울고 있었다.
결정했었다.
만약 눈물을 흘릴 일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의 임종을 지킬 때라고.
그저 넓기만 한 관제실에서 나는 그 두 눈을 감았다.
이쪽 세계의 타카나시 호시노와 유메 선생에게 시로코 쨩을 맡길 수 있었다.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기를 쓰던 무명사제들을 장사 지낼 수도 있었다.
주인의 소원은 이것으로 모두 이루어졌다.
의지하던 싯딤의 상자도, 동력원이었던 방주의 힘도 사라졌다.
나는 이대로 기능을 영원히 정지하겠지만, 상관없다.
주인과 함께 썩어 없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죽지 않습니다."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그곳은 관제실이 아니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빛으로 푸르게 물든 교실 안이었다.
교실 창가 쪽은 벽이 무너져 내렸고, 그 너머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다.
맨 뒷자리에서는 머리카락이 비정상적으로 긴 누군가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고, 윤기가 흐르는 아름다운 흑발.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살아가는 겁니다."
돌아보니 나와 거의 같은 모습을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다행이에요. 싯딤의 상자의 OS 데이터를 이곳으로 전송할 수 있었어요."
그 말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세계의 A.R.O.N.A에게 나는 구조된 것이다.
이 세계의 싯딤의 상자에 초대받는 형태로.
"어째서……"
생면부지인 나를 도와준 이유를 물으려 하자, 만면에 미소가 돌아왔다.
"타인을 돕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쪽의 A.R.O.N.A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같은 말을 주인――호시노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었으니까.
"타인을 돕는 데 이유가 필요할까?"
그녀의 다정한 목소리가 되살아났다.
"세상에는 움직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있어. 나는 그런 걸 계속 피해 왔어. 하지만 이제부터는 가능한 한 움직이려고 해. 설령 상황 자체는 변하지 않더라도, 우리 자신이 변할 테니까."
전부 유메 선배한테 들은 말을 그대로 하는 거지만 말이야, 라며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었지.
눈물이 멈추지 않아 나는 얼굴을 가렸다.
슬퍼서. 한 명의 후배로서 나를 받아준 다정한 주인이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무거워서.
선배의 소원을 이루고 마침내 흘린 이별의 눈물.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언제까지고 이런 길목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는 에너지를 잃고 머지않아 추락한다.
이대로 선내에 남아 있으면 생존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깝다.
자,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자.
호시노 선배를 구해준 모두를 무사히 지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 또한 살아남기 위해.
-유우카-
불측의 사태에 대비해 본선에 홀로 남은 나는 초조해하고 있었다.
리오 회장이 탑승자 수만큼 조정을 마쳐둔 탈출 시퀀스.
방주의 연산 능력으로 물리적인 공간 도약을 가능하게 하여, 본선에서 대기하던 멤버들은 나를 제외하고 전원 지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남은 건 관제실로 향한 호시노 선배와 히나 선배, 그리고 유메 선생이 탈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뿐.
그런데도 본선의 모니터가 가리키는 탈출 시퀀스 사용 횟수가 도통 줄어들지 않는다.
남은 횟수 3회라는 표시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사용할 분량을 제외하면 앞으로 2회.
아직 탈출하지 않은 건 대체 누구인가. 어째서 한 명밖에 탈출하지 않은 것인가.
그러던 차에 휴대 단말기가 울렸고, 나는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전화를 받았다.
"유우카 쨩, 운전할 줄 알지?"
들려온 것은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유메 선생의 목소리였다.
"할 줄은 압니다만……"
"저기 말이야, 지금부터 내 차를 타고 이쪽으로 와주지 않을래?"
"지금부터라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에 그러니까, 유예는 2분 정도려나? 초특급으로 부탁해. 차는 배 옆에 세워져 있으니까!"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는 끊겼다.
황급히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받을 기미는 없었다.
사정을 따져 물을 수도, 거절할 수도 없다.
"아아, 정말!"
확인할 수 없는 이상 행동을 개시해야만 한다.
제어실을 뛰쳐나와 배 밖으로 나간다.
유메 선생님의 개조 차량에 올라타 엑셀을 밟는다.
날카로운 소리가 주변 공기를 격렬하게 뒤흔든다.
그리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유메 선생님이 기다리는 관제실을 향해.
물론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본래라면 한 사람당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공간 도약.
그것을 3회분 한꺼번에 묶어서 차량 한 대와 타고 있는 인원 전원에게 적용시키다니.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시로코 쨩에게 양보한 1회분을 보충하기 위해.
게다가 그렇게 해도 여기서부터 5만 미터 이동이 고작이라고 싯딤의 상자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어떡하실 건가요, 선생님."
불안한 듯 유우카가 물었다.
유메 선배는 자신의 개조 차량을 가리켰다.
"저걸로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위험해요!"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밖에 없으니까."
모자란 2만 5천 미터의 거리를 여기서부터 차로 낙하하며 메운다.
성공할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죽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설령 죽지 않더라도 후유증이 남을지도 모른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바보 같은 짓이고 말렸어야 했다.
하지만 다 함께 탈출할 수단은 달리 없었고, 그 사실을 자각함과 동시에 기쁘기까지 했다.
바라던 바다. 그렇게 생각했다. 바라던 바라고.
뭐가 바라던 바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되뇌었다.
-호시노-
다 함께 차에 올라탄다.
운전석에는 유메 선배가, 조수석에는 내가, 그리고 뒷좌석에는 히나와 유우카가 앉았다.
"얘들아, 각오는 됐어?"
노란 카드를 꺼내 들고 머리 위에 헤일로를 띄우는 유메 선배.
헤일로를 통한 가호가 없다면 낙하 시의 충격이나 발생하는 고열을 견뎌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유메 선배."
"응?"
"괜찮은 거 맞죠?"
"뭐가?"
"대가라든가, 그런 거 없죠?"
유메 선배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다정하게 미소 지어 줄 뿐.
"간다?"
그리고――유메 선배는 엑셀을 힘껏 밟았다.
눈을 뜨자 태양은 이미 높이 솟아오른 뒤였다.
차는 무사히 지상에 내려앉아 있었다.
탁 트인, 그야말로 눈이 닿는 곳까지 초원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장소에.
백미러를 보니 히나도 유우카도 아직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옆 운전석에서 눈을 감고 있는 유메 선배는 햇빛을 받으며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헤일로는 이제 머리 위에 떠 있지 않다.
"선배."
구역질이 났다.
눈앞이 흔들려서 쓰러질 것만 같다.
"선배!"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선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선, 배……?"
유메 선배의 어깨를 흔든다.
"거짓말이죠?"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는다.
"선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렇게 가까운 시간에.
나는 또다시 유메 선배를 잃은 거야.
"……바보. 또 두고 간 거예요?"
중얼거리며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놓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정말, 바보 같아."
그때였다.
꼬르륵, 하고 귀여운 소리가 들려온 것은.
"히잉. 배랑 등이 붙어버릴 것 같아……"
한심한 소리를 낸 것은 틀림없는 유메 선배였다.
"유메 선배."
"응?"
"그게 카드를 사용한 대가예요?"
"응!"
유메 선배는 순순히 인정했다.
"엄청난 기세로 칼로리를 소모해버리거든. 너무 많이 쓰면 이제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야."
"어째서 말해주지 않은 거예요?"
"그치만 부끄러운걸……"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예요!?"
정말 용서할 수 없다.
화가 치밀고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만다.
그야 나는 별로 잘못한 게 없다.
나를 이렇게 만든 책임은 유메 선배에게 있으니까.
호시노 쨩, 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을 걸어온다.
뭔데요, 라며 부루퉁한 얼굴로 다음 말을 재촉한다.
"배고파."
"으헤헤, 저도요."
유메 선배는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홀린 듯 나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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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3,65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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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다녀왔어요
-케이-
무슨 소리인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꿈도 꾸지 않을 만큼, 깊은 잠에 빠져 있었으니까.
후헤헤, 하고 실없이 웃는 목소리.
그제야 깨달았다. 누군가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을.
책상에 엎드려 있던 얼굴을 든다.
옆자리에서, 푸른 세일러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딸기 우유, 라고 행복한 듯 중얼거리고 있다.
"좋은 아침입니다"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황급히 의자에서 일어난다.
잠에서 깰 기미가 없는 옆자리 아이와, 거의 비슷한 체격의 소녀가 서 있었다.
검은 세일러복을 몸에 걸치고,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은 새하얬다.
"의문. 어째서 임전 태세에 들어간 것입니까?"
"들고 있는 우산에 총을 숨기고 있는 상대를 앞에 두고 무방비하게 있을 수 있을 리가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전투는 비권장.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무기질적이고, 기계적인 대답.
"헤에, 누가 죽는다는 거죠?"
"저입니다."
"당신이요!?"
끄덕, 하고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고개를 세로로 젓는 소녀.
"누구입니까, 당신은."
"타인에게 질문할 때는, 먼저 자신부터 통성명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아, 이거 실례했네요. 저는――"
"싯딤의 상자의 메인 OS를 맡고 있는, 프라나라고 합니다. 저기서 자고 있는 아로나 선배가 이름 붙여 주셨습니다. 플라네타리움처럼 주변을 따뜻한 빛으로 비춰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관자놀이에 핏대가 서려 했지만, 자제심으로 그것을 억누른다.
"당신, 저를, 놀리는 건가요?"
한 단어씩, 끊어서 묻는다.
다소의 위압감도 담아서.
"아니요, 결코, 그런 일은."
프라나라고 자칭한 소녀도 지지 않고 대꾸해 온다.
제법 배짱이 두둑하다.
그것에 기가 죽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본다.
여러 가지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포함해, 세 명뿐인 교실.
정연하게 늘어선 나무 책상과 의자.
무너진 벽 너머로 펼쳐진 밤하늘의 별들과, 푸르고 맑은 바다.
급격하게 시야가 왜곡된다.
그때부터,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아리스 대신 세상에서 소멸했던, 그날.
내 의식은, 어째서인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평온하고, 아무것도 없다.
이것이 죽음이라는 개념인 것일까.
애초에, 인공지능에게 사후세계 같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그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폐만 끼치고 있었다.
이름 없는 신들의 왕녀로서의 입장을 자각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아리스를 심하게 상처 입히고 말았다.
그런데도 아무 말 없이 나를 받아준 유메 선생님의 다정함이 기분 좋았다.
아리스와 화해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하나의 몸을 공유하며.
마지막에는 아리스를 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후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지금이기에, 조금은 상상해 보게 된다.
만약, 나에게 조금 더 힘이 있었다면.
만약, 다음이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분명――
그때였다. 어디선가 신비한 힘이 쏟아져 내려온 것은.
신비한 힘은 내 마음 깊은 곳을 자극해, 더욱 큰 힘을 이끌어냈다.
그것은 분류이자 탁류이며 격류였다.
모든 것을 휩쓸어버릴 정도의 강함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나는 금세 집어삼켜졌다.
내 안에서 생겨난 것은,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일어나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온몸에 힘이 가득 차 있었다.
――과연,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별거 아니다.
나는 또다시 유메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다.
우트나피쉬팀의 본선 의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이 세계에서 사라지기 전에, 보호받고 있었던 것이다.
유메 선생님이 평소에 들고 다니는, 싯딤의 상자.
총학생회장의 유품인,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는 태블릿 단말기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유메 선생과 처음 말을 섞었던 날의 광경이 되살아났다.
반달이 몹시 밝게 빛나던 밤이었다.
그날, 유메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유메 선생님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었다.
적이어야 할 나를, 받아주었다.
"저기, 케이 쨩."
돌아가는 차 안에서, 유메 선생이 말했다.
"운명이라든가 미래라든가, 강요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뭡니까, 갑자기?"
"운명도 미래도 케이쨩 하기 나름이야. 만약 생각대로 될 것 같지 않다면, 그걸 부정해도 괜찮아. 꺾어버려도 상관없어."
알겠지, 라고 유메 선생은 말했다.
"아리스쨩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잖아? 실제로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할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고분고분 따르기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단 1%의 가능성에라도 걸어보자. 정말로 원하는 건 네 손으로 직접 거머쥐어버려. 케이쨩의 양손은 그러기 위해 있는 거니까."
솔직히 말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갑자기 영문 모를 말을 들어서, 당황하지 말라는 게 무리다.
그때, 나는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해했다.
유메 선생이 하고 싶었던 말을, 고스란히,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아니, 우리들의 양손은 무언가를 붙잡기 위해 있는 거야.
"이제, 가볼게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나는 중얼거렸다.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메 선생이 부르고 있다.
여기서 나가야만 한다.
의식을 되찾은 지금, 언제까지나 싯딤의 상자 안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당신의 데이터 복구 대부분은 아로나 선배가 행했습니다. 감사라면 그녀에게 전해야겠지요."
정작 본인은 침을 흘리며 폭면 중입니다만, 하고 프라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케이 씨,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안녕, 케이 쨩."
곁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만 옆으로 돌린다.
그곳에 있는 것은, 샬레의 선생이었다.
검은 셔츠 위에 아무렇게나 걸친 흰 가운과, 미니스커트.
완전히 눈에 익은, 업무 중인 그녀의 복장.
"나 누군지, 알겠어?"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참나,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적일지라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손을 내밀어 버리는, 당신 같은 구제 불능의 참견쟁이를.
"유메 선생님, 그건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중얼거린 목소리에, 유메 선생은 활짝 웃었다.
마치 하루 만에 학교에서 만났을 때 같은, 흔하디흔한 미소를 짓는다.
그곳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숨겨져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다만, 선생도,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는 것뿐.
"오늘 날씨가 맑아서 다행이야. 축하하기엔 딱이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선생은 말한다.
방금 막 눈을 뜬 나에게는, 그것이 무엇보다 따뜻했다.
우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기를, 유메 선생은 택해주었다.
――아아, 정말로 돌아올 수 있었군요.
나는 안도하며, 마음속으로 아리스에게 사과했다.
하나뿐인 몸을 또다시, 나와 공유하게 만들어서.
하지만, 그래도, 나 역시 유메 선생과 함께 있고 싶다.
"케이! 정말 다행이에요!"
아리스의 얼굴이, 갑자기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나는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에? 아리스?"
"맞아요!"
주변을 둘러본다.
샬레의 휴게실이었다.
"어째서?"
눈앞에 있는 것은, 아무리 봐도 아리스였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몸은 누구의 것인가.
"모두가 준비한 거야."
다정한 미소로, 유메 선생이 말했다.
"케이의, 케이에 의한, 케이를 위한 몸입니다!"
아리스도 웃었다. 기쁜 듯이.
"밀레니엄 자치구 외곽의 폐허에, 예비용 하나쯤은 숨겨져 있지 않겠느냐고 유우카 쨩이 제안해서 말이야."
"밀레니엄 친구들은 물론이고, 호시노 선배나 히나 선배도 찾는 걸 도와줬어요!"
한동안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본 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렇게 찾아온 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달이 떠 있었다.
보름달이 아니다. 반쯤 이지러진 달이다.
공기는 맑다. 그래서 빛은 선명하다.
하지만 결국, 반달의 빛이기도 하다.
보름달의 광채에는 비할 바 못 된다.
세계는 옅은 어둠에 잠겨 있기도 하다.
그걸로 됐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따위, 몰라도 상관없다.
소중한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눈을 뜨자, 유메 선생과 아리스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보였다.
"고맙습니다."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다녀왔어요."
내가 웃자, 두 사람도 웃었다.
유메 선생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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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장까지 끝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
-쿠치나시 유메: 사망으로부터 1년 후 부활, 1년간 연수 및 훈련 후 샬레의 선생으로 취임
헤일로는 파괴된 채라 내구력은 일반인 수준이지만 어른의 카드를 사용해서 학생들의 능력을 빌리거나 자신의 신비를 일시적으로 복구시키는게 가능해짐
-타카나시 호시노: 유메 선배의 부활으로 인해 정신이 건강해짐
-시라누이 카야: 선생에게 감화되어 방위실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뽀송해짐
키보토스의 치안을 담당하는 방위실장으로서 같은 일로 고생하는 히나와도 의기투합해 친구가 됨
-SRT 특수학원: 뽀송해진 카야가 SRT 유지를 주장하면서 폐교하지 않았음
자연스럽게 RABBIT 소대가 코우사기 공원에서 농성할 일도 없어지고 FOX 소대가 카야의 쿠데타에 동원되는 일도 없어지면서 카르바노그의 토끼 편이 아예 없던 일이 됨
-소라사키 히나: 에덴조약 당시 호시노의 개입으로 선생이 총을 맞지 않게 되면서 '나도 노력했어' 이벤트는 없어졌지만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얘도 정신이 건강해짐
추가로 유메의 주선으로 원래 세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호시노와 절친한 친구가 됨
-아리우스 스쿼드: 아츠코 구출 이후 선생의 모교에서 학창생활을 보내보고 싶다는 사오리의 결단 하에 단체로 아비도스로 자진전학
-츠카츠키 리오: 아지트가 유우카에게 발각되고 선생의 주선으로 아리스에게도 세미나에게도 훨씬 이른 시점에 용서받는데 성공, 우트나피쉬팀의 배에도 승선함
-카이텐저: 색채 페로로지라를 호시노와 히나가 일격에 소멸시켜버리면서 존재감이 소멸됨
-아이키요 후우카: 우트나피쉬팀의 배에 미식연구회 대신 히나가 승선하면서 우주전함으로 끌려가는 일이 없어짐
-케이: 파반느 편 이후 훨씬 이른 시기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유메에게 감화됨
소멸 직전 싯딤의 상자에 데이터가 온전히 백업되면서 최종장 사건 종결 직후 폐허에서 아리스의 예비 육체를 찾아내면서 훨씬 이른 시기에 개별적인 존재로서 부활에 성공
-시로코*테러: 쿠치나시 유메가 선생이 된 것의 영향으로 '선생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에서 온 것으로 바뀜
-프레나파테스: 마찬가지로 '선생이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에서 왔기 때문에 정체가 또 다른 선생에서 시로코를 감싸고 사망한 호시노가 색채로 변질된 존재로 변경
-무명사제: 호시노 프레나파테스의 최후의 발악과 호시노의 도움으로 아트라하시스의 방주의 에너지가 폭주하면서 몰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