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기준 5,25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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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귀여움의 정의
-유메-
"기다려요, 미카!"
"헤헹,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릴 사람이 어디 있겠어-!"
샬레의 휴게실에서, 나기사 쨩과 미카 쨩이 레이싱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미카 쨩이 사용하는 캐릭터는 빨간 모자와 파란 오버올을 입고, 멋진 수염을 기른 남성 캐릭터.
반면 나기사 쨩은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사랑스러운 공주님 캐릭터를 골랐다.
코스는 굽이굽이 커브투성이인 평원.
카트에 탄 공주님이 TV 화면 속에서 지그재그로 꺾일 때마다, 나기사 쨩은 같이 몸을 전후좌우로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분투도 허무하게 아주 미세한 차이로 미카 쨩의 캐릭터가 1등으로 골인한다.
인공지능이 조작하는 다른 캐릭터들을 조금 따돌리고 2등이 된 나기사 쨩은, 털썩 고개를 숙였다.
"자, 나기 쨩."
싱긋 웃는 미카 쨩.
치켜뜬 눈으로 미카 쨩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 나기사 쨩.
"정말로 해야 하나요?"
"정말로."
미카 쨩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 으으……."
가냘픈 목소리로 신음하던 나기사 쨩이었지만, 각오를 다진 모양이다.
스윽 숨을 들이쉬고, 눈을 크게 뜬다.
"저, 지금, 근육질 몸을 원해요!"
"아하하하핫!"
배를 움켜쥐고 자지러지게 웃는 미카 쨩.
그런 그녀를 나기사 쨩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내려다보고 있다.
"나기 쨩, 최고! 진짜로 근육질 몸을 원하는 것 같았어!"
"크으윽…… 한 번 더! 한 번 더 해요!"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우며, 나기사 쨩이 재대결을 신청한다.
"응, 좋아."
금방 일어나며, 미카 쨩은 도전에 응한다.
"미카, 각오하세요. 다음번에야말로 당신에게 부끄러운 대사를 하게 만들겠어요!"
"후흥. 역으로 털어버릴 거거든."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TV 앞에 다시 앉아, 컨트롤러를 꽉 쥐었다.
"미안하군, 유메 선생."
같이 소파에 앉아 있던 세이아 쨩이 크게 한숨을 내쉰다.
"둘 다 너무 들떠서는."
"하지만, 나쁘지 않잖아."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아아, 나쁘지 않지."
세이아 쨩도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업무가 일단락된 늦은 오후에, 사이좋은 소꿉친구끼리 벌칙 게임을 걸고 승부를 즐기고 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평온하게 지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기사 쨩이 오랜만에 미카 쨩과 얼굴을 마주한 지 열흘이 지나 있었다.
나기사 쨩의 주선으로, 미카 쨩은 티파티 복귀를 정식으로 승인받았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그 이상으로 미카 쨩의 복귀를 지지해 주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근신 중에 스스로 앞장서서 봉사 활동에 힘쓰던 미카 쨩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제대로 지켜봐 주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판도 미카 쨩이 승리해서,
"좋아한다고 말해 주지 않으면, 미워해 버릴 테니까!"
라며, 자포자기한 나기사 쨩이 소리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안녕."
문을 열자, 그곳에는 히나 쨩이 서 있었다.
선도부 제복이 아니라, 검은 원피스를 입은 히나 쨩은 청초하고 단아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아, 히나 쨩이다. 안녕-."
붕붕 손을 흔드는 미카 쨩에게, 히나 쨩은 미소로 답한다.
"오늘은 부서 업무가 쉬는 날이라 들러 봤는데, 무척 흥겨워 보이네."
"당연하지! 주로 나기 쨩 덕분이야!"
그렇게 말하며 둘이서 함께 웃는다.
게헨나와 트리니티라는, 오랜 옛날부터 이어진 앙금 따위는 미진도 느껴지지 않는다.
복귀한 미카 쨩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게헨나의 선도부였다.
"미안해."
부장인 히나 쨩을 비롯한 선도부 부원들 앞에서, 미카 쨩은 털썩 무릎꿇었다.
"에덴조약을 짓밟고, 너희 부장을 다치게 해서, 정말로 미안해."
아무런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개 들어. 미소노 미카."
히나 쨩은 도게자하는 미카 쨩의 아래까지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 쪽이야말로 미안했어. 조약에 대해, 너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그럼, 쌤쌤인 걸로."
내밀어진 손을 잡고, 미카 쨩은 일어난다.
"고마워, 소라사키 씨."
"이름으로 불러도 상관없어."
"그럼, 히나 쨩!"
싱긋 웃는 미카 쨩.
"뺨 한 대 때려도 될까요?"
아코 쨩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다음번에야말로! 다음번에야말로 이겨 보이겠어요!"
"몇 번을 해도 똑같을 것 같은데 말이지-."
"세이아 씨! 가세해 주세요!"
"그럼 히나 쨩은 나랑! 팀 배틀이네!"
"저기, 난 이런 게임은 익숙하지 않은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만…… 자네들, 듣고 있나?"
게임 대회는 크게 흥이 올랐다.
참고로 미카 쨩과 히나 쨩의 압승이었다.
히나 쨩이 조작 요령을 빠르게 파악한 탓에, 나기사 쨩과 세이아 쨩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후 코를 간지럽히는, 좋은 냄새를 맡았다.
"점심, 다 됐어요."
교복에 앞치마를 두른 케이 쨩이, 식당에서 부르러 와 주었다.
"히나도 먹을래요?"
"그래. 받아 둘까."
"부담 없이 드세요. 많이 만들었으니까요."
게임을 중단하고, 모두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보글보글 냄비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카레였다.
들어간 고기는 소고기도 돼지고기도 아닌, 닭고기.
밀레니엄에 챙겨갈 몫도 생각해서, 냄비는 두 개. 매운맛과 순한맛이다.
"처음 먹어보는 거니까, 나기사 쨩이랑 세이아 쨩은 순한맛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는 유메 선생님은 순한맛이 아니어도 괜찮은 건가요?"
"나는 이제 극복했으니까 괜찮아!"
매운맛을 못 먹는 것은 아니다.
단지, 순한맛을 더 좋아할 뿐이지.
"이것 참, 굉장한 요리로군요."
밥 위에 걸쭉하게 끼얹어진 갈색 루를 보며, 나기사 쨩이 숨을 삼킨다.
눈에 익지 않았다면 기이한 음식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세이아 쨩도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한편, 미카 쨩과 히나 쨩은 기뻐하고 있다.
"좋네, 좋아. 그야말로 가정식 카레라는 느낌이라."
"가게에서 파는 카레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
맞아 맞아, 라며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는 미카 쨩.
"잘 먹겠습니다-."
곱빼기로 담아준 카레를, 미카 쨩은 맛있게 입안 가득 넣었다.
그 표정은, 더없이 행복해 보여서.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어 치우는 미카 쨩에게 자극받아, 나기사 쨩과 세이아 쨩도 용기를 내어 첫 입을 입으로 가져간다.
나란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감상은 말하지 않고 두 번째 숟가락을 뜨는 것을 보니, 입에 맞지 않은 것은 아닌 듯하다.
히나 쨩은 묵묵히, 한 입 한 입, 소중하다는 듯이 먹고 있다.
"맛있어. 정말로, 정말로 맛있네."
곱빼기 카레를 깨끗하게 비워가는 미카 쨩의 먹성에, 케이 쨩도 뿌듯한 모양이었다.
선물로 남은 카레를 케이 쨩에게 조금씩 얻어서, 티파티 세 사람과 히나 쨩은 돌아갔다.
"자, 그럼."
뒷정리를 하고 있는 케이 쨩을 도우려고, 식당으로 되돌아간다.
그 도중에 있는 휴게실 앞을 지나치려던 때였다.
"어라?"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춘다.
방 안에서 케이 쨩의 목소리가 들린다.
"으음?"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의 상황을 엿본다.
"어려운 일이군요. 입꼬리를 의식해서 올리는 것은."
케이 쨩이 거울 앞에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이윽고 케이 쨩의 입꼬리가 굳어지며,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역시 잘 웃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가식적으로 보이는군요."
아무래도 미소 짓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미카나 히나의 미소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이해 불능입니다."
그 정도로 웃고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다시 미소를 지어 보이고, 30초 정도 열심히 버티고 있었지만, 결국 얼굴 근육에 한계가 온 모양이다.
후- 하고 크게 숨을 내쉬며, 털썩 어깨를 늘어뜨린다.
"……음?"
무심코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 케이 쨩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하우앗!? 왜, 왜!? 언제부터!?"
허둥지둥 당황하는 케이 쨩.
"실례했습니다."
반쯤 열려 있던 문을 닫는다.
조용히, 살그머니.
"식당에서 뒷정리해야지."
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닫았을 터인 문이 다시 열리고, 틈새에서 뻗어 나온 손이 내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어디로 갈 생각입니까?"
"아야야얏! 손가락이, 손가락이 찌르고 있으니까! 아야야야야얏!"
"봤습니까? 봤지요? 본 거지요?"
"히잉!?"
그리고 나는, 문틈 사이로 끌려 들어갔다.
"유메 선생님."
내 어깨에서 손을 뗀 케이 쨩이, 툭 하고 중얼거렸다.
"저는 여자아이답지 않은 걸까요?"
"……응?"
그럴 리가 없잖아, 라고 반박하기 전에 케이 쨩이 입을 열었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도 아리스 쪽이 더 귀엽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다만, 저도 한 번쯤은 귀엽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여자아이답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입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케이 쨩을 바라보았다.
애틋하게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무는 케이 쨩의 모습은 충분히 여자아이답다고 생각하지만.
"그럼 여자아이다운 사람에게 상담해 볼래?"
그런 연유로, 식당 정리를 마치고 밀레니엄으로 찾아왔다.
이곳에는 의지가 되는 세미나의 회계, 유우카 쨩이 있다.
케이 쨩에게는 같은 동아리의 선배이기도 하니, 상담하기도 편할 것이다.
완전히 익숙해진 몸짓으로 세미나 부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낭만을 쫓기 위해서는 다소의 희생은 필수불가결한 법이지!"
"완성은 없어.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이 있을 뿐!"
"정답은 언제나 문제 곁에 있습니다. 오답도 그렇지만요!"
부실에서 우타하 쨩과 히비키 쨩, 그리고 코토리 쨩이 뛰쳐나와, 달려 지나갔다.
"너희들! 기다려!"
눈을 치켜뜬 유우카 쨩이, 그 뒷모습을 향해 소리친다.
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양손을 허리에 얹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도망치는 것만 빠르다니까."
"유우카, 수고하십니다."
케이 쨩이 말을 건네고 나서야, 유우카 쨩은 우리의 존재를 알아챈 듯했다.
"이번에는 엔지니어부입니까?"
우타하 쨩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키며, 케이 쨩이 묻는다.
"실험 중에 교실 벽을 날려버렸어."
이런이런, 이라고 말하듯 고개를 젓는 유우카 쨩.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건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유우카 쨩은 다정하네."
내 지적에, 옆에 있던 케이 쨩도 동의했다.
"다정을 넘어서, 무르지만요."
하지만, 이라며 케이 쨩은 덧붙인다.
"유우카의 그런 점, 싫어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연습하고 있을 때보다, 훨씬 멋진 미소로.
"고마워, 케이 쨩."
유우카 쨩도 미소로 답한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그 미소 그대로, 나에게 물었다.
"실은 말이야, 케이 쨩의 고민을 들어줬으면 해서."
"응? 뭔가 심각해 보이네요."
케이 쨩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유우카 쨩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세요."
유우카 쨩의 뒤를 따라 세미나 부실로 들어가려다가,
"유메 선생님, 발견입니다!"
도중에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본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봤습니다! 같이 테스트 플레이해요!"
아리스 쨩이 활기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선생님. 저 혼자서도 괜찮으니, 아리스를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게임개발부 부실에서 기다릴게."
케이 쨩과 헤어져, 게임개발부 부실에 신세를 진다.
게임개발부 아이들과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자, 이윽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어나 문을 열자, 그곳에는 무언가 복잡한 표정의 케이 쨩과, 비슷한 얼굴을 한 유우카 쨩이 서 있었다.
"유메 선생님,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나요?"
미간에 주름을 잡은 유우카 쨩이 입을 연다.
"저, 요즘 점점 여자아이다움을 잃어가는 기분이 드는데 말이죠."
"네?"
"선생님이 보시기에,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케이 쨩이 꺼낸 고민이, 그대로 유우카 쨩에게 전염된 모양이다.
"역시 평소에 화만 내고 있는 것이 좋지 않은 걸까요."
"재정을 담당하는 몸으로서, 피할 수 없는 행동이긴 합니다만."
"맞아! 그렇다니까!"
얼굴을 마주 보며 서로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아니, 이상한 데서 의기투합하지 마세요."
그것을 보며, 상담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고 확신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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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7,5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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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스 학생회장의 귀환
그 모습 그대로의 네가 좋아
-유메-
오늘 업무는 케이 쨩이 도와준 덕분에 오전 중에 끝마칠 수 있었다.
"그럼, 가볼까?"
"예? 간다니, 어디로 말입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케이 쨩에게 방긋 웃어 보였다.
"귀엽다는 소리, 들어보고 싶잖아?"
케이 쨩과 함께 찾아간 곳은 게헨나의 만마전이었다.
"어쩐 일인가 선생, 연락도 없이 쳐들어오다니 심상치 않군."
학생회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장인 마코토 쨩이 의자에서 일어나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저한테는 연락 왔었는데요?"
"이부키한테도 왔었어!"
"뭐라고!?"
이로하 쨩과 이부키 쨩의 대답에 마코토 쨩은 얼굴을 굳혔다.
"선생이 우리 만마전을 방문하는 것이라면, 나를 향한 사죄밖에 없을 터인데!"
"일단 물어는 보겠는데, 유메 선생이 사과해야 할 만한 일이 있었던가요?"
이로하 쨩이 묻자, 키키킷, 하고 경련하듯 웃음소리를 내는 마코토 쨩.
"티파티와 소라사키 히나 사이를 주선해 준 일로 정해져 있지 않은가! 이는 틀림없는 만마전에 대한 배신! 그에 걸맞은 사죄가 있어야 마땅하다!"
"받는다면 순항 미사일을 날린 보복 쪽이겠지요."
"히나 선배한테 친구가 늘어나서 이부키는 기뻐!"
"뭐라곳!?"
놀라서 눈을 크게 뜨는 마코토 쨩.
여전히 만마전은 시끌벅적하네.
"저기, 잠시 괜찮겠습니까?"
내 옆에 서 있던 케이 쨩이 손을 들었다.
마코토 쨩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케이 쨩에게로 향했다.
"사실 간식으로 가져온 푸딩이 있습니다만."
"푸딩!?"
케이 쨩이 들어 올린 종이 상자를 보고 이부키 쨩의 눈이 반짝였다.
"푸딩, 받아도 돼!?"
"어, 예."
눈앞까지 다가온 이부키 쨩의 기세에 눌려 가볍게 몸을 뒤로 젖히는 케이 쨩.
"지금 바로 드시겠습니까? 혹시 배가 고프지 않으시다면 저녁때나 내일이라도――"
"먹을래! 먹고 싶어! 지금 바로!"
이부키 쨩의 초롱초롱한 눈은 케이 쨩이 들고 있는 상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럼, 여기 있습니다."
"와아! 고마워!"
꺼내진 푸딩을 이부키 쨩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받았다.
정말 기쁜 표정으로 푸딩에 숟가락을 넣었다.
고운 달걀빛 커스터드를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음…… 으으음ーーー!"
팔을 흔들며 맛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부키 쨩.
"그 푸딩, 케이 쨩이 만든 거야."
"어, 직접 만든거야!?"
끄덕, 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대단해ー, 하며 양손을 올리고 기뻐하는 이부키 쨩.
"그런 케이 쨩의 고민 상담 좀 해줄 수 있을까?"
"어? 이부키가?"
"죄송합니다. 뻔뻔한 부탁입니다만,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케이 쨩이 예의 바르게 머리를 숙였다.
"응! 좋아!"
이부키 쨩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키키킥, 케이라고 했나."
"예?"
"이번에는 특별히 만마전의 리더, 천하의 하누마 마코토 님께서도 힘을 보태주마."
"사양합니다."
"다섯 글자로!?"
필요 최소한의 말로 케이 쨩에게 거절당해, 마코토 쨩은 놀란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우선 자리를 옮기죠."
이로하 쨩의 안내를 받아 복도로 나왔다.
나는 학생회실 안에 홀로 남겨진 마코토 쨩을 돌아보았다.
"괜찮아? 저대로 둬도."
"문제없습니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움직일 겁니다."
이로하 쨩은 그렇게 답하고 탁 소리가 나게 문을 닫았다.
그대로 전차실 한구석에 있는 이로하 쨩의 비밀기지로 안내받았다.
"여자애다움이요?"
"예. 꼭 좀 몸에 익히고 싶어서 말입니다."
"과연. 그래서 일부러 이부키를 지목해 상담을 요청한 거군요."
케이 쨩이 진지한 표정으로 털어놓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럼, 이부키의 놀이에 동참해 보시겠어요?"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이로하 쨩의 옆에서, 이부키 쨩은 교복 주머니에서 트럼프 카드 한 뭉치를 꺼냈다.
"요즘 점치기에 푹 빠져 있거든요."
"과연, 좋은 생각이군요. 여자애들은 점치기를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케이 쨩은 기쁜 듯이 웃었다.
"이걸, 이렇게 해서……"
이부키 쨩은 훌륭한 솜씨로 카드를 섞었다.
"짜잔!"
교복 소매에 손이 완전히 가려져 있는데도 부채꼴로 펼치는 모습이 실로 능숙했다.
월반으로 게헨나에 입학한 천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케이 씨, 세 장 뽑아봐!"
케이 쨩이 고른 카드는 우연히도 전부 같은 숫자였다. 7이 세 장.
"오, 럭키네."
그런 감상을 입에 담았지만, 이부키 쨩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케이 쨩이 쥔 카드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있잖아, 이제 곧 큰 변화가 찾아올 거야."
산수 수업을 해줄 때처럼 정중한 말투로 이부키 쨩은 이어갔다.
"같은 카드가 세 장. 대부호라면 한 장만 더 모이면 혁명을 일으킬 수 있잖아? 그러니까 이 카드는 혁명 전야를 의미해. 이제 곧 혁명적인, 모든 가치관이 뒤바뀌는 듯한 일이 일어날 거야."
나와 케이 쨩은 말없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이부키 쨩은 자신만만한 모양이지만, 어딘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습니까?"
"응!"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부키 쨩.
"알겠습니다. 믿도록 하지요."
싱긋, 케이 쨩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편이 더 여자애다우니까요."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트리니티였다.
"어서 오세요."
시스터후드 본부를 방문하자, 마리 쨩이 상냥하게 맞이해 주었다.
"케이 씨, 홍차로 괜찮으신가요?"
"예. 감사합니다."
"유메 선생님은요?"
"나도 홍차가 좋아."
접견실에서 마리 쨩이 우려 준 홍차를 마시며 사정을 설명했다.
"여자애다움, 말인가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마리 쨩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 어려운 문제네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당신은 무척 여자애다워 보입니다."
그런 감상을 중얼거리는 케이 쨩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였다.
"홍차를 우리는 정도라면 저도 실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와 당신은 사소한 몸짓이나 분위기가 결정적으로 다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릅니다. 저와 케이 씨의 몸짓이 다르다고 해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어요."
마리 쨩이 그렇게 타이름에도 케이 쨩은 납득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았다.
"마리 쨩."
어쩔 수 없이 말참견을 하기로 했다.
"여자애다워질 수 있는 방법, 뭐 없을까?"
"네, 있어요."
선선히 마리 쨩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 같은 건 어떨까요?"
"좋군요. 여자애답다고 생각합니다."
케이 쨩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우선 일어서 주세요. 그러고 나서 팔을 교차해 오른손은 왼쪽 어깨에, 왼손은 오른쪽 어깨에 대어 주세요."
마리 쨩의 지시에 따라 케이 쨩은 자신을 껴안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요세주아말지쓰경신, 요세주아말지쓰경신, 요세주아말지쓰경신."
그리고 배운 정체불명의 말을 반복했다.
"이걸로 케이 쨩이 여자애다워지는 거야?"
"네. 신경 쓰이는 사람 앞에서 여자애답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어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드는데."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만?"
케이 쨩은 왠지 기쁜 모양이었다.
목소리도 다소 들떠 있었다.
"조금 전에는 점치기. 이번에는 주문. 오늘은 연이어 여자애다운 것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면 여자애다움이 몸에 밸지도 모릅니다."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케이 쨩.
그대로 의자로 돌아가려고 테이블 모퉁이를 돌았을, 바로 그때였다.
툭, 하고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직후에 목이 꺾일 듯한 기세로 시선을 돌렸다.
"보셨습니까?"
케이 쨩의 목소리가 뒤집혀 있었다.
"안 보였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내 뇌리에는 똑똑히 새겨져 있었다.
케이 쨩의 하얀 피부와, 마찬가지로 순백색인 천 조각이.
"정말로 안 보인 것 맞습니까? 확실합니까?"
"그 찰나의 순간에 보일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오늘은 대담하게 검은색 같은 걸 입고 와버려서."
"어? 흰색이 아니고?"
케이 쨩이 실눈을 떴다.
"역시 보셨군요?"
"……아."
유도신문이라니 치사해, 케이 쨩.
아주 보기 좋게 걸려들었잖아.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니, 아주 조금이야. 정말 아주 조금이라니까."
안 되겠다. 내가 생각해도 잘 웃지 못하고 있는 게 뻔히 느껴진다.
"후크가 고장 났네요."
케이 쨩이 필사적으로 누르고 있는 스커트 허리춤을 마리 쨩이 들여다보았다.
"테이블 모퉁이에 걸리셨나 보네요. 바느질 도구가 있으니 금방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예, 예에, 그렇군요.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스커트를 벗어주셔야 해서……"
케이 쨩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더니, 창가로 달려가 커튼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한 손으로 커튼 끝을 꽉 잡은 채, 다른 한 손을 꼼지락거리며 움직였다.
이윽고 스커트가 밖으로 나왔고, 마리 쨩에게 건네졌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마리 쨩은 테이블 위에 스커트를 펼치고 반짇고리를 꺼내더니, 고장 난 후크를 고치기 시작했다.
"너무 빤히 보지 말아 주십시오."
커튼에 감싸인 채인 케이 쨩이 빨개진 얼굴로 항의했다.
얇은 커튼은 빛이 통하기 때문에 케이 쨩의 실루엣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빤히 안 보고 있대도."
"힐끔거리지도 말아 주십시오."
둘이서 어색하게 말다툼을 하는 사이에 마리 쨩은 후크 수리를 마쳤다.
마리 쨩에게 스커트를 건네받자, 케이 쨩은 커튼 안쪽에서 꼼지락거리며 움직이더니, 붉어진 얼굴 그대로 돌아왔다.
"……지독한 재난이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홍차를 마시는 케이 쨩.
뺨을 붉게 물들인 그 옆모습은 무척 귀엽고, 여자애다워 보였다.
"마리 쨩. 홍차 잘 마셨어."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로 신세를 졌습니다."
"아니에요, 대접이 변변치 못했습니다. 또 놀러 오세요."
마리 쨩의 미소를 뒤로하고, 차에 올라탄 우리는 트리니티를 떠났다.
"바느질, 입니까."
조수석에 앉은 케이 쨩이 스커트의 허리 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만졌다.
"바느질을 잘하는 것도 여자애다울지도 모릅니다. 기숙사로 돌아가면 연습해 보겠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딱 한 군데만 더 같이 가줄래?"
케이 쨩의 대답도 듣지 않고, 핸들을 산해경 쪽으로 꺾었다.
"여자애다움, 말인가요?"
매화원에 온 목적을 밝히자, 코코나 쨩에게 매서운 눈총을 받았다.
"저는 어엿한 숙녀이지, 어린애가 아니거든요?"
뺨을 부풀리며 꽤 화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귀여웠다.
"그리고 코코나 쨩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꼬맹이 같잖아요!"
"하지만 나, 학생들은 전부 이런 느낌으로 부르고 있는걸."
"교관! 코코나 교관입니다!"
수업이 방금 막 끝난 모양인지, 교실은 분홍색 스목에 노란색 안전모를 착용한 원아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알고 있대도, 코코나 쨩."
"전혀 모르고 있어요!"
코코나 쨩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하고 있으려니, 케이 쨩이 하얀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유메 선생님, 안 되겠습니다."
"응?"
"도저히 당해낼 수 없습니다."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로 케이 쨩이 호소했다.
내 소매를 끌어당겨 코코나 쨩에게서 멀어지더니, 슬며시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댔다.
"제가 아무리 여자애다운 소양을 몸에 익힌들, 코코나 같은 자연스러운 여자애다움에는 이길 수 없습니다. 완패입니다."
"아니,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잖아, 이런 건."
"그건 그렇습니다만."
낮은 목소리로 말다툼을 하던, 바로 그때였다.
"꺄악!?"
교실에 짧은 비명이 울려 퍼졌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원아 중 한 명이 멍한 얼굴로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지 손가락 끝에서 새빨간 피가 줄기를 이루며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껍질을 깎다 만 사과와 과일 칼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칼에 베인 모양이군요."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은 케이 쨩이었다.
스커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상처 입은 손가락을 덮었다.
나아가 손가락 뿌리를 눌러 피의 흐름을 막으려 했다.
하얗던 손수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가볍게 누르는 정도로는 피가 멈춰주지 않았다.
"……깊군요."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케이 쨩.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침 구급상자가 굴러다니고 있을 리도 만무했다.
"코코나 쨩, 양호실에서 구급상자 좀 가져와 줘!"
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코코나 쨩은 안색이 변해 달려 나갔다.
"어때?"
"좋지 않군요."
케이 쨩의 얼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
손수건을 떼어보니 새로운 피가 상처 틈새로 흘러나왔다.
금방 손수건으로 눌렀지만, 이미 손수건은 새빨갛게 절여져 더 이상은 피를 흡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친 원아는 아까부터 상처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치 케이 쨩이나 내가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았다.
――어라? 이 아이…….
비단처럼 윤기 나는 검은 머리에 하얀 피부.
어딘지 모르게 애수 어린 가녀린 몸집.
혹시나가 아니라, 키사키 쨩이었다.
"괜찮습니다."
원아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케이 쨩은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
"금방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속삭이고는 키사키 쨩의 왼손을 끌어당겨, 출혈이 멈추지 않는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케이 쨩의 입술로 빨려 들어간 자신의 손가락 끝을 키사키 쨩은 묵묵히 바라보았다.
아프냐고 눈빛으로 묻는 케이 쨩.
아프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키사키 쨩.
케이 쨩에게 손가락 끝을 맡긴 채, 키사키 쨩은 가만히 있었다.
교실에 있는 누구 하나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저 두 사람의 모습에 넋을 잃고 있었다.
나 역시 말을 잃고, 얌전히 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키사키 쨩과 케이 쨩의 다정한 옆모습을 지켜보았다.
"고마워, 언니!"
케이 쨩에게 붕대를 감아주자, 키사키 쨩은 방긋 미소를 지었다.
"있잖아, 따라와 줘!"
"예?"
"언니랑 더 얘기하고 싶어!"
"예?"
영문을 몰라 멍하니 있는 케이 쨩의 손을 이끌고 키사키 쨩은 걷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화원을 나섰다.
나는 서둘러 두 사람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예상대로 현룡문 본부였다.
"새삼 정식으로 감사를 표하지."
그녀의 정장이라 할 수 있는 검은색 치파오로 갈아입은 키사키 쨩이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산해경 고급중학교, 현룡문의 문주. 류우게 키사키라네."
케이 쨩은 말문이 막혀 멍하니 서 있었다.
입을 떡 벌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뭐, 보통은 놀라겠지.
원아들 사이에 위화감 없이 산해경의 학생회장에 해당하는 인물이 섞여 있었다니.
"산해경의, 군주?"
"음."
어떻게든 입을 뗀 케이 쨩의 질문에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키사키 쨩.
"방금 전까지는 그저 귀여운 원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완벽한 변장이지 않았는가?"
키사키 쨩은 자랑스럽게 가슴을 폈다.
"케이라 했는가. 그대, 여자애다워지고 싶다고 했지?"
그런 그녀에게 이끌려 현룡문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이 두 사람은 신뢰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네."
그렇게 전하고 키사키 쨩은 호위들을 퇴실시켰다.
나는 키사키 쨩의 맞은편에 케이 쨩과 나란히 앉았다.
"그대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네. 무리해서 자신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네만."
"……그렇습니까?"
묻는 케이 쨩의 눈은 진지했다.
"저는 오랫동안 감정과는 무관한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아니요, 그렇기에 앞으로는 평범한 여자애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이나 코코나처럼, 여자애다워지고 싶습니다."
"지금의 그대도 충분히 여자애답다고 생각하네만."
그렇지 않은가, 유메 선생, 하고 동의를 구해왔다.
"하지만 당신이나 코코나는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케이 쨩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무척 자연스럽게 여자애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부러운 것입니다."
"후후, 알고 있지 않은가."
키사키 쨩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그래, 자연스럽게 지내는 편이 좋네. 무리해서 자신을 꾸며내 봤자 아무것도 남지 않아. 마음을 잃어버리게 되니까 말이네."
얼굴을 흐리는 케이 쨩을 위로하듯 다정하게 타일러 주었다.
밖이 어둑어둑해졌기에 슬슬 돌아가기로 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차에 올라타 산해경을 떠난 뒤로 줄곧 케이 쨩은 가라앉은 표정 그대로였다.
"노력하면 여자애다움을 몸에 익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아니었군요."
조수석에 앉은 케이 쨩의 목소리는 작았고, 마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듯했다.
대답을 바라는 것은 아닐 터였다.
그렇게 판단하고 묵묵히 운전하기로 했다.
"유메 선생님."
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진 뒤, 케이 쨩이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제가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실로 간단한 질문이었다.
"응. 그렇게 생각해."
조금 뜸을 들인 뒤, 나는 말을 이었다.
"케이 쨩은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귀여우니까."
케이 쨩은 고개를 들고 빤히 나를 바라보았다.
"선생은 비겁합니다."
"어? 왜?"
"용케도 그런 대사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말씀하시는군요."
"부끄럽다니!? 어, 어디가!? 어디가 말이야!?"
"아하하하핫!"
케이 쨩은 소리 내어 웃었다.
개운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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