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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피폐?) 선생님이 10일 뒤에 죽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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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bP97XKdBxMw

* BGM 반복재생 추천

(PC 반복재생 : 화면 우클릭 -> 연속 재생)

(모바일 반복재생 : 톱니바퀴 모양 -> 옵션 더보기 -> 연속 재생)

*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나나가미 린이, 언제나의 표정인 채 선생의 반대편에 착석한다.

"......손이 가벼우신 걸 보니, 서류 관련 문제는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린은 내심 그것이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하기사, 서류가 잔뜩 밀리기도 했고, 선생이 서류 관련 문제로 '자진 출두' 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는 점으로 보아, 그러한 그녀의 염려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아, 그건 아니야. 오늘은 다른 것 때문에 왔어."

다행스럽게도, 오늘 그의 방문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믿겠습니다. 그럼, 용건을 말씀해주시죠."

"으음......그, 뭐라고 할까......"

선생이 쉬이 이야기를 꺼내질 못하고 길을 헤매인다.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 할 지, 아마 그 출발점을 찾는 모양이었다.

나나가미 린에게 있어, 그것은 썩 괴이한 모습이었다.

선생은 저렇게 말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적재적소에 적당한 말을 능숙하게 꺼내, '선생님의 주무기는 그 입일지도 모른다' 는 흉흉한 소문이 돌 정도의 위인이다.

"...뭘 그렇게 어려워 하십니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서류 마감 기한이 부족한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으음, 이걸......"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어려워하고 있다. 심지어 서류 마감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할 때도 일직선 돌직구로 부탁하던 사람이.

...이것만 해도 제법 괴이스러운 일이지만, 마침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것 이상으로 괴이스러웠다.

"...키보토스는,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거야?"

가볍게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

시계의 초침만이 째깍거리는 소리.

두 사람이 나지막히 들이쉬고 내쉬는 숨소리.

...한 4초나 5초 되었을까.

그 소리들을 제외한 그 어느 소리도, 린의 집무실에 울려퍼지지 않았다.

"......네?"

정적을 깨는 건, 린의 어안이 벙벙해진 듯한 목소리였다.

"......그건 왜......?"

"어, 뭐...아니, 그냥...? 내가 없었던 때도 있었으니까, 만약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되나 싶어서."

벙찐 표정의 수석행정관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냐는 말투로 그를 응시한다.

시덥잖은 농담이나 하려고 찾아 온 걸까.

전화로만 장난치는 것이 마침내 질려버려, 얼굴을 맞대고 악질적인 장난을 치는 것에 도전하는 걸까.

...그렇다기엔 선생의 눈동자에는 평소와는 다른 무게감이 들어차있어, 단순한 농담거리로 치부할 일은 아닌 듯했다.

그렇기에, 나나가미 린은 곧바로 답을 내어놓기로 결정할 수 있었다.

"...뭐, 큰 혼란이 찾아오겠죠."

구태여 얘기해주지 못 할 것도 없다.

당황해버린 것은 사실이나, 선생이란 자의 부재가 어떤 일을 불러올 지, 당사자인 선생이 궁금해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겠지.

몇 번 습격을 당한 적도 있느니만큼,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타당한 이유일 것이다.

"생텀의 제어권은 선생님께서 총학생회에 인계해주셨으니...그 쪽은 문제가 없습니다. 덕분에 그 권한을 총학생회 쪽에서도 온전히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맞아, 그랬었지."

선생이 그녀의 말에 맞장구친다.

부재 시의 권한 문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 제법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어 괜시리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만, 문제라고 한다면......"

"문제라고 한다면...?"

나나가미 린이 제 앞에 놓인 찻잔을 든다.

"......권한을 뺀 나머지 다, 겠죠."

차를 한 모금 홀짝이는 그녀의 말은, 예상보다 더욱 묵직했다.

사실, 예상하지 못 한 쪽은 아니다.

자신에게 몰려드는 업무로 볼 때, 키보토스에서 [ 샬레의 선생 ] 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존재가 부재한다면 얼마나 큰 혼란이 닥쳐 올 지도, 수많은 사건사고를 통해 이미 소름이 끼치도록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큰 일은 아닙니다' 따위의 발언을 일말이라도 기대했던, 안심하고 사후를 준비하고자 했던 자신의 기대가, 이른 아침의 안개처럼 일렁일렁 사라지는 것만 같아, 그만 내심 속상해지고 말았다.

"......뭡니까. 반응이 상당히 미묘하네요."

나나가미 린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찻잔을 내려놓는다.

"이미 선생님께서는 다 경험해보셨지 않았습니까. 이 키보토스에서 선생님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그건...그렇지."

"...알고 계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선생님이 계시지 않을 키보토스는 혼돈의 연속이 될 겁니다."

감정의 동요.

혼란의 폭발.

청춘의 실수, 엇나감의 비극.

그 모든 것들이, 일거에 닥쳐오게 되겠지.

"...대체 내가 없을 때의 키보토스는, 어떻게 돌아갔던 거야?"

"그 때는 총학생회장이 있었으니까요."

린이 내놓는 대답은 너무나도 쉬워서, 이번에도 선생의 김을 팍 새게 만들어버린다.

"총학생회장이 실종되고, 선생님이 부임하시고......그 사이 짧은 기간만으로, 총학생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관이 되었죠."

"유명무실한......"

"예를 하나 들어 드릴까요? 모모카의 교통실이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표 적용, 전 키보토스 대중교통의 배차 관리, 정비내역 확인 및 예산 집행. 그 모든 것들을."

총학생회장이 행사하던 권한.

그녀가 실종된 뒤, 권한이 없어 어느 것도 할 수 없던 총학생회.

속 쓰린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뭐, 선생님께서 그 권한을 다시 이 쪽으로 인계해주셨으니, 선생님께서 계시지 않더라도 이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어쨌든 저희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건......다행이네."

"문제는 그 쪽이 아닙니다. 말씀드린 대로."

권한 만으로 해결되는 문제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시다시피, 선생님은 여러 학생들 사이에서 인망이 좋습니다. 선생님께 도움받은 학생들도 많고,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학생들도 많죠."

"그...너무 그렇게 띄워주지 않아도--"

"--네. 인망이 너무 좋으십니다. 총학생회를 믿지 않아도, 선생님은 믿을 정도로."

단순한 띄워주기가 아니다.

그는 정말로 평판이 좋다. 그게 학생이 되었던, 평범한 주민들이 되었던,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반대로 말하면, 그런 크나큰 존재가 없을 때에는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말입니까."

린은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적 지주를 잃은 학생들이 들고 일어날 겁니다. 울고, 싸우고, 우울해하며, 제멋대로 엇나가기 시작하겠죠. 사육사를 잃은 동물들처럼, 고삐 풀린 경주마처럼."

선생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총학생회는 너무나 많이 달라졌습니다. 굳건한 지도력의 총학생회장은 사라졌고, 구심점은 증발했으며, 카야 실장의 쿠데타로 마지막 콩알만큼 남았던 명예도 실추됐습니다."

뼈아픈 사실들이다.

총학생회장은 수많은 반대와 난관을 특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뚫고 지나갔고, 총학생회의 권위와 명예는 총학생회장에 대한 존경과 두려움이었다.

그런 총학생회장이 그녀의 권한과 함께 사라지고, 일순간 찾아 온 혼란을 껍데기만 남은 총학생회는 제대로 수습할 수 없었다.

범죄율은 증가하고,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무엇을 하고 싶어도, 생텀의 제어권이 붕 떠 버린 이상, 총학생회에서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사실상의 무정부상태가 터져버리자, 총학생회의 권위는 먼지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구심점을 잃은 총학생회는 내부에서부터 파벌과 갈라치기로 골병들었고, '총학생회장 권한대행' 이라는 명함은 나나가미 린에게 단 하나도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선생이 부임하면서 상황을 빠르게 수습해줬기에,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

시라누이 카야의 쿠데타 이후 시행된 갖가지 행정명령은 이러한 작태에 기름을 부었고, 지금은 오직 '샬레' 하나에만 기댄 채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꼴이었다.

"...선생님께선, 이러한 총학생회 만으로 키보토스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나가미 린이 가만히 선생을 응시한다.

많고많은 말을 함축한 그 눈빛에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고개를 가로젓고 말았다.

그녀 역시도, 선생이 그리 답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선생님은 가장 큰 톱니바퀴같습니다. 키보토스라는 거대한 시계 속의, 가장 큰 톱니바퀴."

수석행정관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금 자신의 찻잔을 천천히 집어들었다.

"네. 하나가 빠지면 모조리 망가져버리는...가장 큰 톱니바퀴."

겉에서 보기엔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키보토스라는 거대한 시계를 겉에서 본다면, 여기저기서 자신의 역할에 매진하는 많은 이들이 그 시계를 돌린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원도시 키보토스' 라는 시계 속, 그 수많은 부품들을 맞물리게 하는 가장 큰 톱니바퀴가 없다면, 그 거대한 시계는 결코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샬레의 선생.

그는 이미 그러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상입니다. 답변이 되셨습니까?"

비어버린 찻잔이 컵받침과 맞닿는 소리가, 마치 천둥번개처럼 강하게, 경기종료 휘슬처럼 날카롭게 울려퍼진다.

"응. 무슨 말인지 알겠어."

선생은 뭇 굳어버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무슨 일이 있으신 건 아니죠?"

"응. 아무 일도 없어."

싸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감정이, 나나가미 린의 온몸을 훝고 지나간다.

귀신이 사람의 몸을 통과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필시, 방금 엄청난 악귀가 자신을 통과했을 것이라고, 수석행정관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러니, 부디 건강 관리에 신경써주십시오."

린은, 지금의 이 싸한 소름을 애써 억누르기로 한다.

"여러모로 들려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끼니를 거르거나 대충 때우신다거나, 쉬실 만한 시간이 많지 않다거나."

"뭐...업무가 업무이다보니까 말이지."

"틈틈히 운동하시고, 식사도 최대한 제대로 해결해주십시오. 선생님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면, 총학생회에서도 난감해지니까요. 필요하시다면 업무량이라도 조절해드리겠습니다."

따지자면, 요즈음 그가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업무는 더욱 늘어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은 그러한 속내를 쉬이 꺼내둘 수가 없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당부를 걸어두고 말았다.

느낌이 그닥 좋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컨디션도, 오늘의 대화 주제도.

"괜찮아. 아직은 거뜬해."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저 선생님께 부탁드릴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선생이야말로, 가장 근심되는 쪽은 자신일 것이다.

꿈자리가 썩 뒤숭숭해 머리가 복잡한 것도 있었지만, 실제로 근래 들어 부쩍 컨디션이 나빠지기도 했으니까.

허나, '업무가 조금 부담되네' 따위의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요즈음 총학생회의 사정도 좋지 않다는 걸 안다.

카야의 쿠데타 당시 협력했던 이들과의 파벌 정리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직도 린의 지위를 의심하는 임원들도 꽤 되는 형편이었다.

가장 고달픈 것은 눈 앞의 이 위태로운 소녀일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속내를 꺼내두지 못한 두 개의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편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자아! 그럼 다시 일을 하러 가 볼까!"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처럼의 쾌활한 어조가, 오늘따라 린에게만은 찝찝하게 들린다는 것을 아는지는 모르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배웅할 인원을---"

"---아냐아냐! 다들 바쁠텐데 그러지 마. 혼자 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무언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배웅같은 걸 별로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앎에도, 그런 말을 내뱉어버린 연유였다.

"지인-짜 괜찮아. 가 볼 테니까, 린 쨩도 파이팅이야!"

"네에......부디, 건강 관리에 유의하시길."

행여나 누가 따라붙기라도 할런지 후다닥 집무실을 나서는 선생을, 린이 어정쩡한 자세로 배웅한다.

일순간의 정적만이 집무실에 남는다.

그리고 그 정적은, 이내 수석행정관이 내뱉은 답답한 한숨에 잡아먹혀간다.

(......이상하군요. 오늘따라.)

명백한 증거는 없다.

타당한 논리도 없다.

그럼에도, 무언가 찝찝하다.

한여름 낮과도 같은 습한 꿉꿉함에, 린이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후우. 뭐가 뭔지......)

제 자신의 맞은편에 놓였던, 선생 몫의 찻잔을 바라본다.

(......안 드셨군요. 한 모금도.)

* *

샬레로 돌아 온 시간은, 정오를 막 넘긴 즈음이었다.

서류 더미가 놓인 책상 앞에 앉아, 선생은 또 한 번 거대한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있었다.

그 꿈이 정말이라면, 정말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은 고작 10일 뿐인건가?

그렇다면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자신이 돌연 죽어버리고 만다면, 이 키보토스에 불어닥칠 대혼란을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는가?

아니, 애초에 그 꿈이 정말이긴 한가?

그러한 꿈을 꿨다는 망상이 아닌가? 유우카에게 부탁했다는 걸 까먹었던 것도, 정말 우연히 겹쳐서 그런 것뿐 아닐까?

모든 게 불확실했다.

모든 게 불명확했다.

시급한 일부터 해결하며 생각을 정리하려 들어도, 서류 더미부터 해치우며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려 들어도, 금방 생각의 파도에 휩쓸려 그만두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아로나, 프라나. 부탁이 있어."

도저히 일을 할 정신이 아니었다.

"네! 아로나 여기 있어요! 말씀하세요!"

싯딤의 상자 속 믿음직한 OS는, 자신을 향한 호출에 즉각 응답해주었다.

"혹시, 내 몸 상태 같은 것도 분석할 수 있어?"

"....몸 상태......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는 듯, 아로나는 어안이 벙벙한 목소리로 되물어온다.

"그...뭐, 내 몸에 뭔가 이상이 있을까 싶어서. 요즘 컨디션이 영 좋질 않아서 말이야. 병원을 가 봐야 하는지, 그 정도만 알아도 될 것 같아."

"네. 그건 제가 체크하겠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OS, 프라나가 재빠르게 선생의 생체 리듬을 분석하기 시작한다.

애초부터 그런 쪽은 프라나가 담당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로나는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입을 열었다.

"프라나 쨩은 지금 분석 모드니까, 문진은 제가 담당이에요! 요즘 뭐 불편하신 곳이 있으세요?"

"으음......불편하다고 해야하나, 뭐라고 해야하나. 컨디션도 안 좋고, 잠을 자도 피로가 안 풀리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선생이 자연스레 하소연하듯 문진에 응한다.

하소연이라고 해야 할까.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상태를 직접 진찰해보는 것은, 현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썩 유용하다. 그의 지론이었다.

"아, 어제 유우카에게 일 좀 도와달라고 했던 것도 까먹고 있었어. 바로 어제 일을."

"으으으음~~~ 아무리 봐도 피로누적이에요!"

아로나는, 누구나 내릴 수 있는 진단을 당당하게 내린다.

"요즈음 선생님 업무가 너무 많아요!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셨죠?"

"아...예."

"적당히 쉬엄쉬엄 쉬어가며 하지 않으면, 몸에 심각한 무리가 가요! 가뜩이나 평소 컨디션도 안 좋아지셨는데, 기존의 업무량을 그대로 갔다간 큰 탈이 날 거에요!"

아로나의 표정이 썩 일그러진다.

아무리 볼을 부풀리고 입김콧김 다 내뱉어도, 원판이 아로나인 이상 무서워보일리는 없겠지만.

"총학생회에다가 말씀 꼭 하세요! 컨디션이 회복될 때까지만이라도 업무량 조절이 필요하니까요!"

"아, 나도 그러면 좋긴 한데...요즘 총학생회도 형편이 영 좋지가 않아. 빨리빨리 일을 도와줘야 할 때거든."

"그것도 선생님이 쓰러지시면 아무 쓸모 없어요!"

아로나는 영 답답해보이는 기색이었다.

하기사, 제 입으로 컨디션 꽝이라던 양반이 저런 소리나 내뱉고 있으니, 너도나도 알 정도로 화를 내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분석 완료."

때맞춰, 프라나가 그의 분석을 끝마친 모양이었다.

"...선생님.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구태여 따지자면, 프라나의 목소리가 아로나에 비해 차가운 것은 사실이었다.

분위기도 대비되는 데다가, 언뜻 보면 차갑디 차가운 존재로 오인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허나, 지금의 목소리는 그녀 치고도 너무 경직되어있었다.

"최근, 저희와 떨어지신 사이에 특별히 외상이 가해질만한 일이 있으셨습니까?"

"아니, 없었어."

"최근 의학적으로 진단받으신 병이 있으십니까?"

"아니, 그것도 없어."

"저희에게 지금껏 말씀하지 않으셨던, 앓고 계셨던 지병이나 기타 사정이 있으십니까?"

"...그런 것도 없는데."

무미건조하며 경직된 말투로 대답을 이어나가던 선생은, 무언가 자신을 둘러싼 공기가 싸해졌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 말대로, 프라나는 어딘가 불안해보이기까지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신체적 특이사항 없음. 맥박, 혈압도 모두 정상. 약간의 긴장과 피로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으음......그렇구나. 고마워. 괜히 폐를 끼쳤구나."

특별한 이상은 없다, 라.

선생이 어젯밤의 꿈을 뒤적거리면서, 이 찝찝 미묘한 감정을 이제는 떨쳐내보고자 한다.

몸 상태도 크게 문제가 있는 편은 아니니만큼, 쓰잘데기없는 꿈으로 업무에 지장이 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혹시,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은 어떠시겠습니까."

헌데, 프라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뭐?"

"과도한 긴장 상태와 극도의 스트레스를 감지. 호흡 주기 일정치 않음. 지금 선생님의 정신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우려됩니다."

"프, 프라나 쨩, 지금 무슨 말을......"

선생만큼이나, 그녀 두 발치의 뒤에 있던 아로나도 그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선생님은......업무가 바쁘시니까요! 그러니까 스트레스받고 긴장하시더라도 정신과 진료를 받을 것까지는--"

"--부정. 저 역시도 선생님의 평소 상황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피로해 계십니다."

그 모든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프라나는 단호하고도 진지한 얼굴로 선생을 마주한다.

"저는 선생님의 이런 상태를 이미 진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보단 덜할지 몰라도, 그 때에 버금가는 심리 상태라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과도한 긴장 상태, 극도의 스트레스.

이런 표면적인 말로밖에 전할 수 없는, 출력조차 해내지 못 할 정도로 혼란스러워하며 동요하고 스트레스받는 선생.

그래, 그녀는 이미 그런 선생과 마주한 적이 있었다.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선생님께서 그러시는 이유도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심각한 감정의 해소를 위해서라도 진료를 권합니다."

아마 겁에 질려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 한 번 선생을 잃게 되는 일만큼은 겪고 싶지 않은, 그런 그녀 나름의 강한 의지일 것이다.

"......그래, 그렇구나."

그것은 선생이라고 썩 다르진 않았다.

그저 꿈에 불과하다곤 해도, 불길할 정도로 아귀가 맞는 괴이한 일이다.

설령 그 꿈이 진짜라고 한다면, 자신이 정말 죽어버리게 된다면, 그것만큼은 정말 피했으면 하는 이야기겠지.

게다가, 총학생회는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자신이 돌연 죽어버리게 된다면, 아직 무르익지 않은 학생들은 덜컥 혼자 남겨져버릴 마당이고, 그건 곧 고삐 풀린 망나니처럼, 통제불능의 엔진처럼, 수습조차 어려운 혼돈 속으로 빠지게 된단 이야기이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는 노릇이겠지.

"...다시 한 번만 여쭙겠습니다."

일의 연유를 알지 못하더라도, 프라나는 선생의 그러한 초조함을 알아차린 것이겠지.

"정말로, 별 일 없으십니까?"

"......아니, 있어."

숨겨서, 대관절 무엇을 하겠는가.

"미안. 그렇지만 아직 말해 줄 수는 없어. 확실한 게 아니거든."

그렇지만, 지금은 얘기할 수 없다.

혹시나 싶어서 입 밖으로 꺼내놓으려다가도, 린이 곤혹을 겪었던 그 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번져올라 그만두어버린다.

확실하지도 않은 일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줘 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선생을 그만둬야 할 일이다.

그래.

그러니까 아직은 아니다.

"......"

그저 어디선가 전류가 흐르는 소리.

창밖에서 일상적인 저녁 소음이 흘러들어오는 소리.

들숨과 날숨.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을 엮어 '침묵' 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곳은 침묵 속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래, 프라나는 쉬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 입장에서, 그건 복잡미묘한 침묵이었다. 수많은 의미가 담긴, 복잡미묘하고도 뼈에 사무칠 침묵.

선생이 망가져버릴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선생이 죽은 몸을 이끌고 나설 때도, 소멸을 향한 여정을 그저 함께 하는 것밖에는 하지 못했다.

비록 지금 다시 선생과 함께 하는 운명을 새로 얻었지만, 자신과 함께 시간을 쌓아올렸던 그는 없다.

그런 그가, 자신을 이 곳의 그에게 의탁했다.

그러니, 자신 역시 그의 뜻을 잇지 않으면 안된다.

그를, 두 번 잃을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긴 침묵을 깬 대답은 '체념' 이었다.

자신은 결단코, [ 선생 ] 의 뜻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이해해줘서 고마워. 상황이 변하면 얘기해줄게."

"건강 상태에 유의하십시오. 선생님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 아닙니다."

프라나가 못내 아쉬움에 내뱉은 사족에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고, 프라나는 우선 그것으로 만족하려는 모양이다.

"...피곤하네. 잠깐 낮잠을 잘까 봐."

"맞아요! 피곤할 때에는 낮잠을 주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니까요!"

낮잠을 청할 정도로 여유있는 업무량은 아니다.

수많은 업무를 팽개쳐놓고 이부자리에 누울 성격도 아니다.

그러나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이 상태로는 될 일도 망쳐버릴 성 싶어, 차라리 잠을 청해보기라도 해야 할 모양이었다.

마침 오늘은 내내 혼란스러운 일만 가득이었기에 썩 피곤했으니, 나쁜 판단은 아니겠지.

"건강 상태와 업무량을 고려했을 때, 지금 선생님께 권장되는 오침 시간은 50분입니다. 50분 뒤로 알람을 맞춰 드리겠습니다."

"아, 고마워. 그 정도면 얼추 되겠네."

최적의 낮잠 시간을 계산해 낸 프라나에게 감사를 표하며, 마침내 선생이 책상 앞에서 일어난다.

"......그래, 맞아. 아로나, 뭐 하나만 물어보자."

"네, 선생님! 뭐든지 물어보세요!"

호기롭게 대답한 아로나를 향해, 선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무언가 고민하고, 망설이며, 계속 되뇌이던 선생은, 결국 싱거운 말만을 던져놓고는 수면실로 향하고 말았다.

"......아냐, 역시 아니야. 미안해. 잊어 줘."

------------------

시작부터 결말이 정해진 놀ㅡ라운 이야기

선생이 죽기까지 앞으로 10일

난 원래 피폐물을 쓰려던 게 아니야

그냥 이 주제는 어떨까 생각하다가 이야기가 커진거지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다음화가 언제 올라올지는 모른다

나도 일해서 먹고는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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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5.03.06창작

소설, 피폐?) 선생님이 10일 뒤에 죽는 이야기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20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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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DC
데스/모이네스!작가
게시물 51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YouTube
게시일2025.03.06 22:09
조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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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나
ㅇDC
ㅇㅇ125.03.06

죽음보다 더한 운명

ㅇDC
ㅇㅇ225.03.06
디시콘
ㅇDC
ㅇㅇ325.03.06
ㅇDC
ㅇㅇ425.03.06

쌤이 시한부 판정을 받은건가?

ㅇDC
ㅇㅇ525.03.06

정신과 갔다가 약물 부작용으로 고자엔딩 나는거 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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