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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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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4,470자

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3520593

모음집

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과거와 미래와

-호시노-

늘 먹던 빵이 품절되어 있었다.

학교에 가는 길에 있는 빵집에서, 일과인 히나와의 아침 수련을 마치고 등교 전에 사곤 하던 수제 고로케 샌드와 카레빵, 그리고 크림빵.

전부 스테디셀러 상품이라 아침에는 반드시 있는 것들인데, 세 가지 모두 없었다.

다른 빵들은 정연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딱 세 군데만 매대가 비어 있었다.

안쪽 제빵실에 있는 사장님은 평소처럼 일하고 계신다.

가게 자체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 듯하다.

다른 빵을 살까, 아니면 점심시간에 다시 올까.

매대 앞에서 멍하니 서서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이 다 가버렸다.

다시 오기로 마음먹고, 학교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자전거 보관소에 참새가 있었다.

어제까지 계속 내리던 비가 물웅덩이를 만들었고, 참새는 물가에서 조그맣게 점프하고 있다.

몸 오른쪽이 부풀어 있어서 상태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깃털 속에서 풍뎅이가 떨어졌다.

풍뎅이가 날아가고, 그 뒤를 쫓듯 참새도 날아간다.

"안녕하세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미사키 쨩이 왔다.

하얀 셔츠에 체크무늬 스커트.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교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도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이미 주차되어 있던 시로코 쨩의 자전거 옆에, 미사키 쨩은 자신의 자전거를 나란히 세워둔다.

바구니에서 가방을 꺼내 어깨에 메고, 손수건을 꺼낸다.

이마의 땀을 닦고,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한다.

왠지 어제와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게 된다.

"왜 그러시죠?"

나른한 듯 내 눈을 들여다보는 미사키 쨩.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인다.

평소라면 인사를 제외하면 미사키 쨩 쪽에서 말을 걸어오지 않는데 말이지.

"아니요, 별로."

신기한 것을 본 것처럼 눈을 깜빡이더니, 미사키 쨩은 고개를 갸웃한다.

"기분 탓인가?"

"기분 탓이에요."

어이없다는 듯이, 하지만 입꼬리를 늦추며 미사키 쨩은 웃었다.

역시 기분이 좋다.

그때, 문득 알아차렸다.

마침 눈앞, 미사키 쨩의 교복 주머니에 봉투 한 통이 들어 있었다.

옅은 주황색의 귀여운 봉투였다.

중앙 현관으로 교사에 들어가,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간다.

대책위원회라는 이름이 붙은 교실로 들어가니, 아야네 쨩이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야네 쨩은 페트병에 든 물을 마시며 창밖을 보고 있다.

늘어선 집들 너머로 사막이 펼쳐져 있다.

아침 햇살을 반사하며 모래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교사 안으로 들어온 모래 좀 치우고 올게."

가방을 내려놓은 미사키 쨩이 빗자루를 들고 교실을 나간다.

"호시노 선배."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고 있자, 아야네 쨩이 말을 걸어왔다.

"미사키 선배 주머니, 보셨어요?"

"그 봉투?"

"그거, 아즈사 씨가 보낸 편지 같더라고요."

"아아, 그렇구나?"

아비도스로 전학 온 사오리 일행에게, 트리니티에서 지내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아이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네 사람 각각에게 써서 보내줬다고 기뻐하면서 알려줬어요."

"미사키 쨩이?"

"아니요, 아츠코 쨩이요."

후훗, 하고 아야네 쨩은 웃었다.

미세하게 기척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잠깐 아래 상황 좀 보고 올게."

1층으로 내려가니, 정문 입구에 시로코 쨩이 붙어 있었다.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나와 동갑인 시로코 쨩이.

손바닥과 이마를 밀착한 채, 무엇이 불만인지 안을 노려보고 있다.

"뭐 하고 있어?"

말을 걸자, 시로코 쨩은 고개를 들고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인다.

"응, 역시 호시노 선배."

"뭐가?"

"기척을 완전히 지우고 있던 내 뒤를 잡다니."

나를 꼬옥 껴안는 시로코 쨩.

노노미 쨩 못지않은 볼륨의 가슴에 짓눌려 숨을 쉴 수가 없다.

"응, 호시노 선배한테서 당장 떨어져야 해."

어느새 이쪽 세계의 시로코 쨩이 와 있었다.

다른 세계의 자신으로부터 질식 직전에 빠져 있던 나를 빼앗아 간다.

"남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건 용서 못 해."

다른 세계의 시로코 쨩이 이쪽 시로코 쨩에게서 나를 다시 빼앗아 온다.

"즐거워하는 건 너뿐이야."

"그렇게 보인다면 안과에 가보는 게 좋아."

두 명의 시로코 쨩에게 몇 번이고 빼앗기고, 다시 빼앗기기를 반복했다.

얘들아, 잠깐만. 아무리 내가 튼튼하다지만 물건처럼 다루는 건 좀 봐줬으면 좋겠는데.

"둘 다 사이가 참 좋네~"

타이밍이 좀 안 맞나 싶으면서도 시험 삼아 말해봤더니, 예상보다 훨씬 매섭게 노려보았다.

-시로코*테러-

방과 후, 나는 멍하니 교사 주변을 걷고 있었다.

이쪽의 아비도스 고등학교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몰랐다.

확인할 여유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프레나파테스가 되어버린 호시노 선배마저 잃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탐험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여기저기 둘러보는 김에 생각을 정리해 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교사 바로 옆에는 체육관이 있었다.

체육관 옆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비품 창고가 늘어서 있다.

관리가 잘 안 되어 있는지, 초록색 이끼가 얇게 뒤덮고 있다.

구름다리를 터덜터덜 걸어간다.

"우선 아비도스 고등학교 학생부에 올려두었어."

유메 선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학교에 다닐지 말지는 시로코 쨩이 결정해도 되니까!"

유메 선배는 내가 세계를 멸망시키기 전까지 저질렀던 일들을 모른다.

무엇 하나 묻지 않았고, 나 역시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스마트폰 같은 걸 쥐여준 걸까?

곤란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해준 걸까?

이 세계마저 멸망시키려 했던 나에게, 왜 이토록 다정하게 대해주는 걸까?

"……응?"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체육 창고 너머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쪽으로 걸어간다.

태양이 등 뒤에서 내리쬐어, 내 그림자가 앞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 그림자를 쫓듯이 나아간다.

가까워질수록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건, 꽃……?

달콤한 향기가 주변에 짙게 감돌고 있었다.

창고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선명한 색채가 눈에 뛰어들었다.

수백 송이의 장미다.

다양한 색의 장미가 마치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듯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그 장미 정원 한가운데에 하카리 아츠코가 서 있었다.

"시로코 씨?"

아츠코가 이쪽을 알아채고 고개를 갸웃했다.

세리카나 아야네와 마찬가지로, 아비도스 고등학교의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다.

"무슨 일이야?"

"응…… 정처 없이 걷다가 우연히 여기를 발견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전한다.

"깜짝 놀랐어?"

다정하게 미소 짓는 아츠코.

"이런 곳에 장미가 피어 있다니, 하고."

아츠코는 손에 물뿌리개를 들고 익숙한 솜씨로 물을 주고 있었다.

장미 정원 안으로 한 걸음 발을 들여놓는다.

하나같이 예쁘게 피어 있다.

꽃송이 하나하나가 크고, 배치도 훌륭했다.

그저 무성하게 자라난 느낌이 아니다.

제대로 정성 들여 가꾸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거, 아츠코가 돌보고 있는 거야?"

"응."

"전부? 혼자서?"

으응, 하고 고개를 가로젓는 아츠코.

"트리니티에서 원예를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밀레니엄 사람에게 최적의 품종이나 재배 가능한 환경을 조사해 달라고 하기도 했어. 물론 아비도스 모두도 도와주고 있고."

기쁜 듯이 웃는 아츠코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다.

"무슨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거지?"

차분한 말투.

그 목소리에서는 감정의 변화가 전혀 읽히지 않는다.

하지만 냉철하다거나 다가가기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얼굴에 쓰여 있어. 무슨 일이야?"

"으음, 그게……"

"나만 행복해져도 괜찮은 걸까, 라든가?"

정곡을 찔려 말을 잃고 만다.

"물 주는 것 좀 도와줄래?"

아츠코가 물뿌리개를 내밀었다.

"너무 많이 주진 마. 흙이 가볍게 젖을 정도로만."

말한 대로 물을 준다.

그 모습을 보고 아츠코는 미소를 지었다.

"응, 그 정도면 돼."

한동안 그저 묵묵히 물을 주었다.

햇살은 제법 따스해졌고, 공기와 빛의 색에 여름의 기척이 감돌기 시작했다.

계절은 묵묵히 시간을 새겨나간다.

냉혹하지도, 비정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아츠코가 입을 연 것은 5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 만들어진 존재야."

"어?"

"어느 나쁜 어른이 힘을 얻기 위해서만 살려둔 도구에 불과했어. 배운 것은 전부 가짜. 그 사람에게 형편 좋은 거짓말로 칠해진 인생을 살아왔어."

아츠코는 교복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이 사진만이 진짜였어."

사진을 받아 든다.

그곳에는 네 명의 소녀가 찍혀 있었다.

폐허 앞에서 어색하게 웃는 흑발의 아이.

흑발의 아이에게 매달려 있는 녹발의 아이.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뚱한 표정으로 다른 세 사람에게 시선을 보내는 아이.

그리고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활짝 웃고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

생김새를 보니 이 아이가 아츠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악행에 가담하고 있을 때도 결코 손에서 놓지 않았던, 소중한 것."

손 안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여기저기 구겨지고, 표면에는 작은 상처가 가득 나 있다.

분명 언제나 품고 다녔을 것이다.

"사진, 돌려줄래?"

"어, 응."

사진을 건네받은 아츠코는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시로코 씨."

"왜?"

"당신에게도 소중한 것이 있어."

"그런 건……"

"있어."

단언했다.

부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최근에 읽은 책에 말이지, 꽃을 받아줄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는 대사가 있었어."

아츠코는 장미꽃을 꺾더니, 그것을 내밀었다.

"이걸 줘. 당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유메 선생님은 잠들어 있었다.

샬레의 수면실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곁으로 나는 다가갔다.

"어라?"

유메 선생님의 일을 돕고 있던 케이가 나를 알아챘다.

"꽃을 가져오신 건가요?"

"응"

"예쁜 장미네요. 유메 선생님도 기뻐할 거예요."

자신의 일도 아닌데 기쁜 듯이 미소 짓고는, 케이는 그 자리를 떠났다.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리라.

그 뒷모습에 고개를 숙인다. 감사의 뜻을 담아.

유메 선생님 쪽으로 몸을 돌려, 머리맡에 아츠코에게 받은 장미를 놓았다.

삭막한 가침실 안에서, 그 옅은 분홍빛이 몹시 선명하게 돋보였다.

"나, 내일부터 학교에 다닐래."

멸망시켜 버린 이전 세계에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앞을 보며 나아가고자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을 던져 나를 구해준 호시노 선배를 볼 면목이 없으니까.

"이것저것 가르쳐 줘, 선생님."

미소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

원문기준 4,430자

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3563590

자해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북하신 분은 스킵하고 다음 화로 넘기셔도 무방합니다.

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따뜻한 상처

-미사키-

심야의 셰어하우스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사오리도, 아츠코도, 히요리도 이미 잠들었겠지.

아무 말 없이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그 칼날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을 쥔 내 손끝도, 손톱의 윤곽도 빛나고 있었다.

방 안의 불은 꺼두었지만,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을 쓸 때, 나는 항상 방 불을 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빛을 왼손 손목에 대고 있었다.

1센티미터 정도, 슥 긋는다.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늘 있던 일이었다.

나중에서야 욱신욱신 아파오고.

통증은 이틀이고 사흘이고 가면서도, 어째서인지 긋는 순간의 통증은 없어서.

힘을 주어 다시 1센티미터.

하얀 피부에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금세 5밀리미터 정도의 방울이 되어, 마치 그런 색깔의 플라스틱 구슬 같은 느낌으로 손목 위에 얹혀 있다.

누르면 데굴데굴 굴러갈 것만 같다.

방울은 이윽고 무너지며 붉은 선이 되어 피부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피는 왜 이렇게 따뜻한 걸까.

왜 이렇게 상냥한 걸까.

툭, 툭,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무언가에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바닥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깔아둔 목욕 타월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간다.

다시 1센티미터.

끈적한 점도가 느껴지며 피가 흘러내린다.

조금 많이 그었나 싶었지만, 그 두려움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았다.

마음 깊은 곳에 굳어 가라앉아 있던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진다.

내 윤곽이 흔들리며 세상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을 나는 달리 알지 못한다.

허락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인지는 모른다.

아무리 해도 모르겠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맞을 거야, 착각.

하지만 어쨌든 허락받고 있다는 이 느낌만큼은 진짜다.

대체 얼마나 멍하니 있었던 걸까.

발밑의 목욕 타월이 새빨갛게 물든 것을 보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정말 너무 많이 그었어.

이대로라면 죽어버려.

황급히 일어서서 상자에서 휴지를 열 장쯤 뽑아 상처 부위에 대었다.

그 순간,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그와 동시에 죄책감도.

――또 저질러 버렸어…….

거의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상태로 발밑의 목욕 타월을 걷어냈다.

다행이다. 카펫에는 별로 스며들지 않았다.

조금 붉어져 있을 뿐이다.

이 정도라면 나중에 닦아내면 지워지겠지.

일어나서 방 안을 둘러본다.

내 피로 붉게 물든 목욕 타월.

이건 이제 버려야 해.

빨아도 깨끗해지지 않고, 모두에게 들키면 큰일 나니까.

다른 타월로 감싸고, 그걸 다시 편의점 봉투에 넣어서 어딘가 쓰레기통에 버리자.

나는 항상 그렇게 하고 있다.

버리는 곳이 같으면 들킬지도 모르니까 역이나 편의점 등 자주 장소를 바꾸곤 한다.

손목에 대고 있는 휴지는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아직 피가 멈추지 않았어.

죽어버리면 어쩌지 하고 무서워졌지만, 그 두려움 너머에는 사실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침대 위에는 면도칼이 떨어져 있다.

지금도 여전히 어둠 속에서 그것만이 빛나고 있다.

그 칼날에 묻은 피를 본 순간, 황급히 눈을 돌렸다.

그리고 오롯이 혼자인 내가 방 한가운데에 서 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는 어디일까.

갑자기 모든 것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답은 있다. 당연한 것.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떠오르지 않는다. 전혀 모르겠다.

그저 당혹감과 불안만이 뱅글뱅글 제자리를 돌고 있다.

여기는 어디? 세상의 끝? 아니면 중심?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렸다.

복도의 불빛이 방 안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실내를 은은하게 비춘다.

문 너머로 유메 선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한동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방 안의 모든 색채는 불분명해져 그 윤곽을 잃고 있다.

왼쪽 손목에서 흘러내리는 선명한 색이 미끈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위험하니까 치울게?"

먼저 움직인 것은 나였다.

침대 위에 남아 있던 면도칼을 플라스틱 케이스에 넣는다.

슬쩍 손목으로 눈길을 돌린다.

피는 멈췄지만 붉은 선이 애처롭게 그어져 있었다.

아니,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외에도 몇 줄이나, 몇 줄이나 흉터 같은 선이 있었다.

"놀랐어?"

침대에 걸터앉아 물어본다.

가만히 서 있는 채로 유메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여기에?"

"사오리 쨩이 와달라고 해서."

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린다.

"살기 위해서 하고 있어."

내 손목을 바라보며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끔 말이야, 모르게 돼. 내가 애매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그런 나 자신한테 질려버린달까. 흐릿해, 왠지."

하지만 말이야, 하고 말을 잇는다.

"이렇게 스스로를 상처 입히면 흐릿한 게 사라져. 면도칼의 날카로운 통증이나 흘러내리는 피, 그 따뜻함 같은 거…… 그런 걸 느끼고 있을 때만큼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과 내 윤곽이 제대로 느껴지는 것 같아서."

할 말을 다 마치고 입을 다문다.

방 안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이해해 달라는 건 아냐."

겨우 짜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나조차도 잘 모르겠으니까."

그래도 계속해 왔다.

상처 위에 상처가 겹쳐갔다.

붕대를 감아 숨겨야 할 정도로.

"미사키 쨩."

이윽고 유메 선생이 말했다.

"면도칼, 빌려줘."

"에? 왜?"

"부탁이야."

선생의 눈동자에는 어떤 빛이 깃들어 있었다.

당황하면서도 케이스에서 면도칼 한 개를 꺼낸다.

"조심해. 엄청 잘 드니까."

"응."

그것을 받아 들자 유메 선생은 자신의 왼쪽 손목에 면도칼을 대고 그었다.

"선생님, 무슨 짓을!?"

나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유메 선생의 손목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스며 나오듯 핏방울이 부풀어 오른다.

"어째서……"

"미사키 쨩에 대해 더 알고 싶으니까."

생긋, 하고 유메 선생은 웃었다.

"똑같은 짓을 하면 알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이거 엄청나게 아프네, 하고 웃는 얼굴 그대로 감상을 말하는 유메 선생.

"바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선생님은 바보야."

"응."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진짜 바보야."

"응."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같은 대화를 반복했다.

"바보."

"응."

지금 우리 손에는 같은 상처가 있다.

"손, 보여줘."

유메 선생이 왼손을 내민다.

손목에 선명한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선생님…… 바보……"

몸을 상처 입히면 피가 흘러내린다.

따뜻하다. 사람의 온기 그 자체다.

아마 마음도 마찬가지겠지.

마음에 상처를 입혀도 피가 나는 거야.

그리고 그것 역시 따뜻한 거야.

아비도스 고등학교로 향하는 동안에도 어젯밤의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렇게 날이 밝고 보니 왠지 거짓말처럼 느껴지지만.

손목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다.

――유메 선생님이 붙여준 거였지.

반창고를 보고 있자니 마음 깊은 곳이 잔잔하게 따뜻해졌다.

"안녕, 미사키."

"안녕하세요, 미사키 선배."

대책실 문을 열자 안에는 사오리와 아야네가 있었다.

"미사키."

의자에 앉자 사오리가 읽고 있던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유메 선생님이랑 이야기는 나눴어?"

"뭐, 그렇지."

끄덕이는 척하며 반창고를 슬쩍 본다.

"저기 말야."

"아무 말도 안 해도 돼."

내 말을 가로막으며 사오리가 웃었다.

"얼굴을 보면 알아."

신기하다.

기쁜데 왜 울고 싶어지는 걸까.

"응."

마주 웃어준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대책실 문이 엄청난 기세로 열렸다.

"모두 안녕!"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유메 선생이 서 있었다.

어젯밤의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빛나던 면도칼.

손에서 피를 흘리며 아플 텐데도 그런데도 웃어주던 유메 선생.

"얘들아, 이것 좀 먹어봐!"

유메 선생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작은 포장이었다.

"일찍 일어나서 구워봤어."

포장을 뜯자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쿠키다.

"이거 선생님이 구운 거야?"

"응. 먹어봐!"

유메 선생 주변으로 우리 세 명이 모였다.

쿠키는 갓 구워낸 좋은 냄새가 나서 맛있어 보였다.

세 사람 동시에 입에 넣는다.

그리고 일제히 뿜어냈다.

"왜 그래?"

유메 선생이 의아한 듯 물어왔다.

"어, 엄청 매워, 이거!"

나는 목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생강 맛이 너무 강해요!"

아야네도 항의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야 당연하잖아?"

"이 매운맛이요!?"

"그치만 진저 쿠키인걸?"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유메 선생이 구운 것은 생강 맛이 너무 강했다.

거의 생강 맛밖에 나지 않고 터무니없이 매웠다.

혀가 얼얼하게 마비될 정도였다.

도저히 쿠키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못 먹을 쿠키는 처음이야……"

뼈저리게 중얼거린다.

"쿠키는 꽤 대충 구워도 먹을 수 있는 법인데 말이죠."

기침을 하며 아야네도 동의해 준다.

사오리는 침묵을 지켰지만 복잡한 표정으로 쿠키를 바라보고 있다.

"호시노 쨩은 많이 먹어줬는데 말이야."

"그때 호시노 선배 눈, 죽어있지 않았어?"

"너무해, 미사키 쨩. 그렇지 않다구!"

"그럼 선생님이 먹어봐."

"좋아. 맛있을 게 뻔하――"

쿠키를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유메 선생의 목소리가 끊겼다.

"거봐, 맵지?"

"그, 그 정도는 아니……야……"

절대로 거짓말이다.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아무튼 기껏 구워왔으니까 먹어줘."

"아니, 무리."

"한 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우는소리 해도 안 돼."

"히잉. 미사키 쨩 너무 엄격해에~"

유메 선생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두 개를 더 먹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것만으로 입과 목이 엄청나게 아파졌다.

만약 전부 먹는다면 대체 어떻게 될까.

다만 그 소동 덕분에 자연스럽게 유메 선생을 대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쿠키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뭐, 다신 먹고 싶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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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8.31번역

소설핫산) 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 18

#아비도스 고등학교#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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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iri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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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2026.08.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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